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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명 참여 “파도에 부딪혀도 단단한 신앙”

 플라워마운드 교회(담임목사 최승민)에서는 지난 주 7월25일(목)부터 28일(일)까지 “파도에 부딪혀도 단단한 신앙(Breaker Rock Beach)” 이라는 주제로 여름성경학교(이하 VBS)를 열고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는 로마서 12:2 말씀으로 결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진리에 대해 배웠다. VBS는 “진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Truth Comes from God)”, “하나님의 계획이 가장 좋다(God’s Plan is Best)”, “모든 사람들은 예수님을 필요로한다(Everyone Needs Jesus)”, “예수님이 유일한 길이다(Jesus is the Only Way)”,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자(Speaks the Truth in Love)”라는 소주제에 맞춰서 매일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VBS에는 70명 남짓의 어린 아이들과 초등학생들이 참석했으며 교사와 발런티어를 포함하여 총 100여 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1시까지 함께 모여 즐겁게 성경말씀을 배우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VBS에 참석한 모든 아이들은 먼저 본당에 모여서 함께 기도와 찬양으로 예배드리고 이야기와 연극 형식으로 성경말씀을 들으며 성경구절을 암송했고, 이후 그룹별로 나뉘어져 다른 활동들이 준비된 각각의 스테이션으로 이동했다. 프리스쿨, 유치부-1학년, 2-3학년, 4-5학년 이렇게 4 그룹으로 나뉘어 게임, 성경공부, 크래프트, 스낵 시간을 로테이션으로 가졌으며, 이후 본당에 다시 모여서 찬양과 율동으로 예배하고 선교에 관한 비디오를 시청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플라워마운드 교회는 남침례교단 소속으로, 달라스 한인 제일 침례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던 김경도 목사(현, 은퇴 목사)가 헌신하여 1999년 1월 24일에 한인들이 많이 이주하던 루이스빌과 플라워마운드 경계 지역에 세워져 현재의 규모로 부흥 성장하였다. “다함께 배우며 섬기고 선교하는 교회(마태복음 9:30)”의 비전에 따라 구원받은 백성, 배우는 제자, 섬기는 사역자, 그리고 전하는 사명자를 실천해오고 있다. 초대 김경도 담임목사 후임으로  최승민 목사가 제 2대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문의 214.513.7707 또는 contact@fmkchurch.com.       캐서린 조 기자참여 파도 담임목사 최승민 플라워마운드 교회 플라워마운드 경계

2024-08-02

이·팔 전쟁에 NYPD 경계 강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뉴욕시도 도심 전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관련 시위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갑작스러운 충돌과 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19일 N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시경(NYPD)은 모든 경찰에게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전원 제복을 입고 근무하라”고 통지했다.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연차나 휴가 등도 사용할 수 없다. 테러 등에 대비한 사실상 비상근무 체제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NYPD는 “현재 뉴욕시에 구체적 위협은 없지만, 예방 차원”이라며 시민들이 과도한 불안에 떨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뉴욕시 곳곳에 위치한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은 물론이고 타임스스퀘어역, 그랜드센트럴역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 배치된 경찰 수도 부쩍 늘었다. 출퇴근길 전철역 개찰구 앞에서 경찰들이 신원확인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이스라엘 남부에서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역시 집회에 참석해 연설했다. 주최측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납치된 이들의 얼굴을 띄웠다.  김은별 기자전쟁 경계 경계 강화 타임스스퀘어역 그랜드센트럴역 전체 경계

