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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피드로-롱비치 연결하는 빈센트 토마스 다리 폐쇄

60년간 운행된 빈센트 토마스 다리가 갑판 교체 공사로 16개월 동안 전면 폐쇄된다.   KTLA에 따르면 갑판 교체 공사는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 시작될 예정이며, 노후화된 갑판을 교체하는 데 총 16개월이 소요된다. 빈센트 토마스 다리는 샌피드로와 롱비치를 연결하는 하이웨이 47의 주요 교량이다. 매일 수많은 차량이 통행하며 해양 환경의 영향까지 더해져 갑판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다.     이번 공사는 단일 단계로 진행된다. 다리를 전면 폐쇄함으로써 공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분 폐쇄나 야간 공사 옵션도 검토됐지만, 공사 기간이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연장될 수 있어 캘트랜스는 공사 기간이 가장 짧은 전면 폐쇄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한편, 다리 폐쇄로 인한 교통 혼잡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프리웨이와 일반 도로의 차량 통행이 증가하면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우회 경로로는 세풀베다 대로, 웨스트 해리 브리지스 대로, 알라메다 스트리트,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헨리 포드 애비뉴, 터미널 아일랜드 고속도로·하이웨이 103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윤재 기자샌피드로 롱비치 빈센트 토마스 다리 폐쇄로 전면 폐쇄가

2024-10-31

[삶의 뜨락에서] 잊혀버린 소중한 순간

우리 모두의 인생에는 특별한 한 가지 혹은 그 이상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순간은 때때로 삶의 회전판 위에서 소비되고 있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희미한 듯 선명하게 작은 햇살을 띄워준다. 나에게도 그러한 소중한 순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간은 세상이 어둡게만 느껴질 때 그늘진 마음을 이내 밝혀 주었던 작은 빛과 같았다.     오래전 이사를 했었는데 사방으로 울타리가 여러 가지 다른 나무로 되어있었다. 옆집과 칸막이가 되어 우리 식구만 즐길 수 있는 공간 뒤뜰이 너무 좋았다. 울타리 밑으로 잡풀이 나고 지저분해서 풀들을 뽑았다. 그때는 포이즌 아이비도 몰랐고 포이즌 아이비 풀도 몰랐다. 며칠이 지나고 손, 팔뚝, 다리 할 것 없이 노출된 부분이 가렵고 불긋불긋 두드러기가 돋아나더니 가렵고 따가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박박 긁고 나면 잿물도 나고 보기에도 흉했다. 왜 그런지도 모르고 어찌할 바도 모르고 있는데 손님이 내 팔뚝을 보면서 아무 말 없이 가게에서 나갔다. 10분 후에 다시 왔다. 손에서 선 테인 로션 같은 것을 주면서 가려운 곳에 바르라고 한다. 너무 고마웠다. 모르는 손님인데 치료 약을 주다니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빼앗다시피 받아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려운 곳에 발랐다. 이게 웬일인가 금세 가려움이 멈추면서 빨갛게 부어오른 팔뚝을 보며 의자에 주저앉아 무슨 약인지 그때야 보였다. Hydrocortisone lotion USP. 포이즌 아이비가 얼마나 지독한 세포 반응을 일으키는지 약을 바르면 좀 수그러들다 약 효과가 떨어지면 또 가려워서 견딜 수 없는 얄궂은 알레르기 병이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무리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허더라도 그때 그 순간은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선명한 빛깔로 남아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 때면 나는 늘 평온하고 충만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샘솟음을 느낀다. 한 번만 더 우리 가게를 찾아오면 보고 싶었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그 뒤로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질도 변하는 모양이다. 올해는 햇볕이나 날씨가 90도가 넘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솟아나 가렵고 따가워서 견디기 힘들다. 포이즌 아이비는 아닌데 증상이 똑같다. 우연히 그 약이 생각났다. 서랍을 뒤졌는데 그 약병이 보였다. 유효 기간이 2010년이다. 그런데 아직도 약이 조금 남아 있었다. 뚜껑을 열어 가려운데 살짝 발랐더니 가려운 기가 없어졌다.     그 약을 사려고 약국에 갔다. 약병을 보이며 똑같은 약을 사려고 약사에게 다가갔다. 약사는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가게로 돌아왔다. 그 약병을 가지고 딸에게 처방전을 부탁했다. 펄쩍 뛰듯이 그 약은 처방할 수 없단다.     코티손이라서 바르면 안 된다고 했다. 매일 바르는 것도 아니고 두드러기가 나와 가려우면 바를 테니 처방해 달라고 했으나 못 해준다며 방문을 닫아 버렸다. 무척 서운했다. 딸이라고 애원했는데 퇴짜를 맞다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또 햇볕을 받고 걸었더니 팔꿈치 접히는 안쪽 팔뚝에 두드러기가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가려웠다. 집에 와서 화장실에 있는 서랍을 뒤져보니 캄비손 연고가 보였다. 유효기간이 지났다. 그래도 조금 발랐더니 가려움과 통증이 멎었다. 캄비손 연고를 팔뚝에 바르면서 그 손님의 온정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일상에서 잠시 잊혀버린 순간 일지라도 소중한 경험이 내게 커다란 울림과 단단한 힘이 되어 주었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포이즌 아이비 팔뚝 다리 안쪽 팔뚝

