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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뒤집는 불길한 과일’ 바나나 미신에 곤욕

하기환 회장의 알래스카 자동차 여행<3>

무심코 먹고 버린 껍질 보고
낚싯배 선장 노발대발 성화
두둑한 팁 받고서야 풀어져
고물차로 11일간 완주 감사

앵커리지 데일리뉴스로부터 지난해 '베스트 호텔/리조트' 골드 어워드를 수상한 호머시 '랜드 엔즈 리조트' 인근 바닷가 전경. [사진=하기환 회장 제공]

앵커리지 데일리뉴스로부터 지난해 '베스트 호텔/리조트' 골드 어워드를 수상한 호머시 '랜드 엔즈 리조트' 인근 바닷가 전경. [사진=하기환 회장 제공]

수어드를 떠나 마지막 종착점인 호머(Homer)라는 도시로 향했다. 중간에 니닐치크(Ninil-chick)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를 방문했는데 근처에는 아직도 러시아어를 쓰는 러시아 마을이 있었다.  
 
또 다른 엑시트(Exit)라는 이름의 빙하도 보면서 ‘낚시의 천국’이라는 호머시에 도착했다.
 
스키를 좋아해 알래스카에서 유일한 스키 리조트인 ‘알리에스카 리조트’에도 들렸는데 상상한 것보다 크기도, 시설도 형편없고 산도 높지 않아서 실망이 컸다.  
 
출구(Exit)라는 이름의 빙하 모습. 마치 빙하 가운데로 길이 난 듯하다.

출구(Exit)라는 이름의 빙하 모습. 마치 빙하 가운데로 길이 난 듯하다.

다음날 새벽부터 낚싯배를 타고 연어와 광어를 잡으러 나섰다. 연어는 한 사람당 6마리, 광어는 2마리까지 잡을 수 있는 제한이 있었다. 뱃삯으로 한 사람당 무려 500불 정도를 지불했다. 우리 4명과 다른 손님 2명 합해서 6명이 정원인 낚싯배를 탔다.
 


호머시 포구에서 배를 타고 2시간 이상 나가서 광어가 많이 잡힌다는 지점으로 선장이 배를 몰았다. 항해 중 우리 일행이 가져온 바나나를 무심코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선장이 못 보고 한참을 가다가 쓰레기통에서 바나나 껍질을 발견하고는 난리가 났다. 1700년대부터 내려오는 일종의 미신인 ‘고깃배에 바나나는 금물’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몰랐고 여기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까지도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선장이 흥분하더니 쓰레기통에서 바나나 껍질을 꺼내 바다로 휙 던지면서 더 없느냐고 물었다. 남은 3개를 더 보여 줬더니 바나나값이라고 20불을 주고는 모두 바다로 집어 던지곤 화를 무지하게 냈다. 무전기로 다른 배에도 연락해 “배에 바나나가 있었다. 오늘 Bad Luck”이라고 정말 미친 듯이 화내며 떠들어 댔다.  
 
광어가 많다는 곳에 도착해서 낚시를 시작했다. 바로 전날에 아주 많이 잡았던 곳인데 바나나 때문인지 2시간 이상 6명이 한 마리도 못 잡았다. 우리 4명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만큼 미안하고 4명이 2000불 들여서 온 낚시인데 한 마리도 못 잡다니 허망했다.  
 
선장이 자리를 옮긴다며 한 시간 정도 호머 항구 쪽으로 와서 다시 광어낚시를 시작했다. 낚싯줄을 바다에 넣었는데 순식간에 광어가 낚아 채이는 것이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아해하며 열심히 끌어 올렸더니 큼직한 광어가 달려 나왔다. 광어는 바다 밑에 사는 생선이라 참치같이 끌고 잡아당기는 맛은 없다. 30분 만에 6명이 12마리를 잡아 제한을 다 채우고 연어가 많은 곳으로 이동했다.  
 
연어는 그래도 물 중간에 사는 생선이라 끌고 땅기는 재미가 있었다. 겨우 10마리밖에 못 잡았는데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리고 해서 철수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도 선장은 화가 안 풀렸고 전날보다 연어를 반도 못 잡았다고 투덜거린다. 그런데 두둑한 팁을 받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하게 풀렸다. 바나나로 인한 미안한 마음에 팁을 보통보다 많이 준 것이다. 돈 내고 욕먹고 불안하고 정말 어이없는 낚시 투어였다.  
 
구글 검색에서 바나나와 고깃배를 찾아보았더니 바나나를 배에 실으면 배가 뒤집어진다는 미신이 있고 절대로 배에 가지고 타면 안 되는 과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호머시 항구에서 하 회장 일행이 잡은 광어와 연어들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호머시 항구에서 하 회장 일행이 잡은 광어와 연어들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선장이 우리가 잡은 생선을 다 손질해서 회를 뜨고 급냉동시키는 회사에 맡겼다. 한 파운드 사이즈로 잘라서 냉동된 생선을 다음 날 아침에 찾아갈 수 있게 했다. 급냉동된 생선은 24시간 동안 녹지 않고 견딘다고 한다.  
 
전날 호머시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한 식당에 시간 맞춰 찾아갔더니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이라며 문을 닫았다. 또 바나나 귀신이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다른 식당을 찾느라 도시 전체를 다 누비며 식당마다 들려봤지만 모두 만원이었다.  
 
결국 도시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에 멕시칸 식당 하나를 찾았다. 그것도 사정해서 주방장 허락받고 들어갔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없는 멕시칸 요리는 처음이었다.  
 
러시아 정교회와 주변 묘지 모습. 여전히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러시아 정교회와 주변 묘지 모습. 여전히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래스카항공이 밤 11시 40분 항공편만 있어 다음날 호머를 떠나 러시아 교회도 보고 알래스카 야생동물보호센터에서 동물도 구경한 후 비행기 시간에 맞춰 앵커리지에 도착했다. LA에서 뉴욕만큼 먼 거리다.  
 
LA로 돌아오니 무엇보다도 11일간의 긴 자동차 여행을 24만 마일이나 뛴 고물차를 타고 고장 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끝〉 
 
알래스카에서는 14세부터 비행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자가용 수상비행기가 흔하다.

알래스카에서는 14세부터 비행면허를 취득할 수 있을 정도로 자가용 수상비행기가 흔하다.

 정리=박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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