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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에서 인생의 길을 묻다…LA 동네 서점 나들이

낯선 나라를 여행하는 묘미 중 하나는 길을 걷다 우연히 눈길을 잡아끄는 동네 서점과 마주쳤을 때다. 책들의 아련한 손짓과 책방이 주는 그 안온함에 마음을 빼아겼다 싶으면 어느새 책꽂이와 책꽂이 사이를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이국적인 활자들로 가득한 책들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무슨 뜻인지 몰라도 설명할 수 없는 위로와 따뜻함이 전달돼 온다. 동네 서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마법같은 순간이다. 맞다. 영국 작가 피넬로피 피츠제럴드가 말한 것처럼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으니까. 그러나 굳이 낯선 도시, 낯선 나라까지 가지 않아도 LA에서도 이 마법같은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동네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LA 독립 서점들을 알아봤다.     ▶더 라스트 북스토어   이곳(The Last Bookstore)은 이름처럼 세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서점이 아닌, 가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독립 서점이다. 2005년 LA다운타운 로프트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는 LA다운타운 5가와 스프링에 위치한 2만2000스퀘어피트 규모의 100년된 은행 건물에 정착했다. 새책은 물론 중고 서적, 만화책 등 25만 여권의 책을 판매한다. 또 이 서점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책 터널, 털실 가게, 아트 스튜디오 5곳이 서점 안에 위치해 있다. 또 아트 & 희귀본 아넥스 (Arts & Rare Book Annex)에서는 초판, 저자의 서명이 담긴 서적, 희귀 예술 서적 등도 만나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고풍스럽고 펑키한 인테리어로 영화와 웨딩 촬영지로도 사랑받고 있어 서점  어느 곳에서나 찍어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주소: 453 S Spring St, LA, CA 90013   ▶문의: lastbookstorela.com   ▶스토리 북스 앤드 카페   책도 읽고 간단한 식사와 커피 한 잔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 보길. 에코파크 선셋가에 위치한 이곳(Stories Books and Cafe)은 에코파크 주민들의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새책과 중고책 모두 판매하는 이곳은 서점 내 카페 외에도 야외 패티오도 있어 캘리포니아 봄볕을 즐기기 제격이다. 또 정기 낭독회를 비롯해 스탠드 코미디 행사 등도 열린다. 카페 메뉴엔 커피 외에도 토스트와 베이글도 판매하며 맥주와 와인도 제공한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9시까지다.     ▶주소: 1716 Sunset Blvd, LA, CA 90026   ▶문의: (213) 413-3733, storiesla.com   ▶미스테리 피어 북스   웨스트할리우드에 위치한 탓 할리우드 셀럽들도 사랑하는 미스테리 피어 북스(Mystery Pier Books, Inc.)는 초판 소설책  판매로 유명하다. 간판이 아니었다면 가정집이라고 생각할 만큼 평범한 주택을 서점으로 개조했다. 이곳에선 희귀 초판본 외에도 절판본, 저자의 서명이 있는 책 등 일반 서점에선 구하기 힘든 책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이 서점을 찾는 이들은 독서광 외에도 책 수집가들도 많다. 영업시간은 매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다.     ▶주소: 8826 Sunset Blvd, West Hollywood, CA 90069   ▶문의: (310) 657-555, mysterypierbooks.com   ▶스카이라이트 북스   1996년에 로스펠리즈(Los Feliz)에 문을 연 스카이라이트 북스(Skylight Books)는 사반세기 동안 인근 동네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LA 대표 동네 서점이다. 서점 한 가운데 큰 나무가 심어져 있고 자연 채광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만으로 방문할 이유가 충분한 이곳에는 새책만 판매하고 중고서적은 취급하지 않는다. 이 서점의 주력 서적은 그림책과 아동 도서. 이외에도 가주 역사와 문화 전문 서적을 비롯해 정치, 사회과학, 에세이, 예술 서적 등도 있다. 동네 서점답게 다양한 책 관련 행사들이 많은데 낭독회를 비롯해 북클럽, 작가와의 대화 등이 매주, 매달 열린다. 행사 관련 스케줄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까지.   ▶주소: 1818 N Vermont Ave, LA, CA 90027   ▶문의: (323) 660-1175, skylightbooks.com 이주현 객원기자동네 나들이 동네 서점과 동네 사랑방 동네 주민들