2024-07-18

101 프리웨이 위로 유니언역 다리 건설

101번 프리웨이 위로 거대한 다리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지난주 LA 메트로의 발표에 따르면 LA 유니언 역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열차를 위해 101번 고속도로 위에 700피트 길이의 다리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역을 현대화시켜 궁극적으로 수용인원을 늘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링크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알려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현재 암트랙과 메트로 링크와 같은 여객 열차는 북쪽에서 역으로 진입하여 ‘스텁엔드’ 정거장에 정차해야 한다.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는 것이다. 만약 여정이 남아있거나 최종 목적지가 LA가 아니라면 승객은 다음 열차를 타기 위해 왔던 길을 돌아가는 불편함이 있는 셈이다.     유니언 역 개편 계획은 역 남쪽으로 새로운 다리와 연결해 8개의 새로운 선로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열차가 양쪽에서 역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승객은 동선에 낭비 없이 수월한 열차 이용이 가능해진다.   메트로 측은 새로운 다리가 “유니언 역을 이용하는 열차의 효율성을 개선하여 지역사회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라며 “이 프로젝트는 2040년까지 증가하는 철도 이용자들을 수용하고, 환승 시스템을 개선하며, 고속철도 시스템을 수용하기 위해 제안되었다”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10년 동안 진행됐으며 2019년에 캘리포니아 환경 품질 법에 따른 환경검토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방 정부 차원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다. 메트로 측은 정부로부터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프리웨이 유니언역 유니언역 다리 열차 이용 링크 유니언

2024-06-27

[로컬 단신 브리핑]-55 다리 위에서 스쿨버스 연쇄 추돌 사고 외

#. I-55 다리 위에서 스쿨버스 연쇄 추돌 사고    시카고 남서 서버브 I-55 고속도로서 3대의 스쿨버스가 연쇄 추돌, 학생 등 12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8시30분경 샤나혼 인근 데스 플레인 강 위를 지나는 I-55 스미스 다리 위에서 3대의 스쿨버스가 잇따라 추돌했다.     경찰은 3대의 스쿨버스가 북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오른쪽 한 차선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차량들이 제동을 했지만 제 때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맨 뒤 스쿨버스가 앞서 가던 버스를 들이 받으면서 연쇄 추돌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스쿨버스들은 리드 커스터 중학교 소속으로 확인됐으며 이날 사고로 학생 10여명, 교사 2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측은 사고 후 별도의 스쿨버스를 투입, 학생들을 학교로 이동시켰다.     이날 사고로 스쿨버스 기사 중 한 명이 기소된 상태다.    #. 소파 옮기던 남성 2명 아파트 발코니서 추락    시카고 남서 서버브 소재 아파트 3층 발코니에서 남성 2명이 떨어져 위독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0시경 6000 웨스트 103가 인근 아파트서 두 사람이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남성 2명을 발견,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통해 피해 남성 두 명이 아파트 발코니를 통해 소파를 옮기려다 난간이 무너지면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보다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스쿨버스 다리 스쿨버스 연쇄 스쿨버스 기사 연쇄 추돌

