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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리노] 히말라야산 올가닉 양모 "구름에 안긴 듯 포근"

바야흐로 이불 밖은 위험한 계절이다.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기분을 가장 크게 좌우하기에 숙면과 좋은 컨디션은 고품질 베딩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올겨울 건강한 잠자리와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면 히말라야산맥에서 방목 생산한 양모 가운데 최상급 올가닉 양모만을 사용하는 '올가리노(ORGARINO)' 베딩을 추천한다.     가을겨울 신상품 특별전의 일환으로 올가리노는 무공해 올가닉 침구를 20% 세일하고 있다. 할인 혜택과 함께 이불 또는 요와 커버, 6~8피스로 구성된 풀세트 구입 시 올가닉 담요를 무료 선물로 증정한다.   또한 천연 염료만 사용하여 피부에 닿는 느낌부터 다른 올가닉 이불.요 커버와 천연 내추럴 워셔블 양모 이불은 특별가에 한정 판매하고 있다. 피톤치드 항균가공으로 집먼지 진드기와 알러지 방지 효과가 뛰어난 들꽃 자수 순면이불, 숙면을 유도하는 울리 베개, 순면 명품 브랜드 존 롭쇼우(John Robshaw)는 20% 세일하고 라텍스 요 토퍼(Topper)에 대해서는 20%에 추가 10% 할인 혜택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200년 전통의 독일 명품 브랜드 이베나(IBENA)에서 만든 올가리노 담요는 라지사이즈 구입 시 미듐 사이즈가 추가 선물로 따라오며, 100달러 이상 구입하는 모든 고객에게는 고급 에코백도 무료 선물로 증정한다.     백영번 대표는 "100% 올가닉 양모침구는 오직 올가리노에만 있다"라며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열과 습기는 방출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은 물론, 호흡기 질환 개선 및 피부 건강 등 여러 건강상의 이점이 있는 신비한 양모 과학을 통해 건강한 겨울을 맞이하시길 바란다"라고 소개했다. ▶문의: (213)531-0101   ▶웹사이트: orgarino.com 올가리노 히말라야산 양모 양모 구름 양모 이불 양모 과학

