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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쿠데타 콤플렉스

12·12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은 518을 거쳐 결국 정권을 잡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을 방문한다. 1981년 1월 28일의 일이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1월21일이니 일주일 만에 가장 먼저 인사(?)를 드리러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환영을 받았지만 독재자 전두환의 미국 방문에 대해 미국의 여론은 좋지 않았다. 언론은 그를 ‘Military Strong Man’으로 칭했고 정계의 반응도 차가 왔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자들은 치명적인 콤플렉스에 빠진다. 박정희도 전두환도 모두 그랬다. 박정희는 경제발전에 승부를 걸었다. 국민을 잘살게 만든다면 정통성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기집권의 욕심에 빠지면서 불행한 최후를 맞는다. 전두환은 목숨을 걸고 수행한 12·12 쿠데타를 일으켰다. 모든 정적을 제거하고 국민에게마저 총칼을 들이대고 나서야 권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 쿠데타의 콤플렉스를 해결하려 했을까? 어떻게 하면 국민의 관심을 정치로부터 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올림픽을 유치하고 프로 스포츠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도 국민적 지탄과 내란의 수괴라는 판결을 받았다.     쿠데타의 콤플렉스는 국민을 힘들게 만든다. 정통성을 갖추기 위해서 우두머리는 무리수를 두게 된다. 누가 ‘성공하면 혁명’이라고 했던가? 그 순간부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쿠데타의 명분과 정통성을 찾는 작업에 들어간다.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피곤함은 국민의 몫이다.   서아프리카의 국가들에게는 군부 쿠데타가 단골 메뉴이다. 내전도 불사한다. 그들에게 쿠데타의 명분은 혼란과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한다는 것이다. 다 쓸어버리고 새로이 시작하여 번영을 이루자는 것이다.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쿠데타가 실패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성공했다면 원래 콤플렉스가 심했던 인물에게 더 큰 콤플렉스가 추가되면서 국가가 혼란에 빠질 뻔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그와 비호세력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한진 / 알토스 비즈니스그룹 대표기고 콤플렉스 쿠데타 쿠데타 콤플렉스 군부 쿠데타 레이건 대통령

2024-12-19

[기고]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기독교의 예수 그리스도의 2024년 탄신일을 축하하는 날이다. 인류애와 세계평화를 의미하는 축제의 날로서 세상은 그야말로 기쁨과 즐거운 분위기로 한창이다.     이맘때쯤이면 6.25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1951년 연말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한 일촉즉발 위기의 전투 기억이 새롭다.   전투지역은 강원도 양구 북방 25km에 있는 1090고지다. 이 고지에서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에 전투를 했다고 하여 이후 이 고지를 ‘크리스마스 고지’라고 부른다.     따지고 보면 6.25 전쟁에서 한국군과 북한군과의 실제 전투는 불과 30%, 나머지 70%는 대부분 대규모 인해전술로 공격하는 중공군과의 전투였다.     한국전쟁사에는 처절한 전투를 상징하는 지역 이름들이 꽤 많다. 피의 능선을 비롯해 단장의 능선, 펀치볼, 철의 삼각지, 김일성 고지, 스탈린 고지, 모택동 고지와 함께 ‘크리스마스 고지’등이 있다.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는 크리스마스에 중공군과 한국군이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벌어진 전투다.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는 1951년 12월25일부터 12월28일까지 4일에 걸쳐 치러졌다. 240만 중공군 병력중 제 68군 204사단과 국군 보병 7사단이 나흘동안 수차례에 걸쳐 싸워 고지의 주인이 낮과 밤으로 바뀌었다. 치열한 전투로 흰 눈에 뒤덮였던 고지는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고, 피아간 부상자들의 신음소리 또한 천지를 울렸다.   돌이켜보면 압록강을 넘어 남침한 중공군과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휴전회담이 한창이던 1951년, 군사분계선 설정 문제로 설전을 벌이던 양측은 11월27일부로 조건부 잠정 군사분계선을 설정하고 3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휴전선 문제로 설전을 벌이던 중공군은 결국 이 약속을 어기고 재공격을 감행했다. 고지를 사이에 두고 밀고 밀리는 공방전의 연속에 피아간의 피해는 그야말로 핏물의 홍수였다.     처절한 혈투 끝에 승리했지만 고지는 순식간에 죽음의 동산으로 변해버렸고 결사 항전한 아군은 22명이 전사 21명이 실종됐다. 우리 군은 중공군 172명을 사살하고 5명의 포로를 생포하는 큰 전과를 올렸다.   당시 이 전투에서 국군 7사단의 중대장이던 이순호 대위의 크리스마스 고지 진지 방어 임무 수행담이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적의 공격으로 고지가 함락되면서 다급해진 중대는 수류탄과 총검으로 중공군에 맞섰지만, 적의 공세에 밀려 부대가 포위됐고 삽시간에 적과 아군이 한데 엉키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이 대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끝까지 진지를 탈환할 것을 각오하고 직접 수류탄을 던지며 총검을 휘두르는 백병전 속으로 뛰어 들었다.     중대장 이 대위는 전투 중에 적의 총탄이 왼쪽 팔과 우측 정강이 두 곳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으면서도 중대원들과 함께 수류탄 투척과 총검전을 벌이며끝까지 진지를 지켰으나 가슴에 흉탄이 관통하면서 장렬히 전사했다.     양구 두메산골엔 지금도 크리스마스 고지전 당시의 아픔과 슬픔이 남아있다. 크리스마스 고지에 평화롭게 울리는 캐롤송을 듣고 있자면 핏빛 물든 곡성이 들리는 듯 해 가슴이 찡해 온다. 크리스마스에는 전선에 복무중인 대한민국 장병들에게 평안이 넘치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올 성탄절에도 ‘하늘엔 영광, 땅 위엔 평화로다’라는 메시지가 가득할테지만 지구 한 편에선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 전쟁하는 그곳에 임하옵소서!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크리스마스 전투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기억 군사분계선 설정

