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글마당] 그녀는 수술 중

어둠에도 농도가 있지
 
한쪽 눈을 잃자 온전한 세상이 아닌 검은 어둠이다
 
어떤 위로의 말에도
 
세상은 흐리고 희미할 뿐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산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뎌진 곳까지
 
심연 속에서 길을 잃고
 
칠흑 같던 어둠도 세월에 하얗게 바래고
 
외눈으로 세상 사는 법을 겨우 익힐 무렵
 
그 외눈까지 찾아온 암세포
 
의사는 초기라 달랜다
 
 
 
절박하다
 
 
 
눈물도 부정도 절망도 사치일 뿐  
 
시간이 없다
 
수술대가 기다린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눈에 담을  
 
시간이 없다
 
많이 보고 듣고 사랑하고
 
나눌 시간이 뭉텅뭉텅 잘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껴안고 싶은 사람만을 생각하며
 
 
 
수술대 위에서
 
스스로 눈이 감긴다

정명숙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