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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큰 손님

오랜만에 한국에 사는 큰아들이 다녀갔다. 자식이지만 큰 손님이다. 팬데믹을 거치며 햇수로는 5년 만이다. 소식을 듣고 난 날부터 나는 바쁘기 시작했다. 우선 빈방을 청소하고, 침대보와 이불을 세탁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머물 동안 편안하게 쉴 수 있게 온방을 꾸미다 보니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집에 도착한 아들은 “엄마 집이 왜 이렇게 지저분해요. 집안이고 차고고 마당이 온통 뒤죽박죽이네요. 내일부터 대청소도 하고 정리 좀 해야겠어요”라며 서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해 주는 사람이 오기는 하지만 그저 일반적인 청소이지 짐을 정리하거나 정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들은 정원에 널브러져 있는 철 지난 꽃과 잡초를 뽑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고물들을 끌어내고 정리하느라 온종일을 보냈다. 그러더니 허리가 아프다며 파스를 붙여달라고 했다.  
 


어느덧 3주가 꿈처럼 지나갔다. 덕분에 집과 정원은 말끔하니 새집처럼 변했다.
 
아들은 “엄마는 가만히 앉아 구경만 하세요”라고 말했지만 따라 다니기도 힘에 버겁고 고단하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어리게만 생각됐던 아들의 머리에도 희끗희끗 잔서리가 앉았다.  
 
“머리 염색 좀 해야겠다. 흰머리가 많이 생겼어”라고 했더니 “엄마 제 나이 잊으셨나 봐요. 올해 벌써 60이에요. 흰머리 생기는 것 당연한 것 아닌가요.”
 
세월이 참 빠르게도 지나갔다. 내 마음속의 아들은 아직도 어린데….
 
휴가라고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집 안 청소만 했다. 아들은 공항에서 나를 돌아보며 “엄마 건강하세요. 지금처럼 잘 걸으시고, 운전은 아주 조심하시고요. 내년에 또 올게요.” 돌아서는 아들의 눈엔 이슬이 맺혔다.

노영자 / 풋힐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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