2023-04-06

목요일은 시, 노래 배우는 날…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

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이 기획한 문화교실 '목요 시 하나, 곡 하나'가 오는 19일부터 6월 22일까지 라스베이거스 휄로쉽교회(5430 S. Grand Canyon Dr., Las Vegas) 교육관 2층에서 열린다. 2023년 계묘년 시작과 함께 열리는 이번 문화교실은 서울문화원이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33주에 걸쳐 실시했던 '화요 시 하나, 곡 하나'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많은 요청으로 10년 만에 새로운 내용으로 다시 시작된다.   '목요 시 하나, 곡 하나'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60분간 전반부 시, 후반부 노래를 주제로 진행된다.   행사 기획과 진행을 맡은 배상환(사진) 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장은 "'목요 시 하나, 곡 하나'는 우리의 감수성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배 원장은 1988년 한국에서 시집 '학교는 오늘도 안녕하다'로 문단에 데뷔한 후 지금까지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으며, 1997년 라스베이거스로 온 뒤 2001년 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을 개원해 초청음악회, 오페라 감상회, 셰익스피어 연극 교민단체관람, 한국영화 무료감상회, 찬양학교, 사랑방 문화교실, 문화 특강 등을 개최해왔다.   교재는 매주 제공되며 수업 후에는 간단한 티타임도 준비된다. 일일 참가비는 3달러(교재 및 커피 제공)이다.   ▶문의:(702)379-0222 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 라스베이거스 서울문화원장 문화교실 목요 사랑방 문화교실

2023-01-09

[오픈했습니다 카페보넨] 올림픽가에 새 사랑방

편안하게 커피향을 즐기며 담소를 나눌 곳이 마땅치 않은 LA한인타운내 올림픽가에 커피숍 ‘카페보넨(KAFFEE BOHNEN)’이 최근 문을 열었다.   위치는 올림픽과 카탈리나 교차로 KFC 건너편 주상복합 건물 1층.   매장 안은 물론 야외 패티오에도 테이블과 바가 마련되어 있어, 야외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좌석은 매장 안 24석, 패티오 10석 총 34석이 마련돼 있다. 매장 안의 큰 커뮤널 테이블에는 각각 8명씩 앉을 수 있어 모임 인원수가 많은 경우 모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담소 나누기에 좋은 구조다.     카페보넨은 더박스(The Boxx), 랩(Lab), 블랙스탈리언(Black Stallion) 커피 등 LA 지역에서 신선하게 로스팅 된 커피를 엄선해 판매한다.     커피뿐 아니라 스무디, 유럽식 제과류, 신선하게 로스팅 된 커피빈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오픈 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차는 입주 건물 카탈리나길 입구로 들어가 무료로 할 수 있다.   독일어로 커피빈을 뜻하는 카페보넨은 파독 광부생활을 했던 만희코주재단 박형만 대표 소유다.     박 대표는 “독일 광산에서 일하던 시절 감성으로 카페이름도 독어로 짓고 광산을 연상시키는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카페를 꾸며봤다”고 말했다.     그는 자서전 ‘향기로운 나의 인생: 서독광부의 아메리칸 성공 이야기’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1970년대에 카페보넨이 위치한 2만4900스퀘어피트 부지를 구입했었고 여기에 최근  70유닛 주상복합 아파트를 세웠다.  김수연 기자오픈했습니다 카페보넨 올림픽가 사랑방 건너편 주상복합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 야외 공간

