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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자극 과잉시대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 곳곳 확성기에서 정신과 응급상황을 외치는 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숨 가쁘게 “코드 그린!” 소리친 후 병동 번호를 알린다. 평온한 목소리로 전해주면 안 될까. 하기야 그러면 아무도 급히 반응하지 않을지도 몰라.   꽃을 뜯어먹으려는 사슴이 앞뜰을 침범하는 순간 “어이!” 하며 곱게 의사를 전달하면 싹 무시당한다. “야!” 하고 고함을 질러야 후다닥 도망간다. 사슴도 정신병원 의사들도 경미한 자극에는 외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세상이다.   ‘sensory overload’, 하면 얼른 귀에 들어오는 말을 놓고 사전은 감각과부하(感覺過負荷)라 묵직하게 해설한다. 참 뻑적지근한 한자어다. 자극이 지나치면 금세 접수할 수 있지만 낮은 목소리는 신경계통에 등록조차 되지 않는 것이다. 약물의 복용량도 마찬가지. 과량은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소량은 무효하다. 생물체는 사슴이건 사람이건 늘 예민한 상태를 넘나든다.   세포는 생존을 위하여 세포막으로 외부 물질을 차단한다. 우리 몸을 감싸고 보호하는 피부, 도둑의 접근을 사전에 방지하는 집의 담과 벽, 자외선을 막아내는 선글라스도 같은 이치. 또 있다. 심성이 비정상적으로 예민한 자폐증 환자의 심리적 폐쇄 상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국경선, 기타 등등, 예를 들자면 부지기수다.   외부자극은 그렇다고 치자. 내부자극은 어쩔 것인가. 아무리 잠을 청해도 말똥말똥한 정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런저런 생각들은 어떤가. 환자들이 세션 도중에 고막을 울리는 환청 증세를 어떡하겠는가. 한 정당(政黨)을 밖에서 치고 들어오는 외부자극도 벅찬 실정에 내부적 갈등이 불철주야 일으키는 자극 과잉, 소위, 당의 내부가 ‘찢어지는’ 현상을 무슨 수로 대처할 것이냐.   2024년 3월 16일 오하이오주 한 국제공항 선거유세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왈, “내가 낙선되면 나라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다”라 했다는 기사를 읽는다. ‘피바다’는 북한이 남한을 향해서 곧잘 쓰던 말이라서 귀에 익숙해진 아주 자극적인 표현이다.   ‘몹시 슬프고 분하여 나는 눈물’이라고 사전이 풀이하는 ‘피눈물’도 있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를 키울 때 ‘피땀’을 흘려 키운다. 핏빛 노을! 갓난아기를 ‘핏덩어리’라 일컫는 말 습관. 아무래도 우리는 피를 좋아하는 족속인 것 같다.   오랜 세월 동안 문명의 혜택이 잉태해 놓은 부작용, 이를테면, 과속으로 질주하는 컴퓨터의 작동 장애, 도로공사 굴착기의 소음, 낙엽 치우는 장비가 뇌를 뒤흔드는 굉음, 앰뷸런스의 경적, 와이파이 접속이 불량한 스마트폰을 입에 대고 목청을 높이기, 등등, 과잉자극에 시달리다가 21세기 지구촌 인류의 중추신경에 굳은살이 박힌 것은 아닌지 몰라요.   ‘Chinese water torture’이라는 말이 있다. ‘이마에 물을 떨어뜨려 정신이 돌게 하는 고문’이라는 뜻. 그 유래에 대하여 위키피디아에 소상하게 나와 있다.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오시닝(Ossining)의 ‘Sing Sing Prison’에서 1860년에 찍어 놓은 사진이 섬찟하다. 사람 이마에 차가운 물방울을 불규칙적으로 오래 떨어뜨려 환청, 망상, 현실감각 상실을 일으킨다는 기록이다.   이 그로테스크한 표현은 낙숫물이 돌을 뚫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수적천석(水滴穿石)과 연관을 맺고 있다. 돌은 뚫릴지언정 사람처럼 광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물방울 같은 경미한 자극에도 홀까닥 넋이 빠지는 호모사피엔스에게 달려드는 과잉자극의 끝은 어디인가.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과잉시대 자극 자극 과잉 사슴도 정신병원 정신과 응급상황

