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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북한의 민둥산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윤재현 전 연방공무원

어쩌면 그렇게 대조적일까. 남한은 불빛이 찬란하고 북한은 암흑의 세계다. 인공위성으로 본 한반도의 야경이다. 남북의 전력 사정을 가늠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대조되는 모습이 있다. 산의 나무다. 남한은 어디나 나무와 숲이 울창하고 푸르지만, 북한은 거의 민둥산이다. 치산치수가 잘된 곳은 식량난이 없고, 잘되지 않는 곳은 식량난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치산치수의 관건은 연료 정책이다. 남한도 전에는 민둥산이 많았지만, 원유와 가스 등을 수입해 연료로 사용하고, 나무를 심고 산림을 보호해 산에 나무가 무성하고 홍수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북한은 아직도 나무 연료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산과 들은 황폐해졌다. 소년기를 북한에서 보낸 나의 일과는 학교 가는 것과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것이었다. 주말에는 아침을 먹고 도끼와 지게를 메고 뒷산에 올라간다. 푸른 소나무 숲에서 간간이 죽은 나무를 발견하면 도끼로 찍어 토막을 낸다. 한 짐 지고 고개를 넘어오면 숨이 하늘에 닿는다. 한복에 짚신을 신고 나무 지게를 등에 업은 당시 나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가장 좋은 연료는 바싹 마른 솔잎이다. 집 근처에는 솔잎이 떨어지기 무섭게 없어진다. 솔잎을 긁어모아 4일 간격으로 열리는 면 소재지 장마당에서 팔아 고무신이나 농기구를 사 왔다. 너도나도 솔잎을 긁어서 소나무 밑은 언제나 깨끗하고 흙이 드러났다. 낙엽은 나무에 필요한 영양분 즉 비료다. 소나무 밑에 솔잎이 수북이 쌓여있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봄철 소나무는 동네 아이들의 군것질거리였다. 물이 오른 동솔, 어린 소나무 맨 위 줄기의 껍질을 낫으로 벗기면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난다. 이 속살을 긁어먹으면 들치근한 맛이 난다.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나무들이 누렇게 죽으면 땔감이 된다.  
 
나무와 풀은 그대로 내버려 두면 무성해지기 마련이다. 인위적으로 제거하면 자연은 파괴되고 민둥산이 된다. 비가 오면 홍수가 지고 땅의 표토와 영양분은 한 꺼풀 벗겨진다. 그 흙모래 위에 농작물을 심으니 영양 실조 아이처럼 자라지 못한다. 수확은 미미하다. 북한에서 매년 100여만 톤의 식량이 부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식목일 같은 날을 정해  부지런히 나무를 심지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한다. 북한 정권도 연료 문제는 원유와 가스 등으로 해결하고 치산치수하여 식량난부터 해결하기를 바란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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