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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변방의 문화, 경계의 문화

경계는 특정한 기준으로 사물을 구분하는 것을 뜻한다. 지역의 경계는 금이나 줄이다. 경계선이다. 보이지 않는 문화적 경계도 있다. 경계에 인접한 지역은 중심과 차이가 있다. 획일적인 문화 동질성을 보이는 중심과 달리 경계 지역은 여러 문화가 혼재한다.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성이 공존하는 구역이다.  
 
중세를 문화 암흑기라고 한다. 신성이 인성을 억제하면서 인간 중심의 창의적인 활동은 퇴보했다. 인문 정신이 엄격한 종교적 신념에 잠식됐던 시대다.  
 
그럼에도 중세를 밝힌 빛이 있다면 문화의 지역적 확장이다. 로마제국은 테오도시우스 1세 때 동서로 분할된다. 서기 476년에 서로마 제국은 멸망했지만 비잔티움 제국으로 불렸던 동로마 제국은 1453년까지 존속한다.  
 
서로마 멸망 후 1000년을 이어간 동로마 제국은 유럽 세계에 이방의 문화를 이식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만들어갔다.  
 


두 문화의 경계선에 놓인 도시가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경계 지역에 위치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에서 보면 변방의 가장자리이다. 그런 지역이 ‘모든 도시의 여왕(The Queen of Cities)’이라는 칭호를 받으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이기에 가능했다.  
 
역사적으로 국가 경계를 없애는 역할을 해 온 집단은 유민(디아스포라, Diaspora)이다. 현대에 와서는 이민자(Immigrant)로 대체됐다. 디아스포라는 노동력의 이동, 전쟁에 의한 강제 이주, 모국 멸망 후 타국 유입 등 경제적·정치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한인 디아스포라도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완벽한 한국인으로 살기도, 온전한 미국인이 되기도 어렵다.  
 
한인들은 세 가지 문화를 경험한다. 첫째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생산되는 ‘미국 문화’이고 둘째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해지는 ‘한국 문화’다. 셋째는 이민자들이 만들어가는 ‘한인 문화’이면서 동시에 이민 문화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위치한 ‘경계 문화’다.  
 
문화소비 면에서 한인의 위치는 애매하다. 1세의 경우 미국과 서구 문화를 100% 이해하기 어렵다. 언어적 장벽과 문화 차이로 완벽한 적응이 불가능하다. 음악과 미술은 문학보다는 덜하지만 편안한 문화 향유가 이뤄지지는 못한다.  
 
한국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가 생성되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는 기간이 늘면서 모국의 문화도 다소 생소해진다.
 
한인 이민자들의 문화는 주류에도 속하지 않고, 한국 문화의 일부로 자리매김도 못했다. 경계에 살고 있는 이민자가 만들어 이민사회에서 소비되는 문화에 머물러 있다. 한인들의 문화 활동이 본국과 비교할 때 비전문적이고 규모가 영세하게 보일수 있다. 하지만 전업 작가에 의해 제작되고 5000만 인구의 문화 소비시장을 가진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다.  
 
문화의 융합은 창조적인 발전을 가져온다. 동식물 생태계에 ‘엣지 효과(Edge Effects)’라는 것이 있다. 각기 다른 동식물이 주종을 이루는 지역들이 붙어 있는 경계 부분에 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는 이론이다.  
 
상이한 요소가 혼합된 가장자리 지역은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을 증대시켜 생물 개체수를 늘리고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민 문화는 가장자리의 문화이면서 동시에 경계의 문화다. 이민자가 처한 특별한 상황에서 겪는 경험을 살려야 한다. 모국 종속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이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열악한 한인 문화계의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창작의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이민자만이 가능한 영역을 부단히 개척해 나갈 때 변방의 문화가 아닌 경계의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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