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삶의 뜨락에서] 신록 예찬

6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누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던가. 5월이 꽃들의 잔치와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라면 6월은 차분하고 곱게 익어가는 신록의 달이다. 5월이 사춘기의 소녀라면 6월은 열여덟 살의 꽃봉오리다. 날마다 하루가 다르게 녹즙이 짙어간다. 오래된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대학 일 학년 신입생 때의 일이다. 연대 뒷산 쪽으로 걸어가면 청송대(소나무 소리가 들리는 곳)를 만난다. 6월의 청송대에서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그 황홀경에 난 그만 휘청대며 비틀거렸다. 키 큰 소나무 사이사이로 살짝살짝 비치는 청잣빛 하늘과 햇빛을 머금은 연두 잎들이 영롱하게 빛 방울을 튕기고 있었다. 눈이 시리고 가슴이 시려 몸을 겨우 벤치에 눕혔다. 신선한 기운을 흠뻑 받아 눈을 씻고 머리와 가슴까지 씻어낸 후 눈을 감는다. 귀를 열어 소나무 소리를 듣는다. 소나무들의 행복한 재잘거림에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내 몸도 마음도 연두에서 녹색으로 번져간다.  
 
봄이 여름에 바통을 넘겨주는 소리가 귓불을 스친다. 풋풋하고 싱그럽다. 신록의 향기를 전해주는 신선한 바람, 세상은 온통 푸르게 변하고 새들도 흥에 겨워 초록을 노래한다. 초록에 묻혀있던 야생화도 환하게 웃는다. 투명과 해맑음! 누가 세상을 이토록 초록으로 도배했을까. 초록에 눈이 멀어 시선 둘 곳을 잃는다. 초록의 그림자를 마시고 이 숲에서 태어난 바람이 달콤하다. 그렇게 몇 시간 연두에 취해 초록 세례를 받고 집에 돌아와 ‘신록 예찬’이라는 수필을 ‘연세 춘추’, 연대 대학신문에 기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 후 휴학하고 군대에 간 많은 동문으로부터 격려의 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최근 한 십 년 동안은 5~6월이면 먼 여행을 다녀오고는 해서 정신없이 6월을 보냈다. 6월을 즐기기에 너무 바빴던 탓도 있다. 올 6월은 오랜만에 주방을 새로 단장한 후 의자의 위치를 바꾸어보았다. 전에는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았는데 이번에는 뒷마당을 즐기기 위해 의자를 나란히 배치했다. 남편이 “올해는 유난히 나무가 풍성하고 녹음 지네” 하길래 “그동안 당신은 항상 뒷마당을 등지고 앉아서 그래” 하면서 웃었다.  
 
초록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선물을 준다. 우선 초록은 눈의 피로를 덜어준다. 공해와 매연에 지친 눈을 들어 가끔 초록을 올려보거나 하늘을 바라보면 눈과 가슴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숲을 찾으라는 조언도 있다. 심신의 건강을 숲에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숲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은 위대하다.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나는 특유의 상쾌한 향은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이 해충이나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만들어 발산하는 휘발성 물질)라 하는데 이의 방출량이 가장 많은 6월에 산림욕은 크게 권장된다. 이는 크게 항균 효과와 면역력 증강 효과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어 있다. 피톤치드 효과는 또한 심장병이나 대사 증후군 원인인 혈압과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또한 우울증, 비만,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린다.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어있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산림욕은 가을보다 봄, 여름 숲이 내보내는 양이 최대치에 달한다.  
 


피톤치드는 green doctor라고도 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몸이 피곤할 때 몸에서 양이온이 발생한다, 이런 때 음이온이 풍부한 숲에 가면 몸이 가뿐해진다. 이밖에 음이온이 많은 공기는 두통을 없애주고 피를 맑게 해주며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증진하며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어떤 상품보다 초록은 우리를 젊고 건강하게 해준다. 오늘도 풋풋한 피톤치드에 물들어 온몸이 파랗게 멍들도록 한껏 마셔보자. 우리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정명숙 / 시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