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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학상 이야기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계기로, 책이 부쩍 많이 팔리고, 문학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상이란 아무튼 좋은 것이다. 받는 이에게는 영광스러운 격려가 되고, 독자들에게는 믿고 읽을 기회를 제공한다. 상금도 물론 고맙고, 사회 전체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도 보람찬 덤이다. 그래서 누구나 받고 싶어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 상 싫어하는 사람 없을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상도 너무 흔하면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지금 우리 세상에는 크고 작은 문학상이 참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너무 많은 거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경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주요 문학상 숫자가 35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10년이면 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무려 3500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문학상 하나 못 받으면 작가 대접받기도 어렵다는 말도 될 것 같다.
 
남가주 한인 사회에도 열 개가 넘는 문학상이 있고, 한국의 문학상들도 해외작가상 부문을 따로 만들어 디아스포라 문인을 대접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문인들의 약력을 보면, 무슨무슨 문학상을 받았다는 항목이 빠지지 않는데,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고 여러 개의 문학상으로 빛나는 작가들이 많다. 신기하기도 하고, 은근히 부럽기도 하다.
 
사소한 일이지만, 미주 지역의 문학상은 대부분이 문인 스스로 응모하는 형식이다. “상 받고 싶으니, 나에게 주시오”라는 식인 것이다. 평론 분야가 거의 황무지 수준이고, 발표된 작품을 모두 꼼꼼하게 챙겨 읽을 여유도 없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이건 도무지 선비가 할 일이 아니다. (염치없이 문학상을 받은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문학상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 올곧은 문인도 적지 않다. 문학상이란 결국 문학이란 무엇인가? 작가란 누구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고 믿는 것이다.
 
예술상이 다 그렇겠지만, 문학상이란 올림픽 메달 같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운동경기처럼 등수를 판가름할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예술에 등수를 매긴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매우 다양한 기능과 성격을 가진 문학작품을 한두 가지 단세포적 기준과 규범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편협하고 잔인한 행위다.
 
그러다 보니, 상을 둘러싼 말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문학상도 구설에 시달리곤 한다. 정치적 계산, 지역 안배, 성별에 대한 배려 등등….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작가를 선정하기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3분지 1은 ‘최선의 선정’이 아닌 ‘이상한 선정’이었다는 악담도 나온다.
 
인류 문학사를 빛낸 문호들 가운데도 노벨문학상과 연이 없는 작가가 많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체호프, 고리키, 아일랜드의 윌리엄 예이츠, 제임스 조이스, 독일 문학의 거장 라이나 마리아 릴케,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마크 트웨인, 존 업다이크 등등이다. 사르트르는 노벨상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그런가 하면, 전혀 뜻밖의 인물을 선정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6년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건(?)은 아직도 이런저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무려나, 오랜 세월 노벨문학상을 구걸하듯 선망해온 한국 문단의 구차함을 통쾌하게 날려준 한강 작가에게 머리 숙여 감사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을 다음번 한국 작가는 누구일까?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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