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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희랍어 시간’을 읽고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었다. 오래전에 사서 읽다가 중간에 덮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꾸준히 책을 읽어온 덕택에 이번에 읽은 이 책은 한강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과연 한강은 한국이 낳은 천재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지금까지 세계적 명작이면서 고전으로 알려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니나’를 보아도 작품 대부분은 장편이다.  명작에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묘사, 성격묘사, 그리고 주위 배경 묘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구체적인지 마치 독자는 자신이 그 이야기 속의 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다. 반면 다루는 사건의 기간은 놀랍게도 매우 짧다. 그만큼 문장을 늘려서 생동감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문장력과 역량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한국 작품은 뼈대는 건장한데 영양 상태가 빈약한 경우가 종종있다. 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전후의 배경과 묘사와 표현 방식은 작가의 실력에 달려있다. 한강은 묘사를 시적이며 서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함축하여 독자에게 상상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놓는다.     한강의 언어에 대한 호기심, 관심 그리고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우리처럼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배운 모국어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부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네 살 때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아직 자음, 모음에 대한 인식 없이 모든 글자를 통 문자로 외웠다니 가히 놀랄만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녀는 일기장 뒤쪽에 단어들을 적기 시작했고 후에 그 단어들은 스스로 꿈틀거리며 낯선 문장을 만들었다.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수시로 잠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명치를 눌렀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 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17살이 되던 겨울, 수천 개의 바늘로 짠 옷처럼 그녀를 가두며 찌르던 언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뭉클뭉클한 솜처럼 시간의 흐름을 빨아들이는 침묵이 그녀를 에워싸고 그녀는 말을 잃게 된다.   이 소설은 이렇게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눈이 멀어져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남녀 모두 각자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삶을 견뎌내던 중 희랍어 강사인 남자와 수강생으로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어느 날 희랍어 교실로 향하던 중에 빌딩 지하실에서 사고로 생명줄과도 같은 안경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말을 잃은 그녀가 시력을 잃은 그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를 그의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면서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했다. 그 둘은 남자의 작은 방에서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며 치유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걸 논증하는 부분에서, 안염이 눈을 파괴해 못 보도록 만들고, 녹이 쇠를 파괴해 완전히 부스러뜨린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들과 유비를 이루는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이토록 우아하게 묘사할 수 있는가 완전 감동이다. 언어에 그토록 예민한 작가는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자신의 혀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말 외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상상 속에서 인간의 혼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도움을 주고받고 서로 보완해 가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 아닌가. 세상은 이제야 그녀를 알아본다. 이제 그녀는 활짝 꽃피울 일만 남았다. 정명숙 / 시인이아침에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 희랍어 교실 국어 시간

2025-02-18

[삶의 뜨락에서] ‘희랍어 시간’을 읽고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었다. 오래전에 사서 읽다가 재미가 없어 중간에 덮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고 꾸준히 책을 읽어온 덕택에 이번에 읽은 이 책은 한강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번에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독후감을 ‘조용한 천재’라고 명명한 후 이 자리에 글을 올렸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과연 한강은 한국이 낳은 천재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었다.     지금까지 세계적 명작이면서 고전으로 알려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니나’를 보아도 작품 대부분은 장편이다. 명작에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묘사, 성격묘사, 그리고 주위 배경 묘사가 얼마나 섬세하고 구체적인지 마치 독자는 자신이 그 이야기 속의 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다. 반면 다루는 사건의 기간은 놀랍게도 매우 짧다. 그만큼 문장을 늘려서 생동감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작가의 문장력과 역량이 바로 여기서 나타난다.     한편 한국 작품은 뼈대는 건장한데 영양 상태가 빈약하다. 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전후의 배경과 묘사와 표현 방식은 작가의 실력에 달려있다. 우리는 드디어 오랜 기다림 끝에 한국 문학사에 숨어있는 천재를 발견한 것이다. 한강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묘사를 시적이며 서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함축하여 독자에게 상상할 수 있는 지평을 열어놓는다. 한강의 언어에 대한 호기심, 관심 그리고 사랑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우리처럼 학교에서 국어 시간에 배운 모국어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부류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네 살 때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아직 자음, 모음에 대한 인식 없이 모든 글자를 통 문자로 외웠다니 과히 놀랄만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녀는 일기장 뒤쪽에 단어들을 적기 시작했고 후에 그 단어들은 스스로 꿈틀거리며 낯선 문장을 만들었다. 거기에 쓰인 단어들이 수시로 잠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명치를 눌렀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소름 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17살이 되던 겨울, 수천 개의 바늘로 짠 옷처럼 그녀를 가두며 찌르던 언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뭉클뭉클한 솜처럼 시간의 흐름을 빨아들이는 침묵이 그녀를 에워싸고 그녀는 말을 잃게 된다.     이 소설은 이렇게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눈이 멀어져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남녀 모두 각자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삶을 견뎌내던 중 희랍어 강사인 남자와 수강생으로 만나게 된다. 그 둘은 어느 날 희랍어 교실로 향하던 중에 빌딩 지하실에서 사고로 생명줄과도 같은 안경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말을 잃은 그녀가 시력을 잃은 그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를 그의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면서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써서 의사소통을 해야만 했다. 그 둘은 남자의 작은 방에서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며 치유하면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는 걸 논증하는 부분에서, 안염이 눈을 파괴해 못 보도록 만들고, 녹이 쇠를 파괴해 완전히 부스러뜨린다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들과 유비를 이루는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이토록 우아하게 묘사할 수 있는가 완전 감동이다. 언어에 그토록 예민한 작가는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사실에 자신의 혀가 두려워졌다. 하지만 말 외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침묵 속에서 상상 속에서 인간의 혼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도움을 주고받고 서로 보완해 가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 아닌가. 세상은 이제야 그녀를 알아본다. 이제 그녀는 활짝 꽃피울 일만 남았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 희랍어 교실 국어 시간

