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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 바다 건너 찾아오는 봄

바람이 분다.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고목은 남쪽 바다를 건너오며 한결 순해진 바람 소리를 기억한다. 때가 이르렀음을 아는 나무는 조용히 제 속의 것들을 흔들어 깨운다. 말랑말랑해진 흙 속으로 힘차게 뿌리를 뻗어 서서히 물을 빨아올린다. 겨우내 참았던 오랜 목마름을 풀어줄 수액이 수관을 따라 실개천으로 흐른다. 서너 아름이 넘는 굵은 기둥을 지나 줄기를 타고 가지 끝에 물이 오르면 비로소 딱딱한 표피를 뚫고 부드럽고 여린 새잎들이 다투어 나올 것이다. 그러면 나무는 몸속에 사계절을 지나왔음을 알리는 나이테 하나를 완성한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동네 어귀에 마을의 수문장처럼 동구나무가 버티고 있었다. 나무의 나이가 몇 살인가에 따라 그 마을의 역사도 가늠되었으므로 수령 수백 년의 멋진 동구나무는 마을의 자부심이었다. 나무를 타고 놀던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나무와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또한 집에서 멀리 떠났다가 오래간만에 귀향하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것도 동구나무였다. 타향에서 거칠게 혹은 서럽게 살아왔다면 나무를 보며 슬그머니 위로받고, 자랑스럽게 잘 살아왔다면 당당하게 어깨를 펼 것이다. 이때 나무 아래 평상에 모여있던 노인들은 “누구네 집 자식이구만!” 묵은 기억을 끄집어내고, 숨바꼭질하며 놀던 동네 개구쟁이 중에는 “삼촌~”하고 뛰어오는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고향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이다.   전남 강진에서 허리 굽은 노인처럼 ㄷ자로 구부러져 자라는 웅장한 고목을 보았다. 남쪽 바다를 향해 몸을 한껏 내민 나뭇가지는 반갑게 봄을 부르는 손짓 같았다. 그 손끝마다 새순이 돋아나면 겨울과 막 이별한 잿빛 고목은 점차 연둣빛으로 물들고 늦가을 이후 성장을 멈췄던 나무는 싱싱한 계절을 다시 펼칠 것이다. 또한 나무처럼 나이테를 하나 더 그린 사람들도 새봄을 맞이하여 농부는 밭으로, 어부는 바다로, 거침없이 삶의 한가운데로 나아갈 것이다. 어느새 봄이다. 김녕만 / 사진가사진의 기억 바다 남쪽 바다 바다 건너 나이테 하나

2024-03-07

[이 아침에]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

“로렌 엄마가 돌아가셨대.” 딸아이는 가장 친한 친구 엄마의 죽음을 허망한 목소리로 알려왔다. 이웃에 살던 로렌과 딸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친해졌다. 아침에는 우리 집에서 두 아이를 학교까지 태워줬고, 집에 올 때는 로렌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로렌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멀리 이사 갔다. 로렌의 부모가 일하는 마켓이 토팽가이기에 진작에 이사를 하였어야 했는데, 로렌이 대학 갈 때까지 기다렸단다. 대신에 그동안 로렌 부모는 토런스에서 토팽가까지 매일 그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했다. 샌타모니카를 지나 말리부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안 도로에서 우들랜드힐스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동네가 토팽가다.     로렌의 부모도 여느 한인 이민자들처럼 토팽가에 있는 마켓에서 성실히 일했다. 그 가게는 일 년 열두 달 문 닫는 날이 없었다. 추수감사절에도, 성탄절에도, 새해 첫날에도 그 마켓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삼갈 때도 그 가게에만 가면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일한 덕에 집도 장만했고, 로렌도 대학생이 되어 조금 삶의 여유를 누릴 만 하게 되었는데 암이 발견됐다. 수술을 받기에 너무 늦었다고 했다. 병원에 몇 번 들락거리는 사이에 손쓸 틈도 없이 로렌 엄마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황망하게 하늘나라로 떠났다.     장례 예배의 집례를 맡았다. 가족들은 장례식장에 그리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장례를 조촐히 치르길 원했다. 그러면서 혹시 토팽가에서 가게 손님들 몇 명이 올 것 같은데,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장례 예배가 시작되자 예배당은 토팽가에서 온 가게 손님들로 가득 찼다.   장례 예배 중간에 혹시 고인과의 기억을 나눌 분이 있으면 나누어 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사람이 나와 고인과의 추억을 나누었다. 그들은 대부분 로렌 엄마가 일하던 마켓의 손님들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로렌 엄마의 미소를 잊을 수 없다고 했고, 자신들을 손님이 아니라 가족으로 대해주었다고 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들이 고마웠다. 토팽가에서 장례 예배가 드려지는 로즈힐까지 한 시간 넘게 달려와서 평생 열심히 일만 하다 떠난 한 이민자의 삶을 기억해 주는 그들이 너무도 고마웠다. 그들에게 가족을 대신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당신들 때문에 그녀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로렌 엄마가 일하던 토팽가는 태평양 연안에 살던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의 언어로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토팽가가 샌타모니카 산맥 중간에서 태평양 바다를 마주 보고 있기에 그런 멋진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마흔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로렌 엄마에게 토팽가는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만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만나는 곳은 아니었을까? 아니 우리가 사는 바로 그 자리가 삶과 죽음이 만나는 경계일지도 모른다. 삶은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 죽음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경계를 지나는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야 마땅하다. 인생의 가장 큰 신비인 삶과 죽음을 사이에 두고 걷는 길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도 삶과 죽음의 경계인 인생길을 잘 걸어야겠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바다 로렌 엄마 태평양 바다 대부분 로렌