2024-12-15

[기고] 과일계 에르메스의 추락

‘과일계의 에르메스’로 불린 샤인머스켓은 불과 6년 만에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왜일까? 이에 대한 반성해야 할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샤인머스켓은 일본에서 개발한 신품종으로 특허를 내지 않은 덕분에 한국에서도 재배할 수 있었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컬링선수가 이 포도를 먹는 것이 카메라에 잡혀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에 대한 일본정부의 비판도 아울러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 품종을 포함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과 시간은 지속적으로 수많은 연구비와 끊임없는 투자의 성과물로 대변된다. 어느 나라에서든 신품종은 특허로 보호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가 많은 덕분에 신품종을 개발하는 노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투자에는 다소 인색한 편이다. 이는 모든 연구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두 번째는 농수산물에 대한 브랜드화의 실패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에 맞는 특산품, 즉 브랜드를 만드는 노력에 정부, 지자체 및 생산자가 합심한 결실이다.   예를 들면, 고베육(Kobe meat)이 그렇다. 고베에서 생산된 소에 맥주와 마사지등으로 특화된 육류가 그것이다. 또한, 마케팅에서도 일정한 공급으로 최상의 가격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내에서는 고베육이 일본 소고기의 대명사로 불린다.   일본에서는 고베육 이외도 수많은 브랜드화된 육류가 지역별로 많다. 최상품으로 제값을 받고 있는 정책이 지자체별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농수산품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도 지자체별로 특성화된 농수산품이 있다. 예를 들면, 경산의 사과, 해남의 김, 흑산도의 홍어, 거제도의 멸치 등을 나열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화된 농수산품에는 재배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어 브랜드화에 역행하고 있다. 홍어는 흑산도 뿐만 아니라 나주와 군산에도 주요 생산지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번 샤인머스켓처럼 값이 비싸고 제값을 받는 것이라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과잉 재배 및 생산으로 경쟁력의 하락은 물론, 국내 생산자들끼리의 과잉의 공급으로 궁극적으로 자멸하고 마는 단순 시장구조 및 제도에 맹점이 있다.   국가 및 지자체의 자율성에도 큰 문제가 있으며 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이슈는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브랜드화에 필요한 지자체의 각고의 노력 및 투자가 끊임없이 요구된다. 한 지역에서 나는 것을 다른 지역에서는 생산할 수 없다는 법적 제도도 필요하다.   이와 비슷한 것이 지자체가 내세우는 축제가 있다. 이것과 마찬가지의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 보령의 진흙(메드)축제, 전주의 비빔밥 축제, 여수의 거북선 축제,  평창의 송어 축제 등 수많은 축제가 있다.   한 지역 내에서 한해동안 축제가 여러 차례 열리는 곳도 많다. 이는 희소성 및 부가 가치성을 하락시키는 주범이다. 일정 또한 빡빡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축제를 통해서 그 지역의 향토 역사 및 가치를 발굴해야 하며, 그에 따른 식재료의 브랜드화에 매진해야 하고, 이웃 지역과 조화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브랜드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모방에서 창조를 만드는 기업정신인 소니는 일본의 대표적 기업으로 성장했던 것도 이러한 브랜드화가 일본 내에 내재하여 있기 때문이다.   작금은 기후변화로 대한민국이 온대성에서 아열대로 바뀌면서 농산물의 재배 및 생산품이 달라진다. 또 수산물 역시 종이 달라진다. 사과는 경상북도에서 강원도로 생산지가 북상한 오래며, 명태는 동해서 사라진지 꽤 시간이 흘렀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감귤이 충주에서 재배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지자체 및 정부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얼마나 잘 수립되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고, 그에 맞는 다른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 먹거리는 이제 배를 불리는 것이 주체가 아니라 건강의 척도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에르메스 과일계 과일계 에르메스 정부 지자체 한해동안 축제

2024-12-11

[특별 기고] CRA를 굳이 공화당으로 부르는 분들께

최근 미주중앙일보를 비롯해 남가주 한인신문에 한미동맹연합회라는 한인 단체가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중앙회를 설립했고 임원단이 인준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공화당 LA 중앙회 임원 인준’(중앙·11월28일자 22면) ‘한미동맹연합회, 가주 공화당 센트럴 LA 임원진 인준’(한국) ‘공화당 LA 중앙회 챕터 임원 인준’(조선) 등이었다. 이 보도는 여러 문제를 지닌다.   첫째, 공화당이라는 표현을 쓴 게 문제다. 영어로 공화당은 Republican Party이며, 캘리포니아 공화당은 당연히 California Republican Party(CRP)다. 한미동맹연합회가 설립했다는 소위 ‘공화당 로스앤젤레스 중앙회’ 또는 ‘공화당 센트럴 로스앤젤레스’라는 단체는 캘리포니아 공화당이 아니다. 공화당 정치인이나 후보들의 전단지 배부, 선거운동 등 기타 정치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보수시민 자원봉사단체인 CRA(California Republican Assembly)다.   이는 정당이 아니다. 길에서 선거유세를 돕거나, 깃발을 날리고 안내문을 뿌리는 등의 선거운동 지원을 주요 활동으로 삼는다. 이처럼 CRA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자원봉사단체인데도, 한인신문들은 마치 진짜 공화당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CRA는 불과 15명만 모으면 캘리포니아 어디서든 지부(chapter)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CRA 본부에 연락해 “여기 부에나파크인데 친구들 15명이 모여 CRA를 조직하고 싶다”고 하면, 기본조건 충족 여부 등의 절차를 거쳐 부에나파크 CRA 지부를 새로 설립할 수 있다. 누구든 시민권을 지닌 한인 15명만 모으면 새로운 CRA 지부를 캘리포니아 어디서든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연맹’ 또는 ‘공화당 위원회’로 번역되는 Republican Assembly는 정당인 공화당과는 판이하게 다른 조직이다. 그런데도 두 곳 모두 Republican이란 단어를 공화당으로 번역해 마치 공화당 지부를 설립한 것처럼 선전한 셈이다. 이 단체가 공화당인 줄 잘못 알고 가입한 한인들은 마치 자신이 공화당원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남가주 한인사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둘째, 중앙회(Central)라는 표현도 문제다. 도대체 이 단어를 왜 LA 앞에 부쳤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그냥 ‘LA CRA’라고 하면 될 텐데, 굳이 Central을 붙여 ‘LA 중앙회’라고 하면 한국 정서상 ‘뭔가 중심이 되는 곳’ 또는 ‘본부 성격이 되는 곳’이라는 착각을 자연스레 할 수 있다.   셋째, CRA 지부장은 ‘president’로 표기해야 하는데, 이를 마치 정당의 우두머리처럼 총재, 차석은 부총재로 각각 번역해 호칭하고 있다. 지부장과 총재는 어감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세 가지 이유로 이 기사는 독자에게 혼돈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CRA는 미국인만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단체다. 과연 이 단체가 시민권을 지닌 한인만 가입시켰는지, 또 회원 모집할 때 시민권자라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설명했는지도 의문이다.     한인들이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CRA를 공화당으로 표기하고 불필요한 ‘중앙회’란 표현을 쓴 것은 번역의 의도적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의도가 없었다면, 한미동맹연합회뿐 아니라 한인 언론도 미국정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적어도 정당과 시민단체는 구분해야 한다.   마이클 심 / 전 메사추세츠대 경제학부 겸임교수특별 기고 공화당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캘리포니아 공화당 공화당 로스앤젤레스

