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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무심탄 말이 -이존오(1341~1371)

구름이 무심(無心)탄 말이  
아마도 허랑(虛浪)하다
중천(中天)에 떠 있어  
임의(任意)로 다니면서
구태어 광명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
 
-병와가곡집
 
햇빛을 가리는 구름
 
구름이 마음이 없다는 말은 아마도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다. 하늘에 높이 떠서 마음대로 다니면서 구태여 밝은 햇빛을 따라가며 덮지 않느냐?
 
때는 고려 공민왕. 사랑하던 왕비 노국공주가 난산으로 죽자 왕은 정사에 뜻을 잃었다. 나랏일을 승려 신돈에게 맡기다시피 했다. 진평후라는 높은 벼슬에 올라 국정을 좌우하던 신돈을 정언(正言) 이존오가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오히려 왕의 미움을 사 투옥됐다.  
 
이 시조는 그 무렵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구름’은 신돈, ‘햇빛’은 공민왕을 가리키며, 노래 전체는 당시의 정치적인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이색 등 대신들의 변론으로 간신히 극형을 면한 이존오는 낙향해 은둔생활을 하며 울분 속에서 지내다가 31세 나이로 죽었다. 신돈은 요승으로 폄하되지만 왕이 권문세가들을 억누르는 개혁을 위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승려를 이용했다는 설도 있다. 실제 그는 토지를 농민에게 보급하고 양인이 노비가 된 자를 석방했다. 그러나 반대파의 공격과 개혁정책에 염증을 느낀 공민왕에게 제거됐다.  
 
이 시조는 시대를 넘어 교훈을 준다. 오늘은 햇빛을 가리는 구름이 없는 것인가?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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