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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곰의 유래

북극곰은 세계야생기금(WWF)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요 보호종이다. 과연 북극곰은 어디에서 왔는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가장 가까운 친척인 갈색곰과 언제 갈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있다.     달마시안 개처럼 얼룩무늬가 있는 곰이 툰드라와 한대 산림 경계 산맥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이 곰은 동면 기간에도 배가 고프면 둥지에서 나와 먹이사냥을 했다고 한다. 즉, 점차 북극곰의 장점과 갈색곰의 장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곰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연구 논문은 기술하고 있다.   북극은 지구 위에서 결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따라서 순록과 같은 일부 동물은 북극에서의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북극의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북극곰이 갈색곰과 구별되는 유전자 중 일부의 진화된 정보들을 모아 왔다. 그리고 새로운 유전체 분석 결과, 불과 7만 년 전에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극곰은 갈색곰과 매우 가까운 친척이지만, 극한의 북극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핵심적 적응력을 갖고 있다. 우선 몸을 따뜻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겹의 털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피부와 붙어 있는 큰 솜털 층으로 되어 있고, 그 외부는 비옷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긴 보호털로 덮여 있다. 외부의 밝은 흰색 보호털은 위장에도 도움이 된다. 북극곰은 또한 심장을 손상하지 않고도 지방에 포함된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축척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물개와 벨루가와 같은 고래 종류를 주요 먹이로 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북극곰과 갈색곰은 진화적 측면에서 비교적 최근이라고 볼 수 있는 대략 100만 년 이내에 분리가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북극곰이 어떻게, 그리고 언제 북극에 적응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 연구에서 한 팀은 북극곰 119마리, 갈색곰 135마리, 화석화된 북극곰 2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화석 중 하나는 13만년에서 1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풀레핀텐(Poolepynten) 턱뼈였고, 다른 화석은 알래스카 보퍼트해 (Beaufort Sea)에서 발견된 브루노(Bruno)라는 별명이 붙은 어린 북극곰 두개골이었다. 브루노는 10만~7만 년 전에 살았던 암컷 곰이었고, 그 유전체는 과학자들이 갈색곰-북극곰의 분화 시기를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유전체를 비교하여 북극 적응을 위한 7개의 핵심 유전자가 선택된 시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4개의 모든 북극곰 유전체에 동일한 DNA 변이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이미 일부 고대 북극곰 조상에서 발견되었고, 북극곰은 진화 초기에 북극 생활에 적응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자가 빙하기 말기 북극곰의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다른 북극 동물도 털 색깔, 심장 건강,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유전자에 유사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연구자들은 북극곰의 특정 변이가 북극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다른 북극 동물들도 같은 변이를 가졌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인간만큼 뛰어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몽고반점을 가진 아시아인이 베링해협을 건너 남미까지 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록으로, 동물은 화석으로 존재감을 피력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곰 북극곰 유전체 북극곰 2마리 북극 적응

2024-11-19

[기고] ‘미국 우선주의’가 끼칠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5 대선에서 승리해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많은 사림이 말한다”며 7월 13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직후 주먹을 움켜주며 말했던 “싸우자”를 상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우선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이제 그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상·하원까지 다수당을 차지하며 트럼프 2기가 순조롭게 시작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기간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뒷받침할 핵심 정책들을 완수하기 위한 조각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했고 이민 정책을 관장할 총책임자에는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국토안보장관에 지명했다.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2기는 지금의 민주당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이민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즉시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재추방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규모 수용소를 건설하고 전례 없는 대규모 추방을 시행하며, 국경안보에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마약과 범죄 조직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법원 심리 없이 추방할 수 있도록 1789년 만들어진 ‘적대국 외국인 법(Alien Enemies Act)’을 부활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보도했다. 국경과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트럼프 당선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미군을 지휘하는 국방부 장관에 피트 헤그세스를 임명한 것이다. 헤그세스는 예비역 소령 출신으로 폭스뉴스 진행자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헤그세스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피트는 강인하고 똑똑하며 미국 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군 내 성 소수자 지원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또 미군 해외 주둔을 반대하는 등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니 ‘미국 우선주의’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 이해된다.     그러나 자유우방 국가들은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항시 경계태세를 늦출 수 없는 가운데 한미 안보조약으로 군사분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1기의 연장선에서 2기에도 주한 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증액 문제가 최우선으로 다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면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비 바이든 정부에서 의회가 문서로 만들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의석을 가졌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강화됐는데, 과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 관계가 유지될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고립주의를 선택했기에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분쟁에 미국의 군사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 본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이런 연유라고 본다.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고강도 핵실험과 미사일로 도발하고 있다. 그런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북핵 직거래 외교 이벤트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신설한 것이다. 공동 수장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인도계 기업인 비벡라마스와미를 임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위대한 머스크와 애국자 라마스와미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연방 기구를 재구축할 것”이라며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2기의 인사와 정책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머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트럼프 2기의 시작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에 말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미국 우선주 트럼프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 행정부

2024-11-18

[기고] 대선에서 소외된 기후변화·환경오염 문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진행되던 바이든 행정부의 수많은 정책이 내년부터는 뒤집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대체에너지와 기후변화, 환경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며, 전기차와 태양열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유세 과정에서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며, 당선 후 이를 폐기하고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유권자들조차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와 대체 에너지 문제는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지난 10월 9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 이슈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유권자는 21%에 불과했다. 과반이 넘는 52%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고, 민주주의,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대법관 임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무관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들버리 대학 교수이며 ‘서드 액트’의 창립자인 빌 맥키븐은 “향후 몇 년 동안 극지방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며 “2024년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100만 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키븐 교수의 말이 과장처럼 들린다면, 최근 일어난 자연재해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은 22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재산 및 농업 피해액은 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 지역에 전기가 복구되는 데 19일이 걸렸고, 200년 된 나무들이 있는 원시림이 황폐해졌다. 애쉬빌의 주요 관광명소인 노스캐롤라이나 수목원은 2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잃었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암 골목(cancer alley)’이라 불리는 지역의 악명이 높다. ‘암 골목’은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지 사이 미시시피강 연안을 따라 약 137km에 걸쳐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202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던 샤론 라빈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은 200여 개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시설에 인접해 살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암, 천식 발병률과 산모 사망률이 높고,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평범한 일반 노동자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LA 차이나타운에 기반을 둔 동남아시아 커뮤니티 연합(Southeast Asian Community Alliance)의 시시 트린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사치”라며 “평범한 사람들 앞에 놓인 실제적 위협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대선에 IRA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한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평범한 유권자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이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을 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IRA로 미국에 설립된 현대 전기차공장, 한화 태양열 전지 공장 등에 주어질 혜택이 계속될지, 아니면 중단될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새롭게 바뀔 환경 및 기후변화 정책이 한인 경제와 커뮤니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기후변화 환경오염 기후변화 이슈 에너지 문제 대선 결과

