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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혁·박영님 작가 수필집 출간

오렌지글사랑(회장 조앤 권) 회원인 이주혁, 박영님 두 작가가 최근 수필집을 출간했다.   이주혁 수필가는 산문집 ‘벼랑 끝에서 한 걸음 더(문학의식)’에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80년을 살며 겪은 숱한 일을 담았다.   오렌지글사랑에서 시와 산문을 전담 강의하는 정찬열 시인은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역경을 헤치고 희망봉에 도달한 한 인간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박영님 수필가는 ‘지난 세월 시렁 위에 얹어 놓고(문학의식)’란 제목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박 수필가는 “가슴에 맺혀있던 돌덩이 하나가 쑤욱 빠져나간 느낌이 들었다”며 글쓰기를 통해 영혼을 위로받고 아픔이 치유됐다는 체험을 전했다.   오렌지글사랑은 29년 역사를 가진 문학 모임이다. 권 회장은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이, 자서전을 쓰고 싶은 이, 등단했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작품 합평을 받고 싶은 이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수업은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 오전 10시에 가든그로브 교실(9681 Garden Grove Blvd, #203)에서 진행된다.   문의는 전화(714-530-3111)로 하면 된다.이주혁 수필집 이주혁 박영님 이주혁 수필가 박영님 수필가

2024-09-24

성민희 수필가 '미주문학상' 수상

미주한국문인협회(이하 미주문협·회장 오연희)가 제30회 미주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수상자는 오렌지카운티에서 활동하는 성민희(사진) 수필가, 당선작은 ‘그날을 위한 선택’ 외 4편이다. 미주문협은 “1987년 ‘미주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이후 첫 수필 작품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심사를 맡은 손홍규 소설가는 “수필은 시, 소설과 같은 장르와 비교하면 얌전하고 순진한 글쓰기라는 인상을 준다”며 “성작가의 작품은 그 안에 깃든 깊고 진실한 마음을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수필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성작가는 ‘수필시대 (2006)’와 ‘현대수필’(2012)에서 수필로, ‘한국소설’(2023)에서 소설, ‘수필미학’(2024)에서 수필평론으로 등단했다.     제11회 ‘한국산문문학상’(2018)을 수상했으며, 수필집으로 ‘사람이 고향이다’, ‘아직도 뒤척이는 사랑’ 등 이외 다수 작품이 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과 이사장, 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 미주지역 총동문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 오렌지카운티 지부장, 가든수필문학회 지도 강사로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미주문협 여름문학캠프(24~25일)가 열리는 팜스프링스 미라클 호텔에서 개최된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달러 및 상패가 수여된다.     이날 행사에서 계간 미주문학 봄, 여름, 가을호 신인상 시상식도 열린다. 수상자는 봄호 박태리(소설)·박석영(수필), 여름호 한기승(시조)·조인숙(시), 가을호 신상만(수필)·최경하(수필)이다.     올해 여름문학축제 초빙 강사는 안도현 교수와 손홍규 소설가이다.     오연희 미주문협 회장은 “LA뿐 아니라 미전역 한인 활동 작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풍성한 문학 한마당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은영 기자미주문학상 수상자 수필가 당선작 성민희 수필가

