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살며 생각하며] 깜짝 나들이

여름을 알리는 연휴가 시작됐다. 집에 앉아 있기가 어려울 만큼 좋은 날씨다. 남편이 전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쫑긋했다. 지인과 ‘네네’ 하는 폼이 심상치 않다. “상추요? 잠깐만요.” 남편이 전화를 손으로 막더니 내게 묻는다. “우리 상추 있어?” 나는 얼른 대답했다. “그것은 없지만 나물은 있어.”   벼락치기 약속이다. 두 집이 놀러 가기로 했다. 지인네는 삼겹살을, 나는 어제 뜯어 둔 미나리나물과 돌나물을 준비했다. 야호 신난다. 나가기 전에 아들에게 해피버스데이 문자를 보냈다. 오늘이 아들 생일이다. 생일 밥을 해 준다고 며칠 전에 문자를 보냈지만, 아들네는 바쁜 것 같았다. 손주들 운동 시합에 바비큐 약속까지 있다고 한다. 생일 문자를 보낸 뒤에 ‘우리도 놀러 간다’고 덧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속 보이는 것 같아서 지워 버렸다.     업스테이트 뉴욕으로 차가 달린다. 공원에는 미리 온 사람들이 콜라 캔에 소시지에 감자칩 봉지를 테이블에 펼쳐 놓고 있다. 텐트도 치고 계곡물에 의자 놓고 앉아서 발 담그고 앉은 사람, 웃통 벗고 공을 차는 아이들, 바비큐그릴에서 지글거리는 연기에 음악도 아지랑이처럼 위로 올라간다. 자기 구역이라고 고무풍선을 쭉 달아서 공중에 장식도 해 놓았다. 며칠이라도 머물 것처럼 한 살림을 차린 듯했다. 먹거리를 푸짐하게 끌고 온 사람들이 정다워 보였다.     좁디좁은 산골 길을 따라서 올라갔다. 한 명만 간신히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다. 등산복으로 무장한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우리를 보더니 ‘가방도 메지 않고 산보하듯이 오셨네’라고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손에 잎사귀 몇 개가 들려 있었다. 저 입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사람 키만 한 풀이 덮인 길이 나타났다. 뾰족하고 두툼한 가시로 무장한 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누가 잡아 뜯었는지 비틀어진 가지도 보였다. 어린잎이 잘려나간 자리에 새순이 나오고 있었다. 새순에도 가녀린 가시가 삐죽 나와 있었다. 어린잎이라도 제 살 궁리를 하고 있었다. 이 나무가 두릅이라고 지인이 알려준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 그분들 손에 있던 잎이 두릅이었던 것 같다.     가파른 산을 계속 올라갔다. 고즈넉한 호숫가에 소나무 군락지가 있었다. 소나무들의 굵은 밑동이 하늘을 향해 일렬로 쏟아져 있다. 강한 향내가 우리 일행을 감쌌다. 갑자기 지인이 어떤 나무를 가르치며 소리쳤다. “버섯이다!” 잘둑하게 잘린 소나무에 갈색 버섯이 치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버섯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동물에 가깝다. 버섯은 나무의 유기물을 파먹고 자란다.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와는 달리 균류는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서 정착한다. 몸을 내준 나무는 땅으로 돌아가고, 버섯은 자기의 독자적 삶을 산다. 자연의 질서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다시 호수를 끼고 차를 몰았다. 비취로 꾸며 놓은 곳으로 들어섰다. 광대한 주차장에 차가 촘촘히 들어있다. 마치 한국의 경포대, 부산 해수욕장에 온 것 같았다. 바다 냄새가 확 났다. 모래 장난을 하는 아이들, 튜브를 타고 물에 둥둥 뜬 사람들. 뉴저지 남쪽 바닷가까지 가지 않아도 깊은 산 속에 바다가 있다니. 많은 사람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여름을 축하하고 있었다. 아들네가 또래끼리 어울려서 주말을 즐기는 동안, 우리도 지인과 함께 즐겁게 지냈다. 마치 나무는 나무끼리 버섯은 버섯끼리 놀듯이 말이다.     세끼를 챙겨 먹으며 캄캄해질 때까지 꼭꼭 채운 일일 여행이었다. 짐을 끌고 비행기에서 내린 듯, 긴 여행에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나들이 소나무 군락지 갈색 버섯 해피버스데이 문자

2024-06-13

민감하고 건조한 피부 "소나무로 달래주세요"

피톤치드 가득한 소나무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듯 청량한 스킨케어가 나왔다.     차바이오 그룹이 '소나무시카' 진정 성분을 통해 피부 보습과 회복을 강력하게 도와주는 '파인시카' 기초 라인을 출시했다. 여기서 시카는 프랑스어 '시카트리스(cicatrice.상처)'의 약자로 손상된 피부의 재생을 의미한다. 파인시카는 기존 시카 제품들이 흔히 사용하는 병풀 추출물 대신 적은 농도로도 피부 장벽 강화에 더 효과적인 소나무 유래 성분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그 핵심 성분이 바로 소나무가 푸르름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베타-시토스테롤'이다. 365일 푸르름을 간직하는 소나무에서 찾은 이 진정 성분은 피부 자극과 손상을 가라앉히고 회복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이와 함께 강력한 보습 성분인 5-세라마이드를 통해 피부 각질층 10층까지 수분 보습을 책임지고 손상된 피부 장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표 제품인 '파인시카 리커버 크림(50ml)'은 보습크림 특유의 미끈거림 없이 촉촉한 포뮬러가 피부에 빠르게 흡수된다. 번들거림이나 끈적임 없이 산뜻한 피니시를 남기지만, 보습력이 24시간 동안 지속될 정도로 빈틈없이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 보습을 도와준다.     한편, 미주 최대 한인 쇼핑몰 중앙일보 '핫딜'에서는 초미세먼지를 99% 딥-클렌징하는 '파인시카 모이스처 클렌저(120ml)', 열 오른 피부를 빠르게 -5도 진정시키는  '파인시카 수딩앰플(35ml)', 피부 속 10층까지 회복하는 '파인시카 리커버 크림(50ml)'으로 구성된 기획세트를 3월 31일까지 105달러에서 30% 할인된 가격인 73.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파인시카 수딩앰플'과 '365 마일드 선 SPF 50+/PA++++(35ml)', 'S.O.S 수딩패드(60매)'로 이루어진 3종 세트와 클렌저, 수딩앰플, 리커버 크림, 마일드 선크림, 수딩 패드, 마스크로 이루어진 6종 세트도 각각 파격가인 73.50달러와 154달러에 선보인다.     ▶웹사이트: hotdeal.koreadaily.com   ▶문의:(213)368-2611핫딜 소나무 건조