2024-11-13

[기고] 김정은의 ‘총알받이’ 군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소식이 나왔다. 러시아는 병력 손실을 줄이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에 필요한 군사 기술 확보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과 김정은의 ‘주고받기(Give and Take)’식 밀약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김정은은 북한의 젊은 목숨을 ‘총알받이’로 팔아 외화벌이를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속셈이지만 조금이라도 비난을 피해가려는 듯 용병이라는 말 대신 ‘러시아·북한 동맹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군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우려하는 전쟁 확대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럽의 국지전이 잘못하면 확전 양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는 이미 북한군 약 1만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최근 쿠르스크에 모인 북한군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며,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들을 트럭에 태워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양상이 됐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이제까지 인도적, 또는 비전투용 물자 지원에 머물렀던 데서 크게 변화된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참전을 통해 직접적인 전투 경험을 얻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사들의 목숨값으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등을 넘겨받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군이 참전하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 병사들이 전장에 나설 경우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북한군에 사용하는 것에도 별도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드론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귀순을 유도하기 위해 전선에서 드론으로 안전 보장과 행동 요령을 적은 전단을 뿌리고 있다. 이런 전단은 6·25 한국전쟁 때 미군과 한국군이 사용한  ‘안전 보장 증명서’와 유사하다. 춥고 배고픈 황량한 야전 지역에서 ‘따뜻한 이밥에 고깃국 먹으러 오라’ ‘ 당신의 목숨값은 김정은 주머니에’ ‘누구를 위한 꼭두각시인가’등등 북한군을 향한 선무공작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탈북민 3만4000여 명 중에는 북한군 출신도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전쟁터에 왔는지도 모를 북한 청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 것이다. 탈북자 중심의 심리전을 통해 북한군의 귀순을 권고해 죽음의 현장에서 아까운 젊은이들을 구조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좌파·친북 세력은 생명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민족인 북한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우크라이나 심리전 지원을 거론하면 “한반도 전쟁 획책”이라고 흥분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파병한 ‘총알받이’의 생명 가치엔 왜 말이 없는가. 어디 말 좀 해 보시라!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김정은 총알받이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러시아 전쟁

2024-11-11

[특별 기고] 트럼피즘의 태풍 몰려온다

초박빙이라던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인단뿐 아니라 전체 득표수에서도 카말라 해리스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며,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었던 2016년보다 더 큰 위세를 보였다. 더구나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이 됐고 하원에서도 승리할 것이 확실해 보여 보수진영이 행정, 입법, 사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트럼피즘’은 더욱 강력한 태풍이 되어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민문제가 미국을 뒤흔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미  “해리스 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피즘은 러스트 벨트 지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쇠락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반이민 정서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을 넘어서서 이민자 혐오와 인종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 정책은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번째는 경제 문제다. 해리스 후보가 패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대선 직후 다우존스를 비롯해 주식시장이 폭등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전기차, 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삭감되거나 폐지될 전망이고, 셰일 가스 채취 등은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피즘의 이념적 기반인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한국 등 외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유보하거나 삭감할 수도 있어 삼성, SK 등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낙태권 이슈이다.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권의 헌법적 권리 폐지 판결을 내리면서 낙태권 논란은 커졌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다. 낙태권 금지를 주장하는 보수적인 백인, 근본주의적 종교단체들이 트럼피즘의 주요 기반이므로 낙태권 이슈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논쟁은 지속할 것이다. 이에 더해 성 소수자, 인종, 성차별 등을 둘러싼 진보·보수간 문화전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여, 한인 사회도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국제 문제로 눈을 돌리면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특히 중국산에 대해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간의 무역 갈등은  한국기업에게는 중국이 남긴 공간을 차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는 이미 보완재에서 경쟁자로 변화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 협정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이 될 것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규정한 바 있는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끊어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을 ‘패싱’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과는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협상을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한미동맹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윤석열 정부도 대북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가치동맹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은 더 확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트럼프는 푸틴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경찰’이 되길 거부하는 트럼프로선 국제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물론, 두 개의 전쟁을 종식한 지도자로서의 레거시를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트럼피즘은 미국발 돌풍에서 이젠 국제사회를 강타하는 태풍으로 변해 우리의 삶에 다가와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트럼피즘은 특정 개인의 신념을 넘어서 미국사회에 넓게 퍼진 정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과거 나치즘, 스탈리니즘, 마오이즘이 그랬듯이 이러한 이념적 태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를 추종하거나 모방하는 ‘리틀 트럼프’들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등장할 것이다. 이번에 부통령에 당선된 JD 밴스만 해도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서 정치 리더쉽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번 대선의 결과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분열된 미국사회가 치유되고 정상화되기까진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기보단 직시해야 한다.  강력한 트럼피즘을 마주한 한국도 외교·안보에 있어서만은 여야간 정쟁을 멈추고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신기욱 /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 소장특별 기고 미국 태풍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 혐오 불법 이민자

2024-11-07

[기고] 자녀들에 돈 쓰는 방법 가르치기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돈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지출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지출 목표를 정하고 그 가치를 확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자녀들이 어느 시기부터 본인의 재정을 관리하도록 해야 할까 파악하는 것은 부모나 보호자의 의무다. 자녀가 독립하기 전 알아야 할 기초 재정상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지금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자신의 미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지금 생각 없이 돈을 쓰게 두면 미래에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 결정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멈추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둘째, 돈을 사용하는 목표는 스스로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목표 설정은 지도를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어디에  있으며 가고 싶은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목표가 결정되면 단계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단기 목표라면 오늘 또는 내일까지 해야 한다. 중기 목표는 수개월 혹은 일 년까지 시간을 두고 달성해야 하는 경우다. 그리고 장기는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한 목표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목표들을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들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기록으로 체계화한 후 계획을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자녀가 생각하는 가치가 돈의 지출 방향에 영향을 줘야 한다는 것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생각해야 할 가치는 평상시 말투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절약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하며 예산이나 저축 등의 말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 또 저축이 우선이며, 지출은 그다음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채가 많아지는 것은 비참하고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넷째, ‘필요한 것(Needs)’과 ‘원하는 것(Wants)’의 차이를 알도록 해야 한다.  가끔 바라는 것, 혹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구별은 쉽지 않다. ‘필요한 것’은 생활의 유지나 건강, 혹은 안전, 법적인 것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음식이나 의류, 의약품, 세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바이스 진을 구입하는 것은 ‘필요한 것’에 해당할까?  옷은 필요한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특정 상표에만 집착해 많은 돈을 지불한다면 이는 ‘원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기회비용이란 어느 부문에는 돈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5달러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5달러로 저축을 할 수도 있고,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만약 5달러를 소비한다면 저축의 기회는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저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혜택도 잃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회비용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여섯째, 모든 것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여유 있게 가질 수는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우리는 매일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중 많은 것이 돈과 관계가 있다. 자녀들이 본인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하면 조심스럽게 돈 관리를 할 것이다. 돈에 대한 올바른 결정이 미래의 삶을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김기천 / LA카운티 중소기업 자문관기고 자녀 방법 지출 목표 지출 결정 목표 설정

