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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파도 1       파도는 곡선으로 오지만   때로는 직선으로도 온다   직선으로 와서 내 몸을 밀어   모래알처럼 쓸어 내기도 하고   자갈처럼 울음을 터뜨리게도 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신비하리만큼 아름다웠다. 멀리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직선을 이루며 하나가 되었다. 호수에 가득한 파도가 멀리서 밀려오고 있다. 손짓하듯 잔잔한 거품을 물고 해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눈길을 고정하고 파도의 이동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또 다른 파도의 물결이 생겨나고 어느 사이 서 있는 발밑까지 적시며 세차게 밀려오고 있다.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서면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미시간 호수를 바라보며 나무 한 그루 서 있다. 높은 나무 위에 여러 마리의 새들이 모여 재잘거리며 하루를 즐거이 맞이하고 있다. 멀리 날아갔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어디에서 오는지 여러 마리의 새 떼가 함께 모여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지난밤 거칠게 퍼부었던 비와 간간이 번뜩였던 섬광과 하늘을 찢는 날카로운 소리를 이야기하는 듯 보였다. 파도와 함께 시간의 조각들이 흩어진다. 그 조각들은 윤슬이 되어 호수의 표면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고 있다.   도대체 이 호수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가 이처럼 충만한 물결을 물려 오게 했을까? 지난밤 퍼붓던 빗물이 호수의 수위를 높인 탓인지 거세게 모래가 밀려오고, 또 쓸어내리고 있다. 굵은 자갈에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파도의 울음소리같이 들린다. 만물이 주로부터 지어져 다시 지은이에게 돌아가는 듯 보였다. 수천수만 년 전 아니 이 땅이 지어지고 이 우주가 지어질 때 까마득한 창세로부터 밀려오고 밀려갔던 파도가 오늘 이렇게 같은 모양으로 밀려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약한 것, 연약한 것만을 바라보며 실망하고 좌절했던 우리의 모습. 하늘의 것을 보지 못하고 땅만 바라보는 우리의 일상의 모습이 아닌가. 파도를 보라. 그의 평생 잊지 못할 몸짓을 보라. 밀려오는 당당한 그의 허리를 보라. 눈을 들어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파도가 밀려오는 모든 풍경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어제가 아니고 오늘이다. 우리의 삶에서 끝이라는 개념은 지워져야 한다. 지금까지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거친 비바람이 몰아쳐서 꼭 마지막 날이 될 것만 같은 어둠의 밤이 지났다. 아직 남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 동이 트고 있다. 햇살이 구름 사이로 직선의 화살을 쏘아 내리고 있다. 어둠을 뚫고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본다. 어둡던 마음에 문이 열리고 다시 먼동이 트고 새날이 밝아 오고 있다. 지난밤의 염려와 근심이 사라지고 조금의 빈틈도 없이 시계의 크고 작은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듯 호수는 제 자리를 찾았다. 새날이 밝아 오면서,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새로운 호수, 새로운 파도가 몰려오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모래의 쓸림도, 자갈의 울음도 넓은 가슴으로 안아주는 호수의 사랑은 오늘도 아름답고 또 새롭다. 윤슬이 보석 같이 빛나고 하얀 거품에 물방울이 생명으로 가득 찰 때 내 속 가득 차오르는 감격의 선물을 어찌 감당해 낼까?       파도 2       눈을 피해 살며시 다가오는   너의 손끝을 보고야 말았다   너는 나에게 잊힐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로 가서   평생 잊지 못할 몸짓이 되고싶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미시간 호수 섬광과 하늘 밀어 모래알

2024-08-05

100여명 참여 “파도에 부딪혀도 단단한 신앙”

