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안데르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뉘하운(Nyhavn)에 간다. 뉘하운은 1673년 개통한 ‘새로운 항구’란 뜻의 운하다. 물길 양옆으로 들어선 알록달록한 건물이 동화 속 분위기를 자아낸다.뉘하운에선 빨간 집, 노란 집을 찾기 바쁘다. 이곳에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이 살았던 집이 있어서다. 안데르센은 20번지, 67번지, 18번지를 옮겨 다니며 뉘하운에서 18년을 살았다. 뉘하운의 알록달록한 집들은 어두운 밤에 어부들이 손쉽게 자기 집을 찾기 위해서 칠했다고 한다.
1805년 덴마크 제3의 도시 오덴세(Odense)에서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난 안데르센.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떨어져 있는 오덴세 지명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최고신 ‘오딘(Odin)’에서 유래했다. 그는 열네 살이던 1819년 연극배우의 꿈을 품고 처음 코펜하겐에 왔다. 1828년 코펜하겐대에 입학해 몇 편의 희곡과 소설을 쓰면서 작가적 재능을 드러냈다.
안데르센은 뉘하운 20번지에 살면서 서른 살이 된 1835년 첫 번째 동화집인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완성했다. 2년 뒤 발표한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백조왕자’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1845년)’ 등 1872년까지 총 160여 편을 내놓았다.
뉘하운 다음으로 안데르센의 발자취를 좇는 곳은 코펜하겐 시청사다. 이곳에 안데르센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런데 동상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공교롭다. 전 세계 놀이공원의 원조라고 불리는 티볼리 공원을 바라보고 있다. 티볼리 공원은 안데르센과의 친구였던 게오르그 카르스텐센이 1843년 왕가 소유의 정원을 개조해 만들었다.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랜드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몇 차례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아동문학계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의 이수지(사진) 작가(일러스트레이터 부문)가 수상했다. 1956년 제정된 상으로 2년마다 아동문학 발전에 공헌한 글·그림작가를 한 명씩 선정해 시상한다. 이 작가는 글 대신 최대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글 없는 그림책’이다. 안데르센이 살았던 시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동화의 영역을 확장하는 그의 참신함이 놀랍다. 응원을 보낸다.
위문희 / 한국 사회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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