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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저소득층 학생 발목잡는 ‘FAFSA’ <연방 학자금 지원 신청서>

올가을 대학 입학 예정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상당수가 합격 통보를 받은 대학으로부터 아직 재정 패키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보내는 재정 패키지는 해당 학생이 대학에서 일하며 벌 수 있는 근로 장학금 안내부터 연방 또는 주 정부가 주는 그랜트 액수, 대학에서 지원하는 장학금 등을 모두 계산한 후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학비를 알려준다. 이로 인해 많은 가정에서는 재정 패키지 내용을 토대로 자녀가 진학할 대학을 결정한다.   이처럼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는 핵심 정보인 재정 패키지가 늦어지고 있는 건 올해부터 사용하는 연방 학자금지원신청서(FAFSA)가 대폭 달라졌기 때문이다. FAFSA는 원래 108개에 달하는 질문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의 재정 상황 정보를 확인하는 질문만 수십 개에 달했다. 이처럼 복잡하고 긴 질문 항목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가 FAFSA 신청을 기피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연방 교육부는 신청서 양식의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수년 간의 준비 끝에 올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개정 FAFSA는 단순해졌다. 질문 항목이 총 36개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 신청서와 비교해 질문 항목을 3분의 1 수준으로 확 줄인 것이다. 연방 교육부는 개정 서류 공개 당시 신청자 이름과 지원하는 대학 정보 등을 작성하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그런데 신청서 작성 시간 단축에는 성공했지만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재정 정보를 파악하는 정보 분석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해 재정 패키지 발송 지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전국학자금행정가연합회(NASFAA)’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입학생들에게 재정 패키지를 보낸 대학은 34%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체 대학의 절반이 넘는 54%는 아직 재정 패키지 발송 준비조차 안 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부정확한 세금보고 기록, 인플레이션 계산 오류 등으로 ‘학생 정보 기록(ISIR)’ 처리가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주 연방 교육부는 이미 발송한 학생 정보 기록에서도 오류가 발생해 50만 개에 달하는 신청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방 교육부에 따르면 재검토 완료에만 수 주가 걸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UC계열 등 일부 대학은 대학 입학 결정일(5월 1일)을 2주에서 4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가을학기 시작 전까지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태가 지속할 경우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층 학생들은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학자금 보조는 상당 부분 연방정부 기금으로부터 나온다. 현재 연방정부가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하는 펠그랜트는 7395달러다. 그랜트는 상환 의무가 없어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주 정부가 지원하는 캘그랜트도 있다. 캘그랜트의 경우 UC계열 진학생은 연간 1만3000여 달러, CSU(캘스테이트)는 6000여 달러까지 보조한다.     연방 교육부의 데이터를 분석한 ‘국립대학성취네트워크’의 통계를 보면 지난 1월 말 현재 전국에서 약 70만 명의 대학 입학 예정자들이 FAFSA를 제출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150만 명보다 절반 아래로 감소한 숫자다. 가주의 경우 지난 2월 2일까지 FAFSA를 제출한 대입 지원자는 전체 고교 졸업생의 16.1%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57% 이상 감소한 숫자다.     더 많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 기회를 주고 학비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개정한 FAFSA가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저소득층 학자금 학생 정보 신청서 작성 대학 정보

2024-04-22

[중앙칼럼] MZ도 모르겠는데 알파를 배우라고?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돈의 흐름을 꿰고 있어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돈의 흐름은 주요 소비층의 변화를 읽어야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주 소비층의 파악은 세대 이해가 먼저다.     10년 전 사회초년생이었던 밀레니얼 세대(1980~1996년생)가 이제는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세대인 Z세대(1997~2010년생)의 사회 진출도 시작됐다. 자연히 기업의 주 마케팅 대상은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다. 기업들은 이미 Z세대의 소비패턴과 특성 연구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다르게 덜 검소하며 ‘인공지능 원어민’이라고 불릴 정도로 디지털 환경에 강한 특징이 있다.     그런데 더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들도 있다. 이미 차기 소비 권력이 될 수 있는 알파 세대(2011년~2025년생) 연구에 돌입한 기업들이다. 알파 세대는 2년 후에 22억 명이 넘는 역사상 가장 큰 인구 집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BBC뉴스에 따르면, 매주 약 250만 명의 알파 세대가 태어나는 것으로 추산되며, 2029년에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구매력을 합친 것과 맞먹는 5조46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파 세대라는 말은 호주 사회학자 마크 매크린들이 만들었다. 그는 2008년 Z세대를 뒤이을 새로운 세대에 부여할 알파벳이 마땅치 않자 고대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를 붙였다. 알파 세대는 2010년 이후 태생으로 모두 21세기 출생자다. 그들은 아날로그를 아예 모르는 디지털 온리 세대인 데다 완전한 온라인 세대로 규정된다.   알파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살며 그들에겐 디지털과 온라인 세상이 평범한 일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줌을 통한 화상 수업 및 미팅이 자연스럽고 편하게 느껴지는 세대.  또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인 관계가 소수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에게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도 친숙하다. 메타버스 속에 아바타를 만들어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를 사귀며 소비도 즐기는 세대가 바로 알파 세대다. 메타버스 속 가상 아이템 구매에 돈을 쓰며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등 메타버스와 실생활이 하나로 융합한다.     알파 세대의 선두 그룹은 이제 중학생이 됐다. 아직은 경제활동에 나설 연령층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인 밀레니얼 세대를 알면 알파 세대의 성향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의 가치와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 경험을 중시한다. 또한 강한 가족 중심의 성향을 보인다.  밀레니얼 부모는 자녀와 함께 경험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행, 쇼핑, 놀이 등을 함께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온라인 쇼핑을 즐기듯 알파 세대도 주된 쇼핑 채널은 온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인 부모의 경험 중시 영향으로 오프라인 소비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들은 알파 세대 고객을 확보하려면 온·오프라인, 모바일(소셜미디어 포함)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쪽에만 치우친 마케팅을 해서는 경쟁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알파 세대는 대부분 외동이라 부모를 넘어 조부모의 관심도 한 몸에 받고 자라 자신을 셀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가치 소비와 본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일부 기업의 임원들은 MZ도 잘 모르는데 알파 세대까지 알아야 하냐고 푸념한다. 하지만 5년 후 5조4600억 달러에 이르는 알파 세대 시장을 잡으려면 이 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10년 내 알파 세대가 전체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10년 안에 부자가 되고 싶다면 알파 세대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알파 밀레니얼 부모 알파 세대 밀레니얼 세대

2024-04-21

[중앙칼럼] 다시 세상에 나온 ‘똑딱이 디카’

디지털 시대에 밀려 장식품으로 전락했던 구형 카메라들이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얼마 전 첫째 아이가 혹시 사용하지 않는 ‘똑딱이’ 디카가 있냐고 물어왔다. ‘똑딱이’란 조리개나 셔터 조절 없이 셔터만 똑딱 누르면 되는 전자동 콤팩트 카메라의 별칭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고화소 신형 디지털카메라를 가진 아이가 ‘똑딱이’ 디카를 찾아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 인기 트렌드란다. 진열장서 몇 대를 꺼내 보여줬더니 가장 오래된 디카를 골라 이리저리 만져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며칠 뒤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셋째가 첫째와 같은 질문을 해왔다. 골라보라고 몇 대 보여줬더니 냉큼 하나를 집어 들고 “아빠 최고”를 외친다. 주말 집에 온 대학생 둘째에게도 똑딱이 디카 필요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떻게 알았냐며 안 그래도 이베이 등에서 알아보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망설이던 참이었단다. “땡큐, 땡큐”를 연발하며 바로 스마트폰으로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나섰다.   사진을 전공한 아빠 덕분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아이들에게 똑딱이 디카 인기 비결이 뭐냐고 했더니 이구동성으로 “옛날 필름 카메라 느낌이 나서”라고 답한다. 스마트폰은 너무 쨍하게 잘 나와 차가운 느낌이 나는데 구형 똑딱이 디카는 올드한 분위기 있는 사진을 담아 준다는 것이다.     똑딱이 디카 인기몰이가 어떻게 시작됐나 구글링해보니 K팝 걸그룹 뉴진스의 뮤직비디오 영상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똑딱이 디카를 들고 촬영하고 재생해보는 모습이 디지털에 지친 신세대들에게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감성, 즉 레트로 열풍을 싹트게 한 것이다.   레트로는 회고, 복고를 뜻하는 Retrospect의 줄임말로 일반적으로 과거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MZ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사실 똑딱이 디카 이전에 필름 카메라 열풍이 먼저 불었다. 디카와 달리 필카는 제한된 컷 수에 현상, 인화라는 단계를 거쳐야 촬영한 이미지를 볼 수 있어 기다림과 설렘을 동반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나 수요 급증에 필름 값이 치솟으며 부담이 커지자 필카와 비슷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데다가 소셜미디어에 바로 공유할 수 있는 똑딱이 디카가 대안이 됐다고 한다.   MZ세대의 새로운 레트로 열풍은 패션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옷장에 있던 옷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알아보니 막내가 입고 다니고 있었다. 사이즈가 너무 크지 않냐고 했더니 “요즘 학교 친구들 사이에 이렇게 입는 것이 대유행”이라 한다. 그래서 입고 싶은 옷이 있으면 얼마든지 꺼내 입으라고 했더니 옷장서 보이지 않는 옷이 늘어났다. 너무 헐렁해서 허수아비에 옷을 입혀 놓은 듯한데도 좋다고 하니 솔직히 이해되질 않았다. 구글링해보니 이 같은 패션 트렌드는 ‘그랜파 코어 룩(Grandpa Core Look)’이라 하며 역시 레트로 트렌드 중 하나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할아버지 옷 같은 스타일인데 친근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유행을 덜 탄다는 자유로움이 MZ세대에게 어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K팝, K드라마, 할리우드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랜파 코어 룩을 입은 사진들을 공유하면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한다.     어른 옷을 활용해 돈도 아끼고 자신만의 개성으로 재창조해 내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MZ세대의 재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먼지만 쌓이던 구형 똑딱이 디카, 옷장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옷들로 아이들에게 최고 소리까지 들으며 점수를 따게 되다니 요지경 세상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처럼 피부로 느끼긴 처음이다. 덕분에 새해가 되면 항상 빠지지 않는 정리하기, 버리기 목표 달성이 올해도 물 건너간 듯싶다.   오래된 것을 낡거나 유행 지난 것으로 여기고 방치하거나 추억으로만 간직했었는데 이를 활용해 새로운 트렌드인 뉴트로로 만들어 즐기는 MZ세대. 그들이 펼쳐나갈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똑딱이 디카 똑딱이 디카 구형 똑딱이 사실 똑딱이