 플라워마운드 교회(담임목사 최승민)에서는 지난 주 7월25일(목)부터 28일(일)까지 “파도에 부딪혀도 단단한 신앙(Breaker Rock Beach)” 이라는 주제로 여름성경학교(이하 VBS)를 열고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는 로마서 12:2 말씀으로 결코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진리에 대해 배웠다. VBS는 “진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Truth Comes from God)”, “하나님의 계획이 가장 좋다(God’s Plan is Best)”, “모든 사람들은 예수님을 필요로한다(Everyone Needs Jesus)”, “예수님이 유일한 길이다(Jesus is the Only Way)”, “사랑 안에서 진리를 말하자(Speaks the Truth in Love)”라는 소주제에 맞춰서 매일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VBS에는 70명 남짓의 어린 아이들과 초등학생들이 참석했으며 교사와 발런티어를 포함하여 총 100여 명이 오전 10시부터 오후1시까지 함께 모여 즐겁게 성경말씀을 배우고 다양한 활동을 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VBS에 참석한 모든 아이들은 먼저 본당에 모여서 함께 기도와 찬양으로 예배드리고 이야기와 연극 형식으로 성경말씀을 들으며 성경구절을 암송했고, 이후 그룹별로 나뉘어져 다른 활동들이 준비된 각각의 스테이션으로 이동했다. 프리스쿨, 유치부-1학년, 2-3학년, 4-5학년 이렇게 4 그룹으로 나뉘어 게임, 성경공부, 크래프트, 스낵 시간을 로테이션으로 가졌으며, 이후 본당에 다시 모여서 찬양과 율동으로 예배하고 선교에 관한 비디오를 시청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플라워마운드 교회는 남침례교단 소속으로, 달라스 한인 제일 침례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던 김경도 목사(현, 은퇴 목사)가 헌신하여 1999년 1월 24일에 한인들이 많이 이주하던 루이스빌과 플라워마운드 경계 지역에 세워져 현재의 규모로 부흥 성장하였다. “다함께 배우며 섬기고 선교하는 교회(마태복음 9:30)”의 비전에 따라 구원받은 백성, 배우는 제자, 섬기는 사역자, 그리고 전하는 사명자를 실천해오고 있다. 초대 김경도 담임목사 후임으로  최승민 목사가 제 2대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문의 214.513.7707 또는 contact@fmkchurch.com.       캐서린 조 기자참여 파도 담임목사 최승민 플라워마운드 교회 플라워마운드 경계

2024-08-02

[이 아침에] 깊은 밤 깊은 곳, 총소리 같은 비명

나무도 속이 터져 죽는다. 나무의 처음이자 마지막 절규. 총소리 같다고 한다. 깊은 밤, 깊은 곳, 한겨울, 먼 북쪽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여름 한 철,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사람들이 놀러 온다. 그리고 곧바로 겨울이 온다. 춥다. 사람들은 서둘러 떠난다.  눈이 내리고, 호수는 얼어붙고, 칼바람이 분다. 무자비한 빙하기의 재림은 다음 해 5월까지 사람들의 왕래를 끊는다.     미국 몬태나 주, 캐나다 접경 지역, 글래시어 국립공원 로키 산맥 동쪽 산자락, 투 메디신 호수 주변의 이야기다. 이 호수와 계곡은 블랙푸트(Blackfoot) 원주민에게는 성지다.  그들은 이 호수를  ‘신령의 호수’라 부른다.     지난 6월 초 신령의 호수를 찾았다. 공원 서쪽을 돌아보고 로키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가는 '태양으로 가는 길(Going-to-the Sun Road)'을 따라갈 계획이었으나, 그 길이 공사 중 이어서 공원 바깥 로키산맥 남쪽 자락을 돌아서 동쪽 입구로 간다.     아침나절 투 메디신 계곡으로 들어간다. 계곡을 꽉 차게 흐르는 강물은 짙은 남색, 강물 따라 부는 바람은 벅차다. 나그네가 견디기가 벅차다는 이야기이다. 산자락을 돌아 계곡의 끝을 본다.  검은 바위산이 하늘을 찌른다. 꼭대기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넓고 푸른 호수, 파도가 제법 높다. 호수 주위로 가문비나무 숲, 그리고 자작나무 숲이 여기 저기 보인다.     호수를 가로질러 유람선이 호수를 건너 반대쪽 계곡 입구로 데려간다. 한 번에 50여명. 숲속에 내려놓고 배는 돌아간다. 배가 호수 가운데쯤 갈 때는 조그만 돛단배만하게 보인다. 호수가 그만큼 넓다.     호숫가를 따라 가문비나무 숲, 짙은 녹색 나무들 사이에 전봇대 마냥 뻘쭘하게 서 있는 죽은 나무들이 보인다. 유람선 안내원의 설명이 떠오른다. “속 터져 죽은 나무들입니다. 한겨울 오밤중 나무들이 터집니다.”  날이 추워지면 나무들은 자신의 모통에서 물기를 뺀다. 그런데 가끔 낮 기온이 평소보다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무는 날이 풀리는 줄 알고 다시 물을 빨아들인다.     이 골짜기는 기온 변화가 심하다.  그 근처 어느 마을의 기록에 의하면 하루에 낮 기온 화씨 46도에서 밤 기온 -56도, 무려 100도의 일교차를 보인 적도 있다. 깊은 밤 나무의 수액이 갑자기 얼어서 부풀어 오르면 나무는 터져버린다.     이 나무가 전봇대 크기로 자라려면 20년이 넘게 걸린다. 오래 살면 500년도 넘게 사는 나무가 어느 하루 기온 변화를 잘 못 감지한 착각으로 속이 터져 죽어버린다고. 정직하지만 가혹한 인과응보.     나무는 죽으면서 다른 동종 나무들에 경고를 한다.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  하얗게 말라 죽은 고사목은 그렇게 지긋이 젊은 나무들이 크는 것을 지켜본다. 죽은 나무도 100년은 서 있다고.   김지영 / 변호사이 아침에 총소리 비명 녹색 나무들 호수 파도 호수 주위

