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홈리스 구제를 지속할 이유
본지가 배스 시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한 달 동안 접수한 질문 내용에는 항의성, 민원성, 제안성 질문 등 다양했지만 홈리스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족히 30%는 넘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까운 세금을 계속 쏟아부어도 되는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냉정하게 집행하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등으로 구분된다.
제안성 질문에는 특히 ‘재활 의지’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지금은 홈리스가 됐지만 사회에 복귀해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도와야 하지만 재활 의지가 없는 이들은 더는 도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을 병원이나 특정 수용 공간에 ‘격리’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제안도 포함됐다. 이런 주장에는 경기 악화로 힘겨워하는 저소득층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모두 길거리에서 기약 없이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러다간 우리도 곧 죽겠다’는 항변도 있었다. 이제 2년 가까이 최선을 다했으니 제발 진로를 바꿔 달라는 읍소도 빠지지 않았다.
시장이 이런 한인 독자들의 질문과 제안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홈리스 구제 정책에 당분간 막대한 예산을 계속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시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것이 시 정부 본연의 임무 때문이다.
LA지역에서 2023년에만 홈리스(unhoused people) 2000여 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중독, 사고, 살인 등 다양하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배스 시장은 취임 직후 홈리스 숫자나 원인을 구분하기보다는 “매일 시민 6명이 길거리에서 사망하고 있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의 발언에는 이런 길거리의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시정 성과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시 정부의 인위적인 ‘철거’ 또는 ‘격리’는 가능할까?
마침 연방 대법원이 오리건주에서 제기된 소송건을 심리 중이다. 단순히 홈리스가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행위를 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상식적인 기준으로 볼 때 원고 측인 시민단체의 ‘처벌 불가’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다시 말해 범법 행위가 없는데 노숙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구금, 수용, 격리, 벌금 등 조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홈리스를 단속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배경이다.
최근 본지에는 안타까운 한인 홈리스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LA한인타운 홈리스 텐트에서 혼자 쓸쓸히 삶을 마감한 한인 홈리스, 홈리스 사역을 하다가 본인도 홈리스가 되어버린 선교사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이제 홈리스 문제는 결코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홈리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홈리스 이슈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이콥 푸에르테 (22세)라는 소방훈련생의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지난 4월 15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다 안타깝게도 2차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훈련 일정을 위해 출근하던 그는 새벽에 프리웨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배운 대로’ 나서다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소방국은 그를 최고의 영웅으로 배웅했다. 우리가 시청에 요구할 것은 제이콥의 성정 같은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시 정부가 시민들이 납부한 1달러의 세금도 헛되게 쓰지 못하도록 꼼꼼히 감시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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