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중국읽기] ‘대륙의 공포’

공포다. 항구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쌓이면 그 나라 해당 산업은 여지없이 위기에 빠진다. 남미 항구의 중국 철강이 그랬다. 칠레 최대 규모 철강사 우아치파토는 중국에서 밀려오는 ‘배춧값’ 철강을 이기지 못해 결국 공장을 폐쇄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종업원 2만여 명이 거리에 나앉아야 할 판이다.   사례는 많다. 유럽 항구에 등장한 중국 태양광 패널은 독일·이탈리아 등의 태양광 산업을 초토화했다. 이젠 유럽 태양광 패널의 97%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심지어 저임 노동력의 나라 태국조차 중국에서 밀려온 소상품으로 인해 제조업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가 중국의 ‘디플레 수출’에 벌벌 떤다.   공포는 ‘배춧값’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전통 선진 기업을 궁지로 몰고 있다. 자동차 강국 독일도 사정권에 들었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지금 폭스바겐(VW)이 발표한 자국 공장 폐쇄 방침을 놓고 뒤숭숭하다. VW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회사 경영진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버틴다. 그러면서도 중국 투자는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안휘성 허페이(合肥)공장에 27억 달러를 투자한 VW은 중국 합작사와 함께 전기차 모델을 개발 중이다. 유럽 항구에는 중국산 전기차가 쌓이고, 중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아니면 팔리지 않고…. 그래서 내린 결정이 ‘독일 공장 폐쇄, 중국 투자 확대’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뒤에는 중국이 있었던 셈이다.   우리 얘기이기도 하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플랫폼을 타고 밀려오는 중국 저가 제품은 내수 기반의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평택 항구가 붐빌수록 한국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중국의 기술 추격은 한·중 양국 산업에 서로 도움을 줬던 중간재 교역 구조를 위협한다. 중국은 이제 핸드폰·자동차 등의 부품을 한국에서 사가지 않는다. ‘고부가는 한국, 저부가는 중국’이라는 분업 구조도 깨진 지 오래다. 위기에 빠진 우리 석유화학 업계가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화웨이가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내놓으니, 한국 스마트폰은 긴장 모드다. 심지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그들은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한국의 아성을 야금야금 파고들고 있다. 우리 먹거리가 통째로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 우리는 중국의 가성비 제품을 ‘대륙의 실수’라며 얕잡아 봤다. 그러나 이젠 공포로 다가온다.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공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대륙 공포 태양광 산업 유럽 태양광 평택 항구가

2024-09-30

[기자의 눈] 샤오미 전기차 ‘대륙의 실수’ 될까

중국의 전자제품 제조 기업 샤오미가 첫 전기차 ‘SU7’을 선보였다. 독일 유명 스포츠카인 포르셰의 전기차 ‘타이칸’과 디자인이 유사해 ‘샤이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보조배터리부터 가습기, 공기청정기, 밥솥, 휴대전화, 세탁기까지 모든 가전제품을 섭렵하고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샤오미에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운전자가 기대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샤이칸’은 출시하자마자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시승 중 사고가 발생하면서 성능 부실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생한 시승 차 사고는 차가 도로 연석에 부딪히면서 휠이 찌그러지고 차체가 내려앉는 등 손상이 심한 것이었다. 커브를 돌던 차량이 비틀거리다 결국 레일을 들이받는 영상도 공개됐다. 샤오미 측은 이를 운전 미숙 탓으로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했다.   자율 주행 보조 시스템 성능 또한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U7은 시속 120km 고속 주행 중 모형 차량과 충돌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는데, 이는 테슬라가 시속 130km에서도 장애물을 감지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최신형 전기차임에도 성능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 중 “가장 멋지고 성능이 뛰어난 차가 될 것”이라는 업체 측의 주장은 벌써 흔들리고 있다.     또 SU7의 디자인이 포르셰 타이칸을 빼닮아 짝퉁이라는 오명과 함께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SU7은 출시 후 24시간 이내에 8만 대가 판매되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실제 구매 확정은 그보다 훨씬 적은 2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샤오미 브랜드의 가치인 합리적인 가격도 의심받는 상황이다. 흔히 ‘가성비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샤오미 브랜드는 적어도 전기차 부문에서는 가성비를 앞세울 수 없게 됐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계는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수요 감소를 방어하기 위해 가격을 되레 낮추고 있다. 차량용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개발한 니오는 고급 SUV 모델의 시장 가격을 배터리 대여 프로그램으로 인해 현저히 낮추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35만 위안(4만8000달러)이던 차 가격은 25만8000위안(3만6000달러)으로 큰 폭 내렸다.       또 다른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은 SU7 출시 전 자사의 P7i 모델 최상위 트림 가격을 내려 경쟁력 유지에 나섰다. 샤오펑의 P7i 모델 최상위 트림 차량 가격은 28만9900위안(4만 달러)에서 24만9900위안(3만5000달러)으로 하락했다.   테슬라 또한 최근 중국 현지 생산 모델3의 가격을 6%가량 인하하며 25만8900위안(3만6000달러)에 판매 중이다. 샤오미는 SU7을 21만5900위안(3만 달러)과 29만9900위안(4만1000달러)의 두 가지 가격대로 출시했다.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나 샤오미 차량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며 다양한 사양에 괜찮은 품질, 저렴한 가격으로 가전제품 시장을 장악한 샤오미가 전기차 분야에서는 불명예를 얻을 수도 있다.   한편 애플은 얼마 전 전기차 사업 철수 방침을 밝혔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애플을 추격하는 샤오미는 전기차 생산을 강행했지만 소비자들의 평가는 실망감이 더 큰 상태다. 특히 출시 며칠 만에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에 직결될 수 있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샤오미는 애플과 테슬라를 따라만 할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혁신을 강화해야 한다. 또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안전 시스템 강화와 성능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제 ‘짝퉁’ 딱지도  떼야 할 때다. 우훈식 / 뉴미디어국기자의 눈 전기자 대륙 전기차 시장 전기차 업체 최신형 전기차