2024-08-11

[이 아침에] 반세기 만에 트인 대화 물꼬

메시지를 받았다. “밥솥을 사서 밥을 했더니 고두밥. 우리 입맛에 맞을 쌀, 월마트에서 살 수 있는 걸로 추천 바랍니다.”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지만 모르는 사람 같았다. 알고 보니 50년 전 대학 클래스 동기였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서울교육대학에서 국어과 교수로 재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뿐이다.   친구 소개로 전화번호까지 주고받았지만, 우린 피차 서로의 인성이나 취향 등에 관해 아는 게 없다. 살아온 환경과 생활 방식조차 다를 텐데. 풋풋했던 젊은 날의 애틋함이나 설렘 같은 건 없다. 어떻게 어느 선까지 대접해야 할까? 사람 교제를 좋아해 으레 손님방을 제공하고 있지만, 운전대까지 내려놓은 상태라 관광 안내도 자유롭지 못한 터. 여러 방법을 모색해 보았지만, 답을 못 찾았다.   그는 블로그에 올린 ‘플로리다 마이애미비치 거리에서 여경을 만나다’라는 글을 보냈다. 이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아이 러브 텍사스!’라는 글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들은 덮쳐 왔다 … 마치 훈련병이 무서운 교관에게 기합받지 않겠다는 듯 “아이 러브 텍사스!” 엉겁결에 사랑한 텍사스를 내일 떠난다.’     난 혼잣소리로 웃었다. 미 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 중 모텔 화장실에서 썼단다. 글을 읽으며 옛 친구를 재발견한 듯했다.   졸업 후 50년 만에 대학 동기를 대면했다. 이상과 현실 차이가 너무 커서 방황했던 그 시절이 가까이 다가온다. 사라진 것이 아니고 나를 만들어준 중요한 요람이었다는 걸 뒤늦게라도 깨달은 게 다행이지 않을까. 그 동기를 잘 대접하고 싶은 건 그 시절 나를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제 칠십이 넘어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다른 세계를 열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는 우버를 이용해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리 집을 찾았다. 탁 트인 뜰 나무 그늘에 앉아 이야깃주머니를 꺼냈다. “어떻게 모교 교수가 될 수 있었어요?” 첫 질문을 시작으로 대화는 누에고치 실 풀리듯 이어졌다. 출생부터 대학 시절을 넘어 어렵고 힘들었던 10년 간의 강사 생활, 모교에서 후배 양성의 어려웠던 점, 은퇴 후 수필 쓰기와 강의에 빠졌단다. 둘은 공통점을 찾았다. 충남 홍성, 성장한 지역이 같고 수필을 쓴다는 점이다. 가로막혔던 무언가가 스르르 무너지는 듯했다. 반세기란 간격과 우려를 몰아내고 공감대를 형성한 게다. 자연스레 거실 겸 작업실로 안내했다. 서로 출판한 책들을 소개했다. 보유한 수필 강의록과 수필 학 책도 보여주었다. 미국 수필가 협회 활동상과 방문해 강의했던 한국 교수들도 소개했다.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수필 창작을 위한 열강을 쏟아냈다.     7시간 동안 만남이었다. 숙소로 돌아간 그가 쓴 글을 보내주었다. ‘그녀와 나는 대학 동기다. … 그녀와 나는 노는 물이 달랐다. 지금 기억으로는 둘은 대화한 적이 없다. 그녀가 특별히 관심 영역 안에 있지 않았다. 그저 이름과 안면을 익힌 채 각자 삶의 바다로 일엽편주처럼 떠돌기 반세기 만에 대화 광장에 손잡고 입장한 셈.… 그녀 소식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미국을 여행하는 도중에 필연처럼’이라고 묘사했다.   수필은 정직하다, 수수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진정성이 있는 산문이다. 수필가라는 교집합이 우리 대화 물꼬를 트이게 했다. 글의 힘이 아닐는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반세기 대화 수필가 협회 수필 강의록 대학 동기

2024-07-24

“수필문학에 비평과 논쟁 있어야”…성민희 작가 ‘수필미학’ 등단

성민희(사진) 작가가 수필 창작과 비평 전문지 ‘수필미학(아래 사진)’ 봄호에 ‘미주 수필의 디아스포라적 이미지와 특성’으로 등단했다.     ‘수필문학’은 한국 수필의 새로운 이론과 비평을 정립하고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 계간지다.     성민희 작가는 등단 작품에서 미주디아스포라문학, 공존하는 다문화와 상호 작용의 수필, 미주 수필가의 자화상 등을 다뤘다.     심사평에서 “성민희 작가 작품에서 수필 작품에 대한 애정과 미주 수필 문단에 대한 열정, 미주 수필가의 정체성과 향후 나아가야 할 미주 수필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미주 수필가의 글쓰기 열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미국 교포 문단을 위한 열정이 성작가의 비평을 추동하는 힘”이라며 “그의 평론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면서 디아스포라 문학의 방향을  눈물과 한과 그리움의 정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성작가는 “수필을 쓰면서 수필이론에 갈증을 느꼈고 공부해 보고 싶었다”며 “수필이 문학의 영역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으려면 수준 있는 비평과 논쟁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 수필 비평의 문을 두드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민희 작가는 경희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대수필로 수필 등단에 이어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미주한국문인협회,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수필집 ‘사람이 고향이다’, ‘아직도 뒤척이는 사랑’ 등이 있다.  이은영 기자수필문학 수필미학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 미주 수필가 비평과 논쟁

