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독자마당] 이젠 딸에게 배운다

“고맙다! 너와 긴 시간동안 소통하면서 비지니스에서 돈의 가치(money value)도 배웠고, 오너로서 태도도 더 배웠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봤고, 욕심이 지나치면 가진 것조차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   얼마전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작은딸에게 보낸 문자다.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조그마한 웨딩드레스숍이 매물로 나왔다. 모던하게 리모델링 된 높은 천장이 맘에 들었다. 일을 마친 오후엔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상상을 하며 조바심이 났다. 인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뮤직스튜디오에서 기타도 계속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설렜다.   마냥 꿈에 부풀어 큰딸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능력을 잠재우지 말라”고 한다. 그 말에 힘을 얻어 곧바로 작은딸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더니 들뜬 기분에 초를 치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 값을 지급할 만큼의 수입이 창출되고 있어?” “리스기한은 얼마나 남았어?” “린(lean)이 걸려있는 건 아니야?” 등등….   줄줄이 묻는 말에 답은 못하고 내가 하고싶은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다만, ‘리스기한이 얼마나 남았느냐’고는 다시 셀러에게 물었다. 매달 렌트형식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최소한 몇 년은 옵션으로라도 남아있으리라 믿고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던 부분이다.   셀러가 멀지않은 곳에서 동종의 비지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차별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중요한 점들을 간과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지적받고는 들떠있던 기분을 누르며 마음을 접으려니 서운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한결 성숙해진 느낌이다.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덜컥 계약을 했더라면 어땠을지 앞이 캄캄하다. 나이가 들었구나 실감도 한다. 이젠 딸에게 배운다.   켈리 조·LA독자마당 바닷가 산책로 money value 바닷가 가까이

2025-01-12

[독자마당] 정진철 형을 떠나보내며

정진철 형,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형의 성품을 알고는 있었지만 무엇이 그리도 급해 이 겨울에 서둘러 가셨습니까? 청바지 차림의 만년청년으로 평생을 누구보다 활기차게 사셨고, 이민사회 동포들을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하셨던 정진철 형, 당신은 남가주 한인사회를 지켜준 큰 나무였습니다.   60년도 더 된 세월 한국에서 상업방송이 고고의 소리를 올린 서울 인사동 동일가구 3층에 있던 문화방송에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형은 저보다 한해 먼저인 1964년 보도국 기자로, 그리고 저는 그 이듬해 아나운서로 입사해 뉴스 부스와 스튜디오에서 자주 만나며 늘 호탕한 형과 선후배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방송국 개국 초라 월급날짜도 안 지켜져 취재 나갔다 돌아올 때 근처의 중국집 직원과 다방 여주인들이 현관에 앉아 있으면 그날 봉급이 나오는 날로 짐작했고, 어떤 달은 수금이 안 됐다며 영업 사원이 들고 온 ‘동산 유지 비누와 치약’ 으로 월급을 보충받던 그런 시절을 우리는 웃으며 함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상업방송이 궤도에 오르고 직원들 후생도 안정기에 들어선 1970년 어느 날 형은 홀연히 방송국을 떠났다는 소식이 돌았습니다. 규율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자유분방한 형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를 했습니다. 형은 괌으로 떠났다가 1975년에는 하와이로, 최근에는 몽골까지 섭렵했습니다.1977년 LA로 건너와 미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라디오 서울에서 중책을 거친 다음 손수 인터넷 방송을 개국하기도 했습니다. 저와는 1992년 라디오 서울의 전신인 미주한인방송에서 같이 일을 했었고 그 뒤로는 라디오 코리아 시사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자주 만나 형은 보수로, 나는 진보 논객으로 치열하게 다퉜지만 방송국만 나서면 웃으며 헤어지던 우리는 영원한 절친이었습니다.   뉴저지로 가겠다고 했을 때 MBC 사우회원들과 따뜻한 송별모임을 해주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멀리 떠나와 형의 부음을 듣다니….   때로는 바른 목소리로 때로는 시원한 그늘로 이민사회를 지켜주셨던 정진철 형, 당신은 큰 나무였습니다. 형과 함께했던 날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편히 쉬십시오. 김용현 / 언론인독자마당 정진철 방송국 개국 라디오 서울 동아일보 라디오