2025-02-10

[빌리 장의 색 다른 사진 여행] 이태리 알프스 재발견…도로미티로의 청정 여행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한 알프스의 한 자락. 해발고도 3000m를 훌쩍 넘는 봉우리만 18개에 달하는 도로미티(Dolomites) 산맥은 깎아지른 듯한 수직 절벽과 폭이 좁고 기다란 깊은 계곡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건축물’이라 칭송했다.   ▶볼차노(Bolzano)   이탈리아 북부 티롤 지역에 위치한 아름다운 도시로, 알프스산맥의 너른 품에 안겨 있다. 도시를 걷는 동안 아기자기한 거리와 중세 건축물들이 펼쳐져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젖어든다. 특히 프레다슈 광장(Piazza delle Erbe)은 볼차노의 중심지로 다양한 상점과 카페들이 즐비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고딕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물로, 성당 내부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정교한 조각들이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볼차노 대성당(Duomo di Bolzano) 역시 방문해야 할 역사적인 명소다.   ▶오르티세이(Ortisei)   이탈리아 남부 티롤의 아름다운 산악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웅장한 도로미티 산맥이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시모네이트(Simonato) 산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내려다본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과 진배없다. 푸른 산과 맑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이 어우러지며 어떠한 수식어로도 묘사가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오르티세이는 또한 전통적인 티롤 문화가 잘 보존된 곳으로, 고유의 건축 양식과 예술이 가득하다. 마을을 걷다 보면 화려하게 장식된 목조 건물들이 즐비하고, 각종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성모마리아 성당은 아름다운 내부 장식과 평화로운 분위기로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장소다.   여름 시즌에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도 적합하다. 그중 피아자 다마 산으로 가는 하이킹을 선택했는데,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압도적인 장관을 이룬다. 신선한 공기를 폐부 가득 들이마시며 거니는 자연 속에서의 산책은 피로를 잊게 하기 충분했다.   ▶셀라(Sella), 포르도이(Porto di Fedaia), 팔차레고 패스(Pass Pordoi)   알프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셀라 산맥과 그 주변의 포르도이, 그리고 팔차레고 패스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셀라 산맥은 주변의 모든 경치를 압도하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필자는 셀라 론다를 도는 스키 여행으로 이곳을 처음 방문했다. 겨울철의 셀라 산맥은 눈으로 덮인 봉우리들과 맑은 하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포르도이 패스는 이 지역의 또 다른 명소로, 도로미티의 한가운데에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완벽한 장소라 할 수 있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만나는 경치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의 그 짜릿한 감정이란! 특별히 포르도이 호수는 그 푸른 색감과 주변의 산들로 인해 사진 찍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이어서 팔차레고 패스에는 하이킹을 위한 훌륭한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팔차레고 패스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선택하여 주변의 장엄한 산봉우리를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은 독특한 문화와 맛있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현지 레스토랑에서 맛본 티롤식 스페첼(Sptzle)과 소시지는 지역에서 생산된 레드 와인과 근사한 마리아주를 이룬다. 카나르디(Canederli) 또한 꼭 한번 맛보아야 할 티롤 전통 요리로,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미주리나 호수(Lake Misurina)   알프스의 드라마틱한 경치를 병풍처럼 두른 평화로운 호수로 힐링 그 자체다. 도로미티 산맥의 일부인 라체두(Three Peaks)의 웅장한 모습과 함께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특별히 투명한 호수에 비치는 산들의 모습에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온다. 호수의 수면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색조로 변하는데,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에 바라보는 호수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곳에서 촬영한 사진들은 지금까지도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여름철에는 호수에서 하이킹, 자전거 타기, 보트 타기 등을 즐길 수 있다. 호수 주변의 하이킹 코스를 따라 걸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데, 트레일이 잘 정비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이 지역의 눈 덮인 경치를 즐기며 스키를 타거나, 근처의 스키 리조트에서 다양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코르티나 담페조(Cortina d'Ampezzo)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매력을 품은 최고의 리조트 도시다. 도로미티 산맥의 웅장한 배경 속에 위치한 이곳은 겨울철 스키, 여름철 하이킹, 그리고 다양한 문화 경험으로 여행자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산기슭에 위치한 도시는 맑은 물과 하늘, 그리고 뒤에 펼쳐진 산들의 조화에 의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코르티나 대성당과 세인트 필립 성당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들도 꼭 방문해야 할 명소다.   ▶트레치매(Tre Cime di Lavaredo) 트레킹   이탈리아 알프스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트레치매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독특한 형태의 세 산봉우리를 일컫는다. 도로미티 지역의 보석과도 같은 이곳은 하이킹과 사진 촬영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는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다.   트레치매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은 고산식물과 맑은 공기를 즐길 수 있어 걸을수록 기분이 상쾌해진다. 또한 햇빛에 따라 자연 경관이 수시로 바뀌는 데다가 정상에서 바라본 경치는 힘든 하이킹을 단숨에 잊게 해줄 만큼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트레치매 풍광 너머 피아니 레이크 호수 주위에서 풀을 뜯어 먹는 소들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은 필자의 인생샷으로 등극했다.   알프스의 자연 경관과 문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트레치매는 한 번 방문하면 반드시 다시 찾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알프스를 사랑하는 모든 여행자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여행팁: 엘리트 투어는 팬데믹 이후 스위스 일주와 라인강 리버크루즈, 이탈리아 도로미티 트레킹을 성황리에 다녀왔다. 앵콜 여행으로 2025년 6월 13일에 마테호른, 융프라우, 몽블랑, 트레치매, 세체다 트레킹을 넣어 다시 출발한다.   여행사진가 빌리 장이 동행해 각 지역 여행 사진을 촬영해 주고 여행 후 동영상 및 인생 가족사진을 선물로 제공한다.   ▶문의: (213)386-1818(엘리트 투어)   빌리 장   전 세계 100대 명승지를 무대로 활동하는 여행 사진가이자 엘리트 투어의 대표이다. 전 여행 일정 중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행 스토리를 만들어준다.빌리 장의 색 다른 사진 여행 알프스 도로미티 시간 여행 스키 여행 하이킹 코스