2024-04-21

“수준 높은 작품 글쓰기 정진하겠다”…고원문학상 문영애 수필가 선정

고원기념사업회(회장 정찬열)가 주최하는 제12회 고원 문학상 공모전에 문영애 수필가의 ‘지금 여기서 춤추며 살기’가 선정됐다.     올해 문학상 최종심은 단독 후보작이었다.     심사를 맡은 김종완 평론가는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의 한계로 남아 있던 마지막 선을 넘은 작품”이라며 “지성 수필이라는 아직 정립되지 않은 미개척의 수필세계를 여는 마중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했다. 또 “디아스포라 문학이 갖는 중요한 가치는 낯섦에서 오는 새로운 시선이다. 디아스포라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만민동포, 만민형제라는 새로운 세계를 열음으로써 존재와 타자에 대한 새로운 깊이의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고원문학상에 선정된 문영애 수필가는 한국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1973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2008년 ‘한국신문’을 통해 등단하고 제14회 한국 산문문학상을 받았다.     2022년 첫 수필집 ‘지금 여기서 춤추며 살기’를 출간했다. 워싱턴문인회 수필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문영애 수필가는 “예술은 삶을 더 견딜만하게 하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고 한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의 말을 실천하듯, 미주지역에 삶의 스트레스를 모국어로 녹여 문학으로 승화하려 애쓰는 작가들이 많다”며 “고원 선생님의 문학정신에 맞는 수준 높은 작품을 위해 더욱더 글쓰기에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원 문학상은 고원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이를 후세에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수상자에게 상금 3000달러와 상패를 수여한다.  이은영 기자 lee.eunyoung6@koreadaily.com고원문학상 글쓰기 고원문학상 문영애 문영애 수필가 작품 글쓰기

2024-02-18

최원국 수필가 신간 출간

최원국(85·사진) 수필가가 두 번째 수필집 『낡은 가죽 가방-정적 회로를 통한 시간 여행길』을 출간했다.   최 작가는 책 출간소감으로 “16년의 학창시절은 전쟁·혁명·데모의 소용돌이 속에서 꿈·젊음을 빼앗기고 잃어버린 세월이다. 이를 더듬으며 글을 썼다”며 “추억을 상기하면 글을 쓰는 동안 가슴은 뜨거워졌고 머리는 어린 시절에 머물렀다. 그것이 팬데믹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고 했다.   수필집은 총 5부로 이뤄져 있으며, 글 66편을 담았다.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항공사에 다니다 ▶대서양에서 세월을 낚다 ▶사업 시작 ▶세 번째 이사 ▶가을이 오면  ▶밤중에 걸려 오는 전화  ▶자메이카의 택시 기사  ▶뉴욕의 두 경찰관 등 작가의 진솔한 경험담을 녹인 수필이 담겼다.   특히 작가는 작품 ‘낡은 가죽 가방’을 통해 “가방에도 삶이 있다”며 “누가 봐도 오래되고 볼품없는 골동품이지만, 나에게는 가방이 소중했다. (가방에서) 원고를 꺼낼 때마다 글 속에 지나온 삶이 매달려 있다”고 표현했다.   최 수필가는 1979년 미국으로 이주해 직장생활을 하다 개인 세탁업으로 생계를 꾸렸다.     2006년 은퇴 후 뒤늦게 펜을 잡았고, 2012년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 계간 ‘서시’ 해외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지난해에는 첫 수필집 『십만리 길의, 미국여행』을 펴냈다.   현재 최 작가는 뉴저지 팰리세이즈파크에 거주하고 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최원국 수필가 최원국 수필가 가죽 가방 시간 여행길

