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이젠 딸에게 배운다
“고맙다! 너와 긴 시간동안 소통하면서 비지니스에서 돈의 가치(money value)도 배웠고, 오너로서 태도도 더 배웠고 다른 사람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봤고, 욕심이 지나치면 가진 것조차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다시금 깨달았다.”얼마전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작은딸에게 보낸 문자다.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조그마한 웨딩드레스숍이 매물로 나왔다. 모던하게 리모델링 된 높은 천장이 맘에 들었다. 일을 마친 오후엔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상상을 하며 조바심이 났다. 인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뮤직스튜디오에서 기타도 계속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가슴이 설렜다.
마냥 꿈에 부풀어 큰딸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능력을 잠재우지 말라”고 한다. 그 말에 힘을 얻어 곧바로 작은딸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더니 들뜬 기분에 초를 치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 값을 지급할 만큼의 수입이 창출되고 있어?” “리스기한은 얼마나 남았어?” “린(lean)이 걸려있는 건 아니야?” 등등….
줄줄이 묻는 말에 답은 못하고 내가 하고싶은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다만, ‘리스기한이 얼마나 남았느냐’고는 다시 셀러에게 물었다. 매달 렌트형식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한다. 최소한 몇 년은 옵션으로라도 남아있으리라 믿고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던 부분이다.
셀러가 멀지않은 곳에서 동종의 비지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차별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중요한 점들을 간과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지적받고는 들떠있던 기분을 누르며 마음을 접으려니 서운하기 이를 데 없지만 한결 성숙해진 느낌이다.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꼼꼼하게 살피지 않고 덜컥 계약을 했더라면 어땠을지 앞이 캄캄하다. 나이가 들었구나 실감도 한다. 이젠 딸에게 배운다.
켈리 조·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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