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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직원들과 상생" 1988년 무진년 창업 한남체인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지난 1988년 무진년 6월 17일 LA한인타운 올림픽과 베렌도에 첫 매장을 오픈한 한남체인은 남가주 곳곳에 있는 매장들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적 구심점이자 한인상권 확장의 선구 역할을 해 왔다.   올해로 창립 36주년을 맞은 한남체인의 창립 모토는 한국과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남가주 지역의 한인들에게 언제나 반가운 고국의 정취, 고향의 참맛을 전해주고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1호점 오픈 이래 한인마켓을 운영하기에는 거주 한인수가 적은 지역 공략에 나서 1993년 토런스점에 이어 1998년 부에나파크점, 2001년에는 다이아몬드바점을 오픈했다.     개장 초기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마켓 입점 영향으로 주변에 한인상가,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한인 인구 유입과 함께 한인상권 확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2007년에는 한인 인구가 급증하던 랜초쿠카몽가에 매장을 오픈했으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경기침체로 한인들이 급감하면서 폐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는 뉴저지점을 오픈하면서 동부지역에 진출했으며 2012년에는 오렌지카운티 첫 매장인 라팔마점을 개장했다.     2022년에는 토런스에 델아모점을 오픈함으로써 매장수가 7개로 늘어났다.   한남체인 구정완 사장은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한남체인이 한인상권 확대에 크게 기여했음을 알 수 있다. 자랑스러운 발자취”라고 말했다.   매장 확장과 함께 직원 수도 크게 늘어 첫해 80여명에서 현재 500여명으로 500%가 넘게 늘었으며 취급 제품수도 1만5000여개에서 2만5000개로 67%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구 사장에 따르면 창업자 하기환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덕목인 ‘정직’을 바탕으로 ‘정직한 마켓,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는 마켓, 고향 같은 마켓’을 추구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구 사장은 “한인 커뮤니티의 경제적 구심점 역할을 해온 대표 마켓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벤더와 홀세일러와의 상생경영을 바탕으로 임직원 모두가 경영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어 매진하고 있다”면서 “마켓의 지속성장을 통해 커뮤니티 발전에도 기여하고 나아가 주류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마켓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남체인이 있을 수 있었다고 강조한 구 사장은 “한남체인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오너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하는 직원 비율이 타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많을 정도로 우리 직원들의 주인의식은 업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일터 분위기가 좋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올해 용띠해 목표에 대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고객 중심의 마켓으로 직원이 신명나게 일 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겠다”면서 한인들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박낙희 기자고객중심마켓 구심점 한인상권 확장 한인 커뮤니티 한인상권 확대 한남체인 하기환 신년특집 용띠해 창업 무진년 장수 기업

2023-12-31

"첫 해외 개최, 재도약 기폭제"…한상대회 하기환 대회장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한상대회)의 대회장을 맡은 하기환(사진)한남체인 회장은 올해 대회가 한상대회의 재도약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관을 둘러본 하 회장이 밝힌 소감과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한상대회 첫 해외 개최 의미.   “작년에는 참가 기업 및 관람객 규모가 기대했던 것보다 못했다. 지난 20년간 한국 각 도시를 돌아가며 행사를 치르다 보니 관심도가 식은 것 같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되면서 첫날 입장객만 1만 명을 넘기는 등 기폭제가 된 것 같다. 앞으로 격년제로 해외에서 개최한다고 하니 분위기도 바뀌고 훨씬 더 알찬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 전시관을 둘러본 소감.   “한상대회가 실질적인 성과면에서도 초창기와 달리 갈수록 퇴색하고 전시 제품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번 대회 참가기업들이 내놓은 제품들이 좋은 것들이 많아 바이어들이 탐을 낼 만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소기업 미주 진출 방안.   “한국 중소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브랜치를 마련하기 어려운만큼 이번 대회를 통해 바이어 및 유통 대리업체를 만나 서로 윈윈할 수 있길 바란다. 한국 중소기업중앙회가 나서서 비즈니스 연결, 법률 절차 등 지원해 주는 가교 역할을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외동포청에 바라는 점.   “새로 출범한 재외동포청이 주최하면서 대회 명칭을 변경한 것에 거부감을 느꼈다. 20년간 유지해온 한상대회와 달리 의미전달이 어려워 보인다. 또한 예산 지원 절차가 복잡해 현지에서 집행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다. 향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향후 한상대회에 거는 기대.   “올해 한상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됨으로써 향후 20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상은 한인 상인을 뜻한다. 따라서 세계한상대회라는 명칭을 계속 남겨둔 것이다. 한상들을 위한 대회인 만큼 대회 명칭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한상대회가 한인 상공인들의 메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글·사진=박낙희 기자 naki@koreadaily.com한상대회 재도약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하기환 한상 WKBC

2023-10-12

서부영화로 유명세…나바호 성지 ‘모뉴먼트밸리’

대평원에 우뚝 솟은 벙어리장갑처럼 생긴 바위가 두 개 있는데 왼쪽에 있는 것을 웨스트 미튼 록(West Mitten Rock), 오른쪽에 있는 것을 이스트 미튼 록(East Mitten Rock)이라고 부른다. 개인차를 몰고 둘러볼 수 있는 뷰 포인트는 세 자매(Three sisters), 아티스트 포인트(Artist Point), 토템 폴(Totem Pole), 존 포드 포인트(John Ford Point) 등이 있다. 존 포드 감독이 존 웨인을 주연으로 역마차, 황색 리본, 무장 마차 등 여러 편의 서부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해 모뉴먼트밸리(Monument Valley)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밸리 안쪽에 위치한 뷰 포인트는 규정상 원주민 가이드를 동반해서 가야 볼 수 있다. 오픈카를 타고 나바호 원주민의 안내로 밸리 깊숙이 들어가면 맥캔나의 황금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선즈 아이(Suns Eye)라는 곳이 있다. 또 빅 호건(Big Hogan), 이어 오브 더 윈드(Ear of the wind)와 조그마한 강가에 하얗게 소금이 서려있는 샌드 스프링 워터(Sand Spring Water)를 볼 수 있다. 양, 염소, 말, 소 모두 여기 물을 마셔야 사막에서 생존 할 수가 있다.   모뉴먼트밸리는 163번 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애리조나 주, 왼쪽은 유타주로 구분되는데 유타주 올자토(Oljato) 지역 붉은 바위(Red Sand Rock)안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우라늄이 묻혀 있다.     올자토 지역에 있는 굴딩스 랏지(Gouldings Lodge)에 숙박하면 보름달이 뜰 때 야간 탐방을 한다. 이때 바위벽에 길게 걸쳐 영롱한 물안개 같은 빛이 나타나는 화이트 스트라이프(White Stripe)를 볼 수 있다. 그 옛날 북쪽에서 살아갈 터전을 찾아올 때 이 흰빛을 따라와 자신들의 신이 점지해준 땅이라 믿고 정착하게 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그래서 나바호 아니, 디네 종족은 모뉴먼트밸리를 성지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모뉴먼트 밸리를 뒤로하고 페이지(Page)라는 도시로 향했다. 이 도시는 글렌캐년 댐 건설 때 노무자 캠프였고 원래는 나바호 원주민 자치구 땅 이었다. 댐 완공 후 풍부한 물 공급으로 그 주변이 개발되고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댐 근처 17 스퀘어마일을 인디언 자치구에서 뺏어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 시 외곽 나바호 자치구 땅 안에 관광 명소인 호스슈(Horseshoe) 밴드와 앤텔롭캐년이 있어 나바호 원주민이 조금이나마 관광수입이 있다고 한다.     앤텔롭캐년은 성수기에는 하루에 5000명까지 관광객이 온다고 하고 가격은 거의 100달러 가까이 받는다고 한다. 예약 없이는 안 되고 예약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캐년은 두 파트(Upper, Lower)로 되어있고 가이드가 인솔해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전 세계 프로 사진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명소다. 나바호 자치구라 캐년이 야외인데도 마스크를 벗으면 곧 캐년에서 추방된다.   호스슈 밴드는 말발굽같이 콜로라도 강이 휘어져서 만든 절경이다. 캐년 깊이 강이 흐르고 강에서 카약과 패들보드도 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랜드캐년 노스림(North Rim)을 보기로 했다. 그랜드캐년을 수 없이 다녔는데 노스림은 처음 가 본다. 남쪽보다는 경치가 덜 하지만 나무가 많고 해서 마치 옐로스톤 기분이 나는 곳이다. 관광코스도 간단해 오른쪽 림으로 그랜캐년랏지까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 볼 수가 있다.     라스베이거스 가는 중에 유타주 카나브(Kanab)란 도시에서 쉬고 다음 날 여유 있게 도착하기로 했다. 이 작은 마을은 아주 깨끗하고 그동안 방문했던 나바호 원주민 마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원주민 마을도 백인들이 사는 마을같이 앞으로 풍요롭게 잘살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여행을 주선해 준 백원일 목사님, 김경복 집사님이 원주민 선교에 많이 힘써 준 덕분에 편한 여행을 하게 돼 감사 할 뿐이다. 〈끝〉 정리=박낙희 기자레저 여행 Week& 여행기 모뉴먼트밸리 호스슈밴드 나바호 하기환 NAKI 박낙희