2025-02-06

[행복한 가드닝] 프리마베라, 봄의 시간

2월을 봄으로 보지는 않는다. 보통 3~5월을 말한다. 하지만 찰떡같이 잘 맞는 24절기의 봄은 입춘 2월 3일이다. 입춘엔 늘 꽃샘추위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꽃샘을 넘어 엄동설한의 추위가 찾아왔다. 정원 공부를 하면서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입춘의 시기였다. 왜 아직 춥디추운 2월 초를 봄의 시작이라고 봤을까?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에서 일할 때, 2월은 생각보다 분주했다. 화분에 씨를 심고, 물을 본격적으로 주는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씨앗은 처음부터 땅에 뿌릴 수도 있지만, 대부분 6~8주 정도 실내에서 싹을 틔워 키운 후 바깥에 옮겨 심는다. 밖에 나가는 시기가 4월 초순이니, 2월 초부터는 씨앗 작업을 해야 한다. 토마토·가지·배추 등 채소가 그렇고 감자도 마찬가지다. 감자 싹 틔우기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3월에서 4월 초 봄 감자를 심어야 하니, 입춘 즈음부터 따뜻한 곳으로 옮겨 싹을 틔운다.   과일나무에 중요한 것은 가지치기다. 열매를 잘 맺도록 매년 가지치기를 하는데 그 적기가 겨울 추위 지나고 아직 땅이 풀리기 전인 2월이어서 시기가 짧다 보니 이즈음 과수원은 전화를 받기 어려워질 정도로 분주하다.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보티챌리는 ‘프리마베라’를 그렸다. 프리마베라는 ‘처음’과 ‘봄’의 합성어다. 이 그림은 상징으로 가득하다. 맨 오른쪽에 입에 잔뜩 바람을 문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그의 아내 클로리스가 있다. 중앙엔 화려한 가운을 걸친 꽃의 여신 플로라와 함께 사랑의 신 비너스와 큐피드, 왼쪽에는 삶의 영광을 뜻하는 3명의 님프 그레이스와 태양의 신 머큐리가 등장한다. 그림 속 500송이의 꽃 가운데 다른 종이 190종이나 된다. ‘프리마베라’는 부드러운 서풍이 불어 꽃이 피니 우리 삶에 사랑과 영광이 가득해진다는 의미다. 아직 춥고 시려도 곧 꽃피는 봄이 온다. 조금만 더 견뎌보자. 오경아 / 정원 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행복한 가드닝 프리마베라 시간 입춘 즈음 씨앗 작업 겨울 추위

2025-02-05

[실리콘밸리 리포트] 인공지능이라는 자전거

인간의 모든 문명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이해해 봅시다. 뜬금없는 소리란 걸 압니다. 근데 일단 (막무가내로) 한 번 그렇다 치고 생각해 봅시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자전거가 발명된 이유는 인간의 심장으로 가장 먼 거리를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도구의 개발, 즉, 먼 거리를 가는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불로 조리하려면 10분 이상 걸릴 것을 1~2분 만에 가능하게 해 준 ‘마이크로웨이브’,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릴 손빨래를 1시간 만에 줄여 준 ‘세탁기’ 등등…. 문명의 발명 대부분이 ‘시간’을 줄여준 것들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 유행하는 AI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글도 써 주고, 코딩도 하고, PT도 만들고, 영상도 제작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기조연설 하는 것을 들으니 AI는 이제 공장에 들어가서 로봇을 움직여 물건을 제조하는 시간도 줄여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장사하던 중국은 이제 큰 일 났습니다.) 기대되네요. 앞으로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돌까요.   ‘모든 사람에게 가장 이븐(even)하게 분배된 자산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문명이 우리에게 줄여 준 시간으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사색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실 문명의 가장 멋진 발명품 중 하나인 ‘신문’과 ‘칼럼’도 시간을 줄여준 도구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 세상의 소식과 지식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고, ‘칼럼’을 통해 ‘생각의 리더들(Thought Leader)’이 가진 현실인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부족하지만 그런 멋진 일을 할 수 있게 해 준 미주 중앙일보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유튜브와 숏츠로 대다수 ‘생각의 리더’들이 서식지를 옮겨간 지금, 신문에서 보이는 칼럼은 재탄생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칼럼이나 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줄여줄 수 있는 시간은 무엇일까요?   20년간 언론에 몸담았던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한 배경입니다. 뉴스나 칼럼을 AI의 도움으로 웹툰 형태로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웹툰 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덧칠해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이 가진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글이 웹툰 형태로 여러분에게 제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리고 이 글 위에 여러분이 각자 생각을 낙서처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그 결과 이 칼럼을 읽은 여러분의 머릿속에 제가 쓰는 것과 다른 생각이 언이븐(uneven)하게 싹터서 또 다른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낳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적어도 아무 생각이 없는 삶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요.   문명이 발전하면서 길어진 시간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작업들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사색을 통해 깊은 생각을 도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남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책을 쓰는 작업에는 며칠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담은 책을 쓰려면 과거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평균적인 인간의 집중가능 시간은 금붕어의 그것보다 짧은 8초(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발표)라고 합니다.   문명은 우리에게 시간을 선물로 줬습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합니다. 마치 여백이 많이 남은 신문지처럼,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빈 노트처럼, 비워진 시간들이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빈 공간을 오로지 내 것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은, 그 공간에 나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AI 를 이용한 재미있는 만화 이미지 콘텐츠 위에 나의 상상력과 판단력을 더해서 낙서를 해나가는 공간을 저희는 꿈꿉니다. 그를 통해 여러분의 글 쓰는 능력과 그림 그리는 능력,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발전해 나가길 꿈꿉니다.   저희의 이런 노력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AI라는 새로운 ‘자전거’가 등장한 지금 이 시대에 우리는 더 멋진 일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신현규 / 글리터컴퍼니 대표실리콘밸리 리포트 인공지능 자전거 집중가능 시간 웹툰 형태 사실 문명

