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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간의 다리’를 건너며

 ‘오늘’은 어제에서 내일로 연결해 주는 ‘다리(Time Bridge)’이다. 어제는 역사의 다리를 건너 왔고, 오늘은 선물 받은 다리를 건너가는 중이며, 내일은 어떤 다리를 건널지 알 수 없다.  
 
영원으로 흐르는 강물 위에 놓인 ‘시간의 다리’, 그 위를 달리는 열차 ‘2021호’에 탑승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번째 마지막 역을 지났다. 다음 역은 ‘2022호’열차가 기다리는 환승역이다.  
 
환승역은 늘 긴장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곳이다. 갈아 타야 할 공간과 시간을 확인해야 하고, 함께 여행할 승객과 환경이 낯설고 새롭기 때문이다.  
 
환승역은 채널과 채널이 교차하고, 사람과 사람이 교차하고, 세상의 모든 정보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메리카 땅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은 1만2000년 전쯤으로 추정한다. 빙하시대에 해수면이 낮았을 때 베링 해협은 즉 동시베리아와 서알래스카 사이는 얼음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연이 만든 육교(陸橋: Bering Land Bridge)였고, 이 육교로 이동했던 동물들의 흔적이 종종 발견된다.
 
동아시아의 몽골 제국은 대부분 유목민이었다. 이들은 먹잇감(동물사냥)을 따라 이동하다가 이 육교를 건넜고 아메리카 땅의 원주민이 됐다.  
 
이들을 ‘팔레오 인디언(Paleo-Indian)’이라 부른다. ‘Paleo’는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고대(Old)라는 뜻이며, ‘Indian’은 인도인을 뜻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로 착각하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불렀지만, 사실은 우리와 조상이 같은 몽고반점이 있는 몽골리안이다.  
 
‘베링 육교’를 다른 이름으로 ‘베링기어(Beringia)’라고도 부른다. 덴마크 출신의 항해사이자 탐험가인 ‘비투스 베링(Vitus Bering)’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베링기어는 빙하시대에만 존재했던 과거의 다리였고 지금은 전설로 남은 다리인 셈이다.  
 
베링 해협은 폭 85km, 수심 30~50m 로 태평양과 북해를 연결해 주는 통로이다. 날짜변경선이 해협 중앙에 수직으로 그어져서, 동방과 서방의 시간을 가르는 경계선으로 타임 브리지의 상징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와 마린 카운티을 잇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인간이 만든 금세기 가장 위대한 다리라면 ‘베링기어’는 신이 만든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가장 위대한 다리였을 것이다.    
 
새해가 가까워지면 누구나 꿈과 목표를 세운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목표를 향해 브리지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다리를 건설하며 그 다리를 건너간다. 다리를 건설해 가는 과정이 곧 삶이다.  
 
인생은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산다. 내일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늘의 다리를 건설한다.
 
교량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에겐 기본 철학이 있다. 그것은 “최악의 조건에 대비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된다(Plan for the worst, hope for the best)”는 철칙이다. 최악의 재난이 닥쳐도 기초를 튼튼한 설계로 건설하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과거에 자신이 걸어 온 경험과 지식을 자랑하며 산다. 젊은 세대의 생각과 방식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 고집과 자기 도취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너와 나, 그들과 우리, 구세대와 신세대간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세대간의, 이념간의, 인종간의 단절된 벽을 허물고, 불통을 소통으로 뚫어주는 ‘관계의 다리’가 절실하다.
 
‘2022호’ 열차가 기다리는 환승역이 가까워 온다. 내리기 전 주변 정리 정돈을 깨끗이 할 때가 됐다. 옷도 여미고, 가방, 백신접종 증명서, 여권과 승차권도 챙겨야 한다.  ‘2022호’ 새 열차에서는 이웃과 더 친밀한 관계를 건설하며 ‘시간의 다리’를 건너야겠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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