2024-10-29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2001년 9월 11일.     23년 전 오늘, 공포의 바람이 뉴욕 하늘을 뒤덮었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의 아픔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그리고 여기,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가 있다. 사건 당일 남쪽 타워 79층 후지뱅크에서 근무 중이었던 1943년생 김 모 씨는 40분가량 진행된 전화 인터뷰 내내 떨리는 목소리를 여러 번 가다듬으며 긴박했던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언론에 한 번도 나선 적 없었지만, 모두가 기억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 입을 뗐다. 아직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그는 “지금도 말하다 보면 흥분이 돼서 덜덜 떨린다”는 말을 반복했다. 수화기 너머로 긴장감과 두려움이 전해질 정도였다.   ◆구름 한 점 없던 맑은 날   전세계가 공포에 휩싸였던 그날, 김 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출근길에 나섰다. 그는 “유난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욕 스카스데일 집에서 오전 7시반쯤 출발해 8시40분경 자리에 도착했다. 자리 정리를 하고, 늘 그랬듯 화장을 고치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오전 8시46분. 아메리칸항공11편 비행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타워를 향해 돌진했다.   ◆화장을 고치고 나와보니   화장을 고치고 나와보니 평소와 달리 라운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순간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복도로 나와보니 이미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남자 행원들이 그를 향해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고, 이에 급히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79층에서 53층까지. 20층 넘게 걸어 내려오는 동안 김 씨는 정확히 무슨 일이 터졌는지 알지 못했다. “비행기가 사고로 북쪽 타워를 쳤대.” 내려오면서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맑은 날 비행기 사고가 났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고 현장은 소통을 위해 층마다 비상계단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뒀고, 오피스 스피커에서 조그맣게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와글와글한 사람들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다들 조용!” 아래층에 있던 한 남성의 고함에 현장은 일순간 물 끼얹듯 조용해졌다.     ◆분명 ‘세이프존’이라고 했는데   “남쪽 타워는 ‘세이프존’입니다.” 스피커에서는 ‘세이프존’이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됐다. 북쪽 타워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하니, 남쪽 타워에 있는 이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라는 얘기가 들렸다. 도저히 다시 걸어 올라갈 수 없었던 김 씨는 52층 계단 벽에 몸을 기대고 서있었다. 2~3분쯤 지났을까. 찌이이익! 무언가 빌딩을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었다. 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고, ‘테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이 흔들리며 먼지와 파편들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손잡이를 붙잡고 겨우 한 칸씩 내려가고 있는데, 불이 번쩍하며 빌딩 위쪽에 뭐가 부딪혔다. 비명 소리가 들리며 한 남성이 “킵 워킹!”이라고 소리쳤다. 그때부터 아비규환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비틀즈의 노래가 뇌리를 스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계단을 3~4칸씩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잔뜩 겁먹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 김 씨는 빠르게 내려갈 수 없었다. 그때 한 미국 청년이 다가와, “두 유 워너 홀드 마이 핸드?”라고 물었다. 김 씨는 우습게도 그 순간 비틀즈의 ‘아이 원 투 홀드 유어 핸드’라는 곡이 뇌리를 스쳤다고 했다. 그는 노래 제목처럼 청년의 손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청년은 “가끔 빌딩이 바람에 흔들리곤 하는데, 그게 좀 심해진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며 공포에 질린 김 씨를 안심시켰다. 중간쯤 내려왔을까. 함께 내려오던 무리에서 떨어져 자신 때문에 천천히 이동하는 청년에게 미안했던 김 씨는 “이제 내가 알아서 가겠다”며 손을 놨다. 그래도 청년은 쉽게 가지 못하고 자꾸 뒤를 돌아봤고, 김 씨는 “뒤돌아보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전했다.      ━   “죽음을 향해 오르던 소방관의 뒷모습 눈에 밟혀”     붕괴 전 일으켜 세운 소방관 덕에 목숨 구해 김 씨 근무했던 후지뱅크 직원 23명 사망   ◆온 세상이 시꺼먼 재로 뒤덮였다   드디어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3층까지 내려온 김 씨의 귀에 “지하 1층에 도착하면 북쪽으로 뛰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지하 1층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는 직감했다. 엄청나게 큰 일이 터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1m 간격을 두고 양쪽으로 줄을 서 있었는데,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 표정이 엄청나게 심각했다. 하이힐과 휴지 등 물건이 사방에 널려있었고, 대낮인데도 온 세상이 시꺼먼 재로 뒤덮여 있었다. 줄을 따라가다 보니 회전문이 나왔고, 깨진 유리 사이로 빠져나온 김 씨는 강가 쪽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다리가 너무 떨려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신없이 이동하던 그는 순간 뒤를 돌아봤다. 북쪽 타워에서는 90층 즈음에서, 남쪽 타워에서는 김 씨가 다니던 은행이 위치한 70~80층 즈음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처참한 광경을 뒤로하고 전철역에 다다른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게 테러가 맞다면, 전철역 내부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빌딩이 무너질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에, 어디로든 피신해야 했다. 문제는 전철을 이용해 통근하지 않았던 그가 노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무작정 한 여자아이를 따라갔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전철이 김 씨 앞에 섰고, 열차에 올라타 여자아이에게 집 가는 길을 물었다. 그랜드센트럴역에서 환승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렸는데, 공포가 얼마나 거셌으면 열차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무서웠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질질 끌고 환승역에 도착했고, 이때도 열차가 바로 왔다. 김 씨는 “천운이 따랐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시간에, 월드트레이드센터는 붕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죽음 향해 오르던 어린 소방관   오전 11시.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후유증 때문에 아파트마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문 열기도 힘들었다. 그날 김 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올 때, 무거운 도끼를 들고 죽음을 향해 계단을 오르던 소방대원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그는 특히 “내 목숨을 구해준 어린 소방대원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계단을 내려오다 너무 힘들어 주저앉았는데, 무거운 소방호스를 맨 소방대원이 그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곧 건물이 무너질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내려가라”고 등을 밀어줬다. 곧 무너질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 소방대원은 계속해서 계단을 올랐다. 김 씨는 “그 뒷모습이 지금까지도 마음 아프게 자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씨가 근무했던 후지뱅크는 이날 23명의 직원을 잃었다. 그는 “은행 보스들과 시큐리티들은 회사 기밀이 유출될까봐 자리를 지키다가 모조리 희생됐다”고 말했다.     살아나오지 못한 동료들, 그리고 자신을 살려준 어린 소방관을 기억하기 위해서일까. 사건을 겪은 많은 이들이 뉴욕을 떠났지만, “아직도 스카스데일 그 집에 살고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윤지혜 기자구름 특별기획 북쪽 타워 남쪽 타워 월드트레이드센터 북쪽