2023-10-19

[열린광장] 나와 대중의 경계에서

한국의 수도권 전철인 양재역, 신분당선과 3호선의 환승 통로에 이어지는 이 곳의 인파는 개울물 흐름 같다. 입술은 침묵하고, 기린처럼 펭귄처럼, 혹은 오리 떼처럼 양방향으로 가쁘게 순행한다. 이따금 귀따가운 조잘거림이 거슬리지만 곁가지로 제쳐지기 마련이다. 개울은 그렇게 끊임없이 흐를 것이다.     전동차에 올라서도 침묵은 계속되고, 서서도 앉아서도 각자도생, SNS에 몰입하거나, 시선의 피난처를 찾거나, 혹은 수면의 늪에 빠져 있다. 바로 옆의 승객과도 눈길 한 번 나누지 않는다.     거리에 나가서도, 상가에서도 유리벽을 친 듯이 서로 무관심하고 매정하다. 세상이 묵언고행(默言孤行)의 도가니이지 싶다.  누구나 집을 나와 떠돌더라도 보이지 않게 가정과 친지들, 동료들, 그리고 일터 같은 사회적 얼개와 제도에 연결돼 있다. 항공모함을 떠난 전투기들이 모함과 불가분의 관계인 점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흩어져 있으면 개성을 품은 시민이고, 모이면 고기압의 군중이 되곤 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습관처럼 신문과 TV 뉴스를 잠깐 들여다본다. 지하철역까지 나오는 동안에는 아직 따끈한 뉴스의 내용과 그와 연관된 세상사가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맴돈다. 매스 미디어는 몰려오는 소식 만이 아니라 생활과 정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적인 요인과 현상을 두뇌 깊숙이 쏟아붓는다.     21세기의 대중은 대중문화를 포식하며 놀랍게 성장하고 있다. 대중문화를 입고, 대중문화를 숨 쉬고, 대중문화 속을 헤엄치고 있는 나도 대중인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음을 빤히 알면서도 때때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이유는 대중의 양면성 때문이리라.         지구촌이 현대에 이르러 산업화로 치달으면서 대중의 기세는 온 누리에 걸쳐 팽창 일로를 걸었다. 조직화하지 않은 상태지만 뭉치면 엄청난 위력으로 폭발할 잠재력을 내장하고도 있다. 시민사회의 보편주의를 전통사회의 권위주의보다 우위에 견인했고, 인본을 신장시킨 사회변동의 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회사이다. 반면에 대중은 구체적인 상수 개념이 아니고 비조직적이다가 일단 군중으로 모이면 대중심리를 타고 고도의 휘발성을 띄기 때문에 위험하고 무섭다.       민주 국가에서 정당한 민의가 국정과 사회 경영에 효율적으로 반영되는 일이 최우선적 과제임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사사로움이나 불순함이 개재되는 일은 오랜 걱정거리였다. 사회학자 칼 만하임이 지적한 대로 원자화되고, 불안정하고, 무기력하게 흩어져 있는 대중은 소수의 엘리트나 파시즘, 공산주의 같은 권위주의에 의해 조작, 오도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 대중 스스로에게도 독약이 아닐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는 금과옥조이다.  광화문과 시청 앞에 운집하는 격정적이고 유동적인 대중의 중심을 이성과 합리성으로 순화된 건실한 공중이 지탱해 줄 수는 없을까? 나와 대중의 경계에서 대중사회의 어렵고 예민한 테마, 그 좌표와 미래를 부둥켜안고 고뇌에 빠지곤 했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열린광장 대중 경계 입고 대중문화 대중 스스로 파시즘 공산주의

2023-10-03

여행지의 만남, 친밀과 사랑의 경계

  인류학자인 마르크 오제가 제안한 용어 '비장소(Non  place)'는 여행객이나 손님과 같은 존재들에게 주어진 일시적 정체성의 장소들이다. 통과 공간들인 호텔, 기차역, 여행지의 거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영화 '러스트 인 트랜스레이션'은 두 남녀가 지나가는 길에 비장소에서 잠시 만나 서로에 대해 애정을 느끼고 다시 헤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도쿄의 파크하이야트 호텔은 주인공 밥의 표현대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불면의 밤, 두 남녀의 즉흥적 접촉을 가능케 하는 비장소이다.   일상이 무료하고 외로운 50대의 유부남 밥(빌 머레이)과 20대의 기혼녀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도쿄의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다. 산토리 위스키 광고 촬영 차 일본을 방문 중인 스타 배우 밥은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갓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과의 사이에 뭔지 모를 거리감으로 외롭고 불안하다.   번민하는 두 사람은 호텔 재즈바에서 우연히 만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상대방의 모습 속에 서로 공감하고 도쿄 시내를 함께 거닐며 각자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든다.   '러스트 인 트랜스레이션'은 거장 프란스시 포드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가 도쿄에서 지내던 시절의 경험과 영감을 토대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발표되던 해인 2003년, 거의 모든 비평가 그룹의 톱 10에 선정됐고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머레이와 요한슨은 BAFTA에서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코폴라 감독은 네온사인의 번잡한 불빛 아래 고립된 두 남녀의 데자뷔를 통해, 관계에서 전달되지 않고 소멸되버리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두 사람 모두 적당히 편안한 결혼 생활과 직업이 제공하는 도시의 낭만과 안락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각자의 단절된 결혼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단지 불편함과 고독을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는 표면적으로 여행지에서의 짧은 만남과 두 사람이 나누는 우정에 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사랑 이야기다. 사랑의 정점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호한 정서의 영역에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그 어떤 의미들을 탐구하는 영화 Lost in Translation!     번역(Translation)은 종종 본래의 의미를 지워버린다.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그 의미들을 매 순간 포착하여 아름다운 설렘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건 빌 머레이와 당시 17세에 불과했던 스칼렛 요한슨의 케미 연기이다.   관객은 두 사람의 말과 몸짓,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기호와 표현에, 이제 그들이 사랑을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내심 '불륜'을 승인한다. 섹스는 수평선 너머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섹스 이상의 친밀감으로 소통하고 있다. 관객은 그들이 나누는 감정들이 상실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혹여 밥의 농담에 담긴 진담의 의미들이 잃어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밥과 샬롯이 처음 만나는 장면. 근사한 중년 남자 밥은 처음 만난 20대 중반의 기혼녀 샬롯에게 "이 감방 같은 호텔에서 함께 도망갈까"라는 농담 섞인 제안을 하고 그녀는 "짐을 가지고 나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라고 재치있게 응수한다. 그들의 일주일간의 밤은 불면과 둘만의 외출로 채워지고 침대 위에서의 긴 대화로 이어진다.   밥과 살롯은 결혼 상태다. 밥은 아내를 '함께 가정을 꾸려가는 사람'으로 표현한다. 샬롯은 남편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밥이 호텔 재즈바에서 노래하는 가수와 하룻밤을 보낸 사실을 알고 샬롯은 놀라지만 둘의 '관계'를 파기하지는 않는다.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듯한 느낌의 영화. 남편이 호텔을 떠나 있는 불과 며칠 동안 서로가 서로를 소울메이트라 느끼며 나누는 사랑 이야기. 친밀과 사랑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기호들과 속빈 의미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소통. 그럼에도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어떤 의미들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헤어져야 하는 시간에 이른다.   영화는 밥이 샬롯에게 귓속말로 건네는 마지막 대사를 관객에게 '의뢰'하고 결론 없이 끝을 맺는다. 밥은 샬롯에게 뭐라고 얘기했을까?   "이제 가야 해, 하지만 우린 헤어지는 건 아니야."   어쩌면 처음부터 밥과 샬롯의 관계는 로맨스였을지도 모른다. 김정 영화평론가여행지 경계 호텔 재즈바 파크하이야트 호텔 호텔 기차역