2024-03-19

퀸즈 앨리폰드파크 남단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캠퍼스에 주택공급 추진

뉴욕주정부가 퀸즈 앨리폰드파크 남단에 위치한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캠퍼스를 개발, 28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전국총기협회(NRA) 소유 사격장으로 사용됐던 이 부지는 NRA가 1890년대에 뉴욕주정부에 매각했고, 1900년대부터 정신병원 시설이 이곳에서 운영됐다. 한때 이 곳 환자 수는 7000명이 넘기도 했지만, 점차 병원 규모가 줄었고 이 부지의 많은 부분은 빈 건물 혹은 버려진 땅으로 남아 있었다.   주정부는 6일 125에이커 규모의 크리드무어 캠퍼스 중 58에이커 상당의 부지를 개발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새로운 계획에는 신규 주택시설과 주차장·레크레이션 공간·공원과 산책로 등 녹지·상업시설 등을 갖춘 커뮤니티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정부는 앞서 엠파이어스테이트개발공사(ESD)와 퀸즈보로청, 메트로폴리탄 도시디자인워크숍 등과 함께 6개월간 개발 계획을 검토했다.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크리드무어 커뮤니티에는 2800가구 이상의 신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중 55% 이상은 매매용으로 지정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며, 나머지 주택은 저렴한 렌트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시니어와 저소득층, 군 복무를 마친 이들에게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주정부는 설명했다. 커뮤니티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거공간 사이사이에는 공공시설을 배치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1950년대 이후 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최대 규모 신규 투자"라며 "퀸즈보로청 등 지역사회와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협력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많은 주택을 건설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동부 퀸즈 지역의 경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욕 일원은 계속 몰려드는 인구에 비해 주택 공급이 한정적이라서 집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 때문에 주정부와 뉴욕시정부 등은 획기적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주정부는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캠퍼스 외에도 뉴욕 일원의 교정시설 등 주정부 소유 부지를 재개발하기 위한 계획도 발표했다. 시정부의 경우 재택근무 등으로 활용도가 낮아진 오피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주택공급 정신병원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주택공급 추진 크리드무어 캠퍼스

2023-12-07

퀸즈 앨리폰드파크 남단에 1000명 규모 셸터 오픈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욕시가 결국 퀸즈 앨리폰드파크 남단에 망명신청자 셸터를 오픈했다.     15일 뉴욕시는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주차장에서 대형 텐트 형식의 망명신청자 셸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 셸터는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뉴욕시는 이곳에 성인 남성 망명신청자를 수용할 계획이다. 셸터가 문을 연 첫날 이곳에는 약 100명이 도착했다.     테드 롱 뉴욕시 헬스앤병원 수석부사장은 "도시로 급격히 유입되는 망명신청자들을 돌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노력한 결과 당초 예상했던 일정보다 하루 일찍 셸터를 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셸터는 간이 욕실과 샤워시설, 세탁서비스, 식당 등을 갖추고 있으며 망명신청자들을 위한 침대가 마련돼 있다. 뉴욕시는 셸터 내에 직원들을 배치하고, 망명신청자들이 장기적으로 머무를 곳을 찾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뉴욕시에서는 망명신청자들이 셸터에 머무를 수 있는 기한을 60일로 규정하고 있다. 60일이 지났는데도 장기적으로 머무를 곳을 못 찾는다면, 셸터 입소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신규 유입되는 망명신청자가 너무 많은데, 셸터 공급은 한정적인 만큼 갓 도착한 이들에게 우선권을 주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은 셸터 운영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린다 이(민주·23선거구) 뉴욕시의원은 "침대로 가득 찬 대형 텐트를 설치하는 것은 망명신청자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며 "크리드무어 정신병원은 셸터를 운영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며, 뉴욕시는 망명신청자를 관리하기 위한 연방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퀸즈빌리지에 거주하는 한 지역주민은 "이곳을 지나는 버스 노선은 하나뿐이고 전철역도 먼데, 인구가 갑자기 유입되면서 대중교통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가 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전했다.     지역 주민들은 16일 저녁 셸터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고, 푸드스탬프(SNAP) 센터를 찾는 노인 접근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반발했다. 뉴욕시는 "망명신청자들은 셸터에 24시간 출입할 수 있지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비무장 경비원도 24시간 상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오픈 퀸즈 망명신청자 위기 뉴욕시 헬스앤병원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2023-08-16

