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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문학에 비평과 논쟁 있어야”…성민희 작가 ‘수필미학’ 등단

성민희(사진) 작가가 수필 창작과 비평 전문지 ‘수필미학(아래 사진)’ 봄호에 ‘미주 수필의 디아스포라적 이미지와 특성’으로 등단했다.     ‘수필문학’은 한국 수필의 새로운 이론과 비평을 정립하고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 계간지다.     성민희 작가는 등단 작품에서 미주디아스포라문학, 공존하는 다문화와 상호 작용의 수필, 미주 수필가의 자화상 등을 다뤘다.     심사평에서 “성민희 작가 작품에서 수필 작품에 대한 애정과 미주 수필 문단에 대한 열정, 미주 수필가의 정체성과 향후 나아가야 할 미주 수필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미주 수필가의 글쓰기 열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미국 교포 문단을 위한 열정이 성작가의 비평을 추동하는 힘”이라며 “그의 평론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면서 디아스포라 문학의 방향을  눈물과 한과 그리움의 정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성작가는 “수필을 쓰면서 수필이론에 갈증을 느꼈고 공부해 보고 싶었다”며 “수필이 문학의 영역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려면 수준 있는 비평과 논쟁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 수필 비평의 문을 두드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민희 작가는 경희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대수필로 수필 등단에 이어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수필집 ‘사람이 고향이다’, ‘아직도 뒤척이는 사랑’ 등이 있다.  이은영 기자수필문학 수필미학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미주 수필가 비평과 논쟁

2024-04-21

문 열어라 vs 못 연다…타운 인근 철문 논쟁

특정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인근 지역 주민의 통행권은 제한해도 되는 것일까.   한인타운이 포함된 LA시 10지구 내에 있는 피코 불러바드 북쪽 선상의 일부 게이트(피코 게이트)들에 대한 주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해당 ‘컨트리 클럽 파크(Country Club Park)’ 지역 주민들이 시의원 후보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게이트들은 피코 불러바드 선상 세인트 앤드류스길, 그레머시길, 윌턴길, 베니스길 교차로에 4개 위치해 있으며 차량은 물론 보행자들도 통과할 수 없도록 길을 막고 있다.   피코 게이트는 80년대 중반에 피코 북쪽에 3~4개 블럭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관리 단지 내 업체의 의견을 반영해 세워졌는데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하고 범죄와 각종 갱활동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허용됐다. 해당 지역에는 비교적 넓은 정원과 역사적으로 보호받는 고풍스러운 주택들이 즐비하며 고소득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 게이트들에 대해 찬반 논란은 보행자의 권리와 차별을 없애자는 지역 내 비영리 단체들의 주장 때문에 시작됐다.   이들은 특정 지역 주민들이 안전하기 위해 대다수 지역 주민들의 통행권은 제한해도 괜찮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관련 활동을 해온 ‘스트리트포올(Street For All)’의 한 관계자는 “고급 주택 거주자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 세금을 내는 지역 주민들이 통행할 수 없다면 이는 부당한 처사”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게이트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자신의 집과 커뮤니티에 철제문을 달고 지낸다면 도시가 어떻게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면 게이트 북쪽 지역 주민들은 시 의회의 정식 절차를 밟았다며 일부 사적지로 지정된 곳을 보호하기 위해서 게이트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이트 인근에서 방화 피해를 당했다는 한 주민은 최근 지역구 후보들과 만난 자리에서 “온갖 피해로부터 상징적인 보호 역할을 했던 게이트를 없앤다면 이 지역은 엉망이 될 것”이라며 “웨스턴과 피코 인근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태우려는 차량들이 즐비한데 이들이 밀려들어 올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일부 주민들은 “여기 살지 않는 시민들이 왜 이곳 상황에 대해 왈가왈부 단정지어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이트 유지를 주장하는 주민들은 모임을 구성하고 있으며 게이트 유지에 1000~2000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원 후보들마다 입장은 다르다. 그레이스 유 후보는 “차량 통행은 아니더라도 보도 통행은 할 수 있게 게이트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역구 내에 다른 지역에도 게이트는 있지만 보도 통행을 막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시에 “다만 차량 통행은 지역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게이트를 만들고 관리했으며 시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쳤으니 여전히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현직 허트 의원은 입장을 묻는 주민들에게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며 다소 핵심과 동떨어진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오라 바스케스 후보는 “모든 시민들의 통행권 보장을 위해 게이트를 없애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오는 3월 선거에서 해당 논쟁을 두고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바뀌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인근 논쟁 피코 게이트 지역 주민들 인근 지역