2025-01-09

[독자마당] 영정사진

어느 날 영정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이 사진은 죽은 후에 사용할 사진이 아닌가 !   그제야 죽음이란 단어가 가슴에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자 나의 앞에 다가올 죽음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 하였으니, 너희에게 전한 복음이 곧 이 말씀이니라”(베드로전서 1: 24)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게 된다. 이 땅에서 아무리 강한 힘이 있다고 큰소리쳐도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기에 나의 소유물들은 잠깐 가지고 있는 것뿐이다. 학벌이나 지위, 재물 등으로 우쭐댈 것 하나도 없다. 세상 것에 너무 애착하지 말자.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만 있으면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지만 거기엔 생명이 없기에 아무것도 아니다. 참 인생을 성공한 자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예수님을 나의 구주 나의 주님으로  모시는 순간이다.     참 행복은 인생 문제가 해결된 자이다.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는 자는 행복이 멀리 있는 자이다.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와 주님으로 영접하는 순간 우리의 동결되었던 영이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영 속에 보혜사 성령이 내주하셔서 영원히 떠나지 않으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비스러운 변화이다.  ‘영정사진’ 을 촬영하면서 귀한 진리 속으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영순·샌타클라리타독자마당 영정사진 성경 말씀 인생 문제 주의 말씀

2023-12-05

[독자마당] 심각한 한국의 저출산

한국이 저출산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젊은 부부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결과라고 한다. 이로 인해 가정의 전통가치는 물론 건강한 사회구조 유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모든 생명체는 끊임없이 존속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인간은 유한한 생명을 무한 유지하기 위해 남녀 간 결혼으로 후대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이를 실현한다. 그러므로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은 것은 본능에 순응하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예로부터 결혼은 인륜지 대사라고 했다. 이는 모든 삶의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 한 가정을 이루고 가족을 구성하며 양측 가정,가족의 연대로 소속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고 확장해 가는 일이다. 결혼과 출산의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결혼이 젊은 층의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독신 가정이 늘어나고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인구 감소,경제위축,학교와 지방 소멸 현상 등 사회 퇴보의 불길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저개발국들의 출산율은 높은 편이다. 이 덕분에 세계 전체 인구는 증가하지만 이로 인해 기아,질병 등의 문제들도 생기고 있다. 선진국들은 진취적 사고와 교육으로 발전을 지향하면서 현재의 성과를 이뤘다. 그런데 선진국 국민은 치열한 경쟁과 높아진 욕구 등으로 인해 자신의 삶 이외에 후대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게 됐다. 이로 인해 인륜지 대사는 한참 뒤로 밀려나게 되니 선진국의 역설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모든 사회적 파행의 방향을 바로 잡아 정상적인 괘도를 가기 위해서는 모두의 자각과 대응책이 적극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때이다. 윤천모·풀러턴독자마당 저출산 심각 저출산 문제 출산율 저하 선진국 국민

2023-10-31

[독자마당] 큰 손님

오랜만에 한국에 사는 큰아들이 다녀갔다. 자식이지만 큰 손님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햇수로는 5년 만이다. 소식을 듣고 난 날부터 나는 바쁘기 시작했다. 우선 빈방을 청소하고, 침대보와 이불을 세탁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머물 동안 편안하게 쉴 수 있게 온방을 꾸미다 보니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집에 도착한 아들은 “엄마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요. 집안이고 차고고 마당이 온통 뒤죽박죽이네요. 내일부터 대청소도 하고 정리 좀 해야겠어요”라며 서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해 주는 사람이 오기는 하지만 그저 일반적인 청소이지 짐을 정리하거나 정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들은 정원에 널브러져 있는 철 지난 꽃과 잡초를 뽑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고물들을 끌어내고 정리하느라 온종일을 보냈다. 그러더니 허리가 아프다며 파스를 붙여달라고 했다.     어느덧 3주가 꿈처럼 지나갔다. 덕분에 집과 정원은 말끔하니 새집처럼 변했다.   아들은 “엄마는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세요”라고 말했지만 따라 다니기도 힘에 버겁고 고단하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어리게만 생각됐던 아들의 머리에도 희끗희끗 잔서리가 앉았다.     “머리 염색 좀 해야겠다. 흰머리가 많이 생겼어”라고 했더니 “엄마 제 나이 잊으셨나 봐요. 올해 벌써 60이에요. 흰머리 생기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요.”   세월이 참 빠르게도 지나갔다. 내 마음속의 아들은 아직도 어린데….   휴가라고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집 안 청소만 했다. 아들은 공항에서 나를 돌아보며 “엄마 건강하세요. 지금처럼 잘 걸으시고, 운전은 아주 조심하시고요. 내년에 또 올게요.” 돌아서는 아들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노영자 / 풋힐랜치독자마당 머리 염색