2025-01-22

[문장으로 읽는 책] 기도가 필요한 시간

‘하늘에 계신’이라고 하지 마라. 세상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마라. 아들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우루과이 한 성당 벽에 쓰인 기도문에서.   그날 밤 지옥문이 열린 기분이다. 우리 앞에 느닷없는 정치와 역사의 퇴행극이 펼쳐졌다. 폭주한 망상가는 여전히 반성을 모른다. 정치 셈법에만 눈먼 정치인들도 너무 많다.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무리 중 한 여성은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굴리며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세요. 마마”라고 울부짖었다. 이들을 이끄는 이는 ‘목사님’이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스팔트 목사님’에게 90도 폴더인사를 했다. 세상이 도저히 공존 불가능한 사람들로 동강 난 느낌이다. 하도 어이없는 풍경의 연속이라 차라리 눈과 입을 닫고 싶다는 이들도 많다.   마냥 희망찬 인사를 주고받기조차 꺼려지는 연초, 위태로운 마음을 다스리며 『당신의 그림자 안에서 빛나게 하소서』를 펼친다. 이문재 시인이 시처럼 읽히는 기도문들을 묶은 책이다. 모든 기도는 선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갈구한다. 신학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은 기도의 쓰임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구원받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도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구원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우루과이 성당 벽 주 기도문은 이렇게 이어진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하지 마라. 자기 이름만 빛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기도 시간 우루과이 성당 아스팔트 목사님 신학자 아브라함

2025-01-22

신입사원 면접 시 필수 교육시간, 무급은 불법일 수 있어 [ASK미국 노동법-알버트 장 변호사]

▶문= 저희 사무실은 면접 시에 몇 시간 정도 소요되는 간단한 직무교육을 제공하며, 이러한 무급 교육에 대해 지원자에게 면접 일정을 정하기 전에 미리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접 시 교육 시간에 대해 무급으로 처리할 수 있나요?     ▶답= 기업들이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 직무에 대한 기본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채용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육이 향후 직원이 업무 수행을 하는데 필수적인 경우라면, 해당 시간에 대해 법적으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 노동법에 따르면, 고용주가 제공하는 직무 교육이 필수적이거나, 회사의 업무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 시간을 무급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예를 들어, 고용주가 직원에게 새로운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학습하도록 요구하거나,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울 것을 지시했다면, 이 교육이 면접 시간에 이루어졌더라도 이 시간에 대해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합니다.     또한, 면접 과정에서 후보자에게 특정 자료를 제작하거나 프로젝트를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경우도, 회사가 이를 실제 업무에 사용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하도록 요청한 뒤 이를 회사의 자료로 활용했다면, 채용 여부와 관계없이 임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후보자가 이를 사전에 동의했어도 관계없습니다.   통상적으로 직원 교육의 경우, 회사가 제공한 교육이 완전히 자발적이고, 근무 시간 외에 이루어지며, 교육 내용을 배우지 않아도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무급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교육이 전적으로 선택 사항일 때에만 해당됩니다. 만약 교육을 받는 것이 직원의 선택사항이 아니었다면, 그러한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교육이 그 직원의 현재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더라도 적정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무급 인턴십은 정부 승인 사항이고 승인에 까다로운 요건들이 적용됩니다. 면접을 하면서 제공한 이러한 교육시간이 몇 시간 되지 않아서 그 미지급 급여 금액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벌과금이 발생하고, 소송으로 번질 경우 그에 따르는 변호사비 및 기타 비용이 상당하게 되므로 노동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도록 사업주 분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문의:(310)769-6836 / www.aclawfirm.net 알버트 장 변호사미국 신입사원 무급 교육 면접 시간 캘리포니아 노동법

2025-01-22

주택보험 청구 숙지 사항들…산불 피해 보상까지 ‘시간과의 싸움’