2024-12-09

[기고]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날이다. 인류애와 세계평화를 의미하는 축제의 날로 세상은 기쁨과 즐거운 분위기로 한창이다.     이맘때쯤이면 6·25 한국전쟁사에 남을 치열했던 전투 하나가 생각난다. 시기는 1951년 연말,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에 강원도 양구 북방 25Km에 있는 1090고지에서는 한국군과 중공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시작돼 나중에 ‘크리스마스 고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따지고 보면 6·25전쟁에서 한국군이 북한군과 전투를 벌인 것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대규모 인해전술을 앞세운 중공군과의 전투였다. 한국전쟁사에는 처절한 전투를 상징하는 이름들이 꽤 많다. 피의 능선을 비롯해 단장의 능선, 펀치볼, 철의 삼각지, 김일성 고지, 스탈린 고지, 모택동 고지 등이 있고 ‘크리스마스 고지’도 그중 하나다.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는 1951년 12월 2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총 4일간 이어졌다.  중공군 제 68군 204사단 소속 부대와 국군 보병 7사단 소속 부대가 전투를 벌여 고지의 주인이 낮과 밤으로 바뀔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혈전을 펼쳤다. 하얀 눈으로 뒤덮였던 고지는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었고, 피아간 부상자들의 신음이 천지를 울렸다고 한다.   압록강을 넘어 남침한 중공군과의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었던 시기였다. 휴전회담이 한창이던 1951년, 군사분계선 설정 문제로 설전을 벌이던 양측은 11월 27일부로 조건부 잠정 군사분계선을 설정하고 3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중공군은 약속을 어기고 재공격을 감행했다. 고지를 사이에 두고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피아간의 인명 손실은 컸다.     국군은 처절한 혈투 끝에 승리했지만 흰 눈으로 덮여있던 고지는 순식간에 죽음의 동산으로 변해버렸다. 결사 항전한 아군은 22명 전사에 21명 실종, 중공군은 172명이 전사하고 5명이 포로로 잡혔다.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에서 진지 방어 임무를 수행했던 고 이순호 대위의 전공 담이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적의 공격으로 고지가 함락되면서 다급해진 이 대위의 중대는 수류탄과 총검으로 중공군에 맞섰지만, 적의 공세에 밀려 부대가 포위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적과 아군이 한데 엉키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대위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끝까지 진지 방어를  각오하고 직접 수류탄을 던지며 총검을 휘두르는 백병전 속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이 대위는 전투 중에 왼쪽 팔과 우측 정강이 등 두 곳에 관통상을 입었지만 중대원들과 함께 수류탄을 던지고 총검을 휘두르는 혈투를 벌여 끝까지 진지를 지켰다. 그러나 그는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끝내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이처럼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졌던 크리스마스 고지는 이제 적막이 흐르는 평온한 곳이 됐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고지가 있는 강원도 양구 두메산골엔 지금도 아픔과 슬픔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캐럴이 평화롭게 울려야 하는 크리스마스 고지지만 그곳에서 인생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숨진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해 온다.     남북은 아직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원컨대 휴전선을 지키는 장병들이 크리스마스 때만이라도 평안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늘엔 영광, 땅 위엔 평화로다.’ 지구 한편에선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님, 전쟁하는 그곳에 임하옵소서!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크리스마스 전투 크리스마스 고지 전투 하나 실종 중공군

2024-12-08

[기고]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이민정책 전망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트럼프 정부 2기의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단속 대상이라 합법체류자는 안심해도 된다는 측도 있지만, 그의 ‘불체자 대규모 추방’ 공약이 이민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와 이민단체의 전망을 참고해 보자. 이들의 전망을 요약하자면 크게 세 가지다. (1)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공약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쉽지 않다. (2) 불체자들이 추방되면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다. (3) 합법 이민 절차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대규모 불체자 추방부터 살펴보자. 센서스(2023년 7월 기준)에 따르면 미국 내 불법 체류자 숫자는 약 117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3.5%를 차지한다.  미국 정부는 2024년 하루 평균 4만1500명의 불체자를 구금하면서 약 34억 달러의 비용을 썼다. 이 중 61%는 범죄기록이 없는 단순 불체자였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제레미 로빈스 사무총장은 “이만한 숫자를 추방하려면, 지역사회를 샅샅이 수색해 불체자를 찾아내야 하는데 인력과 비용이 추가로 든다”며 “불체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면 수용시설과 이민 판사도 더 많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모든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데는 약 3150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2%-6.8%를 차지하는 막대한 액수다. 로빈스 사무총장은 “이런 막대한 예산을 추가집행하는데 초당적인 의회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만약 미국 노동력의 4.8%를 차지하는 불법체류자가 모두 추방되면 미국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의 줄리아 겔랫 부국장은 “불법체류자를 추방한다고 해서 꼭 미국 근로자에게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 노동력이 사라지면 고용주는 외주를 주거나 아예 폐업할 수도 있다”며 “이민자들과 미국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합법 이민은 어떨까?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 이사인 그렉 첸 변호사는 “트럼프는 불체자 대규모 추방에 대해 언급했지만, 매년 수십만 건에 달하는 취업비자, 가족이민 비자, 인도주의 비자 등 합법 이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첸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영주권 발급이 줄고 이민 문호가 좁아졌다고 지적한다. 국토안보부(DHS) 에 따르면, 트럼프 재임 동안 신규 영주권 취득자는 2016년 118만 3500명에서 2020년 70만 7400명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영주권 취득자가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집권 후인 2023년에는 신규 영주권 취득자가 117만 3000명으로 회복됐다.   첸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이민 문호는 좁아졌다. 이는 이민 케이스 처리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뜻”이라며  “일반적으로 3~6개월이 소요되는 취업, 가족 비자는 처리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의 ‘대규모 추방’ 위협은 실행 가능성과는 별도로, 이민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인 사회도 새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이민정책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 트럼프 집권 트럼프 정부

2024-12-04

[기고] 희망이 사라진 성탄절 될 것인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 소망으로 설레는 12월이다. 하지만 추방에 대한 공포로 웅크리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암담하기만 하다.   필자는 40여 년 전 봉제 공장을 경영하며 겪었던 마음 아픈 장면이 떠오른다. 1970년대 말 LA다운타운에서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단속이 이뤄졌던 날이다. 당시 봉제공장은 그 지역 고층 건물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종업원들이 우왕좌왕하며 큰소리로 이민국 단속반이 왔다고 소리쳤다. 9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대여섯대의 흰 밴이 길을 가로막고 건물 앞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하는 것이 아닌가. 건물 전체가 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개중에는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고, 연약한 여종업원들은 하나둘 수갑에 채워져 울부짖으며 밴 안으로 끌려갔다.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공포의 현장이었다.   그 후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민 개혁 및 통제 법안 (Immigration Reform and Control Act, IRCA)’을 만들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불체자 사면안으로 이들에게 영주권 취득 기회를 부여했다. 그 후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불법체류자들에게 영주권 신청 기회를 줬다. 그 덕에 불법 입국자 또는 합법적인 입국 후 불법체류자가 된 사람들이 대거 구제되었다.     이젠 정부의 대사면 정책은 사라졌다. 사면을 기대했던 불법체류자들에게 오히려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그들에게 올해는 희망이 사라진 성탄절이 될지도 모르겠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즉시 불법 입국자를 막고, 1100만 명에 달하는 불법체류자를 대대적으로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까지 동원해 대규모 추방 작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불법체류자들의 공포감은 더 커지고 있다.   미-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하고 국경 순찰 인력을 증원해 불법입국자를 차단하겠다고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도 불법 입국자 ‘피난처 도시’ 선포 등 불법체류자 추방에 협조하지 않는 주에는 연방정부 지원 예산을 우선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불법 이민을 줄여 미국 내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우선 제공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노동시장은 물론 산업 전반과 부동산 시장 등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왜냐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규제가 특정 산업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 이민자 노동력에 크게 의존하는 업종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생산성 저하와 비용 상승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불법체류자에 대한 관용적 정책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자리뿐 아니라 각종 사회 문제와 재정 지출을 불러왔다. 그러니 유권자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불법 이민 차단은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상대국의 협조도 요구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강력한 관세 부과를 들고나온 배경 중 하나도 이런 이유라고 본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즉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대치하는 쌍방이 협력하여야 한다. 아무리 특별 조치로 강력히 대응해도 쌍방의 이해가 맞아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고율의 관세를 불법 입국자 문제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강력한 이민 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 된다. 불법체류자의 고통이 덜한 이민 정책을 기대해 본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성탄절 희망 불법체류자 추방 불법체류자 단속 이민국 단속반