2024-03-17

소나무 시대가 가고 올리브나무가 왔다

오래전에 풍수를 잘 아는 이로부터 집 앞에 소나무가 있어야 학생은 공부 운이 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점사가 아니라 풍수지리여서 크리스천인 나도 별 거리낌이 없이, 그렇다면 소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생각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라든가 ‘불로장생’의 의미로 한국인과는 이미 친근한 소나무가 아니던가?   거기에 다가 소나무의 꽃말은 ‘굳셈’이라니 언제, 어디서나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굳세게 해결해 나가고 열심히 공부해 어려운 이웃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는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고 나무 심을 때 아이에게도 일러주었다.   내심 아들아이의 공부도 공부지만 나의 글 쓰는 운도 문운이니 그것도 소나무 덕을 보자는 속셈이 있었다. 글재주가 부족하면 운에라도 기대면 어떨까 싶어서였다. 소나무를 구해 앞마당에 심었다. 그 때문인지 아들아이의 공부도 나의 글쓰기도 잘 풀렸다.   열정과 시간대가 맞은 것이다. 이럴 때 남들은 운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러구러 세월이 흘러 2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아들아이는 공부를 마치고 직업을 갖고 결혼도 했다. 나는 나대로 아파서 한국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일 년 정도 글쓰기를 쉬었지만 199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다. 소나무의 덕인지 하늘의 보살핌인지 모르나 행운이었다. 문학상도 여럿 받았고 개인 수필집도 다섯 권을 냈다.   번식력 좋은 소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키가 엄청 커져서 공중의 전선과 닿았고 땅속으로 뻗은 뿌리는 콘크리트를 들뜨게 했다. 온갖 새의 보금자리이기도 하고 나쁜 너구리의 파수대 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지치기와 관리가 점점 어려워져서 베어버릴 때가 온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   대체할 나무를 눈여겨보다가 예쁜 올리브나무를 구해놓고 비 오기를 기다려 소나무가 나가고 올리브나무가 들어왔다. 소나무 자른 둥치가 덤프트럭 한가득 나가는데 우리 집안의 역사를 다 아는 나무여서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는지 아쉽고 미안했다.   그 자리에 밥캣으로 들어 올린 올리브나무가 안착했다. 오래전 와이너리 구경을 갔던 이탈리아 토스카니에서 본 광경이 생각났다. 집집이 올리브나무가 있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올리브나무 밑에 담요를 깔아놓고 나무를 흔들어 수확하는 장면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나무 사전을 찾아보니 올리브나무 (Olive)의 꽃말은 ‘abundance, peace, glory’라고 한다. ‘ 풍요’ ‘평화’ ‘영광’ 얼마나 대승적 차원의 이로움인가?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나무. 새해엔 이 나무의 꽃말처럼 지구촌의 무서운 전쟁이 종식되어 속히 평화가 오고, 나무 옆을 지나는 모든 이웃이 함께 풍요롭기를 바라본다. 이정아 / 수필가올리브나무 소나무 소나무 시대 나무 사전 내심 아들아이

2024-01-03

[이 아침에] 소나무 시대가 가고 올리브나무가 왔다

오래전에 풍수를 잘 아는 이로부터 집 앞에 소나무가 있어야 학생은 공부 운이 풀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점사가 아니라 풍수지리여서 크리스천인 나도 별 거리낌이 없이, 그렇다면 소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 생각했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라든가 ‘불로장생’의 의미로 한국인과는 이미 친근한 소나무가 아니던가?   거기에 다가 소나무의 꽃말은 ‘굳셈’이라니 언제, 어디서나 어떤 어려움을 만나도 굳세게 해결해 나가고 열심히 공부해 어려운 이웃에게 든든한 친구가 되는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고 나무 심을 때 아이에게도 일러주었다.   내심 아들아이의 공부도 공부지만 나의 글 쓰는 운도 문운이니 그것도 소나무 덕을 보자는 속셈이 있었다. 글재주가 부족하면 운에라도 기대면 어떨까 싶어서였다. 소나무를 구해 앞마당에 심었다. 그 때문인지 아들아이의 공부도 나의 글쓰기도 잘 풀렸다.   열정과 시간대가 맞은 것이다. 이럴 때 남들은 운이 좋다고들 말한다. 이러구러 세월이 흘러 2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아들아이는 공부를 마치고 직업을 갖고 결혼도 했다. 나는 나대로 아파서 한국에 입원해 있는 동안 일 년 정도 글쓰기를 쉬었지만 199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다. 소나무의 덕인지 하늘의 보살핌인지 모르나 행운이었다. 문학상도 여럿 받았고 개인 수필집도 다섯 권을 냈다.   번식력 좋은 소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키가 엄청 커져서 공중의 전선과 닿았고 땅속으로 뻗은 뿌리는 콘크리트를 들뜨게 했다. 온갖 새의 보금자리이기도 하고 나쁜 너구리의 파수대 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지치기와 관리가 점점 어려워져서 베어버릴 때가 온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다.   대체할 나무를 눈여겨보다가 예쁜 올리브나무를 구해놓고 비 오기를 기다려 소나무가 나가고 올리브나무가 들어왔다. 소나무 자른 둥치가 덤프트럭 한가득 나가는데 우리 집안의 역사를 다 아는 나무여서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는지 아쉽고 미안했다.   그 자리에 밥캣으로 들어 올린 올리브나무가 안착했다. 오래전 와이너리 구경을 갔던 이탈리아 토스카니에서 본 광경이 생각났다. 집집이 올리브나무가 있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올리브나무 밑에 담요를 깔아놓고 나무를 흔들어 수확하는 장면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나무 사전을 찾아보니 올리브나무 (Olive)의 꽃말은 ‘abundance, peace, glory’라고 한다. ‘ 풍요’ ‘평화’ ‘영광’ 얼마나 대승적 차원의 이로움인가? 인류가 재배한 가장 오래된 나무. 새해엔 이 나무의 꽃말처럼 지구촌의 무서운 전쟁이 종식되어 속히 평화가 오고, 나무 옆을 지나는 모든 이웃이 함께 풍요롭기를 바라본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올리브나무 소나무 소나무 시대 나무 사전 내심 아들아이