2024-07-09

[신간 소개]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외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 고광이 시인 세 번째 시집 '평행선' 등 총 68편 수록   재미시인협회 고광이 회장이 시집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 음악이다(천년의 시작.사진)’를 출간했다.     2011년 첫 번째 시집 ‘무지개 다리를 건너’, 2012년 두번째 시집 ‘내 마음의 풍경 소리’를 펴낸 지 10여년 만이다.     고광이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출간 후 글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다”며 “그동안 시를 다듬고 다듬는 긴 작업의 시간 끝에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이며 한양대학교 국문과 유성호 교수는 해설에서 “사랑의 시학을 탐구해 가는 시인의 치열함이 서정시를 바탕으로 빛나는 항해를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설명했다.     고광이 시인은 월간 한올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크리스찬문인협회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기념회는 10월 28일 오후 4시 용궁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의:(310)612-9580     오렌지글사랑 ‘마디’  창립 28주년 첫 수필 동인집 12명 수필가 총 60여편 수록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인 문학동호회인 오렌지글사랑(회장 조앤 권)이 수필 동인지 ‘마디(사진)’를 출간했다.   3년에서 20년 이상 오렌지글사랑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12명의 수필가가 각각 5개 수필 작품을 수록했다.     시인, 수필가이자 평론가인 정찬열 작가는 “올해 오렌지글사랑 창립 28주년으로 5년마다 오렌지 문학을 발간해 왔지만, 장르별 동인지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국을 떠나 낯선 땅 이곳 캘리포니아에 오기까지의 사연들, 살아오면서 겪은 인상적인 장면들, 이민 생활에서 얻은 생생한 체험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고 밝혔다.     참여 수필가는 권조앤, 김홍기, 박연실, 윤덕환, 이미자, 이영미, 이정숙, 이주혁, 정유환, 정준희, 정찬열, 최희봉 등 12인이다.   ‘마디’ 출판기념회는 다음 달 23일 오후 12시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에서 열린다. 회비는 20달러다.     ▶주소:9876 Garden Grove Blvd, Garden Grove   ▶문의:(909)210-8369     이은영 기자신간 소개 파도 참여 수필가 이상 오렌지글사랑 올해 오렌지글사랑

2023-08-26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천개의 보라(하)