2023-09-29

코리아타운 조형물 훼손, 3년째 방치

LA한인타운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이 파손된 상태로 3년째 방치돼 있다. 주민들은 그간 시의원 사무실과 한인 단체들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윌셔센터-코리아타운 주민의회(WCKNC)에 열흘간 들어온 민원 14건 중 5건이 올림픽 불러바드의 한인타운 상징 조형물 파손에 관한 것이었다. 〈본지 7월 24일자 A-1면〉     버몬트와 웨스턴 사이 올림픽 불러바드 선상에는 소형 탑 형태의 ‘WELCOME’이 적힌 조형물 두 개가 각각 파손된 채 쓰러져 있다. 하나는 호바트 불러바드, 다른 하나는 켄모어 애비뉴 인근에 있다.     쓰러진 조형물들에는 페인트칠로 낙서가 돼 있었고 기단 부분이 그대로 뽑혀나간 모습이다. 현재는 LA시가 설치한 플라스틱 바리케이드와 노란 테이프로 주위가 둘러싸여져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조형물이 파손된 원인으로는 자동차 충돌, 강풍, 갱단 소행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형물이 파손된 것은 지난 2020년 11월쯤이다. 당시 한 주민은 본지에 제보를 통해 하루아침에 호바트쪽 조형물이 쓰러졌다고 알렸다. 〈본지 2020년 12월 1일자 A2면〉   문제는 3년이 다 돼가도록 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인타운에 20년째 거주 중인 재니스 이씨는 “지난 1년간 지켜봐 왔는데 아무도 고치지 않아서 이번에 주민의회에 처음으로 연락해보게 됐다”며 “그동안 한인타운의 일을 나서서 해줄 곳이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20여년간 타운에서 근무했다는 직장인 케이디 서씨는 “수많은 사람이 매일같이 다니는 올림픽 길에서 한인타운 경계를 알리는 중요한 상징물인데, 오랫동안 훼손된 채 방치돼있어 기분이 좋지 않다”며 “1년 전 LA한인회에 건의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 시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조형물은 ‘올림픽 불러바드 재단장 프로젝트(Olympic Blvd. Streetcape Project)’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에 세워졌다. 이 조형물들 외에도 당시 구 모양의 ‘KOREATOWN’ 조형물이 킹슬리 드라이브 인근에 있었지만 지난 2018년 LA시가 수거해 간 뒤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길 조형물들의 관리 부실의 근본적 이유는 이것들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단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WCKNC는 전했다.     마크 이 WCKNC 의장은 “정부는 재개발 예산만 지원하고 유지·보수 비용은 커뮤니티에서 충당해야 한다”며 “당시 올림픽길 건물주·사업가들로 모인 올림픽 BID(경제개발구역)를 조성해 세금을 걷어 유지·보수 비용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민의회의 협조가 필요한 일인데, 올림픽 길을 남북으로 나눠맡고 있는 피코-유니언 주민의회 소속 주민들은 당시 이를 반대했고, WCKNC는 내부 분란으로 소란스러운 상태였다고 그는 부연했다.     이 의장은 다음 달 정례회의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거친 뒤 주민의회 기능인 ‘커뮤니티 영향 보고서(Community Impact Statment·CIS)’를 제출해 조형물 보수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CIS는 결과적으로 LA시의회를 통해 관할 부서에 전달된다.     리 의장은 “가시적인 결과가 있기까지 3~4개월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장수아 jang.suah@koreadaily.com타운 상징물 한인타운 상징 한인타운 경계 그동안 한인타운