2024-01-31

[수필] 몽생미셀

아침 일찍 파리 서부 몽파르나스 역에서 렌(Rennes)으로 가는 TGV를 탔다. 몽파르나스 역은 파리 중심에 있는 북역과 크기는 비슷하다. 그곳만큼 복잡하지 않아서 방송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파리 서쪽 도시들로 가는 테제베는 모두 이 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안내 방송을 잘 들어야 한다.   오늘 목적지는 몽생미셀이지만 파리에서 렌까지 가는 프랑스의 북서부 지방은 한 번도 여행한 적이 없어서 기대가 크다. 새벽부터 서두르느라 몹시 피곤했던 동생은 기차가 출발하자 곧 졸기 시작한다. 안개가 걷히며 연도에 농촌 풍경이 스친다. 넓고 푸른 초원에 양 떼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멀리 구릉 위에 그림 같은 집들이 동네를 이루고 있는 아스라한 모습은 마치 오래전에 떠나 온 고향을 마주한 느낌이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려 기차는 렌에 도착했다. 운 좋게 시간이 꼭 맞아떨어져 곧장 몽생미셸행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차는 이번엔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노르망디 해안을 향해 달린다.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렸는가 싶었는데 눈앞에 불쑥 몽생미셸의 위용이 나타났다.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신비한 천 년의 수도원.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가 “사막에 피라미드가 있다면 바다에는 몽생미셀이 있다”라고 찬탄한 곳이다.   노르망디 해안에서 1km 떨어진 조그만 바위섬인 몽생미셀은 만조가 되면 사방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 된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 위를 걸어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바위섬에 서기 708년, 아브랑슈의 주교 오베르가 수도원을 세우고 대천사 미카엘에게 봉헌했다고 한다. 성당의 첨탑에는 미카엘 천사상이 조각되어 있다. 갯벌 위에 걸린 다리를 걸어서 건너 섬에 들어섰다.     섬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왕의 문을 지나 맨 위의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미로 같은 골목으로 이어진다. 양옆으로 11세기에 형성되었다고 하는 상가와 식당과 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다. 중세의 돌길에서 아이러니하게 현대 사람들이 만든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고색창연한 중세의 건물에서는 천 년의 향기 대신 지극히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음식을 조리하는 냄새가 풍겨 나온다. 중세와 현대가 어우러진 곳,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거리. 태고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 삶의 긴 고리 어느 시점에 어떤 의미로 나는 지금 서 있는 것일까.     초기 수도사들과 순례자들을 위한 간편식으로 이곳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는 명물 오믈렛과 크레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저녁에 동생과 호텔에서 마시려고 드미 부떼이유(demi bouteille-반병 짜리 포도주)를 한 병 샀다. 이 지방이 주산지인 보르도산 적포도주로 골랐다. 병 생김새가 작고 앙증맞아서 빈 병은 짐 속에 꾸려가기로 했다.   호텔 방에 짐을 풀고 바다 쪽의 창문을 열었다. 창턱 바로 아래에 무덤 하나가 있어서 무척 놀랐다. 모래에 반쯤 파묻힌 비석을 훑어보고 한 번 더 놀랐다. 무덤의 주인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백 년이 됐기 때문이다. 이곳의 오래된 무덤들은 유해는 없고 이제는 비석만 남아 있다고 한다. 짧은 향년을 끝으로 이곳에 갇혀 모래가 된 젊은 넋이 안쓰럽다. 어쩌면 그는 넓은 바다를 건너 바람처럼 물결처럼 항해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호텔을 나왔다. 섬의 상층부로 향하는 좁은 돌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오랫동안 내 여행 리스트에 있던 노르망디 해안이 발아래 꿈결처럼 펼쳐진다.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었던 유타 비치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상륙전 첫날 하루에만 만 명이 넘는 연합군이 목숨을 바친 바다는 지금은 망망대해로 푸르게 물결치고 있을 뿐, 전쟁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곳곳에 탑을 세우고 방어용 벽을 쌓아 전략상 훌륭한 요새 역할을 했던 이 섬은 백년전쟁(1337-1453) 시기에도 적에게 빼앗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백년전쟁은 영국의 에드워드 3세와 프랑스의 필립 6세 때 영토와 왕위 계승 문제로 시작된 전쟁이다. 영불해협을 피로 물들이며 5대 116년간 간헐적으로 치러진 전쟁의 끝 무렵에 신의 계시를 듣고 잔 다르크가 나타나 프랑스를 구한다.     섬의 곳곳에 잔 다르크의 동상이 여럿 세워져 있다. 한결같이 남장을 하고 창과 방패를 들고  씩씩하게 서 있다. 그것은 프랑스 국민이 기억하고 싶은 잔 다르크의 모습일 것이다. 그 너머로 남성들의 전쟁에서 끝내 그 벽을 넘지 못한 여인이 떠오른다. 프랑스군에 의해 영국 측에 넘겨져 끝내는 화형대의 불꽃으로 스러져 간 여인이다.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한다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정책은 지구상에 국가라는 체제가 존재하는 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새 해가 지고 바다는 섬으로 가까이 다가온다. 아름다운 노을이 바람을 타고 일렁이며 수채화가 되어 밀려온다. 일 일 관광객들은 썰물처럼 뭍으로 빠져나갔고 아침에 멀리 나갔던 바다는 수런거리며 일몰 후의 잠자리를 향해 귀가를 서두른다.     이제 바다는 천만 가지로 출렁이며 내 안에 파문을 일으킨다. 물결이 되어 바람이 되어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박유니스 / 수필가수필 몽생미셀 노르망디 해안 바다 한가운데 보르도산 적포도주

2024-01-25

노량: 죽음의 바다…이순신 3부작의 피날레 '노량: 죽음의 바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대한민국 최고 흥행의 역사를 기록한 영화 '명량'과 2022년 여름 최고 흥행작 '한산: 용의 출현'을 이은 세 번째 작품이자,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12월 마침내 공개를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 10년간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향해 달려온 김한민 감독 이하 스태프들의 대장정이 막을 내린다.   명량을 기획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업계의 의견이 많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웅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세계 해전 역사상 손꼽히는 전투를 스크린에 옮긴다는 것에 대해 실현 가능성과 실현 불가능성 사이, 의견이 분분했던 것. 그러나 김한민 감독은 명량을 시작으로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의 시리즈, 세 명의 캐스팅이라는 획기적인 기획을 영화로 완성해냈다.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10년이 훌쩍 넘는 여정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1598년 노량 해협의 겨울 바다에서 살아서 돌아가려는 왜와 전쟁을 완전히 끝내려는 조선의 난전과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압도적 스케일로 펼칠 것을 예고한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 용의 출현의 박해일에 이어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배우 김윤석이 노량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이처럼 역사적인 한 인물을 두고 서로 다른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그 캐릭터를 해석한 경우 역시 한국 영화 사상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가 최초다. 최후의 전투를 앞둔 이순신 장군 역으로 분한 김윤석은 좁고 깊은 노량 해협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현명한 장수, '현장'(賢將)의 모습으로 몰입해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현장감과 함께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스펙터클한 재미와 더불어, 왜와의 전쟁을 끝내려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압도적 스케일로 스크린에 재현해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전투를 더욱 성대하게 채울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노량: 죽음의 바다는 1598년 최후의 전투의 현장으로 돌아가 관객들에게 장엄한 승리의 전투의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업계 죽음 바다