2024-05-22

휴비딕이 주물러주는 다리가 시원해~

"아이고 다리야!" 나이 들면 누구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붓고, 무겁고, 저리고, 욱신욱신 쑤시는 다리에 대한 피로와 통증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쉼 없이 움직이며 수고하는 두 다리를 위해 딱 15분만 투자해 보자. '휴비딕 공기압 다리 안마기'를 신고 리모컨을 누르기만 하면 지친 다리를 구석구석 시원하게 마사지하며 피로를 싹 풀어준다.     휴비딕 공기압 다리 안마기는 벨크로 타입이라 다리 굵기와 상관없이 사이즈를 조절하여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종일 앉거나 서서 일하는 엄마 아빠부터 연세 드신 어르신, 임산부, 주부 등 모든 가족 구성원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해당 안마기는 강/약 2단계 온열 모드를 통해 발을 따뜻하게 해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고, 총 6가지 마사지 모드(오토, 종아리, 발, 핀치, 프레스, 릴랙스) 중 원하는 모드를 선택해 시원한 공기압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공기압 마사지는 강, 중, 약 3단계 세기로 조절 가능하다.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고 통증이 찾아오면 누가 좀 주물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집 전문 마사지사로, 강력하지만 섬세한 공기압 마사지를 제공하는 휴비딕 공기압 다리 안마기를 장만해두면 어떨까? 미주 최대 한인 쇼핑몰 중앙일보 '핫딜'에서 신상품 출시 기념으로 30달러 할인된 99.99달러에 구매 가능하다.   ▶상품 살펴보기:hotdeal.koreadaily.com     ▶문의:(213)368-2611핫딜 다리

2024-05-08

한인 전사자 이름 딴 다리 생겼다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한인의 이름이 다리에 새겨졌다.   전국에서 한인 전사자의 이름을 딴 추모 다리가 생긴 건 두 번째다. 펜실베이니아주 지역 매체 ‘레빗타운나우’에 따르면 지난 19일 벅스 카운티 트랜톤로드 다리를 고 문재식 하사의 이름을 딴 추모 다리로 명명하는 행사가 진행됐다.   다리의 공식 명칭은 이날부터 ‘재 S. 문 하사 추모 다리(Staff Sgt. Jae S. Moon Memorial Bridge)’가 됐다.   미 육군 소속이었던 문 하사는 다리가 있는 벅스 카운티 미들타운 타운십이란 소도시에서 성장했다. 이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에 입대,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가 지난 2006년 크리스마스날 차량에서 폭발물이 터져 전사했었다. 당시 문 하사의 나이는 21세였다.   문 하사에 대한 추모 다리 명명 법안을 발의한 조 호건 펜실베이니아주 하원의원(공화·142지구)은 “이 지역 출신 중에 당시 테러와의 전쟁으로 이라크에 파병됐다가 전사한 인물은 문 하사가 유일하다”며 “다리를 그의 이름으로 명명하는 것은 지역 사회가 그의 공로, 희생 등을 인정하고 영원히 기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하사는 1985년에 한국서 태어나 전사할 때까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자랐다. 군 복무 후에는 연방수사국(FBI)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   문 하사의 여동생인 크리스털 문씨는 이날 명명식에서 “그때 오빠가 전사하기 직전인 크리스마스이브 날 마지막 통화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늘 미소 짓는 얼굴로 타인을 돕는 것을 좋아했던 오빠는 가족은 물론 모두에게 사랑받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문 하사의 아버지도 과거 참전 용사로서 전투 중 다쳤던 인물”이라며 “호건 의원은 유가족들을 만나 문 하사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다가 다리 이름 명명 법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다리 명명식에는 호건 의원을 비롯한 브라이언 핏즈패트릭 주 하원의원, 프랭크 페러 주 상원의원, 애나 페인 미들타운 타운십 수퍼바이저, 벅스 카운티 재향군인회, 뉴욕총영사관 필라델피아 출장소 관계자, 재향군인회 미북중부 지회 회원,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번 다리 명명 법안은 펜실베이니아주 상원(SB 621)과 하원(HB 1711) 등에서 잇따라 상정됐었다. 이후 SB 621로 법안이 통합되면서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지난 2012년에는 아프가니스탄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고 최규혁(당시 34세) 하사의 이름을 딴 다리가 뉴욕주 업스테이트 지역에 생긴 바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이라크전 전사자 한인 전사자 이라크전 한인 추모 다리

2024-04-22

[우리말 바루기] ‘달이다’와 ‘다리다’

