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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이슈는 판단보다 책임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미주장신대 강우중 교수 인터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사회적 이슈가 논란이다. 그중 하나가 '낙태'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 규제 여부를 주 정부 결정 사항으로 판결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는 견해 차이로 인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기독교계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의 판결을 대체로 반색하는 분위기지만 한가지 목소리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기독교내에서도 생명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신의 섭리하에 있다는 신본주의와 여성의 권리를 우선하는 인본주의가 첨예한 갈등 구도를 형성하며 서로 충돌하고 있다.
 
사실 낙태는 찬성과 반대 이분법적으로만 나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강우중 교수(기독교 사회윤리학)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독교내에서 뜨거운 이슈인 낙태 문제를 기독교가 어떻게 반응하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강의 시간에 자주 다루고 있다. 강 교수에게 기독교와 낙태 이슈에 대해 물었다.
 


낙태 논쟁은 대안 마련에 목적
인간에 대한 아픔, 상처 봐

기독교는 공감력 발휘 중요해
사회적 책임으로도 인식해야


성경적 해석, 복음적 반응 필요
헤아림과 함께함있는 논의돼야
 
-낙태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데.
 
"낙태는 약물 또는 수술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시키는 것을 정의한다. 때문에 낙태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기초한 일방적 성격을 지닌 결정이다. 그렇지만 '일방적 결정'이라는 것은 '가볍게 내려지는 결정'과는 전혀 다르다. 두 개념이 동일하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
 

-낙태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은.
 
"어떤 선택을 하든 아픔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단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다른 삶의 이야기들이 있다. 낙태에 대한 논의는 옳고 그름과 관련된 것이지만 각각의 사정을 아우를 수 있는 대안 마련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정치나 이념의 틀에서 논의하기보다 인간에 대한 아픔과 상처 생명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떠한 식으로 접근할 수 있나.
 
"가주에서만 한해 13만 건 이상의 낙태 시술이 이루어진다. 숫자 이면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낙태라는 마지막 결정의 적합성 윤리성만 논하기보다 낙태 문제가 어떻게 왜 시작되었는가를 되짚어 봐야 한다. 우리 사회 세대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일그러진 인식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강간)의 심각성도 함께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동시에 자각과 반성 역시 필요하다."
 
-낙태 이슈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각은.
 
"낙태를 개인의 문제로 제한하고 사회의 책임으로까지 인식하지 못하는 둔감성을 지적하고 싶다. 왜 원하지 않는 임신 계획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를 통해 낙태에 대해 고민하는 당사자가 느끼는 후회 아픔 공포 고통 눈물을 봐야 한다. 나의 자리에서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자리로 옮겨가 그 문제를 함께 바라보는 사회적 공감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독교인에게 사회적 공감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된 존재라는 것을 깨우치고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연합'에는 하나님의 속죄함 그리스도의 사랑 겸손 인내 헌신 등이 담겨 있다. 이 깨우침을 확보해야 연합된 자로서의 책임에 대한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근간에 기초하여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채워가고 사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기독교가 낙태 이슈에 관심을 가져 할 이유는.
 
"최근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미국에서는 다시 한번 낙태에 대한 사회적 공방이 매섭게 오고 간다. 그렇다 보니 낙태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만 더 쌓여가고 있다. 치열한 논의에 비해 한발씩 새 걸음을 내딛게 하는 대안 제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사회와 달리 성경적 시각을 통해 낙태를 고민하는 당사자와 그 사람이 속한 사회가 한 사람의 인생 한 생명을 위해 함께 어떤 노력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해볼 수 있다."
 
-그러한 논의가 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
 
"오늘날 시대에서는 인내 겸손 용기 사랑 친절과 같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생명력을 우리 스스로 축소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써내려 갔던 연합하는 이야기는 지속해서 전개돼야 한다.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복음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연합'하는 그리스도인과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과 사명을 다하면서 낙태 문제를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
 
-낙태에 대한 단편적 판단의 위험은.
 
"기독교의 책임을 오히려 소홀히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낙태 문제는 판단보다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적 이슈를 기독교 시각으로 접할 때 신앙으로 고백 되면서 동시에 이성적 사고와 해석을 통해서도 이해 또는 수용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다. 낙태 문제를 두고 신앙적 신념과 가치를 주장하는 것의 목적은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 사랑의 영역으로 되돌아오게 하거나 회복시키는 것이다. 헤아림과 함께함이 없는 종교 재판 식의 가치 주입이나 '나'의 신앙적 신념을 부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교회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낙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을 위로하며 설득할 수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교회가 그들을 위한 '돌봄 시스템' '위탁 시스템' '미혼모 지원' '쉼터 역할' 등을 제공할 수 있는지 논의해볼 수 있다.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 '얼마나 아플까'를 먼저 공감했으면 좋겠다. 지역 사회 안에서 이웃에게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한인 교회가 됐으면 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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