2024-11-06

[기고]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우주와 소유욕

지난 10월 14일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갖췄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앞으로 5년 반 동안 태양계를 가로 지르며 총 29억km를 날아간다. 하지만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우주라면 지구와 유로파 간의 거리는 그 돔을 떠도는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먼지 사이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37억 년 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 대학의 에드워드 타이론 교수였다. 그 이유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든 별과 은하, 그리고 행성은 회전운동을 하는 반면에, 정작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공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진공으로부터 탄생한 우주는 회전운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로스앤젤레스 윌슨 천문대에서 천체를 관측한 후, 모든 은하가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가는 ‘팽창하는 우주’ 이론을 발표하여 빅뱅이론(Big Bang)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로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면서 차갑게 식어 모든 생명체가 사라져버리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에 이르게 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타이론 교수의 ‘무에서 탄생한 우주’와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를 생각해 보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된 후 끝없이 팽창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찰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큰 약점이라고 믿었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내준 땅을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울타리를 만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원주민 추장은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소유라고 부르는 그것이 무엇인가? 땅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인 동물과 새, 물고기, 그리고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린다. 숲과 강물 등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에게 속한 것이며, 누구나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간이 그것들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필요한 것 이상 갖는 것을 죄악이라 여겼으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고 한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끝없이 팽창하다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1000억개의 별을 거느린 은하계가 또 다른 1000억 개의 은하계들과 함께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속의 나. 그것은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미세한 먼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찰나의 삶을 살아갈 때, 과연 무엇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소유욕 상태 우주라면 지구 정작 우주 우주 공간

2024-11-04

[기고] 위대한 ‘Korea’

지난달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한 것이다. 한강은 이미 ‘채식주의자’로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의 이번 수상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순수문학의 입장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사고와 문학적 기술을 편협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 문학 평론가 나탈리야 로미키나는 “한강의 산문 특징은 매우 끔찍한 일을 은유적으로, 매우 시적으로 쓴다는 것”이라며 “노벨위원회가 한국 작가에게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면서 첫째 여성에게, 둘째 시인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문학 경향인 시인의 산문을 강조한 것이 흥미롭다”고 평가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이 문학 장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텃밭이 조성되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은 것도 한국의 탄탄한 경제가 뒷받침되었다고 본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성공을 거둔 것이나,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스타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 또한 경제 발전의 산물이었음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이번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에서도 ‘Korea’의 위대함이 드러났다. 베스트셀러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저자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 그리고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공동 수상자다. 이들은 ‘국가 간 부의 차이’란 연구로 수상자가 됐다.   수상자들은 지난 달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애스모글루 교수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놀라운 경제 성장을 만들어 냈다”며 “이를 통해 분단 전 비슷한 경제 상태였던 한국과 북한이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의 대조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첫 번째 사례”라며 “한국은 민주화 과정을 거친 후 경제가 더 건강하게 성장했지만, 북한 체제는 같은 상태로 굳어 있다. 그들에게 조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도 “오늘날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성취는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1960년대 초반 한국은 매우 가난했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중국도 ‘포용적 제도’를 갖춰야 강력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로빈슨 교수는 이날 시카고대가 주최한 별도 기자회견에서 개별 국가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려면 먼저 해당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구 이론이나 경험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를 해당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책이 남북의 성장 격차를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방 후 한국이 분단국가로 6·25 전쟁이 가져다준 폐허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이승만,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월 26일 국립현충원에서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5주기 추모식이 있었다. 올해는 감회가 더욱 새롭다. 10월은 푸른 하늘만큼이나 청명하고 아름답다. 분명한 것은 위대한 ‘Korea’임을 잊지 말자.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korea 노벨 문학상 경제 성장 애스모글루 교수

2024-11-03

[기고] 싸워서 얻은 투표권 꼭 행사하자

필자가 거주하는 애틀랜타 지역의 한인타운에도 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 23일 둘루스 한인타운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도라빌 한인타운 인근에서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이렇게 양당 대통령 후보가 한인타운 가까운 곳까지 와서 유세하는 모습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인 유권자에 지지를 요청하는 정치인들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한국계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연방하원 의원이 워싱턴주에서 애틀랜타로 날아와 한인타운을 방문, 한국어로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한인 유권자들은 투표를 망설이는 듯하다.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한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꼭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진 투표권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 누군가가 피 흘리며 싸워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성인이 되고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 자동으로 선거인등록명부에 이름이 올라간다. 이를 통해 부재자 투표도, 사전투표도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처럼 미국도 모든 시민권자에게 자동으로 투표권이 부여된다고 착각하는 한인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자의 투표권은 자동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다. 미국 독립 당시 투표권은 오직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남북전쟁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치른 후에야 흑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지만 여러 주에서 흑인들의 투표권은 제한됐다.  법적 투표권이 곧바로 실질적 투표권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투표세’ ‘문맹 시험’ 등의 명목으로 흑인 유권자를 걸러내고, 백인들에게만 투표를 허용했다. 흑인들의 투표권은 1960년대 민권운동을 거치며 비로소 완전하게 보장을 받았다. 여성 투표권도 여성단체의 수십년간에 걸친 투쟁 끝에 1920년에야 주어졌다.      소수계의 투쟁으로 ‘XX는 투표 금지’라는 팻말은 사라졌지만, 이러한 ‘투표자 억압(Voter suppression)’은 현대에 들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뉴욕대 로스쿨 브레넌 정의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의 앤드류 가버 변호사는 ‘비시민권자의 투표 참여 우려’를 핑계로, 유권자 등록 기한 단축, 사전 투표 및 우편 투표 신청 기간 축소, 투표 등록 지원 단체 활동 제한, 투표소 인력 감축 및 폐쇄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표하려면 선거를 전후한 정치폭력도 극복해야 한다.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백인들이 투표를 하려는 흑인 유권자들을 공개적으로 폭행해, 흑인들의 정치 참여를 방해했다. 이러한 정치폭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카고 대학 정치학과 교수이자 안보위협 프로젝트(CPOST) 책임자인 로버트 페이프 교수는 2001년 이후 정치 폭력 기소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 재임 동안 19.5건,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간 동안 21.6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정치적 폭력 사례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2023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23년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2024년 7월과 9월) 암살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도 현재 미국민들은 정치 폭력에 반대하고 있다. CPOST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84%와 공화당원의 76%(전국적으로 2억 명에 해당)가 정치적 폭력에 반대하는 초당적 의회 연합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시민의 투표권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온갖 장애물을 뚫고 싸워서 얻은 것이다.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면 미국민으로서 의무도 다하고 한인들의 권익과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인 시민권자는 한인사회를 위해서라도 꼭 투표하자.    이종원 / 변호사기고 투표권 행사 여성 투표권 실질적 투표권 법적 투표권