앨리폰드파크 남단에 망명신청자 ‘텐트 셸터’ 오픈 확정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뉴욕시가 결국 퀸즈 앨리폰드파크 남단과 칼리지포인트 등에 텐트 형식의 망명신청자 셸터를 만들기로 했다.     뉴욕시는 26일 퀸즈 앨리폰드파크 남단에 위치한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주차장에 망명신청자들을 위한 셸터를 만들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주차장에 1000명의 남성 망명신청자를 수용할 셸터를 만들 것"이라며 "주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망명신청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욕시는 냉방 시설 등의 설치가 완료되는 즉시 몇 주 내에 셸터를 오픈할 예정이다.     셸터 건립 소식이 전해진 이달 초부터 한인 등 인근 지역주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들도 잇따라 반대 의사를 밝혔다.   린다 이(민주·23선거구) 뉴욕시의원은 27일 셸터 건립부지 인근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시의원은 "퀸즈 동부지역은 교통상황이 매우 어려운 지역인데, 여기에 1000명을 수용하는 것은 부족한 교통인프라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가할 것"이라며 "여기에 머무르게 될 망명신청자들 역시 각종 서비스 접근이 어려워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인근에는 지역 주민들이 몰려와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비키 팔라디노(공화·19선거구) 뉴욕시의원은 "칼리지포인트 세인트아그네스 고교 역시 망명신청자 셸터 장소로 지정됐다"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팔라디노 시의원은 앞서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셸터 건립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그래도 정신병원이 공립교나 도서관과 같은 장소보다는 나은 아이디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망명신청자 남단 남성 망명신청자 오픈 확정 크리드무어 정신병원

2023-07-27

[문장으로 읽는 책] 예술하는 습관

『작은 아씨들』의 작가 올콧은 창의적 에너지를 격렬하게 쏟아내면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글을 썼다. 식사도 건너뛰고,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어찌나 맹렬하게 글을 썼는지 결국에는 오른손에 쥐가 나서 왼손으로 쓰는 법을 익혀야 했다. 그런 발작 증세가 너무 강해서 한번 시작됐다 하면 2주 동안 거의 먹지도, 자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전속력으로 돌아가는 생각 기계처럼 글만 썼다. 올콧의 이러한 ‘폭필’습관은 『작은 아씨들』에서 자세하게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조 마치는 자신의 창조자와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집필광이 되었다.   메이슨 커리 『예술하는 습관』   똑같이 24시간을 사는데, 왜 어떤 이는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가. 위대한 창작자의 ‘하루’에 관심 많은 작가가 130여 여성 예술가들의 창조성의 근원을 탐구했다. 답은 무시무시한 자발성과 몰입, 강박에 가까운 반복성과 엄격한 루틴. 일상의 단조로운 반복에서 위대한 예술적 성취가 나온다는 결론이다.   평생 매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글을 쓴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붙일 때 최상의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은 평론가 수잔 손택, 똑같은 식사 메뉴와 의상으로 시간을 아낀 설치미술가 페타 코인. ‘물방울 패턴’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는 제 발로 도쿄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매일 병원과 병원 앞 스튜디오를 오가며 작업한다. “시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바꿔놓듯이 습관은 인생의 얼굴을 점차적으로 바꿔놓는다.” 첫 장에 인용한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예술 습관 예술적 성취 소설가 버지니아 도쿄 정신병원