2022-04-28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눈이 녹은 뒤 파랗게 살아나는 잔디 위를 걸으면 발끝부터 봄 기운이 올라온다.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른 가지속에 움츠리고 앉은 싹들이 이제 곧 기지개를 펼 것이다. 뒤란의 여기 저기에서 봄기운이 커피향만큼이나 진하게 느껴온다. 상상만 해도 봄은 벌써 내 안에 피어나고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오감을 통하여 우리는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일상에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눈이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사물과 풍경, 사람들은 모두 독특한 모양과 저마다의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 시각으로 인해 삶은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     우린 매일 세끼의 식사를 하고 주전부리를 한다. 음식을 먹고 느끼는 단 맛, 쓴 맛, 매운 맛, 신 맛, 떫은 맛, 고소한 맛의 다양성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 우리의 입을 통해 들어오는 음식으로 그 맛과 냄새를 느낄 수 있듯이 우리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로 인해 감사와 불쾌감과 배려와 사랑 등 다른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 무엇을 만져보라. 손끝에 느끼는 다양한 감각들이 전달될 것이다. 딱딱함, 부드러움, 차가움, 따뜻함, 섬찟함, 위기감 등 때론 얼굴에 부딪혀 오는 바람의 촉감도 온몸으로 느껴오는 봄 볕의 따스함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 창가로 들리는 새소리에 잠을 깨는 행복은 어디에서도 창출 수 없는 청각의 기쁨이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도마소리는 편안함과 함께 가족의 소속감을 자연스레 유발해 내기도 한다. 좋아했던 팝송의 선율은 지나간 젊음을 소급해 내기도하고 마른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도 한다.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치열한 오감의 기능은 우리 삶의 질을 가늠해준다. 오감 중 어느 하나의 기능이 미비할 때는 나머지 감각들이 더 살아나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처럼 봄은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고, 오감은 봄의 다양한 맛과 소리와 냄새 그리고 풍경과 느낌으로 깊이 만날 수 있다.     봄이 오고 있다 / 강을 따라 흐르다 멈춘 / 고목이 누운 발 끝 열 마디  / 은빛 비늘처럼 살아나는 물고기 눈 / 긴 세월 흐르다 서로 만나 / 거역할 수 없는 걸음을 재다 / 오늘은 뒤 돌아 얼마나 걸었을까 /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마다 /  뿌리로부터 멀어져 / 숲길에 누이는데 우리는 / 어디쯤에서 무엇이 되어 만나려나 / 서로 발끝을 건드리며 / 채워지는 두런거림으로 / 연애편지를 읽는 설레임으로 / 먼 거리를 두고 너는 오고 있구나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내 옆구리를 녹이고, 고목의 발가락을 간지르며 저리도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한 토막을 강물에 띄운다. 먼 거리를 유유히 강물처럼 흐르며 너는 물고기의 눈처럼 미끄러져 오고 있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밀려가는 시간처럼, 한 걸음을 떼면 다른 걸음이 따라오는 페달 달린 기계처럼, 만났다 헤어지고 또 부딪치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봄은 오고 있다. 소리 없이 담장을 뛰어넘는 자객처럼 차갑고 딱딱한 벽을 사뿐히 넘어 연둣빛 편지를 소중히 허리춤에 감추고 사랑방 문지방을 넘고 있다.     오감을 잔뜩 긴장해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너의 향기와, 너의 미세한 소리와, 꿈틀대는 생명의 축복. 혹 모르고 지나치지 않게, 행여 너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게, 반짝이는 비늘이 되어 강을 가로지르는 너를 목도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무엇이 되어 미세한 소리에 귀 기울여 서로의 발 끝에 채워지는 두런거림으로, 연애편지를 받아든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벅찬 봄을 맞이하자. 봄은 저리도 아프게 살아나고 있는데…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사랑방 문지방 슬픔 행복 청각 촉각

2022-03-07

[이원진의 교육 사랑방] 좋은 아빠 되기 (4)

