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진의 교육 사랑방] 좋은 아빠 되기 (3)
래니어중 카운슬러
제가 설겆이, 빨래와 가깝게 (?) 지내는 이유는 워낙 다른 손재주가 없어 집안에 고장 난 뭔가를 고친다던지, 새로운 무엇을 설치한다던지 하는데 있어서는 거의 빵점에 가깝다는 것과, 대학,대학원 시절 6년에 가깝게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며 어쩔 수 없이 설겆이와 빨래를 손수 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이 두가지 일이 자연스레 손에 익숙해 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시작은 이런 이유들로 했지만, 지금까지 바쁜 와중에도 제가 계속 설겆이를 놓지 않는데에는 조금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아내가 들으면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저에게는 단순히 맞벌이를 하는 아내의 일손을 조금이라도 돕고자 하는 것 이상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데, 그 특별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제 딸 아이들에게 있습니다. 대체 설겆이하는 것과 딸 아이들이 무슨 상관이 있냐며 의아해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분명히 딸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으로 설겆이를 합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제가 싱크대 앞에 서서 설겆이를 할 때면 딸아이들이 그 앞에 서거나 앉아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그럴 때면 저는줄기차게 딸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나중에 커서 시집 갈 때 꼭 아빠 처럼 설겆이 해 주는 남자를 만나야 해! 알았지?” 하고 큰 소리로 다짐을 합니다.
이렇게 어렸을 때 부터 아이들에게 계속해서 설겆이하는 아빠에 모습을 보여 주다 보면 아마도 아이들 마음 속에 ‘우리 아빠는 엄마를 위해 설겆이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렇셨어..’ 하는 기억이 남게 될 거고, 그렇다 보면 장래 남편감 고르는 필수 기준 중에 하나로 ‘설겆이하고 빨래 해 주는 사람’ 하나 정도 포함시키지 않을까 하는 제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는 것 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커서 정작 제 바램대로 설겆이 해 주고 빨래 해 주는 남편을 만날지 아닐지는 그때 가 봐야 알 일이겠지만, 딸 아이들의 일생을 함께 하게 될 장래 남편감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내 딸아이들을 사랑해 주고 소중히 아껴 줄 수 있는, 그래서 설겆이 정도 함께 도와 줄 수 있는 그런 남편들이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렇게 딸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설겆이를 하면 주부습진도 두려울게 없습니다.
“저는 절대 결혼 같은 건 안 할 거에요”
“전 결혼을 하더라도 우리 아빠 같은 사람하고는 절대 안 할거에요”
어린 나이의 한인 여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종종 이런 속 상한 얘기를 듣게 될 때가 있는데, 어떤 연유에서건 아빠로 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아파하는 아이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특별히 쌓아 놓은 부와 명성이 없다고 해도 자식들에게 인정 받고, 혹시라도 딸아이들로 부터 ‘나는 우리 아빠 같은 사람하고 결혼할거야’ 라는 말이라도 듣게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한 남자로서 가장 소중하고 멋진 성공의 지표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 마음은 있지만 혹시라도 그 방법을 몰라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아빠들이 계시다면, 당장 오늘 부터 일주에 단 한두번이라도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저는 오늘도 집에 돌아 가면 식구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난 후 두팔을 걷어 붙이고 열심히 접시를 닦을 작정입니다. ▷문의: wjlmat@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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