2024-04-16

[중앙칼럼] 난리 통…어설픈 최저시급 인상법

그야말로 대혼란이었다. 가주 내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근로자의 최저시급 ‘20달러’ 인상법(이하 AB1228)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시행 직전 한인 업계가 겪는 혼란을 보도했다. 한인 업주들은 이 법안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 으레 맥도날드, 인앤아웃 등과 같은 거대 패스트푸드 업체만 해당할 거라고 여겼다.    알고 보니 ‘투고(To-Go)’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국에 60개 이상의 점포가 있는 업체는 모두 포함된다는 사실에 뒤늦게 법률 자문을 구하느라 난리였다.   이 법은 허술하다. 일례로 한인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 치킨’의 대응을 보면 업주들이 AB1228 때문에 겪는 혼란을 엿볼 수 있다. BBQ 치킨은 전국에 200개에 가까운 가맹점을 두고 있다.   기사 보도 후 이 업체의 고문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변호사는 법에 해당하는 BBQ 치킨의 매장 형태가 60개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즉, 투고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는 ‘익스프레스’ 매장만 세어 보면 ‘50여개’라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머지 두 가지 매장 형태(카페·치킨&비어)는 패스트푸드 서비스 형태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셀 이유조차 없다는 주장이었다.   문제는 변호사의 법리적 해석일 뿐, 가주 노동청으로부터 면제 가능 여부는 확인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법은 사실 노동청도 정확한 시행 규정을 모른다. 웹사이트에 개괄적 내용만 소개됐을 뿐, BBQ 치킨처럼 저마다 여건이 다른 업체가 세부적인 적용 기준을 문의할 경우 답변을 못 하고 있다. 심지어 법안을 발의한 크리스 홀든 가주하원의원(민주)조차도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BBQ치킨 측은 불안했는지 가맹점주들에게 슬쩍 공문을 발송했다.    운영 매뉴얼을 바꾸고 직원과 분쟁 시 중재 동의서 샘플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치킨 주문 시 ‘15~20분’이 소요된다는 내용의 포스터까지 매장에 붙일 것을 요구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일종의 방책일 터다. 물론 ‘15~20분’도 어떠한 법률적 근거를 통해 정해졌는지 불분명하다.   노동청으로부터 정확히 면제 확인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본사가 호언장담했다가 행여 나중에라도 AB1228에 저촉된다면 피해는 오로지 가맹점주의 몫이다.  혼란이 계속되자 BBQ치킨 측 고문 변호사는 결국 본지에 “법률적 조언이나 권고는 아니다”라며 한 발을 뺐다.   BBQ 치킨뿐만 아니다. 주류의 중소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이 법을 두고 갈팡질팡했다.    모든 건 세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AB1228, 묵묵부답인 노동청, 무작정 서명부터 하고 본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성급한 결정 등이 빚어낸 촌극이다.   논란은 여전한데 이 법의 협의 배경이나 자세한 정보 등을 취재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전미서비스노조(SEIU)를 비롯한 법안 협상 관계자들이 논의 내용 등을 외부에 밝히지 않는 비밀유지계약(NDA)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협상 당사자 외에는 이 법의 조항들이 어떠한 근거로 작성됐고 시행되는지 알 수 없다.   여파는 크다. 최저시급 인상은 단순하게 바라볼 일이 아니다.    4~5달러 인상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비용 측면에서 보면 인건비가 단숨에 30% 가까이 오르는 셈이다. 업주들은 벌써 직원을 감축하거나 가격 인상을 통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불가피한 조치를 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이 법은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최저 시급이 ‘20달러’가 안되는 곳에서 일할 바엔 패스트푸드 업체로 이직하는 게 유리한데, 정작 패스트푸드 업계에서는 해고, 근무 시간 단축, 무인화 등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직종의 노동자도 억울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AB1228을 빌미로 너도나도 최저시급 인상을 요구하는 도미노 현상까지 우려된다.    가주는 현재 전국에서 실업률(5.3%)이 가장 높은 주다. 게다가 일자리 증가율도 크게 둔화했다.     AB1228의 취지는 좋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다. 단, 내용이 너무나 허술하다. 어설픈 법 시행 때문에 곳곳은 난리 통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최저시급 로스앤젤레스 LA 미주중앙일보 BBQ치킨 AB1228 가주 캘리포니아 장열 노동청

2024-04-15

[중앙칼럼] ‘99센트 온리 스토어’ 재기할까

최근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99센트 온리 스토어’ 폐점이다. 업체 측은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텍사스 주 등에 있는 371개 매장을 모두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남가주에는 143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폐점 발표 후 첫 주말인 지난 7일 99센트 스토어 주차장은 차와 사람으로 넘쳤다. 폐업을 앞두고 모든 매장 물건을 10%에서 최대 30%까지 할인 이벤트를 시작해서다. 1달러가 훌쩍 넘는 물건을 1달러 미만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들로 매장은 연일 북적거리고 인기 생필품 선반은 바로 텅 비었다.  가주 주민들에게 파란색과 핑크 로고의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이민자의 도시인 LA의 아이콘이다. 여러 세대에 걸쳐 푸드스탬프 등 정부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부터 이민자, 노동자 계층까지 일반 상점과 고급 백화점을 이용하기 힘든 주민들이 모두 1달러 미만에 생필품을 해결했다. 재고품, 폐업 세일 제품, 백화점 반품, 과잉생산 재고, 파산기업 제품으로 시작된 달러 제품은 생필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최근에는 생필품 브랜드와 식품까지 다양해지면서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1982년 웨스트체스터에서 데이비드 골드가 설립했다. LA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서 와인 상점을 운영하던 골드는 라데라 하이츠에 첫 99센트 온리 스토어를 열었다. 이 회사는 1996년 상장 당시 1억2500만 달러의 투자금이 몰렸다.     그의 경영 철학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침이 고객들의 쇼핑 경험으로 전달되면서 99센트 온리 스토어는 달러트리, 달러제너럴, 월마트 같은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형성했고 그들은 수십년간 매장을 지켰다.     경기 침체나 불황이 지속하면 달러 스토어들은 호황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둔화 속 달러스토어 고객들의 소비패턴은 이를 따르지 않는다.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후 경기둔화가 이어지면서 제품 가격과 상관없이 지갑을 닫아서다. 달러 스토어들은 수익 전망치를 낮췄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2년 동안 식품 인플레이션은 20%가 넘었다. 특히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 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달러 스토어를 이용하던 고객들은 이제 푸드뱅크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99센트 스토어 폐업은 지난 3월 달러트리가 예상치를 밑도는 분기 실적 발표 후 매장의 대거 폐쇄를 발표했을 때보다 충격 여파가 더 크다.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에도  수입억 달러 규모의 40년 된 회사는 버티지 못했다. 팬데믹 이후 클릭 한 번으로 최저가 상품이 1~2일 사이 집 앞 현관으로 배달되는 빠른 온라인 소매 업체와의 경쟁은 더욱 심화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장벽을 만나면서 아마존, 테무 같은 최저가 상품을 제공하는 온라인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났다. 여기에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창고 임대비용 급등, 절도 범죄 증가에 따른 수익 손실 등 악재가 겹쳤다. 특히 원자재와 물류비용 증가로 달러 스토어 제품 가격이 평균 30% 이상 오르면서 충성고객들이 발길을 돌린 것도 매출 하락을 부채질했다.     빅랏의 전 대표 마크 밀러는 99센트 온리 스토어 구하기에 나섰다. 그는 창업자 데이비드 골드와 1988년부터 친분을 유지해왔다. 밀러는 자신의 투자자 그룹과 함께 남가주 143개 매장 인수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직 99센트 스토어 임원이 포함된 인수팀을 구성하고 확장 보다는 고객들의 쇼핑 경험에 집중할 예정이다. 폐업 세일 이후 약 90일 동안 매장을 닫은 뒤 99센트 온리 등 저가 매장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전략을 다시 되살려 충성 고객을 다시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밀러는 다른 어떤 소매 매장보다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다면 인플레이션 시대 소비자 구매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인플레이션에 위축된 소비자가 위로받을 수 있는 99센트 스토어가 다시 LA 아이콘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스토어 온리 온리 스토어 스토어 주차장 매장 물건