2023-12-24

[글마당] 바다의 외침

올해도 이변은 없다   마지막 한장의 날개   바다의 얼굴이 보인다   하늘이 재색 빛이다       그래도   친구 따라 강남 가고   계절의 물고기가 부른다   한 보따리 싣고 밤을 달렸다   없어지는 뒷 발자국이 무서웠고   앞에 비친 그림들을 보면   여유가 없는 선택, 쫒김이 마음을 흔들었다       항구의 바램을 두고   어두운 물길에 밤새도록 새우잠을 잤다       아침을 두드린다   아침의 꽃을 볼 수 없는 파도의 안개를 헤치며   SEA BASS *에게 안부를 묻는다   대답이 없는 얼굴   불청객 기타 등등, 잡어들의 행렬이 지나갔다   바다는 심상치 않았다   비가 뿌려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파도의 골목에 산맥이 막고 있었다       풍랑을 만났다   가늠이 안 되는, 떨어지고, 깨지는 불안 속에   출렁거리며 왈츠를 추었다   파도를 달래는 선장과 승무원, 안전에 만전을 취하고   비바람에 지친 낚시꾼들이   배를 깔고 누워 풍랑을 재운다       무사히 회항을 염원하며   놓친 물고기, 풍랑의외침으로,   숨죽이고돌아온 바다의 길손들   안도의 숨 쉬며 이젠 그만 올 결단을 했는데       바다는 다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sea bass, 바다의 검은색 농어 오광운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바다 외침 물고기 풍랑의외침 sea bass 선장과 승무원

2023-12-08

[수필] 수상스키를 접으며

바람이 분다. 한창 여름이어야 할 날씨가 아직 높은 기온을 만들지 못한다. 게다가 바람까지 세차다. 물속에 들어가긴 좀 차다. 더 기다릴까? 아무리 7월이라 해도 물 온도가 차고, 바깥 온도가 낮고, 바람이 있으니 수상스키 타기엔 별로 좋은 조건은 아니다. 마침 독립 기념일 연휴라서 케스테익 호수엔 사람이 붐비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호수에 들어서며 주차비를 내는데 11달러란다. 언제 그렇게 올랐느냐니까 대단히 미안하단다. 하기야 정부에서 손들고 나간 후 개인이 인수해서 왕창 올린 모양이다. 호수를 닫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그나마 열어 주니 고맙게 생각해야 할거나?     그냥 돌아서고 싶었다. 두어 시간 주차에 11달러는 좀 심하다. 아니 너무 아깝다.  기분이 썩 내키지 않지만 약속을 하고 왔으니 오늘은 그냥 타자. 스쿠버다이빙 할 때 입는 웻수트로 무장을 하니 춥지 않아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보트 주인도 차와 보트의 주차비가 엄청 오른 데다 기름값마저 하늘 높은 줄 모르니 한 사람당 100달러씩 받는다.     나까지 세 사람이 보트에 올랐다. 셋 정도라면 기운이 지치도록 탈 수 있겠단 생각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순간 돈 생각은 다 잊고 나보다 먼저 와서 타고 있던 두 사람과 순서대로 스키를 신었다.  일 년 만에 신는 스키는 언제나처럼 내게 설렘을 준다. 잘 될까? 일 년을 더 늙었으니 기운이 떨어지진 않았을까. 그동안 가벼운 운동도 게을리했던 탓에 물에서 올라올 수나 있으려나. 약한 두려움마저 동반하며 던져진 줄의 삼각형을 잡는다.     웻수트 속으로 스며드는 물의 차가움이 심장을 멈추게 할 듯 두려움을 더해 준다. 내가 이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두렵고 떨릴 거면 오지 않았으면 될 터인데. 호수를 꽉 채운 신선한 공기를 뱃속 저 아래까지 들이킨다. 다시 한번 심호흡이 이어지면서 차츰 안정된다. 됐다. 출발!     그렇다. 난 언제나 잘한다. 공연히 잠깐 떨었다. 균형을 잡을 수 있으려나, 잘 올라올 수 있으려나, 힘들어 줄을 놓치지나 않을까. 이 모든 것은 기우였다. 작년이나 다름없이 의젓하게 물에 서서 유유자적 물 위를 미끄럼 탄다. 달려오는 맞바람도 내게 와선 고개를 숙인다. 끄떡없다. 그 정도 바람에 비틀할 내가 아니다. 오랜만에 나를 포옹하는 바람이 억세게 파도를 몰고 왔다. 그 파도를 넘자니 양다리가 휘청인다. 아니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살짝 점프해서 파도를 보내면 그냥 이어서 달려들 온다. 난 아직 몸도 안 풀렸는데 초장부터 맹공격이네.     10여분을 매달렸더니 팔도 다리도 뻐근하다. 안 되겠다. 손 신호로 스톱을 주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이쿠. 역시 나이 탓인가. 생전 이렇게 힘이 들다 헉헉 된 적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난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가.     수상스키? 지난 5년 동안 매해 여름이면 미친 듯이 멕시코 바다로 달려갔다. 열대성 기후여서 바닷물은 따스하니 자쿠지 물을 연상시킨다. 마음이 안정되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하나도 겁이 안 난다. 색색의 물고기들이랑 맑고 아름다운 바다가 속살을 내보이니 물속의 화려한 색깔에 취해 수상스키를 타곤 했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렁여도 빠지면 저 어여쁜 바다의 품 일터 겁낼 이유가 없다.       새파랗고 고운 연두색을 섞어 내 앞에 옷을 벗는 바다는 간혹 진한 푸르름으로 파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나에게 기쁨을 주던 수상스키가 지금은 내게 질문을 한다. 운동? 좋다. 진짜 운동이 많이 된다. 그런데 꼭 수상스키만 운동인가? 더구나 난 수상스키의 진수를 맛보지 못했다. 도저히 한 발로 서는 것이 안 된다. 두 발로 타다가 슬그머니 한 쪽 스키를 버리고 한 발이 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한 발로 시작을 못 한다. 올해엔 꼭 해야지. 내년이면 되겠지. 그러다 결국 가을을 맞곤 했다.     지금도 그렇다. 두 발로 시작해서 아직 한 발로는 엄두도 못 내고 난 벌써 지치고 있다. 다시 도전해도 이건 아닌 성싶다. 내 나이가 몇인가? 제발 위험한 운동은 그만두라는 친구의 간곡한 충고가 귓가를 돈다. 어차피 한 발로 일어서지 못한다면 수상스키의 참맛은 없다. 언제까지 초짜 노릇으로 만족할 수 있겠나. 그래. 버리자. 이젠 그만두자. 비용도 이렇게 많이 드는 운동이라면 누군가에게 아주 많이 미안하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배를 곯는 사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바다야, 난 네가 좋아. 겁나지도 않아. 그렇지만 네 곁을 수상스키를 타며 지키기가 싫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고운 색의 물이 좋고 파도가 좋으니 영영 떠날 순 없다. 모래사장에 배 깔고 누워서라도 너를 가까이하면 된다. 내 속에 꿈틀거리는 욕망을 잠재우자. 보트가 끌어 주는 속력에 쾌감을 느끼며 발바닥을 쳐대는 물의 애무가 나를 자꾸 유혹해도 이 건 이제 끝내자.  비장한 결심을 하곤 두 번째 스키를 신었다. 첫 번 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탔다. 시간도 길어졌다. 한쪽 스키를 벗어 보겠다고 했더니 보트 주인이 도리질이다. 벗어 버린 한쪽 스키 찾으러 다니는 것도 사실 짜증 나는 일이지만 몹시 귀찮아하는 눈치다. 게다가 투덜대기까지. 어째 그리 힘이 좋으세요? 이를 악물고 누가 이기나 자신과 싸우시는 듯 지칠 줄을 모르시네요.     그래.  이것이 마지막이다. 진짜로 마지막이다. 이쯤 탔으면 그동안 많이 즐겼고 행복했다. 앞으론 돈 안 들이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자. 일도 그만둔 처지에 분명 사치가 심했다. 내가 좀 젊었다면 이렇게 내 욕망을 쉽게 버리진 않았을 거다. 사실 쉽게 버리는 건 아니다. 가슴이 싸하니 많이 아쉬운 상태다.아쉬울 때 접는다는 것도 용기일 수 있다. 나이에 맞게, 형편에 맞게 살자. 그래야 아름다운 삶이 내 것이 될 것 같다. 버리는 일도 때를 맞춰야 행복이 될 것이다. 노기제 / 수필가수필 수상스키 수상스키 타기 한쪽 스키 멕시코 바다

