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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성지 순례

노트르담의
 
종소리,
 
하늘을 가르고
 
침묵 속에 잠겨있는
 
영원의 도시
 
수백 년 된 성자의 그림자,
 
바실리카 내부의 명멸하는 푸른 빛
 
촛불 높이 치켜들고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
 
시온산을 오르듯 주님의 산을 오른다.
 
 
 
하루종일
 
비는 축복처럼 내리고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들
 
기도하는 성인들 같다.
 
 
 
저녁 어스름 타고
 
무리 지어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이 잠자는 나의 꿈을 깨운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는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은
 
 
 
오늘,
 
금빛 구름 위에
 
나를 눕힌다.

이춘희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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