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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백악관 최고 대변인’의 마지막 브리핑

지난 13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고별 브리핑에는 평소보다 많은 기자가 참석했다. 폭스뉴스 베테랑 앵커였던 크리스 월러스가 “내가 본 최고의 대변인”이라 평했던 그의 마지막을 직접 보려는 이들이었다.   지난해 임명될 때만 해도 딱 1년만 하겠다던 그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놓아주지 않아 조금씩 미뤄지던 게 16개월이나 흘렀다. 그동안 한 브리핑이 총 224회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근무일의 91%를 기자들 앞에 선 셈이다. 이날 우연히 옆자리에서 만난 사키 대변인의 남편 그레고리 메쳐는 “이제야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보통 1시간 남짓 하는 브리핑은 5~10분 정도의 짧은 모두발언으로 시작한다. 나머지는 전부 기자들과 질의응답인데 이 과정이 백악관 유튜브 계정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브리핑 후 카메라 끄고 따로 백브리핑을 하는 경우는 없다.   사키는 분야를 넘나드는 질문에 막힘이 없었고, 공격적인 기자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도 얼굴을 붉히는 법이 없었다. 브리핑 때마다 가슴에 안고 들어오는 두툼한 갈색 폴더가 그의 유일한 무기였다. 호기심에 가끔 들여다보면 폴더 속 문서에는 수험생 노트처럼 형광펜 자국이 가득했다.     브리핑 앞뒤로 한 시간 정도씩은 그와 면담을 잡기 힘들다. 스태프들과 준비회의, 정리회의를 하느라 그런 건데, 그 결과물이 오롯이 폴더 안에 들어가고 그의 답변으로 반영됐다.   한국의 청와대 브리핑에선 이런 자연스러운 질의응답 장면을 보기 힘들었다. 청와대뿐 아니라 부처 브리핑에서도 대변인이 정해진 원고를 읽는 모습만 방송 전파를 탈 뿐이다. 그나마도 심각한 내용을 몇 번이고 틀려 다시 읽다 혼자 웃음을 터뜨려 논란이 된 이도 있었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실에선 소통을 위한 ‘백악관 모델’이 자주 언급된다. ‘구중궁궐’에서 벗어나겠다며 백악관 따라 하기에 나선 건데, 대변인실 역시 그런 변화에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엔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사라진 채 ‘관계자’ 호칭 뒤로 숨은 모습이다.   이날 사키 대변인은 후임에 조언해 달라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첫째, 대통령에게 자주 질문하라. 이는 대변인의 특권이다. 그래야 브리핑룸에 들어가기 전 잘 무장할 수 있다. 둘째, 정책팀을 더 괴롭혀라. 더 많이 공부해야 제대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기자들에게 모든 맥락과 디테일까지 다 전해라. 안 그러면 소셜미디어 시대에 원치 않는 모습으로 박제될 수 있다. 국민에게 다가선 브리핑을 하고자 하는 한국의 대변인들도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김필규 / 워싱턴 특파원J네트워크 백악관 대변인 백악관 대변인 청와대 브리핑 브리핑 앞뒤

2022-05-16

[기고] 러시모어산과 청와대

내 여행 버킷 리스트 중 하나는 사우스다코타주 래피드시 남쪽에 있는 러시모어산 국립기념지다. 네 명의 대통령 얼굴을 거대한 화강암 꼭대기에 조각해 놓은, 속칭 큰 바위 얼굴로 알려진 그곳을 꼭 가보고 싶다. 미국 역사 속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대통령의 조각상을 직접 현장에서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다.   화강암 산꼭대기에는 네 명의 위대한 대통령의 상이 조각돼 있다. 왼쪽에는 미국 독립과 공화국 탄생에 기여한 조지 워싱턴 대통령(초대)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독립선언문을 쓰고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 주를 사들여 국토를 넓힌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3대), 대공황을 이겨내고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26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북전쟁을 북군의 승리로 이끌어 미국 연방을 지켜내고 노예해방을 이룬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16대)이 조각되어 있다.   이 네 명은 각기 건국(founding), 성장(growth), 보존(preservation), 발전(development)을 상징한다.     미국의 오지라고 할 수 있는 사우스다코타주는 러시모어산 국립기념지 덕분에 세계적인 명소가 됐고, 매년 2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이 거대한 조각상은 1927년 러시모어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자 거츤 보글럼이라는 유명한 조각가가 다이너마이트로 바위산을 폭파해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큰 틀을 짠 뒤에 대좌를 만들고 파워 드릴로 얼굴을 조각해 미국을 빛낸 대통령을 조각했다. 작업을 마치지 못한 채 1941년 세상을 떠났고 아들 링컨 보글럼이 대를 이어 15년 만에 완성했다. 투입된 인원이 400명, 조각 높이가 18m에 이르는 대작이다.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에도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이 있다. 큰 바위 얼굴을 쳐다보면서 자라는 어린이는 큰 행운이다. 생김이 숭고하고 웅장하면서도 표정이 다정스러워 온 인류를 포용하고도 남을 위인을 이상으로 삼고 자라기 때문이다. 그 미소는 아이들의 가슴에 넓고 깊은 인류애를 심어 준다.     호손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나라, 어떤 사회든 큰 바위 얼굴이 큰 바위 얼굴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큰 바위 얼굴은 어디에 있는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청와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옛 청와대를 둘러보면서 우리 어린이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청와대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체르노빌 원폭 사고 현장처럼 흑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는 관광을 일컫는다)의 본산이 될까? 제왕적 대통령의 상징으로 남을까?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을 내려놓겠다는 명분으로 새 대통령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전격 이전했다. 돌격대장 같은 모습을 보고 제왕적 당선인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제왕적 대통령은 우리에게만 있지 않았다. 원조는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었다. 큰집에 살고 있다고 해서 ‘제왕적’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이 늘 문제였다.     10일 새 대통령의 역사적 취임식이 있었다. 취임사에서 유독 ‘자유’를 35번 외친 새 대통령, 과연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 큰 바위 얼굴로 역사에 남게 될까? 김우룡 / 언론학 박사기고 러시모어산 청와대 대통령 얼굴 제왕적 대통령 바위 얼굴