2023-10-17

[독자마당] 100세에 받는 혜택

시카고 여행 이틀째 샌드위치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격이 8달러 59센트나 됐지만 한끼 식사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가게 문을 나서니 바로 옆에 도넛 체인점이 있었다. 도넛 한 개와 커피 한잔을 주문하고 크레딧카드로 결제하려는데 잘 되지가 않았다. 직원인 흑인 소녀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고맙게 커피와 도넛을 먹고 도넛 가게를 나섰다. 그날 숙소로 돌아와 직원이 돈을 받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확실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다음 날은 시카고 예술박물관(Institute of Arts)에 갔다.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원이 지금은 멤버십이 있는 사람만 입장하고 일반인은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준다. 매표소는 건물 안에 있었지만 입장권 판매원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한 안내원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나를 보더니 매표인에게 데리고 갔다. 입장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나는 무심결에 나이가 100세인데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았다. 매표원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두말없이무료입장권(com ticket)을 끊어 주었다. 박물관에는 아시아에서 온 불상, 한국의 도자기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별도의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가려면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무료입장권을 보여주자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그 후 나는 이 예술박물관에 세 번이나 더 갔다. 다른 박물관들도 내게 무료입장권을 줬다. 무료입장권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그리고 도넛 가게 소녀가 도넛과 커피값을 받지 않은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빨리 100세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도록….  서효원 / LA독자마당 혜택 시카고 예술박물관 도넛 가게 도넛 체인점

2023-10-03

[독자마당] 사회혼란의 원인

요즘 미국의 사회질서가 어지러워지면서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 듯해 심히 우려된다. 우범지역에서의 범죄 발생은 늘 있는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강·절도, 폭행 사건 등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의 범죄가 빈발하고 있어, 마음 놓고 거리에 나서기가 꺼려질 정도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은 정해진 규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공공의식이다. 자기만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정해진 규정을 어기는 위법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따라서 범죄자는 그에 상응한 징벌적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공동체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법치의 당위성이고 필요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생존을 위한 재화가 필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는 바른 교육을 통해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바르게 행동함이 자신과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는 것임을 확고히 인식하는 것이 요구된다. 범죄 행위는 개인의 왜곡된 삶의 방식으로, 주변에까지 불행을 퍼뜨려 사회 퇴보를 가져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는 엄격히 막고 근절해야 할 사회악이다.     미국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개척,자유,평등,정의 등 최고의 가치를 기반으로 건국된 국가다. 그리고 이런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구촌 최강의 리더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급격한 시대변화와 함께 세계 도처에서 오는 난민과 밀입국자 등으로 인해 기존의 가치와 질서가 훼손되고 있다. 문제는 당장 교육을 통해 이들이 공공의식을 갖도록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범법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강력히 대처하는 것이 사회질서와 안녕을 회복, 유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마당 사회혼란 원인 범죄 행위 위법 행위 범법 행위

2023-09-26

[독자마당] 한국교육의 문제점

요즘 한국에서 교권, 즉 교사의 권리,권위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옛 유학의 가르침에 ‘군사부일체’라 하여 왕과 스승, 부모는 사람이 태어나 살아감에 가장 중요하고 은혜로운 존재로 극진히 섬겨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세상에 태어나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 주고, 가르쳐 주고, 질서와 평안으로 보호해 주는 것 이상의 은혜는 없을 터이다.     옛 제도와 그 가치를 현시대에 접목해 보아도 국가, 교육, 가정은 여전히 각 개인에게 소중한 필수불가결의 요소이다. 사람이 온전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공동체 안에서 바르게 살아가려면 바른 인성과 다양한 지식, 기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승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스승이란 특정인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본인에게 필요한 무엇이든 가르쳐주고 깨우쳐주고 나아갈 바른 길을 가르쳐줄 수 있는 누구라도 해당이 된다.     현재의 교육제도에서 스승과 제자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사제지간의 섬김과 존중의 의미는 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이 소중한 가치는 어디서나 뒤로 밀려나고 교사의 권리, 권위 또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만연한 배타적 이기주의는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맥을 끊고 미움, 불신, 다툼으로 갈라서게 하고 있다. 이타적 양보, 존중, 겸양으로 자신을 뒤로할 때, 신뢰와 화목이 회복된다.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상처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면, 너를 키울 것이다”라는 말로 우리에게 잘못된 교육에 대한 미망을 일깨워준다.     스승과 교사들의 꾸중과 채찍은 제자, 학생들에게 학습능력, 분별력을 키워주며 세상 적응력을 한층 키워줄 것이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마당 한국교육 스승 부모 제자 학생들 학습능력 분별력