2024-02-09

[중앙칼럼] ‘그늘 차별’ 받고 있는 한인타운

지난 5월 할리우드의 작가들이 파업에 돌입했다. 7월에는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도 파업을 선택했다. 할리우드 생태계를 떠받치는 양축이 63년 만에 ‘동시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제작사 입장에서 제작 지연은 곧장 손실로 이어진다.     양측의 긴장감이 팽팽해지던 때 ‘그늘 논쟁’이 파업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유니버설시티 인근 NBC유니버설 스튜디오 앞길의 ‘피커스’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짧게 가지 쳐진 게 발단이 됐다. 7월 뙤약볕을 가로수 그늘에서 피하며 시위하던 배우들은 NBC유니버설을 비난했다. 시위대를 땡볕으로 내몰며 파업할 권리에 보복을 가했다는 비난으로 번졌다. 회사 측은 정해진 일정에 따른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가로수를 대체할 그늘막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비난은 잦아들 줄 몰랐다. 이후 노조의 요구로 LA시가 조사한 결과, 해당 바햄 블러바드 선상의 가로수 관리는 시 정부 관할이고 지난 3년 동안 가지치기를 허용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늘을 두고 이런 다툼도 있었는데 다른 한편에선 그늘 때문에 더는 야자수를 심지 말자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LA타임스는 남가주에 더 많은 그늘이 필요하다며 토착 식물도 아니고, 가성비도 좋지 않은 야자수 퇴출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는 야자수 폐기를 발표했고, 마이애미비치는 30년에 걸쳐 가로수 중 야자수 비중을 현재 60%에서 25%까지 줄이기로 했다. 가주 산림소방국은 도시·지역사회 산림 조성 보조금 수령자가 야자수 심는 것을 금지했다. LA에서는 햇살 가득한 번영을 상징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다며 100여 년 전 붐을 일으켰던 야자수지만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폭염 장기화 속에서 “키만 컸지 그늘도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며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꼴이 됐다.     그늘은 LA에서 차별을 만들기도 한다. 부자 동네와 그렇지 못한 지역에서 최대 6배 이상 나무 그늘의 규모 차이가 난다는 연구도 있다. 범죄 예방을 위해 나무 심기에 소극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폭염 사망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변명은 아닌 듯하다. 임대주택에 에어컨 설치 의무화가 추진 중인 것처럼 이제 그늘은 커뮤니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됐다. 역대 시장들도 이를 의식해 많은 약속을 했지만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시장은 2006년 무려 1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약속했지만, 절반에 못 미쳤다. 그마저도 5그루 중 1그루는 심은 뒤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에릭 가세티 전 시장도 9만 그루를 공약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인도 대사로 떠났다.     이런 가운데 한인타운 청소년회관(KYCC)이 한인타운과 그 주변에 3년간 3000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나선 건 반가운 소식이다. KYCC는 가주 천연자원부(CNRA)와 가주 산림소방국이 선정한 24종의 나무를 심게 된다. 2016년 LA카운티 공원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타운의 공원 공간은 주민 1000명당 0.1에이커로 카운티 전체 평균 3.3에이커에 크게 못 미쳤다. 또 한인타운 주민 39%만이 사는 곳에서 0.5마일 이내에 공원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카운티 평균 49%와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LA에서도 손꼽히는 녹지 부족 공간인 한인타운의 ‘그늘 공정성’이 개선되길 바란다. 평균 70피트 높이보다 2배 더 큰 그늘을 만들어준다는, 캘리포니아에서 자생하는 상록수 ‘코스트 라이브 오크’ 같은 가로수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한인타운이 되길 많은 한인은 기대하고 있다. 류정일 / 사회부장중앙칼럼 한인타운 그늘 가로수 그늘 그늘 논쟁 그늘 때문

2023-11-19

뉴욕 대학가 이-팔 논쟁 격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 일원 대학들을 중심으로 양측을 지지하는 그룹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뉴욕대(NYU) 학생 변호사 협회는 최근 “이스라엘은 이 엄청난 인명 손실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리나 워크먼 로스쿨 학생회장의 해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해임 절차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24일까지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며, 불신임 투표 설문조사도 진행된다.     지난 10일 워크먼은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이 필요한 조치"였다며 하마스를 옹호하는 발언이 담긴 성명이 포함된 이메일을 로스쿨 학생들에게 전송했고, 이후 여러 학생이 표적이 되어 괴롭힘과 살해 위협을 당했다.  이에 로스쿨 행정부는 학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워크먼의 해임 절차를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컬럼비아대에서도 열정적인 시위가 펼쳐졌다.     12일 컬럼비아대학교에서는 친이스라엘·친팔레스타인 양측 입장을 지지하는 학생 수백 명이 잔디밭을 가득 메우며 시위를 벌였고, 학교 측은 이날 벌어질 격렬한 시위에 대비해 오전 6시부터 일반인에게 캠퍼스를 개방하지 않았다.     예일대도 하마스의 공격을 정당화한 교수에 대한 규탄이 이어졌다. 예일대 미국학, 민족, 인종, 종교학 부교수인 자리나 그레월은 지난 7일 엑스 계정에 "이스라엘은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국가이며, 팔레스타인들은 무장 투쟁과 연대를 통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는 글을 게시했고, 이에 학생들은 온라인 상에서 해당 교수의 해임을 촉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한편 13일 오후 수백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반시위대가 타임스스퀘어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는데, 양측 간 난투극이 벌어져 2명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또 이날 오전 브루클린칼리지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에서는 이나 베르니코프(공화·48선거구) 시의원이 총기 소지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대학가 뉴욕 뉴욕 대학가 논쟁 격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2023-10-13

[문화산책]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다

올해는 한국과 일본 대중문화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함께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한 지 25주년이자, 한류(韓流)의 시발점이 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의 국영방송인 NHK를 통해 방영되어 선풍적 인기를 끈 지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그 25년 동안에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한국문화가 일본문화를 훌쩍 뛰어넘어 세계 정상을 향하고 있다. 개방 당시의 걱정과 위기감, 열등감 등을 말끔히 날려버린 것이다. 참 대단한 저력이다. 자랑스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깔끔해진 건 아니다. 정치적으로, 당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로부터 독도, 위안부, 강제노역 등등 갈등의 골이 깊어, 사이가 몹시 나쁜 상황이다. 좋아질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한일 관계의 건전한 미래를 위해서는 폭넓은 대중문화의 교류가 대단히 중요하다. 두 나라 국민이 서로를 알고, 마음이 통해야 이해도 하고 협력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간의 문화교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고, 코로나가 지나면서 양국의 관광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도 반가운 현상이다. 미래에 희망을 걸게 한다.   하지만, 정신과 문화적 면에서도 우리 앞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산처럼 쌓여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 남아있는 일본말 찌꺼기, 친일파 척결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한이 없어서 서글퍼진다. 이 짧은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친일파 논쟁은 대단히 예민한 문제다. 친일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비정하다. 일단 친일파로 찍히면 끝장이다. 용서도 없고, 제대로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무자비하다.   그런데, 친일(親日)이 무엇이냐, 어떤 사람이 친일파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애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는 각도나 역사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권에 따라 친일파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현재 친일파 규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에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인데, 여기에 수록된 사람은, 여러 분야에 중복으로 수록된 인물 431명을 포함하면, 총 5207명이 된다. 사회 각 분야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이 즐비하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총 165명이 친일파로 수록되어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문학 40명, 음악·무용 43명, 미술 24명, 연극·영화 58명 등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우리 현대사 개척기의 중요한 선구적 인물로 배웠던 훌륭한 예술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런 큰 인물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친일파로 몰려 사라져 버린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학문적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이 사람들을 빼면 역사를 제대로 말할 수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마땅할 텐데, 친일파로 찍힌 작가에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 매우 혼란스럽다.   물론,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의 고뇌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고 총대를 멘 용기와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쓴 노력도 인정한다. 하지만, 부끄러운 역사도 엄연한 우리의 역사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을 제대로 아는 진정한 의미의 친일파가 많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젊은 세대의 지일(知日), 친일파(親日派)…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역사 대중문화 역사 친일파 논쟁 찌꺼기 친일파