2023-11-09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칙칙폭폭~ 단풍 바다를 달리다

노동절 연휴도 지났으니 이제 금방 가을이다. 가을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단풍에 있다. 예부터 단풍은 캐나다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워낙 단풍나무숲이 우거지다 보니 국기에 단풍잎이 들어갈 정도로 캐나다에서 단풍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가을이 무르익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캐나다의 광활한 숲은 붉고 노란 단풍 바다를 이룬다. 캐나다 단풍 중에서도 특히 토론토부터 몬트리올, 오타와, 퀘벡까지 쭉 뻗은 메이플 로드가 하이라이트다.     메이플 로드는 아름다운 붉은 단풍잎이 그야말로 만산홍엽을 이루며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단풍 숲을 꺼내 보인다. 그중에서도 수생마리(Sault Ste. Marie)는 혼이 쏙 빠질 정도로 화려한 단풍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수페리어호와 휴런호가 마주하고 강 건너 미시간 주와 접해 있다. 이곳 수생마리는 캐나다 메이플로드 중에서도 좀 더 특별한 방법으로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어서 특별함을 더한다.   수생마리에서 차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아가와 캐년(Agawa Canyon)이 위치한다. 지금으로부터 12억 년 전 단층작용으로 형성된 후 강물과 바람,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진 협곡이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는 장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아가와 캐년의 명물인 낭만 열차 또는 단풍 열차로 불리는 아가와 캐년 열차에 올라서 말이다. 아가와 캐년 열차는 왕복 8시간 동안 그림 같은 호수와 강을 지나며 아가와 협곡을 누빈다. 유유자적 달리는 단풍열차의 창문은 그대로 액자가 되어 차창 너머 자연이 부리는 색채의 마법이 펼쳐진다. 이 마법은 단 풍열차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명장면이다. 아울러 기관차 앞에 부착된 카메라로 송신되는 풍광을 좌석 화면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이윽고 아가와 협곡에 도착하면 열차에서 내려 전망대, 신부의 면사포 폭포, 검은 수달 폭포도 관람할 수 있다. 열차에서 보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아찔한 협곡을 뒤덮은 단풍의 바다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생마리 외에도 전 세계 셀레브리티들의 별장이 모인 무스코카 호수와 150년 전통의 증기 유람선, 온타리오에서 가장 넓고 오래된 자연공원인 알곤퀸 주립공원, 새콤달콤한 사우전드 아일랜드 소스의 고장인 킹스턴의 천섬, 캐나다 메이플로드의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로렌시아 고원, 198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퀘백 등이 대표적인 메이플 로드다.   올가을, 아가와 캐년 열차에서 눈부신 단풍을 감상하고 싶다면 여행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작년에는 좌석이 한정된 관계로 기차표가 모자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벌써 단풍이 저만치서 오고 있다. 올가을에는 단풍의 바다에 풍덩 빠져봐도 좋겠다.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단풍 바다 단풍 바다 캐나다 단풍 단풍 열차

2023-09-07

결혼 50주년 선물로 '이 꽃' 120만 송이 준비

    한 농부가 결혼 50주년을 맞아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로 120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준비해 화제다.   캔자스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리 윌슨은 그의 아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자신의 땅에 해바라기를 심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80에이커를 해바라기로 가득 채운 것이다.     에이커당 대략 1만5000송이가 심겨 있으니 전체로 따지면 120만 송이에 달한다.   윌슨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5월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이후 지금까지 아내에게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윌슨은 "오는 8월 10일이면 결혼 50주년을 맞는다. 무엇을 해줄까 엄청 고민하다 아내가 항상 해바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윌슨 부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50년 동안 서로의 동반자로 삶을 함께 하고 있다.   윌슨의 아내 르네는 깜짝 선물을 받은 뒤 "정말 특별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면서 "해바라기로 채워진 밭 이상으로 완벽한 결혼기념 선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이 지역에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물결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바라기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해바라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김병일 기자결혼 선물 결혼기념 선물 해바라기 바다 해바라기 물결

