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무 인 도
시
저 섬에 호올로 건너가
한 달쯤 살아 보고 싶다
세상 인연 다 뿌리치고
풀뿌리 연명하며
수평선보다 더 먼
지나온 세월 반추해보며
밤에는 부엉이처럼 밝은 눈으로
어둠 속 꼬리 긴 유성을 보며
낮에는 흘러가는 흰 구름 따라
텅 빈 마음 한 칸 더 키우고
졸리면 파도 소리 자장가 삼아
하늘 끝 천국에 잠시 쉬다가
가난한 내 모습에 다시 돌아와
때 묻어 겹겹 쌓인 속마음
하나하나 펼쳐 보고 싶다
얼마나 내 사랑은 진실하였나
내 겸손은 수정처럼 순수했었나
내 신앙의 깊이는 몇 질이나 될지
내 아집과 이기심으로
상처받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시간이 흘러 몸이 야위고
옷이 헐고 목이 말라도
내 마음 새 옷 갈아입히고
빛바랜 진실 샛별처럼 밝힐 수 있다면
언젠가 난 여름휴가를
외로운 무인도로 떠나 보고 싶다.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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