2023-07-24

[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삶과 죽음의 경계. 국경

국경은 경계를 가르는 선이다.     단순하게 그어놓은 선이 아니다. 지금 그곳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지난 11일 불법 이민 금지 규정인 타이틀42가 종료됐다. 그러자 선을 넘고자 하는 이들이 몰리고 있다. 국경수비대는 66만 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그들에겐 ‘불법’이란 딱지가 붙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들을 막아서기 위해 군병력을 파견했다. 지난 5월 9일 단 하루에 1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체포됐다.   플로리다의 드 산티스 주지사는 병력은 물론 항공기, 이동식 지휘 차량까지 보낼 예정이다.   미국은 막아서려 하고, 이민자는 어떻게든 선을 넘으려 한다. 국경은 지금 전장과 같다. 사투는 때론 죽음까지 부른다.   칼렉시코(Calexico)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도시다.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의 조합이 도시명이 됐다. 이름처럼 양국의 정서가 조화롭게 배어있는 지역이다.  칼렉시코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다. 사막을 지나야 하는 불법 이민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게 되는 곳이다. 도시명과 달리 현실은 냉랭하다. 그들에겐 마치 신기루와 같은 곳이다.     국경단속반의 통계를 들여다봤다. 국경을 넘다 사망한 불법 이민자는199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 한 해 동안 853명이 사망했다. 역대 최다치 다. 당국은 실제 사망자는 더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막의 모래에 묻히거나 강물에 떠내려간 시신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칼렉시코를 지나가던 중 가무덤을 렌즈에 담았다. 사막에서 마주한 안타까움이다. 모래에 묻혀 백골이 드러난 시신이었다고 한다. 이름도 없다. 목숨을 걸고 선을 넘다가 생명을 잃은 영혼이다.   무덤은 현실을 담는다. 국경선은 지금 삶과 죽음을 가르고 있다.  김상진 사진부장 kim.sangjin@koreadaily.com김상진 기자의 포토 르포 죽음 경계 불법 이민자들 사막 한가운데 항공기 이동식

2023-05-19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경계를 넘어 나들목으로

윈드화랑(Wind Fine Art Gallery)은 오래 전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건립 기금 마련을 돕기 위해 현대미술전시회를 가졌다. 이문열 작가가 미국 체류 중이라서 시카고 중앙일보사 초청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라는 문학강연회를 동시에 개최했다. 행사 제목은 ‘경계를 넘어’, 미술과 문학이 만나는 행사였다.   게임이나 경기할 때는 나는 모자라는 편이다. 어릴 적 청군 백군으로 나눠 줄다리기를 할 때도 힘이 달려 동무들이 같은 편 되는 걸 꺼려했다. 땅따먹기도 꽝이다. 내가 튕긴 돌은 내 땅으로 돌아오기는커녕 경계를 너머 적군 쪽으로 달아났다.     이 쪽도 저 쪽도 아니면 왕따 당한다. 좌도 우도 아니면 중도다. 중도는 고달프다. 인생에 중간은 없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빈 잔이거나 넘치거나, 죽기 살기로 매달리거나 포기하고, 사랑에 목 매달거나 배신 때리며 경계를 넘나든다.     철저하게 산다는 것은 고행이다. 대강대강 살면 편하다. 키 작은 튤립이나 다닥다닥 손잡고 피는 개나리, 흐드러지게 핀 홍매화도 봄바람에 흔들린다. 곁눈질 하지 않고 신념을 가지고 자기 주장 펴며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경계(境界)는 어떤 기준으로 분간되는 한계를 말한다. 경계는 분기점이고 분수령이다. 전환점이고 고비다.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또 다른 내일이 되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경계를 허물기 쉽지 않다.       분기점(分岐點, Junction)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거나 사물의 속성이 바뀌는 지점이나 시기를 말한다. 운전 미숙에 잡념이 많아 고속도로를 타면 늘상 가던 길도 지나친다. U턴도 없어 다음 출구에서 되돌아오며 머리통을 쥐어박는다.           청운의(?) 꿈 안고 원대한 태평양 건너 미국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깨달았다.  내 인생이 방향만 바뀐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통채로 걸고 올인 하는 경계의 변곡점에 도착했다는 사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경계’의 담장 위에 서 있었다.     백인들이 점유한 미술시장에서 동양여자로 미 중서부에 현대미술을 판매하는 대규모의 화랑과 창작 예술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경계를 넘나드는,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심의 도움이 크다. 한국인도 미국사람도 아닌, 한 인간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줄 긋고 경계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 관계를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경계를 허무는 지름길이다. 스스로 이방인이라 생각하는 순간 이방인이 된다. 헛된 자부심 버리고 자존감으로 당당하게 맞서면 경계의 벽을 허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너와 나’ 사이에는 경계의 금이 없다. 스스로 그은 차별의 경계선을 벗어나야 진정한 자유를 누린다   미국에서의 내 인생은 항상 경계의 길목에 있었다. 뎃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그 위에 다시 정성드려 채색을 하면 된다. 경계를 허물기보다는 오히려 경계선의 양쪽을 넘나드는 자유의 미학을 꿈꾸며 생의 지평을 넓힌다.     이젠 길을 잘못 들어도 긴장하지 않는다. 나들목(Interchange)은 고속도로에서 일반 도로로 빠지는 접점이다. 나들목은 나가고 들어오는 길목이다. 표지판 잘못 읽어 다른 길로 들어서면 한적하고 호젓한 시골 길로 한참 달린다.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 철 따라 피는 풀꽃 따서 머리에 꽂고 쉬엄쉬엄 살기로 한다. 까르르 웃으며 달리던 길 빠져 나와 휴게소에서 떡볶이 삼각김밥 오물오물 먹으며 오뎅국물 호르르 마시던 따스한 사랑의 날들을 기억하리라.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나들목 경계 분기점 junction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시카고 중앙일보사