2022-05-15

[J네트워크] 74년 만의 청와대 전면 개방

청와대가 74년 만에 전면 개방됐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2명의 대통령이 거쳐 갔다. 백악산 아래 자리 잡아 자연과 어우러진다는 점이 여느 외국의 대통령 집무실과 차별화되는 곳이다. 청와대 경내 어디에나 나무가 심겨 있고, 꽃이 피어 있고, 새가 날아든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청와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철마다 꽃과 새에 대한 교육을 받고 공부를 했다. VIP(대통령)나 청와대를 방문한 외빈이 ‘이건 무슨 꽃이냐’ ‘이건 무슨 새 소리냐’라고 물어볼 때 바로바로 대답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윗선과 함께 있을 때 이름 모르는 꽃이 보이면 살포시 지르밟고, 낯이 익지 않은 새소리가 들리면 돌을 던져 쫓아 보냈다는 에피소드가 우스갯소리처럼 전해진다.   꽃뿐만 아니라 나무의 수령도 알아야 했다. 청와대 경내에는 180여 종의 나무 5만여 그루가 심겨 있다. 수궁터에 있는 740여년 된 주목(朱木) 나무가 최고참 나무다. 나이가 들수록 껍질도 붉고 심재도 붉어져서 ‘붉을 주’자를 쓴다. 청와대 직원들은 주목 나무에 대해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고 한다. 생명력이 끈질기고 쓰임새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어떤 나무는 하루에 수령이 수백살씩 깎이기도 했다. 상관이 VIP에게 수령을 제대로 보고 못한 것이다   청와대 온실에서 철마다 바꿔 심을 꽃과 분재를 가꿨다. 온실은 처음엔 녹지원과 가까이 있었다. 녹지원은 청와대에서 가장 넓은 정원이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온실터에 비서동이 들어서면서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녹지원의 잔디밭 둘레를 따라 조깅을 즐겼다. 가을이면 춘추관과 가까운 녹지원 초입에 코스모스가 핀다. 코스모스를 좋아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심어놓은 것이다.   청와대가 산자락에 자리 잡아 대통령만 남몰래 즐기던 취미생활도 있었다. 청와대 관저에서 백악산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티샷을 하던 바위다. 티샷이 떨어질 만한 거리에 군부대가 있어 골프공을 회수했다. 속칭 ‘G(golf)장’으로 불렸던 청와대 경내 골프장이다.   청와대에 간다면 꽃과 나무·새소리에 주목하자. 매발톱과 꿩의비름이 어여쁜 얼굴을 드러내고 직박구리와 개똥지빠귀·멧새가 멋진 울음소리를 들려줄거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청와대 전면 청와대 전면 청와대 직원들 청와대 온실

2022-05-13

[尹정부 출범] 74년 '영욕의 세월' 뒤로 하고…靑, 역사 속으로

[尹정부 출범] 74년 '영욕의 세월' 뒤로 하고…靑, 역사 속으로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0일 00시 00분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사의 제작 편의를 위해 미리 송고하는 것으로, 그 이전에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엠바고 파기시 전적으로 귀사에 책임이 있습니다.> 김신조 사건에서 10·26까지…'권력의 심장' 정권명멸 지켜봐 문화재 등 볼거리…북악산 등산객 몰려 '시민공원' 기대감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10일 오전 0시를 기해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그동안 70년 넘게 이어진 '권부의 심장'으로서 청와대의 역할도 그 수명을 다하게 됐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제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 아닌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권력의 명멸 바로 곁에서 지켜봐 현재의 청와대 자리(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며 궁궐의 후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는 경복궁을 청사 건물로 사용하면서 지금의 청와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83년 전인 1939년에는 조선총독부는 이 곳에 건물을 짓고 총독관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을 짓고 관저 및 대통령 집무실로 이 건물을 사용하게 된 것이 지금 청와대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푸른 기와 집'을 뜻하는 청와대(靑瓦臺)의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당시 4·19 혁명 분위기 속에 경무대가 지닌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이름을 바꿨다. 이후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62년의 세월 동안 청와대는 곧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통했다. 특히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청와대는 주요 무대로 활용됐다. 우선 1968년 1월 12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무장대원 31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부요인 살해를 목표로 청와대 뒷산으로 침투한 이른바 '1·21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무장대원들이 침투한 이른바 '김신조 루트'는 최근 북악산 개방 결정을 통해 일반 시민들도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됐다. 1979년 10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부지 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지는 '10·26 사태'가 벌어졌다. 다만 이처럼 최고권력의 바로 곁에 위치하다보니 국민들에게 청와대는 무언가 내밀하고 위압감있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여기에 국가원수에 대한 철저한 경호 등이 겹치며 대통령과 시민들의 접점은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정권이 반복될 때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 논란'에 휩싸여야만 했다.       ◇ 문화재 등 볼거리 풍성…등산객 몰리는 '시민공원' 될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구중궁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으로 옮기는 '대공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청와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공원이 될 전망이다. 시민들이 청와대에 입장하면 그동안 대통령과 참모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동안 경호와 보안 문제로 잠겨 있었던 청와대 뒤편 대통문이 개방되면서 한양도성 성곽까지 연결되는 북악산 등산로도 새롭게 열리게 된다. 춘추관 뒷길에서 출발하는 청와대 동편 코스와 칠궁 뒷길로 시작하는 서편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되며, 봄을 맞아 다수의 관광객들이 새로 열리는 이 코스를 찾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내의 다양한 문화유적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77호로 지정된 석불좌상이 있다. 지정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이 이를 서울 남산 총독관저가 있던 왜성대로 옮겨왔다. 특히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이 불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당시 언론이 비판여론을 일으켜 보물을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근에는 청와대 내 정자인 오운정도 자리하고 있다. 오운정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당시에 함께 건립한 정자로, 이 현판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청와대 내부 서남쪽에는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의 위패를 모신 '칠궁'이 있다. 수궁(守宮)터는 과거 일제가 세웠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허물면서 옛 경복궁 후원의 모습을 재현해 조성한 곳이다. 이같은 유적을 중심으로 한 '역사탐방'이 북악산 등산코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청와대가 역사와 자연이 함께하는 시민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기대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尹정부 출범 영욕 세월 대통령 집무실 시민공원 기대감 청와대 부지