2023-08-10

종교계 중심의 낙태 반대 진영 "아직 끝난 것 아냐"

낙태권은 동성결혼 이슈와 함께 여전히 곳곳에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수십 년간 낙태 권리를 법적으로 지탱해왔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1973년)' 판례를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며 주 정부 결정 사항으로 돌렸지만 찬반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현재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인권 단체 등은 연방대법원 결정 이후 줄기차게 낙태 권리 보호를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보수 가톨릭 개신교 등에서도 낙태 반대를 계속 외치고 있다. 낙태 문제는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점점 기세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21일 LA다운타운 가톨릭 교인 등 수많은 이들이 낙태 반대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LA경찰국(LAPD)측은 이날 모인 집회 참가자는  "12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제9회 원라이프LA(OneLife LA)'로 LA가톨릭 대교구가 주최하는 연례 낙태 반대 집회다. 주제는 '우리의 사명은 사랑(Our Mission is Love)'으로 호세 고메즈 LA대교구 교구장까지 나서 환영사를 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영순(52ㆍLA)씨는 "법적으로 허용 여부를 떠나 낙태 문제는 원론적으로 생명에 관한 이슈"라며 "생명이라는것은 그 자체로 고귀한 것인데 없애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뉠 수 없다"고 말했다.   '1973년 1월22일'은 미국에서 낙태 논쟁을 본격적으로 촉발하며 낙태권을 인정하게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1973년)' 판결이 내려진 날이다. 지난 22일은 이 판결의 50주년이 되는 날로 전국 곳곳에서는 낙태 권리를 옹호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졌다. 200개 이상의 지역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낙태권을 지켜야 한다는 시위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로 대 웨이드 판결 50주년을 맞아 연방대법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낙태권 보호를 성문화하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은 균형 잡힌 결정이었고 헌법상 원칙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이를 뒤집었고 헌법상 권리를 빼앗았다. 의회는 즉시 로 대 웨이드 판결 보호를 성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여전히 낙태권을 두고 상반된 목소리와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언론들은 계속되는 낙태 논쟁을 두고 '포스트 로(post-Roe)' 시대의 모습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LA데일리뉴스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낙태 권리 옹호 진영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원라이프LA 집회 등을 보면 낙태 반대 진영 역시 멈추지 않고 캠페인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원라이프LA 집회에 참석한 샌버나디노가톨릭교구 브렌다 노리에가(청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이건 영적인 운동이자 생명과 사랑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가톨릭 신념에 따라 생명이 존중받고 환영받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VOX는 21일 "낙태 반대 진영은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자금을 쏟아 부어 지난해 결실을 맺었지만 낙태 반대 운동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것은 엄밀히 보면 낙태 금지가 아닌 낙태와 관련한 규제 여부를 주정부에게 맡긴 것이다. 이로 인해 주별로 낙태에 대한 법률적 규제와 해석이 달라지다 보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가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진행된 중간선거에서 낙태권을 보장하는 가주 헌법 개정안(주민발의안 1)이 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었다.     낙태 반대 기관 '생명교육 및 방어를 위한 행진과 기금(MLEDF)'의 진 맨치니 회장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낙태 반대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맨치니 회장은 "낙태 반대 운동이 약해질 수 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낙태 반대 목소리가 줄어드는 것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적으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낙태 반대 단체 수잔Bㆍ앤서니프로라이프 매조리 대넌펠서 대표 역시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로 대 웨이드가 뒤집혔을때 '드디어 우리의 일이 끝났다. 자 집에 갈 시간이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낙태 반대에 대한 인식을 널리 알리고 열심히 노력해야 이 가치를 지킬 수 있기에 낙태 반대 캠페인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 20일 워싱턴DC에서도 개신교인 등 수만 명이 참석한 대규모 낙태 반대 집회인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Life)'이 개최됐다. 그동안 매해 열렸던 이 행진은 지난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된 후 처음 진행된 행사였다.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닷컴(slate.com)은 21일 "눈에 띄는 점은 고등학생 대학생 등 젊은층의 개신교인들이 많았고 기독교 록밴드까지 나섰다"며 "이는 '프로 라이프 세대(pro-life generation)' '포스트-로 세대(post-Roe generation)'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UCLA 지나 최(23ㆍ경제학)씨는 "특히 낙태를 옹호하는 여론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추세"라며 "기독교인으로서 낙태 이슈를 두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시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 기독교계의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생명을 위한 행진에 참여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혔다고 해서 미국이 하나님께 돌아섰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낙태 전쟁을 주별 싸움으로 옮긴 것 뿐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나오는 것까지 봐야 한다"고 연설했다.  장열 기자종교계 반대 낙태 반대 낙태 논쟁 낙태 권리