2022-06-23

지도에 없는 신비한 인디언 성지 ‘블루캐년’

애리조나 나바호 호피 인디언 보호구역을 중심으로 미 남서부 지역 명소를 7박 8일 일정으로 돌아봤다.   40여 년 전에 여행업을 하다 목사가 된 백원일 선교사가 애리조나 나바호 원주민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어 여행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본인도 선교 일로 가야 한다면서 기꺼이 가이드도 해 주고 모든 예약도 다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단체 관광보다 개인적인 관광은 준비 과정이 쉽지 않다. 행선지도 정해야 하고 모든 숙소 및 관광 명소를 직접 예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날 아침 출발해 그랜드캐년 입구인 윌리엄스라는 동네에서 쉬기로 했다. 이 동네는 고속도로 공사 시작하기 전에 ‘루트 66’이라고 시카고에서 시작해 LA가 종점인 유명한 국도 선상의 소도시로 1800년대에 만들어진 역사가 깊은 도시다.   여기서 그랜드캐년까지 매일 관광 기차가 다닌다. 관광도시로 식당과 기념품 상점이 많고 관광객들이 붐비는 조그만 마을이다.   다음날 그랜드캐년 사우스림을 관광했다. 그동안 수없이 방문한 곳이지만 역시 웅장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랜드캐년 바닥 콜로라도 강까지 한번 내려가 본다고 늘 마음 먹었었는데 이번에도 위에서만 보고 다음 행선지인 나바호 네이션(Navajo Nation)의 중심 도시인 투바시티(Tuba City)로 향했다.     나바호 네이션은 그랜드캐년이 끝나는 동쪽부터 뉴멕시코주까지 북쪽으로 유타주 일부가 포함된 광활한 원주민 자치구다. 이 자치구 안에는 또 다른 원주민 호피족의 자치구가 있다. 크기가 약 3만 스퀘어 마일이다. 한국 땅 크기가 3만8000스퀘어 마일이니 나바호 자치구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투바시티는 전형적인 나바호 원주민이 사는 마을이고 길 하나를 건너면 호피 원주민 자치구가 있다.     여기 제일남부침례교회에서 백 선교사가 목회 활동을 한다. 제임스라는 나바호족 목사 부부가 반갑게 맞이하고 간단한 기도도 해 줬다.     다른 소도시와 비교해서 인디언 자치구 마을은 너무나 발전이 안 돼있고 황량하고 변변한 식당도 없다. 나바호족이 미국 개척시대에 농업을 시작한 평화로운 원주민이라 그나마 대학살을 면했다고 한다. 아메리칸 인디언 중에 인구가 가장 많은 부족이라지만 25만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물이 모자라는 쓸모없는 큰 땅만을 가지고 있다. 연방정부에서는 땅 사용권만 허가하고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치구에 사는 인디언은 땅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되어있어 발전이 없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으로는 겨우 생계유지 할 정도라고 한다.   투바시티에서 1박하고 아침에 블루캐년(Blue Canyon)관광에 나섰다. 호피족 관할 자치구 안에 있는 블루캐년은 지도에도 표시가 없는 일종의 호피족 성지다. 캐년 안은 모두 비포장도로고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다니기 힘들다.     새로 장만한 벤츠 스프린터를 캠핑용으로 개조해서 이번 여행에 사용하니 블루캐년을 구석구석 돌아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블루캐년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는 아주 외진 곳이다.   애리조나의 투바시티에서 264번 프리웨이 동쪽으로 33마일 지점서 왼쪽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사륜구동차를 타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포장이 안 돼 있어서 흡사 빨래판 같은 곳도 있다. 비가 많이 오면 길이 유실되기도 하니 현지 원주민의 안내가 꼭 필요하다.   올해 초부터는 호피 원주민 자치정부의 규정에 따라 호피족 원주민의 안내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고 가이드 비용도 내야 한다.   붉은 돌(Red Sand Rock)들은 창조의 신이 진흙을 가지고 놀다가 지쳐서 그냥 막 뭉쳐서 던져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신비한 것은 붉은 돌 위에 흰색 페인트로 마구 낙서를 해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해파리 화석들이 하얗게 박혀있는 것이다. 들쑥날쑥한 계곡을 둘러보면 디즈니랜드의 동화에 나오는 성 같기도 하고 주변에 일곱 난쟁이와 도널드 덕도 보인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레저 여행 Week& 미서부 인디언 블루캐년 여행기 하기환 NAKI 박낙희

2022-06-09

“백악관·연방정부에도 피해 알리고 지원 요청”