2024-01-01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

순간은 영원하다. 영원 속에 묻혀 사라진다. 그 때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순간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지금’이라는 지극히 짧은 시간, 시공간 또는 지점이다.     키르케고르는 순간을 일체의 과거적인 것과 미래적인 것을 갖지 않는 현재적인 것 영원과 시간이 서로 접촉하는 이의적(二義的)인 것으로 파악한다.     순간을 의미하는 그리스의 ‘카이로스’는 ‘기회(찬스)를 의미하는 남자신의 이름이다. 카이로스신은 앞머리는 길지만 뒷머리가 벗겨진 미소년인데 앞머리 밖에 없는 것은 좋은 기회는 빨리 포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왁자지끌 성대했던 행사 마치고 서둘러 밤 비행기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영원한 집두꺼비다. 못난 얼굴로 천천히 내멋대로 돌아다녀도 기죽고 밟힐 일 없고, 눈치 안 보고 소신껏(?) 살 수 있는 내 집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     언제부터인가 타인과 어울려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남은 시간이 살아 온 시간보다 적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하며 살기로 한다. 타인의 방에 세 들어 살듯 부대끼지 않고 숙연하게 홀로 사는 방법을 깨우친다.   집 비운 사이 병풍을 두른 듯 아름드리 선 나무들이 하나 둘 가을옷을 입기 시작한다. 물이 마른 연못에서 갈대 서걱이는 소리가 바람에 실려온다. 오리들은 어디서 물놀이를 하나. 무리 지어 아름답던 코스모스는 모가지를 꺾고 까맣게 익은 씨앗을 머리에 이고 봄을 기다린다. 몇 주 전에 뿌린 월동춘재, 청두무, 적색갓, 뿌리배추, 엇갈이 등 가을 채소는 며칠 못 본 사이 손바닥만큼 자랐다.     세월이 시계바늘 멈추고 천지가 얼어붙는 계절의 끝을 슬퍼하지 않기로 한다. 자연 속에 티끌만한 존재로 태어나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얼마나 바둥대며 살았던가.     꽃이 피는 때와 꽃이 지는 시간이 있다. 정상에 올라 성취감에 젖어 욕망과 교만에 심취돼 산 아래를 내려다 보며 빛나고 화려한 잔치판을 벌리곤 했다. 그러나 행복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갈구하는 영혼의 풍금소리를 바람에 날려보내고, 귀에 익은 친근한 목소리, 명징한 언어들이 내뿜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나아갈 때가 있으면 물러설 때가 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생을 담금질하는 때가 있으면 묶인 손과 발의 족쇄를 풀고 퇴진하는 시간이 온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멈춤과 후퇴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이고 반전이다.     정역용은 신유박해에 연류되어 유배생활을 하며 세속의 번거로움에서 벋어나 인공폭포수와 연못을 만들고 채소를 가꾸며 은자의 생활을 즐겼다. 제자를 가르치며 학문에 전념, 목민심서 경세유포 등의 명저를 담은 ‘어유당전서’ 500여권을 저술한다.     세한도(歲寒圖)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시절에 그린 작품이다. 그림의 제목은 논어 자한편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되어서야 소나무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비로소 알 수 있다’에서 따왔다.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라야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배생활이든 귀향살이든 세속과의 번거로운 인연을 끊고 산다는 것은 새로운 모색과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홀로 지낸다는 것은 궁상맞은 외로움이 아니라 스스로를 추스리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버리지 못하면 얻지 못한다.     순간이던 영원이던, 지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무엇인가를 지독하게 꿈꾼다는 것은 가슴 떨리는 행복 아닌가.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시간 시공간 소나무 측백나무 제주도 귀양시절

2023-10-17

[열린광장] 초근목피 (草根木皮)

북한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먹지 못하면 단백질 결핍과 수분 축적으로 배가 붓는다. 뉴스를 통해 울기운도 없이 늘어져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실향민인 나는 한국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겼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곡물은 없어도 초근목피, 즉 풀뿌리와 나무껍질은 풍부했기 때문이다.   보리 타작 전 즉 ‘보릿고개’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어느 집이나 쌀독이 거의 바닥나면 저녁에 죽을 쑤어먹었다. 묽은 죽을 두 사발씩 먹으면 배가 부르지만, 화장실 몇 번 다녀오면 다시 배가 고팠다. 아침에는 팥이나 녹두를 섞은 조밥을 먹는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고구마나 옥수수 같은 거친 음식은 먹었지만 굶지는 않았다.   뒷산에 가 나물을 뜯어왔다. 가장 흔한 나물이 찻잎과 비슷한 ‘혼잎’이다. 봄에 싹트는 풀은 할미꽃 같은 독초를 제외하고 모두 뜯어다 데쳐 먹었다. 그 가운데 개두릅과 참두릅은 고급 나물이다. 옛날 튀긴 참두릅은 임금님의 밥상에도 올랐다고 했다. 더덕도 인삼 못지않게 귀한 뿌리다. 나는 어디에 가면 더덕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열 발자국 전에 더덕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바다에서도 나물을 뜯어왔다. 개흙 바닥에 자라는 알파파와 비슷한 ‘행이’ 나물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있었다. 개흙에 사는 ‘칡바리’ 게는 너무 많고 맛이 없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바다에서 조개, 굴, 게, 새우를 잡아 오고, 집에서 기르는 닭과 달걀, 그리고 돼지 등은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나는 콩새 사냥을 해서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렸다. 콩새는 블루 제이와 비슷한 크기의 새로 흔히 콩밭에 산다. 이 새를 우리는 ‘바보 새’라고 불렀다. 콩새 떼가 있는 앞에 먹이를 매달은 쥐덫을 놓고 몰이를 하면 그 대로  덫에 걸렸다.   한 해는 흉년으로 보릿고개가 일찍 왔다. 산에는 눈이 쌓여있고 바다는 꽁꽁 얼어붙었다. 아이들과 함께 동네 어귀에 아름다운 소나무에 낫을 대었다. 것 껍질을 벗긴 다음 낫 끝으로 사방 한 자 칼자국을 내고 위를 두 손으로 잡아당겨 벗겼다. 소나무 껍질을 물속에 담아 솔 냄새를 우려낸 다음 햇볕에 말렸다. 말린 껍질을 절구에 넣고 찌어서 가루를 만들었다. 통밀가루 사이에 소나무 가루를 넣고 시루떡을 만들었다. 송진 냄새가 나서 나는 먹지 않았다.     북한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긴다는 말은 초근목피도 없다는 말이다. 왜 그럴까. 나무와 낙엽은 모두 베고 긁어서 땔감으로 사용했다. 북한의 산은 거의 붉은 민둥산이 되었다.     북한에 식량 원조를 하면 곧바로 군량미가 될 것이다. 굶어죽는 북한 동포를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초근목피 소나무 껍질 소나무 가루 더덕 냄새