2022-10-18

[열린 광장] 병원 음식과 푸른 초원

 도널드는 젊었을 때 친척과 다툼 끝에 과실치사를 저지른 후 오래 동안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왔다. 60대 중반. 그는 현재 내 병동에 머물고 있다.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사고형식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다.     대화에 있어서 내용보다는 형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 말과 말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을 때 상대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누가 당신에게 “나는 겨울이 좋아. 닭고기는 맛이 없어!” 한다면 두 짧은 문장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어서 당신은 몹시 어리둥절할 것이다.   당신과 나는 생각과 생각 사이에 객관적인 연결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철두철미한 언어의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세련된 언어감각으로 초현실주의를 추구하는 현대시라면 혹시 모르지만.   전에 도널드는 병동에서 하워드와 주먹다짐을 벌인 다음날 아침 간호사가 주는 약을 거부한 적이 있다. 그때 약을 안 먹은 이유를 물었더니 거두절미하고 “하워드!” 하고 응답했다.   하워드에게 얻어맞고 홧김에 약을 거부했다고 말할 수 있는 명료한 언어능력이 도널드에게는 없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대답은 난센스지만 앞뒤를 맞춰보면 그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이해가 간다.     엊그제 도널드가 또 다른 환자에게 얻어맞고 왼쪽 눈두덩이 퉁퉁 부었다. 싸운 이유는 다른 환자가 품은 시샘 때문이었다. 도널드를 퇴원시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병원 캠퍼스에 있는 클럽 하우스에 갈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이 미치도록 질투가 났던 것이다.   젊었을 때 바디빌딩을 해서 아직도 배에 박힌 임금 왕(王)자를  종종 과시하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를 때린 그놈을 혼내 주지 않은 이유는 그가 나보다 분열증 증세가 더 심하기 때문이었어.”   얼마 전 병동 간호사실에 한인업소에서 산 케이크를 갖다 놓았다. 모두들 케이크가 맛있다고 한다. 오후에 도널드가 복도에서 내 쪽으로 뛰어 와서 말한다. “(병원) 음식이 끔찍하게 맛이 없어요.”   그가 연이어 묻기를 음식을 끊고 물만 먹으면 안 되냐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얼른 엄격하게 대답한다. 음식을 먹어야 산다는 내 말을 듣기가 무섭게 그는 ‘오케이’하며 자기 방 쪽으로 뛰어간다.   고대 영어에서 ‘food’는 전인도유럽어 ‘pa-’에서 생겨난 말로서 ‘먹이를 주다’는 동사의 뜻에 ‘보호해주다’는 의미도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로 ‘companion(반려)’, ‘company(회사)’ 같은 단어에 ‘pa-’가 남아있다.     ‘pasture’는 명사로 ‘초원’이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가축을 풀밭에 내어 놓아 풀을 먹이다’라는 의미도 된다.     어릴 적에 부르던 시편 23장 찬송가가 생각난다. “나로 하여금 푸른 풀밭(pastures)에 눕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에 나오는 ‘pastures’는 잔잔한 물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지금껏 한 번도 병원 음식에 대하여 불평한 적이 없는 도널드가 느닷없이 그런 말을 던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코로나 팬데믹이 또다시 난무하는 시기에 충분히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일까. 어디를 살펴봐도 푸른 풀밭을 찾을 수 없는 정신병원 캠퍼스를 아프게 감지했기 때문이었을까.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열린 광장 병원 음식 정신병원 캠퍼스 병원 음식 엊그제 도널드

2022-03-21

[잠망경] The Food is Terrible!