2023-04-18

NYPD, 맨해튼 경계 강화

뉴욕시경(NYPD)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검찰 기소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에 따른 지지자들의 소요사태를 대비해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20일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키챈트 시웰 시경국장은 현재 ‘성추문 입막음’ 혐의를 수사 중인 맨해튼 지방검찰 등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논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맨해튼 형사법원과 트럼프타워 앞에는 바리케이드와 함께 경호국 요원·경찰관들이 증강 배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두할 경우 주변에서 지지자들의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타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만 NYPD는 2021년 1월 6일 워싱턴DC에서 벌어진 의사당 난입과 같은 위협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NBC는 트럼프가 의사당 난입 사태 때와 달리 이용자가 적은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테러·시위 관련 콘텐트를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어 시위 조직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난 2년간 의사당 난입 사태 관련자들이 대거 사법처리돼 ‘제2의 폭동’을 감행할 세력 조직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관계기사 4면  심종민 기자 shim.jongmin@koreadailyny.com맨해튼 경계 맨해튼 경계 맨해튼 지방검찰 이날 맨해튼

2023-03-20

[기고]신경다양성 접근 통해 느린학습자 자립 위한 사회적 지원책 마련해야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계 청년 당사자이자 현재 사단법인 청소년과가족의좋은친구들에서 운영하는 성장학교별에 재학 중인 정현규라고 합니다.   1996년 서울에서 태어난 저는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공연하는 소리, 자동세장 세차하는 소리라든지 소 울음소리, 혹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사자 등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울곤 했다고 합니다. 2000년부터 3년간 미국에서 생활할 때는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있어 IEP 교육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언어치료센터에 다니면서 상황에 맞게 말하기 수업 등을 받았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로부터는 자유분방하게 행동한다거나 주의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방법을 잘 몰랐고 특히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급우들로부터 ‘장애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차별과 놀림, 따돌림을 당하여 제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했습니다. 또한 중학생 시절에는 바람 잘 날 없이 온갖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학교 수업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같이 제가 어려움을 끊임없이 겪자 결국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검사받고, 그 결과 자폐성 장애 3급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생활하면서도 많은 과제와 논문 작성, 시험 준비 등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이 부족했고 코로나19 상황도 겹쳐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에 틀어박혀 다른 사람과의 소통도 거의 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성장학교별을 알게 되어 다니게 된 지 1년 반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고 성장학교 별에서 선생님들께 많은 걸 배웠고 다른 청년들과도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자유글쓰기, 출판기자단 수업은 제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켰고, 보컬, 싱어송라이터, 합창단, 아자라마 밴드 2기 수업을 통해서는 음악에 대한 제 관심과 전문적인 능력을 길렀습니다.   자립 프로젝트, 생활경제 수업은 제가 앞으로 홀로서기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술 수업을 통해서는 제 그림 실력도 발전하고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쿠키 제작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는 쿠키 작업을 배우면서 생전 처음 돈을 버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비누와 석고 방향제 제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비누와 석고 방향제를 직접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풋살 등 별스타(별들의 스포츠 타임) 시간에는 스포츠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청년들과 즐겁게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요리 수업에 대한 경험은 앞으로 저 스스로 요리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수업에서는 쓰레기의 발생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를 예방하고 친환경적인 생활 습관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저의 강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역사와 지리, 그리고 지하철에 관심이 많아 그런 분야에 대한 것들, 예를 들면 위인들의 생몰연대라든지 세계 각국의 수도, 지하철 노선 등을 잘 기억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곡명을 알아맞힐 수도 있습니다. 방향 감각이 뛰어나서 경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관심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놀랄 만큼 세부적인 것들을 잘 알고 기억합니다. 학업 성적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학교 수업에는 빠지지 않았고 규칙도 잘 지킵니다. 지난 10월 성장학교별에서 주최한 전시회에 출품한 저의 그림이 독특하다고 칭찬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성장학교별에서 연극 수업을 들으면서 연기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음악에도 흥미가 있어 성장학교별 소속 밴드인 아자라마 밴드 2기에서 드러머를 거쳐 현재 보컬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이해력이 부족하여 국어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저에게는 어렵게 느껴집니다. 작년에는 어린 시절 태권도장에서 알게 되었던 후배에게 속아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사기당하기도 했습니다. 의심을 잘 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믿으며 거절을 할 줄 몰라 부모님께서 항상 걱정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사회성이 부족하여 다른 사람과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며 대화를 지속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제는 저와 같은 경계 청년들에 대해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에 대해 제가 생각한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경계 청년들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부모에게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들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날이 옵니다. 