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손의 등과 목과 가락과 바닥과 벽과 금
새로운 개념을 표현하는 새로운 말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단어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고, 아예 새롭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말을 이용할 때 편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두 단어를 합쳐서 한 단어로 만드는 겁니다. 모두 완전히 새로 만든다면 세상에는 어휘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될 겁니다. 효율적이지 않다는 말입니다. 언어에도 경제성이 중요합니다. 우리말의 신체어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 기존의 단어를 이용하여 체계화하였습니다. 이 점이 다른 언어와 다른 특징입니다. 재미있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 드는 예로서 ‘눈물’이 있습니다. 눈에서 나오는 물이니까 눈물이라고 한 겁니다. 코에서 나온 물은 ‘콧물’이죠. 이렇게 만든 단어가 일반적일 것 같지만 대부분의 언어에서 이런 단어 구성이 없습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의 눈물에 해당하는 단어를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두 단어와 상관없는 새로운 단어를 만듭니다. 물론 상관없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은 아니고, 방언이나 다른 나라 말에서 가져온 경우가 많습니다. 어원 연구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우리말에서도 ‘침, 땀, 오줌’ 등은 몸에서 나온 다른 물입니다. 침을 ‘입물’, 땀을 ‘몸물’이라고 하면 어색할 듯합니다. 손을 살펴보면 ‘손가락, 손등, 손바닥, 손목, 손톱, 손금’ 등의 어휘가 나타납니다. 손에 ‘가락, 등, 바닥, 목, 톱, 금’ 등이 붙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든 겁니다. 손가락은 발가락, 머리카락과 연결됩니다. 손등의 경우는 당연히 등과 연결되고, 발등과도 연결이 됩니다. 손목도 마찬가지입니다. 목, 발목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목은 길목이나 골목과도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목이 좋다는 표현도 있습니다. 좁은 부분이나 들어가는 부분을 목이라고 하는 겁니다. 손바닥은 재미있는 어휘입니다. ‘발바닥’과 연결이 되는데 손바닥을 치는 행위는 손뼉을 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손+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닥을 세우면 벽이 되는 겁니다. 손바닥의 방언에는 ‘손벽’이 나타나 흥미롭습니다. 발벽을 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발뼉’이라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발바닥으로 손뼉처럼 치려고 애쓰던 동생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침팬지의 모습을 보고 따라한 것으로 보입니다. 발뼉을 친 거네요. 손톱도 재미있습니다. 톱은 무엇을 자를 때 쓰는 도구입니다. 손톱도 톱 못지않게 유용합니다. 손톱으로 끊어내는 일이 많습니다. 반면에 발톱으로 무엇을 자르는 건 본 적이 없습니다. 진기명기에 나올 만한 일이지요. 아무튼 손톱의 영향으로 발톱이라는 말도 쓰이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손금은 손바닥의 줄을 의미합니다. 손바닥에 새겨진 금이지요. 운명을 점치는 중요한 표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발금’이라는 표현은 없습니다. 발금을 볼 일도 없겠지요. 신체어는 수많은 곳에 응용되어 사용됩니다. 머리는 ‘위’, 허리는 ‘중간’, 다리는 아래를 의미합니다. 산마루를 ‘산머리’라고도 하는데 정상 부분입니다. 산을 넘어가는 부분은 ‘고개’라고 하죠. 신체어가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산등성이는 ‘등’과 관련이 있고, 산허리는 ‘허리’와 관계가 있습니다. 코나 곶이 들어간 지명은 뾰족한 곳을 나타냅니다. 신체 관련 어휘들은 우리말의 특징을 보여주는 보물 창고입니다. 한국어를 가르칠 때 설명해 준다면 더욱 효과적일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가락과 바닥 가락과 바닥 단어 구성 손가락 손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