옛날엔 배나 파뿌리를 고아 감기약으로 쓰곤 했다. “엄마가 다려 주던 배즙이 생각난다” “파뿌리를 다린 물을 먹으면 감기가 어느새 낫곤 했다” 등과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위 예문처럼 배나 파뿌리를 ‘다려서’는 약으로 지을 수 없다. ‘다려(서)’와 ‘다린’은 ‘다리다’를 활용한 형태다. 그러나 ‘액체를 끓여 진하게 만들거나 약재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이다’는 뜻을 지닌 단어는 ‘다리다’가 아닌 ‘달이다’이다. 따라서 ‘다려(서)’ ‘다린’은 ‘달이다’를 활용한 ‘달여(서)’ ‘달인’으로 고쳐야 바른 표현이 된다.   ‘다리다’는 옷이나 천의 주름을 펴거나 줄을 세우기 위해 다리미로 문지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와이셔츠를 다려 입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어제 다린 블라우스가 그새 구겨졌다” 등처럼 쓸 수 있다.   ‘달이다’를 [다리다]로 발음하다 보니 표기 역시 소리 나는 대로 ‘다리다’라고 쓰기 쉽다. 그러나 ‘달이다’와 ‘다리다’는 각각의 의미를 지닌 독립된 단어이므로 맥락에 따라 적절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달이다’와 ‘다리다’가 헷갈린다면 ‘다리미’를 떠올리면 된다.  정리하자면 약은 ‘달이고’, 옷은 ‘다려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다리 고아 감기약

2024-03-18

[열린광장] 전업주부의 소원

나는 미국에서 별의별 일을 다 해보았다. 청소부, 접시닦이, 주 정부 안전 검사원, 그리고 연방 정부 안전 감사관으로 은퇴했다. 공무원직에서 은퇴한 다음에는 의료 통역 일을 했다.   하루는 ‘왼발이 들먹거리고 저려 잠을 이룰 수 없다’는 환자가 찾아왔다.  나는 의사에게 “My left leg is numb, throbbing, and tingling so much that I can hardly sleep at night”라고 통역을 했다. 아프거나 저리다는 형용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과거 남이 아픈 것을 통역했는데 요즘은 내 다리가 들먹거리며 저려서 잠을 설치는 날이 있다. 잠이 오지 않으면 누운 채 팔과 다리 근육을 긴장과 이완, 즉 힘을 주고 빼기를 한 다음, 단전호흡하면서 ‘내 맘이 편안해’라는 말을 속으로 반복하면 다시 잠이 온다. 밤에 몇 번씩 잠이 깨는 탓에 이 최면술을 반복해야 한다.   팔과 다리를 90년 동안이나 사용했으니 이제 고장 날 때가 되었나 보다. 요즘 체중도 줄었다. 배는 나왔으나 팔과 다리는 가늘어져 주름이 보인다. 3일에 한 번씩은 비타민을 한 주먹씩 먹지 않으면 무릎도 쑤신다.     김형석 교수의 말대로 저녁에 침대에 눕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오늘도 아내와 내가 집 앞에서 걷다가 넘어지거나 쓰러지지 않고, 내가 만든 반찬과 밥을 잘 먹고, 무사고 운전한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내가 재작년 뇌졸중을 앓고 건강이 악화하는 바람에 내가 전업주부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내게 요리 솜씨가 있는 줄 몰랐다. 특히 김치와 빵을 잘 만든다. 공무원 생활 대신 식당을 운영했으면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음식을 만드는 것이 글 쓰는 것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다. 나는 글을 쓸 때 파란만장한 과거의 경험을 기록할 뿐, 이에 의미나 해석을 더 하는 상상의 필치(筆致)는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쓸 소재, 즉 밑천도 점차 고갈되는 것 같다.   글은 소재가 고갈되면 쓰지 못하지만, 식재료는 시장에 가면 언제나 풍부하다. 요즘 요리에 대한 관심은 건강식을 만드는 것이다. 음식 재료로는 파, 양파, 마늘, 버섯, 미역, 무, 양배추, 오이, 당근, 고추, 콩나물, 두부, 계란, 고구마, 단호박, 생선을 주로 이용한다.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드는데 유튜브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전업주부의 소원은 단순하다. 아내와 내가 양로원에 가지 않고 이 집에서 내 손으로 밥상을 차려 먹으며, 밤에는 아프거나 쑤시거나 저리지 않고 잠을 자고, 때가 오면 고종명(考終命)하는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전업주부 소원 전업주부 역할 정부 안전 다리 근육