2024-12-02

[기고] 요식업계의 환경 변화

불안정한 경제 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요식업소가 문을 닫고 있다. 과거 요식업계는 호황을 구가한 업종이었지만 지속적인 물가상승(Inflation)과 소비자의 기호 변화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마켓 분석업체인 안테나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요식업체 17개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그 가운데는 예상 밖의 업체도 많았다. 안테나의 조너선 카슨 CEO는 요식업계 침체의 요인으로 수익률 하락과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을 꼽았다.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 렌트비 부담으로 인해 대형 프랜차이즈 업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수익 확대를 위해 가격을 올릴 경우 고객 감소의 위험이 있어 이런 결정도 쉽지 않다는 분석한다.   최근 음식 배달 업체의 증가도 요식업계에는 악재가 되고 있다. 주문한 음식으로 집에서 편하게 식사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 생긴 현상이지만 요식업계의 수익률 악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촉진한 것이 코로나 팬데믹이다. 팬데믹을 계기로 우버 이츠(Uber  Eats), 그럽 허브(Grubhub), 도어 대쉬(Door  Dash) 등의 배달 업체들이 속속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배달 업체인 도어 대쉬는 현재 요식업소로 부터 30%의 수수료(Commission)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도어 대쉬 측은 요식업소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어 대쉬는 2023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55만 개의 요식 업소와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어 대시 측은 오히려 요식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한다. 식당 매출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식당을 찾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식업계 전문가들은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특하고 색다른 서비스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고객들이 식당을 방문했을 때 무엇인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차별화되고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 하는 식당은 외면받을 것이라는 의미다.   유명 해산물 식당 체인인 ‘레드 롭스터(Red Lobster)’도 지난 5월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런 유명 업소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업체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신속히 재기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팬데믹이 끝난 지 2년이 지났지만 요식업계는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팬데믹의 후유증이 큰 셈이다. 이에는 불안정한 경기 상황과 달라진 소비자의 습성, 업계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요식업계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고객 가운데 60개 업소는 최근 1년간 전혀 연락이 없었으며, 40개 업소는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매출이 늘었다는 고객 업소는 25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가까운 장래에 고객 업소 5개 가운데 2개꼴로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 전문가는 이제 요식업은 가장 운영하기 힘든 비즈니스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창업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요식업소 오픈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는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췄는지 스스로 먼저 물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천 / LA 카운티 중소기업자문관기고 요식업계 환경 요식업계 전문가들 요식업계 침체 과거 요식업계

2024-12-01

[기고] 아시아계 유권자의 달라진 표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새로운 정부가 유권자의 기대에 부응해 올바른 정책을 내놓고 실행하길 바랄 뿐이다.   여기서 올해 대선에서 나타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유권자의 표심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특히 경합주들에서의 아시아계 유권자 표심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없지만, 최근 아시안정의진흥협회 (AAJC)와 퓨 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아시아계 유권자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계(AANHPI) 유권자 8명 중 1명은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으며, 특히 18~29세 연령대에서는 28%가 첫 투표자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 면에서는 아시아태평양계 유권자의 61%가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조사 때의 68%에 비해 다소 낮아진 비율이다. 아시아태평양계의 민주당 지지도가 4년 만에 7%포인트나 떨어졌다는 사실은, 이제 아시아태평양계는 무조건 ‘친민주당’이라는 통념을 깨는 조짐으로 보인다. 민주, 공화 양당 모두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아시아태평양계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은 경제(86%), 인플레이션(85%), 의료(85%) 등의 순이었으며, 기후변화, 민주주의 수호, 총기 규제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마디로 인플레와 물가, 주택마련 등 경제 문제가 다른 문제를 압도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시아계 유권자들은 이민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아시아태평양계 커뮤니티는 모든 인종 및 민족 그룹 가운데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약 3분의 2와 태평양 섬 주민의 6분의 1이 미국 외의 지역에서 태어났다. 아시안정의진흥협회의 존 C. 양 대표는 “아시아태평양계 커뮤니티의 86%가 가족 이민 제도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서는 미국 유권자 전반의 정서와도 일치해 보인다. CNN의 전국 출구 조사에서 이민 문제는 유권자들이 꼽은 중요한 이슈 가운데 4위(11%)를 차지했다.   문제는 선거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퍼뜨린 반이민정서다. 특정 이민자들에 대한 비난, 대규모 추방 등의 극단적 언사가 난무했다. 그러나 아메리카스 보이스(America’s Voice)의 바네사 카르데나스 사무총장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대규모 추방보다는 합법화와 합법 이민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CNN과 에디슨의 전국 출구 조사에 따르면 56%가 합법화를, 29%가 대규모 추방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카르데나스 사무총장은 “미국의 미래 번영과 인구 변화를 위해서는 이민이 필요하다”며 “이민은 항상 미국 이야기의 일부였다”고 강조했다.   한인 사회의 괄목할만한 사실은, 한인 정치인들의 활약이다. 앤디 김 하원의원이 한인 최초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캘리포니아에서는 데이브 민 후보가 연방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또 영김 하원의원은 3선, 그리고 메릴린 스트릭랜드 하원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의 미국 정치 참여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 의미가 있다. 이번에 당선된 한인과 아시아계 정치인들이 경제를 살리고 반이민 정서를 없애고,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한인 사회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아시아계 유권자 아시아계 유권자들 아시아태평양계 유권자 한인 유권자

2024-11-26

[기고]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사촌’이란 말이 있다.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이웃사촌’의 관계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양국 간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렇지 못한 시기가 많았다. 중국은 잦은 침략으로 우리를 괴롭힌 나쁜 이웃이기도 했던 탓이다.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2000명을 파병했다. 북한은 그동안 도움을 준 이웃 국가 중국을 외면하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 러시아 지원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게는 형제 국가라 할 수 있다. 6·25 한국전쟁에 120만의 병력을 보내 북한을 도운 북한의 맹방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양국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는 실리를 좇아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행동이 괘씸할 것이다.     최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과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동안 다소 불편했던 양국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교류와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중국은 북한의 친러시아 행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현명한 외교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 주석은 과거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해 우리를 분노케 한 바 있다. 이런 억지 주장들이 자꾸 나오면서 중국은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국가라고 볼 수 있다. 압록강 건너에서 소리치면 바로 들리고, 두만강 건너에서 손 뻗으면 잡힐 듯 한반도와 가까운 데도 말이다.     한반도는 거대한 대륙에 자리 잡은 중국으로부터 많은 시달림을 겪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뿐 아니라 다른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탓에 태평성대를 누린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현대사만 봐도 김일성이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모택동과 만나 모의해 발발한 1950년의 6·25 전쟁이 있다.     수천 년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관계가 바로 중국인 것이다. 조선 시대에도 생존을 위해 수모를 견뎌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금, 은 등 귀금속과 곡식은 말할 것도 없고 말 등 가축까지 빼앗아 간 조공 요구는 끝이 없었다.  그야말로 나라가 거덜날 지경으로 수탈을 당했다. 힘없는 작은 나라의 아픔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김구 선생의 자서전 ‘백범일지’에는 김구 선생이 중국 국민당의 장개석 총통을 만났을 때 나눈 대화 한 토막이 실려있다. 당시 장개석은 “장차 대한민국의 국력이 강해지면 한국의 젊은 층이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인 지역을 반환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조선의 국왕이 해외에 외교관을 파견하면 이를 가로막고 방해했으며, 새파랗게 젊은 중국 관리들이 조선의 대신들을 폭행하고 왕의 권위를 손상하는 망종 외교의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무엇보다 천추의 한이 되는 것은 눈앞에 왔던 통일이 중국의 개입으로 무산됐다는 것이다. 6·25 전쟁 때 국군은 불리하던 전세를 뒤집어 압록강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이때 개입한 중공군의 인해전술로 통일의 희망은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다.     이제 한국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글로벌 국가로 성장했다. 세계 10위권인 경제력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장개석 총통이 말했던 것처럼 언젠가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중국 측에 발해와 고구려의 영토반환을 요구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나라 양국 관계 강해지면 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