2022-05-09

[시론] 초심을 잃지 않는 정치

지난달 24일 메이저리그 공식 매체 ‘MLB.com’은 “뉴욕 메츠의 홈구장 주차장에는 롤스로이스, 포르셰, 페라리 등 최고급 수퍼카들이 넘쳐난다. 그중 딱 한 대의 차가 눈에 튀는데 닛산 2010년형 ‘알티마’다”라며 “그 차 주인은 연봉이 무려 700만 달러인 메츠의 외야수 브랜든 니모”라고 보도했다.     니모는 12년 넘게 알티마를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그 차는 나를 겸손하도록 해준다. 내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항상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에서 성적이 나쁜 날에는 그냥 올라타고 마음 편하게 백을 뒷자리에 집어 던지면 된다. 10만 달러짜리 벤츠를 사지 않은 것을 잘했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며 “내가 아무리 큰 돈을 벌어도 절대로 이 차는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겸손을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확고한 각오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공식 행사 의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공식화된 것은 신평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김정숙 여사의 과도한 사치를 지적하는 글을 올리면서다. 의상 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하며 신 변호사 본인은 물론 가족의 안전이 위협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애초에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하는 점에 관해 제발 살펴보기를 바란다”했다. 신 변호사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서 개인 식비나 치약 대금도 월급에서 차감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약속을 상기시켰다.     그 후 소셜미디어(SNS)로 많은 사람들이 김정숙 여사의 실제 의상을 나열했다. 납세자연맹은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그 비용의 지출이 ‘국가기밀’이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이 정보공개를 판결로 명했다. 청와대 측은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했다. 옷값에 청와대 특수활동비 등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수활동비 등 국가 예산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큰 논란의 대상이 된 표범 브로치에 대해 탁현민 비서관은 “인도는 총리가 세계 호랑이의 날에 맞춰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큰 나라이고… 잘 어울리는 표범 브로치를 착용했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해결은 청와대가 나서서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면 된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며 “문 대통령도 재임 중에 솔직히 공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법원이 청와대 측의 주장을 거부하고 정보공개를 판결로 명했다. 법원이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가 국방, 외교, 안보 등의 사유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도 국민 앞에 공개하라고 했겠는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다 공개된 사안으로 많은 사람이 교도소에 가지 않았는가.   또한 2017년에는 공무로 참석하는 행사용 의상비는 일부 예산을 지원한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특수활동비 내역을 당당히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 부부가 청와대로 들어갈 때 겸손과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라도 국민의 의혹에 솔직히 해명하면 된다.     브랜든 니모가 12년 넘게 알티마를 고수하는 이유에 자연히 머리가 숙여지는 것도 겸손과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시론 초심 정치 청와대 특수활동비 청와대 측은 행사용 의상비

2022-04-01

[J네트워크] 청와대와 백악관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나눠진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다. 노 대통령이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본관과 관저를 분리했다. 그전엔 2층짜리 구 본관 건물을 1층은 집무실, 2층은 생활공간인 관저로 사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 시절 살았던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에 있었다.   1991년 지금의 청와대 본관이 준공되면서 관저(1990년 준공)와 집무실 간 ‘출퇴근’ 개념이 자리 잡았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2층에 마련됐다.     본관 로비만 들어서도 3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정면에 보이는 중앙 계단이 주는 웅장함에 압도된다. 붉은색 카펫을 밟고 2층 계단을 올라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면서 긴장하지 않는 국무위원과 참모진은 드물 것이다.   본관 집무실은 다른 한편으론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과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민관(與民館)’으로 불리는 비서동 3개는 1관이 2004년,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 지어졌다. 비서동에서 본관까지 거리는 500m인데 차로는 5분, 걸어서는 15분이 걸린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여민1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크기는 168.59㎡(51평)인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인 87.27㎡(26.4평).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집무실 이전을 공약할 때마다 모범 사례로 앞세우는 게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윙(West Wing·서쪽 건물)과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다.     오벌 오피스 좌우로는 부통령과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대변인 등의 사무실이 같은 1층에 들어서 있다. 타원형에 4개의 문이 나 있는 오벌 오피스의 면적은 75.8m²(약 23평) 규모다. 곡면의 벽체는 직사각형 구조보다 서로를 품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니 대화도 잘될 것 같다. 3개의 남향 창문 너머로는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도 내다보인다.   새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은 ‘구중궁궐’로 불렸던 청와대 밖을 나온다고 한다. 집무실 내부는 물론이고 참모진 사무실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집무실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대통령과 참모가 언제든 서로 방문을 밀고 들어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청와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본관 본관 집무실