2024-04-07

[문예 마당] 아프리카의 새 얼굴

나는 아프리카에 가 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에 관한 지식은 단편적인 것으로, 그저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가여운 사람들이 사는 땅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연말에 본 그 프로그램은 연예인 3명이 설렘을 안고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여행이었다. 현지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무계획 여행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동남쪽에 위치한 섬나라다.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인 웅장한 자연을 간직한 신비의 땅이다.       그들에게 아름답기 그지없는 바다 풍경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들은 문명 대신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산다.  나도 여행자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마다카스카르 여행의 몇 가지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여행자들은 목적지인 ‘바오밥 에비뉴’로 향했다. 바오밥나무는 마다가스카르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그들은 가는 중에 소가 끄는 수레를 탔다. 수레에는 어린 두 소녀가 타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한 소녀에게 망고를 주니 그 소녀는 한입 베어 먹은 후 얼른 옆의 소녀에게 건넸다. 그걸 받은 소녀도 한 입 먹고는 돌려줬다. 그 후로 소녀들은 나 한입 너 한 입, 주거니 받거니, 껍질까지 공평하게 나눠 먹었다. 다투지 않고 정겹게 나눠 먹는 그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어디서 읽은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인류학자가 어린이 10여 명을 모아 놓고 게임을 제안했다. 근처 나무에 과자를 매달아 놓고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 학자는 아이들이 1등을 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달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손을 잡고 한 줄로 나란히 달리는 것이 아닌가? 결국 다 같이 골인 지점에 도착한 아이들은 과자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 데 왜 다 같이 갔지?”라고 학자가 물으니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분투(ubuntu)!”라고 외쳤다고 한다. “나 혼자 과자를 다 가지면 다른 친구들이 슬퍼할 텐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우분투’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으로 아프리카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전통 사상이라고 한다.   일행은 드디어 ‘바오밥 에비뉴’에 도착했다. 웅장하게 우뚝 솟은 바오밥나무 모습이 장엄하고 경건해 보였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수천 년을 생존한 바오밥나무는 생김새가 특이하다. 나무를 땅에 거꾸로 처박은 듯 뿌리가 하늘로 향한 듯한 모양이다. 높이 20-40m에 몸통은 술통처럼 불룩한데 그 안에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해가 지자  일행은 지구 위의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과 마주하게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향연에 그저 감탄할 뿐! 노을과 어우러진 바오밥나무의 실루엣은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절경이다.   일행 중 한 명은 장례 행렬에 합류해 그들의 장례문화 체험을 했다. 범상치 않은 장례식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장례식이라고 해서 엄숙하거나 진지하지가 않다.  마을의 남녀노소가 모여 흥겹게 춤을 추는 게 마치 잔치 분위기다. 악단까지 부르고 술이 어우러진 신나는 축제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전통 장례 문화는  ‘파마디하나’라고 하는데 ‘죽은 자의 귀환’이라는 뜻이다.  유족들은 2년 혹은 7년마다 고인의 시신을 꺼내 새 천으로 천갈이를 한다. 그 후 시신을 들고 함께 춤춘다.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이별하는 풍습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선 장례식장에서 울거나 침울해하면 굉장한 실례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천갈이를 위해 무덤에서 작은 시신 하나를 꺼내자 한 젊은 여인이 그 시신을 낚아채 품에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우는 모습이 나왔다. 마냥 기뻐서 춤을 춘 게 아니었나 보다.  그 시신은 아마도 그녀의 어린 자녀가 아니었을까?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밀려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슬픔을 표현하고, 파마디하나는 행복을 표현한다. 방법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아로 깡말라 죽어가는 아이들과 에이즈 등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아이들은 전혀 다르다.  건강한 몸에 밝은 표정이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도 다 행복해 보인다.  빈곤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천혜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욕심이 끼어들 사이가 없기 때문이리라.   요즘 아프리카를 일컬어 ‘무지갯빛 아프리카’, ‘인류의 미래’, ‘세계의 아프리카화 (뉴욕타임스)’ 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유명 연예인이나 NGO단체 등이 보여주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일부에 불과하다.     선진 문명사회와는 다른 그들의 가치관이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바탕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인생은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보며 느낀 깨달음이다.  배광자 / 수필가문예 마당 아프리카 얼굴 무지갯빛 아프리카 아프리카 대륙 요즘 아프리카

2024-03-21

2030 월드컵, 3개 대륙서 개최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 등 3개 대륙 6개 국가에서 개최된다.   FIFA는 4일(현지시간) 2030 월드컵 개최지 선정 등 이사회 주요 결정 사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을 2030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 선정했다.   이와 함께 FIFA는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막식과 일부 경기를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 2030년 월드컵 유치를 놓고 함께 경쟁했던 남미 3개국은 그들의 월드컵 첫 경기를 홈에서 치르게 됐다.     영국의 BBC방송은 “이런 방안이 내년 FIFA 총회에서 허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1회 월드컵인 1930년 대회는 우루과이에서 열렸다.   한편, BBC에 따르면 FIFA는 오는 2034년 개최지 선정 때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만 유치 신청 받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월드컵이 2026년부터 48개국으로 참가국이 확대되고 총 경기 수가 100경기를 넘김에 따라 아시아에서도 5~6개국이 공동개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 등이 개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하은 기자월드컵 대륙 월드컵 공동개최국 월드컵 개최지 월드컵 유치

2023-10-04

[열린광장] 급속히 변화하는 지구촌 모습

몇 달 전 ‘인사이더 (INSIDER)’라는 잡지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아프리카 대륙 서쪽에 위치한 나이지리아는 면적이 텍사스보다 약간 큰 나라다. 이 나라는  27년 후인 2050년이 되면 미국 전체 인구와 맞먹는 인구 대국으로 변할 것이다. 이는 아프리카 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서 무서운 속도로 인구가 팽창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세계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으며, 인도의 인구수가 중국을 추월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반면 한국처럼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국가들도 있다. 산업 대국인 중국, 일본, 독일, 미국 등도 70여년 후인, 2100년이 되면 인구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물론 모두 현재 상황을 토대로 이뤄진 예측이기 때문에 100% 확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인구 팽창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국민 건강 수준 향상과 관계가 깊다. 건강 수준이 개선되면서 아동 사망률이 대폭 낮아졌다는 것이다. 건강한 젊은이들의 숫자가 국가 보조를 받는 노인들의 숫자보다 많아지면서 국가의 의료비용 부담도 줄었다.  산업 활동 인구가 많아진 것도 국가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 현시점에서 노인 부양 비용은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주민 건강 수준이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노령인구 비율은 감소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인구 증가로 인한 장점과 함께 이에 대한 국가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급증하는 국민 의료 수요에 대비해야 하고, 젊은이들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교육과 함께 취업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은 나이지리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에 수십 년 내에 현대문명의  물결이 도입되면서, 인구 구성의 변화와 함께 지구촌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을 ‘잠자는 사자’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시 서구인들은 중국이라는 나라가 크기는 물론 서양문명에 뒤지지 않는 수 천 년의 역사와 문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동시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문명에 대한 경계심도 느꼈을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느낌을 ‘잠자는 사자’라는 말로 표현했을 것이다. 이 ‘잠자는 사자’가 잠을 깨어서 지금의 경제 대국이 된 것이다.     21세기도  4분의 1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수천 년 동안 잠을 자고 있었던 사자들이 속속 깨어나고 있다. 바로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제 전 세계에서 아직도 ‘잠자는 사자’는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에 대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또 개인적으로도 후회가 적은 삶이 되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열린광장 지구촌 변화 아프리카 대륙 현재 세계인구 노령인구 비율

2023-09-12

[열린광장]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

지난 7월 4일, 독립 기념일에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풀러튼의 랄프스 클락 팍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독립 기념 축하 행사가 있었다. 주최자는 매일 아침 이곳에 삼삼오오 모여 함께 운동을 하는 사람들. 무슨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수년 동안 자발적으로 모여 운동을 한 사람들이다. 단체 체조 시간에는 주변의 타인종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곤 한다.    이날은 체조가 끝난 후 바로 독립 기념일 축하 행사를 했다. 미국 국기에 대한 경례로 시작된 기념식에서 미국을 위한 기도는 6·25 참전 용사인 은퇴 목사가, 기도는 6·25에 참전했던 미군의 부인이 맡았다.    기념식 내내 성조기가 게양됐고 한 운동 멤버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미국 국가도 함께 불렀다. 미국 국가의 가사는 법률가이자 시인이었던 프랜시스 스콧 키가 독립전쟁 당시 볼티모어 근교에서 벌어졌던 ‘멕헨리 요새 전투’ 현장을 목격하고 지은 것이다. 그는 거대한 영국 군함들이 밤새 퍼부은 함포 사격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새벽까지 멕헨리 요새에서 휘날리는 미국 국기를 보고 감격해 ‘멕헨리 요새의 방어전’이란 시를 지었고, 그 시가 가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곡은 당시 영국에서 널리 불리던 ‘천국의 아나크레온에게’이라는 노래다. 1931년 미국 국가로 공식 지정된 이 노래는 언제 들어도 마음 깊이 울림을 준다.   미국은 독립 당시 13개 주였으나 이후 전쟁과 협상을 통해 지금의 50개 주,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됐다.     사회자는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사용하여 미국이 그동안 세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음을 설명했고, 특히 6·25 한국 전쟁 때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켰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메리카 대륙은 1492년 콜럼버스가 처음 발견했다. 그는 스페인 왕실의 후원으로 여러 번 이곳을 다녀갔으나 죽을 때까지 인도인 줄 알았다. 그 후 이탈리아 항해가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1503년 항해 중 바람 때문에 지금의 브라질 북부에 도착했다. 그는 도착한 곳이 인도가 아니고 신대륙임을 인지하고 세계에 신대륙 발견을 공표하였다.   4년 뒤 독일인이 세계지도를 제작하면서 신대륙을 아메리카로 부르자고 제안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렇게 브라질 북부에서 시작된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계속 새로운 땅이 발견되면서 확장됐다.   기념식은 여러 사람이 준비해 온 조찬행사로 이어졌다. 타인종 참석자들은 푸짐한 음식에 감사했다. 이렇게 일상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이해와 공감의 폭도 넓어질 것 같아  그날 행사가 더 귀하게 생각됐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의미 행사 신대륙 발견 그날 행사 아메리카 대륙