순천의 시화랑 은하수에서 시와 그림에 빠져들던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문득 지난 시카고에서 보낸 45년의 삶이 주마등 같이 지나갔다. 브라운 라인 전철 안에서의 난감했던 하루의 시작, 어디에 발길을 두어야 하나? 두려운 시간의 늪에서 어떻게 나와야 하나? 머리가 아팠다. 늦은 시간 로렌스 아파트 포치 계단을 오르다 말고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던 내 젊은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기다려야 했고, 참아야 했던 날들도 지나고 그리움을, 기다림을 떠나보내고 지금 돌아보니 나에게 남은 건 그림과 시였다.   배롱꽃 지고 나면 /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 / 배롱나무 가까이 지날 때마다 떨어진 꽃잎 / 안타까운 내 마음이라 말하기로 합니다 // 배롱꽃 지고, 처진 가지 사이로 / 어둠으로 쓰러지는 밤처럼 하루도 저물고 / 꽃잎 몇장 새벽 이슬에 반짝이는 마음 / 당신을 생각하였노라 말하기로 합니다 // 같은 마음으로 걷고, / 같은 곳을 향해 눈빛을 맞춘다는 것 / 달빛 가슴에 담을 수 있다는 것 / 서로의 담이 허물어진 탓이라 말하렵니다 / 미시간호수 낮은 파도 소리 / 새해 첫 날 발끝까지 들렸던 소리 / 그 소리 일몰의 파도와 닮아간다 말하기로 합니다 // 침묵이 오래 이어진 날들 / 깊이 뿌리내리기 위한 것이 되려니와 / 반갑던 이름 모래알처럼 손틈으로 빠져 나가려할 때 / 그 이름 가볍게 부르지 않음은 / 한껏 피었다 지는 배롱꽃 나무 아래 / 시들기 전 부서져 흙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 어느 날, / 나에겐 늘 먼 곳이어서 바라만 보았던 / 별빛처럼 다가오지 않는 깜깜한 밤, / 밤처럼 아득해지는 당신의 웃음은 / 훠얼 훨 내 안에서 어둠으로 만져지고 /  나는 어둠으로 지는 밤이 되기로 합니다   글을 그림처럼 쓰고, 시를 그림처럼 그린다. 곽 시인의 시작노트에 쓰여진 글 같은 그림, 그림 같은 글. 그의 하루하루의 삶이 노트 위에 스며들었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 책장이 넘겨진다는 것.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일 수도 있고, 혹은 필연적인 일일 수도 있어 오랜 시간 내게 허락되었던 길. 그 길을 걸었던 시간 속에서 수많은 날줄과 씨줄을 통과한 후 만나는 순간. 밤은 길었다. 보이지 않는 저 끝에서부터 반대편 저 너머까지, 밤은 까마득한 선이다. 휘청이지 않는 철심 같아서 의식은 곧게 깨어있어야 했다. 의식은 의식 위에서 매미소리 같은 여운으로 매달려 있어야 했다. 까만 철심이 다리같이 뻗은 밤은 여전히 길었다.   시카고로 돌아온 후 내일이면 꼭 한달이 지나간다. 가능한 무엇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시차를 이기려면 낮에 자지 말라고 하지만 졸리면 자고 잠들지 못하면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몇일은 비가 쏟아졌고, 몇일은 뜨거운 햇살에 잔디가 타들어갔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엎드려 풀과 나무와 꽃과 놀았다. 머리속에 남겨지는 생각을 버리려고 푸른 나무 사이를 걷기도 했다. 꿈이 그려질수록 시간을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 곽재구 시인이 ’꽃으로 엮은 방패’ 시집에 그림처럼 그려 내 손에 쥐어준 글귀, 한달은 배불리 먹고도 아직 버티고 있다.   신호철 선생님께- // 마음의 향기 소담하게 / 스민 아름다운 시화집 / 잘 보았습니다 고독했지만 / 행복한 날들 아니었겠는지요 / 삶의 남은 시간들 / 오래오래 물소리 같으시기를 // 2023. 6. 8 /은하수 갤러리 / 곽재구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소리 물소리 같으시기 시간 로렌스

2023-07-24

휴가철 팬핸들, 모빌 해변서 '격랑' 주의보

플로리다 팬핸들과 앨라배마 모빌을 잇는 멕시코만 해변에서 최근 최소 10명이 익사해 휴가철 해변을 방문할 예정인 방문객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예상된다.     희생자 중 조지아 소방관 출신 아버지가 아들을 구하려다 익사한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현지 매체 WSB-TV에 따르면 6월 중순부터 플로리다 파나마시티 해변 주변에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해변 구조대가 '격랑' 경고를 했던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앨라배마쪽 해변에서 20~23일 사이에 세 명이 익사했으며, 플로리다 데스틴에서는 전 NFL 쿼터백 출신인 라이언 멀렛(35)이 익사했다고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다. 멀렛의 익사 사고 날 격랑이 관찰되지는 않았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한 바 있다.     격랑(혹은 이안류)은 바닷가로 들어오는 일반 파도와는 달리 해변에서 빠져나가는 강력한 파도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바다로 휩쓸려갈 수 있는 만큼 강하기 때문에 바닷가와 근처 구조대는 매일 격랑을 예상한 깃발로 방문객들을 경고한다.     바다의 물길, 파도의 모양 등으로 격랑을 알아볼 수는 있지만 맑은 날에도 나타날 수 있어 개인의 판단보다는 해안 구조대, 기상청 등에 알아보는 것이 좋다.   해변 관리측은 격랑으로 위험한 날에 빨간 깃발을 꽂아놓아 방문객들에게 경고하고 만약 빨간 깃발이 두 개 있을 때도 물에 들어가면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일어난 베이 카운티의 토미 포드 셰리프는 "현지 공무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며  관광객들이 개개인이 책임지고 해변의 깃발을 잘 살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매년 전국적으로 100명 정도가 격랑에 의해 익사하며, 바다에서 가장 많은 구조 원인으로 꼽힌다.     NOAA는 격랑에 빠졌을 때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바다로 떠밀려진다고 해서 해변가로 수영하지 말고, 옆으로 수영해 격랑을 빠져나가려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지아 기자휴가철 멕시코 휴가철 해변 해변 파도 휴가철 멕시코