2023-07-31

[이 아침에] 바다의 빛, 바다의 울음

고향은 두메지만 나이 들면서 바다가 곁으로 자꾸 다가왔다. 기회 있을 때마다 바닷가에 나갔고, 여름 휴가철에는 어김없이 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방송사 특파원으로 장기 체류한 곳도 두 군데나 해안 도시였다.     홍콩은 빅토리아 해를 해자로 두르고 보석처럼 반짝거렸고, 태평양의 배꼽 같은 로스앤젤레스도 길고 아름다운 해안선을 끼고 융성하고 있었다. 바다는 늘 거대한 수정체로 시야를 가득가득 채웠고, 살가운 바람은 살갗을 문지르고 폐와 뇌를 청소해 지친 심신의 생기를 살려내 주었다. 태양이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여명에는 심부로부터 파토스가 치솟았고, 낙조가 현란한 수채화를 그려내면 그 예술에 홀려 무아의 지경에 잠기곤 했다.   방송사를 사직하고 자영업을 시작하면서는 아예 바닷가로 이사해 바다와 밀월기를 보냈다.  남 캘리포니아의 뉴포트코스트, 배산임수(背山臨水) 언덕의 거실에서 내려다보는 바닷가 경관은 대형 화폭이었다. 하늘이 코발트색이면 바다도 짙푸르고,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 덩달아 거무스름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 회색으로 변해 물장구를 쳤고, 해무(海霧)가 짙게 드리우면 바다는 희뿌연 이불을 덮고 숨었다.                해변의 바위 턱에 걸터앉아 있으면 여기가 오늘에 재현된 ‘에덴’의 서쪽이라는 착각에 취하기도 했다. 뭍 쪽으로는 해송(海松)과 삼나무들이 촘촘히 도열해 있고, 아래로는 모래밭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끝없이 달리고 있었으며, 육지의 가장자리는 바다의 혀가 부단히 핥아서 보얗게 씻어주었다. 그 위의 광활한 창공을 사다새와 가마우지, 갈매기, 비둘기, 제비들이 무정형으로 이리저리 바쁘게 날아다녔다. 큰 떼를 지어 군무를 춰도 서로 부딪지 않으니 자유와 질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관이었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파도 부딪는 소리와 물결 이는 소리,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정교한 교향곡이거나, 불협화음이 뒤섞여 이루는 웅장한 화음처럼 들렸다. “신의 작품이다” 라는 탄성이 입안에서 우물거렸다.       샌디에이고 쪽에서 샌프란시스코 방향으로 순양함급의 군함 한 척이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검고 큰 선체에 여러 개의 포신을 사방으로 겨누고 있어서 괴물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망막에 닿자 시야는 급변해 군함색으로 물들고, 푸르던 바다의 색깔은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하늘에서는 빛의 향연이, 바다에서는 검은 해신의 유령이 너울거리고 있었다. 거실로 돌아와 다시 바다를 바라보았다. 흉측한 어둠 속에서 띄엄띄엄 작은 불빛들이 가물거렸다. 밤바다의 풍랑과 무서움을 이겨내는 인간들의 의지가 아닌가. 그 형상 위에 동방에서 바다를 건너와 쭈그리고 앉아 있는 존재, 그 삶의 궤적이 겹쳐졌다. 내면에 잠재해 있는 나의 작은 세상은 바다의 빛깔과 바닷소리의 변주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조각배였다. 송장길 / 언론인·수필가이 아침에 바다 울음 뉴포트코스트 배산임수 바닷가 경관 방송사 특파원

2023-07-11

빅토리아호 선상에서 정전 70주년 추모음악회

6·25 참전 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후세들에게 역사를 알리기 위한 '6·25전쟁 정전 70주년 추모음악회'가 오는 22일(토) 개최된다.  추모음악회는 현재 LA 샌피드로 항에 정박 중이며 역사박물관으로 활용 중인 ‘레인 빅토리아호’ 선상에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열린다.  레인 빅토리아호는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해 피란민 70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군수 물자 수송 상선이다. 이번 음악회를 총괄하는 레인 빅토리아호 박물관 이사이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크리스토퍼 리 감독은 "6·25전쟁 중 혁혁한 공을 세운 역사적인 수송선 빅토리아호 선상에서 음악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미래의 평화를 위해 전·후 세대가 함께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여름 음악회 준비했으니 모든 세대가 함께 즐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정전 70주년 추모음악회는 소프라노 김종숙과 테너 오위영, 클레식 기타리스트 그레고리 코버 이외에도 다수 음악인의 공연으로 꾸며진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식 순서도 마련됐다.   스카렛 엄 전 LA한인회장은 이번 6·25전쟁 정전 70주년 추모음악회의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예향문화센터 회장이기도 한 그는 이번 음악회에 대해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의 역사를 후세들에게 알림과 동시에 우리 문화 지킴이 역할을 하는 의미에서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전 70주년 추모음악회는 22일 오전 11시부터 레인 빅토리아호(BERTH 52, 2400 Miner St., San Pedro, CA 90731)에서 진행된다. 입장료는 점심을 포함해 50달러다.  ▶문의: (213)819-0192, (213)925-3003 장수아 기자    장수아 jang.suah@koreadaily.com추모음악회 바다 추모음악회 준비위원장 25전쟁 정전 수송선 빅토리아호

2023-07-10

더 시에나 리조트 오픈…수영장 앞 파도, 제주에 뜬 특별한 풍경

 ‘더 시에나 리조트’가 6월 29일 개관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개관식에는 많은 귀빈들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며 자리를 빛낸다. 이후 송가인 등 특별 공연이 진행된다.   더 시에나 리조트는 중세 이탈리아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간직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시에나’를 모티브로 탄생했으며, 지중해를 품은 고급 휴양지 시에나를 제주에 완벽히 재현하며 유럽 특유의 고딕 양식과 수준 높은 부대시설로 이루어진 휴양형 하이엔드 리조트다.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82개의 룸과 명품 브랜드로 각각 품격 있게 꾸며진 6개 동의 풀빌라로 구성되며,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해 건강하고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안내할 레스토랑과 제주 바다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 베이커리 & 라운지 바 등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부대시설과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리조트 관계자는”6개 동으로 구성된 컨셉 풀빌라는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각기 다른 명품 브랜드의 가구로 꾸며져 있고, 개인 단독 온수풀을 갖춘 6개의 풀빌라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공간을 선보이며, 1박에 2,000만원이 넘는 초 럭셔리 풀빌라 룸도 오픈 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더 시에나 리조트는 건물이 매우 특징적이다. ‘더 시에나 리조트’ 건물은 최대한 제주의 자연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수평적인 구조로 리조트의 건물을 펼쳐내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한라산을 등에 업고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웅장한 중세 고딕 양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함으로서 시에나의 품격 있는 문화 유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건물 외관에는 프랑스 신개선문에 사용돼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은 최고급 천연석인 베델화이트(Bethel White®)를 사용했다.     리조트 측에 따르면 핵심 공간은 커뮤니티 광장이다. 방문객이 자연과 어우러지며 소통할 수 있도록 중심부에 배치했다는 설명이다.     리조트 관계자는”건물의 중심부에 위치한 캄포 광장 바닥은 대형 스크린 LED 영상으로 채워져 있다”며”   “미디어 아트를 보는 것처럼 온수풀로 운영되는 야외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파도와 자연 등 실감나는 영상을 대형 LED화면을 통해 감상할 수 있어 타 리조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더 시에나 리조트 신동휴 회장은 “제주의 바다와 마을 그리고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광장을 통해 자연과 예술, 수준 높은 휴양문화를 접목시킨 ‘명품 휴양 문화’가 기대되는 곳”이라며 “제주 자연과 어우러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쉼의 순간마저 특권이 될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와 특권 있는 럭셔리 라이프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더 시에나 리조트를 오픈한 더 시에나 그룹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라는 비전으로 30년간의 건축 노하우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호텔, 리조트, 골프, 주택 개발, 건축을 아우르는 복합 휴양 리조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그룹이다.   강동현 기자 kang_donghyun@koreadaily.com시에나 리조트 시에나 리조트 리조트 관계자 제주 바다