경계 청년들이 자립하려면 안정적인 취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경계 청년들의 안정적인 취업을 위해 경계청년취업지원센터를 설치하여 경계 청년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진로 및 직업에 대한 훈련과 실습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생활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생활경제 교육이나 자립 훈련을 통해 저희 경계 청년들이 사회 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계 청년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적인 면의 어려움, 심리적인 면의 어려움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언어치료, 상담, 심리치료 등이 그런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저희 경계 청년들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우선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차별하거나 조롱하지 말고, “저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며,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구나.”라고 생각을 바꿔서 저희 경계 청년들이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를 포함한 경계 청년들은 학창 시절부터 온갖 조롱과 멸시, 차별 등 아픔을 많이 겪어 왔습니다. 저희 경계 청년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 비난하고 멸시할 것이 아니라 저희가 제대로 사회에 적응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저 사람들은 사는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른 거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저희 경계 청년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저희도 그만큼 여러분과 함께 세상을 좋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저희 경계 청년들을 위해 취업의 문을 더 넓혀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경계 청년 개개인의 강점을 활용하여 저희 경계 청년들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다양한 진로를 찾아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희 경계 청년 중에서도 기업, 더 나아가 국가 발전을 도울 수 있는 인재가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 경계 청년들도 분명 사회를 발전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저희 경계 청년들의 진출 및 활동 분야의 범위를 확대하여 저희가 해당 분야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청소년과가족의좋은친구들 신경다양인 당사자 정현규 청년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기고 신경다양성 지원책 경계 청년 학교 수업 자립 프로젝트

2023-02-21

[칼럼 20/20] 변방의 문화, 경계의 문화

경계는 특정한 기준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것을 뜻한다. 지역의 경계는 금이나 줄이다. 경계선이다. 보이지 않는 문화적 경계도 있다. 경계에 인접한 지역은 중심과 차이가 있다. 획일적인 문화 동질성을 보이는 중심과 달리 경계 지역은 여러 문화가 혼재한다.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성이 공존하는 구역이다.     중세를 문화 암흑기라고 한다. 신성이 인성을 억제하면서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활동은 퇴보했다. 인문 정신이 엄격한 종교적 신념에 잠식됐던 시대다.     그럼에도 중세를 밝힌 빛이 있다면 문화의 지역적 확장이다. 로마제국은 테오도시우스 1세 때 동서로 분할된다. 서기 476년에 서로마 제국은 멸망했지만 비잔티움 제국으로 불렸던 동로마 제국은 1453년까지 존속한다.     서로마 멸망 후 1000년을 이어간 동로마 제국은 유럽 세계에 이방의 문화를 이식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만들어갔다.     두 문화의 경계선에 놓인 도시가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경계 지역에 위치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에서 보면 변방의 가장자리이다. 그런 지역이 ‘모든 도시의 여왕(The Queen of Cities)’이라는 칭호를 받으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이기에 가능했다.     역사적으로 국가 경계를 없애는 역할을 해 온 집단은 유민(디아스포라, Diaspora)이다. 현대에 와서는 이민자(Immigrant)로 대체됐다. 디아스포라는 노동력의 이동, 전쟁에 의한 강제 이주, 모국 멸망 후 타국 유입 등 경제적·정치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한인 디아스포라도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완벽한 한국인으로 살기도, 온전한 미국인이 되기도 어렵다.     한인들은 세 가지 문화를 경험한다. 첫째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생산되는 ‘미국 문화’이고 둘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해지는 ‘한국 문화’다. 셋째는 이민자들이 만들어가는 ‘한인 문화’이면서 동시에 이민 문화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위치한 ‘경계 문화’다.     문화소비 면에서 한인의 위치는 애매하다. 1세의 경우 미국과 서구 문화를 100% 이해하기 어렵다. 언어적 장벽과 문화 차이로 완벽한 적응이 불가능하다. 음악과 미술은 문학보다는 덜하지만 편안한 문화 향유가 이뤄지지는 못한다.     한국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가 생성되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는 기간이 늘면서 모국의 문화도 다소 생소해진다.   한인 이민자들의 문화는 주류에도 속하지 않고, 한국 문화의 일부로 자리매김도 못했다. 경계에 살고 있는 이민자가 만들어 이민사회에서 소비되는 문화에 머물러 있다. 한인들의 문화 활동이 본국과 비교할 때 비전문적이고 규모가 영세하게 보일수 있다. 하지만 전업 작가에 의해 제작되고 5000만 인구의 문화 소비시장을 가진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문화의 융합은 창조적인 발전을 가져온다. 동식물 생태계에 ‘엣지 효과(Edge Effects)’라는 것이 있다. 각기 다른 동식물이 주종을 이루는 지역들이 붙어 있는 경계 부분에 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는 이론이다.     상이한 요소가 혼합된 가장자리 지역은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증대시켜 생물 개체수를 늘리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민 문화는 가장자리의 문화이면서 동시에 경계의 문화다. 이민자가 처한 특별한 상황에서 겪는 경험을 살려야 한다. 모국 종속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이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열악한 한인 문화계의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창작의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민자만이 가능한 영역을 부단히 개척해 나갈 때 변방의 문화가 아닌 경계의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문화 변방 문화적 경계 경계 문화 한인 문화

