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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허종욱/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무엇보다도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바로 지난 10일부터 문재인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 즉 ‘우리 대통령’이 되었음을 축하드립니다.

미국에 유학 온 후 미국 시민권자로 반세기 동안 살아오고 있는 나에게 문 대통령은 법적으로 ‘우리 대통령’이 아닐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에는 참여했지만, 이번 재외국민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미국 시민권자이기 전 한국 민족의 얼과 한이 묻어있는 조국을 더 뼛속 깊이 새겨오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한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위대하고 사랑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대통령’이라고 감히 부르며 편지를 보냅니다.

지난 8일 홍대 앞에서 진행한 ‘프리허그’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 딸 다혜(34)씨와 사위, 그리고 손자 지안이와 나란히 활짝 웃으며 서 있는 문 대통령의 아름다운 가족풍경을 보면서 정치인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임을 느꼈습니다. 올해에 64세가 된 할아버지의 바람에 흩날리는 회색 머릿결은 더욱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들 준용(35)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척 서운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은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함께 자리를 같이했으면 더 돋보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더군요.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가족이 우선이라는 하나님이 부여한 천명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청와대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과의 결별이 아니라 늘 함께하는 다복한 모습을 국민에게 자주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가톨릭교회에 출석하는 기독교인 문 대통령은 국사를 계획하고 진행할 때 하나님보다 앞서가지 말고 기도 속에서 그분과 의논하기를 바랍니다. 투표 1주일 전 고향에서 어머님의 손을 잡고 성당에 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1953년 6·25전쟁 중 피난민 부모로부터 태어난 ‘6.25둥이’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우리 조국이 안고 있는 파란만장한 역사를 체험했으며 기억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문 대통령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서대문 구치소에 투옥되었으나 군 복무를 마친 경험. 또 전두환 군부독재에도 굴하지 않고 항거, 청량리구치소에 투옥되는 동안 공부를 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경험. 정부로부터 판사 임용을 거부당해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약한 경험. 2003년 참여정부 청와대 여러 수석직을 거쳐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의 경험. 노무현 탄핵 소추 때 변호인단 간사로 활약한 경험,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본격적인 정치활동의 경험. 2012년 대선 후보로서 패배한 경험.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7년 박근혜 탄핵정국을 맞아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험. 이런 경험들이 오늘의 문재인을 만든 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문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소원은 아주 단순합니다. 앞으로 5년간 국민과 헌법으로 위임받은 국정을 진행할 때 무엇보다 유세 중 여러 번 천명한 화합과 협치를 저버리지 말기 바랍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에는 소통보다 더 중요한 길이 없습니다. 생각을 달리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소통을 통해 끌어안아야 합니다. 촛불과 태극기의 함성을 모두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 함성은 모두 애국에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는 보수도 진보도, 친미도 친북도 없습니다. 이념과 지역, 세대 등에 얽힌 갈등을 푸는 길은 화합과 협치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반대당과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써 여야의원들이 국정에 협치할 수 있는 길을 열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한 편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우리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기 바랍니다. 과거 대통령들이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는데 인색했을 뿐 아니라 야당과의 소통은 시늉에 그쳤기 때문에 국정에 실패했음을 명심하십시요. 특히 인사 관계에 있어서 화합과 능력을 겸한 인물 위주로 뽑기를 바랍니다.

문 대통령이 주장한 ‘적폐청산’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와 국회의 공감을 동반하지 않은 ‘적폐청산’은 오히려 혼돈과 반목만을 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화합과 협치가 햇빛을 보려면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안보 관계가 그렇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북핵 문제의 최대변수는 한미 및 북미 관계입니다. 햇볕정책의 계승자인 문 대통령은 안보문제에 있어서 어느 것이 국익과 통일에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다시 축하드리며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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