아들을 키워 보신 분들은 동의하시겠지만 딸들에 비해 아들을 키우는 것은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딸들 보다 자잘한 부분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던지 여러모에 있어 덜 까다롭다던지 하는 편한 점도 있지만, 무뚝뚝하고 자기 의사 표현을 쉽게 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모습은 자식이더라도 그리 예쁘게 보이지만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일단 사춘기에 접어 들면 입을 다물기 시작하고, 뭘 물어 봐도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하는 법이 없고, 집에 들어오면 하숙생이나 된 양 자기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나오질 않는다며 상담을 해 오시는 부모님들을 흔히 보게 됩니다. 뭐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얘기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집에만 들어 오면 입을 다물기 시작합니다. 이럴 경우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그냥 놓아 두거나 아니면 답답하다며 아이를 다그치기 시작하면 아예 아이를 놓쳐 버리는 수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가 되면 아이들 마음 속에 부모의 뜻을 이해하고 수긍하려는 마음보다는 부모의 모든 점이 마음에 들지 않고 심지어는 부모와 어딘가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것 조차 부끄러워하고 꺼려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많은 한인 남학생들의 경우 엄마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 거부감을 마음 속에 쌓아 두고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 대게 아이들의 불만은 ‘아빠가 자기에 대해 관심이 없다’ ‘우리 아빠는 집에서는 무섭기만 하고 밖에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잘 한다. 위선적이다’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빠는 맨날 야단만 치고 내가 뭘 원하는지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빠는 항상 일방적이어서 내 말은 한번도 들어 주지 않고 맨날 자기만 옳다고 한다’ ‘아빠는 자기 잘못은 모르고 모든 걸 다 내 잘못이라고 몰아 세운다’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아빠들의 진심이야 어찌되었던 현실 속에 우리 아이들은 이런 불만들을 가슴에 안고 살아 가고 있습니다. 이런 불만을 가슴 속에 가득 안고 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입을 열어 자신에 속내를 터 놓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자유로운 대화를 한다던지, 퇴근하고 들어 오는 우리를 웃는 얼굴로 맞아 준다던지 하는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는데, 비교적 친구처럼 지내온 중학생 나이 제 아들 녀석에게도 언젠가부터 불쑥 사춘기가 찾아 왔습니다. 부쩍 말이 줄어 들고 얼굴 빛이 예전처럼 밝지가 않습니다. 평소에 살갑고 장난끼 많던 아이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내심 ‘올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기 시작하던 몇일 전, 아내로부터 영인이가 아빠가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며 서운함을 토로하더라는 얘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딸아이들과는 달리 자기 감정 표현이 드물고, 항상 무난하기만 해 보이던 사내 녀석의 마음 속에도 아빠에게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고,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원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밖에 나가서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제가 정작 제 아들아이에게는 ‘아빠는 나에게 관심이 없다’ 라는 느낌을 심어 주었다고 생각하니 적잖이 당황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럴 땐 한시라도 지체하면 안 됩니다. 바로 다음 날 저는 아침에 등교하려는 영인이에게 귓속말로 “오늘 저녁에 아빠하고 둘이 boys night out 하자!” 영문을 모르는 영인이는 ‘오케이’하고 문을 나섭니다. 그날 저녁 저는 퇴근 후 영인이가 좋아하는 타코벨에 가서 타코를 잔뜩 쌓아 놓고 모처럼 만에 아들과의 저녁 데이트를 합니다. 이때는 다른 얘기를 하면 안 됩니다. 그저 맛있게 타코를 아이와 나누 먹으며, 스포츠 얘기, 학교 얘기, 재미있는 영화 얘기 이런 얘기들로 최대한 부드럽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슬쩍 본론을 시작합니다. “영인아. 아빠가 너한테 혹시라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서운했니? 아빠가 바쁘다 보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아빠가 너였어도 섭섭할 때가 많았을 것 같아. 사실 아빠는 말이야. 누가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게 좋은 아빠가 되는건지 잘 모를때가 많아.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하고 너에 눈에 그렇게 좋은 아빠로 비쳐지지 못할 때도 많을 거야. 그래도 아빠가 한가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빠는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거야. 그리고 누가 뭐래도 아빠는 너를 정말 사랑한다는거야. 혹시 아빠가 너 마음에 서운하게 했다면 미안해. 아빠가 사과할께.” 말 없이 아빠의 말을 듣고 있는 영인이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돌기 시작합니다. 자식한테 부모가 뭘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20년 가까이 청소년 상담을 해 오면서 보고 느낀 결론이 한가지 있습니다. 많은 우리 한인 자녀들에게 ‘OO 야! 아빠가 미안하다’ 는 아빠의 진정 어린 말 한마디가 우리 아빠들의 부족함으로 인해 자식들 마음에 안겨준 상처, 아픔을 씻어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좋은 약이 될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 의외로 우리 자녀들에게 ‘미안하다’ 사과 한마디로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의: [email protected]