2024-02-14

사바나 관문 탈마지 브리지, 대형 선박 통과 가능해진다

사바나 지역의 관문인 탈마지 다리가 높이 200피트가 넘는 초대형 교량이 될 전망이다.   애틀랜타저널(AJC)는 7일 조지아 교통부(GDOT)가 사바나 항만 생산성 증대를 위해 최대 20억 달러를 들어 탈마지 다리의 높이를 개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9마일 길이의 탈마지 다리는 사바나 시내와 허친슨 섬을 연결하며 사바나 항으로 가는 화물 터미널 위를 가로지른다.   2018년 이후 사바나항의 물동량이 급증하며, 탈마지 다리는 대형 선박 입항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수 차례 받았다. 다리의 완공 시기(1991년)은 30년 전으로, 당시 사바나항의 화물 통행량은 지금의 절반 미만에 불과했다.   이에 시 당국은 2028년까지 현재 185피트인 다리 높이를 205피트까지 높일 계획이다. 미국 동안 최대항구인 뉴욕항의 베이온 다리(Bayonne Bridge)의 높이(215피트)와 맞먹는 크기다. 만약 교량 높이 조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사바나 강 아래 109피트에 지하 터널을 만드는 대안도 고려 중이다.   정식 착공 시기는 2025년 중반이며, 30~3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러셀 맥머리 교통부 커미셔너는 "구체적 공사 일정 및 보수비용 조달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주부터 사전 임시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채원 기자 jang.chaewon@koreadaily.com사바나 다리 다리 동부 이후 사바나항 당시 사바나항

2023-12-07

[우리말 바루기] 배가 땡길까? 땅길까?

얼마 전 급히 먹은 음식이 잘못됐는지배가 뭉치고 잡아당기는 듯한 복통이 일어났다. 포털 사이트에서 증상에 대해 검색해 보니 ‘복통’과 더불어 ‘배 땡김’이란 주제어가 많이 나왔다.   이렇듯 “저녁 먹은 뒤부터 배가 살살 땡기고 아프다” “너무 웃어서 배가 땡긴다” 등처럼 배가 단단하게 되거나 팽창하게 될 때 ‘땡기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러나 ‘땡기다’라는 단어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아예 나와 있지도 않다. 왜 그럴까? ‘땡기다’가 아니라 ‘땅기다’가 바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땅기다’는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된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다.  따라서 ‘배가 땅기고 아프다’ ‘배 땅김’ 등으로 고쳐 써야 맞는 표현이 된다.   “피부가 건조한지 얼굴이 너무 땡긴다” “다리 상처가 땡긴다”에서의 ‘땡기다’ 역시 ‘땅기다’로 바꾸어야 한다.   그럼 “요즘 영 입맛이 땡기지를 않는다”에서의 ‘땡기다’는 어떻게 고쳐야 할까? 여기서의 ‘땡기다’는 ‘땅기다’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 저절로 끌리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은 ‘당기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영 입맛이 당기지를 않는다”고 해야 한다. ‘당기다’는 물건이나 시간 등을  앞으로 옮길 때도 쓰인다. “방아쇠를 땡겼다” “귀가 시간을 땡겼다”에서의 ‘땡겼다’도 ‘당겼다’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귀가 시간 다리 상처 포털 사이트

2023-10-26

[우리말 바루기] ‘부기’, ‘붓기’

아침마다 얼굴이나 다리가 부어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몸이 자꾸 붓는다는 것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표시라고 한다. 부종은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건강의 이상 신호라는 점에서 예방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인터넷에는 부종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언급하는 글이 많다. 그 가운데는 “아침마다 붓는 얼굴, 붓기 빼는 법” “다리 붓기에 효과적인 마사지를 소개합니다” 등에서와 같이 부종으로 인해 부어 있는 상태를 가리킬 때 ‘붓기’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의 ‘붓기’는 ‘부기(浮氣)’라고 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른다는 의미의 단어가 ‘붓다’이다 보니 부어오른 상태를 표현할 때도 ‘붓다’의 어간 ‘붓-’에 명사를 만드는 접사 ‘-기’를 붙여 ‘붓기’가 됐다고 생각해 ‘붓기’로 잘못 쓰는 것으로 생각된다.   맞춤법 규정에는 ‘한자어+한자어’로 이루어진 합성어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고 돼 있다. ‘부기(浮氣)’는 한자어로만 이루어진 단어이므로 사이시옷을 넣지 않은 ‘부기’가 바른 형태다. 따라서 "부기 빼는 법"이라고 해야 한다.   ‘붓기’는 ‘부어오른 상태’를 나타내는 명사로 쓸 수는 없지만 ‘붓다’의 활용형으로서 동작을 나타낼 땐 가능하다. "벌레에 물린 다리가 붓기 시작했다" "저녁에 짠 음식을 먹고 자면 아침에 얼굴이 붓기 쉽다"등은 모두 ‘붓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부어오른 상태가 아닌 부어오르는 동작을 의미하는 표현이므로 이때는 ‘붓기’를 사용하는 게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붓기 얼굴 붓기 다리 붓기 맞춤법 규정