2023-06-28

[이 아침에] 메멘토, 바다

이따금 바다를 찾는다. 발길 이끄는 대로 오다 보면 매번 이곳이다. 태평양 바라보이는 언덕. 바람이 거세다. 검푸른 바다 저만치 파도가 어깨동무하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험하고 먼 길 달려와 모래사장에 철석 온몸을 부려놓는다. 저 모습이 좋다. 언젠가 이곳을 떠난 파도 한 자락이 긴 세월 돌도 돌아 자식 손자 거느리고 돌아오는 귀향 행렬이 아닐까.     저 파도를 따라가고 또 가면 고향 땅에 닿을 것이다. 우리 동네 뒷산 ‘쌍코뺑이 언덕’에 이를 터이다. 영산강이 내려다보이는 그곳, 거기 서서 어린 나는 물과 함께 흘러 바다로 가고 싶었다. 작은 시골 마을을 벗어나 넓은 세상에 풍덩 뛰어들고 싶었던 것이다. 바다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철부지 시절이었다.       날이 저물어간다. 파도는 끝없이 밀려오고 바다는 말이 없다. 말 없는 것들은 무섭다. 바다는 수만 가지 물고기와 헤아릴 수 없는 생명을 제 품에 키운다. 먹고 먹히는 저들의 생존투쟁과 암투를 환히 알면서도 조용히 출렁일 뿐이다. 바다는 나에게 늘 수수께끼다. 고작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물놀이하며 툼벙거렸던 그만큼의 바다. 그것이 내가 아는 바다의 전부다. 그러니 어찌 바다가 두렵지 않겠는가. 선들바람에도 출렁거리는 바다. 세월호 아이들을 한 번에 삼켜버린 바다. 그 인자하고 무섭고도 잔인한 바다가 저렇게 질펀하게 저렇게도 얌전하고 아득히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바다. 그러니 어찌 바다 앞에 몸을 사리지 않겠는가. 모르면 두렵기 마련이다. 누구나 그 앞에 옷깃을 여미고 긴장할밖에.     세상이란 바다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가 어른이 된 지금도 세상은 풀 수 없는 방정식이다. 내가 헤엄쳐 왔던 고작 그 정도의 바다가 내가 이해하는 세상의 한계다. 인간의 온갖 본성과 본능이 활개 치는 그 오묘하고 비루한 세상의 한 귀퉁이를 스쳐 지나왔을 뿐이다. 서로 배척하고 대립하면서도 때로 끌어안고 살을 비비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람의 깊은 곳을, 깊은 곳의 그 상처를 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니. 세상이란 바다는 여전히 나에게 안개에 싸인 그 무엇이다.     달이 뜬다. 달빛이 바람을, 바람이 파도를 잠재운 모양이다. 파도가 잔잔해졌다. 일렁이는 파도 따라 달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윤슬이 아름답다. 바다가 달을 비춘다. 달이 바다를 비추기도 한다. 저런 풍경을 보면 삶과 죽음이 하나, 라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죽음이 삶을 비추고 삶 또한 죽음을 비춘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메멘토, 바다! 바다를 보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바다를 기억하라. 넓고 넓은 저 바다를 보아라. 깊고 깊은 바다의 마음을 헤아려보라. 말없이 출렁이는 바다를 닮아라. 달을 비추는 바다를 배워라. 깊어가는 밤, 거센 바람 소리를 들으며 내가 나에게 소곤거리는 말이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메멘토 바다 메멘토 바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2023-01-25

[글마당] 파란 셔츠의 사나이

“가방 찾았어요?”     내가 파란 셔츠의 사나이에게 물었다.   “아니, 나흘 후에 배달해 준다는데. 글쎄, 약속대로 가져다줄지 모르겠어요.”   “내 가방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네. 대신 승무원이 갈아입으라고 이 티셔츠 줬어요.”   맞은편에 앉은 그의 부인이 말했다. 덩치가 큰 여자라서 작은 내 옷을 빌려줄 수도 없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또 보자며 식당을 나갔다.   리버(river) 크루즈 탄 후 이틀이 지나자 190명 승객은 이미 친구를 만든 듯 모여 앉아 식사했다. 800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바다 크루즈는 극장, 수영장 등 많은 오락 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리버 크루즈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락이라고는 라운지에 모여 배가 지나는 마을을 내다보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 부부는 밥 먹을 때만은 옆 사람과 영어로 말하고 싶지 않아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식당에 들어가곤 했다. 빈자리 끝에 앉아 둘만 조용히 밥 먹다 보니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그들도 아시아인 우리와 어울려 봤자 답답해서 모처럼 쉬려는 즐거운 여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크루즈를 타고 3일째 되던 날, 식당의 한가한 식탁 귀퉁이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한 의자 건너에 앉은 덩치 큰 파란 셔츠 입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우리 비행기를 놓쳐서 방금 배에 탔어요.”     “아니 어쩌다 배 떠난 지 3일째 되는 오늘에서야 탈 수 있었어요?”   간절히 하소연하고 싶어 하는 그의 표정을 보자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갈아타는 비행기를 두 번이나 놓쳐서 하루는 호텔에서 자고 하루는 비행장에서 잤어요. 비행장에서 기다리다 가방도 찾지 못하고 택시를 타고 배를 쫓아오다 보니 인제야.”   그렇게 힘들게 와서도 배를 잡아탄 것만도 행운이라는 듯 밝은 표정이다.   강 크루즈길래 택시를 타고 쫓아 올 수 있었지, 바다 크루즈였다면 여행을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사람들도 갈아타고 오느라 24시간이 걸렸다는 둥 말들이 많다. 대부분 대서양을 건너온 승객 중 가장 가까운 곳 뉴욕에서 출발한 우리 부부는 7시간 만에 암스테르담에 왔다. 아침 일찍 공항에서 크루즈 직원이 픽업해줘서 브런치 먹고 투어까지 하고 들어왔는데.     세계 곳곳으로 가는 비행기가 뜰 수 있는 뉴욕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부부는 항상 19x14x9인치 케리온백과 백팩만 가지고 여행한다. 겨울 여행할 때는 많은 옷을 가지고 다닐 수 없는 불편함도 있지만 두꺼운 옷은 껴입고 무조건 케리온백으로만 여행한다. 그동안 가방을 찾지 못해 당장 갈아입을 옷을 사러 다니는 승객들을 몇몇 보았기 때문이다.     파란 셔츠의 사나이가 배를 탄 지 나흘째 되는 날이다. 두꺼운 옷이 없어 투어를 나가지 못하는 그를 내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겠어요.”     ‘라운지에 올라가 책이나 읽는 척해야지’라는 그의 말이 내 머리에서 뱅뱅 돌며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계획대로 풀리지 않는 일에 불평불만 늘어놓지 않고 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느긋한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도 강 건너 언덕 위 허물어져 가는 중세 성채를 바라보며 철학자처럼 사색하는 척해야겠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사나이 셔츠 바다 크루즈 리버 크루즈 크루즈 직원