2023-07-1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떠나면 당신도 청춘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인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착각이다. 장소가 바뀌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새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전과 같지만 어딘지 예전과는 다르다." 한수희 수필집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중에서>     한수희 작가는 또한 낯선 곳에서의 고독을 견디며 용기를 얻을 것이고 그 용기 끝에 편안함을 찾을 것이며 고향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가 가진 것들을 돌아볼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썼다.     유럽도 좋고, 아프리카도 좋지만 정작 미국에 살면서도 대륙 횡단이나 대륙 종단을 다녀온 이들이 주변에 그리 많지 않다. 젊을 때는 일하느라 바빠서, 애들 키우느라 정신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나이가 들어서는 몸이 아파서, 멀리 떠나기 겁이 나서… 여행을 다음으로 미룰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시간과 돈이 남아돌아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 7년 전 가출한 반려묘는 2400km를 종단해 가족의 품에 돌아갔고 대한민국 독도협회 학생들은 시애틀에서 앤세나다까지 자전거로 4000km를 이동했다. 배종훈 씨는 미국을 대륙 횡단하고 싶다는, 근육이 경직되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아들의 꿈을 위해 휠체어를 밀고 아들과 달리고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고 행동하기 나름이다. 여행에 필요한 단 한 가지는 어쩌면 용기가 아닐까. 물론, 한반도의 45배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미국 땅을 홀로 종횡단 하려면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일단 장거리 여행인만큼 운전이 부담되고 코스, 호텔, 식사를 직접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럴 때는 여행사의 패키지 투어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널찍한 리무진버스에 몸을 누이고 그저 여유롭게 솔뱅~토말레스베이~레드우드~크레이터 레이크~포틀랜드~시애틀~월래스~헬레나~보즈먼~버팔로~크레이지 호스~마운틴 러쉬모어~수폴스~라크로스~매디슨~시카고~사우스밴드~클리브랜드~나이아가라 폭포~오타와~퀘백~몬트리올 등 대륙의 명소들을 여행하면 된다.   여행 기간은 총 17일. 이렇게 여행하면 일반적인 대륙횡단 코스로는 갈 수 없던 시애틀의 레이니어 국립공원, 크레이터 레이크, 시애틀, 포틀랜드 등 미국 종단까지 가능하고 인근한 캐나다의 토론토, 몬트리올, 퀘백 3대 도시도 한 번에 여행할 수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절경을 헬리콥터를 타고 감상하면 폭포 주변에 피어나는 무지개와 구름까지 바로 옆에서 스치듯 구경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대륙 종횡단을 마쳤다면 지구라는 책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미국 챕터를 정독한 셈이 된다. 또한 좋은 책은 두 번, 세 번 정독하듯 첫 대륙횡단으로는 보이지 않던 더 큰 감동을 대륙 종횡단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청춘 종횡단 대륙횡단 코스 대륙 종횡단 장거리 여행인

2023-03-23

[US아주투어] 미 대륙 종횡단 "더 이상의 미국 여행은 없다"

한인 관광사 최초의 미 대륙 종횡단 상품이 나왔다.   'US아주투어(대표 박평식)'는 '미 대륙 종횡단+캐나다 동부(16박 17일)' 상품을 새롭게 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미 대륙 종횡단+캐나다 동부 여행상품은 미 대륙 종횡단 및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 등 캐나다 동부 3대 도시를 16박 17일 동안 투어하는 일정으로 꾸려졌다.     특별히 US아주투어의 미 대륙 종횡단+캐나다 동부 상품은 크레이터 레이크 레드우드와 레이니어 국립공원 시애틀 포틀랜드에 이르는 최초의 종단 일정으로 각별한 관심을 끈다.     이와 함께 나이아가라 폭포 헬리콥터 투어와 안개숙녀호 스카이론 타워 우주의 중심 월래스 마을 등의 일정으로 차별화를 이뤘다.   또한 2022년형 32인승 VVIP 버스가 투입되어 더욱 편안하고 쾌적한 여행길을 책임지며 나이아가라 폭포 뷰 호텔 등 5성급 호텔로 품격을 높인 것도 강점이다.   출발일은 5월 31일(수)이다. 8499달러+항공료 요금에 전 일정 모든 입장료와 옵션 서비스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박평식 대표는 "지금까지 갈 수 없었던 시애틀의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비롯해 종단 일정이 추가된 만큼 미국 여행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나이아가라 폭포의 절경을 새보다 높이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특전도 자랑할만하다. 맑은 날에는 폭포 주변에 피어나는 무지개와 구름까지 바로 옆에서 스치듯 구경할 수 있어 완전히 다른 쾌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행 지역은 솔뱅~토말레스베이~레드우드~크레이터 레이크~포틀랜드~시애틀~월래스~헬레나~보즈먼~버팔로~크레이지 호스~마운틴 러쉬모어~수폴스~라크로스~매디슨~시카고~사우스밴드~클리브랜드~나이아가라 폭포~오타와~퀘벡~몬트리올~LAX를 모두 커버한다.   박 대표는 "계묘년을 맞아 미 대륙을 종횡단 하는 상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 많은 분들이 인생의 버킷리스트로 삼는 대륙 횡단에 대륙 종단 캐나다 동부까지 추가되었다. 5월 US아주투어와 함께 평생 잊지 못할 대륙 종횡단 여행에 나설 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US아주투어의 미 대륙 종횡단+캐나다 동부 상품에 관한 예약 및 내용 문의는 전화로 하면 된다.   ▶문의: (213)388-4000     ▶주소: 833 S. Western Avenue           35-A Los Angeles   ▶웹사이트: usajutour.comUS아주투어 미국 종횡단 대륙 종횡단 대륙 종단 대륙 횡단

2023-02-16

미래관광 대륙횡단 설명회…내달 2일 출발…20박 21일

미래 관광이 대륙 횡단 코스 설명회를 한다.   이 상품은 오는 8월 22일(월)에 출발해 20박 21일 동안 미 대륙을 횡단하는 패키지로 가이드, 드라이버 팁, 옵션 비용 포함 1인 당 8500달러다. 미국의 100개 넘는 명소, 주립 공원 6개, 국립 공원 17개, 25개 주, 70개의 중요 도시를 돌아 보는 코스로  대륙 횡단 18회 경험이 있는 여행 전문가 지미 김이 설계했다.     온천과 크루즈도 포함 돼 있다. 미래 관광은 대륙 횡단 패키지를 고객들에게 자세히 알리기 위한 설명회를 오는 21일 오후 2시 30분에 JJ 그랜드 호텔에서 주최한다.     다른 대륙 횡단 패키지와 달리 미래 관광 패키지는 미 대륙의 북쪽과 중앙, 남쪽을 모두 지나가는 대륙의 중앙을 대각선으로 횡단하는 코스다.     개인 여행시 기본 24박 25일이 걸리는 코스를 전문가이드와 드라이버의 동행하에 가장 효율적으로 20박 21일로 가능하게 한 것이 이 패키지의 장점 중 하나다. 인디언들의 성지 모뉴멘트밸리,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아치스의 꿈길, 장엄한 러쉬모어 마운틴과 크레이지 호스, 시간이 정지된듯한 미시시피강, 시카고의 건축물과 바다 같은 오대호가 이 패키지에 포함돼 있다.대륙 횡단 설명회에서는 미래 관광의 유럽 관광도 소개될 예정이다.   ▶문의: (213)385- 1000미래관광 대륙횡단 미래관광 대륙횡단 대륙 횡단 미래 관광