도널드는 젊었을 때 친척과 다툼 끝에 과실치사를 저지른 후 오래 동안 정신질환 치료를 받아왔다. 60대 중반. 그는 현재 내 병동에 머물고 있다.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사고형식장애, ‘formal thought disorder’ 증상을 보이면서.   대화에 있어서 내용보다는 형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 말과 말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을 때 상대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누가 당신에게, “나는 겨울이 좋아. 도서관 닭고기는 맛이 없어!” 한다면 두 짧은 문장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어서 당신은 몹시 어리둥절할 것이다.   당신과 나는 생각과 생각 사이에 객관적인 연결이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철두철미한 언어의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전에 도널드는 병동에서 하우워드와 주먹다짐을 벌인 다음 날 아침 간호사가 주는 약을 거부한 적이 있다. 그때 약을 안 먹은 이유를 물었더니 거두절미하고 “하우워드!” 하고 응답했다.   하우워드에게 얻어맞고 홧김에 약을 거부했다고 말할 수 있는 명료한 언어능력이 없는 도널드! 내막을 모르는 사람에게 그 대답은 난센스지만 앞뒤를 맞춰보면 그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이해가 가는 노릇이다.   엊그제 도널드가 또 다른 환자에게 얻어맞고 왼쪽 눈두덩이 퉁퉁 부었다. 싸운 이유는 다른 환자가 품은 시샘 때문이었다. 도널드를 퇴원시키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병원 캠퍼스에 있는 클럽 하우스에 갈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이 질투가 났던 것이다.   젊었을 때 보디 빌딩을 해서 아직도 배에 박힌 임금 왕자(王字)를 종종 과시하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를 때린 그놈을 혼내 주지 않은 이유는 그가 나보다 분열증 증세가 더 심하기 때문이었어!”   12월 23일, 병동 간호원실에 한국집에서 산 케이크를 갖다 놓았다. 모두들 케이크가 맛있다고 한다. 오후에 도널드가 복도에서 내 쪽으로 뛰어 와서 말한다. “The food is terrible!, (병원) 음식이 끔찍하게 맛이 없어요!”   그가 연이어 묻기를 음식을 끊고 물만 먹으면 안 되냐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고 얼른 엄격하게 대답한다. 음식을 먹어야 산다는 바보 같은 내 말을 듣기가 무섭게 그는 오케이! 하며 자기 방 쪽으로 뛰어간다.   고대영어에서 ‘food’는 전인도유럽어 ‘pa-’에서 생겨난 말로서 ‘먹이를 주다’는 동사의 뜻에 ‘보호해주다’는 의미도 있었다. 지금도 그 잔재로 ‘companion(반려)’, ‘company(회사)’ 같은 단어에 ‘pa-’가 남아있다. ‘pasture’는 명사로 ‘초원’이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가축을 풀밭에 내어 놓아 풀을 먹이다’라는 의미.   어릴 적에 부르던 시편 23장 찬송가가 생각난다. “(전략) 나로 하여금 푸른 풀밭에 눕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인도하여 주시네”(He makes me to lie down in green pastures: he leads me beside the still waters) 여기에 나오는 ‘pastures’는 잔잔한 물가에서 멀지 않은 곳!   지금껏 한 번도 병원 음식에 대하여 불평한 적이 없는 도널드가 느닷없이 그런 말을 던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어원학적으로, 코로나 판데믹이 또다시 난무하는 2021년 말에 충분히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감이 표출된 것일까. 어디를 살펴봐도 푸른 풀밭을 찾을 수 없는 정신병원 캠퍼스를 아프게 감지했기 때문이었을까.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terrible food 정신병원 캠퍼스 엊그제 도널드 green pastures

2021-12-28

'복음 전도사' 심수봉 워싱턴 왔다…"주님의 순결한 신부로 하나님 사랑 전하자"

행복한 워싱턴을 만들기 위해 가수 심수봉이 하나님 전도사로 워싱턴에 왔다. 심수봉 씨는 “1985년 하나님을 영접했지만 기독교인의 삶을 제대로 살았던 것 같지 않았다”며 불교에 심취했던 시절, 예수님을 영접하고 새로와진 삶, 이혼의 아픔, 남편과의 갈등, 암의 문턱까지 갔던 일, 자택을 지으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체험하면서 조금씩 성숙해진 기독교인의 모습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회장 차용호 목사)의 ‘심수봉 가수 초청 행복만들기’가 13일, 14일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각각 열린 가운데 1600여명이 참가해 성황리에 끝났다. 심 씨는 “LA에서는 세 교회가 연합해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지만 워싱턴 처럼 수 많은 교회가 연합한 것은 처음 본다”며 ”행복 만들기 행사에 대해 매우 놀랍다”고 격찬했다. 심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이야기하면서 노래 ‘날마다’, ‘너에넨 내가 있잖니’, ‘백만송이 장미’ 외에도 최근 아가서를 배경으로 직접 작사작곡한 ‘나의 신부여’를 선사했다. 또한 심 씨는 “마지막 때에 주님 앞에 신부처럼 순결하고 준비된 자로 서길 바라며, 하나님의 사랑을 끝까지 전하는 자들이 되자”고 말했다. 이날 심수봉 씨의 간증 이후에는 차용호 목사가 새로 신앙생활을 결심한 사람들을 초청하고 영접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편 워싱턴 교협은 오는 21일(토) 오전 9시30분~오후 12시30분 워싱톤한인장로교회(담임 박성일 목사)에서 목회자를 위한 비영리기관 관련법 및 예산관리 세미나를 개최한다. ▷문의: 703-581-9235, chayongho@hotmail.com(회장 차용호 목사), 703-624-5264, wimankim@yahoo.com(총무 김위만 목사) 장대명 기자

