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경이로운 동물의 왕국, 세렝게티
마사이족 언어로 '끝없는 평원'을 의미하는 세렝게티는 탄자니아 북서부에서 케냐 남서부에 걸쳐 있는 거대한 자연보호구역이다. 면적이 강원도보다 조금 작은 국립공원에 탁 트인 초원, 사바나, 수목이 우거진 목초지로 형성돼 있다. 그 이름처럼 아주 광활한 평원인 세렝게티에는 아프리카 '빅5'로 불리는 사자, 표범,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는 물론 얼룩말과 가젤, 누, 하마, 타조, 하이에나, 자칼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더불어 살아간다. 처절한 약육강식의 세계 속에서도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조절과 균형의 순환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 지프차를 타고 동물들의 삶을 관찰하는 체험을 '게임 드라이브'라고 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무작정 헤매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이 사냥에 나서는 해뜰 무렵과 해질 무렵에 맞춰서 진행한다. 세렝게티를 누비며 동물들의 서식처를 찾거나, 동물의 배설물, 발자국을 찾아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것이다. 황금빛 풀밭에는 황갈색 사자와 치타가 눈을 번쩍이며 숨어 있다. 빅5를 비롯해 기린, 하마, 얼룩말, 하이에나, 혹멧돼지, 쿠두, 일런드 등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야생동물들이 자주 출몰해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가 펼쳐지는 야생으로의 은밀한 접근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사자 가족의 근엄한 표정과 대면하고, 코끼리나 버펄로의 숨소리를 지척에서 들을 수 있다. 엄마 코끼리의 지시에 따라 코끼리 가족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두 눈앞에 펼쳐지고 가끔 코뿔소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일대의 120만 마리의 영양, 300만 마리의 얼룩말을 이끄는 선두가 세렝게티를 쉼 없이 가로질러 이동하는 장면을 목도할 때다. 이 장대한 행렬을 잠시만 경험하더라도 밀려오는 감동에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린다. 또한 세렝게티 생태계의 일부인 응고롱고 분화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손상 화산 칼데라로 세렝게티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분화구 지름만 6만5000피트 이상이니 칼데라라고 해서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응고롱고는 사시사철 신선한 물과 풀이 넘쳐나 동물의 천국이라 불린다. 전망대에서 무수한 점들처럼 보이던 것들이 분화구 아래로 내려와보면 모두 누와 얼룩말이다. 약 3만 마리의 야생동물들이 이곳에 서식하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얼룩말과 누이고 나머지는 표범, 치타, 하이에나, 코끼리, 버펄로, 흑색 리노 등이다. 커다란 호숫가에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우아하게 하늘을 날던 핑크빛 플라밍고들이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세렝게티와 응고롱고에서는 연출되지 않은 날 것의 자연,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이 그대로 펼쳐진다. 일생의 한순간 야생의 대평원에서 그들과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아프리카 여행의 감동과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아프리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컬러풀하고, 경이로우며, 독보적인 여행지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세렝게티 동물 세렝게티 생태계 아프리카 여행 버펄로 코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