2022-07-07

[J네트워크] 빙하

빙하(氷河)는 수천 년의 세월과 자연이 만들어낸 보석이다. 녹는 속도보다 빠르게 쌓인 눈이 오랜 시간 집적되며 얼음층으로 발달한다.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를 덮은 대륙 빙하는 그 두께가 평균 2000m에 이른다. 123층 잠실 롯데타워(555m)의 4배 정도 되는 초고층 얼음층이다. 산악 빙하 틈으로 엿보이는 하늘색의 청명한 얼음 빛깔에선 신비감이 느껴진다.   중력 때문에 매일 몇 m씩 흘러 ‘얼음강’이라는 뜻을 가진 빙하는, 그 자체로 담수 자원의 보고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구에 존재하는 담수의 68% 이상은 빙하에서 발견된다. 30%는 지하수로 존재하고, 겨우 0.3% 정도만 호수나 강·늪지 같은 지표수로 나타난다.     알프스·히말라야 등 산악 지역 인근 국가에서는 지금도 설선(만년설의 고도 하한선) 아래로 빙하가 흘러 녹아내린 물에 식수 등을 의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유실되고 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00년에 걸쳐 생성된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의 빙하가 최근 25년 사이에 급격히 유실되면서, 네팔 관광청은 쿰부 빙하에 있는 산악 베이스캠프(5364m)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등반가들이 베이스캠프에서 잠자는 동안 크레바스(빙하 표면에 생긴 깊은 틈) 수가 많아지고 있다고 증언하는 등 안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빙하 유실로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미래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북극곰은 해빙(海氷)을 타고 바다 멀리 나가 사냥하는 게 일반적인 습성이다. 특이하게도 그린란드 남동부에서는 해안가 근처에서만 머무르며 고립된 생활을 하는 북극곰들이 최근 발견됐다. 크기가 작았고, 새끼도 적게 낳는 등 유전적·신체적 차이가 있었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는 해빙이 더 줄어들면 다른 지역 북극곰도 이들처럼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돌로미티산맥 최고봉 마르몰라다산(3343m)의 빙하가 붕괴했다. 7명이 숨지고 14명이 실종됐다. 빙하 규모가 1954년 9500만㎥에서 최근 1400만㎥로 85%가량 급감했다는 경고(이탈리아 파두아대)가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참사로 이어질지는 몰랐던 것 같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이 관념적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J네트워크 빙하 산악 빙하 빙하 유실 대륙 빙하

2022-07-05

[수필] 우리들의 데미안

“행복이라는 방안에서   창살 틈으로 빠져나가   버린 희망의 빛을   되찾으려고 방황했을까”   남극을 다녀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을 법한 헤르만 헤세가 쓴 책 ‘데미안’을 찾는 것이었다. 남극에서 보았던 알바트로스(신천옹·信天翁)라는 새 때문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10대로 들어서면서 어렸을 때 그에게 주어졌던 밝고 정돈되고 규칙적이고 도덕적인 환경과 관념에서 벗어나 반대되는 삶의 이면을 스스로 경험하게 되면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핵심이 되는 친구 데미안, 알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새, 그 새가 알바트로스라고 나는 착각하고 있었다.   이 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우선 독수리, 참새, 까치, 까마귀, 벌새 정도밖에 모르는 나의 무식을 고백해야 한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앓고 있었고 여정도 쉽지 않았지만 알바트로스라는 새를 볼 수 있고, 알게 된 것은 더 없는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극 동물인 몇 종류의 펭귄을 보았고, 몰랐던 자연을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빼 놓을 수는 없다.     남극 대륙(Antarctica)은 여행객을 태운 비행기나 자동차가 갈 수 없다. 바닷바람과 파도에 맞설 수 있는 큰 배로 가야 한다. 크루즈 배는 보통 오스트레일리아나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출발한다. 우리 부부는 비행기로 LA를 떠나 마이애미를 경유해 아르헨티나의 최남단 도시인 우수아이아에서 크루즈에 승선했다.     남극(South Pole)을 중심으로 형성된 막대한 얼음덩어리인 남극 대륙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 주인이 없고 군대가 없는 비무장지대(DMZ)이다. 기온은 화씨로 영하 15도에서 영하 80도에 이르고 4월부터 8월까지는 해를 볼 수 없다. 내가 갔던 3월은 이상기후였는지 온화한 한국의 겨울 날씨처럼 섭씨 0도를 오르내렸다. 1년 중 이때쯤에 바다 얼음이 어느 정도 녹아서 깨어져, 큰 크루즈 배로 조각난 얼음을 헤치면서 항해할 수 있다. 크루즈 배는 얼음 해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하고, 해변에 갈 때는 조디악 고무배를 이용한다.     지구의 ‘일곱번째 대륙’인 남극 대륙은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얼음산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워낙 거대해 바다에 떠서 머무는 얼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해상에 떠 있는 부분은 빙산의 일부, 빙판 또는 얇은 얼음 쉬트였고, 수면 아래에 빙산의 큰 몸이 잠겨 있었다. 1년 전 얼음산에서 떨어져 나온 A-76이라고 이름 붙여진 빙산은 자그마치 맨해튼의 80배 크기로, 길이 105마일에 너비가 15.5마일이라고 한다.(참고로 작년 이전까지 가장 컸던 빙산의 이름은 B-15) 빙산의 색깔은 소금 농도에 따라 흰색, 엷은 하늘색, 진한 하늘색 등으로 다양하다.   이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고 단기간 머무는 연구 과학자들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에 의해 길든 개, 소, 말, 고양이 같은 동물들은 없고 펭귄, 물개, 바다사자, 이빨 고래, 바다 새들이 살고 있다. 여러 종류의 새 중에 내가 데미안이 스케치하던 ‘새’라고 착각했던 알바트로스는 여러 면에서 특이했다. 편 날개 길이(익폭)는 평균 11피트로, 세상에서 제일 크고, 대서양만 빼고 모든 대양 위를 나르며 창공 어느 정도 높이에 다다르면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고 떠 있을 수 있어 날개를 펄럭이지 않고 여러 시간 동안 날 수 있다고 한다. 남극해를 1년에 세 바퀴 돌고(7만5000마일) 평균수명이 50년 이상이며 일부일처의 습성을 가진 특이한 새가 멸종 위기라니 염려되고 슬프다.     알바트로스 새를 데미안 책에서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결국 책을 다시 읽게 됐다. 다시 읽으니 좋았다. 내가 이번에 느낀 헤세는 많이 평범하고, 또 많이 비범한 인성의 소유자였다는 점이었다. 우리 모두가 겪는 외로움, 공포, 열등감과 이를 잊기 위해 애쓰는 우리들의 어설픈 허세나 회피 과정을 정신학자처럼 잘 표현했다. 목사가 되려고 신학교에 입학했다가 퇴교했던 헤세는 그의 신이 조물주였음을 부인하는 것까지도 매끄럽게 잘 표현했다.   알껍데기를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새의 모습은 대문 앞쪽, 길을 접한 곳에 있는 현관 입구, 여기에 세워진 돌로 된 아치, 아치 중간 지점 바로 위쪽 벽에 붙어있는 오래된 문장(紋章)에 조각되어 있었고, 이는 덧칠한 페인트에 가려서 형태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 바로 이 새를 나는 찾아내야 했다. 그 새는 알바트로스가 아닌 매(sparrow hawk)였다. 이론적으로도 헤세가 살았던 유럽, 대서양으로 알바트로스가 날아간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이, 문장(紋章)의 새, 데미안의 의식과 영(靈)을 뜻하는 새가 알바트로스가 아닌 매라는 것을 반증했다.     다시 읽은 데미안 책은 36년 전에 2달러95센트의 값이 매겨진 반탐북(Bantam Book) 회사가 출판한 것으로 종이는 누렇게 변했고 책 커버는 너덜너덜했다. 지금 다시 들여다보니 영역본 33판이었다. 토머스 만이 1947년 4월에 쓴 소개문으로 영역본은 시작된다.     큰아이가 제일 앞장 빈칸에 나의 이름 ‘Monica C. Ryoo’라고 첫 줄에, 그리고 6/86이라고 그 밑줄에 써 놓았다. 딸은 그때 11살이었을 게다. 멋 부려서 쓴 딸의 글씨체가 좀 낯설다. 지금 40대 중반을 넘어선 그 애는 멋 부린 글씨를 쓰지 않는다. 그 애의 글씨는 아주 작고,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 바빠서, 성격이 소심하게 바뀌어서, 완벽주의자가 되어서 글씨체가 변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위의 모든 것’ 아니면 ‘위의 아무것도 아님’이 정답일까?   딸의 사춘기, 청춘기가 데미안과 싱클레어, 지나간 전 세대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때로는 우울하고 외롭고 그래서 혼란스럽고 아프고,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방안에서 창살 틈으로 빠져나가 버린 희망의 빛을 되찾으려고 방황했을까.     방황의 광야는 어떠했을까. 희망의 빛은 방에서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광야를 지나 되돌아 왔을 때 알게 되었기를 바란다.   남극을 떠나 쉬지 않고 지구를 돌다가 다시 남극으로 돌아가는 알바트로스가 되지 않아도 된다. 매서운 눈으로 세상을 주시하는 매가 아니어도 된다. 위험이 주위를 둘러쌀 때, 악이 무섭게 달려들 때, 우리는 친구를 부르면 된다. 우리는 우리 속 깊은 곳에 친구가 함께함을 알게 될 것이다. 딸과 우리들의 데미안은 누구인가? 전월화(류 모니카) / 수필가수필 데미안 친구 데미안 얼음덩어리인 남극 남극 대륙