2023-08-27

[삶의 뜨락에서] 신록 예찬

6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누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5월이 꽃들의 잔치와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라면 6월은 차분하고 곱게 익어가는 신록의 달이다. 5월이 사춘기의 소녀라면 6월은 열여덟 살의 꽃봉오리다. 날마다 하루가 다르게 녹즙이 짙어간다.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대학 일 학년 신입생 때의 일이다. 연대 뒷산 쪽으로 걸어가면 청송대(소나무 소리가 들리는 곳)를 만난다. 6월의 청송대에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그 황홀경에 난 그만 휘청대며 비틀거렸다. 키 큰 소나무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비치는 청잣빛 하늘과 햇빛을 머금은 연두 잎들이 영롱하게 빛 방울을 튕기고 있었다.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려 몸을 겨우 벤치에 눕혔다. 신선한 기운을 흠뻑 받아 눈을 씻고 머리와 가슴까지 씻어낸 후 눈을 감는다. 귀를 열어 소나무 소리를 듣는다. 소나무들의 행복한 재잘거림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내 몸도 마음도 연두에서 녹색으로 번져간다.     봄이 여름에 바통을 넘겨주는 소리가 귓불을 스친다. 풋풋하고 싱그럽다. 신록의 향기를 전해주는 신선한 바람, 세상은 온통 푸르게 변하고 새들도 흥에 겨워 초록을 노래한다. 초록에 묻혀있던 야생화도 환하게 웃는다. 투명과 해맑음! 누가 세상을 이토록 초록으로 도배했을까. 초록에 눈이 멀어 시선 둘 곳을 잃는다. 초록의 그림자를 마시고 이 숲에서 태어난 바람이 달콤하다. 그렇게 몇 시간 연두에 취해 초록 세례를 받고 집에 돌아와 ‘신록 예찬’이라는 수필을 ‘연세 춘추’, 연대 대학신문에 기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 후 휴학하고 군대에 간 많은 동문으로부터 격려의 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 한 십 년 동안은 5~6월이면 먼 여행을 다녀오고는 해서 정신없이 6월을 보냈다. 6월을 즐기기에 너무 바빴던 탓도 있다. 올 6월은 오랜만에 주방을 새로 단장한 후 의자의 위치를 바꾸어보았다. 전에는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았는데 이번에는 뒷마당을 즐기기 위해 의자를 나란히 배치했다. 남편이 “올해는 유난히 나무가 풍성하고 녹음 지네” 하길래 “그동안 당신은 항상 뒷마당을 등지고 앉아서 그래” 하면서 웃었다.     초록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선물을 준다. 우선 초록은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공해와 매연에 지친 눈을 들어 가끔 초록을 올려보거나 하늘을 바라보면 눈과 가슴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숲을 찾으라는 조언도 있다. 심신의 건강을 숲에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숲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은 위대하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나는 특유의 상쾌한 향은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라 하는데 이의 방출량이 가장 많은 6월에 산림욕은 크게 권장된다. 이는 크게 항균 효과와 면역력 증강 효과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피톤치드 효과는 또한 심장병이나 대사 증후군 원인인 혈압과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또한 우울증, 비만,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다.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어있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산림욕은 가을보다 봄, 여름 숲이 내보내는 양이 최대치에 달한다.     피톤치드는 green doctor라고도 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몸이 피곤할 때 몸에서 양이온이 발생한다, 이런 때 음이온이 풍부한 숲에 가면 몸이 가뿐해진다. 이밖에 음이온이 많은 공기는 두통을 없애주고 피를 맑게 해주며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증진하며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상품보다 초록은 우리를 젊고 건강하게 해준다. 오늘도 풋풋한 피톤치드에 물들어 온몸이 파랗게 멍들도록 한껏 마셔보자.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신록 예찬 신록 예찬 소나무 소리 소나무 사이사이로

2023-06-30

[열린광장] 북한의 민둥산

어쩌면 그렇게 대조적일까. 남한은 불빛이 찬란하고 북한은 암흑의 세계다. 인공위성으로 본 한반도의 야경이다. 남북의 전력 사정을 가늠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대조되는 모습이 있다. 산의 나무다. 남한은 어디나 나무와 숲이 울창하고 푸르지만, 북한은 거의 민둥산이다. 치산치수가 잘된 곳은 식량난이 없고, 잘되지 않는 곳은 식량난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치산치수의 관건은 연료 정책이다. 남한도 전에는 민둥산이 많았지만, 원유와 가스 등을 수입해 연료로 사용하고, 나무를 심고 산림을 보호해 산에 나무가 무성하고 홍수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북한은 아직도 나무 연료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산과 들은 황폐해졌다. 소년기를 북한에서 보낸 나의 일과는 학교 가는 것과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아침을 먹고 도끼와 지게를 메고 뒷산에 올라간다. 푸른 소나무 숲에서 간간이 죽은 나무를 발견하면 도끼로 찍어 토막을 낸다. 한 짐 지고 고개를 넘어오면 숨이 하늘에 닿는다. 한복에 짚신을 신고 나무 지게를 등에 업은 당시 나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가장 좋은 연료는 바싹 마른 솔잎이다. 집 근처에는 솔잎이 떨어지기 무섭게 없어진다. 솔잎을 긁어모아 4일 간격으로 열리는 면 소재지 장마당에서 팔아 고무신이나 농기구를 사 왔다. 너도나도 솔잎을 긁어서 소나무 밑은 언제나 깨끗하고 흙이 드러났다. 낙엽은 나무에 필요한 영양분 즉 비료다. 소나무 밑에 솔잎이 수북이 쌓여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봄철 소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군것질거리였다. 물이 오른 동솔, 어린 소나무 맨 위 줄기의 껍질을 낫으로 벗기면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이 속살을 긁어먹으면 들치근한 맛이 난다.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나무들이 누렇게 죽으면 땔감이 된다.     나무와 풀은 그대로 내버려 두면 무성해지기 마련이다.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자연은 파괴되고 민둥산이 된다. 비가 오면 홍수가 지고 땅의 표토와 영양분은 한 꺼풀 벗겨진다. 그 흙모래 위에 농작물을 심으니 영양 실조 아이처럼 자라지 못한다. 수확은 미미하다. 북한에서 매년 100여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식목일 같은 날을 정해  부지런히 나무를 심지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북한 정권도 연료 문제는 원유와 가스 등으로 해결하고 치산치수하여 식량난부터 해결하기를 바란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북한 민둥산 봄철 소나무 나무 연료 신고 나무

