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유쾌한 정숙 씨
'문재인을 잘못 봤다'는 제목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에 올라, 누리꾼들 사이에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글쓴이 노혜경(1958- ) 시인은 그 글에서, 내가 본 문재인은 훌륭한 인격자였고 교양과 지성을 갖춘 신사였지만, 소극적이고 권력의지 없는 사람, 정무적 감각이 제로인 정치인 아닌 사람, 불안했다. 심지어 2012년 대선 당시 미친 듯이 선거운동을 한 다음 환멸이 밀려와, 그를 미워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인은 이어, 4년 뒤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타났다. 편견에 전도된 반성은 나의 몫이었다. 그는 자기 성품답게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다. 말하지 않지만 뜻하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그는 잘 읽는다고 했다. 흡사 안테나처럼, 흡사 시인처럼. 국민의 깊은 속 내밀한 침묵의 소리와 강제된 은적의 서사를 읽어내는 촉수가 되고, 대통령의 언행마다 감동의 시구(詩句)가 되게 한 이면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헌신적 뒷배가 있었다. 대통령을 두 분 얻은 듯하다는 세간의 높은 성망이 잘 대변한다. "재인이 너, 나랑 결혼할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 친구들과 함께 있던 재인 씨에게 갑자기 다가와 정색하고 던진, 거부할 수 없는 정숙 씨의 서슬 퍼런 질문이다. 주눅 든 재인 씨가 얼결에 '알았어… '라고 답하면서, 천추에 길이 빛날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활달하고 솔직하며 적극적이어서, 꼼수를 모르는 내밀힘이 잘 드러난 일화이다. 김 여사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봤다는 누리꾼들이 많다. 격의 없고 소탈하며 '따뜻한 김 여사'의 행보에서 우리 엄마의 면모가 엿보인다는 뜻일 게다. "무슨 소리래? 누가, 왜 밥을 굶었데?" 사저에서 이사준비를 하던 김 여사께서, '억울하다,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었다'고 외치는 집밖 소동에, 현관을 나서며 친근한 말투로 던진 말씀이다. 이른바 편하기 이를 데 없는 엄마바지(일명 몸빼 바지)와 조끼, 발가락이 다 보이는 슬리퍼 차림이었단다. 민원인 할머니의 손을 끈 김 여사께서는, 손수 음식을 대접하고 컵라면까지 손에 들려 보냈다고 한다. 한편, 김 여사께서는 본인 호칭이 문제가 되자, '영부인'이라는 권위적 호칭보다는 독립적 인격의 의미가 짙고 탈권위적인 '김 여사'로 불러 달라 요청했다. "여보, 바지가 너무 짧아요. 바지 하나 사야겠어요." 5월 찬란한 아침, 진달래 색 보라 끼 낭랑한 마실용 드레스를 입고, 첫 출근길 대통령의 매무새를 고치며 건넨, 영락없는 '마누라'의 타박이다. 대통령께서는 환히 웃으며 답한다. "요즘, 이게 유행이래. 허허!" 소탈하고 편하다. 훤하고 따뜻하다. 거침없고 '유쾌한 정숙 씨'가 풍기는 싱그러운 향내와 에너지가 좋다. 하마, 그것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행(行)이다. 선(善)의 시작인 배려이며, 나아가 혈육화된 '습관적 선'으로, 사람이면 지향해야할 보편적 가치이고 궁극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게 되었나니,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이기를! musagus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