2022-06-02

[기고] ‘시간의 다리’를 건너며

 ‘오늘’은 어제에서 내일로 연결해 주는 ‘다리(Time Bridge)’이다. 어제는 역사의 다리를 건너 왔고, 오늘은 선물 받은 다리를 건너가는 중이며, 내일은 어떤 다리를 건널지 알 수 없다.     영원으로 흐르는 강물 위에 놓인 ‘시간의 다리’, 그 위를 달리는 열차 ‘2021호’에 탑승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번째 마지막 역을 지났다. 다음 역은 ‘2022호’열차가 기다리는 환승역이다.     환승역은 늘 긴장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곳이다. 갈아 타야 할 공간과 시간을 확인해야 하고, 함께 여행할 승객과 환경이 낯설고 새롭기 때문이다.     환승역은 채널과 채널이 교차하고, 사람과 사람이 교차하고, 세상의 모든 정보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메리카 땅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은 1만2000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빙하시대에 해수면이 낮았을 때 베링 해협은 즉 동시베리아와 서알래스카 사이는 얼음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연이 만든 육교(陸橋: Bering Land Bridge)였고, 이 육교로 이동했던 동물들의 흔적이 종종 발견된다.   동아시아의 몽골 제국은 대부분 유목민이었다. 이들은 먹잇감(동물사냥)을 따라 이동하다가 이 육교를 건넜고 아메리카 땅의 원주민이 됐다.     이들을 ‘팔레오 인디언(Paleo-Indian)’이라 부른다. ‘Paleo’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고대(Old)라는 뜻이며, ‘Indian’은 인도인을 뜻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불렀지만, 사실은 우리와 조상이 같은 몽고반점이 있는 몽골리안이다.     ‘베링 육교’를 다른 이름으로 ‘베링기어(Beringia)’라고도 부른다. 덴마크 출신의 항해사이자 탐험가인 ‘비투스 베링(Vitus Bering)’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베링기어는 빙하시대에만 존재했던 과거의 다리였고 지금은 전설로 남은 다리인 셈이다.     베링 해협은 폭 85km, 수심 30~50m 로 태평양과 북해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다. 날짜변경선이 해협 중앙에 수직으로 그어져서, 동방과 서방의 시간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타임 브리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와 마린 카운티을 잇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인간이 만든 금세기 가장 위대한 다리라면 ‘베링기어’는 신이 만든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가장 위대한 다리였을 것이다.       새해가 가까워지면 누구나 꿈과 목표를 세운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목표를 향해 브리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다리를 건설하며 그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를 건설해 가는 과정이 곧 삶이다.     인생은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산다. 내일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늘의 다리를 건설한다.   교량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에겐 기본 철학이 있다. 그것은 “최악의 조건에 대비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Plan for the worst, hope for the best)”는 철칙이다. 최악의 재난이 닥쳐도 기초를 튼튼한 설계로 건설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과거에 자신이 걸어 온 경험과 지식을 자랑하며 산다. 젊은 세대의 생각과 방식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고집과 자기 도취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너와 나, 그들과 우리, 구세대와 신세대간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세대간의, 이념간의, 인종간의 단절된 벽을 허물고, 불통을 소통으로 뚫어주는 ‘관계의 다리’가 절실하다.   ‘2022호’ 열차가 기다리는 환승역이 가까워 온다. 내리기 전 주변 정리 정돈을 깨끗이 할 때가 됐다. 옷도 여미고, 가방, 백신접종 증명서, 여권과 승차권도 챙겨야 한다.  ‘2022호’ 새 열차에서는 이웃과 더 친밀한 관계를 건설하며 ‘시간의 다리’를 건너야겠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기고 시간 다리 베링 육교 아메리카 대륙 베링 해협