2024-11-24

[기고] 북극곰의 유래

북극곰은 세계야생기금(WWF)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요 보호종이다. 과연 북극곰은 어디에서 왔는가? 최근 연구에 의하면, 가장 가까운 친척인 갈색곰과 언제 갈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있다.     달마시안 개처럼 얼룩무늬가 있는 곰이 툰드라와 한대 산림 경계 산맥에서 발견된 적이 있다. 이 곰은 동면 기간에도 배가 고프면 둥지에서 나와 먹이사냥을 했다고 한다. 즉, 점차 북극곰의 장점과 갈색곰의 장점을 가진 하이브리드 곰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었다고 연구 논문은 기술하고 있다.   북극은 지구 위에서 결코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따라서 순록과 같은 일부 동물은 북극에서의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유전적 특징을 갖고 있다. 북극의 최상위 포식자인 북극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북극곰이 갈색곰과 구별되는 유전자 중 일부의 진화된 정보들을 모아 왔다. 그리고 새로운 유전체 분석 결과, 불과 7만 년 전에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북극곰은 갈색곰과 매우 가까운 친척이지만, 극한의 북극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핵심적 적응력을 갖고 있다. 우선 몸을 따뜻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두 겹의 털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피부와 붙어 있는 큰 솜털 층으로 되어 있고, 그 외부는 비옷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긴 보호털로 덮여 있다. 외부의 밝은 흰색 보호털은 위장에도 도움이 된다. 북극곰은 또한 심장을 손상하지 않고도 지방에 포함된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을 축척하고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것은 물개와 벨루가와 같은 고래 종류를 주요 먹이로 하면서 진화한 것이다.     북극곰과 갈색곰은 진화적 측면에서 비교적 최근이라고 볼 수 있는 대략 100만 년 이내에 분리가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북극곰이 어떻게, 그리고 언제 북극에 적응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 연구에서 한 팀은 북극곰 119마리, 갈색곰 135마리, 화석화된 북극곰 2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화석 중 하나는 13만년에서 1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풀레핀텐(Poolepynten) 턱뼈였고, 다른 화석은 알래스카 보퍼트해 (Beaufort Sea)에서 발견된 브루노(Bruno)라는 별명이 붙은 어린 북극곰 두개골이었다. 브루노는 10만~7만 년 전에 살았던 암컷 곰이었고, 그 유전체는 과학자들이 갈색곰-북극곰의 분화 시기를 좁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유전체를 비교하여 북극 적응을 위한 7개의 핵심 유전자가 선택된 시기를 확인했다. 그리고 4개의 모든 북극곰 유전체에 동일한 DNA 변이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이미 일부 고대 북극곰 조상에서 발견되었고, 북극곰은 진화 초기에 북극 생활에 적응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유전자가 빙하기 말기 북극곰의 적응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다른 북극 동물도 털 색깔, 심장 건강,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유전자에 유사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연구자들은 북극곰의 특정 변이가 북극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다른 북극 동물들도 같은 변이를 가졌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인간만큼 뛰어난 동물은 없을 것이다. 몽고반점을 가진 아시아인이 베링해협을 건너 남미까지 갔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인간은 기록으로, 동물은 화석으로 존재감을 피력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북극곰 북극곰 유전체 북극곰 2마리 북극 적응

2024-11-19

[기고] ‘미국 우선주의’가 끼칠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5 대선에서 승리해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많은 사림이 말한다”며 7월 13일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직후 주먹을 움켜주며 말했던 “싸우자”를 상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우선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미국을 위대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이제 그 사명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상·하원까지 다수당을 차지하며 트럼프 2기가 순조롭게 시작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기간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뒷받침할 핵심 정책들을 완수하기 위한 조각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수지 와일스 대선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에 임명했고 이민 정책을 관장할 총책임자에는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국토안보장관에 지명했다. 강경한 이민정책을 시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2기는 지금의 민주당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이민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즉시 국경을 봉쇄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재추방 작전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규모 수용소를 건설하고 전례 없는 대규모 추방을 시행하며, 국경안보에 국방예산을 투입하고 마약과 범죄 조직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법원 심리 없이 추방할 수 있도록 1789년 만들어진 ‘적대국 외국인 법(Alien Enemies Act)’을 부활하겠다고 공언했다”고 보도했다. 국경과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트럼프 당선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 파격적인 것은 미군을 지휘하는 국방부 장관에 피트 헤그세스를 임명한 것이다. 헤그세스는 예비역 소령 출신으로 폭스뉴스 진행자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헤그세스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피트는 강인하고 똑똑하며 미국 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군 내 성 소수자 지원 등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진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또 미군 해외 주둔을 반대하는 등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니 ‘미국 우선주의’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 이해된다.     그러나 자유우방 국가들은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항시 경계태세를 늦출 수 없는 가운데 한미 안보조약으로 군사분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1기의 연장선에서 2기에도 주한 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증액 문제가 최우선으로 다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한다면  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감축하거나 철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에 대비 바이든 정부에서 의회가 문서로 만들었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의석을 가졌기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강화됐는데, 과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 관계가 유지될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신고립주의를 선택했기에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해외 분쟁에 미국의 군사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 본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이런 연유라고 본다.     특히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고강도 핵실험과 미사일로 도발하고 있다. 그런 김정은이 트럼프 당선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북핵 직거래 외교 이벤트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신설한 것이다. 공동 수장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인도계 기업인 비벡라마스와미를 임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위대한 머스크와 애국자 라마스와미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연방 기구를 재구축할 것”이라며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2기의 인사와 정책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머스크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다.      트럼프 2기의 시작으로  ‘미국 우선주의’가 세계에 어떤 영향으로 다가올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국에 말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미국 우선주 트럼프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 민주당 행정부