남가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상황에 맞는 적절한 보험 청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보험, 가주페어플랜, 무보험 등 상황별로 주의할 점을 정리했다.     ▶일반 보험   일반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는 산불 피해에 대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청구 과정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특히 산불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인 만큼, 보험 청구 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 청구 과정에서는 손해 사정인 고용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손해사정인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돈을 요구하거나, 지나친 수수료를 청구할 경우 절대 이에 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손해사정인은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상에 일정 비율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에 따라 비율은 달라지지만 10~20%가 일반적이다. 전문가들은 30%가 넘는 비율은 '불합리'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전했다.     ▶가주페어플랜   가주페어플랜은 일반 보험 가입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가주 정부가 감독하는 화재보험이다. 최근 일반 보험 가입이나 갱신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가입자가 급증했다.   많은 가입자가 가주페어플랜이 충분히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가주페어플랜은 먼저 유보금을 사용해 보상을 지급한다. 지난해 여름, 빅토리아 로치 가주페어플랜 회장은 유보금이 3억8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보금이 소진되면 재보험사에 청구를 진행한다. 리키 최 가주 보험협회 부회장은 “재보험사에 청구할 금액이 23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재보험 자금도 부족할 경우, 가주 내 모든 보험사에 시장 점유율에 따라 자금 분담을 명령할 수 있다. 이는 1994년 노스리지 대지진 당시에도 적용된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구조 덕분에 가주페어플랜 가입자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가주페어플랜에 보상을 받을 때는 주택의 경우 300만 달러, 상업용 건물의 경우 2000만 달러의 보상한도가 있으므로 이에 주의해야 한다.     ▶무보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는 비영리단체나 연방재난청(FEMA)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을 활용해야 한다. FEMA는 재난 상황에서 긴급 지원금을 제공하며, 비영리단체들도 피해 복구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지원금에 관심을 두고 충분한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반 보험이나 가주페어플랜 가입자라면 적절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그러나 청구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피해자의 청구가 몰리는 만큼, 보상을 받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최 부회장은 “보험 가입자들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청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결국에는 ‘긴 시간과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조원희 기자주택보험 시간 주택보험 청구 보험 가입자들 청구 절차

2025-01-13

[우리말 바루기] ‘호동이예요’의 함정

“오늘 발표할 내용이 뭐죠?”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이 두 가지 대답을 내놓았다. 한 무리는 “먹이에요”로, 다른 한 무리는 “먹이예요”로 답을 했다. 누가 맞춤법에 맞게 대답했을까?   수업 시간에 다룰 내용이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인 ‘먹’이라면 “‘먹’이에요”라고 해야 옳지만 동물의 생육에 필요한 먹을거리에 관한 것이라면 “‘먹이’예요”라고 하는 것이 바르다.   ‘-이에요’는 서술격 조사 ‘-이다’의 어간 뒤에 어미 ‘-에요’가 붙은 말로, 체언 뒤에 쓰인다. ‘붓’처럼 체언의 끝말에 받침이 있으면 ‘-이에요’를 사용하면 된다. 이때의 “붓이에요”는 줄어들지 않으나 ‘벼루’처럼 받침이 없는 체언에 붙을 때는 ‘-예요’로 줄기도 한다. “벼루이에요”가 “벼루예요”로 줄어든다.   문제는 사람의 이름 뒤에 나타나는 ‘이예요’다. 받침이 있고 없음에 따라 “정우성이에요” “김남주예요”라고 하면 되지만 “호동이예요”에 이르면 헷갈린다. “호동이에요”로 고쳐야 할 듯하나 “호동이예요”가 바른 표현이다. 받침 있는 인명 뒤에 어조를 고르는 접사 ‘-이’가 덧붙은 경우다. 받침이 없는 체언과 같아져서 ‘호동+이에요’가 아니라 ‘호동+이+예요’로 분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니에요”는 왜 ‘-에요’로 쓸까? ‘아니다’의 경우 체언이 아닌 용언이므로 서술격 조사 ‘-이다’가 필요 없다. 어미 ‘-에요’만 붙이면 되므로 “아니에요”로 사용한다. “아니예요”는 잘못된 표현이다. “아니에요”에 영향을 받아 “대형 사고에요”처럼 쓰는 경우도 있지만 “대형 사고예요”로 바루어야 한다.   “다시 올 거에요”도 마찬가지다. ‘거’는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받침이 없으므로 ‘거예요’로 써야 한다. ‘거에요’는 잘못된 표현이다. “이게 다 우리 것이에요”의 경우 받침이 있으므로 ‘-이에요’가 오는 게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호동 함정 서술격 조사 수업 시간

2025-01-12

[살며 생각하며] 럭셔리한 2025

“The Real Luxuries in Life: time, health, a quiet mind, slow mornings, ability to travel, rest without guilt, a good night’s sleep, calm and “boring” days, meaningful conversations, home-cooked meals, people you love, people who love you back”   성탄과 새해를 맞으며 연락 없던 분들까지 이런저런 인사를 전해온다. 올해는 며칠 전 발견한 이 리스트로 2025년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삶의 진정한 럭셔리(호사스러움): 시간, 건강, 고요한 마음, 여유로운 아침들, 여행할 능력, 죄책감 없는 휴식, 숙면의 밤, 조용하고 ‘지루한’ 날들, 의미 있는 대화들, 집밥,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우리 삶을 풍요롭고 럭셔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진정 이런 것들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리스트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시간’, 평범한 듯하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 땅에서의  제한된 시간 중 나를 위한, 나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일들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럭셔리 맞다. 또 이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건강’도 당연한 것이 아님을 우린 너무 잘 안다.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주어지지 않는 건강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때, 건강, 확실한 럭셔리 맞다.     ‘고요한 마음’, 이런 럭셔리가 또 있을까. 늘 불안정하고 괴롭고 소란한 세상에서, 고요한 마음이 나를 찾아와준다면 진정한 축복일 것이다. 매일 아침 던킨드라이브스루에서 픽업한 커피와 빵을 들고 달려 들어가7시 반에 교실 문을 열던 내게, 은퇴가 가져다준 가장 감사한 선물은 ‘여유로운 아침’이다. 지금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은퇴 혹은 전업의 시기는 온다. 그리고 여유로운 아침이라는 럭셔리가 주어진다.     그리고 때론, 홀로나 함께, 길거나 짧게, 멀거나 가까운 곳을 ‘여행할 능력’, 그 ‘죄책감 없는 휴식’의 시간, 수없이 뒤척이지 않아도 되는 ‘숙면의 밤’, 심심할 정도로 별일 없는 ‘조용하고 지루한 날들’도 우리 삶을 완전 럭셔리하게 만들어준다.     매주 좋은 책을 읽고 나누는 나의 북클럽은 회원들과 요즘 드문 ‘의미 있는 대화’라는 럭셔리를 선물해주는 소중한 플랫폼이 되었다. 그리고 완전 초딩 식단의 나를 럭셔리한 ‘집밥’으로 초대해주는 분들이 너무 감사하다. 나도 나를 위한 럭셔리 집밥을 올해는 좀 더 누리리라 다짐한다. 마지막,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 삶의 럭셔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다. 이거야말로 초호화 스펙타큘러 럭셔리가 아닐 수 없다.   놀랍게도 이 럭셔리 리스트에 ‘돈’은 없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겠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행복감과 위에 나오는 럭셔리한 삶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도 아침마다 우리에게 배달될 365개의 기적 같은 선물, 매일 하나씩 열어 럭셔리하게 살고 싶다. 계속되는 힘든 소식들로 세상은 참 어지럽고 피폐하다. 우리 모두의 2025년이 이런 럭셔리들로 가득 채워졌으면 참 좋겠다. ([email protected])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럭셔리 럭셔리 리스트 시간 건강 love people