LA폭동 당시 한인들을 돕기 위해  급박하게 구성됐던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약했던 하기환한남체인 회장은 “(LA폭동은)미주 한인 이민 역사에서 최대 수난이자 비극”이라고 정의 내렸다. 하 회장으로부터 ‘너무나 억울했던 기억’들을 들어봤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폭동 발생 다음날(4월30일) LA총영사관에서 단체장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나는 LA상공회의소 회장 당선인 신분이었지만 한국을 방문 중이던 회장 대신 참석하게 됐다. 당시 한인회는 법정 싸움에 휘말리면서 2명의 한인회장이 대립하는 혼란한 상황이라 총영사관 측과 위원회 관계자들은 논의 끝에 차기 상의회장인 나를 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상황은.   “한인타운에 시위대와 갱들이 진입한 것은 폭동 2일째인 30일이었다.  곳곳에서 방화와 약탈이 벌어졌다. 한인 라디오 방송에서는 ‘한인타운 한인 업주들은  빨리 업소 문을 닫고 귀가하라’는 내용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방송국을 찾아가 '우리 비즈니스는 우리가 지켜야지 무슨 말이냐'며 항의했다. 그랬더니 직접 방송에 출연하라고 해서 '각자 비즈니스를 지키자'고 호소했다. 덕분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나도 권총을 챙겨 올림픽 길에 있는 한남체인으로 가서 쌀, 자동차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무장한 직원들과 함께 건물 옥상에 올라가 대비했다. 마침 인근 리커스토어 업주 중에 사냥 동호인들이 있어 각자 집에 있는 총이란 총은 다 가지고 나왔다. 그러던 중 버몬트 쪽에서 수백 명이 나타나 전자제품 업소 매장을 약탈하고 방화까지 했다. 정오부터 2시간 정도 위협용 공포를 수없이 쐈다. 덕분에 시위대는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도주했다. 그런데 총격 도중 샷건 오발로 경비원 한 명이 쓰러졌고 오후 5시가 돼서야 소방차가 왔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시신을 수습하던 소방관은 폭도 수백 명이 무장하고 공격에 나설 거라며 대피를 권하기도 했지만 계속 대치하며 밤을 샜다. 덕분에 올림픽길 한인 업소들의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시위대는 8가 길에 있던 대형 미국마켓으로 몰려가 약탈을 시작했다. 당시 소방관들의 출동이 지연되는 바람에 전소된 업소들도 많았다.   또 한인들을 돕기 위해 나섰던 한인 청년이 폭도로 오인 돼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당시 피트 윌슨 주지사는 자동소총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방위군을 하루 늦게 투입하는 등 한인타운 보호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은.   “5월 1일 주 방위군이 4000명으로 증원된 후 혼란한 상황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대책위에서는 2일(토) 한인타운에서 대규모 평화행진을 함으로써 폭동을 끝내자는 안건이 논의됐다. 안전문제로 반대가 심했지만 나는 한미연합회(KAC) 창립자인 정동수 변호사와 함께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그날 한인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주 방위군의 호위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실상 폭동 종료라는 의미가 있었다. 피해자들 지원과 관련해 자연재해 피해 복구를 지원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폭동은 인재라 지원 대상이 안 된다고 했지만, 강력히 지원을 요청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인타운을 방문하면서 FEMA, SBA(연방중소기업청) 등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이 신속히 진행됐다. 대통령 방문 전 백악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와 한인 피해 상황, 방문지역, 예상 질문 등에 대한 안내와 조언을 해줬다. 한인회계사협회에서는 피해를 많이 본 스왓밉 업주들을 위해 SBA 융자지원 신청서 작성을 도왔다. 1년 6개월까지 모기지 지원도 받을 수 있었는데 당시 연방 차원의 지원만 있었을 뿐 주정부 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었다.”   -성금 모금과 배포는 어떻게 진행됐나.   “각지에서 성금이 들어오기 시작해 기금 창구를 대책위로 일원화하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급한 대로 피해자 500명에게 500달러씩 나눠주겠다고 발표했으나 2300여명이 넘는 피해자들의 항의가 거세 전원 배포로 전환했다. 결국 피해자 한명당 3000달러 가까이 지급된 것으로 기억한다. 수령 한인들은 주로 리커스토어, 스왑밋 업주들이었으나 일부는 피해 사실을 허위로 신고해 받아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성금과 관련해 분란이 일자 언론들이 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추가 지원을 받을 기회를 놓친 꼴이 됐다. 실제로 당시 김종필 총리, 김대중 야당 대표도 찾아와 지원 의사를 타진했으나 성금 관련 분란으로 철회 또는 축소됐다. 대책위는 나중에 성금관리위원회로 변경돼 남은 기금을 관리했는데 후에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성금을 놓고 자체 분란이 일어난 점, 피해 규모 상관없이 동일 액수가 배포된 점 등은 지금 생각하면 안타깝다. 신뢰를 바탕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금전 관련해 투명성이 필요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한인 커뮤니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민 1세대들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무장해 맞선 것은 미국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많은 희생과 경제적 타격 후 정말 어렵게 회복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미국이란 사회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 같은 참사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만의 나라가 아니다.”   글·동영상=박낙희 기자429특집 하기환 LA폭동 한남체인 429폭동 NAKI 박낙희

2022-04-18

콜럼버스·단테·다빈치의 흔적 곳곳에…

피렌체 가는 길에 제노바에 잠시 들리기로 했다. 제노바는 우리가 먼저 들렸던 베네치아와 지중해의 무역 패권을 놓고 경쟁했던 강력한 도시 국가였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의 고향이기도 했다. 중앙역 앞에는 콜럼버스 동상도 있고 콜럼버스의 생가는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이영근 회장의 일념으로 우린 콜럼버스가 태어난 집을 찾아서 사진 촬영을 끝내고 계획에 없었던 피사에 들리기로 했다.     피사 대성당에 딸린 180피트 높이의 이 종탑이 멀쩡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유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피렌체로 향했다.     베네치아에 비해 피렌체는 팬데믹을 느끼지 못할만큼 분주했다. 건축물들이 즐비한 시가지를 보니 ‘르네상스의 중심지’라는 말이 실감난다.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간직된 도심지를 걸었다.     피렌체는 티 본(T Bone)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티 본 스테이크는 피렌체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모두 입을 모은다. 이번에도 닥터 김이 미리 예약 해 놓은 최고의 스테이크 식당으로 향했다. 가격도 2.2파운드에 54달러 정도니 미국보다 저렴했다. 피렌체는 유명 가죽 명품의 생산지로 가죽공장이 많다. 페라가모 본점도 피렌체에 있다.   다음날 아침에 아느로강으로 산책나갈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다. 겨울 이른 시간 피렌체의 쌀쌀한 공기에 손끝이 시려졌어도 우리는 새벽길을 걸어 강가로 나갔다. 일출 사진을 찍기위함도 있었지만 신곡을 쓴 단테의 흔적을 찾아 나선 것이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는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났다. 아느르강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는 단테가 짝사랑했던 베아트리체를 만난 곳이다.     아침 산책 후 이번 여행의 마지막 지점인 친꿰떼러로 향했다. 시에나(Siena)에 들리고 싶었지만 거리상 다음 기회로 돌리고 대신 1시간 거리에 있는 빈치(Vinci) 마을을 찾기로 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니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다빈치 박물관에는 그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그려진 공책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는 모나리자를 그린 위대한 화가일 뿐만 아니라 해부학, 약학을 통달한 의사였으며 천문학, 음향학, 건축 등에도 박식한 과학자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라는 말도 있다. 이 위대한 영웅은 1452년 4월 15일 이곳 빈치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고 한다.     이어 친꿰떼레로 한참을 가는데 바다가 보인다. 우리가 묶을 호텔을 향해 해안을 끼고 오르고 또 오르니 작은 마을이 보인다. 자동차로 호텔 앞까지 갈 수 있는 리오마조레(Riomaggiore)라는 곳에 도착했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텔인데 가는 길은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지만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과연 일품이었다.     오랫동안 철도와 도보용 도로로 연결된 지중해의 해안 5개 마을은 보존이 잘돼 마을 모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도착해서 우리는 좁은 비탈길, 깍아지른 벼랑이 쉽지 않은 길을 내려가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척박했던 환경에서 살아왔을 이곳 사람들의 여유롭지 않았을 생활이 느껴졌다.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집들은 고기 잡으러 출항한 남편들이 그들의 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바다 멀리서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기차로 베르나차(Vernazza)라는 마을로 향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우리의 하루 마감은 숙소가 있는 리오미조레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5명이 같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는 팬데믹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피자를 주문해 호텔에서 쏟아지는 비를 노래삼아 저녁으로 대신했다.     다음날 밀라노에 도착해 출국에 앞서 미국 입국을 위한 PCR 검사를 받아야했다. 만약 일행 중 한명이라도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온다면 큰 일이다. 말도 안 통하는 객지에서 호텔에 격리해야 된다. 결과를 기다린 끝에 다행히도 15명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번 여행 기간동안 호텔, 항공편, 자동차, 식당 예약을 해준 닥터 김을 비롯해 글을 도와준 테미 김씨, 사진을 준비해 준 이영근 회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무엇보다 15명 대원이 큰 사고없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모두 스키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것이 고마울 뿐이다. 정리=박낙희 기자레저 여행 Week& 하기환 여행기 NAKI 박낙희