2023-06-06

[이 아침에] “아름다움은 행복, 행복은 아름다움”

은퇴 이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산보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지난주 어느 날 아침에는 산보 중 갑자기 19세기 중반 영국의 시인인 존 키츠의 유명한 시 ‘그레시안  화병에 바치는 헌정 시’ 가 생각나면서, 시의 마지막 부분인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집에 와 시집을 꺼내 시의 배경이 된 그림을 찾아냈다. 큼직한 화병 곁에 한 젊은이가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고 화병 위쪽에 새겨진 여신상을 바라보는 조각이다. 이 조각을 보면서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라는 구절을 되새겨 보았다. 동시에 아름다움을 ‘진리’ 에 비유한 시인의 표현을 모방해  아름다움을 ‘행복’에 비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길가에 핀 수많은 예쁜 꽃들, 주택가를 따라서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멀리 산 위의 설경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마음이 편안해 지고, 미소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키츠 시의 표현을 모방해 “아름다움은 행복이요, 행복은 아름다움이다”라는 구절을 만들어 보았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과학적 호기심에 연결해 현대 유전학의 기반을 세운 과학자가 있다. 그는 19세기 지금의 체코 지역 어느 수도원에서 완두콩을 재배하면서 콩의 품종 변화 과정을 연구했던 그레골 멘델이라는 수도사이다. 멘델은 수도원에 심은 완두콩을 가꾸고 수확하면서,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자연의 신비한 현상을 호기심을 갖고 주목했던 것이다. 여러 대에 걸친 완두콩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품종에 따라 어떻게 지속하고, 변화하고, 번성하거나 쇠약해지는지를 기록했다. 현대 유전학의 기반을 닦은 학자라는 명성을 얻게 된 업적이다.       과학자는 보통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자연 현상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연구해 이론을 만들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익은 사과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관찰이 좋은 예이다.     또 낮과 밤이 있는 것은 해가  뜨고, 지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돌고 있어 밤낮이 있다는 사실 등 수많은 무명, 유명 천재들의 지적 호기심과 이 호기심을 만족하게 하려는 욕망과 노고를 통해 인류는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핀 아름다운 꽃들과 하늘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굿모닝” 이라고 인사했다. “굿모닝, 소나무” “굿모닝, 민들레”하며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지만, 한국어나 영어로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나무와 꽃은 정말 몇 개가 안 됐다. 수십 년을 학교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무색하다. 이름은 몰라도,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은 내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이 아침에 아름다움 행복 행복 행복 굿모닝 소나무 지적 호기심

2023-02-24

[이 아침에] “아름다움은 행복, 행복은 아름다움”

은퇴 이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산보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지난주 어느 날 아침에는 산보 중 갑자기 19세기 중반 영국의 시인인 존 키츠의 유명한 시 ‘그레시안  화병에 바치는 헌정 시’ 가 생각나면서, 시의 마지막 부분인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집에 와 시집을 꺼내 시의 배경이 된 그림을 찾아냈다. 큼직한 화병 곁에 한 젊은이가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고 화병 위쪽에 새겨진 여신상을 바라보는 조각이다. 이 조각을 보면서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라는 구절을 되새겨 보았다. 동시에 아름다움을 ‘진리’ 에 비유한 시인의 표현을 모방해  아름다움을 ‘행복’에 비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길가에 핀 수많은 예쁜 꽃들, 주택가를 따라서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멀리 산 위의 설경을 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마음이 편안해 지고, 미소가 떠오를 때가 많았다. 그러면서 키츠 시의 표현을 모방해 “아름다움은 행복이요, 행복은 아름다움이다”라는 구절을 만들어 보았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과학적 호기심에 연결해 현대 유전학의 기반을 세운 과학자가 있다. 그는 19세기 지금의 체코 지역 어느 수도원에서 완두콩을 재배하면서 콩의 품종 변화 과정을 연구했던 그레골 멘델이라는 수도사이다. 멘델은 수도원에 심은 완두콩을 가꾸고 수확하면서, 보통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는 자연의 신비한 현상을 호기심을 갖고 주목했던 것이다. 여러 대에 걸친 완두콩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품종에 따라 어떻게 지속하고, 변화하고, 번성하거나 쇠약해지는지를 기록했다. 현대 유전학의 기반을 닦은 학자라는 명성을 얻게 된 업적이다.       과학자는 보통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자연 현상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고 연구해 이론을 만들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익은 사과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관찰이 좋은 예이다.     또 낮과 밤이 있는 것은 해가  뜨고, 지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지구가 돌고 있어 밤낮이 있다는 사실 등 수많은 무명, 유명 천재들의 지적 호기심과 이 호기심을 만족하게 하려는 욕망과 노고를 통해 인류는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아침 햇살에 눈부시게 핀 아름다운 꽃들과 하늘 높이 솟아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굿모닝” 이라고 인사했다. “굿모닝, 소나무” “굿모닝, 민들레”하며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지만, 한국어나 영어로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나무와 꽃은 정말 몇 개가 안 됐다. 수십 년을 학교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무색하다. 이름은 몰라도, 각양각색의 꽃과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은 내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이 아침에 아름다움 행복 행복 행복 굿모닝 소나무 지적 호기심

