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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미봉책에 머물고 있는 ‘홈리스 대책’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최인성 사회부 부국장

홈리스 구제 정책에 대한 회의론은 처음부터 짙게 깔렸었다. 가족과 전통, 명분을 중시하는 한인들 생각에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먼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혹은 그 이후의 가난한 시절을 경험했던 한인 1세들이 보기에 LA 길거리의 홈리스는 ‘자본주의 전쟁통’, 즉 이 시대 미국의 ‘생존 게임’에서 살아남거나 버티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판단한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길거리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인종을 망라한 것이며 요즘처럼 게임의 강도가 강해질수록 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두 번째로 가족의 붕괴다. 영화 기생충에서 우리가 놀란 것은 장맛비에 잠기는 주인공 집이 아니라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온 가족이 부잣집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생계를 위해 50원짜리 피자 박스를 접고 온갖 거짓말을 하면서도 이들은 가족의 울타리를 지켰다. 하지만 LA 길거리 홈리스는 가족의 붕괴를 경험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LA카운티에서 1년에만 2000여 명이 무연고 사망 처리되는 것을 보면 가족의 테두리가 얼마나 약해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가 이를 뒷받침한다. 개인적인 삶의 포기다. 포기는 나태를 불러오고 절망을 데려온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약물을 불러오고 거듭된 약물은 중독으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홈리스가 이런저런 약물에 의존하며 건강이 악화되고 회생에서 멀어지고 있다. 악순환이다. 상황이 이렇게 2~3년 흘러가면 가족들도 완전히 떠나고 막다른 골목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증가하는 홈리스들을 위해 손을 쓸 수 있는 곳은 세금을 사용할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이다. 캐런 배스 LA시장은 취임 직후 ‘길거리 시민’이 매일 6명씩 죽어가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내 두 번째 규모의 도시(그것도 ‘천사의 도시’)에서 굶거나 약물에 취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매일 나온다면 시장은 뭐 하는 사람이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수십억 달러의 세수입이 동원되고 홈리스 부서에 전문가들이 차출돼 정책과 집행 방식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호텔을 매입해 임시 거처로 사용하고 의료, 행정 서비스도 제공됐다.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홈리스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시청 관계자들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홈리스 양산의 깊은 뿌리에는 자본주의 생존 게임이 있다. 가장 자본주의스러운 미국이 가장 사회주의적인 방식, 즉 집단의 갹출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특정 그룹의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택해 생존 게임의 후폭풍을 막아보려는 것 자체가 생경하다고 말하면 시 공무원들의 기를 죽이는 일이 될까.  
 
시장은 임기 1년 안에 수천 명을 길거리에서 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언론들은 오는 12월 시장 취임 1년을 맞아 홈리스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찾아내 책임을 추궁하는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생존의 게임도 언급할 것이다. 투여된 세금 액수도 정확히 찾아내 1인당 얼마가 들어갔는지 셈을 할 것이다.  
 
배스 시장은 당선 직후부터 줄곧 시장직이 ‘마지막 공직’이라고 언급해왔다. 그래서 부담 없이 자신 있게 일을 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묻게 될 시간이 다가온다. 근본적인 게임의 법칙을 무시하고 엄청난 세금을 투입한 것이 성급한 투자는 아니었는지, 홈리스를 위한 구제 노력이 누군가 다른 시민들의 권리와 이해를 앗아간 것은 아닌지, 끊이지 않을 홈리스 문제에 ‘숙소 마련’이라는 미봉책으로만 접근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려운 주민을 돕는 행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배제하고 접근한다면 문제의 씨앗은 다른 곳에서 다시 싹을 틔울 것이다.

최인성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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