2023-06-3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내가 당신을 찿아간 날 비에 젖은 머리칼은 흔들리는 노을로 내려앉는 어스른 저녁 마지막 남은 햇살이었지 너무 오래 당신을 바라보아 미안해요 이 봄 한아름 꽃향기를 안고 서 있는 당신 발목을 잡고 놓지 않으려 했어요 이게 우리 사이가 아니었나 싶었다가도 언제나 보아도 설레이는 당신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름다운 흔적은 어느 날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 거란 걸 알지요 누군가 뿌렸고 눈물로 가꾸었고 힘써 거두어낸 시간의 자국이란 걸 알고 있지요 마음을 스치고간 희노애락의 물결이란 걸 알지요 가문비나무 작은 열매들이 익어갈 무렵 당신은 내게로 왔어요 앞문을 열면 탁 트인 마당에 푸른 물결로 안겨오는 자유 걸림돌이 될 수 없는 디딤돌의 넓은 마루로 내게 왔지요 우린 아주 오래 전 서로를 훔친 운명처럼 늦은 봄빛으로 자라났어요 당신이 내게로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바람의 옷소매를 부여잡았을 때 펄럭이며 나에게 말한 건 푸른 잎 사이를 파고드는 마지막 햇살의 파장이었지요 미안해요 먼 길 오라 해서요 설익은 열매의 풋풋함으로 당신의 문을 노크하는 내 손은 물결처럼 떨리고 있어요 이제 달의 기울음을 조용히 기다릴께요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는 당신은       하늘이 흐려 빌딩 뒤로 붉게 번져오는 일출을 볼 수 없습니다.   인사동 나인츄리 15층 객실 통유리를 통해 종로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천년을 세우는….” 조계종의 화려한 꽃등이 보이고 가끔 느리게 차가 움직입니다. 5층 라운지에서 커피 두 잔을 내려왔습니다. 한잔은 이곳에 없는 당신에게 드리려구요. 이른 아침 커피향은 늘 정신을 가다듬게 합니다. 지난 밤 수런대던 인사동은 침묵 속에 있습니다.     시화집을 내러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왔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마음 같기만 해서 내려다 본 가로수의 행렬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아침입니다. 키를 키우지 못한 생각의 매듭을 풀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작게만 보입니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들의 대화보다 여린 어깨로 아침을 걷고 있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는듯해 정겹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르고 의연해 보이는 걸음입니다.     꽃이 필 때 우리는 환호하지만 꽃이 져야 열매를 맺거늘 지는 꽃을 바라보며 당신은 마음조리지 말기를, 부디 마음 상하지 않기를.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을. 눈가에 잡힌 주름이 어색하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질 때, 아득히 흘러간 시간도 한때 피었다 지는 한 송이 꽃인 것을, 남겨질 씨앗인 것을. 나무숲에 앉아 지저귀던 한 마리 새도 노을빛 하늘로 사라지거늘, 통속하는 세월의 한 풍경이거늘. 스치고간 자리마다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는 당신, 부디 아프지 마시라.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노을빛 하늘 희극도 비극도 한아름 꽃향기

2023-06-05

[문장으로 읽는 책]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당시 내게 서핑은 성공해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아무도 내게 서핑을 좀 더 잘하라며 성가시게 참견하지 않았다. 다들 서핑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딱히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나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서핑을 해나갔다. 서핑은 나만의 영역이었으며, 서핑을 못 한다는 사실도 나만의 영역이었다.   캐런 리날디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무쓸모’, 쓸모없는 일에도 쓸모가 있다. 목적과 유용성 없는 일에 몰두하는, 진짜 삶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책은 그저 무쓸모가 아니라 아예 자기가 못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잡지 편집장이자 분주한 워킹맘이던 저자가 마흔 살에 처음 서핑을 시작한다. 운동은 젬병이라 처음 파도타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그동안 무수히 넘어진 시간, 형편없이 못 하는 일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책의 내용이다. “우리를 매혹하는 무언가를 능숙하게 하지 못해서 생기는 좌절에 빠지면 누구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못하는 일을 피하다 보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불필요할 정도로 피하게 된다.” 그리고 “못하는 일을 하면 삶의 어려운 순간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완벽함을 내려놓고 못 하는 일을 시도하라. 인생에서 생각하지 못한 파도가 닥쳐올 때 견뎌낼 힘이 된다.” 이게 저자의 결론이다. 실제 저자는 유방암 선고를 받고도 그저 서핑을 타러 갔다. 17년간 서핑을 해온 저자는 “새로운 못할 거리로 노래수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파도 인생 다들 서핑 유방암 선고