2023-09-05

[독자마당] 휴전

휴전 협정을 해 놓고 이럴 수가 있나?  휴전 협정 이후 지난 70년간 155마일 휴전선을 지키다 희생된 군인 등이 4360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 일이다. 죄 없는 장병들이 이렇게나 많이 희생되었다니…. 아마 관련 보도가 없었다면 국민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비록 휴전 상황이긴 하지만 자식이 무사히 국민의 의무를 다 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6·25 전쟁 3년여 동안 국토는 초토화되었고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겼다. 그러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한반도의 허리는 두 동강이 난 채 휴전 협정은 마무리됐다. 그런데 그 휴전협정에 정작 당사자인 한국 측은 참여도 배석도 하지 못했다. 휴전은 타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70년의 세월이 흘렀다. 6·25 당시 대한민국은 총알 하나, 수류탄 하나 만들지 못했을 정도로 가난하고 무능한 나라였다. 아무리 이대로는 휴전할 수 없다고 외치고 반대했어도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일 뿐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했고, 이젠 자동차도, 항공기도, 탱크도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이산가족은 여태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하나둘, 세상을 등지고 있어 애통하기만 하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 가운데는 경계 근무를 위해  4000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병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험지를 장병들은 ‘사천리’라고 부른단다.     그곳엔 지금도 매일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국군 장병들이 있다.  그들이 있어 국민들은 안심하고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라를 지키는 육해공군 장병들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노영자 / 풋힐랜치독자마당 휴전 휴전 협정 육해공군 장병들 국군 장병들

2023-08-29

[독자마당] 한미일, 북중러

지난달 정전 70주년을 맞아 북한은 대규모 야간 열병식을 가졌다. 북한은 신형 대륙 간 장거리 미사일과 대형 공격용 무인기 등도 선보였다. 이 열병식에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자도 참석해 북·중·러 3개국 동맹을 과시했다.     이번 주에는 한·미·일 정상들이 만난다. 3개국 정상들은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동맹의 굳건함을 세계에 알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 동맹은 예전부터 있었던 외교 전략 가운데 하나다. 국가마다 자기들의 손익을 따져 동맹 관계를 만드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지금의 한·미·일 동맹이나 북·중·러 동맹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 사이에 갈등이 커졌을 때의 상황이다. 두 동맹 간에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어디가 충돌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두 동맹이 어디에서 부딪힐까 하는 우려다.     이미 6·25전쟁에서도 경험했듯 두 동맹의 충돌 지점은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최대 피해자는 누가 되는 것일까.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최대 피해자는 한민족이 될 것이 뻔하다.     따지고 보면 세계 1차 대전이나 세계 2차 대전도 동맹국들과 동맹국 간에 벌어진 충돌이었다. 국가 간 동맹 관계도 그 목적을 달성했거나 이득이 미미하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라도 해체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민족이 최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이 충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과 북한 당국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이유다.  서효원 / LA독자마당 한미일 동맹 관계 동맹 사이 러시아 관계자

2023-08-15

[독자마당] 굴욕외교,실익외교

요즘 한국에서 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한 찬반논란이 분분하다. 반대하는 측에선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가 당했던 참혹한 고통과 치욕에 대해 이제까지 일본으로부터 그에 합당한 사과와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많은 국민의 반일감정이 여전함에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저자세로 굴욕외교를 펴고 있다며 반발하는 것이다.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에선 과거는 기억해야 하지만  국익을 위해 선별 대응하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 옹호한다.   이는 우리가 선택하게 될 방향에 따라 국익이 좌우되기에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 신중히 결정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다. 지금의 국제정치는 전통적 우의나 정치적 이념 등을 넘어 자국 이익이 우선 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우방이며,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이웃이어서 상호 간 소원해질 수 없는 관계임이 현실이다.  그런데 지난 세기 겪었던 아픔의 상처를 지금까지 치유하지 못하고 거리를 좁힐 수 없다면, 양국 간 국익에 큰 손실이 생길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용서는 상대적 자신감에서 가능하며, 이는 굴종이나 패배가 아닌 진정한 승리이다. 과거 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패악은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그 당시 외세의 압력, 간섭에 맞서 주권을 지켜내지 못했던 처지도 짚어 봐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밖의 현실을 외면하거나 간과해서 취해야 할 일들을 놓친다면, 우리가 입을 피해는 미래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한국은 경제력 면에서 세계 10위 권에 드는 강국으로 부상했다. 선진국으로서의 자부심, 자신감과 대승적 관용으로 묵은 앙금을 털어내고 당당히 국제무대의 주역으로 올라서야 할 때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마당 굴욕외교실익외교 자부심 자신감 상대적 자신감 정치적 이념