2021-12-15

아메리카에 정착한 청교도들의 감사 축제

추수감사절이다. 영어로는 생스기빙 데이(Thanksgiving Day)다.     크리스마스와 마찬가지로 추수감사절도 개신교(크리스찬) 할러데이다. 구약 성경의 맥추절(the Feast of Harvest)이 추수감사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맥추절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 밀(wheat) 추수가 끝날 무렵 우량품들을 하나님께 먼저 바치는 추수 감사제였다.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주 목요일이지만 추수감사주일은 11월 셋째주 일요일이다. 이날은 북미 대륙을 개척한 청교도들(Pilgrims)에게 감사의 마음을 되새기는 날이다. 청교도들은 영국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지의 북미 대륙으로 건너온 경건한 신앙인들이다.   청교도들이 북미로 오게 된 역사적 배경은 영국 헨리 8세와 제임스 1세 찰스 1세 때 이어진 종교 박해였다. 순례자의 조상들(Pilgrim's Fathers)이라 불리는 영국 청교도들은 1600년대 초기부터 대서양을 건너 미 대륙으로 이주했다. 이중 102명의 청교도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미 대륙으로 향했다.     영국 남해안 플리머스(Plymouth) 항구에서 1620년 8월 5일 스피드웰(Speedwell)과 메이플라워(Mayflower)호를 타고 미 대륙을 향해 항해했다. 그러나 항해 초반부터 배가 고장나 물이 새면서 귀항했다. 한 달 뒤인 9월 6일 결국 메이플라워호만 25명의 선원과 102명의 청교도가 승선해 미국 동해(대서양) 중부지방 버지니아를 목적지로 삼고 다시 출발했다.     남자 78명과 여자 24명 전체 102명이 출발해 항해 도중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태어났다. 그해 11월 11일 버지니아 대신 동북부 매사추세츠 케이퍼 카드(Cape Cod) 해안가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5일간 주위를 답사한 후 11월 16일 플리머스에 정착했다. 63일간 3400마일의 항해. 위험천만한 도전 끝에 닻을 내렸다.     영국을 떠날 때 항구 이름을 따라 이곳을 플리머스라 명명했다.   미국 동해안은 항상 북서풍이 분다. 때문에 남쪽 버지니아로 가려던 배가 북쪽 매사추세츠에 도달했다. 이들의 신앙심은 대단했다. 토요일에 도착했고 길고도 위험한 항해를 거쳤음에도 주일을 배 안에서 보냈다.     항해하는 동안 찬송가가 울려퍼졌다. 이들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대부분 시편을 찬송으로 불렀다. 주일은 모두가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했다."   청교도 개척자들은 무사히 신대륙에 도착했지만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월 중순 도착한 이들은 강풍과 눈보라 치는 혹독한 추위 질병과 식량 부족 원주민들의 냉대 들짐승들의 위험과 싸워야 했다.     이때 이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겪었는지 숫자가 말해준다. 1620년~1621년 겨울 2~3개월  동안 102명 청교도 중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1~2월의 혹독한 겨울에는 하루에 2-3명씩 사망했다. 생존자는 50명에 불과했다. 이들 대다수도 지치고 건강이 쇠약해져 질병으로 신음했다.     이런 와중에 땔감을 마련하고 침실을 만들고 병자들을 간호하며 병자들과 노약자들의 옷을 빨아입히고 칠면조와 사슴 등을 사냥하여 고기를 조달하는 청교도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래도 따스한 봄날은 왔다.     청교도들은 땅을 개간하고 씨를 뿌리고 가꾸었다. 그해 가을 기대 이상의 추수를 했다.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에게 감사하며 찬양했다. 엄동설한에 황무지에서 살아남은 것은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는 이들의 믿음이다. 미 대륙 개척자들로 삼아주신 것에 대해 하나님 앞에 감사드렸다.   청교도들은 북아메리카로 건너 온 이듬해인 1661년 가을부터 하나님께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렸다.   추수한 첫 곡식과 채소 중 최고 우량품들을 처음 익은 열매로 하나님께 바쳤다. "우리는 대서양을 건너와 여러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첫 열매를 드리나이다." 그들은 기도했다.     청교도들은 첫 추수감사절 첫날인 주일에 온종일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찬송가를 불렀다. 둘째날에는 칠면조 요리 감자 옥수수 요리 등을 만들어 서로 나눠먹었다. 셋째날에는 인디언 추장 마싸소이트 등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친교했다.   90명의 원주민 인디언은 칠면조 구운 요리와 호박파이를 가져와 친교했다. 바로 추수감사절의 시초다. 이것이 유래가 돼 추수감사절에는 칠면조 고기와 호박 파이를 먹는 전통이 세워졌다.   청교도들은 통나무들을 잘라 먼저 교회를 지었다. 이어 학교를 지은 뒤 자신들의 집을 지었다. 철저한 주일 성수 십일조 경건생활을 했다.   1623년 정착지 플리머스 책임 행정관 윌리엄 브래드포드는 추수감사절을 공식 선언했다. 1789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국가 기념일로 선포했다.     추수감사절은 지역마다 날짜가 제각각이었으나 1863년 16대 대통령이자 최초의 공화당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에 의해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통일됐다. 원용석 기자아메리카 청교도 청교도 개척자들 북미 대륙 남해안 플리머스

2021-11-18

[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아메리카 원주민(1)

미국은 13년 전 오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아메리카 원주민 유산의 날’(The Native American Heritage Day)로 제정하였다. 특히 공립 초•중학교가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 업적에 중점을 둔 교육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를 향상시키도록 하였다.   금년은 다음 주 11월 26일이다. 그러나 매번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 모든 상점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의 날’이 겹치는 이날에 아직도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상술로 계속 상점에서 대폭 할인행사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아마 많은 유학생들은 경험하였음직하다. 이날은 새벽, 아니 그 전날 추수감사절 음식을 먹자마자 전자제품을 파는 대형 상점 앞에 미국인들과 함께 텐트를 친 기억이 날 것이다. 미국은 바로 이날이 젊은이들에게는 광란의 날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 이날은 탐욕으로 얼룩진 공격적 자본주의에 의한 계속된 식민주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는 약 1만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베리아 동쪽에 살던 사람들이 현재 알래스카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주해 살기 시작했다. 대부분 몽고인으로 추정되는 이 초기 이주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최초의 아메리카인이다.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대륙의 인구는 학자들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천만명부터 인류학자인 헨리 도빈스(Henry Dobyns)은 심지어 1억 명까지 살았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하여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기 전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문명사회를 이루고 살았으며 특히 남아메리카는 더욱 그러하였다.   북아메리카는 부족들 상당수가 공통적 언어 기원으로 느슨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캐나다에서 버지니아에 이르는 대서양 연안을 따라 살던 알곤 퀸(Algonquin) 부족, 현재 뉴욕 북부가 중심이던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 동부 연안 최남단 지역의 부족들로 이루어진 무스코비안(Muskogean) 부족이 이 언어 군으로 가장 큰 집단을 구성하고 있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극동인 한국에까지 영향이 미칠 정도로 지구 전체에 대변혁을 불러왔다. 따라서 세계사는 약 500년 전부터를 신 세계사로 불릴 정도로 전혀 다른 문명과 혼란의 연속을 가져왔다. 유럽 국가들이 해양을 통해 동쪽을 향한 극동 지역까지의 진출 시작과 더불어 서쪽을 향한 아메리카의 진출은 오늘날의 세계 각국의 모습과 충격적인 문명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미국은 1776년 독립을 하였지만 독립 당시와 그 후의 역사는 그야말로 처절한 전쟁의 역사였다. 전쟁 당사국은 현재의 미국이 된 당시 영국의 식민지 연합과 그들을 통치하던 대영제국, 그리고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마지막으로 유럽이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 모두 6개국이 온통 어울려 때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이합집산 식으로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편을 갈라 북아메리카에서 유럽보다 더 기름진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그 가운데 인디언은 물론 단일 국가가 아니라 부족 체제였지만 자기 영토 내에 백인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어떤 부족은 영국과 한편으로, 어떤 부족은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또는 스페인과 한편으로 동맹을 맺어 당시 유럽에서 건너온 백인 정착민들과 전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미국은 이 아수라장 같은 전쟁에서 승리하여 1776년 독립을 기점으로 명칭이 United Colonies(연합 식민지)에서 현재의 United States(연합 정부)로 바뀌었다. (hanprise@gmail.com)  (계속) 한홍기한홍기의 시카고 에세이 아메리카 원주민 아메리카 원주민 아메리카 대륙 역사 업적

2021-11-18

사계절 온화한 태평양 '서핑의 메카'