2022-04-07

스키 타고 이탈리아 - 스위스 국경 넘나들어

베네치아로 가는 길에 1956년에 이어 2026년에 동계올림픽이 다시 열릴 예정인 아름다운 도시 코르티나(Cortina)에 들렸다. 팬데믹으로 거리는 한산하고 아직 다수의 식당이 영업을 재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베네치아에 도착한 일행은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어둠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산마르코 대성당 광장을 향해 걸어나갔다. 해지는 시간에 좀 더 좋은 정경을 감상하며 카메라에 담아야한다는 사진 동호인들의 열정을 누가 말리겠는가.   언제나 관광객이 붐볐던 것과 다르게 베네치아는 한가했다. 한가한 이유는 물론 팬데믹 때문이겠으나 특히 중국 관광객들이 안 보이는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이곳에서는 자동차는 물론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벌금을 문다고 한다.   베네치아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를 작곡한 비발디의 고향이다. 베네치아는 전쟁을 피해 도망친 사람들이 바닷가에 세운 도시 국가로 500년 동안 지중해를 지배했던 강자였다.     뜻밖의 재미있는 사실은 곤돌라 뱃사공에 대한 이야기였다. 뱃사공은 베네치아 내 최고의 인기 직업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나 할 수 있는 3D 업종 같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관련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4개 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단다.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베네치아에 주소를 둔 사람만 가능하단다. 그런 만큼 상당한 고소득 직종이다. 실제로 몇 년만 일하면 시 외곽의 고급 별장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잘 버는 직업이란다. 그래서 곤돌라 뱃사공이 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했다.     베네치아에서 하루 휴식을 취한 후 다시 3일을 체류할 체르비니아(Cervinia) 스키장으로 이동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에 걸쳐 자리 잡고 있는 스키장으로 이곳에서는 스위스 쪽 젤마트(Zermatt)까지 스키로 이동할 수 있다.     스키를 탈 때 언제나 보이는 삼각뿔 모양의 마터호른(1만4692피트)은 산악인들에게 유명한 봉우리다. 스위스 랜드마크이기도 하지만 파라마운트 영화사 로고에 나오는 뾰족한 삼각 봉우리가 바로 이곳이다.     스키 첫날 날씨가 좋아 우리 팀은 이탈리아 체르비니아에서 스위스 젤마트까지 스키로 횡단했다. 당연히 여권을 소지하고 두 나라를 다녀야 한다.   날씨가 좋을 때 서둘러 넘어갔다 빨리 돌아와야 한다. 만약 날씨가 나빠져서 스키 리프트가 문을 닫으면 수백 유로를 지불하고 택시로 이탈리아에 돌아와야 한다.     다음날 눈을 뜨니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안 좋아 스키를 타지 않기로 하고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으로 가기로 했다. 차로 두 시간 거리다. 프랑스의 겨울 스포츠 메카로 알려졌듯이 이곳도 스키장이 유명하다. 1942년 동계 올림픽과 1960년 동계 유니버시아드가 이곳에서 열렸다. 샤모니에 도착했지만 안타깝게도 기상이 좋지 않아 몽블랑이 보이지 않았다.     샤모니는 산악인들의 고향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알피니즘'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알피니즘'이란 얼음과 만년설에 덮인 해발 1만3123피트가 넘는 험준한 산을 오르는 행위를 말한다.     샤모니의 최고 명소인 케이블카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 전망대(1만2605피트)에 오르기로 했다. 몽블랑을 비롯한 알프스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케이블카는 샤모니 중심에서 탈 수 있다.  그러나 케이블카 운행이 3시에 끝나서 타지 못했다. 예전에 탄 적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덜 했다. ‘정오의 바늘’이라는 뜻의 ‘에귀 뒤 미디’는 바늘 끝처럼 솟은 단 하나의 바위봉이다. 이곳 전망대는 알프스 3대 봉우리 융프라우(1만3642피트) 마터호른 (1만4692피트) 몽블랑(1만5771피트)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망대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샤모니 최고의 스키장 그랑 몬테츠(Grands Montets) 앞에서 기념 사진 촬영으로 대신했다.     많이 고단했지만, 행복했던 스키 트립이 이제 끝났다. 모두가 심하게 다친 곳 없이 잘 끝낸 우리팀은 피렌체로 향했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레저 여행 Week& 하기환 유럽 스키 여행기 투어 NAKI 박낙희

2022-03-31

알프스 절경 감상하며 설원을 누비다

재미스키협회 회원인 하기환 한남체인 회장과 회원 14명이 유럽 스키 투어에 나섰다. 10박11일간의 여정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재미스키협회는 유럽으로 스키 원정을 떠나곤 한다. 작년에 팬데믹으로 못 가서 올해는 알프스 스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오미크론으로 협회 차원의 원정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몇몇 회원들과 함께 소그룹 유럽 스키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당초 계획은 8명 미만이었지만 항공권을 보유한 회원들이 동참해 15명으로 늘었다.     일정은 LA를 출발해 밀라노-돌로미티 알타 바디아(Alta Badia) 스키 3일-베네치아-체르비니아(Cervinia) 스키 3일-플로렌스-친꿰떼레(Cinque Terre)-밀라노로 돌아오기로 했다. 프랑스 지역을 고려하다가 입국 조건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은 이탈리아로 변경했다.   막상 떠나려니 출발 3일 전에 PCR 테스트, 백신 증명서, 승객 체류지 확인서(Passenger Locator Form) 등 준비해야 할 서류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전원 낙오되지 않고 2월 4일 15명의 회원이 10박 11일 여정으로 LA를 떠나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했다. 인원과 장비가 많아 대형차를 포함해 3대를 렌트했다. 줄이고 줄인 짐이었지만 생각보다 짐칸이 작다 보니 매번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스키는 현지에서 빌리기로 하고 스키 부츠만 챙겨서 짐을 최대한 줄였다.     첫 번째로 간 곳은 알프스 돌로미티 알타 바디아 스키장이다. 알프스 하면 스위스나 오스트리아가 연상될 것이다. 그러나 지도를 보면 이탈리아가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돌로미티 지역은 이탈리아 알프스의 깊은 산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해발 9800피트를 넘나드는 산들로 상당 부분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밀라노에서 렌터카를 몰고 목적지로 가다가 점심 식사를 위해 베로나(Verona)에 들렸다. 이곳은 셰익스피어 소설 작품으로 유명해진 도시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베로나의 두 신사’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당연히 줄리엣의 집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관광을 뒤로한 채 우리는 발길을 재촉했다.     질펀한 포도밭이 이어진 평야는 겨울을 맞아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 동북부 시골 정취를 감상하며 달리다 보니 목적지에 가까워지며 거대한 돌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알프스의 거대한 봉우리들이 하얀 눈 속에 우뚝 솟아있었다. 돌로미티 스키장을 그동안 여러 번 방문했던지라 익숙한 정경들이었다. 2009년 6월 유네스코는 돌로미티 지역을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   돌로미티의 12개 스키장은 지난 1974년 연맹을 만들었다. 지역의 12개 스키장을 한 티켓으로 묶어서 ‘돌로미티 수퍼 스키’를 탄생시킨 것이다. 스키장간 경계선이 없어지며 최대 규모의 단일 스키장이 만들어져 겨울에는 스키 왕국, 여름엔 하이커들의 천국이 됐다.     밤이 되어서야 예약한 알타 바디아 라빌라(La Villa)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알프스 설국 작은 동네의 아름다운 숙소, 음식, 환경 모두가 기대 이상이었다. 갑작스럽게 바뀐 스케줄을 감수하며 모든 호텔 예약을 해 준 닥터 김에게 감사할 뿐이다.   자주 가는 맘모스 스키장의 IKON 시즌 패스로도 이곳을 이용할 수가 있어 무료로 이탈리아 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스키 첫날 셀라 론다 런(Sella Ronda Run)을 돌기로 했다.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을 한 바퀴 도는 셀라 론다는 돌로미티 수퍼 스키의 중심이다.    시계 방향으로 도는 오렌지 런(Orange Run),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그린 런(Green Run) 등 2가지 코스가 있다. 스키 실력이 중급 정도면 다 갈 수 있는 코스지만 워낙 길고 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린 런을 선택했다. 쉽다는 그린 런도 한 바퀴 도는데 적어도 6시간 이상 걸리고 거리만 25마일에 달한다.     눈 질이 안 좋고 얼음(Icy)이 곳곳에 있어 결국 한명이 부상으로 철수했고 한명은 중간 마을에서 100유로나 내고 택시를 이용해 호텔로 돌아갔다. 중간에 일행과 떨어져 큰 산을 혼자서 헤매던 테미 김씨는 다행히 식당 앞에서 일행을 만나자 울음을 쏟으며 반가워했다.     3일간의 스키를 마친 우리는 수상 도시 베네치아로 향했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레저 여행 Week& 스키 유럽 하기환 NAKi 박낙희