2024-11-18

[기고] 대선에서 소외된 기후변화·환경오염 문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을 끈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진행되던 바이든 행정부의 수많은 정책이 내년부터는 뒤집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대체에너지와 기후변화, 환경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가 발생한다며, 전기차와 태양열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야심 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유세 과정에서 IRA를 ‘신종 녹색 사기’로 규정하며, 당선 후 이를 폐기하고 예산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유권자들조차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와 대체 에너지 문제는 뒷전으로 밀어놓았다. 지난 10월 9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기후변화 이슈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유권자는 21%에 불과했다. 과반이 넘는 52%는 경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고, 민주주의, 테러리즘과 국가안보, 대법관 임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이러한 무관심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들버리 대학 교수이며 ‘서드 액트’의 창립자인 빌 맥키븐은 “향후 몇 년 동안 극지방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라며 “2024년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100만 년 동안 지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키븐 교수의 말이 과장처럼 들린다면, 최근 일어난 자연재해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헬렌’은 227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재산 및 농업 피해액은 9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피해 지역에 전기가 복구되는 데 19일이 걸렸고, 200년 된 나무들이 있는 원시림이 황폐해졌다. 애쉬빌의 주요 관광명소인 노스캐롤라이나 수목원은 2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잃었다.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암 골목(cancer alley)’이라 불리는 지역의 악명이 높다. ‘암 골목’은 뉴올리언스와 배턴루지 사이 미시시피강 연안을 따라 약 137km에 걸쳐 있는 지역을 일컫는다. 202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던 샤론 라빈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은 200여 개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시설에 인접해 살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암, 천식 발병률과 산모 사망률이 높고, 다양한 호흡기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는 평범한 일반 노동자들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LA 차이나타운에 기반을 둔 동남아시아 커뮤니티 연합(Southeast Asian Community Alliance)의 시시 트린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사치”라며 “평범한 사람들 앞에 놓인 실제적 위협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대선에 IRA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 해리스 부통령이 패배한 것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평범한 유권자들에게는 잘 와 닿지 않는 이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환경 및 기후변화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을 끈다. 특히 한인들의 경우 IRA로 미국에 설립된 현대 전기차공장, 한화 태양열 전지 공장 등에 주어질 혜택이 계속될지, 아니면 중단될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새롭게 바뀔 환경 및 기후변화 정책이 한인 경제와 커뮤니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기후변화 환경오염 기후변화 이슈 에너지 문제 대선 결과

2024-11-13

[기고] 김정은의 ‘총알받이’ 군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소식이 나왔다. 러시아는 병력 손실을 줄이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에 필요한 군사 기술 확보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푸틴과 김정은의 ‘주고받기(Give and Take)’식 밀약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김정은은 북한의 젊은 목숨을 ‘총알받이’로 팔아 외화벌이를 하려는 것이다. 이런 속셈이지만 조금이라도 비난을 피해가려는 듯 용병이라는 말 대신 ‘러시아·북한 동맹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북한군의 개입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우려하는 전쟁 확대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유럽의 국지전이 잘못하면 확전 양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격전지인 쿠르스크주에는 이미 북한군 약 1만여 명이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최근 쿠르스크에 모인 북한군이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황도 포착됐다며,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들을 트럭에 태워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이 러시아의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양상이 됐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한 폴란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한국의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이제까지 인도적, 또는 비전투용 물자 지원에 머물렀던 데서 크게 변화된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한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다면 남북의 코리안이 이역만리 유럽 땅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참전을 통해 직접적인 전투 경험을 얻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사들의 목숨값으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군사기술 등을 넘겨받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군이 참전하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로이드 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 병사들이 전장에 나설 경우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며,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북한군에 사용하는 것에도 별도 제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드론전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귀순을 유도하기 위해 전선에서 드론으로 안전 보장과 행동 요령을 적은 전단을 뿌리고 있다. 이런 전단은 6·25 한국전쟁 때 미군과 한국군이 사용한  ‘안전 보장 증명서’와 유사하다. 춥고 배고픈 황량한 야전 지역에서 ‘따뜻한 이밥에 고깃국 먹으러 오라’ ‘ 당신의 목숨값은 김정은 주머니에’ ‘누구를 위한 꼭두각시인가’등등 북한군을 향한 선무공작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탈북민 3만4000여 명 중에는 북한군 출신도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전쟁터에 왔는지도 모를 북한 청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 것이다. 탈북자 중심의 심리전을 통해 북한군의 귀순을 권고해 죽음의 현장에서 아까운 젊은이들을 구조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는 좌파·친북 세력은 생명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민족인 북한 청년을 살릴 수 있는 우크라이나 심리전 지원을 거론하면 “한반도 전쟁 획책”이라고 흥분한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파병한 ‘총알받이’의 생명 가치엔 왜 말이 없는가. 어디 말 좀 해 보시라!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김정은 총알받이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정보총국 러시아 전쟁

2024-11-11

[특별 기고] 트럼피즘의 태풍 몰려온다

초박빙이라던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인단뿐 아니라 전체 득표수에서도 카말라 해리스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누르며,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었던 2016년보다 더 큰 위세를 보였다. 더구나 공화당이 이번 선거에서 상원 다수당이 됐고 하원에서도 승리할 것이 확실해 보여 보수진영이 행정, 입법, 사법부를 모두 장악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트럼피즘’은 더욱 강력한 태풍이 되어 미국은 물론 국제 사회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대선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민문제가 미국을 뒤흔들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미  “해리스 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취임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트럼피즘은 러스트 벨트 지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쇠락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반이민 정서에 기반을 둔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사회의 분열을 넘어서서 이민자 혐오와 인종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폐쇄적인 이민 정책은 인력 수급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인건비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 번째는 경제 문제다. 해리스 후보가 패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등 친기업적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대선 직후 다우존스를 비롯해 주식시장이 폭등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전기차, 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삭감되거나 폐지될 전망이고, 셰일 가스 채취 등은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피즘의 이념적 기반인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한국 등 외국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유보하거나 삭감할 수도 있어 삼성, SK 등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낙태권 이슈이다.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여성 낙태권의 헌법적 권리 폐지 판결을 내리면서 낙태권 논란은 커졌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다. 낙태권 금지를 주장하는 보수적인 백인, 근본주의적 종교단체들이 트럼피즘의 주요 기반이므로 낙태권 이슈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논쟁은 지속할 것이다. 이에 더해 성 소수자, 인종, 성차별 등을 둘러싼 진보·보수간 문화전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여, 한인 사회도 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국제 문제로 눈을 돌리면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 특히 중국산에 대해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간의 무역 갈등은  한국기업에게는 중국이 남긴 공간을 차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과는 이미 보완재에서 경쟁자로 변화하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 협정의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이 될 것이다.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규정한 바 있는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적인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끊어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을 ‘패싱’하려고 할 것이고, 미국과는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협상을 시도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한미동맹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윤석열 정부도 대북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민주주의 정상회의’ 등 가치동맹도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은 더 확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의 전쟁은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고, 트럼프는 푸틴과 협상을 시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경찰’이 되길 거부하는 트럼프로선 국제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물론, 두 개의 전쟁을 종식한 지도자로서의 레거시를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트럼피즘은 미국발 돌풍에서 이젠 국제사회를 강타하는 태풍으로 변해 우리의 삶에 다가와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트럼피즘은 특정 개인의 신념을 넘어서 미국사회에 넓게 퍼진 정치이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과거 나치즘, 스탈리니즘, 마오이즘이 그랬듯이 이러한 이념적 태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를 추종하거나 모방하는 ‘리틀 트럼프’들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등장할 것이다. 이번에 부통령에 당선된 JD 밴스만 해도 트럼프보다 더 트럼프적인 인물로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서 정치 리더쉽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번 대선의 결과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분열된 미국사회가 치유되고 정상화되기까진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기보단 직시해야 한다.  강력한 트럼피즘을 마주한 한국도 외교·안보에 있어서만은 여야간 정쟁을 멈추고 국익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   신기욱 /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 소장특별 기고 미국 태풍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 혐오 불법 이민자