2022-03-18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지지율 1위 급부상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그의 캠페인 슬로건처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호출로 역사의 한가운데 섰다.   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성자 씨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넉넉하고 학구적인 가정환경은 여유로우면서도 호기심 많은 성격의 밑거름이 됐다.   서울 대광초·충암중·충암고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방과 후 동대문운동장에 들러 야구 경기 관람을 즐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당선인은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본인이 “온 동네 관혼상제를 다 다녔다”고 회고할 만큼 주변 사람들을 챙기다 낙방을 거듭한 탓이다.   ‘스타 검사’ 윤석열의 성장기는 반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로 시작해 초반에는 늦깎이로 평범한 이력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했고, 1년 만에 “검찰청 복도에서 나는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친정으로 복귀한 뒤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남다른 보스 기질로 ‘윤석열 사단’을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내지른 국감장의 작심 발언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정권에 밉보여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 4년여간 유배지를 떠돌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을 맞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다.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수감시켰다.   검찰 수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문자 그대로 행동에 옮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밀어붙이다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한 모양새가 됐다.   반문의 기수를 찾던 야권은 ‘거물급 신인’을 환영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윤 당선인은 자연스레 야권 대장주로 꼽혔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진보를 표방한 정권 주류 정치 세력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운명 문과 이의 청와대 본관 윤석열 신임

2022-03-09

“재외선거 후 사퇴 금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선언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외선거 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법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3일 오전(한국시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재외국민 투표 종료 이후 후보 사퇴를 제한하는 ’안철수 법‘ 제정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를 기준으로 이 청원에 3만1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글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섰다”며 “이미 지난 2월 23일부터 28일까지 재외투표소 투표가 완료된 상황인데, 지금 상황대로라면 안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자동 사표 처리가 돼 버린다”고 했다.   이어 “재외투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재외투표, 쉽지 않다”며 “대사관과 거리가 먼 곳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버스나 기차는 기본이고 몇백만원 들여 비행기까지 타고 투표장 가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투표까지 마쳤는데 단일화, 이건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민국 선거판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장은주 기자 [email protected]안철수 재외선거 사퇴 금지 후보 사퇴 청와대 국민청원

2022-03-03

계속되는 민정수석실 잔혹사…文정부 임기말 공직기강 '휘청'

계속되는 민정수석실 잔혹사…文정부 임기말 공직기강 '휘청' "아버지가 민정수석" 김진국 아들 '황당 이력서'…金 사퇴 전망도 "정치권 가족리스크가 靑 까지"…문대통령 레임덕 가속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일 다시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김진국 민정수석의 아들이 기업에 제출한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이다",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 등의 내용을 적은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공정성 문제를 건드렸다는 점,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할 민정수석실에서 수 차례 논란이 되풀이 된다는 점 등에서 이번 사안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야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가족 리스크'가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청와대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 현상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공직기강 담당하는 민정라인 또 '도마'…문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고비마다 논란에 휩싸였다. 2018년에는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던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졌다. 2019년에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뒤 자녀의 대학입시 특혜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이 불거지며 정국을 뜨겁게 달궜고, 당시 검찰개혁 문제까지 맞물리며 진영대결·이념대결로 한동안 사회가 진통을 겪어야 했다. 조 전 수석의 뒤를 이어 민정수석을 맡았던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청와대 참모 1주택 보유' 권고에도 2주택을 유지하다 구설에 오른 끝에 교체됐고, 그 뒤를 이은 김종호 전 민정수석도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만에 조기에 물러났다. 그 뒤를 이은 신현수 전 민정수석이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을 수습하는 듯 했으나 이후에도 계속된 여권과 검찰의 힘겨루기 국면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임명 두 달여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후로도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으로 불구속기소 되고,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은 수십억원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해 비판 여론에 휩싸인 끝에 사퇴하기도 했다. 여기에 김진국 민정수석까지 아들의 부적절한 입사지원서 논란이 불거지면서 민정수석실의 '수난사'는 계속 이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공직 기강을 담당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이 번번이 입길에 오른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가뜩이나 임기말 공직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청와대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 동력을 약화시키고 레임덕을 앞당기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정치권 가족 리스크·공정 이슈 맞물려 파장…金 사퇴 관측도 청와대는 이날 이 사안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가고 여론의 추이를 살폈다. 이번 사안에 대한 여론을 조금 더 살펴보고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의 파장이 청와대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 수석 아들의 행동이 최근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정' 이슈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과거 '조국 사태' 당시에도 가장 휘발성이 높은 논란으로 꼽혔던 것이 바로 자녀의 이력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였다. 여기에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경쟁적으로 제기되며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가족 리스크'가 청와대까지 번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 실망한 민심이 청와대에 빠르게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변수들이 얽히면서 결국 김 수석이 자신의 거취를 정리하지 않고는 사태가 수습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임기 말 민정수석 자리를 비워두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민정수석실 잔혹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수석 김진국