2022-03-24

9·11 딛고 희망 우뚝 '무역센터'엔 관광객 발길

메인주로 넘어와서 거기서 유명한 아케디아 내셔널 파크에 있는 바하버 마을에 있는 호텔에 투숙했다.     메인주라고 생각하면 우선 랍스터가 떠오른다. 저녁에 도착하자마자 랍스터 식당부터 찾아 나섰다. 날씨가 안 좋아 비가 많이 왔지만, 우중에 랍스터를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었다.     가격도 무지 싸고 우선 조리법이 한국 재래식 부엌에 있는 가마솥에 참나무로 불을 지펴서 바닷물 증기찜으로 랍스터를 요리한다. 랍스터는 저렴하게 팔면서 클램차우더 수프는 꽤 비싸게 받았다. LA의 중식당에서 즐겨 시키는 삶은 조개 요리도 이곳 랍스터에 비하면 비싸게 느껴졌을 정도다.   다음 날 아침에 메인주에서 유명한 아케디아 국립공원에 들어가 관광을 했는데 산 위에는 비가 많이 오고 안개가 끼어서 잘 못 보고 해변가에 나와서 암석과 폭포를 볼 수가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메인주를 떠나기 전에 아침 겸 점심으로 랍스터 식당에 다시 가서 랍스터 위주로만 주문했더니 저렴하고 푸짐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뉴햄프셔로 넘어와 유명 관광지인 브레튼 우드에 있는 옴니 마운트 워싱턴 리조트에서 투숙했다. 미국으로 넘어오니 호텔비가 캐나다보다 거의 2배나 비싸졌다. 이 리조트는 너무나 오래된 호텔이라 방도 지저분했고 로비도 낡았는데 하루에 무려 600불씩이나 받았다.    호텔에는 골프 코스도 있고 특히 스키장도 있었다. 스키 리프트를 보니 산도 낮았고 슬로프도 완만해 서부에 위치한 스키장과는 비교가 안 될 수준이었다. 하지만 골프장은 그 동네에서 최고의 명문 코스이다. 전통 있는 리조트라지만 호텔비에 비하면 모든 시설이 오래돼 한번 방문으로 충분할 것 같다.   뉴햄프셔에서 아침부터 서둘러 출발해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김광석 회장 집에 도착했다. 저녁을 오랜만에 한식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일요일인 다음날 김 회장 아버님이 오래전에 개척했다는 교회에 가서 같이 예배를 드렸다. 원래 종교활동을 안 하지만 여러 신도와 함께하는 시간이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김 회장이 소유한 요트를 타고 롱아일랜드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향했다.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 9.11테러 후 새로 건축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건물 앞 요트장에 배를 정박했다.     이 지역을 찾은 것은 9.11 사태 이후 처음이었다.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자리에는 대리석으로 된 2개의 우물 모양 구조물과 함께 주변에는 테러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겨 물이 흐르는 멋진 추모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무너진 쌍둥이 건물과 달리 1776피트 높이의 94층 건물 하나로 재건된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지하층에는 쇼핑센터와 뮤지엄도 들어서 있어 인근 지역 전체가 훌륭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다시 배를 타고 롱 아일랜드로 출항했다. 오는 길에  영화 '위대한 겟츠비'에 등장했던 호화 저택들을 바다 쪽에서 볼 수 있었다.   1920년대 제조업이 성장하며 소비 수요가 증가해 예술, 문화산업이 함께 발전한 ‘광란의 20년대’에 부자들이 롱 아일랜드 바닷가에 지은 어마어마한 저택들을 보니 지금보다 빈부 격차가 더 심했던 것 같다.     11박에 걸친 여행을 마치고 LA 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에 캐나다와 미국 동부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정리=박낙희 기자레저 여행 Week& 하기환 캐나다 미동부 여행기 NAKI 박낙희

2022-02-10

예술·와인 즐기며 유럽풍 도시 투어 '재미 쏠쏠'