2023-04-12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유리처럼 맑고 파도치는 호수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중순까지는 캘리포니아 주의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숲들이 황금빛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395번 하이웨이를 따라 북상하면, 론파인, 비숍, 맘모스레이크, 쥰레이크, 실버레이크 지역이 가을을 감상하기 최적이다. 그리고 네바다 주와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레이크 타호는 유리처럼 깨끗해 바닥까지 선명히 보이는 호수에 붉고, 노란 황금색의 단풍들이 환상의 색을 더해 가을 그림을 만들고 있다.     ‘레이크 타호’는 해발 6254피트로 수백만년 전 캘리포니아 지역이 두꺼운 어름으로 덮여있던 빙하기 때 지층활동 때문에 형성됐다 한다.  길이 22마일 폭 12마일, 둘레가 72마일, 수심 1645피트, 3분의 2가 캘리포니아 주, 나머지는 네바다 주로 나누어져 있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이 걸릴 정도다.   네바다 주 리노에서 1시간, 캘리포니아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2시간 거리에 있어 접근이 쉽고 호수 남쪽 네바다 주에는 카지노 호텔들이 있고 수많은 비경들이 호수를 따라 산재해 있다. 봄 야생화의 향연, 여름 물놀이의 천국, 가을 멋진 단풍, 겨울 스키와 스노모빌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가을이 한창인 지금 레이크 타호를 방문하기 좋은 계절이라 몇 곳을 추천한다.   ▶샌드 하버 비치     수정같이 맑은 호수에 폰데로사 파인 숲, 아스펜 단풍, 청록색 호수에 잠긴 바위들이 푸른 하늘과 어울려 명화 같다. 보트 정박장이 있고, 카누, 수영, 산책,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레이크 타호에서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 중 한 곳이다. 작은 만들 사이 가족끼리 정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여러 곳이다.   ▶테일러 크릭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가 되면, 바다에서 알을 낳기 위해 귀향하는 수백 마리의 ‘코카니 연어’들 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특별 제작된 수족관 유리전망을 통해 연어들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다. 오고 가는 레인보우 트레일의 단풍 숲길 은 가을 속으로 흠뻑 빠져드는 것 같다.   ▶유람선 M.S.DIXIE II     호수 동남쪽 네바다주에 위치한 Zephyr Cove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M.S.DIXIE II’는 2시간 동안 ‘에메랄드 베이’ 까지 다녀오는데, 선상에서 보는 ‘레이크타호’의 모습이 압권이다.   ▶에메랄드 베이 주립공원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곳. 에메랄드 베이 중앙에는 레이크 타호에서는 단 하나의 작은 ‘파넷트 섬’ 이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다. 섬 위에는 돌로 지은 작은 성 같은 티하우스가 호수를 내려 보고 있다. 1928~1929년 사이에 지어진 곳이지만 지금은 건축의 골조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 자체가 섬과 어울려 멋진 경관에 한몫한다.  파킹랏에서 1마일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면 호반에 도착한다. 호반에는 1929년 완공된 스칸디나비아 양식의 건축물 바이킹숌이 있다. 이곳에서 카누를 랜트해 파넷트섬 과 에메랄드 베이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파킹랏에서 89번 도로를 가로질러 호수 반대편으로 약 1마일의 ‘이글 폭포’ 트레일을 추천한다. 폭포도 아름답지만 이곳에서 파노라마 전경의 타호호수와 에메랄드 베이의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트레일을 따라 황금색의 단풍 또한 보너스로 받는 장관이다. (40피트 이상의 차는 통행하지 못한다.)   ▶해븐리 스키장   케이블카로 2000피트 이상을 오르며 9000피트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레이크타호의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다     삼호관광의 가을 단풍, ‘리노, 레이크타호’를 추천한다. 정호영/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유리 파도 호수 동남쪽 호수 남쪽 실버레이크 지역

