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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봄이 오고 있다

신호철

신호철

봄이 오고 있다. 눈이 녹은 뒤 파랗게 살아나는 잔디 위를 걸으면 발끝부터 봄 기운이 올라온다.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차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른 가지속에 움츠리고 앉은 싹들이 이제 곧 기지개를 펼 것이다. 뒤란의 여기 저기에서 봄기운이 커피향만큼이나 진하게 느껴온다. 상상만 해도 봄은 벌써 내 안에 피어나고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시각, 후각, 미각, 청각, 촉각의 오감을 통하여 우리는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을 일상에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눈이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사물과 풍경, 사람들은 모두 독특한 모양과 저마다의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 시각으로 인해 삶은 행복해질 수도 불행해질 수도 있다.  
 
우린 매일 세끼의 식사를 하고 주전부리를 한다. 음식을 먹고 느끼는 단 맛, 쓴 맛, 매운 맛, 신 맛, 떫은 맛, 고소한 맛의 다양성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있다. 우리의 입을 통해 들어오는 음식으로 그 맛과 냄새를 느낄 수 있듯이 우리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로 인해 감사와 불쾌감과 배려와 사랑 등 다른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다.  
 
눈을 감고 무엇을 만져보라. 손끝에 느끼는 다양한 감각들이 전달될 것이다. 딱딱함, 부드러움, 차가움, 따뜻함, 섬찟함, 위기감 등 때론 얼굴에 부딪혀 오는 바람의 촉감도 온몸으로 느껴오는 봄 볕의 따스함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른 아침 창가로 들리는 새소리에 잠을 깨는 행복은 어디에서도 창출 수 없는 청각의 기쁨이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도마소리는 편안함과 함께 가족의 소속감을 자연스레 유발해 내기도 한다. 좋아했던 팝송의 선율은 지나간 젊음을 소급해 내기도하고 마른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도 한다.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치열한 오감의 기능은 우리 삶의 질을 가늠해준다. 오감 중 어느 하나의 기능이 미비할 때는 나머지 감각들이 더 살아나 부족함을 메워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처럼 봄은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고, 오감은 봄의 다양한 맛과 소리와 냄새 그리고 풍경과 느낌으로 깊이 만날 수 있다.
 
 
봄이 오고 있다 / 강을 따라 흐르다 멈춘 / 고목이 누운 발 끝 열 마디  / 은빛 비늘처럼 살아나는 물고기 눈 / 긴 세월 흐르다 서로 만나 / 거역할 수 없는 걸음을 재다 / 오늘은 뒤 돌아 얼마나 걸었을까 / 그림자를 드리운 나무마다 /  뿌리로부터 멀어져 / 숲길에 누이는데 우리는 / 어디쯤에서 무엇이 되어 만나려나 / 서로 발끝을 건드리며 / 채워지는 두런거림으로 / 연애편지를 읽는 설레임으로 / 먼 거리를 두고 너는 오고 있구나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내 옆구리를 녹이고, 고목의 발가락을 간지르며 저리도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한 토막을 강물에 띄운다. 먼 거리를 유유히 강물처럼 흐르며 너는 물고기의 눈처럼 미끄러져 오고 있다.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밀려가는 시간처럼, 한 걸음을 떼면 다른 걸음이 따라오는 페달 달린 기계처럼, 만났다 헤어지고 또 부딪치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봄은 오고 있다. 소리 없이 담장을 뛰어넘는 자객처럼 차갑고 딱딱한 벽을 사뿐히 넘어 연둣빛 편지를 소중히 허리춤에 감추고 사랑방 문지방을 넘고 있다.  
 
오감을 잔뜩 긴장해 너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너의 향기와, 너의 미세한 소리와, 꿈틀대는 생명의 축복. 혹 모르고 지나치지 않게, 행여 너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게, 반짝이는 비늘이 되어 강을 가로지르는 너를 목도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무엇이 되어 미세한 소리에 귀 기울여 서로의 발 끝에 채워지는 두런거림으로, 연애편지를 받아든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벅찬 봄을 맞이하자. 봄은 저리도 아프게 살아나고 있는데…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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