2023-01-30

"낙태 이슈는 판단보다 책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사회적 이슈가 논란이다. 그중 하나가 '낙태'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 규제 여부를 주 정부 결정 사항으로 판결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견해 차이로 인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기독교계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의 판결을 대체로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한가지 목소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기독교내에서도 생명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신의 섭리하에 있다는 신본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우선하는 인본주의가 첨예한 갈등 구도를 형성하며 서로 충돌하고 있다.   사실 낙태는 찬성과 반대 이분법적으로만 나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강우중 교수(기독교 사회윤리학)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독교내에서 뜨거운 이슈인 낙태 문제를 기독교가 어떻게 반응하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강의 시간에 자주 다루고 있다. 강 교수에게 기독교와 낙태 이슈에 대해 물었다.   낙태 논쟁은 대안 마련에 목적 인간에 대한 아픔, 상처 봐 기독교는 공감력 발휘 중요해 사회적 책임으로도 인식해야 성경적 해석, 복음적 반응 필요 헤아림과 함께함있는 논의돼야   -낙태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데.   "낙태는 약물 또는 수술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시키는 것을 정의한다. 때문에 낙태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기초한 일방적 성격을 지닌 결정이다. 그렇지만 '일방적 결정'이라는 것은 '가볍게 내려지는 결정'과는 전혀 다르다. 두 개념이 동일하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   -낙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어떤 선택을 하든 아픔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단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낙태에 대한 논의는 옳고 그름과 관련된 것이지만 각각의 사정을 아우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정치나 이념의 틀에서 논의하기보다 인간에 대한 아픔과 상처 생명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떠한 식으로 접근할 수 있나.   "가주에서만 한해 13만 건 이상의 낙태 시술이 이루어진다. 숫자 이면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낙태라는 마지막 결정의 적합성 윤리성만 논하기보다 낙태 문제가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가를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 사회 세대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일그러진 인식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강간)의 심각성도 함께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자각과 반성 역시 필요하다."   -낙태 이슈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각은.   "낙태를 개인의 문제로 제한하고 사회의 책임으로까지 인식하지 못하는 둔감성을 지적하고 싶다. 왜 원하지 않는 임신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낙태에 대해 고민하는 당사자가 느끼는 후회 아픔 공포 고통 눈물을 봐야 한다. 나의 자리에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자리로 옮겨가 그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독교인에게 사회적 공감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고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연합'에는 하나님의 속죄함 그리스도의 사랑 겸손 인내 헌신 등이 담겨 있다. 이 깨우침을 확보해야 연합된 자로서의 책임에 대한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근간에 기초하여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채워가고 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기독교가 낙태 이슈에 관심을 가져 할 이유는.   "최근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미국에서는 다시 한번 낙태에 대한 사회적 공방이 매섭게 오고 간다. 그렇다 보니 낙태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만 더 쌓여가고 있다. 치열한 논의에 비해 한발씩 새 걸음을 내딛게 하는 대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사회와 달리 성경적 시각을 통해 낙태를 고민하는 당사자와 그 사람이 속한 사회가 한 사람의 인생 한 생명을 위해 함께 어떤 노력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다."   -그러한 논의가 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   "오늘날 시대에서는 인내 겸손 용기 사랑 친절과 같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생명력을 우리 스스로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써내려 갔던 연합하는 이야기는 지속해서 전개돼야 한다.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복음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연합'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하면서 낙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낙태에 대한 단편적 판단의 위험은.   "기독교의 책임을 오히려 소홀히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낙태 문제는 판단보다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를 기독교 시각으로 접할 때 신앙으로 고백 되면서 동시에 이성적 사고와 해석을 통해서도 이해 또는 수용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다. 낙태 문제를 두고 신앙적 신념과 가치를 주장하는 것의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의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하거나 회복시키는 것이다. 헤아림과 함께함이 없는 종교 재판 식의 가치 주입이나 '나'의 신앙적 신념을 부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교회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낙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을 위로하며 설득할 수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교회가 그들을 위한 '돌봄 시스템' '위탁 시스템' '미혼모 지원' '쉼터 역할'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 논의해볼 수 있다.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얼마나 아플까'를 먼저 공감했으면 좋겠다. 지역 사회 안에서 이웃에게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한인 교회가 됐으면 한다." 장열 기자낙태 이슈 낙태 이슈 낙태 문제 낙태 논쟁

2022-10-03

[독자 마당] 앤드루

개를 사러 갔더니 유리박스안에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만 들고 나왔더니 남겨진 강아지가 몸부림을 치면서 울부짖는다. 하는 수 없이 두 마리를 샀다. 주인에게 남매간이 아니나교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고 한다.  용모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미심쩍은 마음을 누르고 나왔다.     하니와 대니였다. 그 후 하니는 교통사고를 당해 한쪽 골반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의사는 하니는 임신을 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자연분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니가 임신을 했다. 이렇게 하니와 대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앤드루였다.   앤드루를 들고 나오면서 냄새를 여러번 맡아 보았다. 나는 강아지 몸에서 향내가 나는 줄을 그전에는 몰랐다. 구태여 강아지의 이름을 앤드루로 한 것은 앤트루의 용모가 작지만 왕자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앤드루는 자라면서 간질을 하기 시작햇다. 어릴때 본 사람이 간질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쓰러진 다음 사지를 버둥거리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한참을 이러고 나면 나는 앤드루를 안았다. 입도 닦아주고 눈도 닦아 주었다. 식구들을 앤드루를 멀리 하였다. 나는 앤드루를 애지중지하였다.   가여웠던 앤드루는 나만 좋아했다. 그뒤에 앤드루는 주마비치에 갔을 때 교통사고로 죽었다.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앤드루를 덮어줬다. 나는 사흘을 밥도 먹지 않고 울었다. 앤드루의 무덤을 찾아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으로 시작되는 동무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술도 한잔 권했다.     지금 미국은 낙태 논쟁이 한창이다. 나는 근친상간으로 임신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카인은 남동생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여동생과 결혼까지 했다. 우리는 카인의 후예다. 우리는 에덴의 동쪽에 살고 있다. 서효원·LA독자 마당 앤드루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낙태 논쟁 한쪽 골반

