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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다

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올해는 한국과 일본 대중문화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함께 일본의 대중문화를 개방한 지 25주년이자, 한류(韓流)의 시발점이 된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의 국영방송인 NHK를 통해 방영되어 선풍적 인기를 끈 지 20주년을 맞는 해이다. 그 25년 동안에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한국문화가 일본문화를 훌쩍 뛰어넘어 세계 정상을 향하고 있다. 개방 당시의 걱정과 위기감, 열등감 등을 말끔히 날려버린 것이다. 참 대단한 저력이다. 자랑스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깔끔해진 건 아니다. 정치적으로, 당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로부터 독도, 위안부, 강제노역 등등 갈등의 골이 깊어, 사이가 몹시 나쁜 상황이다. 좋아질 기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한일 관계의 건전한 미래를 위해서는 폭넓은 대중문화의 교류가 대단히 중요하다. 두 나라 국민이 서로를 알고, 마음이 통해야 이해도 하고 협력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민간의 문화교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젊은이들의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고, 코로나가 지나면서 양국의 관광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도 반가운 현상이다. 미래에 희망을 걸게 한다.
 
하지만, 정신과 문화적 면에서도 우리 앞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가 산처럼 쌓여있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 남아있는 일본말 찌꺼기, 친일파 척결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한이 없어서 서글퍼진다. 이 짧은 글에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친일파 논쟁은 대단히 예민한 문제다. 친일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비정하다. 일단 친일파로 찍히면 끝장이다. 용서도 없고, 제대로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무자비하다.
 
그런데, 친일(親日)이 무엇이냐, 어떤 사람이 친일파냐를 구분하는 기준은 애매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보는 각도나 역사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정권에 따라 친일파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현재 친일파 규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에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인데, 여기에 수록된 사람은, 여러 분야에 중복으로 수록된 인물 431명을 포함하면, 총 5207명이 된다. 사회 각 분야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이 즐비하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총 165명이 친일파로 수록되어 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문학 40명, 음악·무용 43명, 미술 24명, 연극·영화 58명 등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우리 현대사 개척기의 중요한 선구적 인물로 배웠던 훌륭한 예술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런 큰 인물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친일파로 몰려 사라져 버린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학문적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이 사람들을 빼면 역사를 제대로 말할 수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마땅할 텐데, 친일파로 찍힌 작가에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 매우 혼란스럽다.
 
물론,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의 고뇌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고 총대를 멘 용기와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쓴 노력도 인정한다. 하지만, 부끄러운 역사도 엄연한 우리의 역사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을 제대로 아는 진정한 의미의 친일파가 많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젊은 세대의 지일(知日), 친일파(親日派)… 알아야 이길 수 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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