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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아프리카의 새 얼굴

수필

나는 아프리카에 가 본 적이 없다. 아프리카에 관한 지식은 단편적인 것으로, 그저 정치적으로 혼란스럽고 열악한 환경 속에 사는 가여운 사람들이 사는 땅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 연말에 본 그 프로그램은 연예인 3명이 설렘을 안고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여행이었다. 현지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무계획 여행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동남쪽에 위치한 섬나라다.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인 웅장한 자연을 간직한 신비의 땅이다.    
 
그들에게 아름답기 그지없는 바다 풍경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순수한 사람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들은 문명 대신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산다.  나도 여행자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었다. 마다카스카르 여행의 몇 가지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여행자들은 목적지인 ‘바오밥 에비뉴’로 향했다. 바오밥나무는 마다가스카르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그들은 가는 중에 소가 끄는 수레를 탔다. 수레에는 어린 두 소녀가 타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한 소녀에게 망고를 주니 그 소녀는 한입 베어 먹은 후 얼른 옆의 소녀에게 건넸다. 그걸 받은 소녀도 한 입 먹고는 돌려줬다. 그 후로 소녀들은 나 한입 너 한 입, 주거니 받거니, 껍질까지 공평하게 나눠 먹었다. 다투지 않고 정겹게 나눠 먹는 그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어디서 읽은 이야기이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인류학자가 어린이 10여 명을 모아 놓고 게임을 제안했다. 근처 나무에 과자를 매달아 놓고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 학자는 아이들이 1등을 하기 위해 기를 쓰고 달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아이들은 손을 잡고 한 줄로 나란히 달리는 것이 아닌가? 결국 다 같이 골인 지점에 도착한 아이들은 과자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먼저 가면 다 차지할 수 있는 데 왜 다 같이 갔지?”라고 학자가 물으니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분투(ubuntu)!”라고 외쳤다고 한다. “나 혼자 과자를 다 가지면 다른 친구들이 슬퍼할 텐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우분투’는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으로 아프리카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전통 사상이라고 한다.
 
일행은 드디어 ‘바오밥 에비뉴’에 도착했다. 웅장하게 우뚝 솟은 바오밥나무 모습이 장엄하고 경건해 보였다.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수천 년을 생존한 바오밥나무는 생김새가 특이하다. 나무를 땅에 거꾸로 처박은 듯 뿌리가 하늘로 향한 듯한 모양이다. 높이 20-40m에 몸통은 술통처럼 불룩한데 그 안에는 물을 저장하고 있다고 한다.  해가 지자  일행은 지구 위의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과 마주하게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색의 향연에 그저 감탄할 뿐! 노을과 어우러진 바오밥나무의 실루엣은 말과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절경이다.
 
일행 중 한 명은 장례 행렬에 합류해 그들의 장례문화 체험을 했다. 범상치 않은 장례식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장례식이라고 해서 엄숙하거나 진지하지가 않다.  마을의 남녀노소가 모여 흥겹게 춤을 추는 게 마치 잔치 분위기다. 악단까지 부르고 술이 어우러진 신나는 축제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전통 장례 문화는  ‘파마디하나’라고 하는데 ‘죽은 자의 귀환’이라는 뜻이다.  유족들은 2년 혹은 7년마다 고인의 시신을 꺼내 새 천으로 천갈이를 한다. 그 후 시신을 들고 함께 춤춘다.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이별하는 풍습이다. 마다가스카르에선 장례식장에서 울거나 침울해하면 굉장한 실례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천갈이를 위해 무덤에서 작은 시신 하나를 꺼내자 한 젊은 여인이 그 시신을 낚아채 품에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우는 모습이 나왔다. 마냥 기뻐서 춤을 춘 게 아니었나 보다.  그 시신은 아마도 그녀의 어린 자녀가 아니었을까?  마음 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이 밀려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국의 장례문화는 슬픔을 표현하고, 파마디하나는 행복을 표현한다. 방법은 달라도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아프리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아로 깡말라 죽어가는 아이들과 에이즈 등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아이들은 전혀 다르다.  건강한 몸에 밝은 표정이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도 다 행복해 보인다.  빈곤하지만 마음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천혜의 섬 마다가스카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욕심이 끼어들 사이가 없기 때문이리라.
 
요즘 아프리카를 일컬어 ‘무지갯빛 아프리카’, ‘인류의 미래’, ‘세계의 아프리카화 (뉴욕타임스)’ 라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유명 연예인이나 NGO단체 등이 보여주는 아프리카의 모습은 일부에 불과하다.  
 
선진 문명사회와는 다른 그들의 가치관이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바탕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인생은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마다가스카르 여행을 보며 느낀 깨달음이다. 

배광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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