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구제(Rescue)
내가 거의 매일 걷는 트레일에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엄마(Cats’mom )가 있다. 이 여인이 나타날 시간이 되면 고양이들은 길가에 나와 서성거린다. 며칠 전 산책길에서 만났다. “탱크는 어떻게 되었어요. 한동안 못 봤는데.” “내가 입양했어요. 아파 보여서. 암에 걸린 것 같아요.” “암? 고양이도 그런 병에 걸리나요? 어떻게 알았어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신음하고, 뭔가 이상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암이래요. 불쌍해서 집에 데려다 돌봐주고 있어요.” 골프클럽에 Rescue라는 하이브리드가 있다. 풀 속 깊이 박힌 공은 페어웨이 우드나 보통 아이언으로 잘 나오지 않아 헤드가 무거운 하이브리드가 고안되었다.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구출해 준다는 의미에서 레스큐라고 부른다. 필라델피아에서 머지않은 곳에 롱우드가든이 있다. 듀폰회사를 창설한 듀폰 가족이 400에이커 야산을 매입해 정원을 조성하고, 분수와 작은 폭포를 만들었다. 파운틴 쇼가 볼만했고 트리 하우스가 인상적이었다. 일 년 내내 오픈하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타 주 관광객이 특히 많다고 한다. 여기서 1시간 이내인 랭커스터에서는 성극 공연이 열리고 뉴욕 일원의 한인 기독교인들의 단체 관람이 많다. 정원을 걷다가 듀폰가족이 이 산을 매입한 이유 중의 하나는 ‘혹시 다른 사람이 사서 나무를 훼손할까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는 설명 판이 있었다. 부인이 꽃을 사랑해 거대한 정원을 가꾼 듀폰가는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연을 보호(구제)하기 위해 큰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여성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혼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아니면 누가 50살 노총각을 구제해 주었겠어요”하고 말해 웃었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일은 누군가를 구제하고, 구제받고, 구제하기 위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먹고 살기 어려워, 억압을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이 담을 넘고, 강을 건너 미국, 유럽 선진국으로 몰래 들어오고 있다. 난민선이 침몰해 수백 명이 익사하는가 하면, 찜통 트레일러에서 질식사하는 참사도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들어온 불법 입국자를 구제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의 혈세를 사용해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세상 전쟁은 모두 ’악으로부터 자국민과 우방을 구제하기 위한 투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인을 구제하는 의로운 싸움이다. 작은 사람은 작은 구제를 할 수 있고, 큰 사람은 큰 구제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주어진 시간, 그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렸다. 당신은 어려운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구제해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자립을 포기하고 정부가 구제해 주겠지 하고 기대는 사람은 없는가. 자연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야산을 사서 가꾸는 것과 사람 구제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은 스스로 구제해야 한다. 최복림 / 시인삶의 뜨락에서 rescue 구제 사람 구제 우크라이나 전쟁 찜통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