2022-07-24

[J네트워크] 넷플릭스 드라마의 ‘반일코드’ 논쟁

1988년 공개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는 주인공 세이타·세츠코 남매가 2차 세계대전 중 겪는 피란 생활을 다룬다.     일본 해군 대위인 남매의 아버지는 전사하고, 어머니도 미군 공습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후 떠돌이 생활을 하던 남매가 영양실조로 비참하게 죽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완성도가 빼어나 세계 애니메이션사에 남을 명작으로 꼽힌다.   한국에선 2005년 개봉이 추진됐지만, 배급사 측이 “국민 정서에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기했다. 2014년 개봉 뒤에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논란 때문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는 2015년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이 나라에 태평양 전쟁 전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이 확실하다”며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했다. 일본이 피해자라는 걸 강조할 의도는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일감정 때문에 명작을 외면한 꼴이 됐다.   반일 코드는 국내에서 오랜 기간 흥행과 평판의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2020년 간담회에서 “150만 친일파를 전부 단죄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던 소설가 조정래는 우리 문학계의 상징 같은 존재다. 그가 쓴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 등 근현대사 대하소설 3부작은 1550만 부가 팔렸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는 반일감정의 파도를 적기에 올라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며 반일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개봉했다. 예상대로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종이의 집 한국판’을 두고 일각에서 반일 코드 논쟁이 일고 있다. 주인공 도쿄가 “왜 이름을 도쿄로 지었느냐”는 질문에 “그야, 나쁜 짓을 할 거잖아”라고 대답한 장면이 논쟁 포인트다. 스페인 원작에서는 “일본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도쿄의 작명 이유로 강조됐다. 이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국판에서 억지로 반일 코드를 심었다” “문제없다”는 의견으로 논쟁을 벌이는 이들도 있다.     작품에 어떤 대사를 넣는지는 전적으로 창작자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논쟁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작품 속에 심어진 반일 코드만으로 인기를 끄는 시대는 지나고 있는 것 같다. 한영익 / 한국 중앙일보 정치에디터J네트워크 반일코드 드라마 이번 논쟁 반일감정 때문 반일 코드

2022-06-28

머스크, 부유세 논쟁 재점화…세금 피하고 빚 내 트위터 인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부유세 논쟁이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머스크의 재산이 트위터 인수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서 침묵의 파트너는 세법”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 재산 대부분은 테슬라 보유 주식이다. 평가액이 아무리 늘더라도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다.   특히 머스크는 440억 달러를 주고 트위터를 사기로 했지만, 인수 자금의 상당액을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부채로 채웠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21일 연방 증권거래위원회에 트위터 인수자금으로 465억 달러를 마련하겠다고 신고했다.   이 중 255억 달러는 은행 빚인 부채 조달(debt financing)이다. 부채 조달 중 125억 달러는 자신의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트위터를 인수할 충분한 현금이 당장 수중에 없지만, 주식을 담보로 빚을 내 실탄의 상당 부분을 확보했고 세금도 내지 않게 된 셈이다.   또한 부채에 붙는 이자는 세금 공제 대상이라는 혜택까지 주어진다.   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아서 인수 자금의 나머지 부분을 조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인수자금 중 210억 달러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머스크 부유세 트위터 인수자금 머스크 부유세 부유세 논쟁

2022-04-26

[스토리 In] 백신의 확증편향

백신이 문제다.   어디를 가나 백신 찬반론 얘기다. 접점 없는 충돌은 종종 토론을 넘어 감정다툼이 되고 만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어느 편을 들기가 어렵다. 양쪽 모두 논리적 허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자기 주장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백신을 맞아야만 한다는 쪽에서는 효용성을 앞세워 부작용에 대해선 눈감는다. 극소수일 뿐이니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쪽에서는 백신의 효용성을 믿지 않고 부작용을 확대 해석한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이라는 대전제 자체를 부정한다.   팬데믹 이후 심해진 사회현상중 하나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다. 좀 어려운 말로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다 확증편향은 있다. 특히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그동안 옳다고 믿어온 신념을 지켜야만 할 때 더 도드라진다.     확증편향에 빠지기는 쉽다. 나열된 사실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경제학에선 ‘체리 피킹(cherry picking)’이라 하는데 맛있는 체리만 골라 먹는 걸 뜻한단다.     신문, 방송 매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게 된 이유중 하나가 기자들의 ‘체리 피킹’ 행위 때문이다. 먹음직한 팩트만 강조하고, 식욕을 떨어트릴 수 있는 팩트는 쏙 빼면 없던 일도 사실로 만들 수 있다.     2005년 당시 폭스뉴스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오라일리 팩터(O’Reilly Factor)'의 체리 피킹은 전설처럼 남아있다.   부시 정부의 빈곤퇴치정책을 치켜세우기 위해 직전 클린턴 행정부의 집권 4년차 빈곤율과 부시 집권 4년차를 비교했다. 각각 13.7%와 12.7%였으니 시청자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전체 그림의 사실은 달랐다. 클린턴 재임기간에 빈곤율은 계속 낮아졌고 퇴임한 2000년에는 3.4%까지 떨어졌다. 쉽게 말해 빈곤율 3.4%로 출발한 부시 행정부가 불과 4년 만에 다시 12.7%까지 올려놓았던 셈이다. 비판을 해도 부족할 통계를 체리 피킹으로 교묘하게 눈속임한 보도였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확증편향을 갖게 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본다.     먼저 '자기 보호를 위한 본능'이라는 시각이다. 내가 지켜야만 하는 신념과 충돌하는 정보는 축소나 왜곡으로 '재해석'해 위험요소를 차단하는 생존 전략이라는 의견이다. 신념의 붕괴를 막으려는 본능적 행위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적 우월감이나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확증편향 현상은 최근 SNS라는 '체리 피킹' 도구를 만나 더 극명해졌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좋아하는 것만 골라서 보여준다. 또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친구로 이어준다. '다른 사실'을 알 기회조차 없어졌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마음 편하다고들 한다.   접점없는 백신 논쟁에도 SNS가 한몫했다. 상대를 반박할 전문자료들은 이미 '내 친구들'이 친절하게 체리피킹해 SNS로 알려줬으니 절대적 진실이라고 주장하는데 거침이 없다.     그런데 양쪽 모두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어떤 백신도 100% 안전하거나 100% 효과가 확실할 수 없다는 '팩트'다. 그러니 백신을 믿을 수 있다느니 반대로 효과가 없다느니 하는 논쟁은 의미가 없다. 백신의 접종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온전히 선택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절대적 진실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쪽을 선택을 해야만 할 때 사람은 '최선'을 고른다. 물론, 최선의 우선순위는 개개인이 다를 수 있다.   2010년과 2013년 2차례 아프리카의 극빈국인 '차드'에 취재차 다녀왔다. 듣도보도 못한 나라에 가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백신 접종이었다. 장티푸스, 황열병, 광견병 등 3가지 백신을 한꺼번에 맞는 바람에 며칠간 심하게 앓아야 했다. 또 말라리아 약인 '클로로퀸'은 다녀와서까지 한동안 먹어야 했고, 그 부작용으로 두통에 시달렸다.   아프고 힘든 백신과 약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안전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해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때 아들은 돌을 갓 넘긴 아기였다. '만에 하나', '혹시'라도 아들에게 몹쓸 병을 옮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당시 내겐 '최선'이었다.   백신은 문제가 아니었다.  정구현 / 선임기자·부장스토리 In 확증편향 백신 백신 논쟁 확증편향 현상 가나 백신

