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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바다가 또 불렀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작아진다. 파도가 멀리서 거친 소리로 다가오면 나는 옛 생각에 잠긴다.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와 남기고 가버리면 나도 파도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올여름은 더웠다. 나는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더우면 바닷물에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 젖은 몸을 태양 아래 서서 말렸다. 주위 사람의 다양한 행동들을 둘러보다가 더워지면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물에서 나와 몸에 맞게 모래를 비벼서 편하게 몸을 뉘었다. 사방이 훤히 트인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누워 있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다. 파도 소리를 두세 번 들으면 달콤한 깊은 잠에 빠진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거나 아이들 노는 소리에 깨어난다. 먼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물에 목만 내놓고 다시 잠긴다.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 노화가 빨리 온다지만, 나는 선탠을 포기할 수 없다. 비키니를 입고 자고, 걷고, 해수욕을 반복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라도 된 느낌의 반복이 나만의 공간 속에 있는 듯 자유롭다.  
 


이러한 행위는 실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내 꼴리는 대로 옷을 입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비난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 끌리는 대로 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그들의 입으로 하고 싶은 말 하고 그들의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댓글 쓰는데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변명하기도 귀찮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는 그저 바닷물이 나갔다가 파도를 끊임없이 쉬지 않고 물고 오듯 내 일하며 삶을 즐긴다.  
 
남들에게 들은 비난들이 기억나지도 않지만, 듣는다고 한들, 내가 받으면 내 비난이 되지만 내가 받지 않으면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나 자신을 훈련하고 습관화한다. 오랜 세월 별 볼 일 없는 몸을 드러내고 선탠하고 바닷가를 거닌 것이 누군가의 시선과 비난에 무관심해지게 훈련할 수 있는 한 방법이었다. 쉽게 말하면 뻔뻔해지면 남의 시선과 말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나에게 삶은 꽤 흥미로운 열린 무대다. 내 할 일에 빠져 일하다가 즐기는 방법을 찾아 바다, 산, 들 그리고 낯선 길을 찾아 헤매다 보면 나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자연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고 종교다.  
 
내가 두고 온, 파도 소리 들어줄 인적이 끊긴 쓸쓸한 바닷가가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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