2024-10-28

[기고] 잔인한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는 10월은 과학계도 들썩이는 계절이다. 극소수 수상자에겐 영광이, 다른 연구자에게는 분발의 계기가 된다.   아시아 국가 중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배출한 나라는 일본이다. 무려 25명이나 된다. 이어 중국이 3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직 과학 분야에서 한 명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10월은 한국 과학계엔 잔인한 달인 셈이다. 그동안 한국의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됐다. 그러나 매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9월과 10월에 반짝하다 곧장 사라진다.   최근 알래스카에서 94세인 한 일본인 과학자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야외 관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일에 전념하라는 진심 어린 충고를 남겼다. 이 과학자는 20대에 알래스카로 와 평생 오로라 연두에 몰두했다. 소위, 한 우물만 판 것이다. 그 결과는 최고의 업적이라는 성적표를 남겼고, 미국과 유럽에서 오로라 연구 관련 최고상을 받았다.   그는 내가 알래스카대학에 왔을 때 초대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젊은 연구자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을 소개해 줬으며, 어떤 연구든 참신성과 창의력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때 그의 나이가 이미 70세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21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나베 슈크로 박사(93·프린스턴 대학 수석연구원)와의 만남도 큰 축복이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과학기술청 프런티어 연구 시스템 지구 온난화 연구 책임자로 일한 마나베 박사는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처럼 연구 내용을 꼼꼼히 듣고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이들 일본 과학자를 만난 것은 큰 축복 중 하나였다. 두 석학에게서 배운 것은 학문을 대하는 태도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충고는 두 석학의 공통된 조언이었다. 실패 속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정설을 세울 수 있다는 격려가 아직도 귓전에 남아 있다.     또 하나는 비판과 비평을 곱씹으라는 것이다.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고,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남의 비판을 새겨듣고, 앞으로 정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한국과 공동연구를 한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연구비를 받는‘을’의 입장과 연구비를 주는 ‘갑’의 입장은 천지 차이다. 먼저, 한국 공무원들은 3년간의 보직 재임 기간에 성과를 내야만 승진에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승진에 목을 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에게 매년 뚜렷한 연구 실적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게 과학자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연구 결과는 예측하는 대로 나오는 법이 절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 선진국과의 차이다.   기초과학 분야는 그 성과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는 20대에서 40대 초반의 연구 성과가 30~40년 후에 개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한 기초 과학 분야는 없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분야에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은 2021년이 최초였으니 말이다.   국가의 지원이 생산력이 높은 분야에 집중되는 것은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그렇지만, 생산력이 높은 분야의 근본도 기초학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숲을 보려면 숲속이 아니라 숲을 벗어나야 제대로의 숲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과학 분야에 임하는 과학자의 마음 자세다. 우선, 대학에서 이들을 위한 최상의 교육이 필요하다. 1000명의 인재 중에서 한 명이라도 특출한 인재를 만들면 그 인재로 인한 파급효과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함없는 국가적 투자를 부탁하고자 한다. 정권에 따라 변하는 교육은 미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왜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가를 명심해야 한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과학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연구에 전심을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기초 과학자들에게는 매년 10월이 잔인한 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이들의 연구를 지켜주지 못한 환경과 시스템 잘못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도 기초학문이자 종합학문이다. 특히, 극지 연구는 산학연의 집합체가 응집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잔인 과학자 입장 노벨상 수상자 이들 과학자

2024-10-27

[특별 기고] 윤석열 대통령, 일관된 대북정책 마련해야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의 대북 정책을 심도 있게 검토한 인물이다. 그는 “우리는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페리의 결론은 한국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북한뿐만 아니라 세계를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있는 그대로 상대해야 한다.   그러면 북한은 과연 어떤 상태에 있고, 세계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 그리고 그들이 그러한 상태라면, 우리는 그들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이는 한국에게 일관성 있는 분석과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주변 상황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최소한 그의 정권의 관점에서는) 남북통일에 대한 희망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북한에게 이제 남한은 별개의 국가이자 ‘절대적인 적’이다. 북한은 중국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고(근본적인 까칠함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러시아와도 더욱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란 및 BRICS 경제 블록에 가까이 다가가며 국제 제재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을 개발하는 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2018년 문재인-김정은, 트럼프-김정은의 낙관론은 이제 사라졌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굴욕적인 기차 여행,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실패가 큰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북한과 남한은 여전히 같은 언어, 문화, 역사, 그리고 한반도라는 영토를 공유하고 있다. 김정은도 이를 바꿀 수 없다. 그는 절대 권력을 가진 지도자이며, 핵무장과 통일 거부는 그의 결정과 의지의 결과일 뿐이다. 그는 불멸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은 과거 중국이 지녔던 영향력과 영광의 신화를 재현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대만 침공 및 남중국해에서의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무력행사가 중국 정책의 강력한 요소로 동원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도 과거 러시아 또는 소련의 영광과 패권을 되찾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는 폭력과 강압, 그리고 유럽 및 미국과의 대결로 나타났다.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의 영토회복 정책은 얼마나 시진핑과 푸틴의 개인적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며, 또 얼마나 중국과 러시아의 근본적인 추진력에서 기인한 것일까?   미국에서는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 불만을 품은 포퓰리즘 정서가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구체화하였고, 이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온 국제 질서를 이끌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희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하였다. 미국이 두 개의 대양 뒤로 물러나 스스로 벽을 쌓아 ‘미국 우선주의’로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새로운 고립주의 정서가 트럼프의 막연한 불평을 표현한 것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78세인 그가 물러나면 함께 사라질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미국의 새로운 세계관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만약 미국이 세계에 제공하는 핵우산을 철수한다면, 핵무기 개발이 핵전쟁 가능성을 높여 전 세계에 파문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몇 개 국가가 자체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느낄까?   기후 변화는 이미 더 강력한 자연재해를 일으키며 전 세계 보험 산업을 불안정하게 하고 있으며, 기후 난민 문제는 이미 많은 국가가 겪고 있는 이민 문제에 추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모든 국가의 계산을 바꿀 것인가? 또한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달 , 첨단 반도체와 희귀 소재들에 대한 접근성도 중요하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반면, 빈곤 국가에서의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혼란스럽고,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의 혼합된 상태이다. 먼저 ‘무엇’을 이해한 후에야 그들과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착각하는 것은 재앙으로 가는 길이다.   확실한 것은, 현재 한국의 보수와 진보 간의 심각한 정치적 분열, 그리고 5년마다 대통령이 교체되면서 북한과 세계를 대하는 새로운 정책이 등장하는 시스템은 일관된 분석과 지속적인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서독이 동독과 당시의 세계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예시가 있다. 서독의 양대 정당은 동독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서독이 냉전 시기와 1970~80년대 세계 경제 질서에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동방 정책(Ostpolitik)’을 마련했다. 이 정책은 포용적이었고, 상당히 관대했다. 그리고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정권에서 이행되었으며, 무엇보다 성공적이었다.   한국도 서독처럼 북한과 외부 세계를 상대하는 일관된 정책을 마련할 수 없을까?   내 제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보수와 진보 양측의 주요 사상가들을 모아,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유럽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포함해 전문가, 과학자, 경제학자들과의 심도 있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논의를 진행할 상설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2년 정도 활동을 통해 2027년 대선 전에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모든 대선 후보에게 이러한 정책을 따를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향후 수년간 모든 한국 대통령이 따를 일관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주요 유산이 될 것이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버금가는 업적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이 위원회는 한국 역사에서 세종대왕의 집현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     ▶스펜서 김 항공우주 제품 제조판매회사 CBOL Corp 대표. PCI 공동 창립자이자 미국 외교협회 회원. 2006~08년 부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APEC 기업인자문위 미국대표로 활동. 2012~13년 하버드대 애쉬센터 레지던트 펠로. 스펜서 김 / PCI 공동 창립자특별 기고 대북정책 대통령 영토회복 정책 세계대전 이후 세계 보험

