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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노벨문학상 속의 조선인들

오래전 일본항공(JAL)을 타고 도쿄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도중에 어린 딸이 “엄마 일본은 나쁜 나라지?” 하고 물었다. 순간 난감했다. 그 비행기 안은 한국인 같기도 하고 일본인 같기도 한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집에서와는 달리 “아니야, 친구의 나라야”라고 대답했지만 개운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 개인이라면 입장이 있고, 국가와 민족에게는 역사가 있기 때문일까?   지난 3월 일본의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가 작고했다. 그는 일본의 전쟁 범죄를 비판한 양심적 지성인으로 불렸다. 그렇지만 나는 1994년 노벨상을 받은 그의 소설 ‘만년 원년의 풋볼’을 읽고 마음이 불편했다. 내용은 일본 산골 시코쿠 마을로 돌아온 주인공 미츠와 동생 다카시가 중심이 되어 펼쳐 나가는 이야기다. 100년 전 주인공의 증조할아버지 동생이 ‘만년(막부시대의 말기에 한 해만 쓰인 연호)’ 원년에 일으켰던 농민봉기와 주인공의 동생이 주도하고 있는 조선인 상점 습격과의 연관성으로 이야기는 모아진다.     소설에는 ‘수퍼마켓 천황이라고 해봐야 조선인 삼림 채벌 노동자가 약간의 재력을 갖춘 것일 뿐이었다고…. 수퍼마켓 천황이 조선인이라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라는 대화 내용이 나온다.  물론 작가의 창의력이지만 글을 읽고 어떻게 느끼는가는 독자의 영역이다. 15년 전 이 소설을 읽고 일본인의 외곽에 어두침침한 언덕처럼 존재했을 조선인의 입지에 씁쓸함을 느꼈다.     마을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퍼마켓 천황인 조선인은 공분의 대상이 되고, 마을 사람들은 수퍼마켓을 습격하기 위해 풋볼팀을 만들어 힘을 규합한다. 골짜기에 모여 사는 조선인들은 천민, 빈곤, 수치심, 더러움, 침묵 등의 비호감적 언어로 표현되었다.     작가는 일본에서 노예에 가까운 삶을 살았던 조선인 노동자들의 역사적 인과에 관해서는 기술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인격이 없는 비천한 무리로 부각될 뿐이었다.     이 소설이 노벨상을 받은 이유는 일본인의 우월감을 고발했기 때문이 아니다. 주인공이 장애인 자녀와 아내의 불륜이라는 현실적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구원을 찾는 과정이 높게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속죄를 끊임없이 주장했던 작가의 태도와는 달라 지금까지 개운하지 못한 감정으로 남아있다. 소설은 초장부터 죽음의 분위기가 감돌더니 강간과 자살로 사건을 펼쳐나가 더 무게감 있게 다가왔다.     일본의 문호라는 미시마 유키오는 우익 집안의 금수저 출신으로 천황의 절대 권력을 꿈꾸고 자위대 부활을 주장하며 할복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오에 겐자부로는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오키나와 원주민에 대한 일본인의 태도와 만행을 수치로 여겼으며, 일본이 아시아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해 왔다.     국제사회 평화 운동에 기여해 온 오에 겐자부로는 떠났지만 국가 이익 우선보다는 인류의 양심을 지켜내는 일본인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들의 진실과 우리의 진실이 시대를 관통할 만큼 일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권정순/ 전직 교사열린광장 노벨문학상 조선 조선인 노동자들 조선인 상점 조선인 삼림

2023-05-03

[분수대] 안데르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뉘하운(Nyhavn)에 간다. 뉘하운은 1673년 개통한 ‘새로운 항구’란 뜻의 운하다. 물길 양옆으로 들어선 알록달록한 건물이 동화 속 분위기를 자아낸다.   뉘하운에선 빨간 집, 노란 집을 찾기 바쁘다. 이곳에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이 살았던 집이 있어서다. 안데르센은 20번지, 67번지, 18번지를 옮겨 다니며 뉘하운에서 18년을 살았다. 뉘하운의 알록달록한 집들은 어두운 밤에 어부들이 손쉽게 자기 집을 찾기 위해서 칠했다고 한다.   1805년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Odense)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떨어져 있는 오덴세 지명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최고신 ‘오딘(Odin)’에서 유래했다. 그는 열네 살이던 1819년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처음 코펜하겐에 왔다. 1828년 코펜하겐대에 입학해 몇 편의 희곡과 소설을 쓰면서 작가적 재능을 드러냈다.   안데르센은 뉘하운 20번지에 살면서 서른 살이 된 1835년 첫 번째 동화집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완성했다. 2년 뒤 발표한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백조왕자’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1845년)’ 등 1872년까지 총 160여 편을 내놓았다.   뉘하운 다음으로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좇는 곳은 코펜하겐 시청사다. 이곳에 안데르센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동상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공교롭다. 전 세계 놀이공원의 원조라고 불리는 티볼리 공원을 바라보고 있다. 티볼리 공원은 안데르센과의 친구였던 게오르그 카르스텐센이 1843년 왕가 소유의 정원을 개조해 만들었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의 이수지(사진) 작가(일러스트레이터 부문)가 수상했다. 1956년 제정된 상으로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이 작가는 글 대신 최대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글 없는 그림책’이다. 안데르센이 살았던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그의 참신함이 놀랍다. 응원을 보낸다. 위문희 / 한국 사회2팀 기자분수대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상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 세계 놀이공원

2022-03-27

[J네트워크] 안데르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뉘하운(Nyhavn)에 간다. 뉘하운은 1673년 개통한 ‘새로운 항구’란 뜻의 운하다. 물길 양옆으로 들어선 알록달록한 건물이 동화 속 분위기를 자아낸다.   뉘하운에선 빨간 집, 노란 집을 찾기 바쁘다. 이곳에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이 살았던 집이 있어서다. 안데르센은 20번지, 67번지, 18번지를 옮겨 다니며 뉘하운에서 18년을 살았다. 뉘하운의 알록달록한 집들은 어두운 밤에 어부들이 손쉽게 자기 집을 찾기 위해서 칠했다고 한다.   1805년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Odense)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떨어져 있는 오덴세 지명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최고신 ‘오딘(Odin)’에서 유래했다.     그는 열네 살이던 1819년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처음 코펜하겐에 왔다. 1828년 코펜하겐대에 입학해 몇 편의 희곡과 소설을 쓰면서 작가적 재능을 드러냈다.   안데르센은 뉘하운 20번지에 살면서 서른 살이 된 1835년 첫 번째 동화집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완성했다. 2년 뒤 발표한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백조왕자’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1845년)’ 등 1872년까지 총 160여 편을 내놓았다.   뉘하운 다음으로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좇는 곳은 코펜하겐 시청사다. 이곳에 안데르센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동상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공교롭다. 전 세계 놀이공원의 원조라고 불리는 티볼리 공원을 바라보고 있다. 티볼리 공원은 안데르센과의 친구였던 게오르그 카르스텐센이 1843년 왕가 소유의 정원을 개조해 만들었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의 이수지 작가(일러스트레이터 부문)가 수상했다. 1956년 제정된 상으로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이 작가는 글 대신 최대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글 없는 그림책’이다.     안데르센이 살았던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그의 참신함이 놀랍다. 응원을 보낸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안데르센 안데르센 동상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 세계 놀이공원

20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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