캐나다 킹스톤이란 작은 도시에서 1박하고 다음은 수도인 오타와에 도착했다. 오타와 동쪽으로는 불어를 쓰는 주민들이 있어 사인판도 영어와 불어로 돼 있었다. 페어몬트 샤토우 호텔에 묵었는데 가격도 팬데믹 영향인지 300불 정도라 좋은 것 같았다.    캐나다 수도라 뮤지엄도 많고 도시 자체가 정돈이 잘 되어있고 깨끗했다. 정부청사 주변에 식당 거리가 있어 음식을 원하는 대로 골라서 먹는 재미도 있었다.     오타와를 떠나 캐나다 동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몬트리올로 향했다.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고 영어보다 불어가 통하는 지역이다.     도시 번화가에 위치한 리츠 칼턴 호텔에 투숙했는데 파킹랏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우리가 탄 스프린터 밴은 차고가 높아 도저히 건물 안에 주차가 안 돼 결국 호텔 앞 길가에 세우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도 한국식당이 눈에 띄었고 좋은 뮤지엄도 많은 유럽풍의 도시라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시간이 없어 도시 구석구석을 볼 기회는 없었지만,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이라 걸어 다니면서 시내를 관광할 수가 있었다.     여행사를 따라서 단체관광을 하게 되면 경비 절감을 위해서인지 숙소가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도시의 아름다운 특색을 즐기지 못하고 버스에 앉아 지나가면서 차창 밖 모습을 투어하게 된다. 중심가서 묵으며 걸어 다녀보면 좋은 식당, 뮤지엄 등 자세히 둘러 볼 수 있다.   다음날에는 캐나다 동부 끝쪽에 있는 퀘벡시로 향했다. 가는 중간에 아주 좋은 와이너리가 있어 그 식당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와이너리 경치도 보면서 정말 여유롭게 즐겼다. 지금껏 뭐든지 하나라도 더 보려고 고생하는 관광을 했었는데 중간중간 시간을 갖고 그 동네 좋은 식당 및 와이너리를 찾아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는 즐거움이 더 좋은 것 같다. 날씨 관계로 주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것 같다.     마지막 종착지인 퀘벡에 들러서 캐나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에 들렸다. 역사가 100년도 넘는 이 호텔은 앞에 강이 흐르는 언덕 위 최고의 명당 자리에 위치해 있다. 옛날 식민지 시대엔 호텔 주변에 대포를 설치해 강으로 들어오는 적군 배를 포격할 수 있는 군사 요지였다고 한다.   그 주변에는 한국 드라마 시리즈 ‘도깨비’에 나와 잘 알려진 프띠 샹플랭이란 프랑스 느낌이 나는 조그만 마을 있는데 식당 및 모든 관광 명소가 몰려 있다.   호텔 주변만 걸어도 퀘벡시에서 가장 좋은 관광지는 다 볼 수가 있었다. 물론 호텔값은 400불 이 넘었다. 팬데믹 와중이라 그나마 저렴하게 투숙이 가능했다.     퀘벡시를 마지막으로 미국 메인주로 국경을 넘어가야 했다.  국경을 넘는데 차가 한 대도 안 보이고 너무 한적해서 혹시 국경이 닫힌 것인지 겁이 났다. 여기 국경은 시간제로 열고 닫아 미리 알아보고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한다.   캐나다 국경을 넘어서 미국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일행 중 한 명이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 신경성 배탈이 난 것이다. 차 뒤에 화장실 시설이 있지만 골프채 등 짐으로 쌓여 있으니 급한 김에 이미 통과한 캐나다 쪽 건물로 뛰어간 것이다.     그러니 캐나다 경비대가 미국 쪽 검문소에서 불법이 발각돼 캐나다 쪽으로 도망 오는 줄 오해하고 총을 빼 들어 “서라”며 소리를 지르고 위협했다.   배탈이 나 본 사람들은 알지만 정말 본인은 위급 상황이니 총을 빼 들어도 어디든 화장실로 달려가야 하는 것이다. 캐나다 쪽 건물에 갔더니 문이 열리지 않자 다시 미국 쪽으로 되돌아 왔다. 그동안 차 뒤 칸에서 짐을 다 던져버리고 차 안 화장실을 쓸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해 겨우 문제를 해결했다. 미국 국경 수비대에 잘 설명하고 미국으로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캐나다 여행기 하기환 레저 여행 Week& NAKI 박낙희

2022-02-03

역시 나이아가라…코로나에도 관광객 북적

생생한 사진과 함께 현장감 있는 여행기를 본지 레저면에 기고하고 있는 한남체인 하기환 회장이 이번에는 9박 10일간 밴을 타고 캐나다와 미국 동부를 돌아봤다. 팬데믹 가운데 하 회장이 전하는 최근 현지 분위기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정리=박낙희 기자   뉴욕에서 가발 도매상을 하는 김광석 회장이 벤츠에서 나온 '스프린터'라는 큰 밴을 구매해 6명이 편하게 다닐 수 있게 실내 개조를 했다며 미국 동부와 캐나다 여행을 함께 하자고 연락이 왔다. 그동안 캐나다가 팬데믹으로 국경을 봉쇄해서 2년간 여행을 못 했는데 좋은 기회 같아서 우리 부부와 김 회장 부부, 뉴욕에 거주하는 조지 리 부부 등 6명이 9박 10일 일정으로 동부 여행에 나섰다. 20년 전에 한번 가 보았지만 그때보다 더 여유 있게 시간을 갖고 골프도 치고 하면서 편한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첫날 아침 7시에 뉴욕을 떠나서 4시간을 운전해 뉴욕과 나이아가라 중간지점인 베로나에 있는 터닝 스톤 리조트에 숙소를 정했다. 근처에 있는 아투뇨테 골프 클럽이라는 미국 100대 골프장 중 하나인 명문 코스에서 플레이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 후 휴식을 취했다.    둘째 날 호텔서 아침 식사 후 3시간 거리인 나이아가라 폭포에 12시 도착 예정으로 출발했다. 가는 중간에 개스가 부족한 것 같아 화장실도 갈 겸해서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큰일이 벌어졌다.   연 매출만 3억불 이상이고 40만 스퀘어피트가 넘는 창고에 재고만 6000만불이 되는 회사를 운영하는 김 회장의 일행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디젤차인 스프린터에 개솔린을 가득 채운 것이다. 차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번도 본인이 직접 주유한 일이 없고 그동안 직원들이 도와줬었다고 한다.   한 주유기에 디젤과 개솔린이 같이 붙어 있는데 펌프를 잘 못 보고 개솔린을 가득 채웠으니 난리가 난 것이다. 김 회장은 개솔린을 넣으면서 ‘디젤도 87, 89, 91 등 3종류 등급이 있나’하고 의아해하며 주유했다고 한다.   벤츠 딜러에 전화했더니 토잉해 오라고 해서 하이웨이 패트롤에 연락했더니 토잉 업체를 불러 준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한참 후에 토잉업체서 와서 점검해 보더니 직접 수리할 수 있단다. 토잉차를 타고 40분이나 걸려서 정비소에 도착했다.     일단 차 밑에 들어가 밸브를 열고 모든 개솔린을 뽑더니 디젤유를 넣고 다시 또 빼내고 하면서 몇번의 정유 작업을 거쳤다. 3시간이나 걸리는 작업 끝에 결국 모든 개솔린이 제거된 후 시동을 걸었더니 다행히도 제대로 작동했다. 순간의 실수로 5시간을 손해 보고 캐나다 국경을 넘어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했다.     국경을 넘기 전에 준비한 백신 증명서 및 QR 코드 등을 제출하고 어렵게 캐나다로 들어갔다. 김 회장 회사 변호사가 고생하면서 일러준 대로 서류를 작성한 덕분에 간신히 통과할 수가 있었다.     다행히 호텔이 폭포 코앞에 있어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할 수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배를 타고 먼저 관광하고 폭포 뒤쪽 터널로 들어가서 폭포 뒷모습을 구경하는데 떨어지는 물의 양과 그 소리는 어마하게 웅장하다.    20년 전 방문했던 나이아가라폴스와는 달리 엄청나게 커졌고 마치 디즈니랜드같이 어린이 놀이터로 도시가 변했다. 폭포는 하루만 보면 더는 볼 것이 없는데 그 외 도시 전체 곳곳에 디즈니랜드처럼 다양한 놀이기구를 설치해 관광객이 며칠 동안 지루하지 않게 즐기고 갈 수 있게 한 것 같았다.   다음 행선지는 사우전드 아일랜드로 가서 배를 타고 관광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있는 호수 안에 무려 1000여개의 섬이 있다고 해서 사우전드 아일랜드라는 이름이 됐다고 한다.   미국 쪽 섬은 큰 편이고 캐나다 쪽은 작은 섬이 많아 작은 섬에 집 한 채가 들어서 있는 것도 있었다. 참 아름다운 호수지만 그 속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전기, 상하수도, 난방 연료 등 밖에서 보급을 받아야 돼 생활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에 자연보호법이 강화돼 집을 짓는 것이 무척 힘들어졌다고 한다.〈계속〉  레저 여행 Week& 캐나다 미 동부 나이아가라 하기환 NAKI 박낙희