2024-09-10

[하루를 열며] 구름이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을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구름이는 아들네 집 강아지다. 이제 한 살이 된 구름이는 비단 실처럼 희고 매끄러운 털을 가졌으며, 그 작은 얼굴에 서리태콩을 박아놓은 것 같은 새까만 두 눈과 까맣게 반짝이는 코를 가진 귀여운 아이다. 구름이가 태어난 곳은 서울이며, 1년 전 이곳에 왔을 때는 내 손바닥만 했다.   나는 아들네 뒤뜰에 심어놓은 채소들이 궁금해 가끔 아들 집에 온다. 구름이는 나를 무척 좋아한다. 뭐든지 깨물기를 좋아하는 구름이에게 나는 내 손가락을 깨물어도 그냥 놓아둔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지말라 하지만 조곤조곤 아프지도 않게 깨무는 것을 나는 뿌리치지 않는다.     온 가족이 일터로, 학교로 다 나간 빈집에 구름이는 심심하다. 내가 가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긴 귀털을 휘날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나를 환영하는 세리머니가 너무 격하다 못해 숨이 멎을 듯 헉헉거린다. 그리고는 제 물그릇으로 달려가서는 허겁지겁 물을 핥으며 숨을 고른다. 나의 무릎에 앉아 내 손가락을 깨무는 구름이의 얼굴은 더없이 행복하고 만족한 표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눈빛이다. 그러다가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힐끔거리며 내 눈치를 본다. 나도 일어서야 할 순간 때문에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마침내, 아이를 밀치고 일어서는 나 자신이 표독하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다. 내 뒤 꼬랑지를 붙들고 서 있을 아이를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나와 그대로 닫았다. 그런데 종일 내 눈앞에 구름이가 보인다. 실망스러운 슬픈 눈빛을 하고….     요즘엔 개의 위치가 많이 달라져 있다. 사람을 위로하는 반려견으로….   아이들에게 개의 존재는 더 각별하다. 뭐라 가늠할 수 없는 살붙이처럼 애정을 쏟게 하는 친구라 할 수 있다. 심신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나 외로운 노인들에게도 개는 참 좋은 가족이 된다. 개는 예쁘기도 하지만 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살갑게 구는지 스스로 대접받게 한다. 이 각박한 세상에 누가 저만큼 주인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며 충성을 다 하겠는가? 개는 주인이 젊었든지 늙었든지 생김이 잘생겼든 못생겼든 상관하지 않는다.     호머의 소설 『오디세이아』에 아르고스라는 개 이야기가 나온다. 아르고스는 오디세우스가 키우던 개 이름이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나갔다가 고생 끝에 20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오디세우스가 없는 궁궐에는 아름다운 오디세우스의 아내 펠레로페에게 청혼하러 몰려든 구혼자들이 매일 살림을 축내며 흥청거리고 있었다. 아테나 여신은 오디세우스를 늙은 거지로 변신시켜 그들에게 복수하도록 돕는다.     오디세우스가 사랑하며 키우던 아르고스 개는 돌보는 이 없이 거리를 떠돌면서 20년 동안 매일 궁궐 문 앞에 앉아 돌아올 주인을 기다렸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거지 행색의 오디세우스를 아르고스는 바로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지만 주인을 만난 아르고스는 늙은 몸으로 너무 흥분하고 기진하여서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구름이도 주인의 발걸음, 목소리, 그림자까지도 아는 것 같다. 밖이 보이지 않는 집안에서 길 건너의 그 어떤 움직임에도 호되게 반응하며 짖어대지만, 내가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일을 해도 짖지 않는다. 일을 마치고 문을 열면, 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구름이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뛰어오른다.   구름이가 아주 어렸을 적, 밥 먹는 식탁 아래서 간절한 눈빛으로 음식을 달라는 구름이에게 슬쩍 먹던 음식을 떨어뜨려 준 적이 있었다. 그것을 본 8살 손자는 사람 음식을 주면 강아지가 죽는다고 했다며 ‘She will be die’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죽어도 저렇게 눈물을 흘릴까 싶게 당황스러웠지만, 순진한 어린아이는 사랑하는 개를 잃게 되지 않을까 가슴으로 흘리는 슬픈 눈물이었던 것이다. 이경애 / 수필가하루를 열며 구름 구름이의 얼굴 오랫동안 오디세우스 구름이도 주인