2010-04-26

[이원진의 교육 사랑방] 좋은 아빠 되기 (3)

나름 바쁜 삶을 살다 보니 집에서 일을 돕는다는게 마음 만큼 여의치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제가 잘 하는 집안 일 몇가지가 있는데, 설겆이와 빨래가 그것 입니다. 그렇다고 집안에 설겆이와 빨래를 늘상 제가 도 맡아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회가 될 때 마다 특별히 신경을 쓰고 최대한 제 손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종목(?)이 설겆이와 빨래 입니다. 제가 설겆이, 빨래와 가깝게 (?) 지내는 이유는 워낙 다른 손재주가 없어 집안에 고장 난 뭔가를 고친다던지, 새로운 무엇을 설치한다던지 하는데 있어서는 거의 빵점에 가깝다는 것과, 대학,대학원 시절 6년에 가깝게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설겆이와 빨래를 손수 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이 두가지 일이 자연스레 손에 익숙해 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시작은 이런 이유들로 했지만, 지금까지 바쁜 와중에도 제가 계속 설겆이를 놓지 않는데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아내가 들으면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에게는 단순히 맞벌이를 하는 아내의 일손을 조금이라도 돕고자 하는 것 이상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그 특별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제 딸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대체 설겆이하는 것과 딸 아이들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의아해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분명히 딸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으로 설겆이를 합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제가 싱크대 앞에 서서 설겆이를 할 때면 딸아이들이 그 앞에 서거나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그럴 때면 저는줄기차게 딸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나중에 커서 시집 갈 때 꼭 아빠 처럼 설겆이 해 주는 남자를 만나야 해! 알았지?” 하고 큰 소리로 다짐을 합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 부터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설겆이하는 아빠에 모습을 보여 주다 보면 아마도 아이들 마음 속에 ‘우리 아빠는 엄마를 위해 설겆이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렇셨어..’ 하는 기억이 남게 될 거고, 그렇다 보면 장래 남편감 고르는 필수 기준 중에 하나로 ‘설겆이하고 빨래 해 주는 사람’ 하나 정도 포함시키지 않을까 하는 제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는 것 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커서 정작 제 바램대로 설겆이 해 주고 빨래 해 주는 남편을 만날지 아닐지는 그때 가 봐야 알 일이겠지만, 딸 아이들의 일생을 함께 하게 될 장래 남편감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내 딸아이들을 사랑해 주고 소중히 아껴 줄 수 있는, 그래서 설겆이 정도 함께 도와 줄 수 있는 그런 남편들이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딸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설겆이를 하면 주부습진도 두려울게 없습니다. “저는 절대 결혼 같은 건 안 할 거에요” “전 결혼을 하더라도 우리 아빠 같은 사람하고는 절대 안 할거에요” 어린 나이의 한인 여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종종 이런 속 상한 얘기를 듣게 될 때가 있는데, 어떤 연유에서건 아빠로 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아이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특별히 쌓아 놓은 부와 명성이 없다고 해도 자식들에게 인정 받고, 혹시라도 딸아이들로 부터 ‘나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거야’ 라는 말이라도 듣게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한 남자로서 가장 소중하고 멋진 성공의 지표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 마음은 있지만 혹시라도 그 방법을 몰라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아빠들이 계시다면, 당장 오늘 부터 일주에 단 한두번이라도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저는 오늘도 집에 돌아 가면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난 후 두팔을 걷어 붙이고 열심히 접시를 닦을 작정입니다. ▷문의: [email protected]