2022-02-17

[시론] 다시 무너진 철책 경계

정초부터 전방 철책이 뚫렸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강원도 동부 고성지역 육군 22사단 최전방 철책선을 통해 민간인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 얼마나 경계가 허술했으면 숱한 현대적 장비와 철통 같은 무장병력이 감시하는 철책을 뚫고 북으로 넘어갔는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군의 경계 근무 구호에 ‘작전 실패는 용서해도 경계 실패는 용서 못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군사분계선이 있는 비무장지대(DMZ) 내의 경계는 한 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군지휘부가 평소 평화를 강조하는 동안 경계 작전에 임하는 기초 군기가 허물어졌다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2월 22사단 ‘헤엄 귀순’ 당시 “22사단은 철책과 해안을 동시에 경계해야 하고 작전 요소나 자연 환경 등 어려움이 많은 부대”라며 “해당 사단에 대한 정밀 진단을 하겠다”고 했다. 그때 CCTV 등 철책 센서는 귀순자 동작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렸다. 기계는 정상 작동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초동 부대는 철책이 훼손된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상이 없다고 보고했다.     지난 1일 오전 국방부 장관은 공군기에 직접 탑승해 신년 지휘비행을 하면서 한반도 전역의 대비 태세를 점검한 후 전군에 위국헌신의 자세로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기 바란다고 훈시했다. 그리고 수시간 뒤 최전방 경계가 뚫렸다.     ‘헤엄 귀순’ 당시에도 경보음이 2번 울리고 CCTV가 귀순자를 10번 포착했지만 놓쳤었다. 이번은 경계 실패의 재판이다. 이후 오작동을 줄이겠다고 대대적인 보강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군이 초래한 인재라는 비판에 이의가 없다. 첨단기계를 갖다 놓아도 사람이 제대로 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여러 차례 경계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번엔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혹평했다.     한 정치인은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GP 패싱’”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는 2018년 말 남북 각각 11개씩의 GP를 시범 철거했다. 북한은 160여 개, 우리는 60여 개의 GP를 운영 중이어서 경계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군은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돼 버렸다.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과 종전선언 추진 등에 편승해 북한군을 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정치권을 의식해 강한 훈련과 군기 확립보다는 책임 부담이 적은 안전 위주로 운영해 오는 군의 자세도 문제다. 군대가 본분을 잊으면 국가 안보가 위험해진다. 종전은 정치가 하는 게 아니라 강한 군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시론 철책 경계 최전방 경계 경계 근무 철책과 해안