2024-04-17

[이 아침에] 삶 속의 죽음

생명을 가진 존재는 누구나 세상 밖으로 사라진다. 아무도 몇 분 후에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이나 준비함이 없다.     최근 몇 달 동안 내 주변에서 정을 준 많은 사람이 떠나갔다. 그들에게도 예상하지 않았던 죽음이 한순간에 닥쳐왔다. 모든 꿈도 삶의 기쁨도 소망도 한순간 구름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성경에는 “죽음이 너희에게 도적 같이 오리라”고 했다. 그토록 삶은 질기고 길면서도 또 한순간처럼 허무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생명의 불가사의를 뜻하고 있다.   떠난 자들의 슬프지 않은 뒷모습은 없기에 아픔과 슬픔으로 몸도 마음도 슬픔의 덫에 걸려 삶의 기쁨이란 하나도 없는 것처럼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 묻어 있는 시간을 보냈다. 나의 고통 뒤에는 떠남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있었기에 더 괴로운 것이었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슬픔의 고통은 충분했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의 죽음을 봤고 또 경험했지만 황혼의 나이가 되도록 동물이 죽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가슴에 금이 가는 아픔을 안고 반려견이었던 큐팁이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큐팁이는 15년 전 우리 집에 입양되면서 가족이 됐다.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귀염둥이였고 외로움을 풀어주던 친구였다. 세월에 예외 일 수 없었던 큐팁이도 노년에 들어서며 신장에 문제가 생겨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났다.     큐팁이가 머물다 간 15년의 흔적이 너무나 커 쓸쓸하고 허전한 여운을 남기지만 우리 가족은 큐팁이와 함께 행복했던 그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큐팁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작가 윌리스 사이프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에 관해’라는 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순진무구하게 의존하며 우정과 사랑을 준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은 채 온전히 받아들인다. 우리가 삶에서 바라는 역할이 무엇이든, 동물들은 그것이 되어주며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동물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동물과의 우정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목적의식,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개인적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작가의 글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며 충실과 헌신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반려견이라는 생각이다.     아픔이나 괴롭고 슬픈 일일망정 가득히 담겨있는 것이 삶의 무게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 해도 저물어가는 12월에 있다. 인생은 이별을 준비하는 삶이기에 날마다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고 있는 시간 속에 떠난 자들에게 못다 한 사랑을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쓴 약처럼 아프게 가슴 속을 흘러내리며 12월의 마음은 의미 있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사랑이라는 유전자가 내재해 있어 사랑은 또 다른 생명에게로 이어질 것을 믿기에 맑고 밝은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 이 해 마지막 달에 바치고 싶다. 눈 부신 빛 한 올이 저만치서 오고 있다. 나는 일어선다. 김영중 / 수필가이 아침에 죽음 한순간 구름 우리 가족 작가 윌리스