2022-01-20

‘배 뒤집는 불길한 과일’ 바나나 미신에 곤욕

수어드를 떠나 마지막 종착점인 호머(Homer)라는 도시로 향했다. 중간에 니닐치크(Ninil-chick)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를 방문했는데 근처에는 아직도 러시아어를 쓰는 러시아 마을이 있었다.     또 다른 엑시트(Exit)라는 이름의 빙하도 보면서 ‘낚시의 천국’이라는 호머시에 도착했다.   스키를 좋아해 알래스카에서 유일한 스키 리조트인 ‘알리에스카 리조트’에도 들렸는데 상상한 것보다 크기도, 시설도 형편없고 산도 높지 않아서 실망이 컸다.     다음날 새벽부터 낚싯배를 타고 연어와 광어를 잡으러 나섰다. 연어는 한 사람당 6마리, 광어는 2마리까지 잡을 수 있는 제한이 있었다. 뱃삯으로 한 사람당 무려 500불 정도를 지불했다. 우리 4명과 다른 손님 2명 합해서 6명이 정원인 낚싯배를 탔다.   호머시 포구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이상 나가서 광어가 많이 잡힌다는 지점으로 선장이 배를 몰았다. 항해 중 우리 일행이 가져온 바나나를 무심코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선장이 못 보고 한참을 가다가 쓰레기통에서 바나나 껍질을 발견하고는 난리가 났다. 1700년대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미신인 ‘고깃배에 바나나는 금물’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몰랐고 여기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까지도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선장이 흥분하더니 쓰레기통에서 바나나 껍질을 꺼내 바다로 휙 던지면서 더 없느냐고 물었다. 남은 3개를 더 보여 줬더니 바나나값이라고 20불을 주고는 모두 바다로 집어 던지곤 화를 무지하게 냈다. 무전기로 다른 배에도 연락해 “배에 바나나가 있었다. 오늘 Bad Luck”이라고 정말 미친 듯이 화내며 떠들어 댔다.     광어가 많다는 곳에 도착해서 낚시를 시작했다. 바로 전날에 아주 많이 잡았던 곳인데 바나나 때문인지 2시간 이상 6명이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우리 4명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만큼 미안하고 4명이 2000불 들여서 온 낚시인데 한 마리도 못 잡다니 허망했다.     선장이 자리를 옮긴다며 한 시간 정도 호머 항구 쪽으로 와서 다시 광어낚시를 시작했다. 낚싯줄을 바다에 넣었는데 순식간에 광어가 낚아 채이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아해하며 열심히 끌어 올렸더니 큼직한 광어가 달려 나왔다. 광어는 바다 밑에 사는 생선이라 참치같이 끌고 잡아당기는 맛은 없다. 30분 만에 6명이 12마리를 잡아 제한을 다 채우고 연어가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연어는 그래도 물 중간에 사는 생선이라 끌고 땅기는 재미가 있었다. 겨우 10마리밖에 못 잡았는데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해서 철수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선장은 화가 안 풀렸고 전날보다 연어를 반도 못 잡았다고 투덜거린다. 그런데 두둑한 팁을 받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하게 풀렸다. 바나나로 인한 미안한 마음에 팁을 보통보다 많이 준 것이다. 돈 내고 욕먹고 불안하고 정말 어이없는 낚시 투어였다.     구글 검색에서 바나나와 고깃배를 찾아보았더니 바나나를 배에 실으면 배가 뒤집어진다는 미신이 있고 절대로 배에 가지고 타면 안 되는 과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선장이 우리가 잡은 생선을 다 손질해서 회를 뜨고 급냉동시키는 회사에 맡겼다. 한 파운드 사이즈로 잘라서 냉동된 생선을 다음 날 아침에 찾아갈 수 있게 했다. 급냉동된 생선은 24시간 동안 녹지 않고 견딘다고 한다.     전날 호머시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한 식당에 시간 맞춰 찾아갔더니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이라며 문을 닫았다. 또 바나나 귀신이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다른 식당을 찾느라 도시 전체를 다 누비며 식당마다 들려봤지만 모두 만원이었다.     결국 도시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멕시칸 식당 하나를 찾았다. 그것도 사정해서 주방장 허락받고 들어갔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없는 멕시칸 요리는 처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래스카항공이 밤 11시 40분 항공편만 있어 다음날 호머를 떠나 러시아 교회도 보고 알래스카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도 구경한 후 비행기 시간에 맞춰 앵커리지에 도착했다. LA에서 뉴욕만큼 먼 거리다.     LA로 돌아오니 무엇보다도 11일간의 긴 자동차 여행을 24만 마일이나 뛴 고물차를 타고 고장 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끝〉     정리=박낙희 기자  하기환 알래스카 Week& 레저 여행 박낙희 NAKI

2021-11-11

수만 년의 세월 품은 빙하 위를 걷다

페어뱅크에서 발데즈로 가는 하이웨이를 따라서 그 유명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이 있다. 지난 1977년 70억불의 공사비에 무려 2만9000명 이상이 투입돼 장장 800마일에 걸쳐 파이프라인을 설치한 것이다. 끝도 없는 파이프라인이 황량한 땅 위에 건설되었고 현재는 원유 수송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발데즈 인근 지역에 월싱턴(Worthington)빙하와 호스테일(Horsetail)폭포가 있다. 발데즈 도시는 1960년 발생한 강도 9 이상 되는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도시 전체를 수 마일 떨어진 곳으로 옮겨서 새 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발데즈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콜롬비아 빙하 구경에 나섰다. 6시간 이상 걸렸는데 중간에 대머리독수리와 바다사자를 볼 수 있었고 콜롬비아 빙하를 가까이서 돌아봤다.     밴쿠버에서 떠나는 대형 크루즈 배는 워낙 커서 빙하에 가까이 갈 수가 없고 많은 제약이 있어 빙하를 가까이서 보려면 다시 조그만 배를 이용해야 한다. 딸네 식구는 크루즈보다 카약으로 돌아보겠다며 나섰다.     발데즈 항구 안에 위치한 연어 알을 빼서 부화시키는 어류 부화장(Fish Hatchery)을 방문했다. 연어 치어를 어느 정도 키워서 방류하는데 연어 종류에 따라 2년 또는 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연어 치어 귀에 표시해서 어느 양식장에서 방류된 것인지 알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발데즈를 떠나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도시 수어드(Seward)로 향했다.     중간지점에서 하루 쉬고 마누츠카(Manutska)빙하를 보기로 했다. 이 빙하는 내륙에 있고  직접 올라가 볼 수가 있다. 빙하는 꼭 가이드 인솔하에 올라갈 수가 있게 하고 60불 이상 입장료를 받는다.     빙하 자체는 국가 소유이지만 빙하를 올라가는 길목이 사유재산이라 이 땅을 옛날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민이 주차장을 만들고 빙하 하이킹에 필요한 신발에 붙이는 크렘폰(Crampons)을 빌려주며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대동강물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알래스카에도 있었다. 조상이 산 땅이 운 좋게 빙하 옆에 붙어있어 자손들이 크게 돈벌이를 하게 된 것이다.     빙하를 올라가려면 주로 헬리콥터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경비로 빙하 위를 3시간 이상 하이킹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알래스카 여행 중에 식당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행 중에 바비큐 그릴 준비를 해 와서 큰 도시를 제외하곤 식사를 파크에서 바비큐로 하기로 했다.     발데즈에서 준비한 광어, 연어, 비프스테이크 바비큐와 앵커리지 한국식품점에서 사 온 김치라면 등을 곁들여 먹는 식사는 환상적이었다.     한번은 자동차 트렁크에서 급하게 음식을 꺼내다 자동차 키가 안에 있는 것을 모르고 닫았더니 옛날 구식 차라 전체가 잠겨버렸다. 물론 AAA는 근처에 없고 가까운 주유소도 50마일 밖에 있으니 앞이 캄캄했다.     유리창을 부수고 키를 꺼내자니 앞으로 남은 일정에 비도 오는데 아이들도 타고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운 좋게 숙박소 주인이 도와주겠다고 철삿줄로 된 옷걸이를 가지고 나와서 손잡이를 열려고 했으나 잘 안됐다.   결국 앞 창문을 강제로 잡아당겨서 틈을 만들고 그 틈에 나무쐐기를 박아 더 넓히고 해서 앞 좌석에 있는 키를 철사 옷걸이에 걸어 간신히 창문 밖으로 꺼내는 데 성공했다.   모두 기도한 보람이 있었던 것인가? 여행 중에 모두 한두 번 사고가 난 적이 있지만, 매번 운 좋게 헤쳐나올 수 있었다.   다음 행선지인 수어드에 도착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베스트 웨스턴 호텔에 숙소를 정했는데 파킹랏도 없는 호텔 숙박비로 자그마치 하루에 350불을 내라고 했다. 억울하지만, 알래스카 전체가 관광객으로 붐비니 할 수 없었다. 수어드는 근처에 빙하가 많다. 오전에 켄나이 피오르(Kenai Fjord) 관광 배를 타고 무려 6시간에 걸친 빙하 투어를 했다.     발데즈와 수어드시에서 빙하 투어를 하면 밴쿠버나 시애틀에서 힘들게 크루즈선을 타고 와 빙하 관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작은 배를 이용하므로 빙하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중간에 바다사자, 대머리독수리를 비롯해 운이 좋으면 고래도 가까이 볼 수가 있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알래스카 빙하 크루즈 하기환 레저 박낙희 Week& NAKI