2012-01-17

심수봉 가수 초청 행복만들기 오세요…워싱턴 교협, 오늘 MD·14일 VA서 열어

워싱턴지역한인교회협의회(회장 차용호 목사) 주최로 열리는 ‘심수봉 가수 초청 행복만들기’ 행사는 믿지않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음악이 있는 간증집회가 될 전망이다. 가수 심수봉(사진)은 익히 알려져 있다. 80년대를 주름잡았던 가수 심수봉은 78년 대학가요제에서 자작곡 ‘그 때 그 사람’으로 데뷔했다. 당시 ‘그 때 그 사람’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1979년 최고의 히트곡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1979년 10·26 사건에 휘말려 출연금지령을 받았고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가 1984년 가수로 복귀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내놓아 2만여장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이후에도 ‘사랑 밖엔 난 몰라’, ‘백만송이 장미’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남기며 음악인으로 사랑받았다. 하지만 ‘기독교인’ 심수봉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번 간증집회를 통해 심 씨는 수많은 히트곡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져 있던 외로움과 완벽한 사랑을 찾아헤매던 젊은 날들 그리고 진리를 찾은 기쁨과 고난을 통과하며 '나의 하나님'을 만난 사연 등을 진솔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풀어낼 예정이다. ‘심수봉 가수 초청 행복만들기’는 메릴랜드 지역은 오늘(13일·금) 오후 7시30분 휄로쉽교회(담임 김원기 목사, 18901 Waring Station Rd, Germantown, MD 20874)에서, 버지니아지역은 내일(14일·토) 오후 7시30분 와싱톤중앙장로교회(담임 노창수 목사, 15451 Lee Highway, Centreville, VA 20121)에서 열린다. ▷문의: 703-581-9235, chayongho@hotmail.com(회장 차용호 목사) 703-624-5264, wimankim@yahoo.com(총무 김위만 목사) 장대명 기자

2012-01-12

심수봉, 자택에 '50석 예배실'

가수 심수봉(사진)이 자택에 50석 규모 소극장 형식의 예배실을 꾸민 사연이 공개돼 화제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심수봉은 지난 2007년 서울 강남 역삼동의 옛집을 허물고 새로 3층 건물을 지어 '모리아(MORIAH)'라고 이름지었다. 구약성경에서 아브라함이 100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도록 시험받은 산을 뜻한다. 새 집의 지하실에 꾸며진 예배당은 당초 공연장 겸 와인 저장고로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4m 깊이로 파다가 물이 솟구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진행을 위해 기도를 하다가 멋쩍어졌어요. 교회 집사가 술 창고를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한 셈이었죠." 와인 저장고 공사 계획을 버렸고 물이 멎었다. 3년만에 집이 완공되자 지하실을 개척교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몇몇 교회가 그간 이곳을 거쳐갔다. 지금은 '하트 하우스'라는 교회가 지하실을 쓰고 있다. 매주 100여명의 교인들이 모인다. 당초 레스토랑으로 꾸몄던 1층도 현재 교인들의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심수봉은 이달말 오렌지카운티 지역 3개 대형 한인교회에서 차례로 열리는 찬양간증 콘서트 무대에 선다. 28일에는 은혜한인교회(담임목사 한기홍) 29일 인랜드교회(담임목사 최병수) 30일 베델한인교회(담임목사 손인식)에서다. 조원희 인턴기자