2024-11-07

[기고] 자녀들에 돈 쓰는 방법 가르치기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돈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지출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지출 목표를 정하고 그 가치를 확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자녀들이 어느 시기부터 본인의 재정을 관리하도록 해야 할까 파악하는 것은 부모나 보호자의 의무다. 자녀가 독립하기 전 알아야 할 기초 재정상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지금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자신의 미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야 한다. 지금 생각 없이 돈을 쓰게 두면 미래에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출 결정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멈추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둘째, 돈을 사용하는 목표는 스스로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목표 설정은 지도를 보는 것과 같다. 내가 어디에  있으며 가고 싶은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목표가 결정되면 단계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단기 목표라면 오늘 또는 내일까지 해야 한다. 중기 목표는 수개월 혹은 일 년까지 시간을 두고 달성해야 하는 경우다. 그리고 장기는 1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필요한 목표다. 여기에 비밀이 있다. 목표들을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목표들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기록으로 체계화한 후 계획을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자녀가 생각하는 가치가 돈의 지출 방향에 영향을 줘야 한다는 것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생각해야 할 가치는 평상시 말투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 자녀들에게 절약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하며 예산이나 저축 등의 말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 또 저축이 우선이며, 지출은 그다음이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채가 많아지는 것은 비참하고 불행한 일이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넷째, ‘필요한 것(Needs)’과 ‘원하는 것(Wants)’의 차이를 알도록 해야 한다.  가끔 바라는 것, 혹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의 구별은 쉽지 않다. ‘필요한 것’은 생활의 유지나 건강, 혹은 안전, 법적인 것 등에 해당하는 것이다. 음식이나 의류, 의약품, 세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리바이스 진을 구입하는 것은 ‘필요한 것’에 해당할까?  옷은 필요한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특정 상표에만 집착해 많은 돈을 지불한다면 이는 ‘원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확실하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기회비용이란 어느 부문에는 돈을 사용하는 것을 포기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5달러를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5달러로 저축을 할 수도 있고, 물건을 살 수도 있다. 만약 5달러를 소비한다면 저축의 기회는 잃어버리게 된다. 이는 저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혜택도 잃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회비용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여섯째, 모든 것을 소유할 수는 없지만 여유 있게 가질 수는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우리는 매일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중 많은 것이 돈과 관계가 있다. 자녀들이 본인 결정에 책임을 지도록 하면 조심스럽게 돈 관리를 할 것이다. 돈에 대한 올바른 결정이 미래의 삶을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김기천 / LA카운티 중소기업 자문관기고 자녀 방법 지출 목표 지출 결정 목표 설정

2024-11-06

[기고] 무의 상태로 돌아가는 우주와 소유욕

지난 10월 14일 미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 만한 환경을 갖췄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했다. 우주선은 앞으로 5년 반 동안 태양계를 가로 지르며 총 29억km를 날아간다. 하지만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우주라면 지구와 유로파 간의 거리는 그 돔을 떠도는 가장 가까이 있는 두 먼지 사이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137억 년 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주는 어떻게 생성되었을까.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뉴욕 헌터 대학의 에드워드 타이론 교수였다. 그 이유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모든 별과 은하, 그리고 행성은 회전운동을 하는 반면에, 정작 우주가 회전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주가 무에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진공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진공으로부터 탄생한 우주는 회전운동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920년대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로스앤젤레스 윌슨 천문대에서 천체를 관측한 후, 모든 은하가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져가는 ‘팽창하는 우주’ 이론을 발표하여 빅뱅이론(Big Bang)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그 후로 천문학자들은 우주가 점점 빠르게 팽창하면서 차갑게 식어 모든 생명체가 사라져버리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에 이르게 된다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타이론 교수의 ‘무에서 탄생한 우주’와 허블의 ‘팽창하는 우주’를 생각해 보면, 우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된 후 끝없이 팽창하다가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이런 찰나의 삶 속에서 여전히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시각은 달랐다. 그들은 소유에 집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큰 약점이라고 믿었다. 백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내준 땅을 자기들 소유라고 주장하며 울타리를 만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원주민 추장은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 소유라고 부르는 그것이 무엇인가? 땅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 땅은 우리의 어머니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인 동물과 새, 물고기, 그리고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린다. 숲과 강물 등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모두에게 속한 것이며, 누구나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 한 인간이 그것들을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필요한 것 이상 갖는 것을 죄악이라 여겼으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환경을 바꾸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고 그 질서에 순응하는 길을 선택했다.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원하다’라는 단어와 ‘필요하다’라는 단어가 같다고 한다. 어떤 것을 원한다면,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소유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끝없이 팽창하다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거대한 동결’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 1000억개의 별을 거느린 은하계가 또 다른 1000억 개의 은하계들과 함께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속의 나. 그것은 우주를 떠도는 하나의 미세한 먼지 정도의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찰나의 삶을 살아갈 때, 과연 무엇을 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소유의 개념에서 거주의 개념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기고 소유욕 상태 우주라면 지구 정작 우주 우주 공간

2024-11-04

[기고] 위대한 ‘Korea’

지난달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한 것이다. 한강은 이미 ‘채식주의자’로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맨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의 이번 수상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순수문학의 입장에서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사고와 문학적 기술을 편협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 문학 평론가 나탈리야 로미키나는 “한강의 산문 특징은 매우 끔찍한 일을 은유적으로, 매우 시적으로 쓴다는 것”이라며 “노벨위원회가 한국 작가에게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면서 첫째 여성에게, 둘째 시인을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문학 경향인 시인의 산문을 강조한 것이 흥미롭다”고 평가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미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이 문학 장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텃밭이 조성되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은 것도 한국의 탄탄한 경제가 뒷받침되었다고 본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성공을 거둔 것이나,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스타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 또한 경제 발전의 산물이었음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이번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에서도 ‘Korea’의 위대함이 드러났다. 베스트셀러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저자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 그리고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공동 수상자다. 이들은 ‘국가 간 부의 차이’란 연구로 수상자가 됐다.   수상자들은 지난 달 14일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애스모글루 교수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한국의 ‘포용적 제도’가 놀라운 경제 성장을 만들어 냈다”며 “이를 통해 분단 전 비슷한 경제 상태였던 한국과 북한이 극명하게 다른 길을 걷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과 북한의 대조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첫 번째 사례”라며 “한국은 민주화 과정을 거친 후 경제가 더 건강하게 성장했지만, 북한 체제는 같은 상태로 굳어 있다. 그들에게 조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존슨 교수도 “오늘날 한국 경제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성취는 정말로 놀라운 일”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1960년대 초반 한국은 매우 가난했고 권위주의적인 정부 체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과정이 매우 어렵고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중국도 ‘포용적 제도’를 갖춰야 강력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로빈슨 교수는 이날 시카고대가 주최한 별도 기자회견에서 개별 국가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려면 먼저 해당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구 이론이나 경험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를 해당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책이 남북의 성장 격차를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방 후 한국이 분단국가로 6·25 전쟁이 가져다준 폐허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이승만,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월 26일 국립현충원에서 고 박정희 전 대통령 45주기 추모식이 있었다. 올해는 감회가 더욱 새롭다. 10월은 푸른 하늘만큼이나 청명하고 아름답다. 분명한 것은 위대한 ‘Korea’임을 잊지 말자.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korea 노벨 문학상 경제 성장 애스모글루 교수