2021-12-12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 다시 커진다

잇단 총기난사 사건으로 대량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총기난사로 11명이 사망한 데 이어, 불과 열흘 만인 지난 7일 LA 인근 바에서 또 다시 총기난사로 범인 포함 13명이 사망하자 총기 규제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 9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연방하원 다수당 지위를 회복한 민주당은 총기 규제를 위한 입법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내년 회기에 두 번째 하원의장직에 도전하게 된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국인은 캠퍼스와 예배 장소, 거리에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매일 같은 총기 폭력의 유행을 끝낼 진정한 행동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대용량 탄창을 규제하고, 위험 인물에게서 총기를 일시적으로 압수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치 등을 약속했으며, 총기 구매자에 대한 범죄 경력 등 신원 조회 강화, 공격용 무기 금지를 포함한 규제 법안을 하원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고교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플로리다 파크랜드를 지역구로 둔 테드 도이치(민주) 하원의원도 "우리는 화요일(중간선거일)에 그 일(총기 규제)을 시작했고, 1월에 더욱 가속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내년 초부터 총기 규제 입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AP통신은 이번에 처음 당선된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 중 최소 17명이 더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는 2012년 주유소에서 발생한 '묻지마 총격' 사건으로 17살 아들을 잃은 루시 맥배스(조지아)도 포함됐다. 조지아주 제6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나선 맥배스는 50.5%를 득표해 현역인 공화당의 캐런 핸들(49.5%)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아들 사망 후 총기류 안전 및 규제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의 대변인을 맡아 총기 규제 강화 투사로 나선 그의 목소리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의 유권자들 표심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뉴욕.뉴저지 주정부도 본격적으로 규제 강화에 착수할 방침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8일 캘리포니아주 총기난사와 관련해 발표한 성명에서 "내년 의회 회기에는 더 강력한 규제가 이뤄지도록 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기도와 희생자에 대한 추모만으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고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주지사는 총기 구입 가능 연령을 현재의 18세에서 21세로 상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상원 민주당 지도부도 공공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사가 결정한 사람의 총기를 압류하거나 총기 구매 시 10일 간의 대기기간을 두는 것 등 올해 초 상정됐으나 상원 공화당의 저지로 무산된 법안들을 내년 회기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드레아 스튜어트-커즌스 주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위험한 인물의 손에 총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둘 것"이라고 밝히며 1월 의회가 소집되면 가장 먼저 처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저지주에서도 총기 규제가 더 강화되는 추세다. 필 머피(민주) 주지사는 8일 3-D 프린터로 총기를 출력하거나 추적되지 않는 부품을 집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이른바 '고스트 건'을 금지하는 법안(S 2465)에 서명해 즉시 발효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뉴저지주에서는 추적 되지 않는 사제 총기를 제작, 소유하거나 조립 목적으로 부품을 구입할 경우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 관계기사 2·3면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ny.com