2023-04-23

[독자마당] 이북(ebook) 발간

이북(ebook) 한권을 펴냈다. 제목은 ‘구름의 아들 2( The Son of Cloud II)’다. ‘구름의 아들’ 1권은 8년 전인 77세 때 미국 출판사를 통해 종이책으로 출간했었다.     혼자 배낭여행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영어로 쓴 책이다. 1권에 50개국, 2권에 50개국 등 총 100개국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66세가 될 때까지 생각은 있었지만 혼자 배낭여행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해본 일 보다는 못해본 일 때문에 후회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에 놀랐지만, 과감히 여행을 떠나지는 못했다.     그런데 항공사에 다니는 아들이 “왕복 항공권을 마련해 드릴 테니 세계 어디든 여행해 보시라”고 제안을 했다. 어디를 가야 할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세계의 불가사의’가 떠올랐고 아들에게서 이집트의 카이로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 피라미드를 보고 싶어서다.     66세에 처음 배낭여행을 떠난 것이다. 한 달 후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10일 만에 돌아오고 말았다. 생명에 위협을 느꼈을 정도로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다시 혼자 튀르키예로 갔다. 이렇게 시작된 배낭여행이 20년 동안 100개국을 가보게 되었다.     ‘구름의 아들’은 영어로 되어 있지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가격은 한 권에 2달러99센트고, 두권은 3달러99센트다. 아마존 이북(Amazon Ebook)에서 ‘The Son of Cloud)를 찾으면 나온다. 책에는 유익한 여행정보들도 있다.     몇 년 전에는 LA타임스에 ’For late-starting backpacker…‘라는 제목으로 내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서효원 / LA독자마당 이북 발간 왕복 항공권 카이로 왕복

2023-04-09

[독자마당] 인공지능의 한계

지능이 높은 인류는 각종 유익한 도구들을 만들어 사용하며 오늘날의 문명을 이뤘다. 그런데 이제는 도구의 발달에 더해 인간의 지능활동까지도 대신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시대를 맞고 있다.       20년 전 한 미래학자는 그의 저서에서 기술·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의 시기를 40년 후로 예측한 바 있다. 그 당시엔 미래학자 특유의 공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를 의심하거나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그 시기가 우리 앞에 바짝 다가선 듯하다.     요즘 어디서나 챗GPT가 화제다. 이는 인간이 오래도록 쌓아온 모든 지식의 기록이나 머릿속 기억들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적절한 알고리즘에 따라 도출해 내는 기법으로 사람과 어떤 부문이라도 어렵지 않게 소통이 가능하다.     인간의 두뇌는 정신적,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량의 테이터를 입력 저장하고 필요에 맞춰 내놓게 되니 인간의 기억용량과 지각능력을 넘어서게 된다.   그렇다면 특이점에 닿았을 때 오히려 인간이 기기의 지배를 받으며 기계의 아바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러한 기기도 결국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이를 조종해야 하고 삶의 편의를 위해서만 쓰이도록 해야 한다. 창을 만들면서 방패도 함께 만들듯이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인간이 만든 어떤 기기도 조물주가 창조한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인간이 하던 일을 모두 기기가 대신하게 되어 인간은 할 일이 없이 두손 놓고 있어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류는 변환의 새 단계마다 이전보다 다 앞으로 나가려, 남보다 더 앞서려 새 일거리를 만들어 내는 특성이 있어 그때가 와도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윤천모 / 풀러턴독자마당 인공지능 한계 인공지능 시대 디지털 기술 미래학자 특유