2023-02-2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또 하루가 열리고

또 하루가 열리고       하얀 도화지   손도 없고 물감도 없는데 시간이 그림을 그립니다 하루가 그려집니다   파란 하늘 희망 한 줄 길게 연두 초록 생명 파릇이 피고   노랑 보라 붉은 꽃봉오리 신비한 생명 태어나는 하루가 눈물겹습니다   파란 하늘을 향해 푸른 소나무 그 키를 키우고 이팝나무 하얀 꽃잎   눈처럼 내려와 쌓이는데   외줄 곡예 시선을 이으며 하얀 도화지 위로   시간이 그림을 그립니다 어느 날 기도처럼 하루가 눈물겹습니다     며칠째 겨울 날씨답지 않게 비가 내렸다. 잠깐 내리다 그친 비가 아니라 하루 종일 내렸다. 쌓였던 눈들이 비에 녹은 후 드러난 푸릇한 잔디는 봄을 재촉 하는 듯 보인다. 분명 시카고의 겨울은 처음 기억할 때처럼 혹독한 겨울은 아닌 듯하다. 그저 서너 일 춥고 폭설도 몇 차래 오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라더니 그 말이 현실로 눈앞에 펼쳐 지고 있다   겨우내 마음은 춥고 공허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이 두려웠다. 두렵다기보다는 마음 한 구석을 어느새 차지해 버린 그를 향한 그리움이라 표현함이 맞을듯하다. 모습은 물론이거니와 걸음 거리, 웃는 표정, 기분 좋은 목소리와 함께 배경의 풍경과 음악과 커피 내음과 걸었던 거리의 발걸음 모두가 기억된다. 그 뿐 이겠는가? 그가 나를 대했던 따뜻한 마음과 태도, 도와주려는 배려와 솔직한 표현이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 마음속의 한 부분을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마음을 다 알 순 없지만 오랫동안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나의 맘속에 집을 짓고, 함께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하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함께 잠들고 깨어나기 때문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오랜만에 뒤란을 둘러 보았다. 눈이 녹은 탓인지 잔디는 축축 했지만 파랗게 살아나고 있었다. 봄이 되면 솟아날 싹들이며 꽃 대궁들이 선하게 보이는 듯하다. 나무 잔가지 사이를 부지런히 드나드는 새들의 지저귐도 햇살의 틈새로 살아 나고 있다. 청청한 소나무 주변엔 릴리와 옥잠화의 싹이 언 땅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내고 그 언저리마다 땅이 불룩히 솟아나 있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어야 한다. 정지돼 있다는 것은 죽어있다는 말과 같다. 희미해진 것들이 선명해지고, 기대할 수 없었던 마른 가지에 싹이 트고, 움이 솟는다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미미한 실개천 이 강이 되고 그 강 줄기가 마침내 바다로 만나는, 낮은 곳을 찾아 흐르고 흘러 마침내 더해져 지구의 반대편까지 길이 되어 만나게 되는 것. 사람의 일도 그러하리라. 하루 하루의 삶이 모아져 내가 되어지고, 나의 삶이 되는 것이다. 숨쉬지 못하는 하루를 살고 있지는 않은지, 포기하고 잠들은 하루하루가 무료하게 지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시간의 개념은 보여지는 현상, 존재의 의미로 해석할 수 없기에 때로 언어가 불러오는 오해에 직면하기도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리에 있다는 명징한 사실이어야 하기에 시간을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므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입증하려고 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한다. 설명을 하면 할 수록 봄이 오는 의미는 사라져갈 것이기에 나는 오늘 만남과 헤어짐의 문제도 침묵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엄연히 품고 있는 나이테를 성근 껍질로 감싸고 있듯이, 소리 없이 흐르고 흐르는 물줄기가 끊임 없는 깊은 바다의 품에 안기듯이, 언 땅을 헤집고 나온 싹이 제 몫을 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후에 소리 없이 제 몸을 꺾듯이, 나는 그의 생각과 그리움을 내 몸에 키우며 가꾸다 어느 날 홀연히 날 부르시는 음성에 본향으로 돌아가리라. 다만 살아가는 동안 꽃을 피우고, 그 향기에 즐거워하는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리라. 그리고 산산히 부서지고 뿌려지리라.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며칠째 겨울 현상 존재 소나무 주변