2024-10-22

[기고] 이민자 위협하는 ‘프로젝트 2025’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프로젝트 2025’가 논쟁이 되고 있다. 작년에 발표된 ‘프로젝트 2025’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보수 세력에 권고하는 정책 청사진이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2025년 집권에 대비한 정책 권고안이라는 것이 정가의 주장이다. 트럼프 후보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프로젝트 2025’가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프로젝트 2025’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한인들에게 밀접한 이민 및 보건의료 정책 부분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프로젝트 2025’는 연간 84만여 건이 접수되는 가족 이민 영주권 신청의 폐지를 주장한다. 다시 말해 결혼 영주권, 부모나 자녀 초청 영주권을 없애버리자는 것이다.   ‘프로젝트 2025’는 비자 쿼터의 축소도 권유한다. 숙련직용 H1-B 비자와  비숙련 계절노동자용 H2-A, H2-B 비자, 학생 비자, 난민 신청 비자의 축소를 제안한다. 또한 국제 난민 등에게 부여되는 임시 추방보호지위(TPS)의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프로젝트 2025’에는 이민국 인력을 줄여 이민 케이스 처리 적체를 유발한 뒤 합법 이민 신청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안이 시행되면 그렇지 않아도 오래 걸리는 이민국의 비자, 영주권 처리 속도가 한없이 늦춰져 사실상 ‘이민 올스톱’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불법 체류자의 대량 추방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AAPI 형평성연합(AAPI Equity Alliance)의 만주샤 쿨카르니 사무총장은 “프로젝트2025는 연방 요원들에게 영장 없이도 사유지와 학교, 사업장, 심지어 종교 시설에 들어가 불법 체류자를 수색하고 체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등 군사작전 수준의 대량 추방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는 1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의료·보건 분야는 어떨까? 프로젝트 2025는 의료 분야의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 정책에는 메디케이드 혜택 축소, 메디케어 처방약 가격 인상, 오바마케어(ACA) 폐지 등이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 이 정책이 시행되면 한인을 비롯한 수천만 명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프로젝트 2025’는 또 중소기업에 대한 재해 구호 대출 중단, 재난 선포 기준 강화, 연방재난관리청(FEMA) 홍수 보험의 민영화,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국립기상청의 민영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피플스 액션 인스티튜트(People’s Action Institute)’의 술마 아리아스 사무총장은 “프로젝트 2025는 의료 보험과 공공 서비스 같은 공공재를 사유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프로젝트 2025’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민자의 악마화’다. 쿨카르니 사무총장은 “이 문서는 ‘불법 외국인’, ‘침투’ 등의 용어를 사용해 이민자를 악마화하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의 불씨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보수단체가 ‘프로젝트 2025’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국은 권력 싸움’이라고 주장한다. 쿨카르니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권력을 독점했던 사람들이 인구 구성 변화로 그 힘을 잃게 되자, 행정 조치를 통해 개인의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인 사회는 아직 이민자 중심의 커뮤니티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민 축소, 비자 쿼터 축소, 비자발급 중단, 오바마케어 폐지 등을 주장하는 ‘프로젝트 2025’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프로젝트 2025’가 절대로 현실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프로젝트 이민자 보건의료 정책 이민국 인력 불법 체류자

2024-10-21

[기고] 중소기업인의 어려움

미국 내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생존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업체인 ‘레드벌룬( RedBalloon)’의 지난 4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래가 비관적이라고 답한 중소기업인이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9%나 됐다. 그만큼 지금의 경영 환경이 어렵다는 것을 반영한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다.     지속적인 운영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재료비와 임대료 상승, 인건비 인상, 높은 세율 등으로 인해 지출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수익은 이를 따르지 못해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설문에 응답한 중소기업인의 60% 가량은 이런 고물가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는 식당, 서비스업종 등 다양한 중소 업체들이 참여했다.     이와 관련 조사를 실시한 레드벌룬의 창업자인 앤드류 크레펀치는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등이 급등했고 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시작됐다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에 중소기업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가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텍사스주 휴스턴에 거주하는 베라 베릭이라는 여성은 남편과 함께 32년째 소규모 위락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위락 시설의 규모는 1만 스퀘어피트 정도로 미니 골프 퍼팅장, 어린이 놀이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32년 전 오픈 당시 월 900달러였던 임대료는 지금 9045달러로 10배 이상 올랐다.     베릭은 경영상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좋은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라고 했다. 지원자에게 괜찮은 수준의 임금을 제시해도 규모가 있는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는 지원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원자들이 안정성이나 발전 가능성 등을 많이 고려한다는 것이다.     시설 재투자도 어렵다. 낡은 시설을 수리하고 새로운 설비도 갖춰야 하지만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재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매출도 줄어 요즘은 임대료 내기도 부담스러울 정도라는 것이다. 베릭은 “물가가 워낙 올라 직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30명 정도 되는 직원 가운데는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 다른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레드랍스터,리지아이,크래커 배럴 등 유명 식당의 일부 매장이 문을 닫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베스트바이, 달러 트리, CVS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매장을 줄이고 있다. 임대료와 유틸리티 비용, 인건비 상승 등으로 비용은 느는데  고객은 감소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매출이 떨어지는 매장은 정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소기업들에 긴급 운영 자금을 빌려주는 융자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이들 융자 업체는 주로 연 매출 3000만 달러 미만, 직원 10명 미만의 업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융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주의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지나칠 정도로 각종 규제가 많아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인건비와 연료 비용이 크게 올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난 4월부터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의 시간당 최저 임금이 20달러로 오르면서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이 오르면 매출은 줄 것이라는 걱정이다.     이어 그는 “주요 정책이나 혜택은 대기업 위주인 경우가 많아  중소기업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미래에는 중소기업들이 설 공간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김기천 / LA 카운티 중소기업자문관기고 중소기업인 어려움 중소기업 경영자들 소규모 위락시설 가지 어려움