2023-03-26

[독자마당] ‘세계병자의 날’에

루르드 대성당 앞 광장 안으로 화려한 수백 대의 가마차들이 나란히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마치 임금님들이 행차하시는 것 같다. 대성당 이층에서 오전 미사를 봉헌하고 나와서 그 황홀한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짐을 느꼈다. 엘리사벳 자매에게 혹시 맨 뒷자리에라도 앉을 수 있나 내려가 보자고 했다. 그녀는 볼멘소리로 냉정하게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함께 기도하며 가보자고 했다. 작은 체구의 그녀였지만 내리막길  이라서 오히려 그녀가 탄 휠체어에  내가 끌려가고 있었다.     일행중에 막내형제가 얼른 달려와 입구까지 가볍게 데려다 준다. 하지만 주교님들이 집전하시는 대 행사장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일 년 전에 예약을 했어야한다고 했다.  그래도 봉사자에게 한번 더 졸라봤다. 그가 누군가에게 물으러 간 사이, 그녀는 휠체어가 익숙지않아서인지 여전히 편치않은 표정이다.   그가 다시 뛰어와서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나는 노란 줄 밖에서 기다리라며 그녀가 탄 휠체어를 밀고 급히 달려서 맨 앞줄, 또 그 앞 중앙에 홀로 앉혔다. 마치 그녀가 그 날의 주역인 것처럼 말이다.     정말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운  크고도 큰 배려였다. 행사가  끝나고나서 그녀는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 이라며 한참을 울먹였다.  그들 곁에서 강복을 받는 행운을 누린  나도 역시 그녀와 똑같은 기분이었다.   파리공항에서 처음 본 그녀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루르드에 온 첫날 내가 휠체어를 빌려 갖고 나오자, 타본적도 없고 또 신세 지는 것도 싫다며 매몰차게 거절하던 그녀가, 헤어지던  날에는 내 두 손을 꼬옥 감싸쥐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달리는 기분이  어떤건지 느낄수 있었어요”라며  예쁜 수정 묵주를 선물로 주고갔다.     함께한 순간순간들이 순례팀 모두에게 영원히 잊혀질수 없는 은총이 가득한 시간이었으리라! 켈리 조독자마당 세계병자 루르드 대성당 대성당 이층 엘리사벳 자매

2023-03-07

[독자마당] 루르드 침수예식

루르드에서 이틀째 되던 날, 이른 아침인데 동굴앞에는 벌써 사람들이 끝이 안 보일 만큼 늘어서 있다. 침수처에 들어가기 위한 기다림이다. 그 누구도 초조해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은 없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기도하며 쉬기도 하다가 서서히 움직일 뿐이다.     기적의 약수로 알려진 동굴 속 물로 실제 7000건이 넘는 기적이 있었고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숫자만도 70건이 넘는다는 기록이다. (2020 현재)     그 물은 성모 마리아의 발현시에  벨라뎃다 성녀에게 주신 메시지로 발견된 게르마늄 성분의 미네랄 워터라 했다. 그 많은 기적 같은 일들이 과학으로도 증명된 물의 효과라 했다.     두 분의 봉사자 수녀님들이 양쪽에서 팔을 잡고 한손으로  머리를 받쳐주면 잠시 기도하고 나서 바위를 약간 비스듬히 깎아 만든 직사각형의 침수조에  미끄러지듯 풍덩 빠졌다가 나오는 예식이다.     동굴 속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물이 침수 조를 통과해서 그 앞 강물로 흘러 들어가는 아주 차가운  물이다. 가운만 걸친 채로 잠겼다가 나왔지만 한기도 느끼지 않고 몸에 물기가 남지 않은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장애인이나 일반  환자들은 기회가 되면 한 번이라도 더 그 예식에 참석하려고 많은  날들을 루르드에서 보낸다고 했다. 사람들이 손목에 묵주를 걸치고 묵주알을 굴리면서 평화롭게 걷는 모습은 그곳에서는 지극히  예사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많은 방문객이 모이는데도 거리가 아주 깨끗하고 시끄럽지 않은 것 또한 신기했다.   한편 도로변 기프트숍에는  그 물을 담아 갈 수 있도록 성모상이 그려진 크고 작은 플라스틱 통들이 진열되어있었다. 곳곳에 바위틈으로 흐르는 물을 담아 갈 수 있게 장치도 되어 있다.   또 가고 싶다! 켈리 조독자마당 침수예식 루르드 루르드 침수예식 도로변 기프트숍 게르마늄 성분

