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년의 세월 품은 빙하 위를 걷다
하기환 회장의 알래스카 자동차 투어<2>
곳곳 펼쳐진 웅장한 절경 압권
크루즈·카약·하이킹으로 구경
대형 송유관·연어 부화장까지
발데즈에서 크루즈선을 타고 콜롬비아 빙하 구경에 나섰다. 6시간 이상 걸렸는데 중간에 대머리독수리와 바다사자를 볼 수 있었고 콜롬비아 빙하를 가까이서 돌아봤다.
밴쿠버에서 떠나는 대형 크루즈 배는 워낙 커서 빙하에 가까이 갈 수가 없고 많은 제약이 있어 빙하를 가까이서 보려면 다시 조그만 배를 이용해야 한다. 딸네 식구는 크루즈보다 카약으로 돌아보겠다며 나섰다.
발데즈 항구 안에 위치한 연어 알을 빼서 부화시키는 어류 부화장(Fish Hatchery)을 방문했다. 연어 치어를 어느 정도 키워서 방류하는데 연어 종류에 따라 2년 또는 3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연어 치어 귀에 표시해서 어느 양식장에서 방류된 것인지 알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발데즈를 떠나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도시 수어드(Seward)로 향했다.
중간지점에서 하루 쉬고 마누츠카(Manutska)빙하를 보기로 했다. 이 빙하는 내륙에 있고 직접 올라가 볼 수가 있다. 빙하는 꼭 가이드 인솔하에 올라갈 수가 있게 하고 60불 이상 입장료를 받는다.
빙하 자체는 국가 소유이지만 빙하를 올라가는 길목이 사유재산이라 이 땅을 옛날부터 소유하고 있던 주민이 주차장을 만들고 빙하 하이킹에 필요한 신발에 붙이는 크렘폰(Crampons)을 빌려주며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대동강물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이 알래스카에도 있었다. 조상이 산 땅이 운 좋게 빙하 옆에 붙어있어 자손들이 크게 돈벌이를 하게 된 것이다.
빙하를 올라가려면 주로 헬리콥터를 타고 가야 하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경비로 빙하 위를 3시간 이상 하이킹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발데즈에서 준비한 광어, 연어, 비프스테이크 바비큐와 앵커리지 한국식품점에서 사 온 김치라면 등을 곁들여 먹는 식사는 환상적이었다.
한번은 자동차 트렁크에서 급하게 음식을 꺼내다 자동차 키가 안에 있는 것을 모르고 닫았더니 옛날 구식 차라 전체가 잠겨버렸다. 물론 AAA는 근처에 없고 가까운 주유소도 50마일 밖에 있으니 앞이 캄캄했다.
유리창을 부수고 키를 꺼내자니 앞으로 남은 일정에 비도 오는데 아이들도 타고 있어 추위를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운 좋게 숙박소 주인이 도와주겠다고 철삿줄로 된 옷걸이를 가지고 나와서 손잡이를 열려고 했으나 잘 안됐다.
결국 앞 창문을 강제로 잡아당겨서 틈을 만들고 그 틈에 나무쐐기를 박아 더 넓히고 해서 앞 좌석에 있는 키를 철사 옷걸이에 걸어 간신히 창문 밖으로 꺼내는 데 성공했다.
모두 기도한 보람이 있었던 것인가? 여행 중에 모두 한두 번 사고가 난 적이 있지만, 매번 운 좋게 헤쳐나올 수 있었다.
다음 행선지인 수어드에 도착했다. 바닷가에 위치한 베스트 웨스턴 호텔에 숙소를 정했는데 파킹랏도 없는 호텔 숙박비로 자그마치 하루에 350불을 내라고 했다. 억울하지만, 알래스카 전체가 관광객으로 붐비니 할 수 없었다. 수어드는 근처에 빙하가 많다. 오전에 켄나이 피오르(Kenai Fjord) 관광 배를 타고 무려 6시간에 걸친 빙하 투어를 했다.
발데즈와 수어드시에서 빙하 투어를 하면 밴쿠버나 시애틀에서 힘들게 크루즈선을 타고 와 빙하 관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작은 배를 이용하므로 빙하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고 중간에 바다사자, 대머리독수리를 비롯해 운이 좋으면 고래도 가까이 볼 수가 있다. 〈계속〉
정리=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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