2021-12-20

평창서 폼페이오 방북까지…"게임은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것은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급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북·미 회담 준비를 총괄 지휘하고 있다. 그가 김정은과 직접 면담한 것은 역사적인 트럼프-김정은 회담 전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의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은 18일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은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그의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주선한 것"이라며 "김정은이 미국과 진지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 가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의 방북은 지난주 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폼페이오는 평양에 다녀온 직후 방북 성과를 에둘러 공개했다. 12일 자신의 국무장관 인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에서다. 그는 상원의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달성할 것이라는 환상(illusion)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가 대화에서 미국과 세계가 간절히 원하는 외교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적절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주장해 온 '선 폐기, 후 보상' 방식의 일괄 타결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서 큰 틀의 비핵화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뉘앙스가 감지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기자회견장에서 북·미 간 최고위급 대화가 이뤄졌음을 공개하면서 "나는 선의가 많이 있다고 생각하며,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북한과 정상회담 장소도 구체적으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능성 있는 5개 후보지를 정했다"며 "곧 알려주겠다"고도 말했다. 회담 장소 발표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 간 스위스 제네바와 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러 곳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주장해 온 평양과 베이징, 서울과 판문점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스웨덴·몽골 등 유럽과 아시아 중립국을 주로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의 방북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정은의 분주한 움직임이다. 김정은은 3월 말 중국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후 약 열흘 뒤 폼페이오를 평양에서 만났다. 그 사이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진행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정은은 폼페이오가 다녀간 뒤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예술공연단을 평양으로 불러들여 의도적으로 미·중 간 균형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같은 김정은의 행보에 대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키플레이어' 역할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북한과 1.5트랙 대화를 벌여 온 수전 디마지오 뉴욕 뉴아메리카연구소 국장은 트윗에서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역할은 충격적"이라며 "게임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협상을 위한 준비작업에 가장 좋은 건 직접 대면해 하는 준비회담"이라며 "폼페이오 방북으로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덧붙였다. 서승욱·정효식 특파원

2018-04-19

"북한 올바른 방향 가고 있어" 백악관 북중회담 긍정평가

미국이 북중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백악관은 2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 관련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조심스럽게 낙관할 것이지만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제 만남(북중 정상회담)은 최대 압박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좋은 징후"라고 평가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우리는 최대 압박 전략이 계속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여긴다. 우리는 이 과정을 계속 이어가고 앞으로 개최될 회담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지난 27일 주미 중국 대사가 백악관을 찾아와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등에게 설명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김정은이 국민과 인류를 위해 일할 좋은 기회"라며 "우리의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비핵화 실천을 약속했다고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2018-03-28

흑기사로 나선 중국, 북핵 해법 새판 짜야하는 미국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계산법은 복잡하다. 5월로 예정된 트럼프-김정은 담판 회담에 긍정적 효과를 갖고 올지, 아님 혹을 하나 더 붙이게 된 것인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백악관은 '최대한의 압박' 기조 속에서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과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 사실을 공식 발표하자마자 '김정은의 방중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발표에 부쳐'란 성명을 냈다.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화요일 백악관에 연락을 취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우리에게 브리핑했다. 여기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개인적 메시지도 포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NBC방송에 출연, "우리가 그 이전에는 북한으로부터 미처 보지 못했던 '외교적 트랙'을 김정은이 계속 밀고 나가려 한다는 걸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시 주석과의 전격 회동을 통해 "미국과 (회담이) 결렬돼도 우리에겐 변함없는 우군인 중국이 있다"는 버팀목을 마련한 것은 미국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칭화대-카네기 세계정책센터의 자오퉁 연구원은 "김정은에겐 북·미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지만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회담 전에 '보험'을 들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미 해군연구소 켄 가우스 박사는 "김정은이 시 주석의 지지를 받아냈다면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좀 더 대담하게 자신의 스탠스를 밀어붙일 것"이라며 "북한의 운신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또한 급격한 비핵화보다 한반도 현상 유지를 강하게 원하는 만큼 미국으로선 원치 않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태안보소장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와 만나기 전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전을 썼다"며 "중국 또한 그동안은 김정은을 살짝 멀리해 왔지만 지금이 '베이징 외교'를 할 타이밍으로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남·북·미 3국 정상회담 트랙을 통해 북핵 문제 타결을 노리던 미국으로선 북한과 소위 '혈맹'관계인 중국이 끼어든 복잡한 4자 구도로 판을 다시 짜야 하게 됐다. 한마디로 미국은 시간이 급한데, 중국은 북한에게 핵·미사일 개발 완료를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형국이다. 트럼프 정부로선 비핵화 양보를 이끌어내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허들(장애물)이 훨씬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밝힌 '최대한의 압박 지속' 메시지는 이런 상황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구상을 보여준다. 모처럼 의기투합한 북한과 중국을 향해 비핵화 협조 없이는 대북 제재 완화는 절대 불가라는 통고를 보낸 셈이다. 김현기 특파원