2010-04-12

[이원진의 교육 사랑방] 좋은 아빠 되기 (2)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항상 한결 같겠지만, 가끔 살다 보면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느낌, 감동 이런게 생길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은 성적이 담긴 성적표를 집에 들고 올 때가 그렇고, 아빠 생일이라고 어린 아이들이 사랑에 마음이 담긴 소박한 선물을 내어 놓을때, 또 문득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을 지켜 보며, 언제 저렇게 컸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그렇습니다. 한달 전쯤 이런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 준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4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중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셋째딸 아이가 초경을 맞은 것 입니다. 셋째 딸 아이의 이름은 주은인데, 주은이는 초경 첫날 엄마에게 아빠나 오빠한테는 절대 얘기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여자라는 생각에 아마도 남자인 아빠나 오빠에게 그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았나 봅니다. 당연히 아내는 주은이의 그 신신당부까지 포함해서 주은이가 건강한 한 여성으로서 성장하는 첫 단계를 저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딸 가진 아빠들의 마음이 다 비슷하겠지만, 아내로부터 주은이의 초경 얘기를 듣는 제 속이 그리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첫째, ‘주은이가 이제 다 컸구나. 이제 조금 있으면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갈 때 쯤이면 정말 우리 곁을 떠나 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착잡했고, 이 좋은 일을 아빠한테 스스럼 없이 얘기하지 못하는 주은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주은이가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뭔가를 남겨 주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퇴근을 하고 선물을 파는 가게에 들러 작은 핀을 하나 골랐습니다. 천사가 새겨진 자그마한 핀인데 그 핀이 꽃혀 있는 상자 위에는 ‘Daddy’s Girl Forever’ (너는 아빠의 영원한 딸이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천사 핀과 축하의 뜻이 담긴 카드를 사서 그 카드에 아빠에 마음을 정성껏 글로 옮겨 담습니다. 이 카드를 저녁식사후 조용히 주은이에게 건네 줍니다. 영문을 모르는 주은이는 갑작스레 받은 천사핀을 잠깐 들여다 보고 카드를 꺼내 읽습니다. 카드를 읽던 주은이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 갑니다. 조금 후 화장실에서 나와 “Thank you 아빠”하며 저를 안는 주은이의 눈에는 채 지우지 못한 눈물이남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종이 한장짜리 카드에 담긴 아빠에 마음이 분명 주은이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해 집니다. 사실 알고 보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방법은 크고 거창한 것 만이 아닐 때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조그만 카드에 담아 전해 주는 작은 깜짝 이벤트 안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려워진 경제로 하루 하루 먹고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아빠들의 마음도 무겁고 힘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마음 같이 내 안에 사랑을 아이들에게 표현하며 살기가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속에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 주며 느낄 수 있는 행복, 뿌듯함 이런 기분은 사실 이렇게 어려울 때 일 수록 조금 더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모든 아빠들이 함께, 잠깐 힘든 일손을 내려 놓고,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빠에 마음을 전해 줄 수 있는 작은 깜짝 이벤트라도 하나 준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문의: [email protected]

2010-04-05

[이원진의 교육 사랑방] 좋은 아빠 되기 (1)

