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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고향 소나무

맨해튼의 뒷마당 롱아일랜드는, 맨해튼에서 한 시간 오십 분쯤 곧장 달리면 Riverhead Town이 나온다. 이 지점에서 South fork와 North fork로 갈라진다. North fork 방향(오리엔트 포인트 쪽)으로 이십 분쯤 동쪽으로 가면 Aquebogue, Jamesport, Laurel, Mattituck 마을이 나온다. 이 동네에는 많은 포도농장이 있다. 오래전부터 감자 농사와 어업이 성행했었다. 지금 이곳은 포도주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롱아일랜드는 나이가 어린 땅으로 포도 재배에 적합한 땅이라고 한다. 가을철엔 무척이나 바쁜 시골길로 호박과 옥수수, 그리고 포도주 시음장에 라이브 음악도 있는 동네로 와볼 만한 곳이다.  
 
이곳에 이민의 뿌리를 내린 지 어언 40년이 넘었다. 고향의 모든 것이 그리웠던 시절, 고향을 가져오고 싶은 욕심은 모든 이민자의 공통점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뿌리고, 심고, 키우며, 고향의 맛을 보고 싶은 것들, 40년 전에는 별로 고향의 먹거리가 없었던 시절, 겨우 일가친척이나, 방문자들의 보따리에 끼워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과일과 푸성귀들, 신토불이는 우리 생활정서에 맞는 먹거리다. 특히 먹고 싶었던 시원한 배, 단감, 토종밤, 청양고추, 부추, 상추, 배추, 무, 미나리, 깻잎 등의 먹거리를 키우는 텃밭은 이민가족의 그리운 고향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너무 달라졌고 세계는 하루의 생활권 속에 살고 있다. 그때의 이야기들은 지금의 세대에서는 이해도 안 되며 너무 편해진 세상이 되었다. 우리 집은 그 텃밭의 꿈을 다 이루었다고 본다. 고추와 상추를 먼저 재배했다. 매년 초여름에 상추 쌈은 고향의 맛이며, 풋고추는 여름내 식탁에, 그리고 가을엔 빨간 고추 농사로 연중 수확물로 지금까지도 고춧가루를 만들어 사 먹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이웃과 나누며 그리고 한국에도 보내기도 한다.  
 
종자 보존을 위한 씨받이는 철저히 지킨다. 세월이 흐르고 이민의 가족이 늘면서 고향의 것들을 너도나도 가져 왔다. 심지어 제주 동백과 시골 마당에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의 씨앗도 가져와 싹을 틔웠고, 특히 한국 고유의 소나무 씨를 가져와  뿌렸고. 소나무는 잘 자랐다. 몇 그루만 고향 마을처럼 키웠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다. 늘 바비큐 철이 되면 그 소나무는 빛을 냈고 고향의 그늘을 만들고 친근함 속에 매년 정원 파티에 초대받은 고향의 손님들로부터 총애를 받아 오는 우리 집의 상징이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마다 놀란 표정이다. 한데 나이는 40살인데 벌써 허리가 몹시도 굽었다. 꼭 보여주고 싶은 고향의 그림이다. 그리고 동쪽으로 비스듬히 누웠다. 어떤 기다림의 그리움을 찾는 자세다. 행여 너무 누워서 허리가 부러지는 것은 아닌지, 염려 끝에 큰 통나무를 바쳐 주었다.  
 
소나무는 한국 고유의 나무로 민간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문전에 고추와 솔잎을 매달고 전염병이 돌면 동네 입구에도 새끼줄에 솔잎을 매달고 잡귀와 액운을 물리고 정화의 도구로도 쓰여왔으며 상징적 의미로는 엄동설한 겨울에도 역경을 지키고 늘 푸름을 자랑하며 굳은 기상과 청렴한 절개를 지킨다. 심지어 우리의 건강까지도 지켜주는 놀라운 효능의 효소가 있는 자랑스러운 고향의 나무로, 나이테가 조밀하고 재질이 단단해 문화재를 복원할 때 많이 쓰이고 있다.  
 
늘 뒷마당에 혼자서 지켜온 고향의 나무! 고국의 기상과 혼을 바라보며 허리 굽어진 늘 푸른 송엽은 언제나 내 가족과 함께 찾아오는 고향의 벗들에게 고향의 기를 품어 준다. 불로장수 민족의 상징인 우리의 소나무는 오늘도 푸르게 고향을 바라보고 있다.

오광운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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