2025-01-08

[오리건 살이] 오리건 숲속 4년, 안빈낙도는 멀다

미국이 딱히 오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10여 년 전 첫 직장이 워크아웃에 빠지면서, 남들보다 빨리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 나는 일단 지긋지긋한 서울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땅을 드릴로 뚫어 지구 반대편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찾아보니,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앞의 바닷가쯤 되었던 것 같다. 무작정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티켓을 두 장 끊고, 양가에 떠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흔쾌히 가라고 허락해 주실 리 만무했다. 바다는 건너야겠다고 설득해서 가까스로 허락받은 곳이 미국이었다.   부부 둘이서 큰 여행 가방 두 개씩 들고 샌프란시스코에 내리니, 어학연수 때 돈이나 쓰고다니던 편한 마음은 없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중압감이 몸을 눌렀다.     미국에서 제일 비싼 동네가 북가주 베이 지역이다. 그것도 모르고 친구가 방 싸게 빌려준다는 말 한마디에 아무것도 모르는 와이프를 이역만리 타국으로 데리고 왔다. 나쁜 남편이 맞다. 서울에 있었으면 아파트에라도 살고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자를 데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쪽방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비싼 어학연수 값을 내면서 신분을 유지하고, 그 와중에 회계사 준비를 하며 살다 보니 둘이 한국에서 3년간 악착같이 모은 돈이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렌트비 낼 돈이 모자라 선택한 것이 오리건으로의 이사였다.     이사한 뒤에는 정말 잔고가 바닥을 보였다. 배송업체에서 근무하며 팔레트에 짐을 쌓기 시작했다. 와이프는 스타벅스 바닐라 라테를 먹고 싶어했지만, 4.5불 곱하기 30일이면 135불이라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꺼이꺼이 우는 모습을 보고 못난 남편이 여기 있구나 생각했다.   회계사에 붙으면 부자가 될 줄 알았다. 미국 유수의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여섯 자리 숫자 연봉을 줄 테니 제발 좀 와주십사 해줄 줄 알았고, 영주권도 금세 해결될 줄 알았다. 참 아무것도 몰랐다. 이력서를 100장 넘게 보내도 면접 볼 기회조차 오지 않고, 막상 면접을 봐도 내 영어실력이 형편없어 붙을 리 만무했다.   신분이 없으니 면접이 잘되어도 스폰서를 받지 못했다. 내가 갈 수 있는 선택지는 영주권 스폰서가 가능한 한국계 기업들로 좁아졌다.     여러 옵션 중에 LA 한 언론사와 면접 기회를 얻었다. 화상 면접이었는데, 면접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는 길에 앞쪽 차 3대가 연쇄 추돌사고를 냈다. 차들이 박살난 사이를 뚫고 집에 도착해 허겁지겁 모니터를 켰다.     다행히 면접은 늦지 않았고 합격했다. 하지만 아내가 징조가 너무 안 좋으니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럴 수 없었다. 주머니에 돈이 절박했고 기회를 주는 회사라면 맨발로라도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못난 남편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돌아오자고 기약없는 약속을 한 뒤에 아내 손을 다시 끌고 남쪽으로 차를 돌렸다.   그렇게 LA에서의 세월이 하염없이 흘렀다. 영주권이 나온 뒤 남들 마냥 급여가 높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질려 오리건으로 왔던 나는 LA에 또 질려갔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우리는 좋은 기회에 오리건에 집을 샀다. 사람 만나고 술 먹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나는 항상 어디론가 숨고 싶어했다.     오리건의 가을이 그립기도 했다. 가끔 바람이 불면 단풍이 하염없이 떨어져서 하늘조차 안 보이는 오리건으로 돌아가 아무도 모르게 숨만 쉬고 살고 싶었다. 우리는 2020년 5월28일 LA에서 짐을 싸고 다시 오리건으로 올라왔다.   그렇게 벌써 4년이 지났다. 영원히 건강하실 줄 알았던 부모님의 나이 듦을 보게 되고, 새롭게 아이가 태어났다. 안빈낙도를 꿈꾸며 이곳에 다시 왔지만 직장 3곳에서 근무하며 돈의 노예 마냥 몸을 갈아서 일하고 있다. 복잡한 LA 생활이 싫어서 숲 속으로 들어왔지만 그새 사람이 그리워 갈구했다. 막상 친구가 그리워 한국에 잠시 가면 팍팍한 한국에서의 삶에 금세 염증을 느껴버린다.     말러의 3중 고뇌라고 했던가. 나는 오리건에서는 LA 사람이요, 미국에서는 1세대 이민자이며, 세계에서는 한국인인 셈이다.     오리건에 겨울이 오면 해는 일찍 지면서 추적추적 비가 멈추지 않는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일본 마켓에서 사온 회 한 접시에 소주를 홀짝거린다. 10분 정도는 몸이 데워지는 느낌을 흠뻑 즐길 수 있지만, 이내 함께 잔을 기울일 친구가 그립다.     이유건 / 회계사오리건 살이 안빈낙도 오리건 오리건 숲속 면접 기회 면접 시간

