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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삶 속의 죽음

생명을 가진 존재는 누구나 세상 밖으로 사라진다. 아무도 몇 분 후에 닥쳐올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이나 준비함이 없다.  
 
최근 몇 달 동안 내 주변에서 정을 준 많은 사람이 떠나갔다. 그들에게도 예상하지 않았던 죽음이 한순간에 닥쳐왔다. 모든 꿈도 삶의 기쁨도 소망도 한순간 구름처럼 산산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성경에는 “죽음이 너희에게 도적 같이 오리라”고 했다. 그토록 삶은 질기고 길면서도 또 한순간처럼 허무하고 내일을 알 수 없는 생명의 불가사의를 뜻하고 있다.
 
떠난 자들의 슬프지 않은 뒷모습은 없기에 아픔과 슬픔으로 몸도 마음도 슬픔의 덫에 걸려 삶의 기쁨이란 하나도 없는 것처럼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 묻어 있는 시간을 보냈다. 나의 고통 뒤에는 떠남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있었기에 더 괴로운 것이었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슬픔의 고통은 충분했다.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의 죽음을 봤고 또 경험했지만 황혼의 나이가 되도록 동물이 죽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런 내가 가슴에 금이 가는 아픔을 안고 반려견이었던 큐팁이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큐팁이는 15년 전 우리 집에 입양되면서 가족이 됐다.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귀염둥이였고 외로움을 풀어주던 친구였다. 세월에 예외 일 수 없었던 큐팁이도 노년에 들어서며 신장에 문제가 생겨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났다.  
 


큐팁이가 머물다 간 15년의 흔적이 너무나 커 쓸쓸하고 허전한 여운을 남기지만 우리 가족은 큐팁이와 함께 행복했던 그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큐팁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작가 윌리스 사이프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에 관해’라는 글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반려동물은 우리에게 순진무구하게 의존하며 우정과 사랑을 준다. 무엇보다도 반려동물은 우리를 판단하지 않은 채 온전히 받아들인다. 우리가 삶에서 바라는 역할이 무엇이든, 동물들은 그것이 되어주며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동물들을 통해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동물과의 우정은 우리에게 안정감과 목적의식,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개인적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작가의 글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인간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며 충실과 헌신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것이 반려견이라는 생각이다.  
 
아픔이나 괴롭고 슬픈 일일망정 가득히 담겨있는 것이 삶의 무게가 아니겠는가 싶다.
 
이 해도 저물어가는 12월에 있다. 인생은 이별을 준비하는 삶이기에 날마다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고 있는 시간 속에 떠난 자들에게 못다 한 사랑을 생각하니 부끄러움이 쓴 약처럼 아프게 가슴 속을 흘러내리며 12월의 마음은 의미 있는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인간에게는 불가항력적인 사랑이라는 유전자가 내재해 있어 사랑은 또 다른 생명에게로 이어질 것을 믿기에 맑고 밝은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 이 해 마지막 달에 바치고 싶다. 눈 부신 빛 한 올이 저만치서 오고 있다. 나는 일어선다.

김영중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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