2024-04-14

[중앙칼럼] 재외선거 투표율이 말하는 것

한쪽에선 ‘역대급 투표율’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쪽에선 ‘전체 유권자의 5%도 참여하지 않은 결과’라고 평한다.   제22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총선)의 재외선거 투표율에 관한 상반된 평가다. 같은 사안을 두고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니 많은 이가 어리둥절할 만하다.   두 주장 모두 맞는 말이긴 하다. 22대 총선 재외선거에서 기록된 전체 투표율 62.8%는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부터 재외선거가 시행된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역대 투표율은 19대 45.7%, 20대 41.4%,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치러진 21대 선거는 23.8%다. 숫자만 보면 확실히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반면, 22대 총선 재외선거의 전체 유권자 대비 투표 참여율은 4.7%에 불과하다. 선거권이 있는 재외선거 유권자 197만4375명 중 투표에 참여한 인원이 9만2923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재외선거 투표율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재외선거 절차가 한국 내에서 열리는 선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재외선거에 참여하려면 선거 전에 공관을 찾아가거나 온라인을 통해 유권자 등록을 반드시 해야 한다. 따라서 62.8% 투표율은 유권자 등록을 한 이 가운데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이의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유권자 등록을 먼저 마쳐야 투표를 할 수 있는 데다 공관 또는 공관 외 지역에 마련된 소수의 투표소를 직접 찾아가야 하니, 애초에 투표소가 너무 멀거나 시간이 없어 투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는 유권자 등록부터 포기하기 십상이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지가 비교적 강한 이들이 유권자 등록을 했음에도 19~21대 총선 최고 투표율이 40% 중반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투표율은 확실히 높았다.   기본적으로 사전에 등록을 한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재외선거와 미국의 선거는 비슷하다. 오렌지카운티 선거관리국 공식 집계에서 지난달 5일 열린 가주 대통령 선거 예선 투표율은 37.7%였다. 등록 유권자 181만9334명 중 68만5038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이런 방식의 투표율 집계는 현재 한국 정부가 재외선거 투표율을 계산하는 방식과 기본적으로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OC엔 등록된 유권자로서 투표할 자격이 있지만, 선거관리국으로부터 투표용지 샘플과 우편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비활성 유권자가 29만1000여 명이나 있다. 만약 재외선거의 전체 유권자 대비 투표 참여율 4.7%를 계산한 방식을 대입해 투표 참여자를 등록유권자와 비활성 유권자를 더한 분모로 나누면 투표율은 약 32.5%로 하락한다. 그러나 OC선거관리국은 이런 방식으로 투표율을 계산하지는 않는다.   선거관리국은 유권자가 이사한 뒤 주소를 업데이트하지 않거나 발송한 우편물이 이사한 주소 불명으로 되돌아올 경우, 해당 유권자를 비활성 유권자로 분류한다. 비활성 유권자로 분류된 후 연방 선거에서 2회 연속 투표를 하지 않으면 등록 유권자 명단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비활성 유권자라고 해서 아예 투표를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비활성 유권자가 투표하면 다시 등록유권자로 분류된다.   사실 재외선거의 전체 유권자 대비 투표 참여율이 낮다는 지적은 2019년 첫 시행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미국 내 한인단체들은 전부터 더 많은 유권자가 재외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소 수를 많이 늘리거나 우편투표, 인터넷 투표 등을 허용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22대 총선 이후 한국 정치권이 재외선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지난해 출범한 재외동포청도 세계 각국 한인들의 의견 수렴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한국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재외선거에 참여한 유권자들의 노력을 헤아려 효과적인 재외동포 정책 수립에 힘써주길 기대한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재외선거 투표율 재외선거 투표율 재외선거 유권자 총선 재외선거

2024-04-09

[중앙칼럼] 한인 2세 정치인 지원하자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이제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는 한인 후보의 대부분은 2세들이다. 한인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2세들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1960~80년대 성인이 된 후 미국에 온 1세들은 이미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둔 경우가 많다.     한인 2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정계에 진출하려는 2세들이 많아진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부모 세대의 교육열 덕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이들이 사회적 이슈에 눈을 뜨고 정치판에서 열정을 불태우겠다고 나서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도 소수계라는 한계로 고민한다. 소위 말하는 ‘주류’에서 배제되거나 인종 차별적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정계 진출을 결심하는 것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이런 2세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것이 1세 어른들의 지원이다.      선거를 치르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출마자들에게 정서적 지원은 물론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다. 그런데 1세와 2세 사이에는 약간 간극이 있어 보인다.      한인 사회의 일부 ‘어른’들은  2세들의 출마를 ‘사적인  도전’ ‘개인 커리어용’ ‘남의 일’로 치부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물론 정치인은 특정 커뮤니티가 아니라 지역 주민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커뮤니티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3월 가주 예비선거에 출마한 비현역 한인 2세 출마자들의 ‘실탄’은 매우 열악했다. 그들은 기금이 잘 모이지 않아 예선 통과를 우선 목표로 하고 결선에 집중하겠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예선에서 결집하지 않은 지지세가 본선에서 극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일부 유권자들은 예선에서 지지한 후보가 탈락하면 본선에서는 아예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영향으로 2위로 예선을 통과한 후보가 본선에서는 1위를 기록하는 역전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2위 후보가 총력전을 펼쳐야 가능한 일이다. 총력전은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고 홍명기 M&L 홍 재단 이사장을 소환하기도 한다. 어려서 미국에 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업가였던 홍 이사장은 생전 한인 후보에 실탄을 잘 지원해줘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홍 이사장이 주머니를 열면 다른 1세들도 동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지금처럼 후보들이 선거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는 더욱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당장 홍 이사장 같은 인물이 한인사회에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움직임은 누군가가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을 후원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부 공연 기획자들은 미국 비자 문제의 편의를 위해 이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특정 의원에게 기부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리커 라이선스 문제에 대비해 시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한다는 사람도 있다.       한인 1세들이 2세들을 지원하는 것은 한인 사회가 차별당하지 않고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2세 후보를 왜 지원하냐는 반응은 이제 자제하면 좋겠다. 십시일반 우리가 한인 후보에게 보이는 관심은 다른 유권자들에게 한인 사회의 단결력을 보여주는 방법이 된다.   앞으로는 그것이 예선이든 본선이든 여유가 되는 만큼 지원하자. 그러고 나서 잘못한다면 꾸짖고 고쳐주자. 그것이 지금 1세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한인 사회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고 정치권 전체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할 것이다. 독자들 모두 11월 결선 무대에 나서는 한인 후보들에게 적은 액수라도 꼭 지원하길 기대한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정치인 한인 한인 후보 한인 사회 비현역 한인

2024-04-02

[중앙칼럼] ‘한국식 교육열’ 장점만 살리자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은 미국 한인 사회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사회적 성공에 대한 압박이 엄청나게 큰 것이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이다. 한국에서 온 부모는 이런 문화와 가치관을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취재원에게서 들었던  ‘한국식 교육열의 대물림’이란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한인 부모의 엄청난 교육열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미국에서 방영된 한 시트콤 드라마에서 비한인 가정의 아버지는 놀기만 하던 자녀가 좋은 성적표를 받아오자 “나도 코리안 부모가 된 기분”이라며 환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한인 부모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은 의아스럽지만, 막상 골칫거리 자녀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표를 받자 코리안 부모의 자부심을 떠올린 셈이다.   교육 중시의 문화는 한국은 물론 한인 사회의 경쟁력도 키운다. 한국이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실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만큼 압축성장을 일궜듯 한인 사회도 교육열 덕에 미국 사회에 빠르게 뿌리 내렸다.  120년 전 한인 이민 선조들은 사탕수수밭 노동자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2세 교육에는 모든 것을 바쳤다. 1960년대 제2의 이민 물결이 시작된 후 미국에 온 한인 1세대도 비슷하다. 그들은 악착같이 일하며 검소하게 살았지만 자녀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덕분에 한인 사회는 불과 한 세대 만에 영향력 있는 소수계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인 교육열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일부 대도시에서는 ‘한인 치맛바람’을 조명하는 기사도 종종 보도된다. 한 유학생 출신 부부는 “한국은 권위주의적 문화와 치열한 입시경쟁이 심하다. 우리 딸은 그것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미국에 남았는데 주변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로 인해  어느 순간부터 나도 딸에게 공부만 강조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한인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떨까. 대부분은 부모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다. 한인 유치원 때부터 수학, 영어 등 선행 학습을 하고, 초등학교 입학 시기가 되면 우수 학군을 찾는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대학 입학을 위한 특별활동, 학원, 과외는 필수라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한인 청소년은 “한인 친구들은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다. 부모님이 우리 잘되라고, 성공하라고 지원을 해준다. 공부가 싫은 친구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문제의식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한인 학생은 “엄마, 아빠는 공부만 강조한다.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데…. 우리 마음이나 감정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인 가정의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삶의 우선순위가 공부라는 지나친 압박, 자녀의 의견 대신 부모의 생각과 관심사를 강요하는 상하관계의 양육방식,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다 너 잘되라고 이런다’는 책임 떠넘기기식 대화법 등은 세대 간 불화를 키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문제는 생각보다 커진다.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인가정상담소(KAFM), 아태가정상담소(APFC) 가정상담 전문가들은 한인 부모의 일방통행이 자녀의 우울증, 불안 및 분노 장애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자녀 삶의 기준을 성적으로만 재단하지 말고, 하루 10분 만이라도 서로 눈을 마주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눠보라고 당부한다.       한국식 교육열의 장점은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인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헌신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들도 자녀를 훈육 대상이 아닌, 미국식 교육을 받은 동등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한국식 교육열 한국식 교육열 한인 교육열 한인 부모