2023-09-14

6가 다리서 주말 축제…공연·음식·쇼핑 등 행사

이번 주말 LA다운타운 6가 다리 위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오늘(5일) LA 상징적인 건축물인 6가 다리(598 Mateo St)에서 라이브 공연과 음식·음료, 쇼핑 등을 즐길 수 있는 축제 ‘브리지페스트LA 2023’을 개최한다.     LA강 아티스트 및 비즈니스 협회(LARABA)에서 주최하는 이번 축제는 무료로 진행되며, 방문객들은 푸드트럭과 맥주 및 칵테일 가든, 오토쇼, 피크닉 등을 즐길 수 있다.     이날 6가 다리의 교통 통행은 금지되며 도보 방문자들에게만 개방된다. 축제는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다.     이어 다음날인 6일(일)에는 아트 디스트릭과 보일 하이츠 지역 인근 참여 기업에서 해피 아워 스페셜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축제 수익금은 아트 디스트릭과 보일 하이츠 지역 비영리 단체들을 돕는 ‘마이크로 브릿지’ 그랜트 프로그램에 쓰인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한편, 축제를 위한 무료 셔틀이 사우스 보일 애비뉴와 1가에 있는 마리아치 플라자에서 오후 12시 45분부터 5시 30분까지 매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축제와 관련된 추가 정보는 웹사이트(bridgefestl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다리 주말 주말 축제 이번 축제 라이브 공연

2023-08-04

"다리 위에서 나체 여성이 총을 쏘고 있어요"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여성이 손에 권총을 들고 다니며 지나가는 차량을 향해 총을 쏘는 황당한 사건이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를 연결하는 베이브릿지 위에서 벌어졌다.   사건은 이날 오후 4시 40분경 베이브릿지 다리 위 차선에서 위험하게 운전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위험 운전 차량을 몰던 여성이 어느 시점에 차량을 세우고 밖으로 나온 뒤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잠시 뒤 그는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 차를 몰고 통행료 징수대를 지나 880번 인터체인지 가까이에서 다시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또 지나가는 차를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손에 들린 권총으로 하늘을 향해 발사하고 곧이어 그를 피해 달아나는 차량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신고를 받은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 소속 대원들이 출동해 해당 여성을 설득하는데 성공해 상황이 안전하게 마무리됐다.   소동을 일으킨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신체검사와 정신 감정을 받았고 72시간 동안 병원에 머무르며 상태를 진단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날 소동으로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베이지역은 한동안 큰 교통혼잡을 겪었다.       김병일 기자다리 나체 나체 여성 해당 여성 통행료 징수대

2023-07-27

[네오메딕] 다리 통증·혈액순환에 효과…디지털 공기압 치료기 출시

“다리통증, 붓고 쥐가 날 때 파워프레스 공기압 치료기로 확실하게 잡아드립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사랑하는 가족들의 하체 건강을 위한 획기적인 상품이 출시되었다.   부모님의 다리를 밤마다 주물러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정성과 세밀함으로 제작된 네오메딕의 파워프레스 디지털 공기압 치료기로 소중한 가족들의 다리 통증과 혈액순환을 이제 한꺼번에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파워프레스 디지털 공기압 치료기(Powerpress Digital All in One)는 15년간 공기압 치료기 전문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산 제품으로 FDA 의료기 인증을 2개나 획득했다.     노화로 인해 다리에 쥐가 나고 붓고 통증이 있는 경우, 발이나 발등이 차갑거나 뜨거운 경우, 다리에 핏줄이나 혈관이 튀어 나온 경우 등 모든 다리 통증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소매점이나 식당, 건축업, 은행 등 오랜 시간 서서 일하시는 분들께는 어느 제품보다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다.       본 제품은 10가지의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어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기능으로 치료 할 수 있다. 마사지 기능뿐 아니라 혈액순환 기능, 집중치료 기능 등이 있다. 원하는 기능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고 LCD 스크린으로 치료 과정을 볼 수 있다. 그밖에 타이머 기능이 있어 60분 또는 연속기능이 가능하고 압력은 20 mmHg에서 100 mmHg까지 광범위하게 조절이 가능하다.       전기전자 안전테스트, 자기장 테스트, 장화 앨러지 테스트 등 모든 안전검사에서 승인을 획득한 믿을 수 있는 제품이다. Overlapping 장화 형태로 제작되어 발바닥부터 종아리, 무릎, 허벅지까지 빈 공간 없이 완벽한 압박을 느낄 수 있다. 공기압 치료기 전문 생산 공장제조로 기계 & 장화 모두 1년 풀 워런티 보장이다.   세일즈 택스 포함 & 전국 무료 배송(하와이, 알래스카는 30달러 추가)중이며 가격은 일시불 588달러 또는 무이자 페이먼트 한달 49달러씩 12개월로 특별 할인 중이다.   ▶문의: 한국인 담당자 문정현 (818)263-2913   www.air1000.com네오메딕 혈액순환 디지털 공기압 치료기 디지털 공기압 다리 통증