2023-12-19

구순 넘은 한인 작가 소설 출간…93세 수필가 강금순 작가

구순이 훌쩍 넘은 한인 작가가 첫 단편소설을 출간해 화제다.     올해 93세인 강금순(사진) 작가는 미주한국소설가협회(회장 홍영옥)에서 발간하는 ‘2023 미주한국소설’에 첫 소설 작품 ‘우리들의 끝없는 이야기’를 발표했다.     1930년 함경남도 단청군 출생인 강 작가는 올해 93세다. 1981년 미국으로 이민 와서 한인 미디어가 주최하는 수기 공모전에서 2차례 수상하며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키웠다.     강 작가가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에는 일본강점기 함경남도에서 출생하고 독립운동을 한 아버지, 그리고 맞이한 해방, 공산당원의 핍박을 피해 38선 넘어 서울로 이주 후 한국전쟁, 미국으로 이주 등 파란만장한 강 작가의 인생이 녹아 있다.     강 작가는 88세부터 문학동호회 오렌지글사랑에 들어가 수개월 만에 미주가톨릭 문학 수필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한인 문학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소설을 통해 경험한 한국 역사의 수많은 순간과 디아스포라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싶어 자서전 출간 후 지난 2년 동안 소설작품을 준비했다”며 “수필을 쓰면 시와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배웠고 수많은 소설집을 읽으며 소설 쓰기를 독학했다”고 밝혔다.     2년 전에는 자서전 ‘살아온 아흔두 해, 걸음마다 은총이었네’(시산맥)를 출간했다. 자서전에서는 인생 역정, 신앙을 통해 얻은 희망과 용기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 등 아흔두 살 여인의 삶을 오롯이 담았다. 내년 봄에는 시집 출간이 기다리고 있다.     강 작가는 “구순이 넘은 나이 나의 욕망은 문학 하는 것”이라며 “90년 살아보니 나는 주님의 은혜로 살았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은영 기자   이은영 기자수필가 강금순 수필가 강금순 동안 소설작품 한인 문학계