2024-03-31

[중앙칼럼] 다시 돌아온 대입 시즌 SAT 어쩌나

올해 처음 치러진 미 대입시험 SAT의 시험일이던 9일. 남가주 곳곳에 설치된 시험장마다 수백 명의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모습이 목격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UC는 물론 주요 사립대들이 대입 전형에서 SAT 점수 제출 의무화 규정을 폐지했지만 이날 시험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모습과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날 만난 한 한인 응시생은 “조금 늦게 신청했는데 이미 집에서 가까운 시험장은 자리가 없었다”며 “집에서 40마일 넘게 떨어진 곳에 겨우 자리가 남아서 오늘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SAT 시험장은 대부분 신청자가 조기 마감되고 있다. 오는 5월 4일 실시되는 SAT 시험도 등록 마감일이 아직 3주 넘게 남았지만 현재 LA한인타운 인근 25마일 안에 등록이 가능한 시험 장소는 전체 8곳 중 1곳만 남아있다.     응시생 규모도 증가했다.   SAT 시험을 관리하는 칼리지보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AT를 치른 학생은미전역에서 191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173만 명) 대비 1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아시안 학생 응시자 수도 늘었다. 아시안 학생 응시자 수는 2022년 17만여 명에서 1년 만에 19만여 명으로 역시 10% 넘게 증가했다. 아시안 학생 응시자는 전체 응시자의 10% 규모이지만 평균점수는 모든 인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SAT 시험 응시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에는 전체 고교 졸업생 49만5000명 중 25%에 해당하는 12만3000명이 SAT 시험을 응시했다. 이는 고등학교 졸업반 4명 중 1명꼴이다. 반면, 2022년에는 전체 고교 졸업생 중 21%인 10만2000명만이 시험을 봤다.     가주 출신 학생들의 입학을 넓히기 위해 UC와 캘스테이트(CSU) 캠퍼스가 대입시험 점수 제출 규정을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상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요 대학들이 SAT 점수 제출 규정을 다시 요구하고 있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아이비리그 대학 중 이미 다트머스, 브라운, 예일대는 내년부터 지원자들에게 대입시험 점수 제출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도 대입시험 점수를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MIT는 당시 “SAT 점수는 지원자들의 실력을 더 잘 평가하도록 도와준다”며 “표준화된 시험 결과를 반영한 평가를 통해 능력 있고 다양한 학생들을 캠퍼스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SAT 점수 제출 의무화를 없앤 것이 오히려 저소득층 학생들의 입학 기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SAT 점수를 없앤 후 저소득층 학생의 합격률은 오히려 낮아졌다.   또 다른 이유는 신입생들의 들쭉날쭉한 학업 수준 때문이다. SAT 점수를 기준으로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파악했던 대학들이 에세이와 고등학교 성적만으로는 지원자들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교육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봄 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가을 예비 대입 지원자들인 고등학교 11학년생들은 여름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대입 지원서를 준비해야 한다. 어느 대학을 지원할지, 어떤 전공을 공부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자신에 맞는 대입 전략을 찾아 만들어야 할 때다.     SAT 점수의 중요성은 변화하지만, 노력과 준비는 언제나 핵심이다. 나아가, 대학의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자신의 목표와 꿈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대입 시즌은 늘 변화와 도전의 연속이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준비는 결국 성취로 이끌어줄 것이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대입 시즌 대입시험 sat 대입시험 점수 sat 시험장

2024-03-24

[중앙칼럼] 치폴레와 아베크롬비가 살아난 비결

멕시칸 음식 프랜차이즈 기업 ‘치폴레 멕시칸 그릴’과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는 공통점이 있다. 두 기업 모두 소비자와의 소통 강화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바꾸면서 기사회생은 물론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기업은 어떻게 화려하게 컴백을 할 수 있었을까?   부리토와 타코를 판매하는 치폴레는 1993년 콜로라도 1호점의 성공을 토대로 1998년 맥도날드의 투자를 받아 2005년에는 미전역에 500여 개의 매장을 세웠다. 2006년에는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등 거침없이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2015년 여러 매장에서 노로바이러스, 이콜라이균, 살모넬라균 등이 검출되고 고객 수백명이 식중독에 걸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음식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면서 700달러였던 주가는 400달러로 거의 반 토막 나면서 전문가들은 회생 불가를 점쳤다.   그렇지만 치폴레는 식중독 사태 해결을 위해 타코벨  최고경영자(CEO) 출신 브라이언 니콜을 영입 매장과 직원 위생 관리를 더 타이트하게 했다. 또 보다 신선한 식재료 확보를 목적으로 로컬푸드 소싱을 채택하고 지역 매장을 묶어서 위생 관리를 더 철저하게 했다.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패스트푸드라는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서 비건과 저탄수화물 메뉴도 선보였다.   타깃 고객층을 Z세대로 잡고 소셜미디어에 Z세대의 감성을 듬뿍 담는 등의 노력으로 2022년에는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스의 조사에서 Z세대가 좋아하는 패스트푸드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도록 데스크를 만들었다. 디지털 주문 및 배달을 전담하는 고스트키친도 도입해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 고객 확보를 늘린 결과, 온라인 매출이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치폴레는 Z세대의 충성도를 기반으로 매장 수를 3000여 개로 확대했다. 2018년 415달러 수준이었던 주가는 2024년 3월 18일 종가 기준 2773달러로 5배 이상 뛰었다. 치폴레의 성공 요인은 기업 위기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가격을 선호하는 Z세대의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일찍 디지털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일조했다.   아베크롬비도 1년 전 26달러였던 주가가 5배 이상 급등한 130달러를 기록하는 등 화려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아베크롬비는 초기에 쿨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식스팩의 건장한 남자와 부유층 학생을 연상시키는 모델들을 내세웠다. 매장 내부도 클럽 분위기 연출을 위해 어둡게 하고 진한 향수 냄새가 진동하게 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빅 사이즈 옷은 팔지 않았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의 급성장과 애슬레저 영향으로 2010년 후반부터 패션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위기에 직면한 아베크롬비는 2017년 플란 호로비치를 CEO로 영입해 브랜드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타깃 고객층을 아베크롬비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로 선정하고 소재 고급화에 나섰다. 매장 분위기는 밝고 차분하게 바꿨으며, 2X 라지 옷까지 만들었다. 다양한 인종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전략도 새로 진행했다.   아베크롬비는 소비자가 브랜드에 맞추는 기존 마케팅 방식 대신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니즈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이 덕에 2023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나 급증했다.     치폴레는 Z세대가 선호하는 건강과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를 실현했고, 아베크롬비는 제품 라인업을 수요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간파한 수장의 영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은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브랜드 전략을 세워 실행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위기의 순간도 맞게 된다. 치폴레와 아베크롬비의 생존 전략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아베크롬비 비결 브랜드 이미지 타깃 고객층 의류 브랜드