2025-01-01

한인타운-LAX 이동,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빠른 수단은

많은 사람이 여행을 떠나는 연말 시즌, LA 거주민들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LA 국제공항(LAX)까지 어떻게 이동하느냐는 점이다. 특히 이 붐비는 시기에는 교통체증과 높은 수요로 인해 공항까지의 이동이 평소보다 더욱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셔틀버스, 우버, 자가용(자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고민하며 최적의 선택을 찾고 있다. 각 수단의 시간, 비용, 편의성을 고려한 분석해 봤다.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LA를 포함한 국내 주요 대도시의 시내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가장 빠른 방법’에 대해 보도했다. 기자들이 직접 우버, 자차, 셔틀버스를 이용해 동일 시간에 출발, 소요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우버의 승리였다. LA 한인타운에서 10분 거리인 유니언 역에서 출발해 LAX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우버가 46분으로 가장 빨랐다. 자차는 56분이 소요됐으며, 셔틀버스는 57분이 걸렸다. 〈표참조〉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차량정체가 극심한 러시아워 시간대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자차나 우버는 도로 위에서 정체를 겪지만, 셔틀버스는 급행 차선을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동 시간이 보장된다. 실제로 LAX 측에서는 시내에서 공항까지 최대 1시간 25분이 걸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교통 체증이 심한 경우에도 50분 이상 소요되는 사례가 드물어 안정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비용   비용 면에서는 자가용이 가장 경제적이었다. 한인타운에서 LAX까지의 거리가 20마일이 채 되지 않아, LA 카운티의 평균 개스값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자차 이용 비용은 3달러 중반대에 불과하다. 다만 자차를 직접 운전해야 할 경우 공항 근처의 장기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포함하면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면, 유니언 역에서 출발하는 플라이 어웨이 셔틀버스의 요금은 9.75달러다. 셔틀버스는 5분마다 출발해 이동 편의성도 높다. 하지만 이는 1인당 요금이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이동할 경우 비용이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교통수단은 단연 우버였다. 우버는 교통체증, 수요 등에 따라 요금이 유동적이다. 한인타운에서 출발할 경우 가장 저렴한 옵션을 선택해도 요금이 50달러를 넘기며, 경우에 따라 100달러에 육박하기도 한다. 특히 밴 차량을 선택하면 약 25%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한인타운 거주 직장인 H씨는 “4인 가족이 우버로 LAX에 갔더니 요금이 110달러나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우버 대신 한인 택시 업체를 이용하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다. 본지가 여러 한인 택시 업체에 문의한 결과, 한인타운에서 LAX까지의 편도 요금은 승용차가 40달러, 밴이 50달러로 나타났다. 요금이 시기에 따라 변동되지 않기 때문에 우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이동할 수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연말에는 수요가 급증하므로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할 것을 권장했다.  조원희 기자한타-LA공항 교통수단 분석 자가용 운전 자차 셔틀버스 시간 비용 이동 시간

2024-12-18

새해 전야, 토론토 교통 무료 운행

  2025년 새해를 맞이하는 토론토의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할 것이다. 파티 장소로 향하거나, 파티 후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 교통편이 문제일 수 있지만,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새해 전야에는 교통이 무료로 제공된다.    토론토의 TTC는 캐나다 위스키 브랜드 J.P. Wiser's와 협력하여, 오는 12월 31일(화) 오후 7시부터 2025년 1월 1일 오전 8시까지 지하철, 버스 등 모든 TTC 노선에서 무료로 운행 된다. 승객들은 PRESTO 카드나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탑승할 수 있으며, 해당 시간 역사의 요금 게이트는 모두 열려 있을 것이다.     TTC 운행 시간 새해 전야의 TTC 지하철은 새벽 3시까지 운행되며, 이후에는 블루 나이트 네트워크 가 운행을 계속한다. 주요 노선의 마지막 열차와 버스 출발 시간은 다음과 같다.      라인 1 - 유니온역에서 핀치역 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31 - 유니온역에서 본 메트로폴리탄 센터역 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27 - 핀치역에서 유니온역 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00 - 본 메트로폴리탄 센터역에서 유니온역 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1:50      라인 2 - 키플링에서 동쪽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15 - 블루어-영역에서 동서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39 - 케네디역에서 서쪽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18      라인 4 - 셰퍼드-영역에서 동쪽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2:57 - 던 밀스역에서 서쪽방향, 마지막 열차: 오전 3:09     GO Transit 무료 운행 GO Transit과 UP Express 역시 캐나다의 또 다른 위스키 브랜드 Forty Creek Whisky와 협력해 12월 31일 오후 7시부터 2025년 1월 1일 오전 8시까지 무료로 운행된다. GO 역이나 UP Express 역에서 승객들은 무료로 탑승할 수 있다.     새해 전야, 무료로 운행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안전하게 즐기고,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임영택 기자 [email protected]토론토 무료 새해 전야 운행 시간 유니온역 방향