2023-12-03

[이 아침에] 땅 위의 위로

추수감사절 연휴를 지낸다고 3박 4일 빌린 맘모스 빌리지의 콘도에서 하룻밤만 자고 내려왔다. 호흡곤란이 와서 한숨도 못 잤다. 고산병이었다. 몇 년 전 수술 직후 약한 몸으로 갔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에 또 숨쉬기가 어려웠다. 하루 정도 지나면 적응된다는데 고통의 밤을 다시 견디기 어려워서 남편을 졸라 하산했다.   마침 둘째 날 아침 스노보드를 타던 남편도 과하게 욕심을 내다가 타박상을 입어 갈비뼈에 통증이 왔다. 의좋게 내려올 수 있어 덜 미안했다. 아들 내외와 후배 내외의 근심을 뒤로한 채 내려왔다. 평소 잘 맞지 않는 우리 부부인데 나는 고산병으로 호흡이 어렵고 남편은 갈비뼈 통증으로 호흡이 어렵다니 하이파이브를 해도 좋을 만큼 반가워서 웃었다. 살다가 이렇게 맞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아들이 8살 때부터 맘모스 스키장에 드나들었으니 햇수로는 30년이다. 남편과 아들은 해마다 연 회원권(Year Pass)까지 구입해 자주 드나들고, 아들은 방학 땐 맘모스 스키장에서 알바를 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연습하러 오던 올림픽 영웅 클로이 김의 어린 시절도 옆에서 봤다. 평창 올림픽 땐 클로이 김을 응원하러 전지적 팬의 시점으로 한국도 다녀왔다.   이런 즐거운 추억도 있으나 그렇지 못한 일도 있었다. 어느 해인가 남편이 조종하는 세스나를 타고 스키장 인근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 비행장에 내렸다. 갈 때는 무사했는데 돌아올 땐 강풍으로 프로펠러가 활주로 가장자리에 있던 사인 박스(sign box)를 치는 사고가 났다. 비행기는 보험으로 수리했고 다친 사람도 없는 사고였지만 그 안에 타고 있던 내게는 큰일 날뻔한 비행사고 아닌가? 그 뒤로는 맘모스에 대해 트라우마가 생겨서 별로 가고 싶지가 않은 장소가 되었다.   아마 이번에 호흡이 어려운 것도 몸의 컨디션에 정신적인 것도 합쳐진 것이 아닐까 싶다. 여하튼 휴가를 망치고 돌아와 주일이 되어 교회를 가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계속 머리가 아파 남편만 혼자 가게 되었다.   종일 약 먹고 누워있는데 교회에 다녀온 남편이 돈을 건넨다. 좋아서 벌떡 일어났는데 많지 않은 액수다. “애걔 이게 뭐야?” 큰돈이 아니라 살짝 실망했더니 사연인 즉, 교회의 J권사님이 당신이 아파 교회에 못 왔다고 하니 맛있는 것 사 먹고 얼른 나으라고 주시더란다.   순간 마음이 바뀌어 뭉클해졌다. 85세인 권사님의 마음이 마치 우리 엄마 같아서. 30달러에 아픈 머리가 씻은 듯 나았으니 역시 나는 물욕에 어두운 세상적인 사람 맞다. 산에서 얻은 병이 땅에서 돈으로 위로받았다. 나는 언제나 철이 들고 점잖은 노인이 되려나. 어느새 배달 맛집 리스트를 뒤적이는 나.이 아침에 이정아 수필가 맘모스 스키장 맘모스 빌리지 아들 내외

2023-11-29

[신간 소개]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외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 고광이 시인 세 번째 시집 '평행선' 등 총 68편 수록   재미시인협회 고광이 회장이 시집 ‘파도는 파와 도 사이의 음악이다(천년의 시작.사진)’를 출간했다.     2011년 첫 번째 시집 ‘무지개 다리를 건너’, 2012년 두번째 시집 ‘내 마음의 풍경 소리’를 펴낸 지 10여년 만이다.     고광이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출간 후 글에 대한 부담이 늘어났다”며 “그동안 시를 다듬고 다듬는 긴 작업의 시간 끝에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이며 한양대학교 국문과 유성호 교수는 해설에서 “사랑의 시학을 탐구해 가는 시인의 치열함이 서정시를 바탕으로 빛나는 항해를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설명했다.     고광이 시인은 월간 한올문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 크리스찬문인협회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기념회는 10월 28일 오후 4시 용궁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의:(310)612-9580     오렌지글사랑 ‘마디’  창립 28주년 첫 수필 동인집 12명 수필가 총 60여편 수록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인 문학동호회인 오렌지글사랑(회장 조앤 권)이 수필 동인지 ‘마디(사진)’를 출간했다.   3년에서 20년 이상 오렌지글사랑에서 작품 활동을 해온 12명의 수필가가 각각 5개 수필 작품을 수록했다.     시인, 수필가이자 평론가인 정찬열 작가는 “올해 오렌지글사랑 창립 28주년으로 5년마다 오렌지 문학을 발간해 왔지만, 장르별 동인지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국을 떠나 낯선 땅 이곳 캘리포니아에 오기까지의 사연들, 살아오면서 겪은 인상적인 장면들, 이민 생활에서 얻은 생생한 체험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고 밝혔다.     참여 수필가는 권조앤, 김홍기, 박연실, 윤덕환, 이미자, 이영미, 이정숙, 이주혁, 정유환, 정준희, 정찬열, 최희봉 등 12인이다.   ‘마디’ 출판기념회는 다음 달 23일 오후 12시 오렌지카운티 한인회관에서 열린다. 회비는 20달러다.     ▶주소:9876 Garden Grove Blvd, Garden Grove   ▶문의:(909)210-8369     이은영 기자신간 소개 파도 참여 수필가 이상 오렌지글사랑 올해 오렌지글사랑