2023-02-19

[독자마당] 즐거운 저녁 한때

오늘은 특별한 날인 것 같다. 아들이 부엌에 들어가 있다. 아들과 며느리의 대회가 즐겁다. 요즘 젊은이들은 유튜브를 보고 여러 가지를 배운다. 아들, 며느리도 유튜브를 보며 요리를 하는 것 같다. 들여다보니 커다란 아귀 한 마리가 도마 위에 놓여 있고 아들은 화면을 보며 아귀를 손질하고 있다. 며느리가 일곱 식구의 대가족을 위해 아귀찜을 한다고 큰 것으로 한 마리 사 온 것이다. 나는 유난히 아귀찜을 좋아한다.     정육점에서 사용하는 것 같은 네모난 칼을 들고 있는 아들이 요리 전문가처럼 보인다. 아귀는 커다란 입이 특징이다. “야! 이놈 봐라. 물기를 3마리나 먹었네.” 아들이 작은 물고기를 아귀의 입에서 꺼내 놓는다. 잘 다듬어 깨끗이 씻어 놓은 살이 제법 푸짐하다. 콩나물을 한 소쿠리 씻어 놓은 며느리는 요리를 시작한다. 아귀찜은 콩나물 먹는 맛이 일품이다.     얼마 후 우리 부부의 방문이 열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식사하세요”하며 막내 손녀가 다녀간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아귀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7명이 둘러앉은 식탁 한가운데 자리를 차지한 찜 냄비의 뚜껑을 여니 아귀찜이 풍성하다. 각자 큰 집게와 주걱으로 아귀찜을 접시로 계속 가져간다. 열심히 먹느라 대화도 중단된다. 콩나물이 맛이 있어 나는 계속 콩나물을 퍼 나른다. “어머니 이 살도 잡수세요.” 며느리가 한 덩이의 살을 내 접시에 담아준다. “에미야 너도 먹으렴.” 어느새 큰 찜 냄비가 바닥을 보인다.   며느리는 무슨 요리든 못하는 것이 없다. 22년간 우리 집의 훌륭한 주방장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잘 먹었습니다.” 손주 3명이 각자의 빈 접시를 들고 일어나며 인사를 한다. “에미야. 나도 맛있게 잘 먹었다.” 모두를 잘 먹었다는 말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즐거운 저녁이다. 정현숙 / LA독자마당 저녁 아귀찜 냄새 아들 며느리 저녁 한때

2023-02-14

[독자마당] 새해의 행복한 삶

2023년 첫날, 벽에 걸렸던 달력을 내리고 새 달력을 걸었다.     새 달력은 앞으로 일 년간 크고 작은 사건들, 수많은 기적들, 그리고 기쁘고 슬프고 괴로운 일상들로 채색될 것이다.  그리고 ‘어제’는 과거의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되새김질해 본다. 아무리 아팠어도 견디지 못할 아픔은 없었고, 아무리 슬프고 괴로워 몸부림쳤어도 버리지 못할 괴로움은 없었다.   혹자는 행복은 ▶Pride(자부심, 혹은 자존감) ▶Priority(우선순위) ▶Professional(전문적인 직업)을 의미하는 3P를 잘 활용할 때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부심, 혹은 자존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눈앞의 상황에만 매몰되지 말고 일 처리에는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일 처리는 뒤로 미루더라도 급한 것부터 해결해야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본인의 생업을 하찮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본인이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자세로 계묘년의 달력 위를 달려보자.   올해는 단기 4356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900여 차례의 외침을 겪었다고 한다. 한반도가 사방 강국의 틈새에 끼어 있는 탓이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는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앞으로 더 번성할 것이다.     올해는 검은 토끼해다. 토끼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토끼처럼 양순하고 번성하는 새해가 되어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노영자 / 풋힐랜치독자마당 새해 행복 시간 낭비 사방 강국