2023-01-13

[중국읽기] 중국의 색, 홍색 vs 백색

중국의 색(色)은 정색(正色)과 간색(間色)으로 나뉜다. 정색은 적(赤)과 청, 황, 백, 흑의 오색을 말한다. 간색은 서로 다른 정색이 여러 비율로 섞여 이뤄진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단연 홍(紅)색이다. 서양에선 홍색이 위험과 급함을 뜻하지만, 중국에선 부귀와 영화를 상징한다. 행운과 경사는 모두 홍색으로 표현한다. 잔치를 여는 식당은 홍색으로 꾸미고 송나라 때부터는 신랑·신부가 홍색 혼례복을 입는 게 풍속이 됐다.   홍색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기에 아이들에게도 빨간 옷을 입힌다. 설엔 길(吉)하라고 세뱃돈을 홍바오(紅包)에 넣어준다. 근대 정치 운동에서 홍색은 진보와 전위(前衛)의 상징으로 쓰여 공산군은 홍군(紅軍)으로 불렸다. 홍군이 차지한 대륙은 홍색강산(紅色江山)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혁명 2세대는 홍이대(紅二代)라 일컫는다. 또 중국 해커는 홍커(紅客)라 말한다.   그런 중국에 지난해 말 백(白)색의 도전이 몰아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중국인이 A4 흰색 종이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아무것도 쓴 게 없는 백지였지만 그 뜻을 중국 경찰도 시민도 모두 알았다. “봉쇄가 아닌 자유를 달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다. 백색은 고대 중국에서 흉사나 불길, 사람이 죽었음을 상징한다. 흰색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항복이다. 동서양이 비슷하다. 중국에서 패전한 군사는 백의로 갈아입고 투항했다. 2차 세계대전 말 미군이 독일로 진격하자 독일인의 집 창가마다 하얀 침대보가 걸렸다. 저항은 없다는 표시였다.   한데 중국 인민은 이번에 역설적이게도 투항의 색으로 거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무려 3년을 끌던 봉쇄 정책이 풀렸다. 중국 인민 사이엔 이제 “백지 시위가 효과가 있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중국의 의과대학 여러 곳에서 임금과 처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백지 운동이 중국의 정치적 각성을 불러왔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흰색은 시작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백(白)은 상형문자다. 일(日)자 위에 한 획을 삐친 것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을 때 제일 먼저 명령한 게 “빛이 있으라”가 아니었나. 그래도 중국의 바탕색은 뭐니뭐니해도 홍색이다. 이 홍색 바다에 뛰어든 백색 파문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게 될지 새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징조는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중국 곳곳에서 금지된 폭죽을 터뜨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중국 민중의 모습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중국 홍색 홍색 혼례복 홍색 바다 모두 홍색

2023-01-09

[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바다 위 움직이는 호화 호텔

크루즈 투어는 유람선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승객 2500명에 승무원 1000여명정도를 승선 인원으로 하는 10만톤 급의 초호화 여객선에는 객실, 수영장, 극장, 공연장, 식당, 오락실, 카지노, 쇼핑센터, 병원 등이 있어 유람선 자체가 움직이는 호텔이며 교통수단이고 하나의 작은 도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한 호텔 체크인과 체크아웃때 짐을 풀고 싸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으며, 편하게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중요한 것은 많은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크루즈 여행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와 에티켓을 따로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전체 일정에서 어느 날은 편한 복장을 해도 되고, 어느 날은 세미 정장을 해야 하고 어느 날은 선내의 모든 사람들이 파티에 초청돼 정장을 해야 된다는 정보 등이다. 배달되는 알림지를 참조하면 다음날의 일정이나 특별 스케줄이 자세히 표기돼있다.   또한 선상에서 행해지는 많은 프로그램을 찾아 즐기는 방법과 기항지 선택관광 등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 가다. 영어가 불편한 승객들은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크루즈 전문 한인 관광회사에 신청하면 안내인이 동행하여 프로그램에 관한 모든 것을 도와 준다. 그러나 승선과 예약과정에서 여러 절차가 필요하다.     크루즈 투어가 갖는 장점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선박에 준비된 모든 것을 찾아 즐길 수 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스트레스 없는 일정이다. 특히 단체, 세미나 행사 등에 좋은 코스라 할 수 있다.   유람선 출발지는 LA 샌피드로 항과 롱비치 항, 마이애미 로더데일 항, 워싱턴주 시애틀 항 등 일정에 따라 다양하다. 크루즈 여행을 위한 준비 사항은 다음과 같다.   ▶신분증: 시민권자는 여권이나 시민권, 아동은 출생증명서, 영주권자는 영주권, 미국 방문자는 여권.     ▶신용카드: 승선 수속시 신용카드를 제출하면 승선 카드를 받게 된다. 선내에서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유람선 회사에서 발부한 승선카드가 모든 결재수단이 된다. 물론 이 카드가 룸키도 겸한다. 기항지에 내려 지역관광을 하고 재승선 할 때도  출입증이 된다.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으면 승선 수속 시 프론트 데스크에 적정액의 현금을 위탁하면 승선카드를 받을 수 있다.   ▶현금: 유람선이 육지에 정박하면 현지 관광 중 현금이 필요하다. 현지에선 미국 달러가 거의 통용된다.     ▶신발: 정장구두, 편하게 신을 운동화, 해변이나 수영장 근처에서 사용할 샌들 .     ▶복장: 10월에서 5월중에는 더운 지역으로 가는 곳이 많은 관계로 수영복 및 반바지, 면바지, 티셔츠, 셔츠 등이 필요하다.   ▶정장: 남성은 검정색 정장에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여성들은 이브닝 드레스나 정장 한 벌. (크루즈 일정에 따라 다른 색의 정장을 준비해야 하는 곳도 있다)     ▶기타: 선글라스와 태닝 로션, 책 한 두 권, 처방약 및 상비약 등.     삼호관광의 바하멕시코 5일 일정에 참여해 보고 그 다음엔 일정을 늘려 바하마 군도 7일 일정이나  여름에 떠나는 알래스카 7일 일정을 추천한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바다 호화 호텔 체크인 크루즈 여행 초호화 여객선