2023-08-26

[오피니언] 삶의 뜨락에서 양주희

사람의 레이블       삶의 뜨락에서       양주희 수필가       지난해 추수감사절을 보낸 직후 주문 판매를 하시는 분이 스카프 500장이 약간 넘는 박스를 들고 오셨다. 스카프 하나하나에 레이블을 붙여 달라는 주문이었다. 앞이 캄캄했다. 그 많은 일을 가게도 바쁜 시기에 가져오시다니. 그분은 내가 2~3일 사이에 일을 마쳐 주어야 자기가 주문받은 손님에게 팔수 있는 여건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할 사람을 찾았으나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가게 옷을 다른 곳에 내보내고 그 스카프를 내가 하기로 했다. 그분도 이때 팔지 않으면 모든 것이 수포가 되니 나보다 그분의 사업이 걱정되었다. 코로나19로 모든 비즈니스가 땅바닥을 내려친 마당에 조금이라도 내 도움이 필요한 분에게 위로를 주고 싶었다.      원단이 실크라서 촉감이 부드럽고 반질반질하며 색깔 또한 아름다웠다. 질감을 만지면서 보드라움이 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조그마한 검은색 레이블을 스카프 한쪽 모서리에 부치는 작업이다. 완전히 공장에서 한 가지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 같이 손을 놀려야 했다. 눈이 침침해서 보이지 않아 손가락을 바늘이 찌르기도 했다. 이런 단순한 일이지만 스카프는 이 레이블이 없으면 상품으로 가치가 없었다. 100% pure silk, dry clean only, made in usa. 우리가 많이 보는 옷마다 부쳐져 있는 레이블. 이 조그마한 딱지도 상품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가게에서 옷을 세탁하기 전 드라이 크리링을 해야 할지 물세탁을 해야 할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꼭 옷에 부착된 레이블을 확인한다. 그 레이블에는 섬유 종류와 세탁방법 손질하는 법까지 자세히 설명되어있다. 면 종류는 물세탁이 깨끗하게 빨아진다. 어쩌다 레이블을 잘못 읽거나 옷에 감촉을 감지하여 드라이 크리링해야 하는 옷을 물세탁 하여 망치는 일이 있다. 폴리에스터가 요즈음 가죽같이부드럽고 보기에도 가죽으로 보인다. 가죽 코트를 폴리에스터로 착각하여 물빨래했다. 세탁기에서 꺼내는 순간 확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행거에 걸어 말렸는데 딱딱하고 도저히 입을 수가 없는 옷이 되어버렸다.    손님이 코트를 찾으러 올 날짜가 되었다. 어떻게 손님을 대할까 옷 가격은 얼마나 비쌀까 손님이 화를 내고 소리치면 난 무어라 대답할까 그리고 협상은 이루어질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온종일 내 머리를 맴돈다. 아니야, 이것은 완전 내 실수니까 손님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어야 돼. 이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두렵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냥 솔직하게 손님에게 설명했다. 가죽 세탁 공장에 보내면 세탁비도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번거로워 여기서 세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 내가 배상을 하겠다고 했다. 뜻밖에 손님은 코트를 오래 입었는데 세탁해서 누구를 주려고 했다고 한다. 그 누구는 생활이 어려워서 코트를 사 입을 수 없었는데 이 코트를 보면 입고 싶어 했다고 한다. 손님이 코트를 살 수 있는 값을 요구했는데 아마도 그 돈으로는 사기 어려울 것 같았다. 냉큼 나도 네가 요구한 돈만큼 보태겠다고 했더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사람도 각자 가지고 있는 인성과 품성에 맞는 레이블이 있다. 누구나 보면 알아차리는 그것 말이다. 이 손님처럼 내뿜는 따스하고 인자하고 없는 사람과 나누며 함께하는 레이블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오피니언 양주희 뜨락 검은색 레이블 양주희 수필가 가죽 코트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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