2024-12-06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빌려온 시간

쌓아놓은 장작더미에 불이 붙네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에   잘못된 시간이 사라지고 있네       길이 아닌 곳에 길을 내는 일이란   내 마음의 잡초를 걷어낸 후에라도   서로의 발자국을 확인해야만 했네       꽃향을 따라 나비가 길을 내듯   불 밝힌 오두막을 향해 길을 내어야했네   머물 수 없는 어둠의 울타리를 넘어야 했네       “괜찮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네   비장한 가을 하늘은 높아만 가는데   한 걸음 발을 뗄때마다 이명은 사라지지 않네       내게는 빌려온 시간이 있네   그 시간이 내 것인 줄 알고 살았네   지나 보니 내 것이 아니었네       내가 어둠의 청색이 가라앉는 동안 길을 내었네   먼동이 트고, 하루가 밝아오는 언덕에 서네   바람은 지나온 시간을 밀어내고 있네         창밖을 봅니다. 희끗희끗 눈발이 날립니다. 먼 나라, 꿈도 꿀 수 없는 하늘에서 빈들로 여린 동작으로 눈이 내립니다. 시야에 꽉 찬 풍경은 하얀 눈의 여백으로 일상의 풍경을 한 폭의 동양화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첫눈입니다. 밖으로 나가 눈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목적도 없이 발끝이 닿는 곳으로 갑니다. 발자국이 찍힌 걸어온 길을 뒤 돌아보았습니다. 이 발로 그 긴 시간을 걸으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은 제자리인데 나는 눈길을 걸으며 다시 태어납니다. 내 볼을 만지는 눈은 어느새 녹아 눈물이 됩니다.     내 것이라 여겼던 시간이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담을 쌓고 작은 창문을 내고 그 창문을 통해 바라보았던 바깥세상은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함께라는 말을 잊어 버리고 살아왔던 시간이 거기 있었습니다. 함께라는 말. 그 말은 다정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함께였던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면 차마 그 손을 놓아줄 수 없을 겁니다. 눈길을 걸으며 지나온 나의 시간으로 눈을 돌립니다. 나의 시간이 아닌 시간을 살아온 날들이 보입니다. 그 시간이 낯설어집니다. 꼭 빌려온 시간같이 느껴집니다.     그리운 사람과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함께 뜨거운 커피를 나누고 싶습니다.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짙은 회색의 하늘을 보고, 서로의 걸어온 길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사진을 찍고, 아쉬워 돌아오는 밤길을 함께할 수 있는 그런날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 좋아요” 활짝 웃는 그리운 얼굴이 차창을 따라옵니다. 다시 아침은 오고 또 날이 저물어 옵니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신기한 별 하나 떠 있습니다. 잠든 나를 비추는 그 별은 아침이 되면 하얗게 부서져 무너집니다.     이별이란 단어와 이별하는 날을 꿈꾸어봅니다. 어느 날 함께였던 모든 것들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 위로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고, 새하얀 눈이 내리고,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의 밤이 지나고 나면 동쪽 하늘 언저리에 당신의 아픔을 덮어줄 푸른 새벽이 올 것임을 압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시간 동쪽 하늘 가을 하늘 위로 바람

2024-11-25

전쟁 고아 한인, 24년간 모국 아동 후원

전쟁 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한인 여성이 오랜 시간 모국의 아동들을 후원해온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이러한 업적을 높이 평가한 경상남도는 해당 여성을 명예도민으로 선정했다.     경상남도는 린디 순 커리(이정순.1953년생)씨를 경상남도 명예도민으로 선정하고 명예도민증을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상남도 측 설명에 따르면, 커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고아로 발견돼 ‘진해 희망의 집’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지난 1953년부터 1956년까지 지냈다. 이후 지난 1957년 3월 홀트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에서의 삶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하프연주자와 한국의 전래동화를 전파하는 스토리텔러로 성장했다. 그는 고국을 잊지 않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한국 전통 민담을 통해 한국을 알려왔다.     커리씨는 미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지난 1995년 서울 동부사회복지관에서 아기를 입양해 가정을 이뤘다.     그는 지난 2000년 10월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방문하면서 자신이 지냈던 진해 희망의 집을 찾았다. 이후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모국의 아이들을 후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커리씨는 미국의 가족들과 분기별로 진해 희망의 집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과 후원금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지난 2002년 미국에서 비영리단체 ‘브리지 오브 호프(Bridge of Hope)’를 설립했다. 커리씨는 단체를 통해 진해 희망의 집 아이들을 위한 후원 활동을 계속했으며 지난 2018년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커리씨는 현금 후원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을 돕기 위한 피아노, 첼로 등 악기 등도 지원했다.     또 그는 매년 2~3명의 한국 입양 아동을 미국으로 초청해 미국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커리씨가 미국에 초청한 아동 수는 38명에 이른다.     이러한 공로를 높이 산 사회복지법인 경신재단과 경상남도사회복지협의회의 추천으로 커리씨는 경상남도 명예도민이 되었다.     커리씨는 “가슴속에 묻어 둔 고국의 경상남도 명예도민이 되어 감격스럽다”며 “잊지 않고 기억해 준 경상남도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경상남도 측은 경상남도 LA사무소장을 통해 미국에 거주 중인 커리씨에게 명예도민증을 전달했다.     김경준 기자 [email protected]전쟁 고아 시간 모국 경상남도 명예도민 한국전쟁 당시

20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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