2023-01-05

[글마당] 바다가 또 불렀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는 작아진다. 파도가 멀리서 거친 소리로 다가오면 나는 옛 생각에 잠긴다. 파도가 흰 거품을 물고 와 남기고 가버리면 나도 파도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 있다.     올여름은 더웠다. 나는 더위를 모르고 지냈다. 더우면 바닷물에 들어가 있다가 나왔다. 젖은 몸을 태양 아래 서서 말렸다. 주위 사람의 다양한 행동들을 둘러보다가 더워지면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물에서 나와 몸에 맞게 모래를 비벼서 편하게 몸을 뉘었다. 사방이 훤히 트인 바닷가에서 비키니를 입고 누워 있어도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다. 파도 소리를 두세 번 들으면 달콤한 깊은 잠에 빠진다. 내 코 고는 소리에 놀라거나 아이들 노는 소리에 깨어난다. 먼바다를 망연히 바라보다가 물에 목만 내놓고 다시 잠긴다.     햇볕에 노출되면 피부 노화가 빨리 온다지만, 나는 선탠을 포기할 수 없다. 비키니를 입고 자고, 걷고, 해수욕을 반복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라도 된 느낌의 반복이 나만의 공간 속에 있는 듯 자유롭다.     이러한 행위는 실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내 꼴리는 대로 옷을 입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비난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각자 끌리는 대로 살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된다. 그들의 입으로 하고 싶은 말 하고 그들의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댓글 쓰는데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고 변명하기도 귀찮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는 그저 바닷물이 나갔다가 파도를 끊임없이 쉬지 않고 물고 오듯 내 일하며 삶을 즐긴다.     남들에게 들은 비난들이 기억나지도 않지만, 듣는다고 한들, 내가 받으면 내 비난이 되지만 내가 받지 않으면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나 자신을 훈련하고 습관화한다. 오랜 세월 별 볼 일 없는 몸을 드러내고 선탠하고 바닷가를 거닌 것이 누군가의 시선과 비난에 무관심해지게 훈련할 수 있는 한 방법이었다. 쉽게 말하면 뻔뻔해지면 남의 시선과 말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나에게 삶은 꽤 흥미로운 열린 무대다. 내 할 일에 빠져 일하다가 즐기는 방법을 찾아 바다, 산, 들 그리고 낯선 길을 찾아 헤매다 보면 나는 어제와 다른 내가 되어 있다. 자연은 나의 친구이자 스승이고 종교다.     내가 두고 온, 파도 소리 들어줄 인적이 끊긴 쓸쓸한 바닷가가 떠오르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바다 파도 소리 피부 노화 태양 아래

2022-09-23

[부동산 투자] 제주, 그리고 바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우리나라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다. 제주도는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고 해 삼무도, 그리고 돌·바람·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불린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아름다운 제주도는 오랫동안 관광지로만 알려져 왔다. 지금은 부유한 사람들이 모이는 휴양지이거나 자녀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 기회를 주는 곳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사람이 이주를 꿈꾸는 곳이 되었다.   제주신화월드(Jeju Shinhwa world)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250만제곱미터(약 75만 평) 제주신화역사공원 내 조성됐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복합 리조트로 2017년 4분기부터 순차적 개장을 시작으로 2019년 완전 개장되었다. 개발자인 람정제주개발은 제주에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홍콩의 란딩인터네셔널과 말레이시아 겐팅 그룹의 합작법인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제주신화월드는 조성사업비는 총 2조1000억 원이 들어간 한국 최대 규모의 다목적 휴양시설이다.   운영자인 랜딩인터내셔널은 주로 부동산개발, 호텔과 리테일 경영, 엔터테인먼트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인 안휘랜딩홀딩그룹(Anhui Landing Holding Group Co.) 자회사다.     특히 제주도가 제주신화월드의 허가조건으로 제시한 전체 고용인원 80% 이상의 도민 채용과 지역건설 업체 50% 이상 참여 등이 준수되고 있다. 제주도가 이를 다른 투자사업에도 적용하기로 함으로써 신화역사공원 프로젝트는 대규모 투자기업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그 중 최고급 아파트인 ‘신화 빌라스’는 조용하고 편리한 거주 환경을 갖췄다.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택단지다. 신화빌라의 주민이 되면 클럽하우스 내 실내·외 수영장, 찜질방, 피트니스, 요가룸 등 편의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주택 단지 바로 옆, 리조트 내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테마파크, 워터파크, 5성급 호텔 등과 국내외 실력있는 셰프들이 로컬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가, 생활용품부터 명품까지 모두 살 수 있는 쇼핑거리가 있다   그 외에 신세계 아울렛을 비롯하여 다양한 쇼핑을 할 수 있는 신화 쇼핑스트리트,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주제로 한 7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많은 놀이기구를 갖춘 가족형 놀이 공원인 신화 테마파크와 워터파크가 있다.   한편 메리어트호텔, 신화호텔, 랜딩호텔 등 모두 2000실 이상의 5성급의 프리미엄급 호텔도 인기다. 신화 빌라의 주인이 되면 매년 호텔 무료 숙박이 제공된다.   다목적 복합시설인 제주 국제 컨벤션센터인 MICE(Multiful Purpose Facility) 시설도 눈에 띈다.     한편 제주 신화월드에 인접한 동북아시아의 교육 허브인,영어교육 도시는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총면적 380만제곱미터(약 115만평)에 현재 6000명 정도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앞으로 300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는 학교가 추가로 건립된다. 900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게 될 영어학교가 신화 빌라스에서는 자동차로 5~10분 거리에 있다. 단지 내에 스쿨버스 정류장도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접근성이 좋다.   ▶문의:( 818)497-8949   미셸 원 / BEE부동산 부사장부동산 투자 제주 바다 신화역사공원 프로젝트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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