2023-12-15

“하루하루를 옮긴 글에 그리움 가득 차”

“엄마가 살아온 인생과 엄마의 생각을 결과물로 내놓고 싶었습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이현숙) 이사장인 김카니(사진) 수필가가 ‘구름이 붓이 되어’(선우미디어·사진)를 출간했다.     김카니 작가는 결혼 후 이민 와 늦은 나이 육아를 병행하며 패션스쿨에서 공부했다. LA 다운타운에서 아동복을 시작으로 직접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세일즈랩을 고용하고 쇼룸을 운영하면서 메이시 등 대형 백화점은 곧 고객이 됐다.     패션 비즈니스에서 성공을 맛보고 한국에 진출해 백화점에 브랜드를 입점했지만, IMF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순서가 바뀐 가족의 죽음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시련과 고통을 틈틈이 일기처럼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김 작가는 “10년 사이 사랑하는 가족들을 잃으면서 위로받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손자들의 출생으로 슬픔을 치유하게 됐다”며 “하루하루 그대로 글로 쓴 것을 모은 이번 수필집 한 권이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구름이 붓이 되어’는 42편의 에세이와 영어 버전 8편 등 총 50편을 수록했다. 김 작가의 자녀가 친구에게 영어 버전으로 보낸 에세이에 공감 가득한 뜨거운 리뷰반응을 얻고 영어버전 작품도 함께 실었다.     김 작가는 “다음 책은 또 다른 삶을 사는 나를 찾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사진이 수록된 여행에세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카니 작가는 재미수필 신인상을 받고 한국 ‘그린에세이’로 등단했으며 현재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구름이 붓이 되어’ 출판기념회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용수산에서 열린다.     ▶문의: (323)440-1051 이은영 기자수필집 구름 현재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영어버전 작품 패션 브랜드

2023-02-05

[이 아침에] 무례한 세상을 품위 있게 살기

말짱한 오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지나던 태양이 온 세상을 찬란하게 비추던 날이었다.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며 힘차게 달리는 픽업트럭을 따라 한적한 길을 조신하게 가고 있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물벼락이 쏟아졌다.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어디선가 날아온 물방울이 앞 유리창에 들이쳤다. 반사적으로 윈도 브러시를 움직여 차 유리창에 흩뿌려진 물방울을 닦아내면서 앞차를 보니 앞차의 윈도 브러시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앞차에서 유리창을 닦으려고 물을 뿜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른하늘에 물벼락이 쏟아질 리가 없지 않은가? 무례했다. 어떻게 감히 나에게 그럴 수가 있는가? 차선을 바꾸고 속도를 올려 나에게 물을 뿌린 무례한 자동차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픽업트럭을 모는 무례한 운전자는 뒤에서 얼마나 황당한 일을 당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목사만 아니었다면 경적을 거칠게 울리고, 헤드라이트도 껐다 켰다 하면서 그 운전자가 뒤차에 얼마나 무례한 짓을 했는지를 알렸을 것이다. 아니면 그 차 앞으로 끼어들어 똑같이 물을 뿜어 소심한 복수라도 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목사인데 품위를 지켜야지.’ 꼭 목사가 아니더라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는 현대인에게 품위가 있다면 그 정도 무례함은 적당히 눈감아 줄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억지로라도 너그러운 마음을 품으니 훨씬 편안해졌다. 품위를 지킨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가던 길을 갔다.     그다음 날도 같은 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또 물벼락이 쏟아졌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내 앞에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앞에서 물을 뿜는 자동차도 없었는데, 마른하늘에 물벼락이라니? 윈도 브러시를 작동시키면서 룸미러로 뒤를 보니 내 차를 따라오던 뒤차도 깜짝 놀랐는지 멈칫하더니 윈도 브러시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무례한 사람이라는 누명을 쓸 차례였다. 내가 물을 뿜은 것이 아니라고,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내가 그렇게 무례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괜한 오해로 불필요한 다툼에 휘말리는 것은 더더욱 원치 않았다.     다행히 그 차의 운전자도 품위를 지키는 사람이었나 보다. 아무런 불만 표시 없이 그저 가던 길을 갈 뿐이었다. 그 물벼락의 정체는 며칠 후 밝혀졌다. 이번에도 같은 길을 달리고 있었다. 두 번이나 물벼락을 맞은 곳을 지날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어디선가 날아온 물방울이 유리창에 흐트러졌다.  여전히 날은 맑았고, 앞에서 물을 뿜을만한 자동차도 보이지 않았다. 범인은 길옆에 있는 공장에서 넘어온 물줄기였다. 공장을 드나드는 큰 트럭들을 청소하려고 틀어놓은 물인지, 시간 맞춰 나오는 스프링클러의 물인지는 모르지만, 사람 키의 두 배도 넘는 높다란 담장 너머에서 날아온 물줄기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마터면 사소한 오해로 품위를 잃어버릴 뻔했다. 앞뒤 사정도 모른 채 앞차의 무례함을 탓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세상이 나에게 무례할 때가 있다. 그 무례함을 꾸짖기 전에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사정을 헤아리는 여유를 갖자. 그 여유가 무례한 세상을 품위 있게 살게 해 줄 것이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무례 품위 윈도 브러시 앞뒤 사정 오후 구름