2011-07-13

[브리핑] 심수봉 OC 3개 교회 순회공연 외…

심수봉 OC 3개 교회 순회공연 오렌지카운티 기독교전도회연합회(회장 손찬우)의 주최로 가수 심수봉의 찬양간증 콘서트가 열린다. 28일에는 은혜한인교회 29일에는 인랜드교회(담임목사 최병수) 30일에는 베델한인교회(담임목사 손인식)에서 각각 열린다. 행사는 사흘 모두 오후 7시 30분에 시작되며 입장료는 없다. ▶문의: (714)719-5312 밀알 캠프 봉사자 에세이 공모 밀알선교단에서 밀알 캠프 봉사자 에세이를 공모한다. 2011 사랑의 캠프에 봉사자로 참석한 후 느낀 점을 에세이로 써서 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분량은 2페이지이며 마감은 16일까지다. 수상자 발표날짜는 7월 30일이며 개별통보된다. ▶문의: (714)522-4599 ▶주소: 7212 Orangethorpe Ave. Ste. 7 Buena Park 쉐퍼드 신학대학 장학생 모집 쉐퍼드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011년도 가을학기 목회학박사 과정 학생을 모집한다. 박사과정 강의는 영어와 한국어로 진행된다. 석사 및 박사과정의 이중언어 전액 장학생도 선발하고 있다. 장학생자격은 최종학교성적이 3.7 이상 토플 iBT점수가 79점 이상이며 영어수업 가능자이다. ▶문의: (213)481-1212(ext 117) ANC온누리교회 신입생 모집 ANC온누리교회(담임목사 유진소)의 평생교육과정인 '인싱크(NSenC)대학'이 가을학기 신입생을 모집한다.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수업은 9월 1일에 시작하여 12월 15일에 종강하며 매주 목요일에 수업이 있다. ▶ 문의: (213)364-2211 남가주빛내리교회 반주자 모집 남가주빛내리교회(담임목사 박용덕)에서 예배 반주 봉사자를 모집한다. 자격조건은 확신한 은혜의 체험이 있는 자다. ▶문의: (714)401-9874 starkoreanchurch@yahoo.com 미주기독교방송 인터넷 생방송 개시 미주기독교방송(KCBN)에서 7월 4일부터 인터넷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은 웹사이트(www.lakcbn.com)에서 청취할 수 있으며 지상파는 AM 1650 KHZ에서 들을 수 있다. 오렌지카운티교협 임원회 오렌지카운티기독교교회협의회 임원회 및 포럼이 14일 오전 10시 30분에 은혜한인교회(담임목사 한기홍)에서 개최된다. ▶문의:(714)446-6200

2011-07-12

인순이·심수봉…한국 대형 여가수 2명 잇단 콘서트

한국의 대형 여가수 2명이 다음 달 오렌지카운티에서 잇따라 콘서트를 갖는다. '밤이면 밤마다' '거위의 꿈'으로 유명한 가수 인순이는 독립기념일인 다음 달 4일 오후 5시 어바인의 '평화의 모후 한인성당'(주임신부 알렉스 하.14010 Remington )에서 성전 건립기금 모금을 위한 콘서트 무대에 선다. '국민가수 인순이와 함께 하는 한여름의 콘서트'란 명칭의 이번 공연에서 인순이는 파워풀한 가창력과 한국적인 소울의 진수를 선보이게 된다. 이 성당 탁대식 미카엘 사목회장은 "복음성가는 물론 가요 팝송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며 "워낙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라 만족스러운 공연이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인순이 내달 4일 오후 5시 평화의 모후 한인성당서 성전건립 기금모금 무대 인순이는 지난 2002년에도 이 성당 어린이 한글학교를 위한 자선모금 콘서트를 연 바 있다. 탁 사목회장은 "(인순이는) 딸이 어바인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인연으로 미국에 올 때면 항상 우리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며 "이런 인연이 바탕이 돼 흔쾌히 콘서트 무대에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당 40달러인 티켓 630장이 순식간에 동이 났고 지금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매를 취소한 표가 불과 몇 장 남아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인순이 공연의 흥분이 가라앉을 즈음인 다음 달 28일부터는 가수 심수봉이 오렌지카운티를 찾는다. 심수봉 내달 28~30일 3일간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등서 히트곡 들려주며 신앙간증 '그 때 그 사람' '사랑밖에 난 몰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무수한 히트곡을 보유한 심수봉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사흘 동안 찬양간증 콘서트를 갖는다. 이 행사는 오렌지카운티 기독교전도회연합회(회장 손찬우)가 주최한다. 손찬우 회장은 행사 개최 배경에 대해 "전도회연합회의 진정한 존재 목적이 무엇인 지 고민하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부담 없이 참가해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심수봉씨가 오렌지카운티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콘서트 소식을 들은 회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심수봉은 찬양간증 콘서트에서 그의 주옥같은 히트곡과 성가곡을 들려주는 한편 신앙간증을 하게 된다. 첫날인 28일엔 풀러턴의 은혜한인교회(담임목사 한기홍) 29일과 30일엔 인랜드교회(담임목사 최병수)와 어바인 베델한인교회(담임목사 손인식)에서 각각 콘서트에 임할 예정이다. 행사는 사흘 모두 오후 7시30분에 시작된다. 입장료는 없다. ▶문의: (949)654-5239 인순이 성전 건립기금 모금 콘서트 (714)719-5312 심수봉 찬양간증 콘서트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2011-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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