2023-02-13

[수필] 소나무

나는 지금 80가구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타운하우스에 살고 있다. 펜스 안에 있는 손바닥만 한 땅에는 오렌지 나무가 있다.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키가 마냥 자라 내 키의 세배나 된다. 봄에는 조그맣고 하얀 꽃들에서 나오는 향기가 바람에 날려 온 동네에 퍼진다. 가을이면 열매가 다닥다닥, 한 가마니 넘게 열린다.  오렌지 나무 가까이에 감나무도 있어 거리 두기를 하려고 옮겨 심었더니 키는 큰데 주먹만 하게 탐스럽게 열리던 홍시는 도토리 크기만 한 고욤으로 변했다.  고욤나무에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하는데 몰랐다.  어차피 관상용으로 키우는 것이라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 집은 낮은 펜스 하나로 타운하우스의 공동 구역인 공터와 맞대어 있다. 그 펜스 바로 너머에는 내가 손대지도 않은 우람한 소나무 두 그루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는데 키가 족히  30~40미터는 되는 것 같다. 소나무들을 한눈에 담으려면 고개를 90도가량 하늘을 향해 젖히고 보아야 나무 끝을 볼 수 있다. 기분이 울적하거나 일이 제대로 안 풀릴 때는 창문을 열고 씩씩하게 치솟은 그 소나무 형제를 보며 기를 받는다.     소나무는 꺾이지 않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나무이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 가사 2절에 나오는 소나무는 바람과 서리를 이겨 낸 불굴의 기상을 상징한다.  또 ‘소나무여 소나무여 언제나 푸른 네 빛, 무더운 여름철이나 눈 오는 추운 겨울도 소나무여 소나무여 변하지 않는 네 빛’. 어려서 즐겨 부르던 이 노래는 원래 독일의 민요이다. 후에는 독일에서 널리 사랑받는 성탄절 노래가 됐다. 이 노래의 가사는 ‘탄넨바움 (Tannenbaum)’  즉 전나무인데 소나무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로 전나무와 같이 늘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미지 때문에 한국에서는 소나무로 번안했다고 한다. 소나무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겨울 차가운 눈보라가 몰아친다고 하더라도 늘 푸른 빛을 발한다.     소나무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이다.  세한도가 제작된 배경은 19세기 전반 세도정치와 관련이 깊다. 똑똑하고 총명했던 명문가 자제 김정희는 반대 세력인 안동 김씨의 모함으로 55세 때 억울하게 제주도로 유배를 떠났다. 조선 시대에 유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언제 유배가 풀릴지 기한이 없었다. 3년이 지나도 김정희에게는 아무런 소식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희를 사형에 처하라는 상소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죄인 김정희를 변함없이 대하는 제자가 있었다. 바로 중국어 통역관 이상적이었다.    이상적은 정성을 다해 연경(베이징)에서 책을 구해 귀양살이하는 스승에게 보내 드렸다. 유배지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김정희에게 서책은 유일한 탈출구였을 것이다. 김정희는 “세상은 흐르는 물살처럼 오로지 권세와 이익에만 수없이 찾아가서 부탁하는 것이 상례인데 그대는 많은 고생을 하여 겨우 손에 넣은 그 책들을 권세가에 주지 않고 바다 바깥에 있는 초췌하고 초라한 나에게 보내 주었구나” 라며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주었다. ‘세한연후(歲寒然後) 송백지후조 (松柏知後凋)’,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공자 말씀이다. 이상적을 추운 겨울에도 잎이 조락하지 않는 송백에 비유한 것이다.     새해가 되니 또 다들 새해의 결심을 들먹인다. 난 그 결심을 포기한 지 오래다. 어디 나뿐이겠는 가. 작심삼일이라고 지키지도 못할 결심을 정해 놓고 지키지 못하니 부끄럽다. 그래도 코로나 전에는 커뮤니티 센터에 등록해 일주일에 세 번은 타이치와 에어로빅 운동을 했는데 코로나로 커뮤니티 센터가 문을 닫고, 나는 오랫동안 한국을 방문했었다.  또 지난해 LA로 돌아오자마자 여기저기 아프다 보니 몸이 더욱 쇠약해졌다.     새해의 결심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을 게 아니라 꼭 운동을 꼭 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춥고 비가 오는 거였다. 캘리포니아의 오랜 가뭄으로 물 부족 상태가 심각한 터라 비가 오면 반가워야 할 터인데 새해를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비가 오는 날씨가 꿀꿀한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해 12월 6일, 12년 만에 월드컵 16강행을 이끌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중꺾마’를 언급했다.  손흥민은 이날 귀국 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내내 회자한 ‘중꺾마’가 선수들의 투지를 살려주었는데 이 말은 비단 축구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밀이 아니다. 앞으로 모든 국민이 이 ‘중꺾마’ 정신으로 앞으로 전진하기 바란다” 라고 말했다. ‘중꺾마’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준말로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사회에서 화두가 됐다. 2022년 연말 대한민국에 가장 뜨거웠던 유행어로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을 보도한 기사의 제목에서 유래된 말이다.     새해 들어 6일 만에 비가 그쳤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함께 소나무 형제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 푸르름과 청정함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 소나무를 보며 ‘중꺾마’를 생각했다. 올 한 해 소나무의 기상과 불변함, ‘중꺾마’ 정신으로 살고 싶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소나무 소나무 형제 소나무 철갑을 추사 김정희

2023-01-19

[아름다운 우리말] 잣 가지 높아 서리 모르실 님

‘잣 가지 높아 서리 모르실 님이시여!’는 신라 향가 ‘찬기파랑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헌화가에서는 붉게 핀 꽃이 나옵니다만, 남아있는 향가 중에서 나무의 종류가 나오는 것은 잣나무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잣나무가 어쩌면 기록 속에 남아있는 순우리말로서는 가장 오랜 나무 이름일 수 있겠습니다.     잘 자란 잣나무는 매우 큰 키를 자랑합니다. 40m 이상 자라기도 합니다. 잣나무는 키가 크고 열매가 위쪽에 열려서 잣을 따기에 매우 고생한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서리 정도의 고통은 모른다고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고고함을 비유하기에는 잣나무만 한 것이 없습니다. 잣나무는 우리의 기상을 나타냅니다. 요즘에는 잣나무보다는 소나무를 주로 기상을 나타내는 비유로 쓰는데, 우리 시가인 향가에서는 최초의 비유로 잣나무를 사용한 겁니다.   잣나무는 어떤 나무일까요? 잣나무를 소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것처럼 생각하지만 잣나무와 소나무는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구별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바늘 모양 잎이 다섯 개씩 뭉쳐나는 것이 잣나무, 두세 개가 달린 것을 소나무로 구별합니다. 참고로 최근에 알게 된 것입니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홍송(紅松)’은 소나무가 아니라 잣나무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중국에서는 잣나무를 홍송이라고 합니다.   잣나무에는 더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잣나무는 바로 우리나라의 나무라는 점입니다. 잣나무의 학명인 ‘Pinuskoraiensis’ 자체가 한국 소나무라는 뜻입니다. 즉 ‘Korean Pine’이 바로 잣나무입니다. 중국에서는 예전에 잣나무를 ‘신라송(新羅松)’이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어로 하면 ‘조선송(朝鮮松)’입니다. 어떤 학명에 Korean이 들어가면 반갑습니다. 이 땅을 원산지로 하는 식물이니 우리를 닮았고 우리가 닮은 식물입니다. 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땅에서 살고 발견되는 동물은 우리보다 더 오래 이곳을 지켜왔을 겁니다.   잣나무는 건축이나 가구에 널리 쓰이는 나무입니다. 잣나무의 잣은 열매의 이름입니다. 소나무, 전나무 등과는 달리 열매도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잣기름으로 사용하거나 팥죽이나 식혜 등에 넣어서 먹기도 합니다. 또한 잣나무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피넨이라는 물질을 내뿜습니다. 잣나무 숲이 치유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잣나무는 나무의 모든 부분이 우리와 가까운 고마운 나무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평이 잣나무로 유명합니다. 특히 축령산(祝靈山)에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잣나무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곳에 ‘잣 향기 푸른 숲’이라는 치유의 숲이 있습니다. 약 1시간 반 정도의 멋진 숲길이 이어집니다. 잣나무가 뿜은 피톤치드로 말 그대로 치유가 이루어지는 숲입니다. 최근에는 입구 쪽으로 ‘무장애 나눔 길’이 생겨서 몸이 불편한 분들도 잣나무 숲 향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축령산은 이름 그대로 신령한 산이고 제사를 지내던 산이라는 점에서 서리 모르는 잣나무 숲이 참으로 어울립니다. 축령산을 오르다 보면 고려말 이성계가 사냥하며 쉬었다는 수리바위와 남이(南怡)장군이 수련을 하였다는 남이바위가 나옵니다. 쩌렁쩌렁한 기개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잣나무 숲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입니다. 한편 축령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바로 가까이 있는 서리산을 함께 오릅니다. 연계산행이라고 하는데, 산 이름이 서리산인 게 왠지 흥미롭습니다. 찬기파랑가에서 서리를 모르는 잣나무라고 하였는데 말입니다. 잣나무 숲을 지나면 서리산이 나오니 재미있습니다.       왠지 걷고 싶을 때, 힘들 때, 외로울 때 잣나무 숲을 걸어보기 바랍니다. 우리의 뿌리를 느끼며, 오랜 세월 이 땅을 지켜온 힘을 느끼며 걸음을 옮겨 보세요. 새로운 향기를 맡으실 수 있을 겁니다. 잣 향기에 세속의 때를 떨구고 서리마저 이겨내는 기(氣)를 받아 보세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서리 소나무 전나무 서리 정도 신라 향가