2022-10-10

구름이 무심탄 말이 -이존오(1341~1371)

구름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중천(中天)에 떠 있어   임의(任意)로 다니면서 구태어 광명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   -병와가곡집   햇빛을 가리는 구름   구름이 마음이 없다는 말은 아마도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다. 하늘에 높이 떠서 마음대로 다니면서 구태여 밝은 햇빛을 따라가며 덮지 않느냐?   때는 고려 공민왕. 사랑하던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으로 죽자 왕은 정사에 뜻을 잃었다. 나랏일을 승려 신돈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진평후라는 높은 벼슬에 올라 국정을 좌우하던 신돈을 정언(正言) 이존오가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오히려 왕의 미움을 사 투옥됐다.     이 시조는 그 무렵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름’은 신돈, ‘햇빛’은 공민왕을 가리키며, 노래 전체는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이색 등 대신들의 변론으로 간신히 극형을 면한 이존오는 낙향해 은둔생활을 하며 울분 속에서 지내다가 31세 나이로 죽었다. 신돈은 요승으로 폄하되지만 왕이 권문세가들을 억누르는 개혁을 위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승려를 이용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 그는 토지를 농민에게 보급하고 양인이 노비가 된 자를 석방했다. 그러나 반대파의 공격과 개혁정책에 염증을 느낀 공민왕에게 제거됐다.     이 시조는 시대를 넘어 교훈을 준다. 오늘은 햇빛을 가리는 구름이 없는 것인가?   유자효 / 시인구름 승려 신돈 고려 공민왕 왕비 노국공주

2022-03-30

오광운 시인 신작 출간…두 번째 시집 ‘바람의 끝’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오광운(사진) 시인이 최근 두 번째 시집 ‘바람의 끝’(표지 사진)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 된 ‘바람의 끝’에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힘들었던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떠가는 구름, 바람의 눈, 붉게 떨어지는 노을 등을 언급하며 독자들이 지나쳤을 순간을 시에서 생생하게 담아내며 위로를 건넨다.     오 시인이 코로나19를 직접 경험한 내용을 담은 시들도 담겼다. ‘기습’에서 그는 ‘밀착되어 온 복병’, ‘아무도 몰랐던, 무능한 방어벽이었다’라는 표현으로 코로나19의 느낌을 적어냈다.     그는 팬데믹이 막 시작할 때 코로나19를 몸소 겪기도 했다. 오 시인은 “많은 분이 걱정해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에 잘 극복했다”며 “다시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심정으로 시를 썼다”고 전했다.     롱아일랜드 끝자락에 거주하는 그의 취미는 편도에 10시간 넘게 걸리는 원양낚시(deep fishing)다. 오 시인은 “8~10시간가량을 배에서 자고 먹으며 낚시를 하니 시상은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셈”이라고 했다. 약 35년간 서폭카운티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산 그는 특히 자연시에 강하다.     시집에 담긴 사진들 역시 모두 오 시인이 직접 찍었다. 표지사진으로 쓰인 앙상한 단풍나무는 그가 매일같이 만나는 나무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31일 밤에 찍었다. 오 시인은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모습이 ‘바람의 끝’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표지를 자세히 보면 왼쪽엔 달, 오른쪽 아래엔 금성도 찾아볼 수 있다”며 웃었다. 김은별 기자오광운 시인 오광운 시인 구름 바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2021-11-10

