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청와대와 백악관
청와대 내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나눠진 것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다. 노 대통령이 1989년 청와대를 신축하면서 본관과 관저를 분리했다. 그전엔 2층짜리 구 본관 건물을 1층은 집무실, 2층은 생활공간인 관저로 사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 시절 살았던 청와대는 집무실과 관저가 같은 건물에 있었다.1991년 지금의 청와대 본관이 준공되면서 관저(1990년 준공)와 집무실 간 ‘출퇴근’ 개념이 자리 잡았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2층에 마련됐다.
본관 로비만 들어서도 3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정면에 보이는 중앙 계단이 주는 웅장함에 압도된다. 붉은색 카펫을 밟고 2층 계단을 올라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면서 긴장하지 않는 국무위원과 참모진은 드물 것이다.
본관 집무실은 다른 한편으론 청와대 참모들이 근무하는 비서동과 거리가 멀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민관(與民館)’으로 불리는 비서동 3개는 1관이 2004년, 2관은 1969년, 3관은 1972년 지어졌다. 비서동에서 본관까지 거리는 500m인데 차로는 5분, 걸어서는 15분이 걸린다.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여민1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크기는 168.59㎡(51평)인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인 87.27㎡(26.4평).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집무실 이전을 공약할 때마다 모범 사례로 앞세우는 게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윙(West Wing·서쪽 건물)과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다.
오벌 오피스 좌우로는 부통령과 비서실장, 국가안보보좌관, 대변인 등의 사무실이 같은 1층에 들어서 있다. 타원형에 4개의 문이 나 있는 오벌 오피스의 면적은 75.8m²(약 23평) 규모다. 곡면의 벽체는 직사각형 구조보다 서로를 품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하니 대화도 잘될 것 같다. 3개의 남향 창문 너머로는 백악관 정원인 로즈가든도 내다보인다.
새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은 ‘구중궁궐’로 불렸던 청와대 밖을 나온다고 한다. 집무실 내부는 물론이고 참모진 사무실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예상된다. 집무실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대통령과 참모가 언제든 서로 방문을 밀고 들어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위문희 / 한국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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