2018-03-28

'트럼프 생각' '김정은 대답' 전달 … 북·미 중매 외교

11년 만에 이뤄지는 '1박2일'의 특사 방북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 개발과 대미 관계에 대한 속내가 드러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4일 발표한 특사단의 방북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이다. 그런 만큼 2011년 김정일 사망 후 북한 최고지도자에 등극한 김정은이 그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극한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다가 갑자기 꺼내 든 남북 대화 카드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드러날 전망이다. 김정은의 육성이 처음으로 한국 정부 당국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미국의 생각을 직접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김정은의 대답을 다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해 북·미 정상 간 간접 대화를 주선하는 중매 외교가 특사단 방북의 목적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내려왔던 북한 대표단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주로 예상됐던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사실상 김정은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속내'는 듣지 못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일행은 한 차례 연기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4월 재개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미 관계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조선 정책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는 취지를 반복했다고 한다. 남북 접촉 내용을 전해 들은 한 소식통은 "북측 인사들은 그간 주장했던 북한의 '모범 답변'을 주로 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엔 김정은의 직접 답변을 확인하는 자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특사단 일정으로 1박2일을 잡은 자체가 길게 체류할 필요 없이 (김정은을) 만난다는 사인이 왔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철이 배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가 확인하려는 제1메시지는 북·미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이다. 이를 미국에 곧바로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각 백악관 및 중앙정보국(CIA)과 직접 대화 라인을 갖고 있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함께 방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일주일에도 수차례 통화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인 데다 서 원장은 북한의 대남 특사였던 김여정 방한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을 만나 북·미 접촉을 추진했다. 북·미 대화 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특사로 내려온 김여정을 만났을 때 직접 당부했다. 당시 배석했던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었다고 한다. 이번 방북에선 그에 대한 김정은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올 얘기가 북핵·미사일의 모라토리엄(시험 유예) 여부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김정은이 직접 밝힐지 여부가 비핵화로 가는 출발점"이라며 "우리의 이 같은 요구는 김영철 방한 때 이미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꺼낼 얘기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다. 남북 접촉 상황을 들었던 한 소식통은 "김영철 방한 때 정부가 한·미 군사훈련을 기정사실로 해서 통보했다면 이번엔 북한이 군사훈련 재연기를 북·미 대화와 모라토리엄에 나서는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의 북·미 대화 의향은 특사단이 북한의 대미 외교 라인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날지 여부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특사단의 숨은 목적은 김정은 스타일을 확인하는 데 있다. 그간 대북 특사의 역할은 남북 정상회담이나 남북 관계 개선 등에 대한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향을 확인하는 데 있었지만 동시에 개인적 성향을 파악하는 데도 있었다. 김정일의 거침없는 스타일은 2002년 4월 임동원 대북 특사의 방북 때 재확인됐다. 당시 백화원 초대소에서 임 특사를 만난 김정일은 5시간의 만찬 도중 "밤에 인터넷으로 남쪽 TV 뉴스를 본다"며 한국 드라마 '여인천하'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거론했다. 그래서 특사단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를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목적 특사단에게 김정은이 미국도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 카드를 내놓지 않을 경우 북·미 중매 외교는 난관에 처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카드를 내놓더라도 기존에 개발해 놓은 핵은 그대로 인정을 받고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은 하지 않는다는 식의 '부분 인정, 부분 동결'의 방식일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비핵화의 단초로 여길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채병건·전수진 기자

2018-03-04

문 대통령 동포간담회 형식 바뀐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포간담회가 특유의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취임 49일만에 방미하는 문 대통령의 동포간담회는 1일(토) 오후 12시 워싱턴DC의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주미대사관은 22일 참석자들에게 일제히 이메일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장에 따르면 참석자는 당일 오전 10시 30분까지 입장해야 한다. 외교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간담회는 기존 대통령 간담회와 달리 ‘소통’을 강조한 간담회로 진행된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초대된 동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부드럽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통령께서는 간담회에 끝까지 함께하며, 동포들과 기념사진도 촬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행사는 다소 권위적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 수십 분 전부터 모든 참석자의 휴대폰은 전파방해를 받아 발신과 착신이 정지되고, 청와대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비와 함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참석 행사 때는 대통령 입장 시 사회자가 큰 소리로 대통령 입장을 외쳤고, 모든 참석자는 일제히 일어나 큰소리로 박수를 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모습,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께서 기존과 다른 방식을 원한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다니면서 담소를 나누고, 식사도 함께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간담회에 초대된 참석자는 6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은 뉴욕 등 다른 주에서 오는 동포들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환영 만찬을 한 뒤 30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심재훈 기자 [email protected]

2017-06-23

"내가 구한 피란민의 아들, 대통령 돼 감격"

흥남 철수 당시 피란민 1만4000명 수송 "67년 지났지만 그들의 모습 잊을 수 없어 문 대통령, 한·미 동맹 전통 계승해 주길 마지막 소원은 통일된 대한민국 보는 것" "우리가 구출해낸 피란민 중에 한국 새 대통령의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바랍니다. 또 한·미 동맹의 전통을 계승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길 기원합니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살린 정원 60명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당시 23세의 상급 선원(Staff Officer)으로 흥남 철수 작전에 참가했던 로버트 러니(89.은퇴 변호사)는 67년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군수 물자를 포기했습니다. 피란민들 가운데는 어린 아이와 노인, 임산부들이 섞여 있었고 우리는 일가족이 흩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에게 흥남 철수 작전은 떠올릴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가슴 아프면서도 감격스러웠던 순간이다. 러니는 6·25전쟁 67주년을 앞둔 12일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브롱스빌에 있는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흥남 철수 작전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서술한 책 '생명의 항해' 저자인 안재철 '월드피스연합' 이사장이 마련한 자리다. 러니는 메러디스호의 부산항 도착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천 상륙 작전 당시 미군 제7사단을 태우고 6·25에 참전한 메러디스호는 같은 해 12월 15일 전투기 연료를 싣고 부산에 도착했다. 선박에 아직 하역하지 못한 300t가량의 연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흥남 철수 작전 지원 명령이 떨어졌다. 연료를 내릴 시간도 없이 메러디스호는 흥남으로 떠났고 12월 22일 흥남에 도착했을 때 부두 전체는 10만 여명의 중공군에 포위된 상태였다. 퇴로는 해상밖에 없었고 피란민 3만~4만 여명이 부두에 몰려 있었다. 미군 제3사단장으로부터 피란민을 태우고 퇴각할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레너드 라루 선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때부터 피란민을 메러디스호에 태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흥남 부두가 이미 다른 선박으로 가득차 있어 부두에 정박하지 못한 메러디스호는 피란민들을 태우기 위해 나무로 다리를 놓았다. 그 생명의 다리 위를 1만4000명의 피란민이 건너 배에 올랐다. 흥남 부두를 떠난 메러디스호는 12월 2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이미 피란민들로 가득찬 부산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거제도로 배를 돌렸다. 성탄절인 25일 거제도에 도착한 메러디스호에서 피란민들이 차례로 내렸다. 러니는 "그들은 육지에 내리면서 메러디스호를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5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8년 은퇴 그렇게 흥남 부두를 탈출한 피란민들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 문용형씨과 어머니 강한옥씨, 그리고 누나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이 거제도에 도착하고 3년 후인 1953년 1월 거제군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났다. 러니는 "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미주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그들의 자녀들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지, 그들이 미국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새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내가 살아 있을 때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6·25전쟁의 임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러니는 1953년 코넬 법대에 진학했으며 55년부터 5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2008년 은퇴하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감동적 스토리를 전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2017-06-12