저는 하는 일의 주가 청소년 상담이다 보니 종종 청소년 관련 세미나에 강사로 불려 다닙니다. 세미나를 하다보면 제일 당황 스러울 때가 제가 강의한 내용과 제 스스로의 행동이 상반돼 ‘이론과 실기가 따로 노는’ 상황을 직접 눈 앞에서 경험하게 될 때 입니다. 얼마 전 Fairfax County에서 주관하는 한인부모들을 위한 ‘자녀양육기술 강화’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4주간 진행되는 그 프로그램에는 20명에 가까운 엄마와 아빠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엄마, 아빠가 되고 싶은 일념으로 피곤한 일정 속에도 매주 1회 수업을 통해 열심히 ‘좋은 부모 되기’ 를 위해 공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강의를 하게 되면 수업에 임하는 학생(학부모)들은 강사인 제가 마치 뭔가 좀 다른 아빠인것 처럼, 특별히 뛰어난 자질을 갖춘 아빠처럼, 기대 속에 강의를 경청하곤 하는데, 사실 제 마음 속에는 그런 모습이 조금 더 좋은 강의를 해야겠다는 도전이 되기도 하지만, 솔직히 마음 속에 부담으로 다가 올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저는 전혀 완벽하지도, 또 남과 다른 아빠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어느 누구보다 내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 입니다. 4주 수업 중 하루는 아이들에 자존감을 어떻게 높여 줄 수 있느냐에 대해 강의하는데,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지 말기’ ‘아이들의 얘기에 귀기울여 들어 주기’ ‘아이들의 눈높이에 우리의 생각을 맞추기’ ‘인내하기’ 등이었습니다. 열심히 땀 흘리며, 소리 높여 강의를 진행하고 ‘우리 모두 다음 한 주간은 정말 이런 내용들을 삶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번 주 수업에서 드리는 숙제입니다’ 하는 말로 수업을 마친 나는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늦은 저녁 식사 후 고등학교 에 다니는 첫째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이의 방에 들어 선 저에게 ‘이론과 실기 따로 놀기’ 가 주는 도전은 단 몇분도 안 되 어김없이 찾아 왔습니다. 뭔가 잘못을 한 딸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는 아이의 얘기가 제게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렸고 아이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 보기도 전에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아빠도 실수하고 누구나 다 실수를 한다. 하지만 실수를 했으면 변명을 할게 아니라 실수를 실수로 인정하고 사과하고 새로운 기회를 구하는게 옳은 거다’ 라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법한 장황한 내용의 설교(?)로 아이를 몰아 세우고는 방을 나왔습니다. 바로 한시간 전 열을 내며 강의했던 내용과 어쩌면 그렇게 정 반대가 될 수 있는지 딱 이럴 때는 자녀양육 수업을 강의하는 전문가에 모습이 아니라, 교실 저 끝머리에 앉아 수업을 들어도 모자란 형편 없는 학생의 모습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얼마후 딸아이의 방에서 꺼이 꺼이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이러고 나면 바로 후회가 시작됩니다. ‘조금 더 차근 차근 아이에 얘기를 들어 줬어야 하는 건데...’ ‘누구보다 실수를 한 본인이 제일 속이 상했을텐데...’ 등. 그리고 나서야 뒤 늦게 벌려 놓은 상황 수습에 들어 갑니다. 다음 날 아침 딸아이가 일찍 등교를 하고 나서 딸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겁니다. 편지를 쓰는 중에도 내가 왜 화를 냈는지, 왜 너에게 그런 얘기들을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변명을 하려고 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그런 내 자신을 멈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편지를 써서 딸아이에 침대 위에 올려 놓고 출근을 하고, 일을 마치고 저녁 시간에 집으로 들어 오자 큰 딸아이가 멋적게 웃으며 ‘Hi 아빠’ 하고 와서 안깁니다. 저도 내심 ‘편지 쓰길 잘 했구나’ 하며 딸아이를 더 꼭 안아 줍니다. 꼭 저의 개인적인 얘기를 얘로 들지 않더라도, 좋은 부모가 되기란 참 쉽지가 않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청소년 상담을 오래 했다고 해서 좋은 아빠가 되리란 법은 이세상에 절대 없습니다. 순간 순간 내 자신을 돌아 보고 순간 순간 더 좋은 아빠,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 없이는 이론과 실기가 따로 노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습니다. 말로는 ‘이렇게 합시다’ 하지만 그 말과 지식을 머리속만이 아닌 가슴 속에 항상 안고 살지 않으면 실수하기가 참 쉽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가슴 속에 안고 살아도, 그때 그때 실천에 옮기는 건 정말 더 어려운 얘기 입니다. 또 혹여 실수라도 하고 나서 그것을 주워 담는 것은 아빠 체면, 자존심 이런 걸 다 잠깐이라도 내려 놓아야 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산 넘어 또 산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쉴 새 없이 크고 작은 산을 넘다들다 보니 한가지 깨달음이 생깁니다. 마치 육체적 건강을 위해 산을 넘는 사람들이 하산 때 마다 느낀다는 만족감, 뿌듯함 못지 않은 아빠로서의 가슴 뿌듯함은 둘째 치고라도, 딸아이들 가슴 속 깊은 곳에 심어 주는 사랑, 자존감은 분명 차곡 차곡 쌓여 나가고 있을 거란 사실입니다. ▷문의: [email protected]

201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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