2022-01-04

오로라 시의원 선거 당선자 인터뷰 - 2

 지난 11월 2일에 끝난 주민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오로라 시의원 4명 중 한명인 스티브 선드버그(Steve Sundberg, 52)의 첫인상은 무성한 수염이 인상적인 강인한 바이킹이었다.현재 오로라의 아이리프와 I-225 인근에서 레전드 그릴이라는 바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 비즈니스 오너인 선드버그는 이번에 오로라 2구역(Ward II) 시의원직에 출마하면서, 같은 입장의 소상공인으로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데 성공했다.북동부 지역을 아우르는 오로라 2구역은 오로라에서 가장 큰 구역으로서, 공항 가는 방향에서 오로라시 경계 끝, 동쪽으로는 왓킨스, 남쪽으로는 햄든, 서쪽으로는 버클리에 이르기까지 오로라의 나머지 5개 구역을 모두 합한 구역보다 클 정도로 넓은 지역을 아우른다.     -최우선 과제는 공공안전   시의원으로서 선드버그가 애초에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소상공 비즈니스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의 시의원들이 오로라 소상공 비즈니스들에게 오히려 위협이 되고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자신과 뜻을 함께 하고 동참해달라며 수천세대의 문을 두드려 지지를 호소하며 캠페인을 시작했다.그러나 캠페인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의 최우선 과제는 변하기 시작했다. 많은 유권자들은 공공안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범죄의 증가, 특히 2구역에서 110% 이상 증가한 자동차 절도, 38% 증가한 폭력 범죄, 40% 가까이 증가한 강도 등 경찰 병력이 줄어들고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 커져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그는 캠페인 공약에서 공공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수정하고, 경찰관의 훈련과 교육을 통해 경찰과 시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찰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해왔다.     -노숙자 문제에 대한 입장 선드버그는 현재 코프만 오로라 시장이 밀고 있는 노숙자 캠핑 금지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자 문제는 매우 조심스럽고 민감한 문제다. 특히 마약중독 노숙자들은 그들 자체가 공공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2구역에는 과거에 소년원으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폐쇄된 건물이 있다. 여기에는 카페테리아, 기숙사, 직원훈련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노숙자들을 이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또 포토맥 오로라 메디컬 센터 인근에 오로라 정신병원에서는 단계적으로 급성 정신병 치료센터를 건설하고 있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노숙자들을 받아들여 숙식을 제공하며 갱생의 기회를 제공해 포괄적인 노숙자 문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노숙자 캠핑 금지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그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로 올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현재 우리 술집 주방의 요리사가 시간당 20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자로서, 적절한 수의 직원을 유지하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근무환경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최저임금은 지역정부의 규제가 아닌 시장경제가 좌지우지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부분은 지역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고 못을 박았다.     -한인 커뮤니티와의 협력 원해 선드버그는 지난 8월 말에 열린 오로라 자매도시 주최 오로라 한인타운 조성 후원 골프대회를 스폰서로서 후원했다.    그는 캠페인동안 많은 한인 비즈니스들을 만났고, 부인이 다니는 교회와 한인 교회와의 교류를 통해 불고기 파티를 종종 즐긴다고 했다. 그는 “한인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서로 관계를 유지해나가기를 원한다. 나는 비즈니스 운영자의 한사람으로서 비즈니스 친화적인 오로라 시의회를 만들고 싶다.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오로라 시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하린 기자시의원 당선자 소상공 비즈니스들 오로라시 경계 현재 오로라

2021-11-22

"올림픽 불러바드 북쪽만 한인타운" 라티노 커뮤니티 추진 논란

"올림픽 불러바드의 북쪽만 한인타운이다." 라티노 커뮤니티에서 한인타운의 남쪽 경계선을 올림픽 불러바드 중앙선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16개월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기 일보직전인 한인타운 구역안이〈본지 6월 16일 A-6면> 자칫 새로운 암초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타운 남쪽의 라티노 단체인 '라티노 콜리션(Latino Coalition)'의 공동위원장인 라울 카로스와 에릭 마르텔로부터 나오고 있다. 각각 피오피코 주민의회에서 현.전직 부회장인 이들은 지난 4월 한인타운 구역안의 통과를 저지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올림픽 불러바드가 한인타운과 피오피코 주민의회가 만나는 경계선인 만큼 한인타운의 경계를 북쪽으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이 관철될 경우 현재 한남체인 등이 있는 올림픽 남쪽 방향은 라티노 커뮤니티 구역에 포함된다. 한편 이들의 주장은 라티노 콜리션이 한인타운 구역설정 소위원회(위원장 이창엽)의 구역안을 지지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티노 콜리션이 지지입장을 밝혔던 구역안에는 '제안된 모든 경계도로는 도로의 양쪽 모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카로스와 마르텔 씨 등은 현재 공공연하게 라티노 콜리션의 공식 입장과는 상관없이 "시청에서 구역안이 다뤄질 때 올림픽 불러바드 문제를 거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카로스 공동의장은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림픽 불러바드의 남쪽도 한인타운이 맞나'라는 질문에 "피오피코 주민의회 부회장으로서의 의견은 절대 아니다"라고 전제한 후 "라티노 콜리션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반면 이에 대해 한인들 중심의 한인타운 구역설정 소위원회은 "일부 개인들의 주장일 뿐이며 라티노콜리션이 서명한 구역안은 올림픽 불러바드의 남북 모두를 포함하는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엽 위원장은 "이미 그런 주장이 나올 것을 대비해 만들어진 구역안"이라며 "(구역안은) 아무런 문제없이 시의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진호 기자

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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