2024-03-19

[중앙칼럼] 한인 사회 모르는 한국 언론의 오보

최근 한 로컬 한인신문 1면 톱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한인 최초 미 공군 장성 출신 새라 러스 준장, 고향 부산에서 한미 정례 연합훈련 가교 역할’이라는 기사로 14일 종료된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에서 한미연합공군 협조단장으로 활약한 새라 러스 예비역 준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사에 따르면 러스 준장은 15세인 1983년 가족이민으로 미국에 와 UC샌디에이고 졸업 후 1994년 장교로 공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한국계 최초로 미 공군 장성이 됐다.   실향민 부모를 둔 한인 1.5세가 미군 장성이 돼 40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는 것은 한인이라면 누구라도 자랑스러워 할 대단한 성취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기사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 바로 ‘한인 최초의 미 공군 장성’ 이라는 내용이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한국의 많은 언론이 러스 대령의 준장 진급 당시 ‘미 공군에서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장성 진급’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러스 준장에 앞서 미 공군 장성에 오른 한국계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샤론 K.G. 던바 공군 소장이다. 어떤 근거로 오보가 나오게 됐는지 알 수 없으나 다른 언론들이 팩트 체크 없이 첫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던바 소장은 어머니가 한인이다. 시카고 태생으로 1982년 미 공군사관학교 여생도 3기로 졸업 후 소위로 임관했다. 조달, 훈련, 정치-군사 및 지휘 직책을 두루 거친 던바 소장은 2008년 준장, 2011년 소장으로 진급했다.    특히 던바 소장은 미 공군에서 여군 최초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본부를 둔 합동군사령부 수도권 공군부대인 워싱턴 공군지구(AFDW) 사령관과 320 항공원정비행단 사령관을 역임한 것으로 유명하다.   던바 소장이 한국계임을 확인한 것은 지난 2012년이었다. 그해 1월 남가주 출신 미 7군 제30 의무사령부 존 조 대령이 준장 진급자로 지명받았다는 기사를 쓴 것을 계기로 미군 내 한인 장성 현황 취재를 시작하면서다.    이어 하와이 이민 3세로 일리노이주 스콧 공군기지 항공기동대 사령부 작전본부장으로 있던 마이클 김 준장의 소장 진급 소식, 어머니가 한인인 론 맥라렌 해군 준장(2009년 진급)이 국방부 군수국합동 예비보급지원부 디렉터로 복무한다는 기사 등을 단독 보도했다.     제한된 정보와 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취재에 어려움을 겪던 중 일본계 재향군인단체가 미군 내 아태계 장성 5명을 소개한 간행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중 한명이 던바 소장이었는데 이름만으로는 한인 여부를 알 수 없어 해당 단체에 문의한 결과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답을 듣게 됐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던바 소장을 찾아 미군 내 한인 장성을 찾고 있다며 인터뷰 요청을 했었다. 며칠 후 “연락 고맙다”는 말과 함께 펜타곤 공식 이메일 계정으로 다시 연락해 달라는 답신을 받고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다. 이후 수차례 연락이 오갔지만 7월 AFDW 사령관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면서 결국 보안 이슈로 인터뷰 승인이 나질 않아 5개월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던바 소장의 부탁으로 기사화는 무산됐지만 던바 소장이 한국계 최초의 미군 장성이자 최고 계급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32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던바 소장은 항공우주 방위산업 분야에서 일하면서 정부 자문 위원회와 비영리 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가치와 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러스 준장의 성공 스토리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랑스러운 한인사를 제대로 알고 평가하자는 얘기다. 한국 언론들이 의도치 않은 오보를 내게 된 것은 미주 한인 사회에 대한 정보와 지식 부족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 아닐까 싶다.   미주 한인 디아스포라 역사가 120년이 넘었고 재외동포청도 출범했다. 이제 한국 언론들도 깜짝 뉴스나 단발성 화제 정도로 미주 한인 스토리를 전할 게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도록 한인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한인 사회 로컬 한인신문 한국계 여성 한국계 최초 장성 던바 소장 한인 장성 한국계 장성 오보 팩트 체크 미군 한인사 가주 미국 LA 이민 언론 보도 최초 한국계 미국인 러스 준장 칼럼

2024-03-18

[중앙칼럼] 골프계에서 ‘어글리 코리안’ 안 되려면

사실 ‘한인 망신’이다. 남가주 지역 골프장 티타임을 불법 선점해 이득을 챙기는 한인 브로커들로 인해 한인 골프 애호가 전체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브로커들은 카카오톡에서 ‘골프 티타임 예약 대행’ ‘김 실장’ 등 익명의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영업 방식은 간단하다. 한인들이 자주 찾는 골프장을 중심으로 티타임을 대거 확보한 뒤 문의가 오면 수수료를 받고 티타임을 준다.   이들의 티타임 확보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예약 우선권이 주어지는 시니어 회원권을 차용해 예약을 대거 선점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 ‘봇(bot)’을 이용해 한꺼번에 티타임을 싹쓸이하는 방식이다.   일반인이 브로커를 당해낼 재간은 없다. 새벽부터 일어나 골프장 웹사이트에서 아무리 클릭을 해도 프라임 시간에 예약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구조가 자리 잡은 건 벌써 수년째다. 일반 골퍼들로서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프라임 시간 예약이 워낙 어렵다 보니 브로커에게 웃돈을 주고서라도 골프를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완전히 울며 겨자 먹기다.   한인 브로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건 LA지역 유명 골프 코치이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데이브 핑크(채널명·Dave Fink Golfs) 때문이다. 그가 한인 불법 브로커의 활동 행태와  그들과의 통화 내용 등을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처음에는 이슈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뻔했다. 핑크가 브로커와 이를 애용하는 골퍼들을 모두 ‘한인’으로 특정하면서 자칫 인종 문제로 비화할 뻔했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 조차 한인 브로커들의 활동 및 티타임 예약과 관련해 한인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물론 활동 중인 브로커와 이를 이용하는 골퍼 대부분이 한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슈가 불거지기 전부터 여러 한인 골프 애호가들이 골프장 측에 불법 브로커들의 존재를 알리며 문제를 제기했고 대응 방안도 촉구했었다. 불법 브로커와 그들의 배를 불리는 한인 골퍼들도 있지만, 문제를 바로 잡으려고 애쓴 한인들도 많았다는 얘기다.   영상이 공개되자 일부 한인 골프 동호회 회원들은 핑크에게 “한인을 모두 도매금으로 묶어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SNS 등을 통해 우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핑크는 즉각 해당 영상 내용을 수정하고 한인들과 손잡고 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을 폭로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지는 불법 브로커 논란을 한국어 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기사화했고, LA시의 골프장 관리 담당 기관은 심각성을 인지한 뒤 조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인 브로커들은 카카오톡 아이디 등을 변경하는가 하면, 웃돈을 받아온 온라인 송금 애플리케이션의 거래 내용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렇다고 해서 브로커들이 활동을 멈춘 건 아니다. 잠시 몸을 숨겼을 뿐 다른 아이디 등을 이용해 계속 활동 중이다.   골프장 관리 업체들은  “문제를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골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기사 보도 후 골프장의 일부 직원들이 브로커와 손잡고 눈을 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독자도 있었다.     티타임 불법 거래는 골프 애호가들의 기회 균등 권리를 빼앗는 행위다. 이 문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무엇보다 골퍼들의 결단이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브로커를 통해 티타임을 예약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 웃돈을 줄 때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ABC7뉴스도 이 문제를 보도했다. 만약 이런 행태가 지속된다면 골퍼들 사이에서 ‘어글리 코리안(Ugly Korean)’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골프 어글리 한인 애호가들 한인 브로커들 불법 브로커들

2024-03-17

[중앙칼럼] 주방까지 점령하는 AI

김영하 작가가 9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과 휴머노이드가 공존하는 세계를 감성적으로 그렸다.  한 소년의 여정을 통해 유한 시간 속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SF소설로 우리 앞에 다가온 AI(인공지능)가 바로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실제로 IT업계에서는 AI같은 기술의 발전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AI와 로봇은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시리·알렉사 등 스마트 디지털 도우미,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플랫폼 알고리즘, 챗봇, 페이스 ID 등이 그것이다. 최근에는 로봇과 AI가 매일 머무르는 주방에까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전국레스토랑협회(NRA)가 2024년 주방 혁신(KI) 수상자를 발표했다. 지속가능성, 자동화, 안전 등이 특화된 25개 주방 제품이 선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로봇과 AI의 만남이다. AI로 강화된 콤비 오븐부터 피자 제조 로봇, 고급 에스프레소 로봇 머신, 터치스크린 믹서, 대용량 압력 프라이어, 하이테크 살균제 및 맥주 디스펜서까지 일상 생활 공간인 주방을 최첨단 미래 공간으로 바꿨다.     이중 주방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 제품이 30%를 차지한다. 버거, 에스프레소, 피자, 볶음밥 등 요리는 물론 진공 포장, 주문 픽업, 식기 세척, 대형 오븐 등 주방에서 노동을 줄이는 제품도 포함된다.     피자봇은 반죽부터 소스, 토핑, 베이킹까지 피자 제조 과정을 자동화해 전문 셰프 손맛을 그대로 구현한다. 클라우드 패티 퀄리티 어시스던트는 클라우드 기반 AI를 갖춘 알파 그릴이라는 버거 요리 로봇이다. 마이티코 듀는 세련된 디자인과 특허 기술을 결합해 정통 바리스타 품질의 에스프레소를 바로 내놓는다. 볶음밥도 만든다. 아이로보는 조미료부터 팬 선정까지 모든 단계를 간소화해 컴팩트한 공간에서 다양한 볶음 요리법를 조리할 수 있다.     음식 관련 단순 노동력 부문에 AI와 로봇이 더욱 빠르게 진입 중이다. 네덜란드 명품 진공포장 회사 헨켈만의 아우라는 다양한 식품 종류에 맞게 자동으로 맞춤 포장을 하는 차세대 진공 포장 시스템이다. 포장 속도도 빠르지만 음식도 신선하게 유지한다.     오더HQ는 사람과 컨택없이 주문 픽업을 제공해 음식 배달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Y밸브는 세척 효율성을 높이고 식기 세척에 필요한 물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스프레이 밸브로 주방 식기세척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이렇게 주방 혁신 테크놀러지가 빠르게 진화 중인 가운데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 직원의 최저 임금 20달러 시행이 내달로 다가왔다. 가주의 현재 시간당 최저 임금 16달러보다 25%나 높다. 빵을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업체를 제외하고 전국에 6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식당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9명으로 구성된 패스트푸드 임금위원회는 2029년까지 매년 최저 임금을 최대 3.5%까지 인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최저시급이 매년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저 임금 20달러 시행을 2주 앞두고 프랜차이즈 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임금 인상 여파가 다른 업종까지 미쳐 임금 동반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업주 입장에서는 비용 상승으로 음식값을 다시 올려야 하는 도미노 가격 인상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최종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동 현장의 인건비는 매년  상승하고 있고 주방에는 AI와 로봇이 빠르게 투입되고 있다. 인건비가 오르자 요식업계는 피자 만드는 로봇, 커피 로봇 등의 도입을 확대하며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또 서빙로봇 시장도 커지고 있고 고객이 직접 셀프 주문에 결제까지 하는 키오스크 시스템도 확산 중이다.     AI와 로봇이 구인난과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일자리 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주방 점령 주방 제품 주방 혁신 이중 주방