2023-02-05

[독자마당] 우중 산행

조세핀 트레일 입구. 낮게 내려앉은 잿빛 구름, 굵은 빗방울, 차가운 바람은 온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단체로 몰려오고 단체로 몰려간다. 그것도 엄청 바쁘게.   말없이 빠른 손놀림으로 우장을 챙긴다. 저 사람들은 이 궂은 날씨에도 왜 산행길을 나서는가. 누굴 위해 ,무었을 위해 이런 악천후에도 산을 찾을까?   30여 개의 판초 행렬이 장관이다. 들숨 날숨이 바쁘게 교차한다. 오고 가는 잡념 속에 천몇백년 전의 해초 스님을 생각해 본다. ‘스님께서는 뭐를 위해 그 험한 길을 걸으셨습니까? 무슨 신발을 신으시고, 방한 장비는 어떻게 꾸리시고, 그 험한 눈산을 넘으셨는지요. 생명을 걸고 넘으신 그 구도의 길을 필부의 산행길과 비교하는 무례함을 용서해 주소서’.   넓은 소방 도로엔 도랑물이 굽이치고 언덕에선 흙과 돌멩이가 심심찮게 흘러내린다. 3마일 지점 세들에 도착하니 기온은 급강하, 광풍엔 젊은이들도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돌아서자. 광풍이 막춤을 추든, 장대비가 얼굴을 휘갈기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산길의 즐거움은 유년 시절의 하굣길을 생각나게 한다.   어느덧 출발지까지 되돌아 왔지만 점심 먹을 장소가 있어야지. 소방서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서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흘러가는 빗물 한 번 내려다보고….   이때 일행 중 조순 님이 소방서에 들어가 우리의 딱한 사정을 얘기했더니 망설임 없이 넓은 실내 사용을 허락했다. 의자는 물론 화장실도 청소까지 해주면서 사용하란다. 세상에 이런 일이!!! 궁즉통이요, 고진감래라 했던가.   소방서의 허락을 받고 만두도 끓이고 라면도 끓이고 누룽지도 끓이고 미역국도 끓이고…. 너무너무 고마워서 모임의 안경아 회장이 기부금을 전달하려 했지만 일언 지하에 거절을 당했다.   클리어 크릭 소방서(Clear creek fire station) 만세, 클로버 하이킹 클럽( Clover hiking club) 만세. 정 제이슨독자마당 우중 산행 우중 산행 소방서 처마 만세 클로버

2023-01-22

[독자마당] 빛과 그림자

‘내게 소망이 있다면 죽기 전 꼭 3일 만이라도 눈을 뜨고 세상을 보고 싶다. 눈을 뜨는 순간 첫 번째로 나를 가르쳐주신 애니 술리반 선생님을 찾아가겠다. 내 손끝으로 만져서 알던 그의 인자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의 모습을 나의 마음속에 간직해 두겠다. 다음엔 친구들을 찾아가 그들의 모습과 웃음을 기억하고, 들로 산으로 산보하고 싶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나뭇잎, 예쁜 꽃과 풀을, 그리고 저녁이 되면 석양빛에 아름다운 노을을 보고 싶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는 먼동이 트는 웅장한 장면을 보고, 오전에는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 오후에는 미술관, 저녁에는 밤하늘에 빛나는 보석같은 별들을 보며 또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날에는 일찍 큰 길가로 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고 오전에는 오페라, 오후에는 영화를 보고 싶다.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거리 쇼윈도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 순간 3일 동안 이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함을 드리겠다.’   미국 출신 시각장애인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헬렌 켈러가 죽기 전 단 3일 만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다고 한 ‘빛’이라는 애절한 글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잊고 살아온 지금 새삼 하느님의 큰 은혜에 감사함을 갖도록 해준 감동적인 글이다.   ‘나는 눈과 귀 혀마저도 빼앗겼지만 영혼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낙천적인 그녀는 시름을 성공으로 이끄는 훌륭한 말을 남겼다.     90평생을 암흑 속에 살면서도 만인의 가슴에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고 떠나간 그녀의 생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적의 생애였다. 당신은 초인의 대표적 표상입니다. 당신을 정말 존경합니다. 이산하 / 노워크독자마당 그림자 미술관 저녁 출신 시각장애인 거리 쇼윈도

2023-01-15

[독자마당] 마지막 주사

누가 내게 선의를 베풀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고 말한다면 그동안의 선의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서운하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최후나 마지막이 소재인 이야기는 많다.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이 ‘최후의 만찬’과 ‘마지막 잎새’다.     제자와의 최후의 만찬에서 이분은 빵을 들어 보이며 “이것은 나의 살이다”라고 말했고, 또 포도주를 가리키며 “이것은 나의 피다”라고 말씀하셨다. 빵이나 술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소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밖 벽의 넝쿨나무 잎사귀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자 잎새는 다 떨어지고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 소녀는 막연히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죽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소녀가 잠든 사이 마지막 잎새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잎새와 똑같은 그림을 그렸다. 소녀는 그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희망을 갖게 되었고 봄이 되자 병은 완치됐다. 아무리 작은 희망도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발에 붓기가 있어 원인을 알고 싶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피검사가 필요하다며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맞으라고 했다. 간호사는 팔에 예방주사를 놓으며 며칠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은 지 10년이 되어서 다시 맞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이번 예방주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지금 연세가 84세이니 더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간호사는 내가 94세까지 산다는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아니면 그 나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94세까지는 살 수 있겠구나”라고. 그러자 기분이 좋아졌다. 서효원 / LA독자마당 주사 대상포진 예방주사 이번 예방주사 마지막 잎새가

2022-12-1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