2024-11-03

[기고] 싸워서 얻은 투표권 꼭 행사하자

필자가 거주하는 애틀랜타 지역의 한인타운에도 선거 열기가 뜨겁다. 지난 23일 둘루스 한인타운 인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도라빌 한인타운 인근에서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규모 유세를 가졌다. 이렇게 양당 대통령 후보가 한인타운 가까운 곳까지 와서 유세하는 모습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한인 유권자에 지지를 요청하는 정치인들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한국계인 메릴린 스트릭랜드 연방하원 의원이 워싱턴주에서 애틀랜타로 날아와 한인타운을 방문, 한국어로 해리스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한인 유권자들은 투표를 망설이는 듯하다. 이는 분명 잘못된 생각이다. 한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꼭 참정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진 투표권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 누군가가 피 흘리며 싸워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성인이 되고 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 자동으로 선거인등록명부에 이름이 올라간다. 이를 통해 부재자 투표도, 사전투표도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처럼 미국도 모든 시민권자에게 자동으로 투표권이 부여된다고 착각하는 한인들이 있다.   그러나 미국 시민권자의 투표권은 자동으로 부여된 것이 아니다. 미국 독립 당시 투표권은 오직 백인 남성에게만 주어졌다. 남북전쟁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치른 후에야 흑인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지만 여러 주에서 흑인들의 투표권은 제한됐다.  법적 투표권이 곧바로 실질적 투표권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투표세’ ‘문맹 시험’ 등의 명목으로 흑인 유권자를 걸러내고, 백인들에게만 투표를 허용했다. 흑인들의 투표권은 1960년대 민권운동을 거치며 비로소 완전하게 보장을 받았다. 여성 투표권도 여성단체의 수십년간에 걸친 투쟁 끝에 1920년에야 주어졌다.      소수계의 투쟁으로 ‘XX는 투표 금지’라는 팻말은 사라졌지만, 이러한 ‘투표자 억압(Voter suppression)’은 현대에 들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뉴욕대 로스쿨 브레넌 정의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의 앤드류 가버 변호사는 ‘비시민권자의 투표 참여 우려’를 핑계로, 유권자 등록 기한 단축, 사전 투표 및 우편 투표 신청 기간 축소, 투표 등록 지원 단체 활동 제한, 투표소 인력 감축 및 폐쇄 등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표하려면 선거를 전후한 정치폭력도 극복해야 한다.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백인들이 투표를 하려는 흑인 유권자들을 공개적으로 폭행해, 흑인들의 정치 참여를 방해했다. 이러한 정치폭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카고 대학 정치학과 교수이자 안보위협 프로젝트(CPOST) 책임자인 로버트 페이프 교수는 2001년 이후 정치 폭력 기소 사례가 트럼프 대통령 재임 동안 19.5건, 바이든 대통령 재임 시간 동안 21.6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정치적 폭력 사례로는 조 바이든 대통령(2023년 6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23년 9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2024년 7월과 9월) 암살 시도가 있었다.   다행히도 현재 미국민들은 정치 폭력에 반대하고 있다. CPOST 설문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84%와 공화당원의 76%(전국적으로 2억 명에 해당)가 정치적 폭력에 반대하는 초당적 의회 연합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시민의 투표권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온갖 장애물을 뚫고 싸워서 얻은 것이다.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면 미국민으로서 의무도 다하고 한인들의 권익과 목소리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한인 시민권자는 한인사회를 위해서라도 꼭 투표하자.    이종원 / 변호사기고 투표권 행사 여성 투표권 실질적 투표권 법적 투표권

2024-10-28

[기고] 잔인한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있는 10월은 과학계도 들썩이는 계절이다. 극소수 수상자에겐 영광이, 다른 연구자에게는 분발의 계기가 된다.   아시아 국가 중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배출한 나라는 일본이다. 무려 25명이나 된다. 이어 중국이 3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직 과학 분야에서 한 명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10월은 한국 과학계엔 잔인한 달인 셈이다. 그동안 한국의  문제점은 수없이 지적됐다. 그러나 매년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9월과 10월에 반짝하다 곧장 사라진다.   최근 알래스카에서 94세인 한 일본인 과학자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야외 관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일에 전념하라는 진심 어린 충고를 남겼다. 이 과학자는 20대에 알래스카로 와 평생 오로라 연두에 몰두했다. 소위, 한 우물만 판 것이다. 그 결과는 최고의 업적이라는 성적표를 남겼고, 미국과 유럽에서 오로라 연구 관련 최고상을 받았다.   그는 내가 알래스카대학에 왔을 때 초대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젊은 연구자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 관련 분야의 과학자들을 소개해 줬으며, 어떤 연구든 참신성과 창의력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때 그의 나이가 이미 70세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21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나베 슈크로 박사(93·프린스턴 대학 수석연구원)와의 만남도 큰 축복이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일본 과학기술청 프런티어 연구 시스템 지구 온난화 연구 책임자로 일한 마나베 박사는 호기심이 넘치는 아이처럼 연구 내용을 꼼꼼히 듣고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이들 일본 과학자를 만난 것은 큰 축복 중 하나였다. 두 석학에게서 배운 것은 학문을 대하는 태도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충고는 두 석학의 공통된 조언이었다. 실패 속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정설을 세울 수 있다는 격려가 아직도 귓전에 남아 있다.     또 하나는 비판과 비평을 곱씹으라는 것이다.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고,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처럼 남의 비판을 새겨듣고, 앞으로 정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한국과 공동연구를 한 지도 10년이 넘어간다. 연구비를 받는‘을’의 입장과 연구비를 주는 ‘갑’의 입장은 천지 차이다. 먼저, 한국 공무원들은 3년간의 보직 재임 기간에 성과를 내야만 승진에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승진에 목을 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연구자에게 매년 뚜렷한 연구 실적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게 과학자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이다. 연구 결과는 예측하는 대로 나오는 법이 절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학 선진국과의 차이다.   기초과학 분야는 그 성과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노벨상 수상자는 20대에서 40대 초반의 연구 성과가 30~40년 후에 개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한 기초 과학 분야는 없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분야에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은 2021년이 최초였으니 말이다.   국가의 지원이 생산력이 높은 분야에 집중되는 것은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일이다. 그렇지만, 생산력이 높은 분야의 근본도 기초학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숲을 보려면 숲속이 아니라 숲을 벗어나야 제대로의 숲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과학 분야에 임하는 과학자의 마음 자세다. 우선, 대학에서 이들을 위한 최상의 교육이 필요하다. 1000명의 인재 중에서 한 명이라도 특출한 인재를 만들면 그 인재로 인한 파급효과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변함없는 국가적 투자를 부탁하고자 한다. 정권에 따라 변하는 교육은 미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왜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가를 명심해야 한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과학자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연구에 전심을 다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기초 과학자들에게는 매년 10월이 잔인한 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이들의 연구를 지켜주지 못한 환경과 시스템 잘못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도 기초학문이자 종합학문이다. 특히, 극지 연구는 산학연의 집합체가 응집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기고 잔인 과학자 입장 노벨상 수상자 이들 과학자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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