2024-03-12

[중앙칼럼]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 관심사

올해 오렌지카운티 한인 사회의 주요 관심사 두 가지가 있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의 도약과 풀러턴 한국 정원 조성 사업이다.   부에나파크 시의회는 지난해 9월 비치 불러바드의 오렌지소프~로즈크랜스 구간을 코리아타운으로 공식 지정했다. 이어 10월에 더 소스 몰 앞 비치 불러바드와 오렌지소프 교차로에서 코리아타운 도로 표지판 제막식이 열렸다.  이 행사엔 시 관계자, 한인단체장, 정치인 등 60여 명이 참석해 오렌지카운티에서 가든그로브에 이은 두 번째 코리아타운의 출발을 축하했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은 현재 오렌지카운티 한인 상권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한남체인 입구 맞은편의 비치 불러바드를 건너면 시온마켓이 있고, 왼쪽으로 길을 건너면 H마트가 있다. 교차로 하나에 대형 한인 마켓 3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만 봐도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은 올해 한층 성장할 계기를 맞을 전망이다. 부에나파크 시의회는 지난해 말, 옛 왁스 뮤지엄 자리에 새로운 테마 파크 ‘서프 파크’ 건립을 승인했다. 서프 파크 건립 공사는 이르면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는 비치 불러바드에 또 다른 테마 파크 건립도 추진 중이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은 시 당국이 관광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지정한 ‘엔터테인먼트 존’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엔터테인먼트 존은 나츠베리팜과 소크 시티 워터 파크, 미디벌 타임스, 파이어리츠 디너 시어터, 록&브루 레스토랑, 포르토스 베이커리&카페, 15개 호텔과 더 소스 몰을 포함한다. 엔터테인먼트 존의 서쪽 끝자락에 있는 더 소스 몰은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의 동쪽 경계에 있다.   시 측에 따르면 엔터테인먼트 존 방문객은 연간 6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코리아타운 방문을 유도한다면 지역 한인 상권의 급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코리아타운의 성장은 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코리아타운 지정을 주도한 조이스 안 부에나파크 부시장은 코리아타운이 시 경제 발전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은 본질적으로 상권의 성격이 강하다. 특정 주체가 인위적인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각 업소가 개별적으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거나, 한발 앞서가는 모델의 비즈니스 입주가 코리아타운의 모습을 바꾸게 될 터다. 그럼에도 한인 사회의 지혜를 모을 공간은 있다. 어떻게 하면 코리아타운에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부에나파크 시의 이웃 도시 풀러턴에선 한국 정원 건립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풀러턴 시의회는 지난해 8월 한국전 참전 미군용사 기념비가 있는 힐크레스트 공원 내 약 1에이커 부지를 한국 정원 부지로 명명했다. OC한인회(회장 조봉남)는 풀러턴 시와 함께 부지 명명식을 가진 데 이어 10월엔 부지 현판 제막식도 개최했다.   한국 정원 건립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풀러턴 시가 지정한 부지는 참전 미군용사 기념비를 경계로 덕 폰드(Duck Pond) 사이에 있다. 당시 시 측은 2~3년 뒤 공사 진전 상황을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덕 폰드 옆 언덕의 1~2에이커를 추가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봉남 회장은 “현재 부지엔 한국의 꽃을 심고 추가 제공될 부지에 돌담길과 작은 덕수궁 같은 구조물을 지으려고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인회는 아직 디자인을 포함한 세부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판 제막식 후 반년이 돼가는 데도 다음 행보가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풀러턴 시의 부지 추가 제공은 1단계 사업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부에나파크 코리아타운과 풀러턴 한국 정원이 가까운 장래에 오렌지카운티 한인 사회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한인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지혜와 힘을 보태야 가능한 일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중앙칼럼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 코리아타운 지정 현재 오렌지카운티 올해 오렌지카운티

2024-03-11

[중앙칼럼] ‘마음건강’ 찾으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다른 나라로 이주하면 ‘문화충돌’을 겪는다. 한국 역사와 문화를 체화한 성인일수록 그 파장은 크다.  ‘진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정답은 없다’며 배운 척 열린 자세를 보여도, 막상 새로운 세상에 던져지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현실 자각 타임, 일명 ‘현타’가 덮친다.   미국에 정착하면서 ‘내가 믿고 중요시했던 삶의 기준이나 가치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강렬했다. 위기감이라는 표현을 설렘과 기회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당시 느낀 문화충돌은 거부감과 두려움이 먼저였다. 한국에서 청년기까지 보낸 소위 ‘토종 코리안’으로서 인식 전환이 쉽지만은 않아서다.   한국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를 반문한다. 그동안 ‘참’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깨지면 혼란스럽다.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칠지,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볼지 고민한다.     미국에서 성공의 기준, 행복의 기준, 삶의 기준 등 그 가치와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고 제각각이다. 사생활 존중과 개성 중시는 일상이다. 이런 자세는 구성원 대부분 공유하는 가치다. 사회 전반에 인간 존엄 중시, 민주주의 시스템 수호의  분위기도 공고하게 깔렸다.   한인은 물론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도 미국의 특징으로 ‘여유와 자유’를 꼽는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한국의 집단주의,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에 익숙한 영향인 듯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타인의 삶과 비교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남보다 경제적으로 앞서려는 욕망을 떨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모습에 대해 가주한인심리학회 저스틴 최 전 회장은 “한인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도 한국의 문화적, 정신적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특별한 모습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인에게 익숙한 ▶성공 지상주의와 치열한 경쟁 ▶경제적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을 의식하는 체면 중시 문화는 한인 사회의 빠른 성장과 정착이라는 효과도 낳았다.     하지만 이민자로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고립감에 휩싸일 때면 ‘극단적 선택’ 등 한인 특유의 모습도 나타난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의 김재원 정신건강 트레이닝 코디네이터는 성공지상주의와 타인을 의식하는 삶의 자세가 정서적으로 매우 위험한 ‘칵테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캘리포니아 공공보건국과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집계한 자살 통계는 한인사회의 슬픈 단면이다. 최근 5년 동안 가주 한인 자살률은 가주 전체 자살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슷한 문화권인 중국계, 일본계 등 다른 아시아계 자살률과 비교해도 두 배나 높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경제적)성공 강박과 실패 두려움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 ▶이민사회 폐쇄성 ▶외로움과 고립감 ▶가치공유 부재 ▶세대 간 인식 대물림 등이 한인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본지의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응한 2명 중 1명은 지난 1년 동안 죽고 싶은 생각을 ‘진지하게’ 해봤다고 답했다. 이 중 215명은 경제적 문제,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 고립감 등 외로움, 가족 간 불화, 실연 또는 대인관계를 이유로 꼽았다.   이 정도면 한인들 마음이 많이 아프다는 호소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만큼,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경제적 성공만이 정답이 아니고, 체면 중시보다 본인과 가족이 우선이라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홀로 모든 어려움을 떠안고 가려는 자세를 버려보자. 이민자로서 각자의 생활여건에 만족할 줄 아는, 미국식 개방적 사고가 때론 여유와 즐거움도 준다. ‘표현’에 인색할 필요도 없다. 마음이 아프면 가족과 친구에게 기대도 된다. 누군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 그 사람의 ‘정서적 지지그룹’이라는 자부심으로 따스함도 내보이자.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마음건강 생각 한인 자살률 가주한인심리학회 저스틴 김재원 정신건강