2021-11-04

SUV 몰고 11일간 돌아본 광활한 대자연

  생생한 사진과 함께 파타고니아, 존 뮤어 트레일, 스키 여행기를 기고했던 하기환한남체인 회장이 이번에는 광활한 알래스카를 11일간 자동차로 돌아봤다. 팬데믹 이후 알래스카 현지의 투어 환경과 에피소드를 사진과 함께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알래스카는 미국 전체 면적의 1/5이고 텍사스주보다 2.5배나 큰 주다. 인구는 60만이 조금 넘고 1867년에 국무장관 윌리엄 수어드가 러시아로부터 720만불에 샀다. 그 당시 예산 낭비라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주의 이름은 ‘라스트 프론티어(Last Frontier)’라고 자동차 번호판에 붙어있다. 광활한 땅에는 인구 60만명에 불과하니 앞으로 얼마든지 개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개척지다. 1959년에 44번째 주로 미합중국에 포함됐다.     큰딸 식구가 알래스카에 간다고 준비를 하길래 같이 가자고 했더니 친지 하경철, 론 김 부부도 가겠다고 해서 갑자기 10명의 대부대가 되었다. 알래스카는 대부분 밴쿠버, 시애틀에서 크루즈 배로 올라가서 빙하를 보고 조그만 도시들(쥬노, 스케그웨이)서 내려 관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여행은 자동차로 하기로 하고 앵커리지에 내려서 렌터카로 디넬리 국립공원, 페어뱅크, 발데즈, 수어드, 호머를 거쳐 앵커리지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계획을 세웠다. 떠나는 날 일기예보를 보니 앞으로 1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오고 화씨 50도 전후라 춥고 고생만 할 것 같았지만 모든 예약이 끝났으니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하다 놀란 것은 자동차 렌트 가격이 이름있는 회사는 하루에 300달러이고 숙소는 베스트 웨스트 인이 하루에 300달러 한다. 그나마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로 힘들다. 결국 이름도 없는 렌터카 회사에서 SUV 2대를 11일간 한대에 1400달러씩, 합계이 2800달러 주기로 하고 빌렸다.     앵커리지에 도착하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다. 렌터카 회사는 차가 준비 안 되었다며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면 나중에 차를 갔다가 준단다. 덕분에 오후 일정은 아무것도 못 하고 호텔에서 차가 오기만 기다렸다. 오후 늦게 호텔로 온 차는 한 대는 24만 마일 뛴 SUV고 다른 차는 15만 마일 뛴 허머였다. 앞으로 2000마일 이상 달려야 하는데 걱정이 앞섰다.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 무조건 차를 받았다.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이 외국 여행을 못 가고 국내 여행으로 몰리기 때문에 렌터카, 숙박비 등이 엄청나게 오른 것이다.   다음날 디넬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중간에 아름다운 작은 도시 탈키트나(Talkeetna)에 들려서 점심을 먹고 파크로 향했다. 파크 가까이 마운틴 매킨리를 볼 수 있는 두 곳의 뷰포인트가 있었지만 구름에 가려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다음날 우리 부부를 제외한 8명이 디넬리 워터 래프트를 타러 아침 일찍 나갔다. 20여 년 전에 왔을 때 해봤던지라 우리는 늦잠을 자기로 했다. 오후 2시에 디넬리 공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버스를 타고 왕복 160마일 비포장 된 길을 무려 8시간에 걸쳐 공원투어를 했다.     디넬리 파크 방문자 센터에서 마지막 종점인 칸티쉬나(Kantishna)까지 가는 동안 자연의 웅대함을 볼 수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특별한 경치가 아니라서 우리가 즐겨 찾는 요세미티 공원과 비교가 되지만 잔잔하게 아름답고 평온한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그리즐리 곰을 운 좋게 두 마리나 볼 수 있었다. 디넬리 국립공원이 600만 에이커인데 곰은 300마리밖에 안 된다고 한다. 한 마리당 2만 에이커 토지를 가지고 있으니 대단한 땅 부자다. 한국 평수로 2600만 평이다.   그 외 순록은 쉽게 여러 번 볼 수가 있었다. 칸티쉬나는 매킨리산과 빙하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지점인데 날씨 관계로 빙하만 볼 수 있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트레일을 따라 하이킹을 하면서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과 빙하를 볼 수 있었지만 고생한 보람도 없었다.     다음날 페어뱅크로 이동했다. 중간에 렌터카를 점검했는데 타이어 4개가 모두 곧 터질 것 같이 닳았다.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하고 간신히 허락을 받아 페어뱅크에 도착하면 타이어 갈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물론 그 경비는 렌터카 회사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미국 어디나 경기가 좋은 것인지 타이어 가게마다 3시간 이상 기다리라고 해서 일단 모텔에 체크인하고 한 차로 한식당 서울옥에 갔다. 식당서는 일손이 모자라서 주인까지 나와서 서브하고 손님은 한인이 아닌 주로 현지인이었다. 평생 수없이 여행을 다니고 자동차 렌트를 했지만, 타이어를 바꿔 가면서 다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어뱅크에서 다음 목적지인 발데즈는 상당히 먼 거리로 무려 8시간 이상 걸린다. 중간에 노스폴(North Pole)이란 작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 사는 산타클로스가 순록을 타고 성탄절에 선물을 배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보내는 카드는 모두 노스폴 산타클로스에게 배달된다고 한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대자연 레저 Week& 여행 박낙희 NAKI 알래스카 SUV 하기환 가볼 만한 곳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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