[이 아침에] 우리 삶의 두 가지 설거지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은 가뭄과 산불로 속절 없이 타들어 가던 마른 땅에 잠시나마 해갈의 기쁨을 안겼다. 남가주에 내린 비는 땅만 축이지 않았다. 팬더믹 여파로 잔뜩 긴장한 채 버티느라 강퍅해진 우리의 마음도 촉촉하게 적셨다.     온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마음이 괜스레 울적해지면서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잿빛 구름으로 덮인 하늘에 제비가 낮게 날고, 꿉꿉해진 땅에 흙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집마다 장독대 닫는 소리가 들렸다. 마당에 널어 놓은 빨래며 옥상에 말리던 고추를 거둬들이는 손길도 분주히 움직였다.     비가 오려고 하거나 올 때, 비에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거나 덮는 일을 비설거지 혹은 그냥 설거지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설거지는 먹고 난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말한다. 또, 어떤 일을 치른 다음에 하는 뒤처리도 설거지라고 한다. 때로는 잘 드러나지 않기에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뒤치다꺼리를 설거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설거지는 나중에 하는 설거지와 미리 하는 설거지가 있다. 일이 끝난 후에 하는 정리와 마무리가 나중에 하는 설거지라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해서 치우거나 덮는 일은 미리 하는 설거지다.     세상에는 나중에 하는 설거지도 많지만 미리 해야 하는 설거지도 꽤 있다. 여름 내 입었던 가벼운 옷을 집어넣고, 두툼한 옷을 꺼내는 겨울 채비도 미리 하는 설거지다. 앞길을 가로막는 어려움을 하나하나 치우며 가는 노력도 미리 하는 설거지다.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이것도 미리 하는 설거지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보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고, 어수선산란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설거지를 한다. 주소록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넣고 빼면서 관계의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그동안 오해로 서운했던 기분은 풀고, 미안한 마음은 사과와 용서로 정리하는 것은 감정의 설거지다. 한 해 동안 앞뒤 가리지 않고 쏟아부었던 말을 어느 정도 쓸어 담는 것은 언어의 설거지다. 새로운 기대와 함께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다짐과 빈틈없는 자세로 새해를 맞으며 미리 하는 설거지도 한다.     인생에는 두 가지 설거지가 모두 필요하다. 인생을 잘 정리하는 뒷설거지도 있어야 하지만, 삶의 마무리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미리 하는 설거지도 중요하다. 인생을 정리하는 이 두 설거지에는 차이가 있다. 세상에서는 뒷설거지나 미리 하는 설거지가 모두 내 몫이지만 인생의 설거지는 그렇지 않다. 미리 하는 설거지는 내가 할 수 있지만 나중에 하는 뒷설거지는 누군가가 나 대신 해줘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정리할 때 하기 싫은 설거지 억지로 하지 않도록 미리 하는 설거지를 통해 인생이라는 그릇을 어느 정도 깨끗하게 치워야 할 때다. 욕심, 교만, 시기, 미움, 속상함, 억울함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은 그릇의 설거지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낸 생채기는 누가 아물게 할 것인가?   비가 내리기 전 덮을 것은 덮고 치울 것은 치우는 비설거지를 하듯, 인생이 저물기 전 미리 하는 설거지를 통해 뒷설거지하는 이가 민망해하지 않도록 정리할 것은 정리하며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가을비를 통해 배웠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설거지 욕심 교만 겨울 채비 잿빛 구름

202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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