2023-04-30

벌레 먹은 나뭇잎

벌레 먹은 나뭇잎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세상에 태어나면 '나만의 존재 이유'가 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이다. 그 존재 이유가 자기 혼자만을 위한 것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까지를 위한 이타적인 것으로 확장될 때 아름다운 삶이 된다. 백선행 여사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평양의 이름 높은 교육사업가이자 사회사업가였다. 백선행 여사는 16세  때 남편을 잃고 평생을 홀몸으로 살면서 자수성가한 사람으로 근검절약으로 악착같이 모은 재산을 사회를 위해 써서 평양은 물론 전 조선인의 어머니처럼 숭상받던 여인이다.     백선행은 1848년 (헌종 15년)에 가난한 농민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는 이름이 없었다.‘그녀는 ‘아가’로 불리길 14년, ‘새댁’으로 불리길  2년, 나머지 70성상을 ‘백 과부’로 불렸다. 16세에 과부가 된 백씨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과부 모녀는 청대(쪽으로 만든 검푸른 물감) 치기와 간장 장사, 베 짜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해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먹기 싫은 것 먹고, 입기 싫은 옷 입고, 하기 싫은 일 하고’를 생활신조로 삼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과부 모녀의 형편도 조금씩 나아졌다. 그렇게 10년을 하루 같이 살다 보니 150냥짜리 집 한 채와 현금이 1000냥 남짓 생겼다. 구차한 살림살이를 겨우 면했을 때, 어머니 김씨가 세상을 떠났다. 백씨는 봉양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모친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도 서러웠지만, 모친의 상여 뒤를 따를 상주 한 사람 없는 게 더 원통했다. 백씨는 조카뻘 되는 친척을 모친의 사후 양자로 입적해 장례를 치르게 했다. 그러나 양자는 장례와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모친의 유산에만 관심을 두었다. 양자는 아들인 자신이 모친의 전 재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모친과 함께 10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하며 모은 현금 1000냥을 양자에게 빼앗기고, 150냥짜리 집 한 채만 겨우 물려받았다. 백씨는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머니와 재산을 한꺼번에 잃은 후, 다시 10년을 ‘먹기 싫은 것 먹고, 입기 싫은 옷 입고, 하기 싫은 일 하고’ 살다 보니, 50여 석 추수의 땅문서가 생겼다. 그때부터 백씨의 재산은 해가 다르게 불어났다. 생활비는 일해서 생긴 돈으로만 충당하고, 땅에서 나오는 수입으로는 땅을 불려 나갔다. 백씨가 재산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온갖 사내가 그의 재산을 집어삼키려고 달려들었다. 1900년 악명 높은 탐관오리 팽한주가 평양 부윤으로 부임했다. 그는 박구리에 사는 백 과부가 기백 석 추수의 재산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죄 없는 백씨를 잡아다 하옥했다. 백씨에게 갖은 누명을 씌운 후, 재산을 바치면 풀어주겠노라고 회유하고 협박했다. 그러나 40여 년간 과부로 갖은 풍파를 겪은 백씨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백씨가 죽어도 재산은 바칠 수 없다고 버티자, 부윤은 10여 일 만에 그를 풀어주었다. 과부 혼자 사는 집에는 수시로 강도가 침입했다. 백씨는 강도의 완력 앞에 맨손으로 저항하다가 뒷머리와 앞이마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강도의 침입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백씨는 ‘목숨보다 귀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대문, 중문, 방문, 부엌문, 들창, 장지 등 집안 곳곳을 굵은 철창살로 에워쌌다. 백씨는 그 철창살 속에서 돈 궤짝을 부둥켜안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1908년, 백씨가 태어난 지 한 갑자(甲子)가 흘렀다. 과부생활 45년 동안 앳되고 뽀얗던 얼굴은 강도에게 맞은 흉터와 깊게 팬 주름으로 거칠어졌지만, 끼니를 걱정하던 곤궁하던 살림살이는 부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나아졌다. 