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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노벨문학상 수상에 즈음하여

이희숙 수필가

이희숙 수필가

불이 났다. 전화기를 열어보니 카톡 대화창에 빨간 신호들이 즐비했다. 깜짝 놀라게 한 문구는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아시아 여성 최초, 국문학의 쾌거, 경사! 새 역사 쓰다!’였다. 신문, 유튜브까지 한강 작가의 인터뷰 기사가 계속 올라왔다.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던 소식인가!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강렬했다. 육식에 트라우마를 가진 주인공은 폭력을 거부하는 갈등, 아니 죽음을 사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장을 덮은 후, 너무나 처절한 탓에 나는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채식주의자(Vegetarian)’는  2016년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영국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모름지기 한국 문학의 국제상 수상 어려움을 한글 번역에 두었던 터. 한강 작가는  ‘Vegetarian’을 통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고 인지도도 쌓이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소년이 온다(Human acts)’를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폭력과 존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독특한 인식으로 ‘너’를 불러서 살아있게 한다.  
 
한강 작가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그녀는 “죽지 말아요”라며 아파하면서 썼고 한동안 그 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고 했다.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Impossibles adieux)’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소설은 내면을 드러내는 현실적인 글로 프랑스 메디치상 문학상을 받는다.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강인함을 드러냈다.  
 
두 작품은 한국 역사를 배경으로 했기에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 하지만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속을 깊게 들여다보고, 같이 아파하며 인류의 보편적 주제를 다루었다는 것에 뜻을 두면 어떨까. 언어 미학, 함축적 문학 자체로의 맛으로 말이다.  
 
미주 문인협회, 수필가, 소설가, 시인협회는 지난 토요일 모임을 갖고 한강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한강의 시와 소설을 함께 읽고, 작가와 관련된 추억이나 미담을 나누며 그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통쾌한 소식은 타국에서 한글로 글을 쓰는 문인들에게 각별한 값어치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할까? 한인 1.5세인 김주혜 작가가 ‘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소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았다. 독립운동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우리 선조들은 생존이 보장되지 않던 상황에서도 이타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독립을 쟁취했다는 서사다. 우리 문학 역시 K 문화 시대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문학이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도 실감케 한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영상 중심에서 활자 문화로 귀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둡고 무거운 사회 속에서 같이 느끼며 아파했지만, 작가 역시 밝은 글로 행복할 수 있길…. “아프지 마세요!”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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