[삶의 향기] 유쾌한 정숙 씨

'문재인을 잘못 봤다'는 제목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에 올라, 누리꾼들 사이에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글쓴이 노혜경(1958- ) 시인은 그 글에서, 내가 본 문재인은 훌륭한 인격자였고 교양과 지성을 갖춘 신사였지만, 소극적이고 권력의지 없는 사람, 정무적 감각이 제로인 정치인 아닌 사람, 불안했다. 심지어 2012년 대선 당시 미친 듯이 선거운동을 한 다음 환멸이 밀려와, 그를 미워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인은 이어, 4년 뒤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타났다. 편견에 전도된 반성은 나의 몫이었다. 그는 자기 성품답게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다. 말하지 않지만 뜻하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그는 잘 읽는다고 했다. 흡사 안테나처럼, 흡사 시인처럼. 국민의 깊은 속 내밀한 침묵의 소리와 강제된 은적의 서사를 읽어내는 촉수가 되고, 대통령의 언행마다 감동의 시구(詩句)가 되게 한 이면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헌신적 뒷배가 있었다. 대통령을 두 분 얻은 듯하다는 세간의 높은 성망이 잘 대변한다. "재인이 너, 나랑 결혼할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 친구들과 함께 있던 재인 씨에게 갑자기 다가와 정색하고 던진, 거부할 수 없는 정숙 씨의 서슬 퍼런 질문이다. 주눅 든 재인 씨가 얼결에 '알았어… '라고 답하면서, 천추에 길이 빛날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활달하고 솔직하며 적극적이어서, 꼼수를 모르는 내밀힘이 잘 드러난 일화이다. 김 여사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봤다는 누리꾼들이 많다. 격의 없고 소탈하며 '따뜻한 김 여사'의 행보에서 우리 엄마의 면모가 엿보인다는 뜻일 게다. "무슨 소리래? 누가, 왜 밥을 굶었데?" 사저에서 이사준비를 하던 김 여사께서, '억울하다,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었다'고 외치는 집밖 소동에, 현관을 나서며 친근한 말투로 던진 말씀이다. 이른바 편하기 이를 데 없는 엄마바지(일명 몸빼 바지)와 조끼, 발가락이 다 보이는 슬리퍼 차림이었단다. 민원인 할머니의 손을 끈 김 여사께서는, 손수 음식을 대접하고 컵라면까지 손에 들려 보냈다고 한다. 한편, 김 여사께서는 본인 호칭이 문제가 되자, '영부인'이라는 권위적 호칭보다는 독립적 인격의 의미가 짙고 탈권위적인 '김 여사'로 불러 달라 요청했다. "여보, 바지가 너무 짧아요. 바지 하나 사야겠어요." 5월 찬란한 아침, 진달래 색 보라 끼 낭랑한 마실용 드레스를 입고, 첫 출근길 대통령의 매무새를 고치며 건넨, 영락없는 '마누라'의 타박이다. 대통령께서는 환히 웃으며 답한다. "요즘, 이게 유행이래. 허허!" 소탈하고 편하다. 훤하고 따뜻하다. 거침없고 '유쾌한 정숙 씨'가 풍기는 싱그러운 향내와 에너지가 좋다. 하마, 그것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행(行)이다. 선(善)의 시작인 배려이며, 나아가 혈육화된 '습관적 선'으로, 사람이면 지향해야할 보편적 가치이고 궁극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게 되었나니,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이기를! [email protected]