북미를 3년 넘게 구석구석 다니고 있다. 도시를 지나지만 번잡하지 않은 시골에 머무른다. 자연은 안식과 심연의 나를 바라보게 한다. 넓은 북미대륙의 자연풍경은 동서를 가르는 로키산맥을 기준으로 확연히 틀린 경치가 펼쳐진다. 로키산맥 동쪽으로는 대평원이 펼쳐지고 특징없는 잔잔한 산들과 남쪽으로는 대지가 이어진다. 동부를 끼고 있는 대서양 바다는 냉냉하고 밋밋하다. 반면 안개에 쌓인 태평양 바닷가는 아련해 동양화 화폭같이 아름답다. 서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이로운 풍경이 장관이지만 동부는 신대륙 개척과 오늘의 미국을 일궈낸 역사가 볼거리다. 많은 민족들이 이민와 섞여사는 미국의 도시와 마을은 개성이 뚜렷하다. 서해안은 동해안보다 개척이 늦고 정착한 다양한 민족과 날씨의 영향으로 동부와는 문화의 차이가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스페인 식민지였고 멕시코의 영토였기에 서해안의 남서쪽 지역은 히스패닉 문화가 강하다. 서해안 도시는 인구가 많은데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집중해서 살고 있다.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과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타운이 유명한 문화 중심지이다. 서해안은 또한 미국 내 녹색 도시의 비율이 비례적으로 높아 자전거 타기 및 유기농 농사와 같은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프랑스 작가 기욤 페이는 캘리포니아와 유럽을 비교하면서 캘리포니아는 "비정통성, 히스테리컬 한 땅(지진), 동서문화의 조화의 장소, 끊임없는 소용돌이의 현장, 끊임없는 유행의 리듬을 이어가는 곳"이라고 했다. 태평양 북서부, 포틀랜드와 시애틀은 모두 세계의 커피 수도로 간주된다. 스타벅스는 시애틀에서 시작 되었지만, 두 도시는 소규모 커피 로스터와 독립 커피숍으로 유명하다. 북서부의 문화는 특히 바다, 숲, 산과 비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이런 영향은 많은 양질의 도서관과 서점(Powell's Books와 Seattle Central Library )과 "친환경적 환경과 영혼"을 가지고 있게 했다. 태평양 해안가 도시와 마을들은 다양한 개성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70마일 정도 남쪽으로 내려오면 몬트레이만 북쪽에 아름다운 해안도시 샌타크루즈가 나온다. 1760년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신성한 십자가'라는 의미의 샌타크루즈라고 지명이 붙여진 곳이다. 샌타크루즈는 사계절 온화해 겨울에도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미본토에서 처음으로 서핑의 역사가 시작된 서핑의 성지이다. 1885년 3명의 하와이 왕자 형제인 조나 (Jonah), 데이비드 (David)와 에드워드 카와나나코아(Edward Kawananakoa))가 고향의 바다를 그리워하며 서핑을 하다 서핑을 전수했다. 이후 하와이 출신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이며 전설적인 서핑 선수인 듀크 카하나모쿠가 샌타크루즈에 정착하며 서핑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백 년 전에는 세계 최초의 서핑박물관(Santa Cruz Surfing Museum)이 해안가 등대 1층에 세워져 서핑의 메카가 되었다. 박물관에는 카하나모쿠가 만든 최초 서핑 클럽의 역사도 볼 수 있다. 1963년 비치보이스(Beach Boys)가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한 경쾌한 리듬의 'Surfin' USA'. 노래 가사에도 샌타크루즈가 나온다. 샌타크루즈는 1927년에 현지 신문이 그 별명을 지은 후 "서프 시티(Surf City)"라는 별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샌타크루즈는 서핑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면서 샌타크루즈 비치 보드워크(Santa Cruz Beach Boardwalk)가 생기고 도시가 유원지화 됐다. 또 이곳은 고래들의 이동 통로여서 대왕고래, 귀신고래, 흑고래 등 다양한 고래를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샌타쿠르즈 해안에는 파도의 높이에 따라 자기 실력에 맞게 파도타기를 즐기는데 서핑 박물관 앞 해안가 포인트 샌타크루즈(Point Santa Cruz)가 서퍼들을 관람할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다. 높은 파도를 가르며 공중 회전을 돌고 점프를 하며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가는 서핑을 보노라면 마치 9회말 투아웃 만루 상황의 야구경기를 관전하듯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이 도는게 파도타기 관전이다. 알림=지난 3년여 동안 연재해 온 '신현식의 대륙탐방'이 이번 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애독해주신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2019-09-24

거칠지만 멋진 풍경…카우보이 영화 단골 촬영지

1610년 미 대륙에 영국인 이민자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초기 이민자들이 해안가에 마을을 만들고 농경지를 경작하며 정착에 성공했다. 이민자가 증가하자 내륙으로 땅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땅을 두고 아메리칸 인디언과 이주민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1620년부터 1890년 사이에 백인 정착민(white man)과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 사이의 정복 전쟁을 미국 인디언 전쟁(American Indian wars)이라고 한다. 1800년대에는 미국 인디언 전쟁이 대규모로 커졌으며 인종 청소, 학살 등으로 표출되었다. 1890년 12월 29일 큰발 추장(Big Foot)은 자신을 따르는 350여명의 수족 인디언들과 함께 운디드 니 크릭 근처의 라코타 족 파인 릿지 인디언 보호구역(Pine Ridge Indian Reservation)으로 이동했다. 제임스 포사이스(James William Forsyth)대령이 지휘하는 제7기병대 500여명이 항복한 인디언들을 무장해제하던 중 한 인디언이 저항했다. 포위하고 있던 미군들은 인디언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무기를 가지고 있던 인디언들은 반격을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비무장의 인디언들 까지 사살되었다. 이 사건으로 큰발 추장을 비롯 노인, 여자와 어린아이 146명이 사망하고 5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미군은 25명이 숨지고 39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건은 미국은 운디드 니 전투(Battle of Wounded Knee)라고 표현하고 인디언들은 학살(massacre)이라고 주장한다. 미군은 운디드 니 전투를 인디언과의 마지막 전투로 기록하고 있다. 이 사건은 대평원 평정의 대미를 장식했고 미대륙에 평화가 찾아왔다. 서부가 안정이 되고 미국은 넓은 국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나갔다. 미국은 부국이 되고 국민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겼다. 1872년 인디언 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윌리엄 프레데릭 코디(William Frederick Cody)가 버펄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Buffalo Bill's Wild West Show) 공연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1872년 시작한 와일드 웨스트 공연은 수백 명의 카우보이, 인디언, 기병대원들이 배우로 나와 서부 개척시대의 모습을 재연했다. 영화가 나오기 이전의 대규모 공연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세기 들어 토머스 에디슨 등 세기의 발명가들에 의해 영화 영사 장치가 발명되고 영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서부개척사는 극적이며 흥미진진해 무수한 서부극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인디언을 물리친 미국인의 개척정신을 그린 서부극은 1914년 '대열차 강도'를 시작으로 미국영화의 독점적인 장르로 발전해 나갔다. 서부극 전문 거물급 감독 존 포드의 '포장마차'(1939), '황야의 결투'(1946) 등이 유명하며 1952년 게리 쿠퍼가 주연한 '하이눈'이 서부극의 고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서부영화는 1960년대 들어 서부개척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기 시작했다. 인디언 학살을 반성하는 아서 펜 감독의 '작은 거인'(1970), '솔저 블루' 등의 서부극이 제작되기도 했다. 서부 영화에는 눈 덮인 산과 바위, 사막의 거칠지만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어울어진다.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 걸쳐 자리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 유타주 남동부의 모압(Moab), 와이오밍주 티턴 산맥(Teton Range), 유타주 캐나브(Kanab), 캘리포니아주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 등에서 촬영을 했다. 서부영화 제작자들은 1920년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북쪽으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Sierra Nevada mountain range)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론 파인(Lone Pine) 마을 주변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에서 400개 이상의 풍경을 찍었다. 지금도 이지역에서 영화와 자동차 광고를 촬영한다. 론 파인 휘트니 포털 로드(Whitney Portal Road)를 타고 서쪽으로 2마일 가량 이동하면 무비 로드(Movie Road)를 만나는데 영화를 찍었던 장소를 둘러볼 수 있고 마을에는 서부영화 박물관(Lone Pine Film History Museum)이 있다. 2006년 개장한 서부영화 박물관은 서부 영화 장르와 관련된 다양한 컬렉션을 수집, 보존 및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미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서부영화 박물관 중 하나인데 미국의 개척시대 역사도 엿볼 수있는 곳이다.