2024-10-16

[기고] 한인 후보 지원이 한인 정치력 신장

올해는 ‘미주 한인 이민 121주년’이다. 첫 한인 이민자가 하와이에 도착한 것이 1903년 1월13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5년 연방의회는 1월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기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켜 ‘법정 기념일’이 됐다.     ‘미주 한인의 날’ 결의안은 한인 정치력 신장의 쾌거였다. 한인들이 거주 지역의 정치인들을 설득하고 움직여 얻어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한인 사회는 ‘정치력 신장’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정치력 신장의 첫 단계는 선거 참여 캠페인이었다. 한인 단체와 언론들의 주도로 선거 때가 되면 투표가 ‘한인 정치력 신장’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한인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결과로 연방의회에는 ‘친한파’ 의원 수가 늘어 갔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가 한인 정치인의 배출이다. 한인 로컬 선출직 공직자 및 연방 의원 숫자가 늘면서 ‘한인 정치력’도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선거를 통해 ‘한인 정치력’이 실질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오는 11월 5일, 대선을 포함해 또 한 번의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이미 사전투표가 시작됐으니 선거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 경쟁이 뜨겁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열기를 더하는 것이 연방 의원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는 연방 상원의원 3분의 1과 하원의원 전원을 다시 뽑게 된다. 이밖에 각 지역의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투표도 이뤄진다.   이번 선거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한인 정치인이 11월 결선 투표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연방의회를 비롯해  주의회와 각 로컬 정부에 출마한 한인 후보가 16명이나 된다. 이들은 한인 사회의 자산임이 분명하다. 한인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     한인 사회에서는 당적을 떠나 한인 사회의 권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한인 정치인을 선출직에 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인 정치력’은 한인 사회의 위상을 높이고, 차세대에 물려 줄 자산이다. 차세대가 자부심을 갖고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요람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일부 한인 정치인이 한인 후보의 경쟁자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 유감이다. 이는 그동안 한인 사회가 외쳤던 ‘정치력 신장’과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생전에 ‘기부왕’으로 불렸던 고 홍명기 회장은 본인은 공화당원이었지만 민주당 소속 한인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것이 진정한 ‘한인 정치력 신장’이 아니겠는가. 때론 당선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있더라도 한인 후보를 도와야 하는 이유는 후세들에게 도전 정신을 갖게 하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앤디 김(뉴저지주)의 연방 상원의원 도전은 우리의 미래를 향한 메시지다. 연방하원에 도전하는 데이브 민(캘리포니아 47지구) 후보와 데이비드 김(캘리포니아 34지구) 후보의 선전도 기대된다. 설령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인 사회도 당락을 떠나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3선 도전에 나선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 45지구), 영 김(캘리포니아 40지구) 연방 하원의원도 승리해야 한다.   한민족은 은근과 끈기, 그리고 끝없는 도전 의식이 특징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는 것도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존심과 선조들이 일군 터전이 있어 가능했다. 한인 사회도 언젠가는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번 선거는 한인 사회의 힘을 보여줄 때다. 이것이 진정한 ‘한인 정치력 신장’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한인 정치력 한인 정치력 한인 후보 한인 사회

2024-10-15

[기고] 꿈에도 소원은 통일

정부나 단체 행사에서 자주 접하는 순서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 제창이다. 이 노래는 북한에서도 부르는 민족의 노래다. 그만큼 한민족은 남북통일에 대한 갈망이 크다. 그런데 최근 통일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을 ‘적대적인 2개의 국가’로 규정했고, 남한에서는 일부 종북 정치인이 이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 실망을 금치 못하게 한다.   북한은 남한을 적화 통일하겠다며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을 일으킨 원죄가 있는 집단 아니던가. 그런데도 난데없는 북한의 주장에 호응하는 좌파 정치인들이 한두 명씩 나타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통일’이라는 말은 수십 년 동안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단어다. 무엇보다 통일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던가. 더 따질 필요 없이 통일은 남북의 사람들이 목청 높여 외쳐온 민족의 소망이다. 우리의 지상 목표요, 최대의 민족적 과제다.   그런데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역임한 정치인이 지난달 열린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느닷없이 “통일하지 말자”며 ‘남북 2개 국가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좌파 인사들의 ‘통일 포기’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김정은은 ‘북남은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라며 남한은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쳐부숴야 할 철천지원수 적대국이라는 독설을 토했다. 이후 북은 ‘통일 지우기’를 하고 있고 남북이 맺은 모든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 했다.     남한의 통일 반대자들은 ‘두 개의 국가’ 체제를 만들기 위해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삭제하거나 개정하고 국가보안법도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또 통일부도 정리하고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도 내려놓자고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자유당 정부 때 전쟁 중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북진통일’을 부르짖었고, 군사정권 시절엔 ‘반공, 타공, 멸공’등 이념의 구호를 외쳤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들어서 점차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너그러워지자 북한의 입맛에 맞춘 친북 세력이 나타났고 심지어 종북, 충북적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나타났다.     두 개의 국가론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남북기본합의서 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또 우리 헌법을 부인하고 특히 탈북민의 인권과 혈연을 영구히 단절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종북 좌파인사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친북 여론에 동조하는 사람이 줄어들자 이들은 방향을 틀었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북한은 최대한 남북 접촉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좌파 인사들의 통일 포기론은 여기에 동조하는 것이다.     솔직히 남북의 국력 차이는 비교조차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통일한다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길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아는 친북·좌파 인사들은 통일 논의를 무조건 피하고 싶은 것이다.     통일은 헌법적 명령이다. 헌법 3조·4조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하고, 국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토록 하고 있다. 헌법 66조에는 대통령에게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 국군의 날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그날 북한 정권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 왕조의 노예로 살고 있는 북한 동포를 해방하는 길은 오직 통일뿐이다.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부여된 헌법적 명령이고 의무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소원 통일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 통일 포기 남북기본합의서 체제

2024-10-14

[기고] 끊이지 않는 코로나19 변종

지난달 행사가 있어 새크라멘토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참석 예정자 몇 명이 코로나19가 감염을 이유로 오지 못했다. 4년 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될 때처럼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거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주변에서 코로나19로 앓아누웠다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겨울을 앞두고 전염성이 강한 신종 코로나19 변종인 XEC의 확산이 시작됐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XEC는 코로나19 오미크론 계열의 두 변종인 KS.1.1과KP.3이 결합한(하이브리드) 새로운 변종이다. 이미 전국 25개 주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전염성이 강해 올가을부터 시작해 겨울이 오기 전 주요 변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텍사스 A&M 대학의 베냐민 뉴먼 교수는 “XEC는 두 가지 변이의 특성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변이”라며  “XEC는 세포에 더 잘 부착할 수 있는 변종이라 감염성과 전파력이 다른 변종에 비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XEC 변이와 관련된 특이 증상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 인후통, 기침, 발열, 눈 충혈 등의 증상은 동반한다고 한다.      다행인 점은 XEC가 아직 미국 내에서 대세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UC샌프란시스코의 전염병 전문가 피터 친홍 박사는 “XEC는 현재 유럽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감염자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가을부터는 미국에서도 XEC가 확산되거나 혹은 또 다른 변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친홍 박사는 “XEC의 발견은 그 자체보다는, 겨울철에 더 전염성이 높은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미국인의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져, 중증 환자 발생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을 비롯해 업데이트된 백신들이 출시된 상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아시아계 등 소수계의 백신 접종률이 백인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계의  접종률이 낮은 것은 백신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의료보험 미가입, 근무 시간 중 예방 접종의 어려움, 예방접종에 필요한 교통수단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여기에 백신의 유료화는 소수계의 백신 접종을 막는 새로운 장벽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종료된 후 그동안 무료였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유료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면 백신 접종을 다시 무료화하거나 특정 계층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신 유료화가 저소득층의 백신 접종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변이에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 및 자가진단 등 자기 관리다. 연방정부는 10월부터 코로나19 자가진단 세트를 모든 가정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https://www.covidtests.gov/)을 통해 신청하면 한 가정당 4개의 진단 키트를 보내준다. 올가을과 겨울의 변종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본인은 물론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새로 나온 코로나19 및 독감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자.  이종원 / 변호사기고 코로나 변종 백신 접종률 백신 유료화 변종인 xec

