[이 아침에] 울면서 쓴 글, 독자도 울면서 읽는다
한국어로 진행된 작가의 수상 연설을 들었다. 한국문학이 변방 문학이 아닌 세계 주류문학으로 진입하게 된 현장을 지켜보면서 가슴 뿌듯했다. 노벨상 수상 작품을 번역서가 아닌 원서로 읽을 수 있게 되다니, 기쁘고 고맙다.
작가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여덟 살 때 쓴 자작시를 언급하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가슴과 가슴 사이를 이어주는 금실이지”
이어서 그의 작품을 열거해 가면서 각각의 작품에 담긴 주제를 소개했다. “인간은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일 수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깊게 폭력을 거부할 수 있는가, 더 이상 인간임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렇지만 마침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하지 않는가” 등을 담아 소설을 써왔다고 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이라고 밝혔다. 국가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맞서 대항하는 인간의 본성, 인간 내면의 깊은 상처를 응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과 위대함까지도 밝혀주는 작가의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일 터이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는 딸의 문장이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프다”고 말했다. 사람은 부모를 닮아 태어나지만 낳고 자란 산천을 닮게 마련이라 했다. 한강은 두 면을 모두 닮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한강은 유명 소설가인 아버지를 두었고, 그녀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광주가 그의 문학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믿어지기 때문이다.
문학은 무엇일까. 도대체 문학이 어떤 매력을 지녔기에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 글을 쓰고 읽고, 또 이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일까.
작가 한강은 인터뷰를 통해 “문학이란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면서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는 행위”라고 했다. 또 “사람들은 문학을 접하면서 이런 행위를 거듭하고, 이런 행위의 거듭함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결정을 위해 애쓸 수 있는 힘을 생기게 한다”고 했다. 따라서 “문학은 여분의 것, 잉여된 것, 추가된 것, 불필요한 것이 아닌,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은 우리 삶을 안내하는 지도이자 나침반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작가는 곡비(哭婢)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는 사람, 다른 존재의 아픔과 슬픔을 대신 앓아주고 견뎌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울면서 쓴 글은 독자가 울면서 읽게 된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쓴 글은 독자가 가슴앓이를 하며 읽게 마련이다. 한강은 여덟 살 적 자작시에서 ‘사랑이란 가슴과 가슴 사이를 이어주는 금실’이라고 갈파했다. 언어는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실이다. 팔딱팔딱 뛰는 우리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이 금실을 타고 멀리 멀리 번져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 한강, 그는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었다. 기대가 크다.
정찬열 / 시인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