2022-10-06

[글마당] 바다가 또 불렀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작아진다. 파도가 멀리서 거친 소리로 다가오면 나는 옛 생각에 잠긴다.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와 남기고 가버리면 나도 파도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올여름은 더웠다. 나는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더우면 바닷물에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 젖은 몸을 태양 아래 서서 말렸다. 주위 사람의 다양한 행동들을 둘러보다가 더워지면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물에서 나와 몸에 맞게 모래를 비벼서 편하게 몸을 뉘었다. 사방이 훤히 트인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누워 있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다. 파도 소리를 두세 번 들으면 달콤한 깊은 잠에 빠진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거나 아이들 노는 소리에 깨어난다. 먼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물에 목만 내놓고 다시 잠긴다.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 노화가 빨리 온다지만, 나는 선탠을 포기할 수 없다. 비키니를 입고 자고, 걷고, 해수욕을 반복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라도 된 느낌의 반복이 나만의 공간 속에 있는 듯 자유롭다.     이러한 행위는 실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내 꼴리는 대로 옷을 입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비난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 끌리는 대로 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그들의 입으로 하고 싶은 말 하고 그들의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댓글 쓰는데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변명하기도 귀찮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는 그저 바닷물이 나갔다가 파도를 끊임없이 쉬지 않고 물고 오듯 내 일하며 삶을 즐긴다.     남들에게 들은 비난들이 기억나지도 않지만, 듣는다고 한들, 내가 받으면 내 비난이 되지만 내가 받지 않으면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나 자신을 훈련하고 습관화한다. 오랜 세월 별 볼 일 없는 몸을 드러내고 선탠하고 바닷가를 거닌 것이 누군가의 시선과 비난에 무관심해지게 훈련할 수 있는 한 방법이었다. 쉽게 말하면 뻔뻔해지면 남의 시선과 말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나에게 삶은 꽤 흥미로운 열린 무대다. 내 할 일에 빠져 일하다가 즐기는 방법을 찾아 바다, 산, 들 그리고 낯선 길을 찾아 헤매다 보면 나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자연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고 종교다.     내가 두고 온, 파도 소리 들어줄 인적이 끊긴 쓸쓸한 바닷가가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바다 파도 소리 피부 노화 태양 아래

2022-09-23

LA의 다문화 작품으로 만난다…갤러리 파도 14인 그룹전

갤러리 파도(관장 줄리엔 정)가 올해 한 해를 마무리하는 할러데이 축제 14인 그룹전을 22일까지 개최한다.       지난해 6월 개관을 시작으로 1년 6개월 동안 10개 전시회를 진행한 갤러리 파도는 개별적으로 진행된 작가들의 작품을 모으고 다채로운 작품 전시를 위해 새로운 작가를 영입해 연말 전시회를 기획했다.       메탈 조각 시리즈를 비롯해 초현실 팝아트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콜라주 등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캐트린 커트 그린의 섬세한 드로잉 작품과 독립 큐레이터로 협업한 올리 루아이미의 메탈 조각 시리즈,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는 베네딕트 희관 양 작가의 풍경사진, 아넷 카폰의 거대한 스펀지 크래커 설치 작품, 슈가맨 퍼포밍 아트로 알려진 크리스 와우리노프스키의 알루미늄과 레고로 탄생시킨 설치 조각 등 새로운 작품을 이번  갈라 그룹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줄리엔 정 관장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LA를 시각예술 작품에 담았다”며 “LA에서 활동하는 작가부터 한국 전통을 담아낸 옻칠 작가까지 하나의 아티스트 커뮤니티로서 의미가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는 올리 루아이미, 베네딕트 희관 양, 캐트린 커트 그린, 잔 버니, 샨 프리잔트, 재클린 프리잔트, 몰리 슐만, 임지훈, 쟈쉬 하쉠캬데, 크리스 와우리노프스키, 아네타 카폰, 메리 라이, 곽수경, 문철호 등이다.       ▶주소: 5026 Melrose Ave. LA  ▶문의: (310)922-9100 이은영 기자다문화 갤러리 다문화 작품 갤러리 파도 아트 작품

2021-12-12

60~80년대 기억 예술로 재구성

갤러리 파도가 오티스 디자인스쿨과 패서디나 시티 칼리지 교수인 올리루 아이미와 협력한 기획전 ‘종말론적 반추(Eschatological Rumination)’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리루 아이미가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회는 시간의 변화하는 순간을 탐구하는 LA 기반 5명의 예술가가 참여해 불멸의 과거 기억을 모티브로 삼아 현재 예술로 재구성했다.     참여 작가는 아네타 카폰, 조슈아 해쉠자데, 쟌 버니, 크리스 와우리노프스키, 미키텅으로 손으로 자른 콜라주, 재구성된 이미지, LA시 60.70년대 엽서, 담배 조각 등을 통해 종말론적 긴장감을 전달한다.     오티스 교수를 역임한 아네타 카폰은 오래된 잡지를 사용한 건축학적 콜라주 시리즈를 선보인다. 조슈아 해쉡자데는 60~70년대 실제 사용한 손글씨가 있는 엽서를 수집해 팝 아트적 조형 예술로 재탄생시켰고, 쟌 버니는 과거 사진에 기록된 사람의 모습에 변형을 가해, 불멸한 순간의 기억을 현대적 예술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옥시덴탈 칼리지 교수인 크리스 와우리노프스키는 솜사탕이라는 추억의 오브제를 사용해 비물질 공연 예술을 가미한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미키텅은 70~80년대 문화의 편린으로 사용한, 담배라는 모티브로 조각 설치와 대형 디지털 아트 작품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23일까지 열린다.     ▶주소: 5026 Melrose Ave. LA   ▶문의: (310)922-9100   이은영 기자