2024-10-09

[기고] 우주선 스타라이너 착륙과 복구

지난 9월 7일, 보잉사의 우주선 ‘스타라이너(Starliner)’가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스타라이너는 60여명의 ‘착륙과 복구팀’이 열렬히 환영하는 가운데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 샌즈 스페이스 하버에 무사히 착륙했다.     우주여행의 화려한 조명은 대부분 우주 비행사들이 받는다. 우주 정거장에서의 일상, 지구와의 교신, 과학 실험, 또는 우주 유영 등 지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장면이 일반인에게 소개된다. 하지만 우주 비행사들의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수많은 지원팀의 숨은 노고가 있다. 이번 비행 임무에도 8개로 구성된 ‘착륙과 복구팀’은 사막에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스타라이너의 착륙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 임무를 완수했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8개 팀을 간략히 소개하면, 첫 번째가 ‘블랙 커맨더팀(Black Command Team)’이다. 전반적인 착륙 과정과 복구작업을 총괄하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절차와 훈련을 주도했다.     두 번째 ‘퍼플팀(Purple Team)’은 우주선이 지구로 귀환하는 과정의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추적하여 휴스턴과 케네디 우주 센터의 중앙 관제소와 교신하는 역할을 했다. 세 번째 ‘골드팀(Gold Team)’은 위험 물질 보호복을 입고 제일 먼저 착륙한 우주선에 접근해 유독성 증기의 유무를 확인했다. 이들은 소방, 환경, 건강, 안전 전문가들로 착륙과 복구팀원들은 골드팀의 판단과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했다.     네 번째 ‘실버팀(Silver Team)’은 골드팀이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위험 물질 보호복을 입고 우주선으로부터 정전기를 방출하고 낙하산을 옮긴 후, 모래 위에 착륙한 우주선을 안전하게 세우는 작업을 했다. 특히, 실버팀원들은 낙하산 디자인, 제조, 실험 및 복구 전문가들이었다.     다섯 번째 ‘그린팀(Green Team)’은 골드팀과 실버팀이 작업을 마치면 안전한 거리에서 시간을 측정했다. 그린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주선 착륙부터 지상 냉각기 연결까지 단 30초 였다. 왜냐하면 이 30초가 우주선의 항공 전자 기기를 보호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선의 해치가 열리면 그린팀은 선실 내의 습도를 제거한 후 내부 공기를 정화하는 작업을 했다.     여섯 번째 ‘레드팀(Red Team)’은 착륙과 복구팀원들, 그리고 비행사들의 메디컬 모니터링과 돌보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우주선의 해치를 열고 화물 장비를 옮기는 작업과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NASA(항공우주국)로 보내온 분초를 다투는 화물 장비를 돌보는 작업을 했다. 레드팀은 의사, 건강 관리사, 소방대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주선 착륙과 복구 현장의 ‘응급실’로 불린다.     일곱 번째 ‘블루팀(Blue Team)’은 보잉사 커뮤니케이션팀과 NASA의 홍보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타라이너의 착륙 과정을 일반인에게 생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생중계되는 이 영상은 미션팀에게 전반적인 상황 인식과 효과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 ‘오렌지팀(Orange Team)’은 우주선을 플로리다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로 옮기는 운송을 담당했으며, 한 명은 우주선에 머물면서 최적의 온도 유지를 통해 캡슐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오렌지팀은 레드팀과 함께 우주선이 하강하면서 버린 부품들을 수거해 케네디 우주 센터로 보냈다.     이번 임무에도 많은 팀원의 희생과 노고가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다. 시스템의 신용도처럼, 모든 팀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때 놀라운 성과를 올릴 뿐 아니라 최고의 신용도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명의 팀원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의 신용도는 그 팀원의 수준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이것이 구성 요소와 시스템과의 밀접한 관계성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스타라이너 우주선 우주 비행사들 착륙 과정 케네디 우주

2024-10-06

[기고] 기록적인 열대야

지난해와 올해 여름 기온은 1850년대 기온 측정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최장의 열대야(tropical night) 현상도 나타났다. 열대야의 정의는 밤(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화씨 77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열대야라는 말은 일본의 한 기상 수필가가 1966년도에 출간한 ‘일본의 기후’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열대야 때는 후텁지근한 한증막 속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아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올해 한국에서는 추석에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라 많은 사람이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그 후에는 태풍의 진로 변경으로 인한 집중강우로 큰 피해도 발생했다.   열대야는 폭염(heatwave)과 관련성이 뚜렷하다. 지구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폭염 및 열대야를 비롯한 이상 고온 현상이 일상화되어 가고 있다. 폭염은 인체 내의 생리적 변화와 연관되어 있어 인간의 유병률과 사망률 증가와도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다.  또 폭염은 범죄 발생률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폭염이 지속하면 범죄 발생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여름철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폭염과 관련성이 깊다고 한다.     폭염은 같은 강도라 할지라도 개인의 적응 능력과 지역적 기후 특성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이 열 스트레스에 의한 온열 환자의 발생이다. 운동하면 체온이 오르고 땀도 난다. 하지만 이는 체내의 지방을 소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열 스트레스에 의한 온열 증상은 특히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그만큼 시니어는 열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폭염 발생 일수가 증가할수록 시니어 등 인명피해가 늘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자 수는 태풍에 의한 사망자보다 3.6배나 많다고 한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한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493명이나 됐다.       폭염에 의한 열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폭염이 길어지면 정신질환 환자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낮에는 폭염으로, 밤에는 열대야로 인해 체력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폭염은 인간은 물론 동식물에도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알래스카에서 야생 블루베리는 겨울철 원주민에게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중요한 과일인데 폭염이 길어지면 야생 블루베리 수확량이 줄게 된다. 블루베리가 흉작이면 겨울철 알래스카 원주민의 비타민 D 섭취가 어렵게 된다. 블루베리에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돼 있어 섭취하면 체내에 비타민 D를 공급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체내에서 비타민 D를 생성할 수 없기에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알래스카의 의사들이 겨울철에 비타민 D 복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타민 D 결핍은 정신질환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인한 문제는 지구촌 한 곳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폭염이 발생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 폭우가 내리는 곳도 있다.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균형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기온 상승만큼은 막을 수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열대야 기록 폭염과 관련성 야생 블루베리 정신질환 환자