2019-09-17

강제수용된 일본계 11만 명의 흔적

에드거 케이시(Edgar Cayce)는 미국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사람, 20세기 최고의 예언자로 불린다. 그는 1929년 대공황을 예견했고, 1935년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고 일본이 함께 손잡고 세계2차대전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2차대전 이후 유대인의 이스라엘 탄생과 광우병, 소련 해체를 정확히 예언하는 등 인류의 운명에 관한 수많은 예언을 했다. 그리고 대량살상용 미사일이 LA를 겨냥해 극동지방에서 발사 된다고 예언 했다. 대량살상용 미사일이 LA를 겨냥해 북한에서 발사됐다. 미국의 강력해진 제재와 경제적 파탄, 선제공격 가능성으로 국가 존속의 절대절명 위기에 처한 북한이 미국에 선전포고도 없이 선제 공격을 한것이다. 그러나 미 본토에서 270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미국의 대공방어 미사일이 이를 요격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미국은 전시상태를 발령함과 동시에 LA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 흩어져 체류하는 한국인 영주권자, 학생, 주재원, 여행자에게 수일내 미국에서 강제출국할 것을 명령했다.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인 시민권자 한인들을 오지의 집단수용소에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 가상의 이야기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이민자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얘기다. 실제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약 11만명의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수용했다. 일본인들은 일찌기 하와이로 이민와 성공적으로 정착을 했고 1900년대 초에는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농업을 했다. 일본인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경제적으로 성공해 나갔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볼모가 된 일본계 미국인들은 전쟁과 무관한 선량한 미국시민들이었다. 같은 시기 적대 국가였던 독일계나 이탈리아계 미국인은 감시를 했을뿐 집단 강제수용은 하지 않았다.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수용한 것은 어떻게 보면 미국 백인에 의한 동양인 인종차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국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면 특정 민족이나 인종, 새로운 이민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박해한다. 미국 역사상 차별과 천대받은 대상들은 흑인노예, 미국원주민, 동양인이다. 미국은 1800년대 미시시피강 동쪽에 살던 인디언들을 오클라호마로 강제 이주시킨 전력이 있다. 지금도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인종차별적 정책과 발언을 스스럼없이 한다. LA를 출발해 캘리포니아 내륙을 종단하는 395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면 데스 밸리 서쪽입구 마을 론 파인(Lone Pine)이 나오고 16마일 더 올라가면 2차대전시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했던 지금은 국립사적지가 된 만자나 강제소용소가 나온다. 만자나는 LA와 캘리포니아 출신 일본계 미국인 1만여명을 집단수용했던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 이후 1942년 2월 23일 일본 잠수함이 캘리포니아 앞바다에 나타나 사격을 가하고 사라지자 서부해안 방어를 위해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 일본인들을 우선 강제수용했다. 약 11만명의 일본계 미국인을 10곳에 나눠 수용했다. 서부지역 방위사령관인 존 드윗 장군이 이 지역 일본인들이 폭동과 사보타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942년 5월 3일 서부지역 방위사령관인 존 드윗의 포고문이 발표되었다. "5월 9일 정오까지 모든 일본계는 정부에서 지정한 장소로 집합할 것. 이 시간부터 일본인들은 주거를 옮기는 것을 금함. 소지품은 1인당 트렁크 2개만 가능. 나이프와 포크, 숟가락, 접시, 컵, 밥그릇, 냄비 등을 지참할 것." 만자나에 강제수용된 일본인들은 비좁은 수용소 생활보다 한여름에 화씨 110도 이상 오르는 사막의 뜨거운 열기와 겨울의 추위에 고생했다. 인권은 상상할 수 없는 단어였다. 일본인들은 만자나 강제수용소에 1945년 11월까지 약 3년간 갇혀 지냈다. 수용소에서 멸시를 받으며 살고 있던 일본계 미국인 청년 1200명이 미군에 자원입대해 이탈리아에서 전공을 올렸다. 당시 LA에 살던 한국계 미국인 김영옥은 442연대 100대대의 작전장교(김영옥 대령은 미군 최초 동양인 출신 전투부대 대대장이었고 한국전에도 참전한 전쟁 영웅이다)로 일본인들을 이끌고 참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만자나 수용소는 1972년에 캘리포니아주 사적지로 지정이 되고, 1988년 미국정부는 당시 강제수용되었던 일본인들에게 1인당 2만 달러씩 보상했다. 1992년에 부시 대통령은 '일본인 강제수용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며 미국 국민을 대표해 공식으로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만자나는 한국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시기 한국을 식민통치했던 일본이기에 감정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곳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번영을 걱정하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 이민자로서 한번 쯤 들러봐야 할 곳이 아닌가 싶다.

2019-09-10

'성이란 무엇인가'…뮤지엄에서 답을 찾다

세계인이 뒤섞여 사는 도시 뉴욕은 세계의 중심지 답다. 약 170여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고, 인구의 36.7%가 외국 태생이고 지배적인 국적은 없다. 한인도 14만명 정도가 뉴욕시 전역에 흩어져 산다. 전철을 타보면 영어는 온데 간데 없고 전세계 다양한 민족의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인종이 섞여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멜팅 팟'(Melting Pot)을 실감한다. 길을 나서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수많은 인종들과 그들이 가져온 생활과 문화의 산물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수백 년 전에 이민 온 사람과 몇 달 전에 이민 온 사람, 오늘 도착한 관광객이 섞여 사는 곳이 뉴욕이다. 이렇게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민족이나 다른 문화를 자연스레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뉴욕에선 주민이나 여행객 사이에 이질감이 없다. 이런 요소들이 용광로 도시 뉴욕의 특징이고 매력 아닌가 생각한다. 뉴욕은 수많은 인종 만큼이나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다. NY.COM에 따르면 뉴욕시 5개 자치구(맨해튼, 퀸스, 브롱스, 브루클린, 스탠튼아일랜드)에는 총 83개의 박물관이 있으며 맨해튼에만 32개의 박물관이 있다. 위키피다아 뉴욕시 박물관 목록에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같은 대형 박물관에서 부터 개인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조그만 전시관, 유대인 박물관, 중국 박물관 같은 민족 박물관과 비영리 아트 갤러리, 아트 센터 등 230여개의 각종 박물관을 열거해 놨다. 뉴욕을 찾는 수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순례지처럼 방문하는 곳이 맨해튼 5대 박물관이다. 센트럴파크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있고, 서쪽에는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1870년 만들어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전 세계의 예술 작품 200만개 이상을 소장한 세계 최대 규모다. 5번가(5th Ave)를 따라 82가에서 110가 사이 '뮤지엄 마일'(Museum Mile)에 9개의 박물관이 있다. 뉴욕의 5대 박물관 중 하나인 구겐하임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센트럴파크 서쪽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외국인들도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피카소, 달리, 마네, 모네, 마티스, 폴락, 워홀 등 문외한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 MOMA(Museum of Modern Art)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다. 항공모함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인트레피드 해양 항공우주 박물관(Intrepid Sea, Air and Space Museum)을 포함해 뉴욕의 5대 박물관이라고 한다. 맨해튼에는 이렇게 대규모의 유명한 박물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내 곳곳에 세계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들이 산재해 있다. 섹스 박물관(Museum of Sex)도 그중 하나다. 맨해튼 한인타운이 있는 32가에서 동남쪽으로 서너블럭 내려가면 2002년 10월 5일 개장한 '섹스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만 18세 이상의 성인만 입장할 수 있다. 1층은 기념품 가게로 각종 성과 관련된 기구, 기념품, 서적 등을 판매한다. 2층부터는 전시장이다. 전시실에는 각종 그림과 사진 그리고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부부, 친구, 애인들이었다. 오히려 여성 관람객이 많은 듯했다. 이 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19세기부터 1990년대 초까지 유흥가로 사창가, 술집 및 댄스홀 등이 밀집되어 있던 곳이다. 섹스 박물관 전시품들은 유능한 학자, 예술가 등이 제공하는 1만5000개의 유물들을 망라하고 있다. 인간의 섹슈얼리티의 역사, 진화 및 문화적 중요성을 보존하고 제시하며 다양한 문화, 시대 및 미디어의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며 금기시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구 컬렉션 외에도 액션 섹스 앤 모션 이미지, 만화책, 동물의 성생활, 로봇 등 박물관의 수집은 자체 연구와 현대 미술의 추상적 개념을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한다. 섹스 박물관은 뉴욕 대학의 성 연구 센터(Centre for the Study of Human Sexuality), 뉴욕 공공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과 공동 연구를 한다. 섹스 박물관 행사는 뉴욕타임스, 뉴요커와 같은 간행물에 정기적으로 다루어지며 CNN, NBC의 여러 프로그램에 소개 되기도 한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터부시하는 성행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식을 얻게 하는 독창적인 곳이다. 인간에게 섹스는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섹스를 해왔고 할 것인가? 섹스는 종족 번식 외에 인간다움을 증명하는가? 안전한 섹스는 무엇인가? 해법을 찾을수 있는 곳이다.

2019-09-0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