2024-02-27

[중앙칼럼] 이제는 K아트의 시간이다

TV에서 보기만 했는데도 그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졸업식, 생일 등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가족이 함께 먹던 짜장면의 탄생 과정을 넥플릭스에서 방영한  ‘짜장면 랩소디’를 통해  보니 늘 먹던 짜장면인데도 새삼 달라 보인다. K푸드의 버라이어티를 느꼈다고 하면 맞을 것 같다.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25일부터 공개하는 전시회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 장 박사와 아들 캐머런 장 박사 콜렉션’에서 만난 한국 고미술품들도 그렇다.       LACMA는 남가주 한인 커뮤니티의 올드 타이머이자 사회공헌 활동가인 체스터 장 박사와 그 아들이 지난 2021년 LACMA에 기증한 한국의 고미술품 중 35점을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하는 작품은 불화, 서예, 남북한 화가들이 그린 희귀 유화, 고려(918~1392)와 조선(1392~1897) 시대의 도자기 등이다.     지난 20일 LACMA에서 준비한 전시관을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찾았다.     다소 작은 규모의 전시관에 모습을 드러낸 작품들은 화려하거나 눈길을 확 끄는 강렬함은 없다. 한국에서 성장한 1세 이민자라면 평소에 흔히 보던 물건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각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전시관 입구 중앙에 자리한 청자 항아리는 다른 청자와 달리 뚜껑이 있다. 크기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청자와 비교해 2배 가까이 크다. 그렇기에 이처럼 완벽한 모양으로 빗어진 청자는 굉장히 드물고 귀하다는 게 LACMA 아시아 박물관장이자 큐레이터인 스티븐 리틀 박사의 설명이다.     그 뒤에 전시된 금강산을 빼닮은 수석은 무게만 80파운드가 넘어 성인 남성 2명이 들어야 한단다. 하지만 이렇게 무거운 돌을 받치고 있는 나무 받침대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조금도 뒤틀리거나 부서지지 않았을 만큼 단단하다.     책거리는 책을 사랑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병이나 장식품에서 계절을 볼 수 있다. 서양 문물을 갓 받아들였는지 미세한 명암의 변화도 찾을 수 있다. 리틀 박사는 책거리를 가리키며 “방문자들은 화가가 자신의 이름을 마치 그림 속 한 부분처럼 새겨놓은 걸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전쟁 직후 가난과 배고픔으로 힘들어도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의 삶도 전시된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나뭇잎이 다 떨어진 길을 훠이훠이 걸어가는 두 선비의 뒷모습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뼈가 다 드러나지만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고 있는 소의 그림에서는 강인한 한국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실향민과 탈북민들에게는 스산한 모습의 경성 바닷가와 이름 모를 고궁의 산책길을 담은 작품을 통해 고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리틀 박사는 “이중섭, 이쾌대 등 한국 근대미술의 대명사로 불리는 화가들이 일본에서 공부할 때 프랑스 스타일의 화풍을 배웠다. 그리고 빠르게 그것을 자신들만의 화풍으로 만들어 그려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한국의 모습은 19세기 프랑스 시대를 주름잡던 모네, 시슬레, 세잔 등과 겨뤄도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회를 직접 기획한 리틀 박사의 바람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1세와 2~3세들의 한국 미술에 대한 교감이다.   리틀 박사는 “K팝이나 K드라마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한국을 지키고 전해 내려온 문화가 바탕이 됐다”며 “바로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이 그 바탕이다. 많은 분이 보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LACMA에서 출발하는 '한국의 보물들'을 시작으로 이제는 K아트의 시간이 열리고 있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아트 시간 한국 고미술품들 한국 근대미술 한국전쟁 직후

2024-02-22

[중앙칼럼] 자율주행차 상용화, 신뢰가 먼저다

정차해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의 조수석에 올라타 안전밸트를 채우니 차가 방향 지시등을 켜고 주행을 시작했다. 도로를 따라 주행하던 차는 교차로 정지 사인에서 멈춰 서더니 먼저 도착한 왼쪽 차량이 지나간 후 다시 출발했다. 직선, 곡선 구간 상관없이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가던 차는 전방에 주차된 차를 피하기 위해 차선 변경을 하려 했으나 맞은 편에서 차가 달려오자 일단 멈췄다. 차가 지나간 이후에야 차선 변경을 해 주차된 차를 추월해 나갔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자율 주행차’에 직접 타보니 시승 전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차선, 신호 등 교통 법규에 따라 운전대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거침없이 주행해 나가니 자율주행차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화될 것 같았다.     '자율주행차 시승'이라는 경이로움을 선사한 주인공은 바로 닛산의 전기차 리프 NSC-2015 프로토타이프였다. 지난 2013년 8월 어바인에서 개최됐던 닛산 360 쇼케이스에서 한인 언론 최초로 시승에 나섰던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   닛산은 2012년 10월 일본 치바에서 열린 전자박람회 ‘CEATEC 2012’에서 스마트폰으로 연동되는 리프 프로토타이프의 자율 저속 주행 및 주차 성능을 공개해 운전의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을 받았다.  이듬해 10월에는 일본 도쿄 남서부 가나가와 현 사가미 고속도로에서 최초의 공도 주행에 나섰다. 닛산 부회장과 현 지사가 탑승한 닛산 리프가 자율주행을 성공적으로 완주하면서 닛산은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시판을 목표로 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10여년이 지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 무인 로보택시 중 하나인 구글의 웨이모를 시승하게 됐다. 닛산 리프 시승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말 그대로 무인차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운전석에 닛산 담당자가 동승해 자율주행차 주행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 담당자가 운전석에는 앉았지만 출발부터 도착까지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는 등 주행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재규어의 전기 SUV I-페이스에 부착된 라이다 센서, 카메라, 레이더로 지형과 도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웨이모 로보택시는 복잡한 시내 도로에서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렸다.     주행 안정감은 확실히 닛산 리프보다 개선됐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10년 전과 같은 감흥을 느낄 수는 없었다. 리프와 마찬가지로 웨이모도 사전 제작된 정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정해진 지역 이내에서만 운행이 가능했다.     당시 리프에 탑승했던 닛산 연구센터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서는 응답성 단축 등 기계적인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교한 디지털 지도와 주행 데이터 등의 콘텐트 확보 및 자율주행차의 교통 법규 마련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수차례 시승회에서 만났던 업계관계자들도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같이 자율주행 기능은 기술적으로 일정 수준에 올라와 있으나 역시 관련법 및 보험 규정 마련을 풀어야 할 과제로 손꼽았다.   최근 로보택시와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GM의 로보택시 크루즈가 2건의 보행자 사고를 내자 가주차량관리국이 운행 허가를 중지했다. 크루즈 운행 중단으로 샌프란시스코 유일의 로보택시가 된 웨이모도 이달 초 자전거와 충돌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급기야 지난 10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진입한 웨이모가 잠시 정지하자 지켜보던 군중이 차를 둘러싸고 스프레이 낙서와 함께 유리창을 깨고 폭죽을 차 안으로 던져 결국 전소하는 소동이 있었다. 언론들은 잇단 사고로 인한 안전성 결여와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반발심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전성 입증과 관련 법규 마련도 필요하지만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성됐다 할지라도 소비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한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낙희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자율주행차 상용화 자율주행차 시판 자율주행차 주행 자율주행차 시대