2021-10-17

[시론] 정보가 지배하는 세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라는 책을 통해 최첨단 과학 기술 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불이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삶의 균형감각을 갖도록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로봇 기술,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생명공학 등 엄청난 하이테크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우리가 밀려오는 파도를 여유 있게 잘 타면 창조적 소수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   이러한 하이테크의 산물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숨막히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는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만들었다. 하루에 주고 받는 수십 통의 이메일들과 마이크로 소프트 링크를 통해 주고 받는 엄청난 양의 문자들. 이처럼 정보의 흐름이 극한에 이르면 육체와 마음과 영혼을 재충전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가는 곳 어디에서나 넘쳐나는 정보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마치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정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 든다. 이제 우리는 정보에 의해 매몰되고 정보의 시중을 드는 일꾼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정보가 우리보다 더 실재적인 존재처럼 보이고 우리 자신의 존재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면 우리는 자유의지적인 요소와의 연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건전한 취미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청정한 공기가 가득한 숲길을 걸으면 숲이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서 심신을 이완시켜 신체 면역력을 높여준다.   의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울창한 숲길을 걸으면 산소 농도가 높은 숲의 공기가 체내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뇌 신경세포망의 연계를 강화해서 뇌가 더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인지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식물이 내뿜는 피톤치드는 숲 특유의 향으로 후각을 자극해 쾌적함을 주며 항균, 항염증 작용으로 말초혈관과 심폐기능도 강화시킨다고 한다.   파란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솔바람 소리와 산 중턱을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나무들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볕은 체내 비타민D 합성을 돕는다. 그리고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에 작용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연은 신선함과 포근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어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정갈하게 해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자주 산 속에 가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 존재와 침묵으로 소통하며 자연의 숨결을 통해 절대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신비한 체험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이터치, 즉 영혼의 터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2021-10-15

[시론] 정보가 지배하는 세상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 Tech, High Touch)’라는 책을 통해 최첨단 과학 기술 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과 불이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삶의 균형감각을 갖도록 조언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로봇 기술, 3D 프린팅, 자율주행 자동차, 생명공학 등 엄청난 하이테크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우리가 밀려오는 파도를 여유 있게 잘 타면 창조적 소수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겠지만, 만일 그렇지 못하면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일지 모른다.     이러한 하이테크의 산물들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일상을 숨막히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는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게 만들었다. 하루에 주고 받는 수십 통의 이메일들과 마이크로 소프트 링크를 통해 주고 받는 엄청난 양의 문자들. 이처럼 정보의 흐름이 극한에 이르면 육체와 마음과 영혼을 재충전할 여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가는 곳 어디에서나 넘쳐나는 정보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되지 않는, 마치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정보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려 든다. 이제 우리는 정보에 의해 매몰되고 정보의 시중을 드는 일꾼으로 전락할 지경이다. 정보가 우리보다 더 실재적인 존재처럼 보이고 우리 자신의 존재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면 우리는 자유의지적인 요소와의 연관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의 감정이 쉽게 고갈되기 때문에 건전한 취미 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을 한다. 청정한 공기가 가득한 숲길을 걸으면 숲이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서 심신을 이완시켜 신체 면역력을 높여준다.     의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울창한 숲길을 걸으면 산소 농도가 높은 숲의 공기가 체내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뇌 신경세포망의 연계를 강화해서 뇌가 더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인지능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그리고 식물이 내뿜는 피톤치드는 숲 특유의 향으로 후각을 자극해 쾌적함을 주며 항균, 항염증 작용으로 말초혈관과 심폐기능도 강화시킨다고 한다.     파란 가을 하늘을 가로지르는 솔바람 소리와 산 중턱을 노랗게 물들이는 단풍나무들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볕은 체내 비타민D 합성을 돕는다. 그리고 숲에서 나오는 음이온은 부교감신경에 작용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자연은 신선함과 포근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어 우리의 육체와 영혼을 정갈하게 해준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자주 산 속에 가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절대 존재와 침묵으로 소통하며 자연의 숨결을 통해 절대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신비한 체험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이터치, 즉 영혼의 터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손국락 / 보잉사 시스템공학 박사·라번대학 겸임교수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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