백씨는 환갑잔치도 하지 않고, 대동군 객산리 남편 묘소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백씨는 객산리 마을에 들러 오랫동안 품어온 계획을 전했다. “나무다리를 허물고 돌다리를 놓아주겠소.” 객산리 나무다리는 낡아서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을뿐더러 교각도 몹시 낮아 큰 비라도 내리면 물이 넘쳐 다리 구실을 못하기 일쑤였다. 백씨는 서울에서 석공기술자를 불러와서 목교가 있던 자리에 넓고 튼튼한 석교를 놓았다. 객산교(客山橋)를 준공하기까지 든 3000원 남짓의 비용을 모두 백씨가 부담했다. 객산리 사람들은 백씨의 은덕으로 준공된 다리를 ‘백 과부 다리’라 불렀다. 동네 유지들은 그처럼 착한 일을 한 사람을 ‘백 과부’라 부르기 민망하다 하여 ‘과부’ 대신 ‘선행(善行)’이라 부르고, 다리 이름도 ‘백선교’라 고쳐 불렀다. 조선의 윤리와 법도가 아직 굳건하던 헌종 시절 태어난 백씨는 환갑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름을 얻었다. 백선행은 허튼 욕심 부리지 않고 매사에 신중했지만, 딱 한 번 교활한 거간에게 속아 낭패를 본 일이 있었다. 1917년 백선행은 평양에서 대동강 건너편에 있는 강동군 만달산 부근의 토지가 좋다는 거간의 말만 믿은 채, 평당 7~8원을 주고 수천 평의 땅을 샀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땅은 석회질이 많아서 풀 한 포기 자라기 힘든 황무지였다. 1~2전을 받고도 팔기 어려운 박토 중에 박토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일본인이 그 지역에서 시멘트 원료를 발견했다. 일본인은 그 사실을 극비에 부치고 부근 토지를 모조리 평당 3~4원을 주고 매수했다. 백선행에게도 토지를 팔라고 매매 교섭을 했다. 백선행의 땅을 사지 않고는 시멘트 공장을 도저히 세울 수 없는 형편이어서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2전 하던 땅값은 순식간에 100배가 올라 1~2원을 호가하더니 얼마 후 10~20원까지 뛰었다.   매수호가가 백씨가 산 가격의 2~3배가 되었어도 백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본인은 결국 평양 부윤을 찾아가 사정했다. 평양 부윤이 주선해 성사된 매매가격은 평당 70원. 백선행이 속아서 산 가격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이었다. 이 거래 한 건으로 백선행의 재산은 30만원으로 불어났다. 속아서 산 황무지 덕분에 백선행은 동네 부자에서 평양 굴지의 대재산가로 올라섰다. 백선행은 한평생 학교는커녕 서당 한 번 다녀보지 못했다. 그럭저럭 재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해서 못 배운 것이 서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백선행은 광성보통학교, 숭인상업학교, 숭현여학교, 창덕보통학교 등 평양 시내 사립학교에 수십만원을 기부했다. 친지들이 돈을 그렇게 마구 쓰다간 얼마 못 버틴다고 충고할 때마다 백선행은 이렇게 말했다. “돈이란 것은 써야 돈 값을 하지, 쓰지 않으려면 돈은 모아서 뭐 하노.” 1928년까지 평양에는 조선인이 집회를 열 만한 공회당이 없었다. 부립공회당은 사실상 일본인의 전유물이었다. 조만식, 오윤선이 백선행을 찾아가 조선인 중심의 공회당과 도서관을 건축할 뜻을 전하자 백선행은 흔쾌히 건립 자금을 내주었다. 백선행은 1933년 5월 8일 새벽 여든여섯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 35만원(현재가치 3500억원)의 재산은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백선행은 돈이 얼마나 아름답게 쓰일 수 있는지를 알려준 최초의 부자이자 과부였다.   “나뭇잎이 벌레 먹어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수년 전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실렸던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의 한 구절이다. 벌레 먹은 나뭇잎은 쓸모없게 된 나뭇잎이다. 구멍이 뚫린 나뭇잎이므로 나무에게도 사람에게도 별로 도움 될 게 없는 나뭇잎이다. 벌레가 먹고 남은 흔적이 흉하게 몸에 남아 있는 나뭇잎이다. 그런 나뭇잎을 시인은 예쁘다고 말한다. 시인은 나뭇잎이 제 몸에 상처가 생기는 걸 알면서 벌레를 먹여 살렸다고 생각한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떡갈나무 잎에 뚫린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남에게 베풀며 살아왔는가 생각해 본다.   김지민 기자나뭇잎 벌레 백선행 여사 모두 백씨 과부 다리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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