2018-11-09

끝없이 반복되는 총기난사 언제 끝나나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총기난사로 총기 규제 강화에 대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이번에도 연방정부 차원의 효과적인 대비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전국 '총기난사(mass shooting)' 사건을 취합한 데이터베이스 '총기 범죄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307건이었다. 이로 인해 전국에서 328명이 숨지고 1251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처럼 총기난사가 끊이지 않자 여론도 크게 움직였다. AP통신이 지난 중간선거 직전에 실시한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61%가 더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총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8%에 그쳐 압도적으로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다. 다만 과거에도 이런 여론의 반응이 있었지만 일시적인 것일 뿐, 결국 전국총기협회(NRA) 등 강력한 정치적 로비단체의 압력과 개인의 총기 소지 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내세우는 보수주의자들을 의식한 공화당의 반대로 연방의회 차원의 입법을 통한 총기 규제 강화는 번번이 무산돼 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조지아주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루시 맥배스 후보다. 2012년 주유소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맥배스는 총기 규제 옹호 단체에서 활동해 왔으나 17명이 사망한 지난 2월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후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기성 정치권이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선거에 나섰고 유권자들도 그의 목소리에 호응해 당선될 수 있었다. 이 선거구는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하원의장의 옛 지역구로, 지난 40년 동안 공화당이 독식해 온 곳에서 맥배스 후보가 승리했다는 것은 총기 규제 강화 운동에 큰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 표심이 바뀐 것은 올해 초 잇따라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후 미국 전역에서 시위와 행진이 이어지면서 젊은 학생들이 직접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등 풀뿌리 운동의 형태로 캠페인이 확산된 효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전국적으로 열린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에는 수백 만 명이 참여해 베트남전 반전 시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월마트, 딕스 등 총기류를 판매하는 주요 소매 체인들이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 이상에서 21세 이상으로 자체적으로 올리기도 했다. 이런 캠페인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쳐 이번에 민주당에서 연방하원에 초선으로 당선된 제니퍼 웩스턴, 애비게일 스팬버거, 일레인 루리아(이상 버지니아) 등은 모두 강력한 총기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콜로라도주에서는 제이슨 크로 후보가 NRA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은 공화당 현역 의원 마이크 코프먼을 꺾기도 했다. 8년 만에 연방하원을 장악하게 된 민주당이 총기 규제 강화를 우선적 안건으로 두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ny.com

2018-11-09

'LA 무차별 난사'에 총기 고강도 규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총기 규제를 위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AP 통신은 9일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잇단 총기 난사의 여파 속에 총기 규제를 위한 의회 차원의 조치를 약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날 사우전드오크스의 한 술집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로 시민과 경찰관 등 12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진 직후에 더욱 부각되고 있다. 마침 두 번째 하원의장을 노리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도 캘리포니아에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미국인은 캠퍼스와 예배 장소, 거리에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매일 같은 총기 폭력의 유행을 끝낼 진정한 행동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고강도 규제를 예고했다. AP에 따르면 펠로시 원내대표는 대용량 탄창을 규제하고, 위험 인물에게서 총기를 일시적으로 압수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치 등을 약속했다.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한 민주당은 이와 함께 총기 구매자에 대한 범죄 경력 등 신원 조회 강화, 공격용 무기 금지를 포함한 규제 법안을 하원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고교 총기 난사로 17명이 숨진 플로리다 파크랜드를 지역구로 둔 테드 도이치(민주) 하원의원도 "우리는 화요일(중간선거일)에 그 일(총기 규제)을 시작했고, 1월에 더욱 가속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내년 초부터 총기 규제 입법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 중 최소 17명이 더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에 찬성한다고 AP는 전했다. 여기에는 지난 2012년 총격 사건으로 17살 아들을 잃은 루시 맥배스(조지아), 제니퍼 웩스턴, 애비게일 스팬버거, 일레인 루리아(이상 버지니아) 등이 포함된다. 콜로라도에서는 민주당 제이슨 크로 후보가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은 공화당 현역 하원의원 마이크 코프먼을 꺾기도 했다. 이들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총기 폭력 문제를 주요 이슈로 올리며 강력한 규제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끊이지 않는 참사에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미국인도 늘고 있다. AP가 중간선거 직전에 실시한 유권자 여론조사에서는 61%가 더 엄격한 총기 법안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총기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응답자는 8%에 그쳤다.

2018-11-09

[전국 총기난사 데이터 분석] 올해만 무차별 난사로 1579명 사상

총기 난사 사건이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본지 10월29일자 A-1면>한 데 이어 열흘 남짓만인 7일 LA 인근 사우전드오크스에서도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국 '총기 난사(mass shooting)' 사건을 취합한 데이터베이스 '총기 범죄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307건이었다. 1월 1일 앨라배마주 헌츠빌의 한 새해 파티에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을 시작으로 미 전역에서 328명이 숨지고 1251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일리노이주로 35건이었다. 한 달에 3건 꼴이다. 이어 캘리포니아 32건, 플로리다 27건, 테네시와 펜실베이니아 17건, 텍사스 15건 순이다. 앨라배마주에서도 13건이 발생했다. 32건 발생한 가주에서는 49명이 목숨을 잃고 131명이 다쳤다. 월별로 보면 1월과 5월 사이 3건 이하였다가 6월 6건으로 가장 많았다. 2월에는 한 건도 없었다. 가주에서 사상자가 가장 많았던 도시는 LA로 26명이 죽거나 다쳤다. 다음으로는 7일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사우전드오크스가 23명, 샌프란시스코 17명, 오클랜드 14명, 샌버나디노 12명 순이었다. 사망자 수로 보면 사우전드오크스가 13명으로 최다, 이어 LA와 베이커스필드가 각각 7명으로 뒤를 이었다. 클리어레이크(샌프란시스코 북쪽)도 4명이 사망했다. 또 스톡턴과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에서도 각각 3명이 숨졌다. LA에서는 지난 7월 5일 웨스트레이크에서 갱들로 추정되는 괴한이 파티를 즐기던 20대 초반 남녀에게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달 28일에는 버몬트 애비뉴와 88가 인근에서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지난달 30일에는 버몬트 애비뉴와 65가에서 5명이 총격 부상을 당했다.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지 않자 지난 3월 24일 워싱턴DC를 비롯해 전국에서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이 벌어졌다. 연방의회와 주의회에서도 범프스탁(Bump stock·자동연사 가능하게 하는 장치) 등 총기 개조부품과 대량살상용 총기류를 규제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소지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 사회적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2018-11-08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11명 사망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명명식이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지난 27일 오전 예배가 진행되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 정문 앞에 선 로버트 바우어스(46.사진)는 이같이 소리를 지르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스쿼럴힐의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는 잠시후 지옥이 됐다. <관계특집 2면> 시너고그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예배가 시작된다. 이날은 방금 태어난 아이들의 명명식이 3개의 방에서 나뉘어 진행되고 있었다. 신도 75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스쿼럴힐은 유대인 밀집 지역으로 주민의 48%가 유대인이다. 범인 바우어스는 AR-15 소총 한 정과 3정의 권총을 지니고 있었다. 수분간 방안의 유대인들을 향해 난사했다. 목격자들은 "총격범이 유대인을 비난하는 말을 계속 떠들면서 총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총을 난사한 지 10분 만에 무장경찰이 출동했고 정문에서 경찰과 마주친 바우어스는 도망쳐 3층 방에서 교전을 벌이다 총상을 입고 투항했다. 총 11명이 목숨을 잃었고 6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4명은 교전을 벌이던 경찰이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조사 결과 바우어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21정의 총기를 등록했다. 사건 현장에서 차로 25분 걸리는 지역의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고 그와 얘기를 나눈 이웃이 없을 정도로 사교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는 달랐다. 극우 인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갭닷컴(Gab.com)'에 반유대주의 내용을 수차례 게재했다. 바우어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수주의자가 아닌 세계주의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트럼프 열성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CNN 등 일부 외신은 그가 총기 난사 4시간여 전 "나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는 글도 올렸다고 전했다. 한편 로버트 바우어스에게 29개에 이르는 연방 범죄혐의가 적용됐으며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28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바우어스에게 적용된 29개 연방 범죄혐의에는 총기 살인 자유로운 종교신념 행사 방해죄 증오범죄 등이 포함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바우어스의 혐의에 대해 사형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우어스는 첫 심리는 29일 오전 진행된다. 장병희 기자·뉴욕=심재우 특파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18-10-28