2022-09-18

[삶의 뜨락에서] 고향 소나무

맨해튼의 뒷마당 롱아일랜드는, 맨해튼에서 한 시간 오십 분쯤 곧장 달리면 Riverhead Town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South fork와 North fork로 갈라진다. North fork 방향(오리엔트 포인트 쪽)으로 이십 분쯤 동쪽으로 가면 Aquebogue, Jamesport, Laurel, Mattituck 마을이 나온다. 이 동네에는 많은 포도농장이 있다. 오래전부터 감자 농사와 어업이 성행했었다. 지금 이곳은 포도주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롱아일랜드는 나이가 어린 땅으로 포도 재배에 적합한 땅이라고 한다. 가을철엔 무척이나 바쁜 시골길로 호박과 옥수수, 그리고 포도주 시음장에 라이브 음악도 있는 동네로 와볼 만한 곳이다.     이곳에 이민의 뿌리를 내린 지 어언 40년이 넘었다. 고향의 모든 것이 그리웠던 시절, 고향을 가져오고 싶은 욕심은 모든 이민자의 공통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뿌리고, 심고, 키우며, 고향의 맛을 보고 싶은 것들, 40년 전에는 별로 고향의 먹거리가 없었던 시절, 겨우 일가친척이나, 방문자들의 보따리에 끼워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과일과 푸성귀들, 신토불이는 우리 생활정서에 맞는 먹거리다. 특히 먹고 싶었던 시원한 배, 단감, 토종밤, 청양고추, 부추, 상추, 배추, 무, 미나리, 깻잎 등의 먹거리를 키우는 텃밭은 이민가족의 그리운 고향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너무 달라졌고 세계는 하루의 생활권 속에 살고 있다. 그때의 이야기들은 지금의 세대에서는 이해도 안 되며 너무 편해진 세상이 되었다. 우리 집은 그 텃밭의 꿈을 다 이루었다고 본다. 고추와 상추를 먼저 재배했다. 매년 초여름에 상추 쌈은 고향의 맛이며, 풋고추는 여름내 식탁에, 그리고 가을엔 빨간 고추 농사로 연중 수확물로 지금까지도 고춧가루를 만들어 사 먹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이웃과 나누며 그리고 한국에도 보내기도 한다.     종자 보존을 위한 씨받이는 철저히 지킨다. 세월이 흐르고 이민의 가족이 늘면서 고향의 것들을 너도나도 가져 왔다. 심지어 제주 동백과 시골 마당에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의 씨앗도 가져와 싹을 틔웠고, 특히 한국 고유의 소나무 씨를 가져와  뿌렸고. 소나무는 잘 자랐다. 몇 그루만 고향 마을처럼 키웠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 늘 바비큐 철이 되면 그 소나무는 빛을 냈고 고향의 그늘을 만들고 친근함 속에 매년 정원 파티에 초대받은 고향의 손님들로부터 총애를 받아 오는 우리 집의 상징이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마다 놀란 표정이다. 한데 나이는 40살인데 벌써 허리가 몹시도 굽었다. 꼭 보여주고 싶은 고향의 그림이다. 그리고 동쪽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어떤 기다림의 그리움을 찾는 자세다. 행여 너무 누워서 허리가 부러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 끝에 큰 통나무를 바쳐 주었다.     소나무는 한국 고유의 나무로 민간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문전에 고추와 솔잎을 매달고 전염병이 돌면 동네 입구에도 새끼줄에 솔잎을 매달고 잡귀와 액운을 물리고 정화의 도구로도 쓰여왔으며 상징적 의미로는 엄동설한 겨울에도 역경을 지키고 늘 푸름을 자랑하며 굳은 기상과 청렴한 절개를 지킨다. 심지어 우리의 건강까지도 지켜주는 놀라운 효능의 효소가 있는 자랑스러운 고향의 나무로, 나이테가 조밀하고 재질이 단단해 문화재를 복원할 때 많이 쓰이고 있다.     늘 뒷마당에 혼자서 지켜온 고향의 나무! 고국의 기상과 혼을 바라보며 허리 굽어진 늘 푸른 송엽은 언제나 내 가족과 함께 찾아오는 고향의 벗들에게 고향의 기를 품어 준다. 불로장수 민족의 상징인 우리의 소나무는 오늘도 푸르게 고향을 바라보고 있다. 오광운 / 시인삶의 뜨락에서 소나무 고향 고향 소나무 고향 마을 시절 고향

2022-01-28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도 오를 듯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한 공급부족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올해 크리스마스 트리 구매에 최대 30% 더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할러데이 시즌에 공급되는 크리스마스 트리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작년 대비 트리 가격이 10~30%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생 소나무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하는 헌팅턴 소방서는 “크리스마스 트리 공급 업체가 가격을 올려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트리 가격을 50~120달러로 인상했다”고 말했다. 또한 에이스 하드웨어도 “높은 운송비와 부품 비용 때문에 인조 크리스마스 트리 가격도 최대 25%까지 인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도 크리스마스 트리의 공급부족 사태를 겪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서 연말 분위기를 즐기려는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트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LA항 및 롱비치항 선적 문제와 배달을 위한 트럭운전사 부족으로 역시 트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한 2008년 경기 침체로 당시 농장에서 더 적은 수의 나무를 심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일반적으로 자라는데 8~10년이 걸려 2016년부터 크리스마스 나무 공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국 크리스마스 트리 협회의 제이미 워너 전무이사는 “일부 주요 소매업체는 크리스마스 트리 재고의 약 43%만 확보하고 있다”며 “해마다 이때는 재고의 7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 소나무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나무

2021-11-22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