2024-02-19

[중앙칼럼] “형편없는 디즈니”…애처로운 해적 선장

디즈니 관련 소문 하나가 요즘 논란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에서 배우 조니 뎁이 연기했던 해적 선장 역할(잭 스패로우)에 아요 어데버리를 고려한다는 내용이다.    잭 스패로우는 그동안 백인 남성으로 그려졌다. 반면, 어데버리는 흑인 여배우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모든 게 뒤바뀌게 된다.     ‘DEI(Diversity·Equity·Inclusion)’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을 상징한다. 이 렌즈로 보면 백인 남성인 잭 스패로우는 폐기 또는 대체돼야 할 인물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는 이를 두고 “형편없는 디즈니(Disney sucks)”라고 했다.   머스크의 비난은 이유가 있다. 디즈니는 이미 전력이 있다.    실사판 인어공주는 지난해 동심을 깨버렸다. PC 주의, 즉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과잉이 낳은 참사였다.   디즈니는 이 작품에서 흑인 인어 공주를 내세웠다. 원작 파괴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무리수를 두느라 어색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흑인 인어 공주(할리 베일리)의 아버지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은 라틴계 백인이다. 게다가 인어공주의 일곱 자매는 인종이 각기 다르다. 자연의 섭리 상 불가능한 관계다. 이복형제였다면 차라리 나을 뻔했다. 아무리 동화라 해도 개연성조차 없다.   반면, 왕자 에릭(조나 하우어 킹)은 백인인데, 그의 어머니 셀리나 여왕(노마 드메즈웨니)은 또 흑인이다. 디즈니도 심했다고 여긴 모양이다. 이 부분에는 어린 시절 입양됐다는 설정을 살짝 버무렸다.    이뿐 아니다.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도 민머리의 흑인 요정으로 바꿔버렸다. 피터팬의 팅커벨 역시 유색 인종으로 변했다.   캐스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근저에 사상을 강요하고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PC 주의가 문제다.   일례로 한국도 다민족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한 흐름 속에 갑자기 편견을 없애고 다양성을 강조하겠다며 사극에 다른 인종을 내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PC 주의 관점대로라면 어색하더라도 다인종 조선 시대, 타인종 ‘허준’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   디즈니의 주가는 2021년 이후 내림세다. 주가 하락은 표면적 문제다. 디즈니의 위상 자체가 바닥으로 향하고 있는 이면의 사실이 더 심각하다.   디즈니와 비슷한 시기부터 주가가 바닥 치고 있는 대형 소매 업체 타깃(Target)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얼마 전 성전환자의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여성용 수영복을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타깃은 성전환자 수영복 외에도 ‘Cure transphobia, not trans people(트랜스젠더가 아닌 트랜스포비아를 치료하라)’ ‘Too Queer for Here(매우 동성애다운 이곳)’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하다 논란이 됐다.   최근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한 LA다저스 구단은 지난해 홈경기에서 평소 사제, 수녀 등의 복장을 즐기는 성 소수자들에게 지역사회 영웅상을 수여했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서 “우리는 다수가 성적 과잉 상태에 놓여있다”고 소개할 만큼 노골적이다. 게다가 평소 가톨릭 등을 조롱하는듯한 성적 퍼포먼스로 매번 문제가 되고 있다.   야구장에는 성인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도 많다. 영화나 음악조차 연령별 가이드라인을 둔다. 과한 화장에 수녀 복장을 하고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남성을 불편하게 바라볼 이들도 존재할 텐데 다저스 구단은 개의치 않았다.   PC 주의는 특정 이슈에 대한 어색함, 불편한 감정조차 차별과 증오로 몰아간다. 반대 의견도 인정하지 않는다. 포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PC 주의는 겉만 번지르르하다. 실제로는 배척으로 점철된다. 모순은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무섭다. PC 주의에 함몰되면 되레 편협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스크린 속 인물마저 껄끄럽고 불평등하게 느껴진다.   강제로 캐릭터가 바뀔지도 모르는 잭 스패로우만 괜히 애처롭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디즈니 해적 디즈니 관련 해적 선장 실사판 인어공주 장열 캐리비안의 해적 엘에이 LA 미주 지역 PC주의 DEI 로스앤젤레스

2024-02-15

[중앙칼럼] 제이콥이 판사가 되려는 이유

기자라는 직업은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것이 내포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취재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을 외모나 언변, 첫인상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다. 하지만 거품이 있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 처음 대면하는 사람은 한 발짝 떨어져 보는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겼다. 이것도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활짝 웃는 얼굴로 신문사를 찾아온 제이콥 이는 본인을  LA카운티 검찰청 소속의 10년 차 검사라고 소개했다. 한인 2세인 그는 이번 선거에서 판사직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그와의 인터뷰는 1시간 내내 영어의 도움 없이 한국말로 이뤄졌다.     출마 이유를 막 밝힌 그에게 기자가 대뜸 던진 질문은 “어떻게 우리 신문사를 알고 찾아왔느냐”였다. 이번 인터뷰는 그가 기자에게 먼저 전화 연락을 해 성사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궁금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모님이 연락해보라고 권하셨어요. 30년 독자시거든요. 내심 아들의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싶으셨나 봐요.”   그리고 대화는 1980~90년대 LA 한인타운에서 힘들게 일하며 가정을 지키고 터전을 닦은 부모님의 ‘삶의 현장’ 이야기로 옮겨갔다. 당시에도 LA에는 한인 인구는 꽤 있었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시기다.  그는 부모님이 실제로 겪었던 강도 사건 이야기를 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하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위험한 그 사건 현장에는 어린 본인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피해를 보았지만 신고는 하지 못했다. 신고 후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경찰이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이라는 믿음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관계 기관에 도움을 호소하는 1세들이 많지 않은 시절이었다. 언어도 불편했고 시스템도 몰랐다. 피해를 보아도 그저 이민자들이 겪어야 하는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제이콥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검사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범죄 피해를 봐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가 교실에서 배운 ‘아메리카’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각성은 그를 더 예리하고 현명한 법조인이 되도록 담금질했을 것이라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그의 아버지는 이제는 은퇴할 시기가 됐지만 아직도 페인트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 역시 현역 간호사다. 제이콥의 미소에서 손주들을 보며 기뻐하는 두 분의 미소도 엿보였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죠. 두 분에게는 모든 것이 감사해요. 그래서 제가 더 잘돼서 은혜에 보답하려고 합니다. 제가 판사가 되려는 것도 그런 꿈 때문입니다.”     제이콥은 걷어낼 거품이 없는 청년이었다. 그와의 한 시간은 선입견이 생기지 않는 시간이었다. ‘직업병’을 내려놓고 그와 호쾌하게 웃을 수 있어 좋았다.     2세들을 만나면 공통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부모님 세대인 1세들의 고생과 분투를 잊지 않으려는 의지와 그들에 대한 사랑이다. 이런 교감이 한인 사회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이콥은 오는 3월 판사 선거 예선에 나선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11월 본선에서 더 큰 경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그가 본선에서 당당히 승리해 법 집행의 최후 보루라는 판사로서 하고 싶고 해야 할 일들을 꼭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아직도 남아 있는 소수계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정서와 당당하게 싸우며, 본분을 다하는 이민자들은 대접받고 존중받도록 법정에서 노력해 주길 바란다. 강도 피해에도 침묵해야만 했던 한인 가정의 2세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산 증거가 되어 주길 바란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제이콥 판사 판사 선거 강도 피해 la 한인타운

2024-02-13

[중앙칼럼] 코스트코의 인기와 한인 마켓

지난해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수퍼마켓은 코스트코였다.  크레이그 젤리넥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은 코스트코는 1976년 설립된 글로벌 대형 할인 유통업체다. 회원제 창고형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식품, 가전, 의류, 가구, 생필품 등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연례 고객만족도 지수 조사에서 퍼블릭스,  H-E-B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하며, 마켓 부문에서 수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트레이더조를 밀어냈다. 매장 구조, 운영시간, 상품 선택, 직원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산출한 만족도 점수에서 코스트코는 100점에 85점을 받았다. 코스트코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이 식품 쇼핑에서 가성비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다. 판매 및 판촉이 탁월하거나 자체 브랜드 제품을 통해 가성비를 높이는 할인점에 고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신호다.   경기 둔화에도 코스트코의 기업 가치는 견고하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12월 초 주당 500달러대였던 주가는 지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에도 주가가 전일 대비 0.52% 오르며 723.53달러를 기록,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트코의 이전 52주 최고가는 723.32달러, 최저가는 465.33달러였다.     코스트코가 수퍼 스타 주식으로 급부상한 이유로는 경기 둔화에도 할인 가격으로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한데다, 식품 매출 증가, 골드바의 기록적인 판매 등이 꼽힌다. 고객 충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회원 갱신율은 90%에 육박한다. 40년 만에 사상 최고치 기록한 물가상승에도 인기 식품들의 경우 이전 가격을 고수해 고객  유지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유명한 로티세리 치킨은 여전히 4.99달러, 핫도그 콤보는 1.5달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골드바의 경우에는 분기당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리차드 갈란티 코스트코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회원들의 신뢰를 얻는 원동력은 최저 가격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의 1위 등극은 경기침체에도 할인 프로모션에는 고객들이 지갑을 연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퍼마켓 뉴스가 실시한 2024 소매업체 설문조사에서도 ‘할인 프로모션’은 매출 증가를 위해 소매업체들이 선택한 최고 전략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소매업체의 56%는 향후 1년 동안 경기침체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가격 조정이나 할인, 프로모션, 디지털 마케팅 강화 등을 강조했다.   이들의 매출 증가 전략은 구체적이다. 분기별 고객에게 가격 비교 리뷰를 제공하고 매장에도 개시한다. 직원 재교육을 통해 고객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세심하게 서비스하도록 고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 또 소비자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전략적 가격 책정도 집중한다. 한 마켓 관계자는 “도매업체나 유통업체에 스페셜 할인 등을 요구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더 자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인기 제품은 앱에서 쿠폰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인 식품 및 마켓 업계도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격적인 할인을 진행하면 할인 품목만 구입해 객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높은 멤버십 갱신율과 고객 충성도의 첫째 이유가 최저 가격 제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스트코에는 로티세리 치킨이나 핫도그처럼  사상 최고의 인플레이션에도 과거와 동일한 가격의 제품이 매장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고객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인 마켓도 충성도 높은 고객의 신뢰를 이끌 수 있는 강력하고 전략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한인 마켓 스타일의 로티세리 치킨과 핫도그 등이 필요할 때이다. 이은영 / 경제부 기자중앙칼럼 코스트코 인기 고객 충성도 연례 고객만족도 인기 식품들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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