2024-10-02

[기고] 중앙일보와 나

내가 중앙일보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예닐곱 살 때다. 깡 시골인 우리 동네에 어느 날, 말쑥한 차림새의 남자 두 명이 가가호호 방문했다. ‘중앙일보’ 판촉을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나름 지식층이었지만 시류에 떠밀려 시골에 정착했던 아버지는 세상 정보에 대한 갈증으로 얼른 구독신청서에 도장을 찍었다. 판촉 직원들은 ‘소년중앙’ 한 권을 보너스로 주고 갔다. 읽을거리라고는 교과서밖에 없었던 우리 형제들에게 그 잡지는 너무나도 찬란한 선물이었다. 읽고 또 읽어 겉장이 너덜거릴 정도였다. 나중엔 동네 친구들에게도 10원씩 받고 빌려주기도 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우리 집에 중앙일보는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새벽마다 자전거 멈추는 소리와 함께 털썩하고 신문이 집안으로 떨어지면 우리 집 개 독구가 컹컹 짖어댔다. 그 소리에 온 식구가 눈을 떴다. 아버지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누가 나가서 신문 집어 와라”고 하셨다. 바깥의 신선한 공기와 함께 배달된 중앙일보는 아버지가 제일 먼저 읽고 그다음 순서는 엄마였다. 한자가 반이 넘었지만 나와 동생들도 학교에 다녀오면 광고까지 열심히 읽었다.     텔레비전도 전화도 없던 시절, 중앙일보는 우리 가족이 세상을 내다보는 유일한 통로 같은 존재였다. 희대의 살인마 김대두가 외딴집만을 대상으로 범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신문을 통해 접했는데 동네와 조금 떨어져 있던 우리 집에도 오면 어쩌나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의 세계를 훔쳐보는 일도 중앙일보를 통해서였다. 당시 ‘내 마음의 풍차’라는 최인호의 소설이 약간 선정적인 삽화와 함께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었다. 최인호 특유의 익살이 가미된 내용이었는데 정말로 흥미진진했다. 주인공이 매춘부에게 돈을 주며 자폐아 이복동생의 첫 경험을 주선한 부분에서는 다음 회가 궁금해 잠까지 설쳤다.     그때는 신문 배달부가 매달 수금을 하러 왔다.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궁핍한 살림이었지만 아버지는 신문 대금은 꼬박꼬박 냈다. 멀리까지 신문을 배달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불행히도 신문 구독은 반년을 넘기지 못했다. 100호 남짓한 우리 마을에서 신문을 보는 집은 딱 두 집, 이장네와 우리뿐이라 타산이 맞을 턱이 없는 보급소에서 배달을 중단한 까닭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신문에서 봤는데’라며 새로운 소식을 전파하던 아버지의 기쁨도 사라졌고 온 가족이 침울해졌다. 아버지는 궁리 끝에 시내에 있는 고모 집으로 신문을 배달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학교를 파한 우리 형제들이 당번을 정해 고모네에 들러 신문을 집으로 가져왔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모두 중앙일보의 애독자였다.   나는 서울에 독립해 살 때도 중앙일보를 구독했다. 당시 각 신문사의 판촉 경쟁이 치열했다. 신문을 구독하면 자전거를 준다느니, 밥통을 준다느니 했지만 나는 한눈팔지 않았다. 경품이 욕심나긴 했지만 왠지 중앙일보를 배신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미국에 오면서 중앙일보와의 인연도 끝난 줄 알았다. 가족, 친구와의 이별 못지않게 더는 중앙일보를 못 본다는 아쉬움도 컸다. 그런데 미국에도 중앙일보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인 마켓에서 중앙일보 가판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바로 구독 신청을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끝나버린 줄 알았던 중앙일보의 인연이 미국에 와서도 이어졌던 것이다.     인연은 더 깊어졌다.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기자로 11년 동안 일을한 것이다. 이후 미국직장에 취직하면서 중앙일보를 그만뒀지만 매주 칼럼을 썼다. ‘이계숙의 살며 느끼며’란 타이틀로 500회나 연재했다.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던지 조지아주로 이사 간 한 지인이 그쪽 중앙일보에도 내 글이 실린다는 소식을 전해주었고, 뉴욕에서 팬레터가 오기도 했다. 너무너무 신기해 동네방네 자랑했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사가 문을 닫았을 때는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아팠다. 너무 큰 상실감에  한동안은 그냥 멍했었다. 고심 중에 LA에서 발행하는 중앙일보를 우편으로 받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뻐 당장 구독신청을 했다. 우편이기에 가끔  배달이 지연되기는 하지만 중앙일보를 계속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어디냐 싶어 마냥 좋기만 하다.   미주중앙일보가 창간  5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함께 한 50년, 함께 할 50년’이란 캐치프레이즈는 정말로 훌륭하다. 그렇다. 나도 중앙일보와 50년 넘게 함께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작정이다.  이계숙 / 자유기고가기고 중앙일보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중앙일보 가판대 그쪽 중앙일보

2024-10-01

[기고] 갈수록 교묘해지는 금융사기 수법

69세의 베테랑 언론인 셀리나 로드리게스는 2년 전 사기꾼들에게 속은 적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직원을 사칭한 사기꾼은 로드리게스에게 전화해 “아이폰을 산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 후 이것저것 유도질문을 하며 그녀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엉겁결에 크레딧카드 번호와 컴퓨터 패스워드까지 알려줬다. 다행히 실수를 알아차린 그녀는 곧바로 컴퓨터 패스워드를 바꾸고, 카드회사에 연락해 결재를 막았다. 그녀는 “43년간의 언론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속았다”며 “우리는 인간이고 누구나 사기꾼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이나 정부 기관 관계자를 사칭한 금융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만 36만 건의 사칭 사기가 신고됐으며, 피해 금액은 13억 달러에 달한다. 피해액의 중간가는 800달러로 나타났다. 이런 유형의 사기 사건 피해액은 지난 몇 년간 거의 4배나 급증했다. 정부 기관 사칭 사기 피해액은 2020년 1억7500만 달러에서 2023년 6억18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기업 사칭 사기 피해액도 1억9500만 달러에서 7억5100만 달러로 급증했다.   FTC의 엠마 플레처 선임 데이터 연구원은 “이 숫자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은행 계좌는 물론 사기로 거액의 퇴직 연금 계좌까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FTC 측은 사기꾼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면서 피해 규모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기꾼들은 젤르(Zelle)와 같은 은행 이체 방식이나 비트코인 ATM과 같은 암호화폐 결제 방식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사기꾼들은 비트코인 ATM을 ‘연방 안전 보관소’라고 지칭하며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FTC의 마케팅 조사 담당 부서의 케이티 다판 부국장은 “금융 사기 피해를 봤으면 FTC와 은행에 신고할 것을 권장한다”며 “만약 은행의 대응이 불만족스럽다면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에도 신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칭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FTC는 지난 4월부터 새로운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을 가장한 사기 행위는 명백한 불법으로 FTC는 연방 법원 제소를 통해 피해자들이 사기꾼들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처벌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사기 수법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FTC의 플레처 선임 연구원은 ‘태그팀’이라는 신종 사기 수법에 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사기 수법은 보통 은행을 사칭하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사기꾼은 피해자에게 계좌에 의심스러운 거래가 있다고 말한 뒤, 피해자가 반응하면 상황을 급격히 악화시켜 정부 기관과 연결해주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소개한 정부 기관 관계자 역시 또 다른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플레처 선임 연구원은 “사기 피해를 보는 것은 멍청하거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며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FTC의 2021년 조사 결과, 18세에서 59세 사이 연령층이 고령자보다 사기 피해 가능성이 34%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인 등 이민자들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유창한 영어로 정부 기관 관계자나 기업을 사칭하고 위협하면, 당황해서 속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 기관이나 기업은 전화나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반드시 편지 등 서면으로 연락한다. 따라서 전화로 위협하거나 돈을 입금하라는 말을 들으면, 이에 따르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구해야 한다. 만약 사기 피해를 봤을 경우에는 FTC웹사이트의 reportfraud.ftc.gov를 통해 신고하면 다음 단계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금융사기 교묘 퇴직 연금 사기 피해액 최근 사기꾼들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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