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진의 교육 사랑방] 좋은 아빠 되기 (2)
래니어중 카운슬러
한달 전쯤 이런 ‘특별한’ 느낌을 가져다 준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4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중 이제 겨우 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셋째딸 아이가 초경을 맞은 것 입니다. 셋째 딸 아이의 이름은 주은인데, 주은이는 초경 첫날 엄마에게 아빠나 오빠한테는 절대 얘기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고 합니다. 이제는 여자라는 생각에 아마도 남자인 아빠나 오빠에게 그 사실을 밝힌다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았나 봅니다.
당연히 아내는 주은이의 그 신신당부까지 포함해서 주은이가 건강한 한 여성으로서 성장하는 첫 단계를 저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딸 가진 아빠들의 마음이 다 비슷하겠지만, 아내로부터 주은이의 초경 얘기를 듣는 제 속이 그리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첫째, ‘주은이가 이제 다 컸구나. 이제 조금 있으면 중학교에 가고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갈 때 쯤이면 정말 우리 곁을 떠나 겠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착잡했고, 이 좋은 일을 아빠한테 스스럼 없이 얘기하지 못하는 주은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조금은 서운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주은이가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뭔가를 남겨 주고 싶었습니다.
학교에서 퇴근을 하고 선물을 파는 가게에 들러 작은 핀을 하나 골랐습니다. 천사가 새겨진 자그마한 핀인데 그 핀이 꽃혀 있는 상자 위에는 ‘Daddy’s Girl Forever’ (너는 아빠의 영원한 딸이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천사 핀과 축하의 뜻이 담긴 카드를 사서 그 카드에 아빠에 마음을 정성껏 글로 옮겨 담습니다.
이 카드를 저녁식사후 조용히 주은이에게 건네 줍니다. 영문을 모르는 주은이는 갑작스레 받은 천사핀을 잠깐 들여다 보고 카드를 꺼내 읽습니다. 카드를 읽던 주은이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 갑니다. 조금 후 화장실에서 나와 “Thank you 아빠”하며 저를 안는 주은이의 눈에는 채 지우지 못한 눈물이남아 있는 것이 보입니다. 종이 한장짜리 카드에 담긴 아빠에 마음이 분명 주은이에게도 전해진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해 집니다.
사실 알고 보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방법은 크고 거창한 것 만이 아닐 때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아이들을 향한 사랑을 조그만 카드에 담아 전해 주는 작은 깜짝 이벤트 안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려워진 경제로 하루 하루 먹고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우리 아빠들의 마음도 무겁고 힘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마음 같이 내 안에 사랑을 아이들에게 표현하며 살기가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속에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 주며 느낄 수 있는 행복, 뿌듯함 이런 기분은 사실 이렇게 어려울 때 일 수록 조금 더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가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모든 아빠들이 함께, 잠깐 힘든 일손을 내려 놓고, 우리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아빠에 마음을 전해 줄 수 있는 작은 깜짝 이벤트라도 하나 준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문의: wjlmat@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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