"핵 사용 않더라도 며칠 내 최대 30만 명 사망"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핵무기가 사용되지 않더라도 처음 며칠 내에 최대 30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미 의회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 의회의 초당적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CRS)은 한반도의 전쟁과 관련한 62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1분에 1만 발을 발사하는 포 사격 능력을 갖춘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재래식무기만 쓰더라도 교전 초기 며칠 동안 3만~30만 명이 숨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미 연방의원들에게 모두 전달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보고서는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시 주한미군이 대거 투입될 것이고 이들의 전사 비율 역시 높을 것"이라며 "여기에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이 직간접적으로 빠르게 전쟁에 개입해 전사자는 더욱 늘어나고 전쟁은 한반도 차원을 넘어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한반도의 인구밀도를 감안할 때 군사 충돌은 주한 미국인 최소 10만여 명을 포함해 한국과 북한 인구 2500만 명 이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북한이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미사일 개발을 완성하도록 놔두는 것은 한반도 전쟁보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의견도 소개했다. 또 "미국의 대북제재, 외교적 노력, 무력 과시 등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막지는 못했다"며 "앞으로 위기가 심화되면 미 의회는 대북정책을 수립,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질문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재 북한이 이유 없이 미 본토에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며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는 북한이 미 본토에 핵 공격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없이 군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더불어 다자외교 재개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28일 "북한의 핵무기가 진전되면서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이 독자 핵무장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로스앤젤레스나 워싱턴을 향해 쏠 가능성 때문에 (미국이) 동맹국 방어를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가 핵무기 보유를 원하고 있으며 70% 가까이가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희망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아직 (핵 보유론이) 큰 지지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북한과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상황은 바뀔 것으로 많은 전문가가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또 최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한반도는 핵을 갖는 두 개의 코리아(남북한)가 될 것"이라며 "일본도 마찬가지이며 핵무기는 나머지 아시아 국가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2017-10-29

'의회 승인없는 북한 공격금지법' 첫 발의

민주당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한국전에 참전한 존 코니어스(사진) 하원의원(미시간)이 의회 승인 없이는 북한을 공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26일 하원에 제출했다. 공격 대상에 북한을 특정한 데다 의회 승인을 조건으로 공격 자체를 제한하는 법안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지난 1월 대만계 테드 리우(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의회의 승인 없이 다른 나라를 핵무기로 선제 타격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법안(H.R. 4140)에는 토머스 매시(켄터키)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모두 62명의 여야 의원이 서명했다. 특히 상원 외교위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매사추세츠)도 상원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선제공격을 막도록 상하원에서 초당적인 법안이 함께 추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회 관계자는 "시작부터 60여 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상하원에서 같은 입법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대북 군사옵션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 있는 기류"라고 말했다. 법안은 의회의 법적 승인 없이 대통령이 북한에 군사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해당 예산의 지출을 차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법안은 북한에 대한 공격이 불가피한 경우를 상정해 몇 가지 예외 조항들을 뒀다. 북한의 돌발 공격을 격퇴하거나 동맹국을 방어하거나 미국 국민을 구출해야 할 경우에는 의회 승인 없이 행정부의 단독 판단으로 군사 공격이 가능하다. 법안은 또 국가 간 충돌을 외교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밖에 법안은 "헌법은 선전포고의 권한을 의회에 부여한다"고 한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과 "전쟁의 사유를 판단하는 권한을 포함한 전쟁 선포 권한은 전적으로 독점적으로 의회에 있다"고 말한 제임스 매디슨 전 대통령의 발언도 인용했다. 코니어스 의원은 제안서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로서 우리의 군 통수권자가 무모한 태도로 행동하면서 한국에 주둔한 우리 군대와 우리의 동맹국들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창피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예방전쟁 관련 발언을 중단하고 미국 전문가와 한국 정부 양쪽에서 옹호하는 외교적 해결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키 의원은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 등의 위협을 동반한 트럼프의 대통령의 도발적인 수사는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의회의 명백한 승인 없이 전쟁을 시작하거나 핵으로 선제공격할 수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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