2017-05-29

[칼럼]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바로 지난 10일부터 문재인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 즉 ‘우리 대통령’이 되었음을 축하드립니다. 미국에 유학 온 후 미국 시민권자로 반세기 동안 살아오고 있는 나에게 문 대통령은 법적으로 ‘우리 대통령’이 아닐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는 참여했지만, 이번 재외국민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미국 시민권자이기 전 한국 민족의 얼과 한이 묻어있는 조국을 더 뼛속 깊이 새겨오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대통령’이라고 감히 부르며 편지를 보냅니다. 지난 8일 홍대 앞에서 진행한 ‘프리허그’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 딸 다혜(34)씨와 사위, 그리고 손자 지안이와 나란히 활짝 웃으며 서 있는 문 대통령의 아름다운 가족풍경을 보면서 정치인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임을 느꼈습니다. 올해에 64세가 된 할아버지의 바람에 흩날리는 회색 머릿결은 더욱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들 준용(35)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척 서운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은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함께 자리를 같이했으면 더 돋보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가족이 우선이라는 하나님이 부여한 천명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청와대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과의 결별이 아니라 늘 함께하는 다복한 모습을 국민에게 자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가톨릭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인 문 대통령은 국사를 계획하고 진행할 때 하나님보다 앞서가지 말고 기도 속에서 그분과 의논하기를 바랍니다. 투표 1주일 전 고향에서 어머님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1953년 6·25전쟁 중 피난민 부모로부터 태어난 ‘6.25둥이’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우리 조국이 안고 있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체험했으며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 대통령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서대문 구치소에 투옥되었으나 군 복무를 마친 경험. 또 전두환 군부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항거, 청량리구치소에 투옥되는 동안 공부를 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험. 정부로부터 판사 임용을 거부당해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약한 경험. 2003년 참여정부 청와대 여러 수석직을 거쳐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의 경험. 노무현 탄핵 소추 때 변호인단 간사로 활약한 경험,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정치활동의 경험. 2012년 대선 후보로서 패배한 경험.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7년 박근혜 탄핵정국을 맞아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험. 이런 경험들이 오늘의 문재인을 만든 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문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소원은 아주 단순합니다. 앞으로 5년간 국민과 헌법으로 위임받은 국정을 진행할 때 무엇보다 유세 중 여러 번 천명한 화합과 협치를 저버리지 말기 바랍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에는 소통보다 더 중요한 길이 없습니다. 생각을 달리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소통을 통해 끌어안아야 합니다. 촛불과 태극기의 함성을 모두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함성은 모두 애국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는 보수도 진보도, 친미도 친북도 없습니다. 이념과 지역, 세대 등에 얽힌 갈등을 푸는 길은 화합과 협치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반대당과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써 여야의원들이 국정에 협치할 수 있는 길을 열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한 편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기 바랍니다. 과거 대통령들이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데 인색했을 뿐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은 시늉에 그쳤기 때문에 국정에 실패했음을 명심하십시요. 특히 인사 관계에 있어서 화합과 능력을 겸한 인물 위주로 뽑기를 바랍니다. 문 대통령이 주장한 ‘적폐청산’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공감을 동반하지 않은 ‘적폐청산’은 오히려 혼돈과 반목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화합과 협치가 햇빛을 보려면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안보 관계가 그렇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핵 문제의 최대변수는 한미 및 북미 관계입니다. 햇볕정책의 계승자인 문 대통령은 안보문제에 있어서 어느 것이 국익과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다시 축하드리며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7-05-13

[독자투고] 우병우와 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전부터, 탄핵되고 나서도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우병우가 부정공직자의 중심인물로 알려져 대한민국이 난리다. 경북 봉화 출신인 나에게 경남 김해 봉하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과 한 고향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던 우병우 검사와 형제간이냐고 나에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니, 우병우는 같이 나라를 말아 먹고도 검찰에 나와서 팔짱끼고 황제수사를 받았다. 청문회에 나오라 해도 나오지 않으니 나까지 삐딱하게 보는 것 같아 요즘에는 14촌 되는 먼친척이라고 미리 말하기도 한다. 경북 봉화군 상운면 반송이라는 마을에 처음으로 터전을 잡고 입향하신 7대조 할아버지에게 네분의 아들이 있었다. 첫째분이 우리 6대조 할아버지시고 막내 할아버지가 병우의 6대조 할아버지다.병우는 지금 나이가 49살이라 하니 50년전 1966년에 내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고, 1976년에 이민을 왔으니 그를 한번도 본 일이 없다. 하지만 그의 할아버지가 면서기를 한데다 올곧게 살았고, 나와 나이가 같은 그의 아버지는 친절성이 없고 타협성이 없고 원칙주의자였다. 당시 시골에서 공부 잘하면 사범학교 가던 시대라서 공부를 잘했던 그의 아버지는 안동사범에 진학했고, 모교인 상운초등학교 선생으로 있을때 결혼해 병우를 낳았다. 넥슨과 병우의 처갓집 땅거래, 병우 아들의 꽃보직 문제가 매스콤에 나왔을 때부터 병우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봐서 병우는 걸리는게 없을거라 예상했다. 남들은 병우쯤 되면 가지가지 병을 만들어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데, 외국에 유학 가 있는 아들을 불러다 군대에 보냈고, 실력이 좋아 의경으로 병역의무를 한 걸 봐도 얼마나 청명한가? 규정을 어기고 꽃보직에 있었던 건 병우의 입김이 아니었으니 무슨 흠을 잡겠는가?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가 있던 날 현장에 왔는 걸 안 왔다고 거짓말한 건 다른 고위공무원에 비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것도 못된다. 청문회 때 자녀교육을 위해서라면서 위장전입,차명으로 숨겨 놓은 부동산과 재산에 안걸린 고위공직자가 없는데 비하면 그의 집안 내력대로 그도 타협성 없고 원칙주의자임이 11명의 검사가 126일 동안 수사해 밝혀지지 않았는가? 심지어 공개적인 청문회에서도 무엇 하나 잡지 못하고 오히려 국회의원들이 망신을 당하지 않았는가? SNS에 우병우로 인해서 영주고등학교 나온게 부끄럽다고 임모라는 지방신문 기자가 글과 사진을 올리니 “나도 영주고 나온게 부끄럽다”, “같은 우씨에다 영주고 나와 더 부끄럽다”, “우병우 원산지가 어디야? 원산지 표시가 있어야지” 하니까 “그의 원산지는 봉화, 나도 원산지는 봉화인데다 영주고 나와서 부끄럽다”느니 순간순간 힐난조로 글이 올라왔다. 내가 “원산지가 봉화면 어때서? 개국공신 정도전도 원산지는 봉홥니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판·검사치고 병우만큼 맑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해”하고 댓글을 올렸더니 그후론 한사람도 글을 올리는 이가 없어 머쓱해졌다. 11명의 검사에 딸린 수사관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126일 동안 다른 일을 했으면 훌륭한 성과가 많았을텐데, 국민세금을 축내는 마녀사냥식 국력낭비가 없길 바란다. 국회의원도 입법해야 할 게 많고,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할일이 많은데 그런건 안하고 고위 공직자의 꼬투리 찾아낼려고 무진 애를 쓰느니 자신에게 꼬투리가 없는지 성찰하기 바란다.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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